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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의 모든 챕터: 챕터 1131 - 챕터 1140

1370 챕터

제1131화

“김평안!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이렇게 또 만날 줄은 몰랐네.”황현호는 음침한 표정을 지으며 진서준과 조민영에게 다가갔다.방금 진서준을 본 순간, 황현호는 자기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진서준은 한때 신농 테스트를 통과하고 순조롭게 선발되어 들어간 사람이었다.일단 신농에 들어간 무인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절대 신농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신농의 지옥 같은 처음 훈련을 버텨내지 못하고 죽든가 아니면 평생을 신농에서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진서준처럼 신농에 잠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온 사람은 황현호도 처음 보았고 심지어 전에 이런 소문도 듣지 못했다.“이봐, 넌 도대체 어떻게 신농에서 나온 거냐? 설마 네 실력이 바닥을 쳐서 신농이 널 버리고 내보낸 거야?”황현호는 진서준을 바라보며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여기는 양씨 가문의 집안이니 진서준이 여기서 자기에게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황현호는 마음대로 진서준을 조롱해도 안전하다고 판단했다.진서준은 황현호를 한 번 쓱 쳐다보고 단 두 글자만 내뱉었다.“꺼져.”“껌딱지 같은 인간이 또 여기까지 따라와서 질척대네요.”조민영도 입술을 삐쭉 내밀며 황현호를 불쾌하게 바라보았다.이제 막 아저씨랑 단둘이 있을 수 있었는데 이 귀찮은 놈이 갑자기 나타나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망쳐버린 것이다.진서준에게 욕을 먹는 건 그렇다 쳐도 조민영에게 이런 식으로 무시당하자 황현호는 속이 꽉 막히는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여태껏 어디 가든 호감형 존잘로 통한 자기가 조민영의 눈에는 왜 40대 아저씨만도 못 한 존재로 보이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신농에서 돌아온 후, 황현호는 이내 조민영의 정체를 알아냈다.동북 조씨 가문 가주의 딸이자 조기강의 조카라는 화려한 사실을 알아챈 것이다.황현호의 황씨 가문이 아무리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 가문이라고 해도 이런 명문대가의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겸손하게 대할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황현호의 아버지도 현재 대한민국에 없으니 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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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2화

“아빠, 엄마!”조민영의 말투는 여전히 밝고 경쾌했고 진서준과 얘기할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친구들 앞이든 부모님 앞이든, 조민영은 항상 이렇게 천진난만했다.“이 맹랑한 녀석,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바쁜가 본데, 오늘 밤 연회가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조태희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조민영을 힐끔 쏘아보았다.오늘 연회는 양씨 가문에서 주최한 행사인지라 동북을 휘어잡을 수 있는 조태희조차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조씨 부부가 조민영을 데리고 연회에 입장하자마자 순식간에 조민영이 사라지니 적잖이 당황했던 것이다.“아빠, 그냥 옛 친구를 만나서 그랬지 뭐예요. 설마 내가 사고라도 칠까 봐 그러세요?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란 걸 잘 아시잖아요?”조민영은 혀를 살짝 내밀며 귀엽게 애교를 부렸다.조태희는 시선을 딸에게 고정했지만 한편으로는 옆에 있는 진서준에게 슬쩍 눈길을 보내며 자세히 관찰했다.보배 같은 딸이 남성 친구를 사귀는 일에 대해 조태희는 상당히 깐깐한 기준을 갖추고 있었다.“저 친구는 누구냐?”조태희는 진서준을 지그시 바라보며 물었고 그의 눈에는 엄격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내 친구예요. 내가 이전에 신농에 있을 때 아저씨가 날 많이 도와주셨어요.”조민영이 황급히 대답했다.“네 친구라고?”조태희는 다시금 눈살을 찌푸리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나랑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사람을 친구로 뒀어?”진서준이 쓰고 있는 인피 면구 덕분에 그는 마흔이 넘은 중년처럼 보였고 나이로 따지면 확실히 조태희와 비슷한 연령대였다.보통 여자라면 이렇게 나이 많은 아저씨를 친구로 두지 않는 게 정상이었다.단, 그 아저씨의 돈을 보고 접근한 거라면 별개의 얘기였다.하지만 조민영은 돈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었으니 조태희는 자기 딸이 이런 사람과 접점이 있다는 게 너무나 이상하게 느껴졌다.“아빠, 아저씨는 진짜 내 친구라니까요. 이름은 김평안이에요.”조민영은 아버지가 불쾌한 표정을 짓자 진서준에게 슬쩍 눈짓을 보냈다.진서준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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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3화

