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123화

Author: 무가
여자가 생각하는 가장 얄미운 남자는 어떤 남자일까?

바로 갖은 수단을 동원해 여자를 유혹해 은밀한 부위가 흥건히 젖을 정도로 마음과 몸이 뜨겁게 달아올라 야릇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때, 갑자기 여자의 몸에서 일어나 이런 멘트를 던지는 남자였다.

“아차, 급하게 처리할 일이 생각났네. 오늘은 이만하고 내일 이어서 하자.”

진서준이 바로 배수정에게 그런 남자였다.

물론 진서준은 배수정의 진심을 갖고 논 것이지 신체적으로 그런 건 아니었다.

영웅이 미인을 구하는 장면은 흔한 클리셰지만 여자의 마음을 얻기엔 그만큼 효율적인 방법도 없었다.

예전에 진서준이 절에서 배수정을 구해줬을 때, 진서준의 당당하고 든든한 모습은 배수정의 마음속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만약 두 사람의 인연이 그 정도에서 끝났다면 배수정도 더 깊이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몇 차례 진서준과 마주치며 진서준은 매번 배수정에게 새로운 느낌을 안겨주었다.

그래서 배수정은 진서준에게 점점 더 마음이 끌렸다.

특히 진서준이 혼자서 진씨 가문과 서씨 가문이라는 거대한 세력에 맞섰을 때,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김연아를 구해낸 그날의 장면은 배수정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그 장면 이후, 배수정은 진서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더욱 확실해졌다.

하지만 진서준이 운대산에 들어가 수련에 몰두한 이후, 진서준은 세상에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듯 연락이 뚝 끊겼다.

배수정은 매일 진서준에게 수십 개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배수정의 불처럼 뜨거웠던 마음은 조금씩 식어갔다.

배수정이 진서준을 좋아하지 않게 된 것이 아니라 그저 반응 없는 짝사랑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배수정은 진서준과의 인연을 완전히 끊기로 결심했다.

진서준이 자기에게 주동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한, 자신도 더 이상 진서준에게 기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다음번에 또 우연히 만나더라도 그저 스쳐 지나가는 낯선 사람처럼 대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진서준이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24화

    “다음에 얘기하자. 지금은 혼자 있고 싶어.”배수정은 지친 얼굴로 대답했다.“알았어, 그럼 넌 여기서 잠깐 쉬고 있어.”양지천은 나머지 세 사람을 한쪽으로 불러 모았다.“너희들은 방금 저 녀석의 정체와 배경을 알아봐. 내가 좋아하는 여자를 저렇게 울린 대가를 반드시 톡톡히 치르게 해주겠어.”양지천의 눈에는 날카로운 살기가 스쳤다....진서준은 바로 경성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전에 임배가 알려준 묘지를 들렀다.묘지에 도착한 진서준은 임배가 그려준 지도를 따라 묘지 안에서 그 보검을 찾을 수 있었다.7척 길이의 보검은 매미의 날개처럼 얇았다.진서준이 손가락으로 살짝 검의 윗부분을 튕겨 먼지를 털어내자 보검은 본래의 광채를 드러냈다.옅은 청색의 보검은 표면에는 아무런 문양도 새겨져 있지 않았고 오직 검 손잡이 끝부분에 단 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참선...”짧은 두 글자였지만 그 안에는 엄청난 패기가 깃들어 있었다.진서준은 참선검을 손에 쥐고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아 천천히 검 속으로 흘려보냈다.그러자 기묘한 광경이 펼쳐졌다.옅은 청색이었던 참선검이 갑자기 청광을 내뿜으며 빛나기 시작했다.그 빛이 허공에 퍼지더니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처럼 화려한 화면이 나타났다.그 화면 속에는 한 남자가 참선검을 손에 들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구름 위에는 십여 명의 인물이 서 있었고 그들은 마치 세상을 내려다보는 듯한 압도적인 위압감을 풍겼다.이 화면을 본 진서준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설마 이 검의 주인이 옛날에 혼자서 수십 명의 신선들과 싸웠다는 건가?”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지만 도무지 믿기 힘든 일이었다.진서준은 과거 스승님께서 했던 말을 떠올렸다.수사가 번개를 극복하고 승천에 성공하면 신선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신선이 된 이후로는 인간계로 내려오는 것이 평범한 사람이 하늘로 오르는 것보다도 더 어렵다고 했다.그 이유는 스승님도 알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참선검, 네 주인은 이제 없으니 앞으로는 내가 널 잘 돌봐줄게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25화

