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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7화

노인이 다가오자 양지천은 마음속 분노를 억누르며 공손하게 말했다.

“나 할아버지, 수고 좀 해 주십시오.”

조태희는 노인을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분명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조태희의 눈에 공포가 스쳤다.

“나영진이네!”

무인에 대해 잘 모르는 황현호는 조태희의 말에 고개를 돌려 물었다.

“태희 삼촌, 나영진이 누구예요?”

조태희는 차가운 숨을 들이쉬며 눈앞의 노인에 관해 설명했다.

“이분이 바로 나영진 노인이야. 20년 전, 나영진 노인은 사급 대종사였지. 그때 사급 대종사에 불과한 나영진 노인은 북쪽 지역 같은 등급 대종사들을 반쯤 쓸어버렸어. 당시 동북에서 두 번째로 잘 나가는 명문대가라 불리던 심씨 가문이 있었는데, 그 집안 사람 서른여섯 명이 하룻밤 사이에 전부 숨졌어. 그 후 국안부에서 조사단을 파견했으나 결국 아무런 결과도 내놓지 못했어. 하지만 당시 관계자들의 말로는 나영진 노인이 한 짓이라고 했었지. 그 일이 있은 뒤로 나영진 노인은 흔적을 감추고 다시는 아무런 소식도 들을 수 없었어.”

조태희는 심씨 가문의 한 청년과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이 사건이 더욱 기억에 남았다.

심씨 가문의 실력은 조씨 가문에 미치지 못했지만 동북에서 조씨 가문을 제외한 최고의 가문이었다.

나영진이 혼자서 심씨 가문 전체를 없앨 수 있으니 그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20여 년이란 시간이 흘렀으니 아마도 나영진의 실력은 더욱 강해졌을 것이다.

나영진은 조태희를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아직도 내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네.”

조태희는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나영진 노인, 부디 이따가 제 딸이 다치지 않게 해 주십시오.”

나영진은 시선을 거두며 차분히 말했다.

“최대한 여자애를 다치지 않게 해주마.”

하룻밤 사이에 심씨 가문의 서른여섯 명을 죽인 나영진이 절대 선한 마음을 가진 신사일 리가 없었다.

조태희가 이 연회장에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조민영도 나영진에게 목숨을 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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