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위압감은 천근의 산을 등에 지고 있는 것처럼 무거웠고 무시무시했다.단순한 위압감 하나만으로도 몸이 부서질 정도라니, 진짜 대결이 벌어진다면 해리스의 한 방에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져 온전한 시체도 찾지 못할 것 같았다.해리스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하늘색 눈동자에는 분노의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하지만 해리스의 대종사급 위압감 앞에서도 진서준은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며 유유하게 한 마디 내뱉었다.“꺼져...”진서준의 몸에서 한 줄기 영기가 방출되었고 이 영기는 날카로운 칼처럼 해리스의 위압감을 단번에 베어냈다.호창정 일행은 등에 지던 거대한 산이 사라진 것을 느끼자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리고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육급 대종사의 위압감조차 이렇게 거뜬하게 뚫어낼 수 있다니, 김평안의 실력을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해리스의 눈에도 한순간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해리스의 놀라움은 곧 바람처럼 사라졌다.“넌 저 녀석들과 달리 좀 실력이 있군. 하지만 내 상대로 나서기엔 아직 턱없이 부족해.”해리스가 자부심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엘리사는 그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해리스를 꾸짖었다.“해리스 씨, 김평안 씨에게 사과하세요. 저분은 내 생명의 은인 친구예요. 해리스 씨 이런 태도는 너무 무례해요.”해리스의 얼굴이 굳어졌고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대꾸했다.“공주님, 저더러 진서준에게 사과하라고 하신다면 전혀 문제없습니다. 그분이 공주님을 구했으니까요. 하지만 이 자식에게 사과하라고 한다면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저는 공주님의 호위뿐만 아니라 용란 황실 호위단의 명예를 대표하고 있습니다.”해리스가 진서준을 존중하는 이유는 진서준이 해리스를 구했을 뿐만 아니라 실력도 그 위에 있기 때문이었다.강자에겐 해리스가 존경과 경외심을 보이지만 약자에게는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는 성격이었다.엘리사도 해리스의 고집을 잘 알고 있었고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며 진서준을 바라보며 대신 사과했다.“죄송합니다, 김평안 씨. 제
“방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모르겠어, 고필두가 방금 공격했나?”“나도 잘 못 봤어, 고필두는 사급 대종사 경지가 아닌가? 왜 육급 대종사보다 더 강해 보이지?”“우리 대한민국 검존이 고필두와 싸운다면 과연 누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고필두의 뛰어난 실력을 목격한 사람들은 암암리에 고필두를 조기강과 비교하고 있었다.푸슉...바닥에 쓰러진 얼음나라 무인의 목에서 갑자기 대량의 피가 쏟아져 나왔다.이 광경을 두 눈으로 목격한 사람들은 다들 깜짝 놀랐다.카메라가 가까이 비추자 사람들은 이 얼음나라 무인의 목에 나비 날개처럼 얇은 검 자국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바로 이 미세한 검 자국이 얼음나라 무인의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고필두가 무도 교류 대회에서 사람을 죽였다.교류 대회에서 명확히 상대방을 죽이지 말라는 규칙은 없었지만 참가자들은 저마다 암묵적인 규칙을 따랐고 다들 상대방을 죽이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방금 해리스도 소안의 일인자를 링에서 날려 보낸 것뿐이었고 그 일인자도 사실 크게 다치지도 않았다.하지만 고필두는 규칙이고 뭐고 다 무시하고 검을 휘둘러 사람을 죽인 것이었다.이건 분명 대한민국에 대한 도발이었다.대회 직원들이 얼음나라 무인의 시체를 치운 후, 고필두는 서툰 영어로 말했다.“다음 분.”얼음나라 대표팀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잠시 고민하던 얼음나라 대표팀의 팀장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우리는 대결을 포기하겠어.”“쫄보자식.”상대방의 포기 선언을 듣자 고필두는 차가운 말 한마디를 남기고 몸을 돌려 링에서 내려갔다.얼음나라 대표팀은 화가 나도 감히 불만을 터뜨릴 수 없었다.다른 나라 대표팀들도 모두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고필두는 이 대회에 살인을 하러 온 게 분명해 보였다.이번 라운드에서 고필두와 대결하지 않아도 다음 라운드에서 고필두와 맞붙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고필두와 맞붙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면 어이없는 죽임을 당하고 말 것이다.다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이내 믿기
