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136화

작가: 무가
“지천아, 저 녀석은 분명 초청장이 없을 거야.”

황현호가 옆에서 불을 지폈다.

“내가 아까 여기 올 때 입구에서 초청장을 잃어버렸다고 하는 사람을 봤어. 아마 저 녀석이 훔쳐 간 거겠지.”

그 말을 들은 양지천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

양씨 가문의 초청장을 훔친 것은 절대 가벼운 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에 진서준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대응했다.

“초청장이라면 여기 있어.”

그러고는 금박이 새겨진 초청장을 바닥에 던졌다.

초청장이 바닥에 떨어지는 모습을 보자 양지천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

자기에게 그 초청장을 직접 줍게 하는 것은 양지천의 얼굴에 귀싸대기를 날리는 것 같은 모욕이나 다름없었다.

“주워!”

양지천은 분노를 터뜨리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초청장을 원해서 줬더니 이젠 나더러 주우라고 해? 사람을 괴롭혀도 정도껏 해야 하지 않겠나?”

진서준이 미소를 거두며 양지천을 노려보았다.

“정도껏 해야 한다고?”

양지천은 진서준의 말에 기가 막혀 헛웃음이 나왔다.

진서준을 마음껏 무시하면 뭐 또 어쩔 건데? 양씨 가문은 충분히 그럴 만한 능력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말할게. 얼른 주워!”

분노한 양지천은 이를 악물고 치아 사이로 겨우 말을 내뱉었다.

조민영은 상황이 심각해지자 초청장을 줍기 위해 달려가려 했다.

조민영은 세상 물정을 잘 모르지만 이 팽팽한 분위기만은 알아챌 수 있었다.

진서준이 지금 굴복하지 않으면 양씨 가문뿐만 아니라 조태희와 황현호까지 모두 진서준을 공격할 상황이었다.

과거 진서준이 장릉 마을에서 조민영을 구해준 적이 있었으니 이제 조민영이 선뜻 나서서 진서준의 편을 들어줄 차례였다.

“민영아!”

조태희는 딸이 진서준을 도와 초청장을 주우려 하자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러나 조민영이 초청장을 줍기 전에 진서준이 먼저 그녀의 손을 잡아 막았다.

“민영 씨, 이 일엔 나서지 마세요.”

“아저씨, 이 사단은 저 때문에 생긴 거잖아요. 제 탓으로 아저씨가 억울한 일을 당하게 할 순 없어요...”

조민영은 울먹이며 진심을 전했다.

“억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37화

    노인이 다가오자 양지천은 마음속 분노를 억누르며 공손하게 말했다.“나 할아버지, 수고 좀 해 주십시오.”조태희는 노인을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분명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그러다 갑자기 조태희의 눈에 공포가 스쳤다.“나영진이네!”무인에 대해 잘 모르는 황현호는 조태희의 말에 고개를 돌려 물었다.“태희 삼촌, 나영진이 누구예요?”조태희는 차가운 숨을 들이쉬며 눈앞의 노인에 관해 설명했다.“이분이 바로 나영진 노인이야. 20년 전, 나영진 노인은 사급 대종사였지. 그때 사급 대종사에 불과한 나영진 노인은 북쪽 지역 같은 등급 대종사들을 반쯤 쓸어버렸어. 당시 동북에서 두 번째로 잘 나가는 명문대가라 불리던 심씨 가문이 있었는데, 그 집안 사람 서른여섯 명이 하룻밤 사이에 전부 숨졌어. 그 후 국안부에서 조사단을 파견했으나 결국 아무런 결과도 내놓지 못했어. 하지만 당시 관계자들의 말로는 나영진 노인이 한 짓이라고 했었지. 그 일이 있은 뒤로 나영진 노인은 흔적을 감추고 다시는 아무런 소식도 들을 수 없었어.”조태희는 심씨 가문의 한 청년과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이 사건이 더욱 기억에 남았다.심씨 가문의 실력은 조씨 가문에 미치지 못했지만 동북에서 조씨 가문을 제외한 최고의 가문이었다.나영진이 혼자서 심씨 가문 전체를 없앨 수 있으니 그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그리고 20여 년이란 시간이 흘렀으니 아마도 나영진의 실력은 더욱 강해졌을 것이다.나영진은 조태희를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아직도 내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네.”조태희는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나영진 노인, 부디 이따가 제 딸이 다치지 않게 해 주십시오.”나영진은 시선을 거두며 차분히 말했다.“최대한 여자애를 다치지 않게 해주마.”하룻밤 사이에 심씨 가문의 서른여섯 명을 죽인 나영진이 절대 선한 마음을 가진 신사일 리가 없었다.조태희가 이 연회장에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조민영도 나영진에게 목숨을 잃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38화