    그 귀싸대기 소리를 듣는 순간, 진서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진서라는 바로 여기 살고 있었고 이 저택은 임씨 가문의 것이었다.진서준이 그동안 접해왔던 무례한 청년들을 생각해 볼 때, 임씨 가문의 후손들이 진서라를 괴롭힐 가능성이 컸다.그래서 귀싸대기 소리를 듣자마자 진서준은 망설임 없이 곧바로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하지만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진서준은 자기 추측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맞은 사람은 진서라가 아니라 진서라 또래인 다른 여자였다.게다가 때린 사람은 손을 허공에 들어 올린 채 서 있는 진서라였다.동생이 맞지 않은 것을 확인한 진서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동시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항상 얌전하고 착하기만 했던 동생이 누군가의 따귀를 때리다니,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방 안에는 진서라와 맞은 여자 외에도 두 명의 젊은 남자가 있었다.하지만 이 세 사람은 진서준의 등장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고 다들 진서라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다.“이 망할 년이 감히 내 뺨을 때려? 오늘 넌 내 손에 죽어야겠어!”맞은 여자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진서라는 차가운 얼굴로 그 여자를 바라보며 쌀쌀하게 말했다.“먼저 욕한 건 너잖아.”“내가 욕하면 어쩔 건데? 넌 길바닥에서 주워 온 아이잖아. 말도 못 하게 할 거야?”여자가 거의 6cm 길이에 달하는 손톱을 쫙 펴며 진서라의 얼굴을 향해 휘둘렀다.손톱이 곧 얼굴에 닿는 순간, 허공에서 손이 나타나 그 여자의 손목을 붙잡았다.“넌 누구야? 이거 당장 안 놔?”진서준이 갑자기 자기 손목을 잡자 분노가 폭발한 여자는 진서준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오빠.”진서준이 갑자기 나타난 것을 보고 진서라는 놀라움과 기쁨이 교차했다.“서라야, 오빠 왔어. 이제 넌 아무런 억울한 일도 당하지 않을 거야.”진서준은 진서라를 안심하게 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이 주워 온 년 오빠야? 역시 한 가족이라 수준이 똑같네, 당장 날 놓지 못해?”여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26화

    진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엄마도 오신다고?”진서라는 조희선이 온다는 소식에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진서라의 인생에서 그 누구보다 중요한 존재는 바로 진서준과 조희선이었다.비록 임씨 가문의 사람들이 진서라와 혈연관계가 있긴 하지만 진서라는 그들에게 전혀 애정을 느끼지 않았다.“가서 짐 좀 챙겨. 우리 바로 떠나자.”쇠뿔도 단김에 빼야 한다고 진서준이 진서라를 재촉했다.“알았어, 바로 가서 짐 챙길게.”진서라는 서둘러 2층에 있는 자기 방으로 달려갔다.진서라가 방으로 올라가자 진서준의 얼굴은 즉시 차갑게 굳어졌고 눈에는 은은한 살기가 감돌았다.진서준의 서늘한 시선이 닿자 임세희와 두 청년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두려움에 휩싸였다.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이 발끝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서라는 내 동생이야. 누구든 내 동생을 괴롭히는 건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했던 게 기억 안 나?”진서준의 목소리에는 얼음 같은 살기가 서려 있어 거실이 순식간에 엄동설한에 들어선 듯했다.임세희는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고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저... 저희는 서라를 괴롭힌 게 아니라 그냥 장난친 거예요.”임세희는 서둘러 마음을 진정시키고 변명했다.“우린 그냥 장난쳤어요. 서라랑 우리는 혈연관계도 있는데 우리가 왜 괴롭힐 리가 없죠.”“맞아요, 맞습니다. 그냥 장난이었어요. 절대 괴롭힌 게 아니에요.”나머지 두 청년도 재빨리 맞장구를 쳤다.“주워 온 아이라고 부르는 게 장난이냐?”진서준은 냉랭한 시선으로 세 사람을 보며 따졌다.“그건... 그게 아니라... 흑흑...”임세희는 그만 울음이 터져 나와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다.“저도 서라를 욕하고 싶진 않았어. 그런데 서라가 오고 나서 큰할아버지든 작은할아버지든 다들 진서라만 신경 쓰잖아요. 우린 똑같은 손녀인데 왜 다들 진서라만 관심해 주고 이뻐해 주는 건가요?”임세희는 감정이 격해지자 울분을 토하며 자기가 진서라를 괴롭힌 진짜 이유를 토로했다.임세희는 진서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27화

    임훈은 말을 마치고 정교하게 만든 작은 나무 상자를 꺼냈다.진서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 상자를 반히 노려봤다.상자 안에서 풍기는 엄청난 영기를 느끼면서 혹시나 이 안에 있는 건 최고급 약초가 아닐지 의심이 들었다.“열어봐도 돼.”임훈은 나무 상자를 진서준에게 건넸다.그러자 진서준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상자를 열었다.순간, 상자 안에서 서늘한 영기가 뿜어져 나왔다.“이건 얼음 연꽃이네요!”상자 안에 있는 보석처럼 투명하고 연꽃과 많이 닮아 있는 약초를 보고 진서준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얼음 연꽃은 굉장히 귀한 약초로 성약당의 약초 후원에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진서라의 몸속에 깊숙이 침투된 독을 완전히 풀기 위해서는 얼음 연꽃 또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약초였다.진서준의 신나서 어쩔 바를 모르는 표정을 보자 임훈은 이 약초가 진서준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챘다.“이 얼음 연꽃은 어디서 구한 겁니까?”진서준은 놀란 얼굴로 물었다.“수십 년 전, 우리 집안 사람이 동북 지방을 여행하다가 장라산 아래에서 채취한 거야. 이후 계속 우리 임씨 가문의 약초밭에서 정성껏 키워왔지. 임씨 가문이 너희 가족에게 진 빚이 정말 많아. 이 얼음 연꽃은 그 빚에 대한 작은 보상이라고 생각하면 돼.”임훈은 미소를 지으며 자세히 설명했다.“그럼 감사히 받을게요.”진서준은 상자를 닫으며 임훈에게 덧붙여 설명했다.“이 얼음 연꽃은 서라 체내 독을 제거하는 데 필수적인 약재예요.”한마디 보탠 이유는 이 얼음 연꽃을 자기가 독차지하려는 게 아니라 진서라의 독을 풀기 위한 것이라는 걸 알리기 위해서였다.“난 그렇게 소심하지 않아. 네가 쓴다고 해도 뭐라 할 생각은 없었어.”임훈은 설명을 듣자 웃으며 말했다.사실 두 사람 사이에도 혈연관계가 있었다.그러니 진서준에게 얼음 연꽃 한 송이 주는 정도는 임훈에게 큰 부담이 아니었다.“참, 며칠 후에 양씨 가문의 양 노인 생신이 있는데, 참석할 생각인가?”임훈이 문득 뭔가 중요한 일을 떠올리며 물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28화

