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서훈은 조용히 한숨을 내뱉었다.진요한을 죽인 사람들은 악마와 같은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진서준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그 사람들을 죽이려면 우선 천의방에 들어가야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그럼 제가 실력이 충분히 성장한 다음 저에게 알려주세요.”진서준이 말했다.“그러고 보니 지금은 왜 아까 양씨 가문에서처럼 날뛰지 않는 것이냐?”진서훈은 진서준이 당장 그 사람들의 이름을 말하라고 할 줄 알았으나 얌전한 그의 태도에 의외라고 생각했다.“제가 양씨 가문에서 그렇게 횡포를 부릴 수 있었던 것은 할아버지 덕분입니다.”진서준은 허허 웃었다.“너 이 녀석! 이젠 할아버지도 이용하는구나!”진서훈은 쓴웃음을 지었다.“됐다. 내일 밤에 사람을 보내 너를 데려오겠으니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어라.”“할아버지, 부디 살펴 가십시오!”진서준은 발걸음을 옮겼다.양재민의 생일 연회에서 진서준이 하도 일을 크게 벌여놓은지라 양씨 집안 전체의 분위기도 가라앉았다.오늘 밤의 일이 당장 내일이라도 전국에 퍼질까 두려웠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양씨 가문이 엄청난 수치를 당한 건 아니었다.무려 용란 공주와 현천진군이 모두 진서준을 지키러 왔단 말이다.양재민은 감히 호국장군의 체면을 깎을 수는 없었다.밤이 깊어지고 연회가 끝나 귀빈들도 모두 돌아간 후에 양재민은 양지천을 자신의 앞으로 불렀다.“꿇거라!”양재민은 낮게 읊조렸다.털썩...양지천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양재민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왜 무릎을 꿇으라 했는지 알고 있느냐?”“알고 있습니다. 제가 양씨 가문이 모욕을 당하게 했기 때문입니다.”양지천은 이를 깨물며 말했다.“틀렸다!”양재민은 차디찬 눈빛으로 양지천을 바라보았다.“이런 네가 사람들에게 지혜로운 도련님이라고 불리다니! 네가 오늘 밤 황현호 그 자식에게 이용당한 건 알고나 있느냐?”사실 오늘 밤의 일은 모두 황현호 때문에 일어난 것이었다.만약 황현호가 찾아와 진서준을 건드리지만 않았어도 오늘 밤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진서준은 지금 김평안의 신분으로 이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다.만약 진서준이 자신의 원래 신분으로 이곳에 왔다면 이 일곱 사람은 아마 기뻐서 날뛰고도 남았을 것이다.작년 말, 진서준이 용존 봉호를 하사받았을 때 국안부 내의 많은 종사가 진서준의 팬이 되었을 정도였다.그들이 진서준에 대한 존경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자신보다 천부적인 재능이 타고나다 느끼면 질투만 하던 나영진과는 확연히 달랐다.국안부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은 보통의 무인들보다 가치관이나 포부가 훨씬 훌륭했다.진서준은 한밤중에 화장실을 갈 때 호창정과 나머지 사람들이 아직도 도장에서 연습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진짜 열심히 하네...”“설마 할아버지께서 이 사람들에게 내 실력을 알려주지 않은 건가?”진서준은 작게 웃고는 도장을 향해 걸어갔다.“저희가 무술을 연마하는 소리가 김평안 씨를 시끄럽게 했습니까?”호창정은 진서준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눈썹을 꿈틀이고는 물었다.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멈추고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아닙니다. 전 그저 여러분이 이렇게까지 필사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어서 온 것뿐입니다.”진서준은 작게 웃었다.진서준의 말을 들은 가장 어린 무인의 얼굴에는 화난 기색이 역력했다.“김평안 씨 방금 그 말은 무슨 뜻입니까? 승산이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어서 아예 포기하란 말입니까?”“현천진군께서 왜 당신 같은 사람을 교류전에 참가하라고 보냈는지 모르겠습니다!”몇몇은 안색마저 눈에 띄게 나빠졌다.그들도 이번 교류전에서 우승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그들은 결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자신을 오해하자 진서준은 서둘러 해석했다.“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었습니다.”“그럼 무슨 뜻이었습니까?”진서준은 살짝 웃고는 말을 이어나갔다.“제 말은, 제가 있는 한 여러분은 출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었습니다.”호창정을 비롯한 팀원들은 진서준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진서준이 있는 한 다른