    “황 도련님과 양 도련님도 있는데 누가 감히 깽판을 치는 거지?”“세상에! 여기는 양 어르신 생일 연회장이잖아. 손대는 놈은 미친 게 분명해.”“저기 봐, 조씨 가문 가주도 저 자리에 있어. 우리도 빨리 가서 구경하자.”대다수 하객이 신기한 장면에 끌려 몰려들었다.양지천과 황현호는 진서준의 귀싸대기를 맞아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고 이빨도 몇 개나 빠졌다.“나 할아버지, 저 녀석 당장 죽여버려요! 갈기갈기 찢어주세요!”양지천은 배수정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나 분노 때문에 심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진서준을 노려보았다.조금 전의 점잖은 신사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나영진의 얼굴도 싸늘해졌다.나영진의 앞에서 양지천에 귀싸대기를 날리다니, 이건 나영진을 무시하는 도발 행위로 간주했다.“꼬맹이가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나영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전력을 다해 움직였다.이 무례한 녀석을 한 방에 죽여버리고 더 이상 소란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것이었다.나영진의 모습이 모두의 시선 속에서 사라졌다.짙은 밤하늘에 하얀 표범 한 마리가 나타나더니 하얀 번개처럼 신속하게 진서준을 향해 돌진했다.표범이 지나가는 곳마다 밤하늘이 찢어지는 듯했고 만물의 왕처럼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하는 흰 점박이 표범은 위엄 있게 진서준에게 달려들었다.하늘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장면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몇몇 무인들은 나영진의 흰 표범에 깃든 강력한 기운을 바로 감지했는데 그 기운은 전차도 산산조각 낼 정도였다.“칠급 대종사네.”공포스러운 나영진에 맞선 진서준은 손을 앞으로 뻗었다.그러자 밤하늘에서 얇고 투명한 청색의 빛이 번쩍이며 지나가더니 천상의 힘을 가진 참선검이 진서준의 손에 떨어졌다.진서준은 체내의 영기를 다루어 천천히 참선검에 담았다.담청색 칼날의 참선검은 이 순간 눈부신 금빛을 내뿜으며 연회장을 한낮처럼 밝게 비췄다.진서준은 참선검을 들고 그 흰 표범을 마주 보았다.“아저씨, 조심해요...”조민영 일행은 이미 20미터나 뒤로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39화

    진서준과 나영진이 동시에 상처를 입고 날아가는 걸 본 하객들은 전부 아연실색했다.“나영진이 칠급 대종사인데 어떻게 40대 중년 남자한테 저렇게 크게 다칠 수 있지? 설마 저 남자도 칠급 대종사란 말인가?”“세상에, 예전에 국안부에 등장한 진서준 하나만으로도 충격적인데, 어디서 또 이런 괴물이 나타난 거지고?”“그러고 보니 최근에 진 마스터에 대한 소식이 전혀 없지 않아? 혹시 누군가에게 당한 거 아니야?”봉호전 이후로 진서준은 증발한 듯 사라졌고 어떤 정보도 남기지 않았다.진서준이 사라지자 세간의 명문대가들은 혼란에 빠졌다.어떤 이들은 진서준이 전설 속의 무인에게 제자로 받아들여져 수련에 몰두하고 있을 거라고 예측했다.또 다른 이들은 진서준이 실력이 강한 대종사에게 살해당했다고 의심했다.나무가 크면 바람도 거세게 불기 마련이니, 이 예측도 일리가 있었다.질투심이 강한 선배 대종사들은 이런 절세의 천재가 떠오르는 걸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다만 진서준이 사라진 상황에서 새로운 중년 남자가 등장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대체 요즘 들어 왜 이렇게 대한민국에서 괴물 같은 인재들이 쏟아져 나오는 건지 알 수 없었다.양지천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웠다.나영진이 단번에 진서준을 제압하지 못했을뿐더러 이렇게 큰 소란을 일으켜버렸으니, 양지천의 계획이 뒤틀어지고 말았다.만약 이 상황이 할아버지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분명히 연회장 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꾸중을 듣게 될 터였다.한편, 이 상황을 구경하던 조태희는 진서준의 실력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역시 신농의 시험을 통과할 만한 사람이었네...”조태희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진서준을 보며 눈에서 한 줄기 빛이 스쳤다.이 남자가 나이만 10살 정도 더 젊었다면 딸 조민영을 시집보냈을 것이다.하지만 이 남자가 자기와 나이가 비슷하니 그저 아쉽기만 했다.나영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진서준을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어떻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고수들 간의 승부는 한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40화

    나영진이 크게 상한 걸 확인한 양재민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양씨 가문의 맹수 같은 대종사인 나영진의 실력을 양재민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대한미국 전역에서도 팔급 이상의 대종사만이 나영진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었다.양재민의 시선이 천천히 진서준에게로 옮겨졌다.“응?”약삭빠르기로 유명한 양재민마저도 눈썹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한낱 40대 중년 남자가 나영진을 이토록 다치게 하다니, 이 인물은 앞으로 탄탄대로만 달릴 게 분명했다.“할아버지, 저 남자가 연회장에 몰래 들어와 황현호와 충돌이 있었어요. 제가 몇 번을 경고했건만 듣지 않고 오히려 양씨 가문이 쓰레기라고 비웃더군요... 그래서 제가참다 못해 나 할아버지를 불러서 저 남자를 내쫓으려고 했어요.”양지천은 곧장 진서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양재민은 양지천의 해명을 듣고 그를 차갑게 쏘아보았다.그 시선에 양지천은 심장이 반쯤 얼어붙는 느낌이었다.“오늘 이 자리에 있는 손님은 모두 귀한 손님이야. 몰래 들어왔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아.”양재민은 한숨을 내쉬며 한마디 보탰다.“지천아, 정말 실망스럽구나.”양지천은 고개를 푹 떨구고 등 뒤로 숨긴 손은 주먹을 꽉 쥐었다.지금 양지천은 진서준을 죽도록 증오하고 있었다.진서준만 아니었다면 이렇게 할아버지에게 질책당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손님, 성함을 여쭈어도 되겠어요?”양재민은 평화로운 어조와 함께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양재민의 말투에 주변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양재민이 양씨 가문을 대표해서 이 남자에게 머리를 숙인다는 것인가?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리가 없었다.나영진이 강하긴 해도 양씨 가문의 최강 대종사는 아니었다.게다가 양씨 가문 안에 전설적인 존재인 지선도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김평안입니다.”주변 사람들이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진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진서준의 이름을 듣자 사람들은 하나같이 눈살을 찌푸렸다.“이름이 낯설군. 들어본 적이 없는데?”“성씨가 김이라니... 혹시 강남 김씨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41화