“대한민국, 섬나라, 그리고 용란의 대표팀 팀장들은 올라와서 마지막 추첨을 진행해 주세요.”나머지 세 팀 중 두 팀이 대결하니 나머지 한 팀은 부전승으로 결승에 진출할 판이었다.호창정은 마음속으로 공석에 걸리기를 조용히 기도했다.동시에 해리스가 고필두를 이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래야 진서준이 살아남을 희망이 있었다.추첨을 받은 순간, 호창정의 손은 바르르 떨렸고 심장이 두근거렸다.“음? 또 부전승이네.”3번을 뽑았을 때, 호창정은 기쁨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를 뻔했다.섬나라의 그 팔자수염 남자가 호창정의 3번 추첨을 보고 비웃었다.“너희 대한민국 사람들은 이런 더러운 짓밖에 못 하나 보구나. 하지만 괜찮아, 어차피 우리는 결승에서 만날 거니까. 너희가 결승전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팔자수염의 말에 호창정은 얼굴이 화끈해졌고 목이 바짝 말랐다.“당신들 대한민국 운이 참 좋군요.”해리스도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한판 대결도 안 치르고 그대로 결승에 진출하다니, 하늘이 선택한 운명의 인물이거나, 아니면 암암리에 어떤 뒷거래가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어찌 됐든 해리스의 목표는 달성됐다.섬나라의 이 검존과 아무런 걱정도 없이 정식으로 대결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경성에는 10명 이상의 용란 황실 경호원이 지금 주둔하고 있다.해리스가 심하게 다치더라도 엘리사를 혈수사의 손에서 지킬 수 있었다.“김평안 씨, 또 부전승이에요, 대박이에요.”호창정이 자리로 돌아와 격앙된 어조로 외쳤다.진서준은 담담하게 미소 지을 뿐,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해리스가 대결을 위해 링에 올라가려 할 때 진서준은 몸을 돌려 한마디 했다.“투항해야 할 때는 깔끔하게 투항해. 괜히 버티다가 목숨 잃는 짓 하지 마.”해리스는 그 말에 화를 내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건 무슨 말이야? 내가 고필두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똑똑히 잘 들어, 나 해리스 사전엔 투항이라는 두 글자는 존재하지 않아. 우리 용란 황실 경호대 명예에 내
“진서준 씨, 모범수로 조기 석방되었습니다.”높은 담장 밖엔 잡초가 무성하고 쓸쓸한 바람이 불었다.진서준은 오랜만에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먼 곳을 바라봤다. 두 눈엔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감옥에 있는 3년 동안 엄마랑 서라는 잘 있나 모르겠네.”감옥에 갇힌 3년 동안 엄마와 여동생은 단 한 번도 그를 면회하러 오지 않았다. 이에 진서준은 걱정이 스치기 마련이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진서준은 헝겊을 가득 꿰맨 가방에서 편지 한 통 꺼냈다.편지봉투를 열자 안에는 쪽지와 ‘천기각’이라고 새겨진 옥패 한 개가 들어 있었다.수정처럼 맑고 투명한 옥패는 유난히 아름다웠다. 아마 가장 좋은 화씨 옥으로 조각한 듯싶다.진서준은 옥패를 허리춤에 차고 쪽지를 펼쳐보았는데 단 두 문장만 적혀 있었다.「서준아, 넌 앞으로 천기각의 주인이고 이 옥패가 바로 그 증표야.」「내년 3월 꽃 필 무렵에 옥패를 가지고 신농산에 가면 모든 걸 알게 될 거다.」이건 진서준이 출소 전에 감방 동기 구창욱 어르신께 받은 편지이다.구창욱 어르신은 종일 신경질적이어서 감방에 아무도 그와 얘기 나누려는 자가 없다. 오직 진서준만 별일 없을 때 어르신을 찾아와 얘기를 나눈다.어르신은 매일 자신이 천기각 주인이라고 허풍을 치셨다. 천문학과 지리학을 꿰뚫고 의술도 뛰어나다고 하셨다.진서준은 애초에 어르신이 자신을 속이는 줄로만 알았는데 나중에 어르신을 따라 무술을 연마하고 온갖 기이한 것들을 배우면서 조금씩 어르신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3년 동안 진서준은 많은 재능을 습득했다.이젠 그의 두 손으로 사람을 구할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감옥에 들어온 이유는 바야흐로 3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3년 전 진서준은 여자 친구 유지수와 함께 갓 졸업하고 같은 회사에 들어갔다.어느 한 비즈니스 미팅에서 이지성이라는 바이어가 유지수를 탐내면서 그녀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자고 제안했다.진서준은 한창 젊고 패기가 넘쳐 술병을 번쩍 들더니 이지성의 얼굴에 가차 없이 내리쳤다.결국...
