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Chapter 1121 - Chapter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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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1화

“수정 씨, 여행하러 온 거예요?”배수정이 커다란 선글라스를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서준은 한눈에 그녀를 알아보았다.지난 만남 이후로 진서준과 배수정은 4개월 가까이 서로 얼굴을 보지 못했다.그동안 진서준은 수련에 전념하느라 다른 일에는 시간을 쏟을 수 없었다.그 사이, 배수정은 진서준에게 카톡으로 수십 개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진서준은 하나도 확인하지 못했고 당연히 답장도 없었다.진서준이 이런 태도를 보이자 배수정은 깊은 상처를 받았고 진서준에 대한 마음을 접게 되었다.날씨가 따뜻해지자 배수정은 산을 오르며 여행을 통해 잠시 진서준을 잊어보려 했다.하지만 진산 기슭에서 진서준을 다시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모든 것을 내려놓으려 했던 배수정이었지만 진서준을 보는 순간, 그녀의 가슴은 또다시 통제할 수 없이 심하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맞아요, 친구들이랑 진산에 놀러 왔어요.”배수정은 선글라스를 벗고 진서준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배수정의 곁에는 남자 두 명과 여자 두 명, 총 네 명의 청년이 함께 있었다.청년들의 분위기와 외모는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하긴, 국내 최고 핫한 연예인 배수정의 친구들이 평범할 리는 없을 터였다.배수정과 가까운 거리에 있던 한 청년이 배수정이 진서준을 바라보는 시선을 감지하자 눈빛이 급격히 어두워졌다.그 청년의 이름은 양지천이었다. 양지천은 배수정의 추종자일 뿐만 아니라 경성 양씨 가문의 직계 자손이었다.양지천은 배수정을 오랫동안 따라다니며 추구해 왔지만 배수정이 이렇게 그윽한 눈빛으로 다른 사람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양지천이 눈앞의 이 진서준이라는 남자가 배수정과 각별한 사이임을 짐작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배수정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진서준은 어색하게 몸을 돌렸다.여러 여자의 관심을 받아본 적 있는 진서준이었기에 배수정의 마음을 짐작하지 못할 만큼 미련하지는 않았다.하지만 진서준은 허사연과의 약속을 깨고 싶지 않았다.“친구들이랑 잘 놀아요, 난 이만 가볼게요.”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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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2화

그런데 배수정의 결연하고 슬픈 표정을 보자 진서준의 마음도 괴로워졌다.“수정아, 좀 천천히 가, 같이 가자.”양지천 일행은 곧장 배수정을 따라잡기 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하지만 배수정은 점점 더 빨리 걸었고 한 손으로 연신 눈물을 훔치며 양지천과 일행에게 들키지 않으려 했다.그러다 그만 발을 헛디뎌 발목을 삐었고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배수정의 신음에 떠나려던 진서준은 즉시 뒤를 돌아보았다.배수정이 바닥에 주저앉은 것을 본 진서준은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 달려갔다.“수정아, 괜찮아? 혹시 너무 빨리 걸어서 발목을 삐었어?”양지천 일행도 서둘러 배수정의 곁으로 달려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아...”배수정은 서둘러 눈물을 훔쳤다.“괜찮긴 뭐가 괜찮아? 눈물까지 흘리면서.”배수정이 흘리는 눈물이 발목 때문이라고 착각한 양지천은 마음이 아파서 어쩔 줄 몰랐다.“무슨 일이죠?”진서준도 이때 다가와 배수정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발목을 다친 거예요? 내가 좀 볼게요.”진서준이 다가오자 양지천은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이봐요, 당신은 그냥 당신 갈 길이나 가세요. 수정은 우리가 돌보면 됩니다.”배수정도 냉담하게 한마디 보탰다.“그냥 발목을 삔 거예요. 서준 씨, 얼른 가보세요. 괜히 이런 사소한 걸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요.”진서준은 배수정이 자기에게 단단히 화난 걸 눈치채고 속으로 깊은 한숨을 쉬었다.어쨌든, 지난번 김연아 사건 때 배수정이 정보를 주며 도와준 덕에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그 은혜를 갚지 못한 채 이렇게 떠나자니 내키지 않았다.그래서 배수정이 아무리 자기를 원망하더라도 진서준은 배수정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괜찮아요. 아직 경성행 비행기까지 시간이 좀 남아 있어요.”진서준은 태연하게 양지천과 일행을 밀어내고 배수정 앞으로 다가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양지천은 진서준의 행동을 보고 몹시 불쾌해하며 물었다.“뭐 하는 거야?”“당연히 발목을 치료해 주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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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3화