    이 순간, 모든 사람은 눈앞의 이 중년 남자가 죽고 싶어 환장한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어찌 목숨뿐이겠는가!양씨 가문은 대한민국의 가문 중에서도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가문이다.얼마나 많은 무인이 양씨 가문의 공양이 되려고 하는지 감히 셀 수 없다.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김평안이라는 중년의 남자는 감히 양씨 가문이 이 네 글자와 어울릴 자격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그가 지선이라도 된다는 말인가!설령 지선이라고 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양씨 가문이 자격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이때, 양지천의 누그러졌던 마음은 다시 끓어오르기 시작했다.‘김평안, 이 거만하기 짝이 없는 인간아! 감히 우리 할아버지 앞에서 양씨 가문이 이 네 글자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다니. 그 어리석은 광기가 곧 너를 해칠 것이다!’“김평안 씨 지금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기나 합니까?”양재민은 한 음절 한 음절 딱딱 끊어가며 말을 하고는 차디찬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양씨 가문은 자격이 없다고?그렇다면 대한민국에서 대체 어느 가문이 자격이 있단 말인가!“당연히 알고 있습니다.”진서준의 놀랍도록 차분한 얼굴에서는 그 어떤 당황한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양지천과 황현호가 먼저 일을 벌인 이상 진서준은 아예 일을 더 크게 벌여 그들을 쉽게 놔주지 않을 심산이었다.당시 진서준의 부모를 죽인 사람 중에는 양씨 가문 사람도 있었다.그러니 진서준이 양씨 가문에 대해 일말의 호감도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오늘 양재민의 생일 축하 파티를 크게 연 것도 진서준의 예상대로였다.“그럼 우리 양씨 가문이 대한민국에서의 세력도 알고 있습니까?”양재민이 계속해서 물었다.“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양씨 가문의 세력은 전국 곳곳에 퍼져있지 않습니까. 진씨 가문, 은씨 가문, 임씨 가문과 함께 대한민국 4대 가문이라고 불리죠.”진서준은 차분하게 대답했다.“우리 양씨 가문의 세력을 알고 있으면서도 감히 양씨 가문이 자격이 없다고 떠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42화

    “이 외국인 여자는 누구야? 난 왜 한반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지?”“모르겠어. 설마 다른 나라의 공주라도 되는 걸까?”한 청년이 농담했다.다른 사람은 엘리사를 모를지언정 양재민은 그녀를 안다.양재민은 4대 가문의 가주로서 당연히 알고 있는 일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많았다.용란의 공주 엘리사가 진서준을 위해 사정하는 것을 본 양재민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엘리사 공주님, 이 사람이 공주님과 무슨 관계인지 모르겠습니다만?”양재민이 이 금발의 여인을 부르는 칭호를 듣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은 경악했다.진짜 공주였다니!“이 사람은 제 친구의 친구예요.”엘리사가 해석했다.진서준이 엘리사를 구해줬었고 김평안은 진서준의 친구였기에 엘리사는 나서게 된 것이었다.“친구의 친구라고 하셨습니까?”양재민의 눈살은 더 심하게 찌푸려졌다.“엘리사 공주님, 부디 제가 공주님의 체면을 차려주지 않는다고 말씀하지 마십시오. 만약 이 사람이 공주님의 친구라면 저는 이 사람을 살려줄 겁니다.”“하지만 단지 친구의 친구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공주님은 빨리 이 일에서 손을 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양씨 가문은 이 용란 공주를 차마 건드리지 못했다.하지만 양재민도 엘리사가 이렇게 쉽게 사람을 빼갈 생각이라면 순순히 허락할 리 없었다.엘리사도 양재민이 본인에게 공주로서의 체면을 생각해주지 않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양 가주님, 만약 제가 이 사람을 데리고 가게 해준다면 우리 용란 제국이 양씨 가문에 인정으로 신세를 한 번 지는 거로 할게요. 어떤가요?”용란 제국의 공주라니.듣고 있던 사람들은 다시 한번 경악했다.게다가 그들은 용란 제국에 공주가 있다는 사실도 처음 들었다.하지만 이 엘리사 공주도 여간 미친 게 아니었다.용란 제국의 인정으로 친구의 친구를 지키다니.진서준도 의아하긴 마찬가지였다.그저 한번 본 인연에 불과한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양재민은 심호흡으로 마음속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잠재웠다.“좋습니다. 그럼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43화