서늘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는 황현호의 눈에 자신감이 어렸다.방금 자리를 비웠던 황현호는 사실 조력자를 청하러 간 것이었고 그 조력자는 아직 볼일이 남아 있어 아직 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혹시 진서준이 몰래 빠져나갈까 봐 황현호는 다시 돌아와 지켜보고 있었다.그러던 중, 조민영의 아버지가 진서준에게 시비를 거는 장면을 목격한 황현호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고 생각하며 두 사람의 대화에 참여한 것이다.“황 총각도 왔구나.”조태희가 황현호를 발견하자 싸늘했던 표정에 잔잔한 미소가 떠올랐다.대놓고 웃음을 터뜨리며 반가워한 것은 아니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조태희의 태도가 분명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조태희가 진서준에게는 냉정하게 대하면서도 황현호에게는 훈훈한 미소를 띠고 있는 그 모습은 사실 이상하지 않았다.자기 딸이 40대로 보이는 중년 남자와 어울리는 걸 좋아할 아버지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었다.하물며 황현호는 으뜸가는 부자의 아들이라는 신분을 갖고 있었던지라 조태희는 당연히 더 긍정적인 시선으로 황현호를 볼 수밖에 없었다.조씨 가문은 동북 지역 최고의 명문대가이긴 했지만 그 재정 상태는 예전처럼 풍족하지 않았다.중공업과 탄광업에 기반을 둔 조씨 가문은 시대 변화에 따라 수익이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만약 명주 황씨 가문과의 혼인 관계를 성사할 수 있다면 곤란한 처지에 머무른 조씨 가문에게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었다.게다가 황현호는 황씨 가문의 유일한 상속자였다.“태희 삼촌, 제가 예전에 신농산에 갔을 때 민영 씨를 만났거든요. 그때도 민영 씨가 이 중년 남자랑 같이 있었는데 전 민영 씨가 이 중년 남자에게 속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황현호는 조태희에게 공손한 태도로 웃으며 신농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물론 자기가 조민영에게 질척대며 불순한 의도를 가졌던 건 슬쩍 넘기며 언급하지 않았다.“제 실력이 부족한 탓에 민영 씨를 구할 수 없어 참으로 유감입니다.”황현호는 뻔뻔하게도 자책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황현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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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4화

“민영 씨, 울지 마세요.”진서준은 손을 뻗어 조민영을 자기 곁으로 끌어당겼다.“이 자식, 허락도 없이 감히 내 딸을 건드려?”진서준이 조민영을 만지자 조태희는 더 격분했다.조태희는 이급 대종사다운 무시무시한 기세를 뿜어내며 진서준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진서준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그러자 작은 영광 한 줄기가 조민영과 조태희 사이에 나타났다.조태희 몸에서 뿜어나오는 천지를 삼킬 듯한 영기는 그 영광과 부딪치자마자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졌다.이 광경을 본 조태희는 눈빛이 날카로워졌다.“좀 하는군.”자기 대종사급 위압감을 손쉽게 막아낸 것을 보고 조태희는 진서준의 실력이 무시할 수 없이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그래, 네 실력은 인정하지.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실력이어도 오늘은 당장 여기서 나가야 할 거야!”조태희가 쌀쌀한 목소리로 소리쳤다.이 광경을 본 황현호가 이 틈에 끼어들며 말했다.“태희 삼촌, 걱정 마세요. 방금 제 절친 양지천에 연락했습니다. 양 어르신 손자인 양지천은 오늘 연회 관리도 맡고 있지 않습니까. 이따가 양지천이 오면 이 남자를 내쫓도록 하죠.”황현호의 말을 들은 조태희의 표정이 한결 누그러졌다.“황 총각, 고맙네.”“별말씀을요, 태희 삼촌. 저도 이런 허세 부리며 어린 여자들을 속이는 사람은 정말 죽도록 싫습니다.”황현호는 진서준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그의 말은 명백히 진서준을 겨냥하고 있었다.이에 진서준은 황현호를 힐끗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 그 입 다물지 않으면 영원히 말 못 하게 될 수도 있어.”그러나 진서준의 위협에도 황현호는 코웃음을 치며 비웃을 뿐이었다.영원히 말 못 하게 하다니, 이 남자가 설마 양씨 가문의 장원에서 자기 함부로 손을 댈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이봐 늙다리, 허세 부리느라 지겹지 않나? 내가 다 피곤할 지경이야. 신농에서 쫓겨난 폐물이 어디서 나불거리고 있어?”황현호는 거리낌 없이 진서준을 모욕하기 시작했다.“뭐라고? 황 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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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5화