    “그렇긴 하네.”진서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서준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자, 이제 시간이 늦었으니, 얼른 쉬어.”“오빠도 너무 무리하지 말고 일찍 자.”밤이 되자 진서준은 진서훈이 전에 준 인피면구를 얼굴에 썼다.다음 날 아침, 진서라는 진서준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사이가 아니었다면 눈앞의 이 중년 남자가 진서준이라는 걸 도저히 믿을 수 없을 것이다.“오빠, 그걸 왜 쓰고 있는 거야?”진서라는 진서준의 행동이 몹시 궁금했다.“난 지금 김평안이야. 네 오빠가 아니니까 내 정체를 들키면 안 돼.”진서준이 진서라에게 인피면구의 작용을 설명했다.“아, 알았어.”진서라는 진서준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어렴풋이 짐작했다.자기 신분을 이런 방식으로 숨겨서 정체가 드러나 주변에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의도인 것 같았다.“넌 차를 몰고 공항에 가서 엄마랑 사연 일행을 데려와. 난 여기서 기다릴게.”진서준이 진서라에게 심부름을 시켰다.가족과 만나고 나면 진서준은 요 며칠 동안 이곳에 머물지 않을 계획이었다.만약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 존재를 들키게 된다면 진서준의 진짜 정체가 드러날 위험이 있었다.지금 이 상황에서 진짜 정체가 드러나면 악의를 품은 사람들이 진서준을 찾아올 게 분명했다.수선 공법의 유혹은 너무나 강력해서 그걸 뿌리칠 사람은 많지 않았다.진서라가 조희선과 다른 사람들을 데려왔을 때는 이미 정오가 가까워진 때였다.“진서준, 왜 또 그 면구를 쓰고 있는 거야?”집에 들어서자마자 허윤진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조용히 해.”진서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허윤진을 쏘아봤다.“주변에 아무도 없잖아. 누가 듣겠어?”허윤진은 개의치 않고 당당하게 대답했다.다들 이곳에 처음 머물렀을 때는 주변에 몇 채의 빈집뿐이었다.하지만 이번에는 이미 누군가 이웃에 살고 있었고 허윤진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였다.허사연 일행이 별장 거실의 문을 닫기도 전에 밖에서 여자의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진서준? 안에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29화

    방에 돌아가려던 진서준의 걸음이 멈췄다. 진서준은 차라리 엘리사의 질문에 대답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괜히 이 여자가 자기를 계속 물고 늘어지기라도 하면 귀찮아질 게 뻔했다.“제 이름은 김평안입니다.”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뭐라고요? 당신도 이름이 김평안이에요? 전에 진서준도 자기 이름이 김평안이라고 했거든요...”엘리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진서준은 엘리사의 말을 듣고 평온하게 설명했다.“저와 진서준은 나이 차이가 크게 나긴 하지만 굉장히 가까운 사이예요. 진서준은 적으로 돌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가끔 제 이름을 쓸 때가 있죠.”엘리사는 그 말을 듣고 반신반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문 좀 열어줄래요? 안에 들어가서 진서준을 기다리고 싶어요.”엘리사는 진서준을 바라보며 간절히 부탁하는 말투로 말했다.용란 사람들이 자국의 공주가 이런 애원 섞인 말투로 대한민국 사람에게 말하는 걸 들었다면 아마도 충격이 너무 커서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진서준은 당분간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방금 강남으로 갔거든요.”“그래요? 그럼 진서준 씨 전화번호라도 줄 수 있나요?”“미안하지만 그건 안 됩니다. 진서준 본인의 허락 없이는 절대 줄 수 없으니까요.”진서준은 단호하게 거절했다.‘도대체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꼴을 봐야 하지?’용란 공주가 왜 자꾸 자기를 찾는지 진서준은 이해할 수 없었다.설마 자기가 엘리사를 구해준 적이 있기 때문인가?사실 진서준은 처음에 엘리사를 구할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엘리사의 특수한 신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구해줘야 했던 것이다.그때 엘리사를 구하기 위해 진서준은 목숨을 잃을 뻔했다.진서준의 태도가 너무 단호하자 엘리사는 아쉬운 표정으로 한숨을 쉬고는 별장을 떠났다.엘리사가 떠나자 진서준은 그제야 거실로 돌아왔다.“또 그 용란 공주야? 왜 그 공주는 우리가 어디를 가도 따라다니지?”허윤진과 다른 여성들은 창문을 통해 엘리사를 목격했다.그리고 진서준과 엘리사 사이의 대화도 처음부터 마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30화