    용란 공주에 이어 국안부의 호국장군까지 진서준을 보호하러 왔다.게다가 진서훈은 다국적 무도 교류전까지 언급하였다.양재민은 아무리 화가 나고 진서준이 꼴 보기 싫어도 지금은 그를 건드릴 수 없었다.다국적 무도 교류전은 대한민국의 명예가 걸린 일이었기에 상무각의 몇몇 위원들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만약 양씨 가문 때문에 이 중요한 일에 차질이라도 생긴다면 단언컨대 양재민도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양씨 가문은 4대 가문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가문이었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자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는 수밖에 없었다.“알겠습니다. 그럼 이번만큼은 국안부의 체면을 생각해 이쯤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번뿐만입니다!”양재민은 냉정하게 말했다.“만약 다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때는 그 누구의 체면도 안중에 두지 않을 것입니다!”진서훈은 허허 웃으며 대답했다.“절대 다음은 없도록 하겠다. 너희 양씨 가문에서도 이해할 거라 믿는다.”“흥!”양재민은 코웃음을 치고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그 자리에 있던 다른 권력자들도 양재민이 떠나자 흥미가 떨어졌다.결국 조민영과 진서훈 그들만이 남았다.“엘리사 공주님, 감사합니다.”진서준은 엘리사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괜찮습니다. 은혜를 갚고 싶으시면 진서준 씨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세요.”엘리사는 장난스럽게 웃었다.진서준은 잠깐 생각하고는 이미 꺼진 핸드폰의 전화번호를 엘리사에게 알려주었다.엘리사는 전화번호를 얻고는 대단한 금은보화라도 얻은 것처럼 두 눈이 반달 모양으로 휘어지게 웃었다.멀리 나가지 않은 배수정도 진서준과 엘리사의 대화를 들었다.배수정은 걸음을 늦추고 엘리사를 기다렸다.“엘리사 공주님, 진서준 씨를 아세요?”엘리사가 다가오자 배수정이 물었다.“네. 수정 씨도 진서준 씨를 아세요?”엘리사가 웃으며 물었다.“알아요. 근데 좋기는 그 사람과 너무 가까이 지내지 마세요. 안 그러면 공주님만 다치게 될 수도 있어요.”배수정은 단지 선의의 마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44화

    진서훈은 조용히 한숨을 내뱉었다.진요한을 죽인 사람들은 악마와 같은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진서준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그 사람들을 죽이려면 우선 천의방에 들어가야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그럼 제가 실력이 충분히 성장한 다음 저에게 알려주세요.”진서준이 말했다.“그러고 보니 지금은 왜 아까 양씨 가문에서처럼 날뛰지 않는 것이냐?”진서훈은 진서준이 당장 그 사람들의 이름을 말하라고 할 줄 알았으나 얌전한 그의 태도에 의외라고 생각했다.“제가 양씨 가문에서 그렇게 횡포를 부릴 수 있었던 것은 할아버지 덕분입니다.”진서준은 허허 웃었다.“너 이 녀석! 이젠 할아버지도 이용하는구나!”진서훈은 쓴웃음을 지었다.“됐다. 내일 밤에 사람을 보내 너를 데려오겠으니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어라.”“할아버지, 부디 살펴 가십시오!”진서준은 발걸음을 옮겼다.양재민의 생일 연회에서 진서준이 하도 일을 크게 벌여놓은지라 양씨 집안 전체의 분위기도 가라앉았다.오늘 밤의 일이 당장 내일이라도 전국에 퍼질까 두려웠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양씨 가문이 엄청난 수치를 당한 건 아니었다.무려 용란 공주와 현천진군이 모두 진서준을 지키러 왔단 말이다.양재민은 감히 호국장군의 체면을 깎을 수는 없었다.밤이 깊어지고 연회가 끝나 귀빈들도 모두 돌아간 후에 양재민은 양지천을 자신의 앞으로 불렀다.“꿇거라!”양재민은 낮게 읊조렸다.털썩...양지천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양재민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왜 무릎을 꿇으라 했는지 알고 있느냐?”“알고 있습니다. 제가 양씨 가문이 모욕을 당하게 했기 때문입니다.”양지천은 이를 깨물며 말했다.“틀렸다!”양재민은 차디찬 눈빛으로 양지천을 바라보았다.“이런 네가 사람들에게 지혜로운 도련님이라고 불리다니! 네가 오늘 밤 황현호 그 자식에게 이용당한 건 알고나 있느냐?”사실 오늘 밤의 일은 모두 황현호 때문에 일어난 것이었다.만약 황현호가 찾아와 진서준을 건드리지만 않았어도 오늘 밤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최신 챕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58화