오늘 밤, 배수정은 하늘색 비단 드레스를 입고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긴 머리를 은백색 비녀로 고정한 모습이었다.평소 거의 화장하지 않던 배수정이었지만 오늘은 살짝 단장한 덕에 얼굴이 한층 화사해 보였다.배수정의 길고 가는 목이 공기 중에 드러나 있었고 약간의 한기에 닭살이 돋아난 모습이 진서준의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그런 모습이 오히려 배수정을 더 아름답고 매혹적으로 보이게 했다.배수정은 양지천의 팔짱을 끼고 있진 않았지만 두 사람의 거리가 상당히 가까워 누가 봐도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었다.그런 배수정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진서준을 보고 양지천의 눈에 한 줄기 냉기가 스쳤다.조태희 또한 진지한 목소리로 조민영을 꾸짖었다.“민영아, 이제 저 남자 본모습을 봤느냐? 더 아름다운 여자를 보면 정신을 못 차리고 넋을 놓는 저런 남자와 함께 있고 싶어?”조민영 또한 배수정을 바라보는 진서준의 표정을 보았다.다행히 진서준의 눈에서 사심은 찾아볼 수 없었으나 미묘한 감정의 흔들림이 느껴졌다.설마 아저씨가 저 여자를 아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아저씨, 저 여자랑 아는 사이예요?”조민영은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었다.“아니요, 모르는 사람이에요.”진서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배수정에게서 시선을 돌렸다.이미 배수정과의 인연을 끊기로 결심한 이상, 배수정이 누구를 남자친구로 만나든 더 이상 진서준의 관심 사항이 아니었다.한편 배수정은 진서준을 보며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배수정은 이 중년 남자가 왠지 모르게 낯익게 느껴졌다.남자의 몸에서 풍기는 기운이 배수정이 익숙한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양 총각, 오늘 같은 날에 이런 사단을 만들어 미안하네.”조태희는 양지천에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사과는 제가 해야죠. 저희 양씨 가문이 제대로 하객을 확인하지 못한 탓에 이런 불청객이 입장하게 했으니 전적으로 다 저희 책임입니다.”양지천은 격식을 갖춘 신사처럼 깍듯하게 행동했다.그런 양지천과 황현호를 보며 조태희는 만족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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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6화

“지천아, 저 녀석은 분명 초청장이 없을 거야.”황현호가 옆에서 불을 지폈다.“내가 아까 여기 올 때 입구에서 초청장을 잃어버렸다고 하는 사람을 봤어. 아마 저 녀석이 훔쳐 간 거겠지.”그 말을 들은 양지천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양씨 가문의 초청장을 훔친 것은 절대 가벼운 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이에 진서준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대응했다.“초청장이라면 여기 있어.”그러고는 금박이 새겨진 초청장을 바닥에 던졌다.초청장이 바닥에 떨어지는 모습을 보자 양지천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자기에게 그 초청장을 직접 줍게 하는 것은 양지천의 얼굴에 귀싸대기를 날리는 것 같은 모욕이나 다름없었다.“주워!”양지천은 분노를 터뜨리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초청장을 원해서 줬더니 이젠 나더러 주우라고 해? 사람을 괴롭혀도 정도껏 해야 하지 않겠나?”진서준이 미소를 거두며 양지천을 노려보았다.“정도껏 해야 한다고?”양지천은 진서준의 말에 기가 막혀 헛웃음이 나왔다.진서준을 마음껏 무시하면 뭐 또 어쩔 건데? 양씨 가문은 충분히 그럴 만한 능력이 있었다.“마지막으로 말할게. 얼른 주워!”분노한 양지천은 이를 악물고 치아 사이로 겨우 말을 내뱉었다.조민영은 상황이 심각해지자 초청장을 줍기 위해 달려가려 했다.조민영은 세상 물정을 잘 모르지만 이 팽팽한 분위기만은 알아챌 수 있었다.진서준이 지금 굴복하지 않으면 양씨 가문뿐만 아니라 조태희와 황현호까지 모두 진서준을 공격할 상황이었다.과거 진서준이 장릉 마을에서 조민영을 구해준 적이 있었으니 이제 조민영이 선뜻 나서서 진서준의 편을 들어줄 차례였다.“민영아!”조태희는 딸이 진서준을 도와 초청장을 주우려 하자 얼굴이 창백해졌다.그러나 조민영이 초청장을 줍기 전에 진서준이 먼저 그녀의 손을 잡아 막았다.“민영 씨, 이 일엔 나서지 마세요.”“아저씨, 이 사단은 저 때문에 생긴 거잖아요. 제 탓으로 아저씨가 억울한 일을 당하게 할 순 없어요...”조민영은 울먹이며 진심을 전했다.“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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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7화

