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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5화

오늘 밤, 배수정은 하늘색 비단 드레스를 입고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긴 머리를 은백색 비녀로 고정한 모습이었다.

평소 거의 화장하지 않던 배수정이었지만 오늘은 살짝 단장한 덕에 얼굴이 한층 화사해 보였다.

배수정의 길고 가는 목이 공기 중에 드러나 있었고 약간의 한기에 닭살이 돋아난 모습이 진서준의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그런 모습이 오히려 배수정을 더 아름답고 매혹적으로 보이게 했다.

배수정은 양지천의 팔짱을 끼고 있진 않았지만 두 사람의 거리가 상당히 가까워 누가 봐도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배수정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진서준을 보고 양지천의 눈에 한 줄기 냉기가 스쳤다.

조태희 또한 진지한 목소리로 조민영을 꾸짖었다.

“민영아, 이제 저 남자 본모습을 봤느냐? 더 아름다운 여자를 보면 정신을 못 차리고 넋을 놓는 저런 남자와 함께 있고 싶어?”

조민영 또한 배수정을 바라보는 진서준의 표정을 보았다.

다행히 진서준의 눈에서 사심은 찾아볼 수 없었으나 미묘한 감정의 흔들림이 느껴졌다.

설마 아저씨가 저 여자를 아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아저씨, 저 여자랑 아는 사이예요?”

조민영은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었다.

“아니요, 모르는 사람이에요.”

진서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배수정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이미 배수정과의 인연을 끊기로 결심한 이상, 배수정이 누구를 남자친구로 만나든 더 이상 진서준의 관심 사항이 아니었다.

한편 배수정은 진서준을 보며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배수정은 이 중년 남자가 왠지 모르게 낯익게 느껴졌다.

남자의 몸에서 풍기는 기운이 배수정이 익숙한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양 총각, 오늘 같은 날에 이런 사단을 만들어 미안하네.”

조태희는 양지천에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사과는 제가 해야죠. 저희 양씨 가문이 제대로 하객을 확인하지 못한 탓에 이런 불청객이 입장하게 했으니 전적으로 다 저희 책임입니다.”

양지천은 격식을 갖춘 신사처럼 깍듯하게 행동했다.

그런 양지천과 황현호를 보며 조태희는 만족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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