    “두 분이 아니었으면 제 딸은 지금쯤...”유기명은 두 사람에게 연신 감사의 뜻을 표했다.“유정은 제 동생입니다. 제 동생이 독충 때문에 위독하다고 하니 당연히 최선을 다해 치료해야죠.”진서준은 확고한 목소리로 말했다.“주 신의님, 날도 어두워졌는데 오늘은 우리 집에 머무세요. 내일은 제가 두 분을 위해 성대한 연회를 열겠습니다.”유기명은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고 주두준에게 권유했다.“좋아요, 그럼 나도 사양하지 않겠습니다.”주두준은 유기명의 호의를 받아들였다.비록 유정의 병은 주두준이 치료한 게 아니지만 그의 독충 덕분에 진서준이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오빠, 어떻게 여기 왔어요?”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유정은 진서준을 보고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내가 오늘 안 왔으면 널 다시 볼 수 없었을 거야.”진서준은 따뜻한 눈빛으로 유정을 보며 말했다.“너도 참 답답해, 독충 때문에 고통받는데 왜 더 빨리 내게 말하지 않았어?”“오빠에게 방해될까 봐 그랬어요...”유정은 진서준이 혹여 자기를 나무랄까 봐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네 목숨을 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없어.”진서준은 유정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넌 서라랑 똑같은 내 가족, 내 동생이야.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 반드시 가장 빠른 속도로 내게 연락해야 해, 알겠어?”진서준의 부드러운 말투와 걱정 어린 말에 감동을 받은 유정은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알겠어요, 오빠.”“좋아, 아직 몸이 좀 허약한 상태니까 일찍 쉬어.”“오빠, 내일 떠나지 않겠죠?”유정은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유정은 자기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진서준이 사라지는 게 두려웠다.왜냐하면 유정은 너무 오랫동안 진서준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당연하지, 너희 집에서 좀 더 있을 거야.”“그렇다면 다행이에요.”진서준이 웃으며 대답하자 유정은 그제야 시름 놓고 편안히 잠들 수 있었다.유정이 잠든 후에야 진서준은 자리를 떠났다.유기명과 유기태는 문 앞에서 진서준을 기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57화

    본래는 흰색이었던 그 독충이 진서준의 영결에 맞고 난 후 눈에 띄게 빨갛게 변하기 시작했다.“응? 이게 뭐지?”난생처음 보는 장면에 주두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의아해했다.진서준은 별다른 설명 없이 빨갛게 변한 독충을 유정의 입에 넣어주었다.유기명이 불안한 마음으로 물었다.“진서준, 확실히 치료할 수 있겠어?”방금 주두준이 두 번이나 실패한 걸 직접 목격한 유기명은 더 이상 희망을 품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사실 진서준이 치료한다고 해도 유기명은 확신이 없었다.주두준은 독충술에 대해 오랫동안 깊은 연구를 해온 사람이었다.진서준은 의술에 능했지만 독충술은 또 다른 문제였다.본래 서로 다른 분야는 격차가 심했고 특히 이 두 분야는 하늘과 땅 사이의 차이가 나는 두 분야였다.“확신이 없으면 저도 치료에 나서지 않을 겁니다.”진서준은 평온한 말투로 담담하게 말했다.진서준은 가족의 목숨을 갖고 장난칠 사람이 아니었다.비록 의동생이긴 하지만 진서준은 이미 유정을 친동생처럼 여기고 있었다.“좋아, 그럼 부탁할게.”유기명은 이를 악물며 부탁했다.“은침을 주세요.”진서준이 갑자기 입을 열자 주두준은 본인의 은침을 진서준에게 건넸다.은침을 받은 진서준은 즉시 유정의 건리, 음교, 석문 세 곳에 정확하게 찔렀다.독충이 진서준이 원하는 자리에 도착했다고 추측한 진서준은 다시 영결을 그리기 시작했다.따뜻한 기운이 유정의 체내에서 흐르기 시작했다.3분이 채 지나지 않아 유정의 몸에서 차가운 기운이 눈에 띄게 빠져나갔다.조금 전까지 차갑기만 하던 유정의 몸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고 얼굴에 생기가 보이더니 호흡도 힘차졌다.주위 사람들의 경악이 가득한 시선 속에서 유정은 갑자기 눈을 떴다.“세상에... 이렇게 바로 깨어났다고?”다들 입을 떡 벌린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깜박였다.방금 신의 주두준이 유정을 살리기 위해 그렇게 애썼지만 결국은 해내지 못했다.하지만 지금 이 청년이 단지 침술을 이용해 그 어려운 일을 해낸 것이다.게다가 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56화