노인이 다가오자 양지천은 마음속 분노를 억누르며 공손하게 말했다.“나 할아버지, 수고 좀 해 주십시오.”조태희는 노인을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분명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러다 갑자기 조태희의 눈에 공포가 스쳤다.“나영진이네!”무인에 대해 잘 모르는 황현호는 조태희의 말에 고개를 돌려 물었다.“태희 삼촌, 나영진이 누구예요?”조태희는 차가운 숨을 들이쉬며 눈앞의 노인에 관해 설명했다.“이분이 바로 나영진 노인이야. 20년 전, 나영진 노인은 사급 대종사였지. 그때 사급 대종사에 불과한 나영진 노인은 북쪽 지역 같은 등급 대종사들을 반쯤 쓸어버렸어. 당시 동북에서 두 번째로 잘 나가는 명문대가라 불리던 심씨 가문이 있었는데, 그 집안 사람 서른여섯 명이 하룻밤 사이에 전부 숨졌어. 그 후 국안부에서 조사단을 파견했으나 결국 아무런 결과도 내놓지 못했어. 하지만 당시 관계자들의 말로는 나영진 노인이 한 짓이라고 했었지. 그 일이 있은 뒤로 나영진 노인은 흔적을 감추고 다시는 아무런 소식도 들을 수 없었어.”조태희는 심씨 가문의 한 청년과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이 사건이 더욱 기억에 남았다.심씨 가문의 실력은 조씨 가문에 미치지 못했지만 동북에서 조씨 가문을 제외한 최고의 가문이었다.나영진이 혼자서 심씨 가문 전체를 없앨 수 있으니 그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그리고 20여 년이란 시간이 흘렀으니 아마도 나영진의 실력은 더욱 강해졌을 것이다.나영진은 조태희를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아직도 내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네.”조태희는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나영진 노인, 부디 이따가 제 딸이 다치지 않게 해 주십시오.”나영진은 시선을 거두며 차분히 말했다.“최대한 여자애를 다치지 않게 해주마.”하룻밤 사이에 심씨 가문의 서른여섯 명을 죽인 나영진이 절대 선한 마음을 가진 신사일 리가 없었다.조태희가 이 연회장에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조민영도 나영진에게 목숨을 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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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8화

“황 도련님과 양 도련님도 있는데 누가 감히 깽판을 치는 거지?”“세상에! 여기는 양 어르신 생일 연회장이잖아. 손대는 놈은 미친 게 분명해.”“저기 봐, 조씨 가문 가주도 저 자리에 있어. 우리도 빨리 가서 구경하자.”대다수 하객이 신기한 장면에 끌려 몰려들었다.양지천과 황현호는 진서준의 귀싸대기를 맞아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고 이빨도 몇 개나 빠졌다.“나 할아버지, 저 녀석 당장 죽여버려요! 갈기갈기 찢어주세요!”양지천은 배수정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나 분노 때문에 심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조금 전의 점잖은 신사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나영진의 얼굴도 싸늘해졌다.나영진의 앞에서 양지천에 귀싸대기를 날리다니, 이건 나영진을 무시하는 도발 행위로 간주했다.“꼬맹이가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나영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전력을 다해 움직였다.이 무례한 녀석을 한 방에 죽여버리고 더 이상 소란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것이었다.나영진의 모습이 모두의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짙은 밤하늘에 하얀 표범 한 마리가 나타나더니 하얀 번개처럼 신속하게 진서준을 향해 돌진했다.표범이 지나가는 곳마다 밤하늘이 찢어지는 듯했고 만물의 왕처럼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하는 흰 점박이 표범은 위엄 있게 진서준에게 달려들었다.하늘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장면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몇몇 무인들은 나영진의 흰 표범에 깃든 강력한 기운을 바로 감지했는데 그 기운은 전차도 산산조각 낼 정도였다.“칠급 대종사네.”공포스러운 나영진에 맞선 진서준은 손을 앞으로 뻗었다.그러자 밤하늘에서 얇고 투명한 청색의 빛이 번쩍이며 지나가더니 천상의 힘을 가진 참선검이 진서준의 손에 떨어졌다.진서준은 체내의 영기를 다루어 천천히 참선검에 담았다.담청색 칼날의 참선검은 이 순간 눈부신 금빛을 내뿜으며 연회장을 한낮처럼 밝게 비췄다.진서준은 참선검을 들고 그 흰 표범을 마주 보았다.“아저씨, 조심해요...”조민영 일행은 이미 20미터나 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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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9화