    진서준은 그곳에서 이틀간 머물렀다.둘째 날 오후, 진서준은 진혁의 전화를 받았다.“할아버지, 무슨 일이에요?”“오늘 밤 양씨 가문 노인의 생신 연회가 열릴 예정이야. 너도 참석할래?”진혁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지금 저는 인피면구를 쓰고 있어 별로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요.”진서준이 진혁의 부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진혁은 잠시 침묵하더니 천천히 말했다.“그래도 가보는 게 좋을 거야. 오늘 밤엔 거물급 인사들이 많이 올 거야. 너도 그 자리에 가서 그 사람들의 정체를 알아두는 게 좋을 거야.”양씨 가문 가주의 생신 연회는 전국의 여러 가문이 앞다투어 참석하려고 경쟁하는 핫한 모임이었다.사대 가문 중 하나인 양씨 가문과 이런 방식으로 연결될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의 지위는 급상승할 것이 분명했다.지방 가문들뿐만 아니라 강남의 서씨 가문, 서남의 유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참석할 예정이었다.“알겠습니다. 그럼 오늘 밤에 가볼게요.”“초대장은 이미 네가 머무는 곳 앞에 두도록 했어.”“네? 누가 다녀갔나요?”진서준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이틀 동안 진서준은 계속 이 다락방 안에서 수련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진서준의 현재 지각으로는 누군가가 문 앞에 다가오면 당연히 느껴야 했는데 누군가가 아무 소리도 없이 이 다락방에 다녀갔다는 사실이 진서준을 깜짝 놀라게 했다.전화를 끊은 후, 진서준은 곧바로 문 앞에 나가 보았다.문 앞 바닥에는 금박이 새겨진 초대장이 놓여 있었다.초대장만 봐도 엄청난 가격으로 만들어진 느낌이 물씬 풍겼다.역시 대한민국에서 서열 1위에 놓인 최고 가문다운 스케일이었다.진서준은 초대장을 가슴에 넣고 차고로 향했고 이내 아우디 차 한 대를 선택해 양씨 가문 장원으로 향했다....월용정.양씨 가문 장원이 자리 잡은 곳이었다.산과 물이 어우러진 풍경은 옛날 사람의 시와 그림에서 본 듯한 아름다움을 자아냈다.진서준이 차를 몰고 도착했을 때, 이미 주변에는 고급 차들이 즐비했다.눈에 들어오는 차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31화

    “김평안!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이렇게 또 만날 줄은 몰랐네.”황현호는 음침한 표정을 지으며 진서준과 조민영에게 다가갔다.방금 진서준을 본 순간, 황현호는 자기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진서준은 한때 신농 테스트를 통과하고 순조롭게 선발되어 들어간 사람이었다.일단 신농에 들어간 무인은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절대 신농 밖으로 나올 수 없었다.신농의 지옥 같은 처음 훈련을 버텨내지 못하고 죽든가 아니면 평생을 신농에서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진서준처럼 신농에 잠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온 사람은 황현호도 처음 보았고 심지어 전에 이런 소문도 듣지 못했다.“이봐, 넌 도대체 어떻게 신농에서 나온 거냐? 설마 네 실력이 바닥을 쳐서 신농이 널 버리고 내보낸 거야?”황현호는 진서준을 바라보며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여기는 양씨 가문의 집안이니 진서준이 여기서 자기에게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황현호는 마음대로 진서준을 조롱해도 안전하다고 판단했다.진서준은 황현호를 한 번 쓱 쳐다보고 단 두 글자만 내뱉었다.“꺼져.”“껌딱지 같은 인간이 또 여기까지 따라와서 질척대네요.”조민영도 입술을 삐쭉 내밀며 황현호를 불쾌하게 바라보았다.이제 막 아저씨랑 단둘이 있을 수 있었는데 이 귀찮은 놈이 갑자기 나타나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망쳐버린 것이다.진서준에게 욕을 먹는 건 그렇다 쳐도 조민영에게 이런 식으로 무시당하자 황현호는 속이 꽉 막히는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여태껏 어디 가든 호감형 존잘로 통한 자기가 조민영의 눈에는 왜 40대 아저씨만도 못 한 존재로 보이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신농에서 돌아온 후, 황현호는 이내 조민영의 정체를 알아냈다.동북 조씨 가문 가주의 딸이자 조기강의 조카라는 화려한 사실을 알아챈 것이다.황현호의 황씨 가문이 아무리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 가문이라고 해도 이런 명문대가의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겸손하게 대할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황현호의 아버지도 현재 대한민국에 없으니 조씨