‘정말 오만함의 끝을 달리는구나!’호창정은 진서준의 오만함에 제대로 화가 났다.“좋습니다. 김평안 씨는 부디 본인이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 제가 만약 김평안 씨를 다치게 하더라도 제 탓은 하지 말기입니다!”호창정의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워졌고 두 눈동자는 한기가 잔뜩 서려 빛이 났다.진서준은 호창정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팀장님, 살살하십시오. 그러다 진짜 저 사람이 잘못되기라도 할까 봐 걱정됩니다.”“내 생각에는 저 사람에게 따끔하게 교훈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봐. 앞으로 다른 사람들 앞에서 지금처럼 거만하게 굴다가 화를 자초하는 일이 없게 말이야!”“팀장님의 실력은 비록 약하지만 적어도 팀장님은 반보 대종사야. 동료 중에서도 팀장님의 전력을 다한 주먹을 막아낼 수 있는 사람은 없어!”모든 이들이 진서준을 만만하게 보고 있었다.그들은 진서준이 고생을 찾아서 한다고 생각했다.다른 사람들은 재빨리 두 사람에게 충분한 공간을 내주었다.진서준은 호창정의 앞에 서서 호창정은 안중에도 없단 듯이 얼굴에 잔잔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김평안 씨는 아직 후회할 기회가 있습니다!”호창정은 마지막 경고를 하였다.“바로 시작하십시오, 팀장님.”진서준은 뒷짐을 진 채 여전히 평온한 태도로 말했다.“그럼 그렇게 합시다!”호창정은 온몸의 근육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대종사에 견줄만한 엄청난 위압감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그 위압감만으로도 주위의 몇몇 사람들이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게 했다.“지금 팀장님의 실력으로 보아 올해 안에 대종사경에 도달할 수 있겠어!”“이 김평안이라는 녀석은 오늘 끝장났어...”“저 주먹이라면 한 대만으로 중상은 무리 없이 가능해!”다들 수군덕거리고 있을 때 호창정은 모든 강기를 주먹 끝에 모았다.엄청난 강기는 금빛의 찬란한 빛을 내며 호창정의 주먹을 감쌌다.“하!”호창정은 기합 소리와 함께 허공을 가르는 소리를 동반한 주먹을 진서준에게 있는 힘껏 내리꽂았다.쿵...굉음과 함께 사방에 먼지가
“진서준 씨, 모범수로 조기 석방되었습니다.”높은 담장 밖엔 잡초가 무성하고 쓸쓸한 바람이 불었다.진서준은 오랜만에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먼 곳을 바라봤다. 두 눈엔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감옥에 있는 3년 동안 엄마랑 서라는 잘 있나 모르겠네.”감옥에 갇힌 3년 동안 엄마와 여동생은 단 한 번도 그를 면회하러 오지 않았다. 이에 진서준은 걱정이 스치기 마련이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진서준은 헝겊을 가득 꿰맨 가방에서 편지 한 통 꺼냈다.편지봉투를 열자 안에는 쪽지와 ‘천기각’이라고 새겨진 옥패 한 개가 들어 있었다.수정처럼 맑고 투명한 옥패는 유난히 아름다웠다. 아마 가장 좋은 화씨 옥으로 조각한 듯싶다.진서준은 옥패를 허리춤에 차고 쪽지를 펼쳐보았는데 단 두 문장만 적혀 있었다.「서준아, 넌 앞으로 천기각의 주인이고 이 옥패가 바로 그 증표야.」「내년 3월 꽃 필 무렵에 옥패를 가지고 신농산에 가면 모든 걸 알게 될 거다.」이건 진서준이 출소 전에 감방 동기 구창욱 어르신께 받은 편지이다.구창욱 어르신은 종일 신경질적이어서 감방에 아무도 그와 얘기 나누려는 자가 없다. 오직 진서준만 별일 없을 때 어르신을 찾아와 얘기를 나눈다.어르신은 매일 자신이 천기각 주인이라고 허풍을 치셨다. 천문학과 지리학을 꿰뚫고 의술도 뛰어나다고 하셨다.진서준은 애초에 어르신이 자신을 속이는 줄로만 알았는데 나중에 어르신을 따라 무술을 연마하고 온갖 기이한 것들을 배우면서 조금씩 어르신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3년 동안 진서준은 많은 재능을 습득했다.이젠 그의 두 손으로 사람을 구할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감옥에 들어온 이유는 바야흐로 3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3년 전 진서준은 여자 친구 유지수와 함께 갓 졸업하고 같은 회사에 들어갔다.어느 한 비즈니스 미팅에서 이지성이라는 바이어가 유지수를 탐내면서 그녀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자고 제안했다.진서준은 한창 젊고 패기가 넘쳐 술병을 번쩍 들더니 이지성의 얼굴에 가차 없이 내리쳤다.결국...