    “유 가주님, 아까 말했듯이 가주님 따님은 이미 병이 몸에 너무 침투되어 회복 불가능합니다. 누구도 치료할 수 없을 겁니다.”주두준은 참지 못하고 냉랭하게 말했다.“주 신의님, 이분은 저희 대한민국에서 보기 드문 천재입니다. 이분 의술은 성약당 당주도 감히 초월하지 못한다고 할 정도입니다.”유기명은 서둘러 진서준을 소개했다.“아이고, 그러세요?”주두준은 유기명의 말이 우스웠다.“이 사람 의술이 정말 가주님 말처럼 뛰어나다고 해도 가주님 따님을 구할 수 없을 겁니다. 가주님 따님이 걸린 건 독충입니다. 평범한 침술로는 어림도 없죠. 내가 기른 팔곡 독충도 이미 체내에서 죽었습니다. 그만큼 가주님 따님 체내 얼음 독충이 강력하다는 증거입니다.”이 말은 절대 주두준이 과장한 게 아니었다.유정의 체내에 있는 얼음 독충은 그 위력이 대단했다.주두준이 10여 년을 기른 팔곡 독충은 본래 묘강 지역에서 기르는 독충을 상대하기 위해 키운 것이다.그런데 이제 그 팔곡 독충마저 죽어버렸는데 이렇게 젊은 청년이 과연 뭘 할 수 있단 말인가?진서준은 주두준의 말을 무시하고 유정의 맥을 자세히 짚기 시작했다.시간이 지날수록 진서준의 표정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진서준, 어때? 유정을 구할 방법이 있겠어?”유기명은 초조한 목소리로 물었다.“어르신, 혹시 다른 독충이 더 있나요?”진서준은 대답 대신 주두준을 쳐다보며 물었다.진서준의 의도를 알 수 없는 주두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뭘 하려고 그러는데?”“독충이 필요합니다.”진서준은 간결하고 강력하게 답했다.“하나 더 있긴 해. 근데 이 독충은 가주님 따님 얼음 독충에 대항할 수 없을 거야.”주두준은 솔직하게 말했다.“그냥 제게 주세요.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진서준의 말에 주두준은 상당해 불쾌했다.“이봐, 네가 내놓으라고 하면 내가 반드시 줘야 해? 난 이 독충을 몇 년 동안 온갖 정성을 들여 키운 거야. 근데 지금 네가 내놓으라고 하면 내가 시원하게 넘겨줄 것 같아?”독충을 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55화

    유정 체내의 독충이 묘주가 직접 기른 독충인지 아닌지 유기명이 알 리가 없었다.지금 유기명한테 중요한 건 딸을 과연 살릴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주 신의님, 지금 당장 제 딸을 구할 방법이 있습니까?”유기명이 가까스로 침착을 유지하며 물었다.“다시 시도해 보겠습니다.”주두준은 짧게 대답하며 은침을 들었다.그러고는 놀라운 속도로 유정의 족삼리, 용천, 명문 등 세 주요 혈 자리에 침을 놓았다.일련의 동작이 유려하게 이어져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역시 신의님은 남다르군요. 이런 침술은 제가 평생 배워도 못 따라가겠네요.”“주 신의님께서 나섰으니 유씨 가문 아가씨 병은 틀림없이 완치될 겁니다.”“맞습니다. 주 신의님도 못 치료한다면 세상에 치료할 사람이 없을 겁니다.”방 안의 의사들이 한결같이 주두준을 아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하지만 그들의 칭찬이 주두준은 그다지 기쁘게 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더 큰 부담을 안겨주었다.만약 이 여자를 살리지 못하면 주두준의 명성에 치명타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침 세 개가 들어가자 유정의 사지에서 실낱같은 냉기가 흘러나오는 것이 보였다.“마지막 침!”주두준은 은침을 들어 유정의 정수리에 찔렀다.그 순간, 유정의 입에서 대량의 냉기가 뿜어져 나왔고 그 냉기가 방을 가득 채우며 실내 온도를 급격히 떨어뜨렸다.“주 신의님? 이걸로 끝난 겁니까?”유기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유기명은 아까처럼 또다시 희망을 품다가 크게 실망하는 게 두려웠다.“내 독충이 나오는 걸 봐야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주두준은 이번에는 아까처럼 자신감 있게 대답하지 못했다.침술을 하는 동안 주두준은 자기 독충이 반응이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평소 같으면 독충이 반드시 반응을 보였을 텐데 이번에는 너무 조용했다.주두준의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주두준의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1분이 지나도 독충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그때, 상태가 조금 좋아졌던 유정이 갑자기 격렬하게 기침하기 시작했다.“주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54화

    “모든 게 우연이야. 이번에 내가 임무를 수행하러 나갔을 때 마침 주 신의님께서 현지의 갑부 한 명을 치료하고 계셨어.”“그랬구나!”유기명은 기쁜 표정을 지으며 감탄했다.“주 신의님, 제 딸의 병은 신의님께 부탁드리겠습니다.”유기명은 주두준을 향해 한껏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지금 주두준은 유정을 살릴 유일한 희망이었다.유씨 가문의 가주로서 유기명은 당연히 주두준에게 최대한의 예의를 갖춰야 했다.주두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걱정 마세요. 내가 있는 한, 따님은 반드시 무사할 겁니다.”그 말을 듣자 유기명은 드디어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다.주두준은 곧장 다가가 유정의 맥을 짚기 시작했다.유정의 손목을 만지자마자 주두준은 한 줄기 차가운 기운을 느꼈다.30초 정도 지난 후, 주두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결론을 내렸다.“얼음 독충이군요.”“얼음 독충이 무엇이죠?”유기명이 서둘러 물었다.“이건 묘족 독충의 일종입니다. 이 독충에 걸린 사람은 온몸이 얼음처럼 차가워지죠. 근데 얼음 독충은 일반적인 독충과는 좀 다릅니다. 그 독충을 바로 죽여버리면 독에 걸린 환자가 한기가 일어나면서 즉시 얼어 죽게 되죠. 근데 제때 처리하지 않으면 환자 체내의 혈맥과 경맥이 조금씩 얼어붙게 될 겁니다. 지금 따님의 몸은 이미 3분의 2가 얼어붙은 상태입니다. 그 한기가 심장까지 퍼지면 설령 신선이 내려온다 해도 살릴 수 없을 겁니다.”주두준은 자세하게 유정의 독에 관해 설명했다.설명을 다 들은 유기명은 이를 악물며 분노에 차 말했다.“저 끔찍한 놈들! 이렇게 악랄한 짓을 하다니!”“유기철 그 자식은 정말 인간 말종이구나.”유기태 역시 냉정한 표정에 분노의 눈빛을 보였다.“주 신의님, 제 딸을 구할 방법이 있습니까?”유기명은 초조한 말투로 결정적인 질문을 던졌다.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유정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다.“조금 까다롭기는 하지만 내게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닙니다. 곧 치료를 시작하겠습니다.”주두준은 담담하게 웃으며 자신감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53화