Latest chapter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68화

    묘왕은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체내의 선천강기를 돌려 방어 태세를 취했다.동시에 묘왕은 자기 몸에 숨겨둔 독충들을 풀어 진서준의 얼굴로 날려 보냈다.이 독충들이 가진 독은 전부 강력한 부식성을 지니고 있어 육급 이하의 선천 대종사 강기조차 이 독충들의 독성을 막아낼 수 없었다.독충과 진서준 사이의 거리가 반 미터도 채 남지 않았을 때, 진서준의 눈에서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곧이어 그 불꽃이 하늘로 솟구치며 독충 무리를 덮쳤다.치지직...순간 고기를 구울 때 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독충들은 진서준이 내보낸 영화에 의해 몰살당했다.순식간에 가루로 변한 독충들은 바닥에 닿기도 전에 빗물에 씻겨 사라졌다.이를 본 묘왕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그러나 묘왕은 지금 독충을 걱정할 여유조차 없었다.진서준의 양주먹이 이미 묘왕의 가슴팍을 향해 날아오고 있기 때문이었다.묘왕 역시 자기 양 주먹을 내밀어 진서준의 주먹을 정면으로 받아들였다.펑!두 사람의 주먹이 맞부딪히며 산이 무너지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발밑의 지면이 지진이라도 난 듯 사방으로 갈라져 퍼져 나갔다.무시무시한 충격파에 머리 위로 떨어지던 빗물조차 접근하지 못했다.이를 꽉 악물고 있는 묘왕의 얼굴이 철판처럼 굳어졌다.묘왕은 산을 뒤엎는 듯한 공포스러운 힘이 주먹에서 시작해 온몸으로 퍼지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게다가 묘왕의 주먹 끝 강기에는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반면, 진서준의 상태도 묘왕보다 크게 나아 보이지 않았다.백 년 가까이 살아온 묘왕의 내공과 실력은 역시나 무시무시한 수준이었다.우르릉!하늘에서 갑작스러운 천둥소리가 울렸다.번개의 섬광이 칠흑 같은 밤하늘을 찢어 잠깐의 백광을 드러냈다.곧이어 하늘에서 헬리콥터의 로터 소리가 들려왔다.묘왕과 정면으로 겨루고 있던 진서준이 고개를 들어 쳐다보자 헬리콥터 두 대가 빠르게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는 걸 발견했다.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묘왕과 속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67화

    비는 점점 거세졌고 멈출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빗물로 흠뻑 젖은 바닥에 쓰러진 유문기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단 한 방에 자기가 완전히 폐인이 되다니, 이 녀석의 실력이 대체 얼마나 강한 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진서준은 유문기를 멍청이를 보듯이 바라보며 말했다.“너 같은 비겁한 수작질이나 하는 녀석이 감히 나랑 정면으로 겨룬다고? 널 쉽게 죽이고 싶지 않아서 봐주는 거야. 그게 아니었으면 너도 방금 그 탱크처럼 새까만 시체로 변했을 거야.”탱크조차 진서준의 일격을 당해내지 못했는데 하물며 겨우 종사 경지에 불과한 유문기가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지금 진서준에게 유문기를 죽이는 건 손바닥 뒤집는 일과도 같았다.하지만 그냥 죽이는 건 유문기에게 너무 가벼운 벌을 내리는 것과 같았다.진서준은 유문기의 뼈를 하나하나 산산이 부수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사람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두고 왜 굳이 짐승이 되려고 해?”짐승이 되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다.“너... 너 대체 누구야?”유문기의 눈알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같은 20대 청년인데 왜 이 녀석의 실력은 자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에 있는 거지?“너희 집 큰 짐승이 안 알려줬어?”진서준이 유기철을 가리켰다.“누굴 짐승이라는 거야? 너야말로 짐승이야!”유기철은 얼굴이 시퍼렇게 질린 채 분노에 차 욕을 내뱉었다.“유기명 삼촌이 네 목숨을 살려줬을 때 고마워할 줄도 모르고 오히려 사람을 시켜 유정을 독살하려고 시도해? 네가 짐승이 아니면 뭔데? 짐승조차도 은혜를 알고 갚을 줄 알아. 넌 인간의 뇌를 가진 고등 동물인 주제에 자각도 없는 거야?”진서준은 유기철을 바라보며 섬뜩한 살기를 내뿜었다.“그건 그 여자가 죽어 마땅했기 때문이야!”유기철은 일말의 자책도 없이 계속 헛소리를 지껄였다.“다들 입 다물어!”묘왕이 분노의 외침을 터뜨리더니 곧이어 원한에 가득 찬 시선으로 진서준을 노려봤다.“이봐, 오늘 네가 무슨 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66화