유지수가 이지성에게 시집갔다고?본인은 그녈 위해 감방에서 그 고생을 했는데 정작 유지수는 원수 놈에게 시집갔단 말인가?진서준의 두 손에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고 눈가에 살의가 굳었다.조희선은 손으로 가볍게 얼굴의 흉터를 어루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돈을 모으기 위해 그녀는 유지수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지만 그녀는 집에 돈이 없다는 핑계로 일전 한 푼 내놓지 않았고 심지어 조희선에게 고액 연봉의 일을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그 당시 조희선은 그녀에게 엄청 고마워하기까지 했다!하지만 정작 유지수가 소개한 직장에 와 보니 그녀를 기다리는 건 배불뚝이가 된 몇몇 중년 남성들이었다.조희선은 일이 점점 더 이상하게 흘러가는 걸 눈치채고 재빨리 도망치려 했지만 상대가 그녀를 끝까지 놓아주지 않았다.절망의 끝자락에 다다른 조희선은 깨진 유리 조각으로 제 얼굴을 그었다.그녀의 얼굴에 난 험상궂은 긴 흉터에 놈들은 분노가 차올라 그녀의 양쪽 다리를 부러뜨리고 길바닥에 내던졌다.진서라가 퇴근하고 마침 그 길을 지나며 발견했으니 망정이지 조희선은 일찌감치 죽었을 것이다!“이런 짐승만도 못한 것들. 내가 조만간 아작을 내고 말겠어. 죽지 못해 사는 고통이 뭔지 보여줄게!”진서준은 이마에 핏줄이 튀어 오르고 주먹으로 양철 벽에 구멍을 냈다.조희선은 연신 머리를 내저으며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서준아, 이제 막 나왔는데 또 싸워서 들어가면 어떡해! 일자리 구해서 열심히 일해. 더는 사고 치지 말고.”진서준은 손등에 핏줄이 튀어 오르고 온몸의 뼈마디가 으스러질 것처럼 울화가 치밀었다.“그래도 이건 도저히 못 참겠어요!”이때 거친 목소리가 집 밖에서 들려왔다.“할망구, 돈 갚아야지!”순간 조희선의 수척해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극도로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진서준이 미간을 구기고 나가려 하자 조희선이 재빨리 그를 잡아당겼다.“서준아, 너 여기서 꼼짝 마. 엄마가 알아서 할게.”조희선의 애원하는 눈빛에 진서준은 걸음을 멈췄다.그녀는
진서준은 엄마를 보더니 몸에 스친 살의가 일찌감치 사라졌다.“엄마, 내가 감방에서 아주 대단한 사람을 만났는데 그분이 내게 무술과 의술을 가르쳐줬어요. 엄마 얼굴에 난 상처랑 부러진 다리까지 전부 치료해 드릴게요.”가슴이 움찔거렸던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네가 이런 마음을 지닌 건 고맙지만 엄마는 네가 참 걱정이구나! 절대 두 번 다시 사고 치지 말아. 일자리 찾아서 이씨 일가에 진 빚을 다 갚고 우리 열심히 살아보자꾸나.”진서준이 엄마를 다독이며 대답했다.“네, 엄마 말 들을게요. 지금 바로 나가서 일자리 찾아볼게요.”“그래, 일찍 돌아오너라. 이따가 서라한테 전화해서 퇴근하고 올 때 너 먹일 영양제 좀 사 오라고 해야겠어.”조희선은 마음속에 어렴풋이 희망이 생겨났다.집을 나선 진서준은 깊은 눈동자 속에 서늘한 한기가 스쳤다.‘지난날의 피맺힌 원한을 오늘 반드시 백 배로 갚게 해 줄 거야!’...“아빠, 조금만 버텨요. 병원 거의 다 왔어요! 언니, 좀 더 빨리 몰아!”창백한 얼굴에 겨우 숨을 몰아쉬는 아빠를 보며 허윤진이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울지 마, 윤진아. 아빠 괜찮아.”허성태가 간신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콰당!전력 질주하던 마이바흐가 갑자기 급정거했고 뒤에 앉은 허성태 부녀가 화들짝 놀랐다.허윤진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쏘아붙였다.“언니, 왜 갑자기 급정거해?”운전하던 허사연이 안전벨트를 풀고 허둥지둥 차 문을 열었다.“나 사람 쳤어!”“뭐?”허 씨네 세 부녀가 함께 차에서 내렸다.진서준은 안 그래도 화가 나 있었는데 차에 부딪히기까지 하니 울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운전 어떻게 하는 거야? 똑바로 못 해?!”그는 버럭 고함을 질렀다.“죄송합니다, 사장님. 제가 병원 모시고 가서 검사시켜 드릴까요?”허사연이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녀의 진심 어린 태도에 진서준은 분노가 많이 가라앉았다.한편 뒤에 서 있는 허윤진은 팔짱을 끼고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언니, 이딴 사람에게 왜