    금도, 유씨 가문 장원.병상에 누워 있는 유정의 얼굴은 종이처럼 창백했고 기운이 없어 보였다.기름이 다 떨어진 등불처럼 생명력이 다해가는 모습이었다.유기명은 며칠째 잠을 자지 못하고 계속해서 유정 곁을 지키고 있었다.“유 아저씨, 잠시라도 쉬세요. 제가 유정을 돌볼게요.”진서라는 안타까운 마음에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잠이 오질 않아.”유기명은 고개를 저으며 비통한 얼굴로 대답했다.딸이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데 아버지인 유기명이 잠이 올 리가 없었다.“아저씨께서 건강을 챙기셔야 해요. 유정도 아저씨가 이렇게 지친 걸 보면 마음 아플 거예요.”진서라가 계속 설득했다.“내 딸이 너무 불쌍해!”유기명은 눈가가 붉어지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20년 넘게 실종됐던 딸이 이제 유씨 가문으로 돌아온 지 1년도 안 됐는데 묘강의 독에 당했다.생각만 해도 유기명은 분노와 원망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유기명은 그때 마음을 약하게 먹고 셋째 동생의 목숨을 살려줬던 걸 천추의 한으로 여겼다.그 실수 때문에 호랑이를 산에 풀어놓은 격이 되어 결국 유정을 위험에 빠뜨렸던 것이다.“서라야, 네 오빠에게 연락해야 할 것 같아.”유기명이 말문을 열자 진서라는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전화해 봤는데 연결이 되지 않았어요.”진서라는 유씨 가문에 처음 왔을 때, 유정이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진서준에게 연락하려 했다.하지만 진서준이 위험한 임무를 수행 중이라는 걸 떠올리자 혹여나 방해가 될까 봐 연락을 포기한 것이다.그 뒤 유씨 가문은 성약당의 장로들을 초청했으나 장로들조차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심지어 성약당 당주까지도 두 손을 놓고 말았다.결국 유기명은 막다른 길에 몰려 진서준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하늘이 정말 내 딸을 버리려는 건가...”유기명은 손으로 눈가의 눈물을 훔쳤다.주변에 서 있던 흰 가운을 입은 의사들은 전부 고개를 숙이며 죄책감을 감추지 못했다.이들은 서남 각지에서 모인 유명한 의학 전문가였으나 그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52화

    “제 의동생이 몹쓸 놈에게 중독되어 지금 당장 서남 지역으로 가서 독을 제거해야 합니다. 이제 제가 여유가 생기면 다시 여러분을 찾으러 오겠습니다.”진서준의 의동생이 중독되었다는 말을 듣자 병사들의 분노가 치솟았다.“어떤 미친놈이 진 교관님 의동생에게 독을 뿌린 겁니까? 우린 그놈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그 악당을 당장 처단해서 목숨으로 대가를 치르게 할 겁니다!”“진 교관님이 짐을 싸러 가야 하니 다들 길을 열어드려. 진 교관님이 지금 당장 떠나야 해.”고인권이 큰 소리로 외치자 병사들은 즉시 길을 내주었다.특전대 내 소란스러운 소리가 허윤진의 귀에 닿았다.진서준이 돌아온 걸 본 허윤진은 신난 표정으로 달려왔다.“진서준, 돌아왔어?”허윤진은 기쁨에 찬 얼굴로 맞이했지만 진서준은 그리 밝지 않은 표정으로 무겁게 말했다.“윤진아, 짐 챙겨. 오늘 밤 바로 떠날 거야.”“뭐? 왜?”허윤진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유정이 큰일을 당했어. 지금 바로 서남 지역으로 가야 해.”진서준이 진지한 말투로 소식을 전했다.“뭐라고? 유정이 사고를 당했다고? 왜 언니들이 전화 한 통 안 했던 거야?”허윤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투덜대자 진서준이 나름대로 추측했다.“내가 그 소식을 듣고 혼란스러워할까 봐 일부러 말하지 않은 것 같아.”“알겠어, 지금 바로 짐 챙길게.”두 사람은 각자 방으로 달려가 짐을 챙겼다.짐을 모두 챙기고 나서 진서준과 허윤진은 곧바로 공항으로 향했다.8대 특전대 병사 전원이 진서준을 배웅하기 위해 모였다.“진 교관님을 배웅합니다!”“진 교관님을 배웅합니다!”“진 교관님을 배웅합니다!”800여 명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기지에 울려 퍼졌다.이 강인하지만 귀여운 병사들을 바라보며 진서준은 헬기 문 앞에서 그들에게 거수경례했다.문이 닫히고 헬기는 천천히 상승해 서남쪽으로 향했다.“고인권, 우리도 진 교관님을 위해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8대 특전대의 사령관들이 한자리에 모이자 누군가가 제안했다.“독을 뿌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51화