    “스승님, 지금 어떡해야 하죠?”유문기가 긴장한 기색으로 묻자 묘왕은 곧 평정심을 되찾으며 말했다.“당황하지 마. 우리에게는 아직 숨겨둔 비장의 카드가 있어. 오늘 저 녀석이 설령 지선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여기서 끝장날 거야. 게다가 방금 그 일격으로 꽤 체력을 소모했을 게 분명해. 오늘은 묘강의 모든 주민을 동원해서라도 저놈을 기어이 지치게 만들어야 해.”묘강에는 무려 3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있었고 그중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남자만 10만 명이 넘었다.이런 어마어마한 전투력을 상대하려면 지선도 버거울 게 뻔했다.죽이지는 못해도 적어도 지쳐서 움직일 수 없게 할 수는 있었다.이게 바로 묘왕이 태연하게 있을 수 있는 이유였다.그러나 진서준은 묘왕 일행에게 비장의 카드를 꺼낼 기회를 줄 생각이 없었다.방금 참선검을 휘두르며 진서준은 곁눈질로 유기철을 발견했다.진서준이 발끝에 힘을 주고 허공에 뛰어오르자 그의 모습이 귀신처럼 제자리에서 사라졌다.사람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진서준은 이미 묘왕 일행 앞에 나타나 있었다.“너였구나!”유기철은 진서준의 얼굴을 보자마자 표정이 확 변했다.“저 녀석을 알아?”묘왕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묘왕님, 이 사람이 제가 전에 말씀드렸던 진서준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녀석이 예전에 우리의 계획을 망쳤습니다.”유기철이 서둘러 진서준을 소개했다.눈앞의 청년이 진서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묘왕은 충격을 감출 수 없었다.“네놈이 내 오랜 계획을 그렇게 망쳐놓고 감히 혼자서 우리 묘강에 쳐들어와? 우리 묘강이 그렇게 만만한 줄 알아?”묘왕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진서준을 노려보며 버럭 화를 냈다.하지만 진서준은 묘왕의 말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대신 유기철을 차갑게 바라보며 은은한 살기를 드러냈다.유기철은 그 시선에 수만 마리 개미가 자기 몸을 기어다니는 듯한 소름 끼치는 느낌을 받았다.“유기철, 자기 친조카에게 독을 퍼뜨리는 네놈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닌 짐승이야.”진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65화

    탱크는 현대 전쟁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존재 중 하나였고 말 그대로 전쟁 기계라 불릴 만했다.완전히 무장한 병사들이 대전차 무기가 없이 탱크를 마주하면 그건 곧 죽음을 의미한다.무도를 익힌 무인이라 해도 이런 존재 앞에서는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지금의 올기는 체내의 영기가 거의 소진된 상태였다.묘강에 들어왔을 때 탱크를 만났다면 한 번 싸워볼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모든 희망을 진서준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진서준은 아래를 쓱 훑어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이제 넌 그만 물러나.”“알겠습니다!”올기는 억지를 부리지 않고 곧바로 몸을 줄여 진서준의 어깨 위로 돌아왔다.진서준은 몸을 천천히 놀려 기러기처럼 부드럽게 지면에 내려왔다.지면에 있는 사람들이 진서준의 움직임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세상에, 저 용 머리 위에 사람이 서 있었어!”“어머나, 그럼 아까 그 괴수가 주인이 있었단 말이야? 그럼 그 주인은 얼마나 무시무시한 사람일까?”“아무리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어쩌겠어? 우리에겐 탱크가 있잖아. 게다가 전투기들도 곧 도착할 거라고.”놀라 두려워하는 사람도, 오만하게 웃는 사람도 있었다.한편, 묘왕과 유문기 두 사람은 여전히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보아하니 저 녀석이 바로 그 짐승의 주인인가 보구나.”묘왕의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저놈을 당장 죽여! 묘강의 위엄을 제대로 보여줘!”진서준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손바닥을 살짝 떨었다.그러자 참선검이 허공에 떠올라 진서준의 손으로 들어왔다.낯선 대한민국 청년을 보자 탱크 안에 있던 병사들은 할 말을 잃었다.그들을 전멸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자가 겨우 스무 살 남짓의 청년이라고?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노인이라면 차라리 납득이라도 했을 것이다.“포격! 포격해!”지휘관의 목소리가 작전 통신기를 통해 울려 퍼졌다.펑! 펑! 펑!포탄 세 발이 진서준이 서 있는 방향으로 동시에 발사되었다.포탄이 터지며 대지가 흔들리고 귀청이 찢어질 듯한 폭음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64화