진서준과 나영진이 동시에 상처를 입고 날아가는 걸 본 하객들은 전부 아연실색했다.“나영진이 칠급 대종사인데 어떻게 40대 중년 남자한테 저렇게 크게 다칠 수 있지? 설마 저 남자도 칠급 대종사란 말인가?”“세상에, 예전에 국안부에 등장한 진서준 하나만으로도 충격적인데, 어디서 또 이런 괴물이 나타난 거지고?”“그러고 보니 최근에 진 마스터에 대한 소식이 전혀 없지 않아? 혹시 누군가에게 당한 거 아니야?”봉호전 이후로 진서준은 증발한 듯 사라졌고 어떤 정보도 남기지 않았다.진서준이 사라지자 세간의 명문대가들은 혼란에 빠졌다.어떤 이들은 진서준이 전설 속의 무인에게 제자로 받아들여져 수련에 몰두하고 있을 거라고 예측했다.또 다른 이들은 진서준이 실력이 강한 대종사에게 살해당했다고 의심했다.나무가 크면 바람도 거세게 불기 마련이니, 이 예측도 일리가 있었다.질투심이 강한 선배 대종사들은 이런 절세의 천재가 떠오르는 걸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다만 진서준이 사라진 상황에서 새로운 중년 남자가 등장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대체 요즘 들어 왜 이렇게 대한민국에서 괴물 같은 인재들이 쏟아져 나오는 건지 알 수 없었다.양지천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웠다.나영진이 단번에 진서준을 제압하지 못했을뿐더러 이렇게 큰 소란을 일으켜버렸으니, 양지천의 계획이 뒤틀어지고 말았다.만약 이 상황이 할아버지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분명히 연회장 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꾸중을 듣게 될 터였다.한편, 이 상황을 구경하던 조태희는 진서준의 실력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역시 신농의 시험을 통과할 만한 사람이었네...”조태희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진서준을 보며 눈에서 한 줄기 빛이 스쳤다.이 남자가 나이만 10살 정도 더 젊었다면 딸 조민영을 시집보냈을 것이다.하지만 이 남자가 자기와 나이가 비슷하니 그저 아쉽기만 했다.나영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진서준을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고수들 간의 승부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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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0화

나영진이 크게 상한 걸 확인한 양재민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양씨 가문의 맹수 같은 대종사인 나영진의 실력을 양재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대한미국 전역에서도 팔급 이상의 대종사만이 나영진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었다.양재민의 시선이 천천히 진서준에게로 옮겨졌다.“응?”약삭빠르기로 유명한 양재민마저도 눈썹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한낱 40대 중년 남자가 나영진을 이토록 다치게 하다니, 이 인물은 앞으로 탄탄대로만 달릴 게 분명했다.“할아버지, 저 남자가 연회장에 몰래 들어와 황현호와 충돌이 있었어요. 제가 몇 번을 경고했건만 듣지 않고 오히려 양씨 가문이 쓰레기라고 비웃더군요... 그래서 제가참다 못해 나 할아버지를 불러서 저 남자를 내쫓으려고 했어요.”양지천은 곧장 진서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양재민은 양지천의 해명을 듣고 그를 차갑게 쏘아보았다.그 시선에 양지천은 심장이 반쯤 얼어붙는 느낌이었다.“오늘 이 자리에 있는 손님은 모두 귀한 손님이야. 몰래 들어왔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아.”양재민은 한숨을 내쉬며 한마디 보탰다.“지천아, 정말 실망스럽구나.”양지천은 고개를 푹 떨구고 등 뒤로 숨긴 손은 주먹을 꽉 쥐었다.지금 양지천은 진서준을 죽도록 증오하고 있었다.진서준만 아니었다면 이렇게 할아버지에게 질책당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손님, 성함을 여쭈어도 되겠어요?”양재민은 평화로운 어조와 함께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양재민의 말투에 주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양재민이 양씨 가문을 대표해서 이 남자에게 머리를 숙인다는 것인가?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리가 없었다.나영진이 강하긴 해도 양씨 가문의 최강 대종사는 아니었다.게다가 양씨 가문 안에 전설적인 존재인 지선도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김평안입니다.”주변 사람들이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진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진서준의 이름을 듣자 사람들은 하나같이 눈살을 찌푸렸다.“이름이 낯설군. 들어본 적이 없는데?”“성씨가 김이라니... 혹시 강남 김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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