여자가 생각하는 가장 얄미운 남자는 어떤 남자일까?바로 갖은 수단을 동원해 여자를 유혹해 은밀한 부위가 흥건히 젖을 정도로 마음과 몸이 뜨겁게 달아올라 야릇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때, 갑자기 여자의 몸에서 일어나 이런 멘트를 던지는 남자였다.“아차, 급하게 처리할 일이 생각났네. 오늘은 이만하고 내일 이어서 하자.”진서준이 바로 배수정에게 그런 남자였다.물론 진서준은 배수정의 진심을 갖고 논 것이지 신체적으로 그런 건 아니었다.영웅이 미인을 구하는 장면은 흔한 클리셰지만 여자의 마음을 얻기엔 그만큼 효율적인 방법도 없었다.예전에 진서준이 절에서 배수정을 구해줬을 때, 진서준의 당당하고 든든한 모습은 배수정의 마음속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만약 두 사람의 인연이 그 정도에서 끝났다면 배수정도 더 깊이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후에도 몇 차례 진서준과 마주치며 진서준은 매번 배수정에게 새로운 느낌을 안겨주었다.그래서 배수정은 진서준에게 점점 더 마음이 끌렸다.특히 진서준이 혼자서 진씨 가문과 서씨 가문이라는 거대한 세력에 맞섰을 때,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김연아를 구해낸 그날의 장면은 배수정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그 장면 이후, 배수정은 진서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더욱 확실해졌다.하지만 진서준이 운대산에 들어가 수련에 몰두한 이후, 진서준은 세상에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듯 연락이 뚝 끊겼다.배수정은 매일 진서준에게 수십 개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도 돌아오지 않았다.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배수정의 불처럼 뜨거웠던 마음은 조금씩 식어갔다.배수정이 진서준을 좋아하지 않게 된 것이 아니라 그저 반응 없는 짝사랑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배수정은 진서준과의 인연을 완전히 끊기로 결심했다.진서준이 자기에게 주동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한, 자신도 더 이상 진서준에게 기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다음번에 또 우연히 만나더라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낯선 사람처럼 대할 생각이었다.그런데 진서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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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4화

“다음에 얘기하자. 지금은 혼자 있고 싶어.”배수정은 지친 얼굴로 대답했다.“알았어, 그럼 넌 여기서 잠깐 쉬고 있어.”양지천은 나머지 세 사람을 한쪽으로 불러 모았다.“너희들은 방금 저 녀석의 정체와 배경을 알아봐. 내가 좋아하는 여자를 저렇게 울린 대가를 반드시 톡톡히 치르게 해주겠어.”양지천의 눈에는 날카로운 살기가 스쳤다....진서준은 바로 경성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전에 임배가 알려준 묘지를 들렀다.묘지에 도착한 진서준은 임배가 그려준 지도를 따라 묘지 안에서 그 보검을 찾을 수 있었다.7척 길이의 보검은 매미의 날개처럼 얇았다.진서준이 손가락으로 살짝 검의 윗부분을 튕겨 먼지를 털어내자 보검은 본래의 광채를 드러냈다.옅은 청색의 보검은 표면에는 아무런 문양도 새겨져 있지 않았고 오직 검 손잡이 끝부분에 단 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참선...”짧은 두 글자였지만 그 안에는 엄청난 패기가 깃들어 있었다.진서준은 참선검을 손에 쥐고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아 천천히 검 속으로 흘려보냈다.그러자 기묘한 광경이 펼쳐졌다.옅은 청색이었던 참선검이 갑자기 청광을 내뿜으며 빛나기 시작했다.그 빛이 허공에 퍼지더니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처럼 화려한 화면이 나타났다.그 화면 속에는 한 남자가 참선검을 손에 들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구름 위에는 십여 명의 인물이 서 있었고 그들은 마치 세상을 내려다보는 듯한 압도적인 위압감을 풍겼다.이 화면을 본 진서준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설마 이 검의 주인이 옛날에 혼자서 수십 명의 신선들과 싸웠다는 건가?”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지만 도무지 믿기 힘든 일이었다.진서준은 과거 스승님께서 했던 말을 떠올렸다.수사가 번개를 극복하고 승천에 성공하면 신선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신선이 된 이후로는 인간계로 내려오는 것이 평범한 사람이 하늘로 오르는 것보다도 더 어렵다고 했다.그 이유는 스승님도 알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참선검, 네 주인은 이제 없으니 앞으로는 내가 널 잘 돌봐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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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5화