    진서준과 올기는 막강한 실력으로 묘강 병사들을 처참하게 밀어붙였다.조금이라도 늦게 움직인다면 팔이 잘리거나 다리가 떨어지기 일쑤,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게다가 묘강 병사들은 급하게 전투를 시작한 터라, 위력이 강력한 무기들을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했다.“뭐라고요? 사람 한 명에 용 한 마리라고요?”유문기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외쳤다.유문기만 경악한 게 아니었다. 묘왕 역시 충격을 받고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너 지금 뭐라는 거야? 세상에 용이 있을 리 없잖아!”묘왕은 지휘관의 목을 붙잡고 거칠게 흔들며 받아들이지 못했다.지휘관은 머리가 어지러워졌지만 여전히 단호하게 말했다.“묘왕님, 제가 거짓말하는 게 아닙니다. 믿기지 않으시면 직접 나가서 확인하시면 됩니다.”묘왕은 지휘관을 놓아주고 창백한 표정을 유지한 채 밖으로 나갔다.폭우가 쏟아지고 있었지만 묘왕의 몸에는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았다.“묘왕님.”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던 유기철은 묘왕 일행이 나오는 걸 보고 서둘러 다가갔다.하지만 지금 묘왕은 유기철과 대화할 여유가 없었다.묘왕은 쳐들어온 사람이 배논국 군대 사람이 맞는지 급히 확인해야 했다.만약 배논국 사람이 아니라면 묘왕은 큰 실수를 저지른 것이었다.묘왕 일행은 차를 타고 폭발 소리가 끊이지 않는 방향으로 달려갔다.5분쯤 지나 목적지에 도착해 묘왕과 유문기가 차에서 내리자 그들은 눈앞의 광경에 말문이 턱 막혔다.지휘관의 말대로 현장에는 정말 용이 있었다.올기의 입에서는 번개가 번쩍이고 있었다.번개가 내리칠 때마다 묘강 군대 병사들은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총알이 올기에게 닿아도 올기의 가려운 데를 긁는 꼴이었다.“묘왕님, 제가 거짓말한 게 아니죠? 정말 용이 존재합니다.”지휘관은 절망과 공포가 가득한 눈빛으로 하늘의 거대한 용을 바라봤다.“용이면 뭐 어쩔 건데? 당장 탱크와 비행기를 끌고 와!”묘왕은 버럭 화내며 소리쳤다.자기 예측이 틀리자 묘왕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게다가 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63화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유기철이 문을 열고 나가 앞에서 불길이 치솟는 모습을 보자 마음속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혹시 배논국 정부가 갑자기 쳐들어온 건가?”군대 외에 유기철은 묘강을 이 정도로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존재가 누구일지 상상할 수 없었다.혹시 누군가가 단독으로 일으킨 소동인가?그럴 가능성은 희박할 것 같았다.지선이 직접 나타나야만 이 정도의 파괴력을 자랑하는 소란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문기야! 저기 저 앞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유기철은 아들을 보자 급히 달려가 물었다.유문기는 유기철에게 신경 쓸 틈도 없이 급하게 움직이며 유기철을 밀어내며 말했다.“저도 몰라요. 마침 이 소동을 스승님께 알려드리려고 했어요.”유문기의 태도에 유기철은 마음속으로 상처를 받았다.이래 봬도 자기는 유문기의 친아버지인데 유문기가 어떻게 이런 태도로 자기를 대할 수 있는 거지?유문기는 속도를 내서 한달음에 전당 앞에 도착했다.이번에는 예의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아까 유문기가 있는 곳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앞에서 들리는 소란이 너무 요란했기 때문이었다.“스승님. 큰일 났어요!”유문기는 바로 문을 밀고 전당 안으로 들어갔다.“침착해, 나도 그 소동은 들었어.”묘왕이 차가운 표정으로 태연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니 유문기도 한결 안심할 수 있었다.그와 동시에 유문기는 묘왕을 더욱 존경하게 되었다.몇 킬로미터나 떨어진 전당에서 묘왕이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난 것을 알아챌 수 있기 때문이었다.“스승님, 누가 우리 묘강을 기습한 겁니까?”유문기가 궁금한 질문을 던졌다.“배논국의 그 몇 놈 외에 누가 더 있겠어?”묘왕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우리 묘강의 세력이 점점 더 커져서 이제 배논국과 거의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규모가 되었어. 그래서 그놈들이 우리를 기습하는 거야.”묘왕의 말에 유문기는 깊이 공감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스승님 말씀이 맞아요. 배논국 부대 외에는 이렇게 큰 소동을 일으킬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62화

    “검 소리인가? 맞는 것 같은데?”“야, 누구 하나 나가 확인해.”결국, 방 안의 병사가 일어서기도 전에 고탑 전체가 갑자기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쿵!귀를 찢는 듯한 소음이 100미터 안팎을 뒤흔들었다.“무슨 일이야? 나가서 확인해 봐.”병사들은 손에 들고 있던 카드를 던지고 즉시 밖으로 뛰쳐나갔다.병사들이 아래를 내려다보자 믿기지 않는 광경에 입이 떡 벌어졌다.5미터가 넘는 철문이 이 순간, 쑥대밭처럼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고 철문 앞에는 거대한 대한민국 용 한 마리가 서 있었다.그리고 그 용 위에는 한 사람이 검을 들고 뒷짐을 낀 채 있었다.이 장면을 목격한 병사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멍하니 서 있었다.“대박이야, 용이 진짜 존재해!”배논국은 대한민국과 매우 가까운 나라라 대한민국의 거대한 용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진짜 용을 보는 건 난생처음이었다.“빨리 경보를 울려! 침입자야, 침입자!”누군가 정신을 차리고 즉시 경보를 울리려고 했다.하지만 병사들이 미처 움직이기도 전에 청색의 검광이 바닥에서 하늘로 솟구쳤다.우르르!수십억이 넘는 고탑이 순식간에 무너졌다.진서준은 고탑을 바라보지도 않고 발밑의 올기에게 담담하게 지시했다.“앞으로 가.”올기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흔들며 앞으로 나아갔다.본래 잠을 자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창문을 열고 이 장면을 바라보았고 진짜 용이 나타난 걸 보고 모두가 멍해져 할 말을 잃었다.“어머나! 이... 이게 뭐야? 날아다니는 뱀인가?”“눈멀었어? 저건 용이야! 그렇게 상식이 없어?”“넌 상식이 있어 여기서 살아? 입 닥쳐!”올기는 아래의 사람들을 보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용존님, 이 사람들은 안 죽입니까?”“무고한 평민을 죽인다면 내가 그 개자식들과 다를 게 뭐야?”진서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때 경보가 울렸고 완전하게 무장되지 않은 병사들이 나와서 진서준의 앞길을 막으려 했다.하지만 다들이 그 거대한 용을 보고는 모두 마른침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61화