유지수가 이지성에게 시집갔다고?본인은 그녈 위해 감방에서 그 고생을 했는데 정작 유지수는 원수 놈에게 시집갔단 말인가?진서준의 두 손에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고 눈가에 살의가 굳었다.조희선은 손으로 가볍게 얼굴의 흉터를 어루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돈을 모으기 위해 그녀는 유지수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지만 그녀는 집에 돈이 없다는 핑계로 일전 한 푼 내놓지 않았고 심지어 조희선에게 고액 연봉의 일을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그 당시 조희선은 그녀에게 엄청 고마워하기까지 했다!하지만 정작 유지수가 소개한 직장에 와 보니 그녀를 기다리는 건 배불뚝이가 된 몇몇 중년 남성들이었다.조희선은 일이 점점 더 이상하게 흘러가는 걸 눈치채고 재빨리 도망치려 했지만 상대가 그녀를 끝까지 놓아주지 않았다.절망의 끝자락에 다다른 조희선은 깨진 유리 조각으로 제 얼굴을 그었다.그녀의 얼굴에 난 험상궂은 긴 흉터에 놈들은 분노가 차올라 그녀의 양쪽 다리를 부러뜨리고 길바닥에 내던졌다.진서라가 퇴근하고 마침 그 길을 지나며 발견했으니 망정이지 조희선은 일찌감치 죽었을 것이다!“이런 짐승만도 못한 것들. 내가 조만간 아작을 내고 말겠어. 죽지 못해 사는 고통이 뭔지 보여줄게!”진서준은 이마에 핏줄이 튀어 오르고 주먹으로 양철 벽에 구멍을 냈다.조희선은 연신 머리를 내저으며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서준아, 이제 막 나왔는데 또 싸워서 들어가면 어떡해! 일자리 구해서 열심히 일해. 더는 사고 치지 말고.”진서준은 손등에 핏줄이 튀어 오르고 온몸의 뼈마디가 으스러질 것처럼 울화가 치밀었다.“그래도 이건 도저히 못 참겠어요!”이때 거친 목소리가 집 밖에서 들려왔다.“할망구, 돈 갚아야지!”순간 조희선의 수척해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극도로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진서준이 미간을 구기고 나가려 하자 조희선이 재빨리 그를 잡아당겼다.“서준아, 너 여기서 꼼짝 마. 엄마가 알아서 할게.”조희선의 애원하는 눈빛에 진서준은 걸음을 멈췄다.그녀는
진서준은 엄마를 보더니 몸에 스친 살의가 일찌감치 사라졌다.“엄마, 내가 감방에서 아주 대단한 사람을 만났는데 그분이 내게 무술과 의술을 가르쳐줬어요. 엄마 얼굴에 난 상처랑 부러진 다리까지 전부 치료해 드릴게요.”가슴이 움찔거렸던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네가 이런 마음을 지닌 건 고맙지만 엄마는 네가 참 걱정이구나! 절대 두 번 다시 사고 치지 말아. 일자리 찾아서 이씨 일가에 진 빚을 다 갚고 우리 열심히 살아보자꾸나.”진서준이 엄마를 다독이며 대답했다.“네, 엄마 말 들을게요. 지금 바로 나가서 일자리 찾아볼게요.”“그래, 일찍 돌아오너라. 이따가 서라한테 전화해서 퇴근하고 올 때 너 먹일 영양제 좀 사 오라고 해야겠어.”조희선은 마음속에 어렴풋이 희망이 생겨났다.집을 나선 진서준은 깊은 눈동자 속에 서늘한 한기가 스쳤다.‘지난날의 피맺힌 원한을 오늘 반드시 백 배로 갚게 해 줄 거야!’...“아빠, 조금만 버텨요. 병원 거의 다 왔어요! 언니, 좀 더 빨리 몰아!”창백한 얼굴에 겨우 숨을 몰아쉬는 아빠를 보며 허윤진이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울지 마, 윤진아. 아빠 괜찮아.”허성태가 간신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콰당!전력 질주하던 마이바흐가 갑자기 급정거했고 뒤에 앉은 허성태 부녀가 화들짝 놀랐다.허윤진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쏘아붙였다.“언니, 왜 갑자기 급정거해?”운전하던 허사연이 안전벨트를 풀고 허둥지둥 차 문을 열었다.“나 사람 쳤어!”“뭐?”허 씨네 세 부녀가 함께 차에서 내렸다.진서준은 안 그래도 화가 나 있었는데 차에 부딪히기까지 하니 울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운전 어떻게 하는 거야? 똑바로 못 해?!”그는 버럭 고함을 질렀다.“죄송합니다, 사장님. 제가 병원 모시고 가서 검사시켜 드릴까요?”허사연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녀의 진심 어린 태도에 진서준은 분노가 많이 가라앉았다.한편 뒤에 서 있는 허윤진은 팔짱을 끼고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언니, 이딴 사람에게 왜