그 귀싸대기 소리를 듣는 순간, 진서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진서라는 바로 여기 살고 있었고 이 저택은 임씨 가문의 것이었다.진서준이 그동안 접해왔던 무례한 청년들을 생각해 볼 때, 임씨 가문의 후손들이 진서라를 괴롭힐 가능성이 컸다.그래서 귀싸대기 소리를 듣자마자 진서준은 망설임 없이 곧바로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하지만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진서준은 자기 추측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맞은 사람은 진서라가 아니라 진서라 또래인 다른 여자였다.게다가 때린 사람은 손을 허공에 들어 올린 채 서 있는 진서라였다.동생이 맞지 않은 것을 확인한 진서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동시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항상 얌전하고 착하기만 했던 동생이 누군가의 따귀를 때리다니,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방 안에는 진서라와 맞은 여자 외에도 두 명의 젊은 남자가 있었다.하지만 이 세 사람은 진서준의 등장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고 다들 진서라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다.“이 망할 년이 감히 내 뺨을 때려? 오늘 넌 내 손에 죽어야겠어!”맞은 여자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진서라는 차가운 얼굴로 그 여자를 바라보며 쌀쌀하게 말했다.“먼저 욕한 건 너잖아.”“내가 욕하면 어쩔 건데? 넌 길바닥에서 주워 온 아이잖아. 말도 못 하게 할 거야?”여자가 거의 6cm 길이에 달하는 손톱을 쫙 펴며 진서라의 얼굴을 향해 휘둘렀다.손톱이 곧 얼굴에 닿는 순간, 허공에서 손이 나타나 그 여자의 손목을 붙잡았다.“넌 누구야? 이거 당장 안 놔?”진서준이 갑자기 자기 손목을 잡자 분노가 폭발한 여자는 진서준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오빠.”진서준이 갑자기 나타난 것을 보고 진서라는 놀라움과 기쁨이 교차했다.“서라야, 오빠 왔어. 이제 넌 아무런 억울한 일도 당하지 않을 거야.”진서준은 진서라를 안심하게 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이 주워 온 년 오빠야? 역시 한 가족이라 수준이 똑같네, 당장 날 놓지 못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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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6화

진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엄마도 오신다고?”진서라는 조희선이 온다는 소식에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진서라의 인생에서 그 누구보다 중요한 존재는 바로 진서준과 조희선이었다.비록 임씨 가문의 사람들이 진서라와 혈연관계가 있긴 하지만 진서라는 그들에게 전혀 애정을 느끼지 않았다.“가서 짐 좀 챙겨. 우리 바로 떠나자.”쇠뿔도 단김에 빼야 한다고 진서준이 진서라를 재촉했다.“알았어, 바로 가서 짐 챙길게.”진서라는 서둘러 2층에 있는 자기 방으로 달려갔다.진서라가 방으로 올라가자 진서준의 얼굴은 즉시 차갑게 굳어졌고 눈에는 은은한 살기가 감돌았다.진서준의 서늘한 시선이 닿자 임세희와 두 청년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두려움에 휩싸였다.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이 발끝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서라는 내 동생이야. 누구든 내 동생을 괴롭히는 건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했던 게 기억 안 나?”진서준의 목소리에는 얼음 같은 살기가 서려 있어 거실이 순식간에 엄동설한에 들어선 듯했다.임세희는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고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저... 저희는 서라를 괴롭힌 게 아니라 그냥 장난친 거예요.”임세희는 서둘러 마음을 진정시키고 변명했다.“우린 그냥 장난쳤어요. 서라랑 우리는 혈연관계도 있는데 우리가 왜 괴롭힐 리가 없죠.”“맞아요, 맞습니다. 그냥 장난이었어요. 절대 괴롭힌 게 아니에요.”나머지 두 청년도 재빨리 맞장구를 쳤다.“주워 온 아이라고 부르는 게 장난이냐?”진서준은 냉랭한 시선으로 세 사람을 보며 따졌다.“그건... 그게 아니라... 흑흑...”임세희는 그만 울음이 터져 나와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다.“저도 서라를 욕하고 싶진 않았어. 그런데 서라가 오고 나서 큰할아버지든 작은할아버지든 다들 진서라만 신경 쓰잖아요. 우린 똑같은 손녀인데 왜 다들 진서라만 관심해 주고 이뻐해 주는 건가요?”임세희는 감정이 격해지자 울분을 토하며 자기가 진서라를 괴롭힌 진짜 이유를 토로했다.임세희는 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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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7화