    유문기는 노인이 점점 더 격앙된 어조로 말하는 걸 보자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제자 유문기는 스승님의 위대한 사업을 위해 몸이 부서지고 뼈가 으스러져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됐어. 시간도 늦었으니 얼른 돌아가서 쉬어.”“네!”유문기는 조심스럽게 전당에서 물러났다.밖으로 나온 순간, 유문기의 머리 위로 먹구름이 가득 드리웠다.잠시 후, 부슬부슬 내리던 빗방울이 점차 굵어지기 시작했고 비는 점점 더 거세졌다.묘강 전역에 빗소리 외에는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이 시각, 대한민국 국경 지역.한 줄기 검은 그림자가 대한민국 국경 안쪽에서 국경 밖으로 날아갔다.경비병이 레이더에서 이를 포착하고 즉시 보고했다.레이더는 이 검은 그림자를 포착해냈지만 밤이 너무 어두웠고 하늘에는 먹구름이 자욱해 희미하게 보이는 검은 그림자의 윤곽 외에는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이상하네, 저거 우리 신화에 나오는 용이랑 좀 닮지 않았어?”누군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댔다.“이봐, 책 너무 많이 읽은 거 아니야? 세상에 어떻게 용이 있을 수 있어?”“그럼 저건 뭐라고 설명할 건데? 이렇게 크고 길면서 하늘을 날아다니잖아.”“아마 전신전 병사들이 또 임무 수행하러 나간 거겠지. 이제 익숙해져야 해.”대다수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전신전 병사들은 임무 수행 시 보안을 위해 경비병들에게 정보를 따로 제공하지 않았다.그만큼 극비 사항이기 때문이었다.이 검은 그림자를 포착한 건 대한민국 국경 경비병뿐만이 아니라 배논국 쪽에서도 마찬가지였다.배논국 쪽은 더욱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심지어 대다수 사람은 대형 새일 거라고 추측했을 뿐이다.동남아 지역은 각종 이수가 빈번하게 나타나는 곳이다.길이가 20미터나 되는 거대한 뱀이 나타나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기에 길이가 10미터나 되는 새를 포착했다고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이 이수들이 자기를 공격하지 않는 한 굳이 주동적으로 건드릴 필요도 없었다.이 검은 그림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60화

    “우리는 그저 가만히 앉아 어부지리를 누리면 돼.”유기철은 호탕하게 웃었다.이 순간을 위해 유기철은 오래도록 기다려왔고 이제 곧 그의 계획이 이루어질 것이다.“아버지, 이제 돌아가면 우리 스승님 일을 계속 도와야 해요.”유문기가 갑자기 다른 화제를 꺼내자 유기철은 표정이 어두워졌다.“그건 당연하지. 근데 문기야, 제발 스승님 얘기 좀 그만해. 너와 내가 한 가족이야.”유문기의 태도에 유기철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자기야말로 유문기의 친아버지인데 대화할 때마다 유문기는 자꾸 스승 얘기만 꺼내니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이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묘강 묘주가 자기 불평을 들으면 큰일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었다.“아버지는 물론 제 아버지입니다. 근데 그분도 제 스승님이잖아요.”유문기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우리 스승님이 없었으면 지금 저도 이 자리에 없을 거였고 아버지도 살아남지 못했을 겁니다.”유기철은 불편한 기색을 숨길 수 없었다.다들 딸을 키우면 결국 남 좋은 장사만 될 거라고 하지만 유기철 아들은 더 심한 것 같았다.“그만하죠. 일찍 쉬세요. 전 스승님을 찾으러 가겠습니다.”유문기는 말을 마치고 일어나 방을 떠났다.유문기가 나가자 유기철는 마음속에 쌓인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그깟 기술을 몇 개 가르친 게 뭐가 그렇게 대단해? 아들이 스승이 아니라 신선님을 모시는 것 같잖아. 이제 내가 대한민국에 다시 돌아가면 더 이상 네놈 말을 듣는지 두고 봐.”유기철은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게 통제당하는 인형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유기철은 유씨 가문을 완전히 장악해 서남 지역의 모든 명문대가의 위에 서서 호령을 내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유문기는 방을 떠난 후 큰길을 따라 규모가 거대한 궁전에 도달했다.그는 먼저 세 번 무릎을 꿇고 큰 예를 올린 뒤 안으로 들어갔다.지금 유문기의 얼굴엔 경건한 표정이 가득했고 궁전 안에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하늘의 신을 만나는 것처럼 대단한 일이라고 간주했다.“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