두 자매가 아무리 의술을 몰라도 아빠의 혈색으로 보아 확실히 병세를 진정시켜 주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바로 눈앞의 이 미쳐 날뛴 소년이 구해주었다!허성태가 비스듬히 눈을 떴다. 가슴에 꽉 막혔던 그 기운도 말끔히 사라졌다.“아빠, 괜찮으세요?”허윤진이 감격에 겨워하며 물었다.“괜찮아. 아까보다 몸이 훨씬 개운해진 것 같구나.”허성태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꼼꼼한 허사연은 아빠 몸에 꽂은 은침을 아직 빼내지 않았다는 걸 바로 발견했다.그녀가 막 빼내려 할 때 진서준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움직이지 말아요! 지금 잠시 아버님 병세를 진정시켜 드렸을 뿐이에요. 침은 아직 빼면 안 돼요.”일곱 개의 은침은 북두칠성 모양으로 허성태의 몸에 꽂혀 있었다.이것은 청하13침 중의 일곱 번째 침, 이름하여 연명침이다!허성태가 두 딸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감격에 겨운 눈길로 진서준을 쳐다봤다.“살려줘서 고맙네 젊은이!”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따님께서 제 부탁을 들어줘서 아버님을 구해드린 겁니다.”허사연과 허윤진은 진서준이 방금 말한 그 일이 떠올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두 사람 중 한 명만 진서준과 결혼하면 그녀들도 받아들일 수 있겠는데 뜻밖에도 둘 다 시집가게 생겼으니 차오르는 수치심은 어쩔 수가 없었다.“그래? 무슨 부탁인지 말해줄 수 있겠나?”허성태가 의아한 듯 물었다.그는 방금 혼미 상태에 빠져있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랐다.“아버님을 구해드리면 제게 20억을 주겠다고 했습니다.”진서준이 말했다.이건 허윤진이 방금 꺼낸 얘기이다.두 자매가 동시에 그와 결혼하는 건 단지 오만한 허윤진을 처벌하기 위한 진서준의 장난일 뿐이다.설사 결혼한다고 해도 허사연처럼 온화하고 착한 언니와 결혼하겠지.진서준이 두 자매가 동시에 그와 결혼해야 한다는 일을 언급하지 않자 그제야 허사연 자매도 본인들이 놀림을 당했다는 걸 알아챘다.안도의 한숨을 돌린 것도 잠시, 허윤진은 또다시 울화가 치밀었다.‘우리 두 자매가 설마
“그 파렴치한 년과 결혼을 안 했으니 망정이지!”진서준이 싸늘한 눈길로 말을 내뱉었다.“안 그러면 당신들 같은 집구석에 걸려들었을 거잖아. 생각만 해도 끔찍해! 꿈에 나올까 봐 두렵네.”유건우는 바닥에서 일어났는데 입이 삐뚤어 바보 꼴이 되었다.“감히 날 때려? 매형에게 이를 거야. 너 또 감방에 처넣을 거라고!”그는 화가 나서 두 눈이 벌게졌다.진서준의 눈 밑에 차가운 한기가 감돌았다.“어디 한번 해보시던가! 내가 이미 나왔으니 이지성과의 원한은 반드시 결판을 낼 거야!”말을 마친 진서준은 몸을 홱 돌리고 계단을 내려갔다.이제 막 오션 호텔로 출발하려 할 때 주머니 속의 옛날 폰이 갑자기 울렸다.전화를 받자 허사연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진서준 씨, 얼른 병원으로 와보셔야 할 것 같아요. 아빠가 위급해요!”“또 위독해지셨어요?”진서준이 미간을 살짝 구겼다.그는 청하13침 중의 전 일곱 침으로 허성태의 병세를 안정시켰고 은침을 뽑지 않아 생명에 지장이 없을 것이다.지금 위급하다는 건 누군가가 허성태의 은침을 건드렸다는 뜻이다.“지금 어느 병원이죠?”진서준이 물었다.“서울 병원에 있어요. 얼른 와보세요, 얼른요!”전화를 끊은 후 허사연은 병실로 돌아가 낯빛이 창백한 아빠를 바라보며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허윤진의 예쁘장한 얼굴도 사색이 되었고 두 눈에 두려움으로 휩싸였다.허성태가 이렇게 된 건 오롯이 허윤진이 설쳐댔기 때문이다.병원에 도착한 후 허사연은 화장실에 다녀왔다.그녀가 화장실로 간 틈을 타 허윤진이 아빠의 몸에 꽂은 은침을 보더니 또다시 진서준의 당부와 그 거만한 자태가 떠올라 기분이 내키지 않았다.그녀는 몰래 은침 한 개를 뺐는데 아빠의 상태가 급격히 저하됐다.허윤진은 땅을 치며 후회했지만 병원 의사들도 이 상황을 보더니 전부 속수무책이었다.허사연 자매가 착잡해하고 있을 때 진서준이 병실로 들어왔다.“서준 씨!”허사연이 재빨리 앞으로 마중 가며 진서준의 손을 덥석 잡았다.차가운 섬섬옥수에 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