임훈은 말을 마치고 정교하게 만든 작은 나무 상자를 꺼냈다.진서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 상자를 반히 노려봤다.상자 안에서 풍기는 엄청난 영기를 느끼면서 혹시나 이 안에 있는 건 최고급 약초가 아닐지 의심이 들었다.“열어봐도 돼.”임훈은 나무 상자를 진서준에게 건넸다.그러자 진서준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상자를 열었다.순간, 상자 안에서 서늘한 영기가 뿜어져 나왔다.“이건 얼음 연꽃이네요!”상자 안에 있는 보석처럼 투명하고 연꽃과 많이 닮아 있는 약초를 보고 진서준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얼음 연꽃은 굉장히 귀한 약초로 성약당의 약초 후원에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진서라의 몸속에 깊숙이 침투된 독을 완전히 풀기 위해서는 얼음 연꽃 또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약초였다.진서준의 신나서 어쩔 바를 모르는 표정을 보자 임훈은 이 약초가 진서준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챘다.“이 얼음 연꽃은 어디서 구한 겁니까?”진서준은 놀란 얼굴로 물었다.“수십 년 전, 우리 집안 사람이 동북 지방을 여행하다가 장라산 아래에서 채취한 거야. 이후 계속 우리 임씨 가문의 약초밭에서 정성껏 키워왔지. 임씨 가문이 너희 가족에게 진 빚이 정말 많아. 이 얼음 연꽃은 그 빚에 대한 작은 보상이라고 생각하면 돼.”임훈은 미소를 지으며 자세히 설명했다.“그럼 감사히 받을게요.”진서준은 상자를 닫으며 임훈에게 덧붙여 설명했다.“이 얼음 연꽃은 서라 체내 독을 제거하는 데 필수적인 약재예요.”한마디 보탠 이유는 이 얼음 연꽃을 자기가 독차지하려는 게 아니라 진서라의 독을 풀기 위한 것이라는 걸 알리기 위해서였다.“난 그렇게 소심하지 않아. 네가 쓴다고 해도 뭐라 할 생각은 없었어.”임훈은 설명을 듣자 웃으며 말했다.사실 두 사람 사이에도 혈연관계가 있었다.그러니 진서준에게 얼음 연꽃 한 송이 주는 정도는 임훈에게 큰 부담이 아니었다.“참, 며칠 후에 양씨 가문의 양 노인 생신이 있는데, 참석할 생각인가?”임훈이 문득 뭔가 중요한 일을 떠올리며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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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8화

“그렇긴 하네.”진서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서준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자, 이제 시간이 늦었으니, 얼른 쉬어.”“오빠도 너무 무리하지 말고 일찍 자.”밤이 되자 진서준은 진서훈이 전에 준 인피면구를 얼굴에 썼다.다음 날 아침, 진서라는 진서준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사이가 아니었다면 눈앞의 이 중년 남자가 진서준이라는 걸 도저히 믿을 수 없을 것이다.“오빠, 그걸 왜 쓰고 있는 거야?”진서라는 진서준의 행동이 몹시 궁금했다.“난 지금 김평안이야. 네 오빠가 아니니까 내 정체를 들키면 안 돼.”진서준이 진서라에게 인피면구의 작용을 설명했다.“아, 알았어.”진서라는 진서준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어렴풋이 짐작했다.자기 신분을 이런 방식으로 숨겨서 정체가 드러나 주변에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의도인 것 같았다.“넌 차를 몰고 공항에 가서 엄마랑 사연 일행을 데려와. 난 여기서 기다릴게.”진서준이 진서라에게 심부름을 시켰다.가족과 만나고 나면 진서준은 요 며칠 동안 이곳에 머물지 않을 계획이었다.만약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 존재를 들키게 된다면 진서준의 진짜 정체가 드러날 위험이 있었다.지금 이 상황에서 진짜 정체가 드러나면 악의를 품은 사람들이 진서준을 찾아올 게 분명했다.수선 공법의 유혹은 너무나 강력해서 그걸 뿌리칠 사람은 많지 않았다.진서라가 조희선과 다른 사람들을 데려왔을 때는 이미 정오가 가까워진 때였다.“진서준, 왜 또 그 면구를 쓰고 있는 거야?”집에 들어서자마자 허윤진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조용히 해.”진서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허윤진을 쏘아봤다.“주변에 아무도 없잖아. 누가 듣겠어?”허윤진은 개의치 않고 당당하게 대답했다.다들 이곳에 처음 머물렀을 때는 주변에 몇 채의 빈집뿐이었다.하지만 이번에는 이미 누군가 이웃에 살고 있었고 허윤진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였다.허사연 일행이 별장 거실의 문을 닫기도 전에 밖에서 여자의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진서준?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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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9화