두 자매가 아무리 의술을 몰라도 아빠의 혈색으로 보아 확실히 병세를 진정시켜 주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바로 눈앞의 이 미쳐 날뛴 소년이 구해주었다!허성태가 비스듬히 눈을 떴다. 가슴에 꽉 막혔던 그 기운도 말끔히 사라졌다.“아빠, 괜찮으세요?”허윤진이 감격에 겨워하며 물었다.“괜찮아. 아까보다 몸이 훨씬 개운해진 것 같구나.”허성태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꼼꼼한 허사연은 아빠 몸에 꽂은 은침을 아직 빼내지 않았다는 걸 바로 발견했다.그녀가 막 빼내려 할 때 진서준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움직이지 말아요! 지금 잠시 아버님 병세를 진정시켜 드렸을 뿐이에요. 침은 아직 빼면 안 돼요.”일곱 개의 은침은 북두칠성 모양으로 허성태의 몸에 꽂혀 있었다.이것은 청하13침 중의 일곱 번째 침, 이름하여 연명침이다!허성태가 두 딸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감격에 겨운 눈길로 진서준을 쳐다봤다.“살려줘서 고맙네 젊은이!”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따님께서 제 부탁을 들어줘서 아버님을 구해드린 겁니다.”허사연과 허윤진은 진서준이 방금 말한 그 일이 떠올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두 사람 중 한 명만 진서준과 결혼하면 그녀들도 받아들일 수 있겠는데 뜻밖에도 둘 다 시집가게 생겼으니 차오르는 수치심은 어쩔 수가 없었다.“그래? 무슨 부탁인지 말해줄 수 있겠나?”허성태가 의아한 듯 물었다.그는 방금 혼미 상태에 빠져있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랐다.“아버님을 구해드리면 제게 20억을 주겠다고 했습니다.”진서준이 말했다.이건 허윤진이 방금 꺼낸 얘기이다.두 자매가 동시에 그와 결혼하는 건 단지 오만한 허윤진을 처벌하기 위한 진서준의 장난일 뿐이다.설사 결혼한다고 해도 허사연처럼 온화하고 착한 언니와 결혼하겠지.진서준이 두 자매가 동시에 그와 결혼해야 한다는 일을 언급하지 않자 그제야 허사연 자매도 본인들이 놀림을 당했다는 걸 알아챘다.안도의 한숨을 돌린 것도 잠시, 허윤진은 또다시 울화가 치밀었다.‘우리 두 자매가 설마
“그 파렴치한 년과 결혼을 안 했으니 망정이지!”진서준이 싸늘한 눈길로 말을 내뱉었다.“안 그러면 당신들 같은 집구석에 걸려들었을 거잖아. 생각만 해도 끔찍해! 꿈에 나올까 봐 두렵네.”유건우는 바닥에서 일어났는데 입이 삐뚤어 바보 꼴이 되었다.“감히 날 때려? 매형에게 이를 거야. 너 또 감방에 처넣을 거라고!”그는 화가 나서 두 눈이 벌게졌다.진서준의 눈 밑에 차가운 한기가 감돌았다.“어디 한번 해보시던가! 내가 이미 나왔으니 이지성과의 원한은 반드시 결판을 낼 거야!”말을 마친 진서준은 몸을 홱 돌리고 계단을 내려갔다.이제 막 오션 호텔로 출발하려 할 때 주머니 속의 옛날 폰이 갑자기 울렸다.전화를 받자 허사연의 초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진서준 씨, 얼른 병원으로 와보셔야 할 것 같아요. 아빠가 위급해요!”“또 위독해지셨어요?”진서준이 미간을 살짝 구겼다.그는 청하13침 중의 전 일곱 침으로 허성태의 병세를 안정시켰고 은침을 뽑지 않아 생명에 지장이 없을 것이다.지금 위급하다는 건 누군가가 허성태의 은침을 건드렸다는 뜻이다.“지금 어느 병원이죠?”진서준이 물었다.“서울 병원에 있어요. 얼른 와보세요, 얼른요!”전화를 끊은 후 허사연은 병실로 돌아가 낯빛이 창백한 아빠를 바라보며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허윤진의 예쁘장한 얼굴도 사색이 되었고 두 눈에 두려움으로 휩싸였다.허성태가 이렇게 된 건 오롯이 허윤진이 설쳐댔기 때문이다.병원에 도착한 후 허사연은 화장실에 다녀왔다.그녀가 화장실로 간 틈을 타 허윤진이 아빠의 몸에 꽂은 은침을 보더니 또다시 진서준의 당부와 그 거만한 자태가 떠올라 기분이 내키지 않았다.그녀는 몰래 은침 한 개를 뺐는데 아빠의 상태가 급격히 저하됐다.허윤진은 땅을 치며 후회했지만 병원 의사들도 이 상황을 보더니 전부 속수무책이었다.허사연 자매가 착잡해하고 있을 때 진서준이 병실로 들어왔다.“서준 씨!”허사연이 재빨리 앞으로 마중 가며 진서준의 손을 덥석 잡았다.차가운 섬섬옥수에 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