    거의 한 시간을 기다리자 멀리서 헬리콥터가 한 대 날아왔다.진서준과 고인권이 헬리콥터에 탑승하자 고인권은 즉시 조종사에게 서둘러 설표 특전대 기지로 향하라고 재촉했다.그 시각, 설표 특전대 내부에는 다른 7대 특전대 병사들이 모여 있었다.다들 진서준이 설표 특전대에 가르쳐준 열풍권을 열심히 배우고 있었다.게다가 다들 진서준이 작성한 체질을 강화하는 처방전을 사용한 물에 몸을 담가 새롭게 거듭난 듯했다.모든 병사의 실력은 천지가 뒤바뀐 듯한 거대한 변화를 겪었다.이제 설표 특전대와 다시 맞붙는다면 누가 이길지 정말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런 경쟁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현재 그들은 오직 강해지기를 바랄 뿐이며 전신전을 초월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었다.“이제야 너희 설표 특전대가 왜 진 교관님을 그토록 존경하는지 알 것 같아.”이상아는 병사들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이상아도 진서준이 준 약제를 사용했는데, 직접 써보고 나서야 진서준의 대단함을 깨달았다.작은 약제 하나로 모두의 실력을 완전히 바꿔 놓다니, 직접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하지만 이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진 교관님은 우리 설표 특전대의 신이나 다름없어요. 그분이 없었으면 지금의 설표 특전대도 없었을 거예요.”여성 종사 고소연이 경외심이 가득한 얼굴로 자랑스럽게 말했다.“앞으로 우리도 설표 특전대에서 함께 지낼 거야. 훈련장 반만 나눠 주면 돼.” 이상아가 갑자기 말했다.“꿈도 꾸지 마세요.”박준명이 단칼에 거절했다.“이 훈련장은 우리가 훈련하기에도 부족할 지경인데 어떻게 그쪽에 줄 수 있겠어요?”“다 같은 식구잖아, 그렇게 박하게 굴지 마.”이상아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식구라도 안 됩니다. 우린 전신전 사람들을 따라잡겠다고 진 교관님께 약속드렸습니다.”박준명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전신전을 따라잡는 건 설표 특전대의 목표일 뿐만 아니라 다른 7대 특전대 전체의 목표이기도 했다.“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50화

    두 사람이 산 아래에 도착했을 때, 하늘은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다.고인권은 초조하게 왔다 갔다 하며 가끔 산 위를 쳐다보다가 마침내 두 사람의 모습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두 사람이 진서준과 전원경임을 확인한 후 고인권은 급히 다가갔다.“진 교관님, 전 도사님!”두 사람의 몸에 피가 묻지 않은 것을 보고 고인권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두 분 다 괜찮으세요?”고인권이 긴장한 기색으로 묻자 진서준이 차분하게 대답했다.“우린 괜찮아요.”고인권은 한마디 더 하려다가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몰라 멈칫했다.고인권은 두 사람이 천년홍련 때문에 싸운 건 아니냐고 직접 묻기도 난감했다.“고 사령관, 오늘은 용존님 덕분에 목숨을 건졌어. 용존님이 없었다면 난 살아서 고 사령관을 볼 수 없었을 거야.”전원경은 고인권이 난감해하는 걸 눈치채지 못하고 웃으며 말했다.“네? 그게 무슨 말이죠?”고인권은 전원경이 이상한 얘기를 하자 순간 멈칫했다.아까 오영수 일행에게서 들었는데 진서준과 전원경 사이가 그리 원만하지 않은 것 같았다.그런데 지금 전원경은 왜 진서준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는 걸까?“아까 산에서 악귀를 만났는데 나 혼자서는 싸울 수 없었어. 근데 용존님이 날 그 악귀의 손에서 구해주셨어.”전원경의 설명을 듣자 고인권은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더욱 놀랐다.전원경의 이 말에는 다른 뜻이 숨어 있었다.즉, 전원경의 실력이 진서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전원경은 90세를 넘은 노인이었지만 동시에 동북 지역 최고의 술법 마스터이기도 했다.이런 대단한 인물이 본인의 실력이 진서준보다 못하다고 인정하는 건, 사실 큰 용기와 기량이 필요했다.또한 전원경이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진서준의 실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걸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것이었다.그렇지 않으면 전원경이 굳이 이렇게 솔직해질 이유가 없었다.“진 교관님, 천년홍련을 찾았습니까?”고인권의 질문에 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운 좋게 찾았으니 이제 돌아가면 됩니다.”“알겠습니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