방에 돌아가려던 진서준의 걸음이 멈췄다. 진서준은 차라리 엘리사의 질문에 대답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괜히 이 여자가 자기를 계속 물고 늘어지기라도 하면 귀찮아질 게 뻔했다.“제 이름은 김평안입니다.”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뭐라고요? 당신도 이름이 김평안이에요? 전에 진서준도 자기 이름이 김평안이라고 했거든요...”엘리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진서준은 엘리사의 말을 듣고 평온하게 설명했다.“저와 진서준은 나이 차이가 크게 나긴 하지만 굉장히 가까운 사이예요. 진서준은 적으로 돌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가끔 제 이름을 쓸 때가 있죠.”엘리사는 그 말을 듣고 반신반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문 좀 열어줄래요? 안에 들어가서 진서준을 기다리고 싶어요.”엘리사는 진서준을 바라보며 간절히 부탁하는 말투로 말했다.용란 사람들이 자국의 공주가 이런 애원 섞인 말투로 대한민국 사람에게 말하는 걸 들었다면 아마도 충격이 너무 커서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진서준은 당분간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방금 강남으로 갔거든요.”“그래요? 그럼 진서준 씨 전화번호라도 줄 수 있나요?”“미안하지만 그건 안 됩니다. 진서준 본인의 허락 없이는 절대 줄 수 없으니까요.”진서준은 단호하게 거절했다.‘도대체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꼴을 봐야 하지?’용란 공주가 왜 자꾸 자기를 찾는지 진서준은 이해할 수 없었다.설마 자기가 엘리사를 구해준 적이 있기 때문인가?사실 진서준은 처음에 엘리사를 구할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엘리사의 특수한 신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구해줘야 했던 것이다.그때 엘리사를 구하기 위해 진서준은 목숨을 잃을 뻔했다.진서준의 태도가 너무 단호하자 엘리사는 아쉬운 표정으로 한숨을 쉬고는 별장을 떠났다.엘리사가 떠나자 진서준은 그제야 거실로 돌아왔다.“또 그 용란 공주야? 왜 그 공주는 우리가 어디를 가도 따라다니지?”허윤진과 다른 여성들은 창문을 통해 엘리사를 목격했다.그리고 진서준과 엘리사 사이의 대화도 처음부터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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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0화

진서준은 그곳에서 이틀간 머물렀다.둘째 날 오후, 진서준은 진혁의 전화를 받았다.“할아버지, 무슨 일이에요?”“오늘 밤 양씨 가문 노인의 생신 연회가 열릴 예정이야. 너도 참석할래?”진혁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지금 저는 인피면구를 쓰고 있어 별로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요.”진서준이 진혁의 부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진혁은 잠시 침묵하더니 천천히 말했다.“그래도 가보는 게 좋을 거야. 오늘 밤엔 거물급 인사들이 많이 올 거야. 너도 그 자리에 가서 그 사람들의 정체를 알아두는 게 좋을 거야.”양씨 가문 가주의 생신 연회는 전국의 여러 가문이 앞다투어 참석하려고 경쟁하는 핫한 모임이었다.사대 가문 중 하나인 양씨 가문과 이런 방식으로 연결될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의 지위는 급상승할 것이 분명했다.지방 가문들뿐만 아니라 강남의 서씨 가문, 서남의 유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참석할 예정이었다.“알겠습니다. 그럼 오늘 밤에 가볼게요.”“초대장은 이미 네가 머무는 곳 앞에 두도록 했어.”“네? 누가 다녀갔나요?”진서준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이틀 동안 진서준은 계속 이 다락방 안에서 수련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진서준의 현재 지각으로는 누군가가 문 앞에 다가오면 당연히 느껴야 했는데 누군가가 아무 소리도 없이 이 다락방에 다녀갔다는 사실이 진서준을 깜짝 놀라게 했다.전화를 끊은 후, 진서준은 곧바로 문 앞에 나가 보았다.문 앞 바닥에는 금박이 새겨진 초대장이 놓여 있었다.초대장만 봐도 엄청난 가격으로 만들어진 느낌이 물씬 풍겼다.역시 대한민국에서 서열 1위에 놓인 최고 가문다운 스케일이었다.진서준은 초대장을 가슴에 넣고 차고로 향했고 이내 아우디 차 한 대를 선택해 양씨 가문 장원으로 향했다....월용정.양씨 가문 장원이 자리 잡은 곳이었다.산과 물이 어우러진 풍경은 옛날 사람의 시와 그림에서 본 듯한 아름다움을 자아냈다.진서준이 차를 몰고 도착했을 때, 이미 주변에는 고급 차들이 즐비했다.눈에 들어오는 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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