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귀싸대기 소리를 듣는 순간, 진서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진서라는 바로 여기 살고 있었고 이 저택은 임씨 가문의 것이었다.진서준이 그동안 접해왔던 무례한 청년들을 생각해 볼 때, 임씨 가문의 후손들이 진서라를 괴롭힐 가능성이 컸다.그래서 귀싸대기 소리를 듣자마자 진서준은 망설임 없이 곧바로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하지만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진서준은 자기 추측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맞은 사람은 진서라가 아니라 진서라 또래인 다른 여자였다.게다가 때린 사람은 손을 허공에 들어 올린 채 서 있는 진서라였다.동생이 맞지 않은 것을 확인한 진서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동시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항상 얌전하고 착하기만 했던 동생이 누군가의 따귀를 때리다니,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방 안에는 진서라와 맞은 여자 외에도 두 명의 젊은 남자가 있었다.하지만 이 세 사람은 진서준의 등장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고 다들 진서라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다.“이 망할 년이 감히 내 뺨을 때려? 오늘 넌 내 손에 죽어야겠어!”맞은 여자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진서라는 차가운 얼굴로 그 여자를 바라보며 쌀쌀하게 말했다.“먼저 욕한 건 너잖아.”“내가 욕하면 어쩔 건데? 넌 길바닥에서 주워 온 아이잖아. 말도 못 하게 할 거야?”여자가 거의 6cm 길이에 달하는 손톱을 쫙 펴며 진서라의 얼굴을 향해 휘둘렀다.손톱이 곧 얼굴에 닿는 순간, 허공에서 손이 나타나 그 여자의 손목을 붙잡았다.“넌 누구야? 이거 당장 안 놔?”진서준이 갑자기 자기 손목을 잡자 분노가 폭발한 여자는 진서준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오빠.”진서준이 갑자기 나타난 것을 보고 진서라는 놀라움과 기쁨이 교차했다.“서라야, 오빠 왔어. 이제 넌 아무런 억울한 일도 당하지 않을 거야.”진서준은 진서라를 안심하게 하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이 주워 온 년 오빠야? 역시 한 가족이라 수준이 똑같네, 당장 날 놓지 못해?”여
진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엄마도 오신다고?”진서라는 조희선이 온다는 소식에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진서라의 인생에서 그 누구보다 중요한 존재는 바로 진서준과 조희선이었다.비록 임씨 가문의 사람들이 진서라와 혈연관계가 있긴 하지만 진서라는 그들에게 전혀 애정을 느끼지 않았다.“가서 짐 좀 챙겨. 우리 바로 떠나자.”쇠뿔도 단김에 빼야 한다고 진서준이 진서라를 재촉했다.“알았어, 바로 가서 짐 챙길게.”진서라는 서둘러 2층에 있는 자기 방으로 달려갔다.진서라가 방으로 올라가자 진서준의 얼굴은 즉시 차갑게 굳어졌고 눈에는 은은한 살기가 감돌았다.진서준의 서늘한 시선이 닿자 임세희와 두 청년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두려움에 휩싸였다.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이 발끝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서라는 내 동생이야. 누구든 내 동생을 괴롭히는 건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했던 게 기억 안 나?”진서준의 목소리에는 얼음 같은 살기가 서려 있어 거실이 순식간에 엄동설한에 들어선 듯했다.임세희는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고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저... 저희는 서라를 괴롭힌 게 아니라 그냥 장난친 거예요.”임세희는 서둘러 마음을 진정시키고 변명했다.“우린 그냥 장난쳤어요. 서라랑 우리는 혈연관계도 있는데 우리가 왜 괴롭힐 리가 없죠.”“맞아요, 맞습니다. 그냥 장난이었어요. 절대 괴롭힌 게 아니에요.”나머지 두 청년도 재빨리 맞장구를 쳤다.“주워 온 아이라고 부르는 게 장난이냐?”진서준은 냉랭한 시선으로 세 사람을 보며 따졌다.“그건... 그게 아니라... 흑흑...”임세희는 그만 울음이 터져 나와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다.“저도 서라를 욕하고 싶진 않았어. 그런데 서라가 오고 나서 큰할아버지든 작은할아버지든 다들 진서라만 신경 쓰잖아요. 우린 똑같은 손녀인데 왜 다들 진서라만 관심해 주고 이뻐해 주는 건가요?”임세희는 감정이 격해지자 울분을 토하며 자기가 진서라를 괴롭힌 진짜 이유를 토로했다.임세희는 진서
임훈은 말을 마치고 정교하게 만든 작은 나무 상자를 꺼냈다.진서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 상자를 반히 노려봤다.상자 안에서 풍기는 엄청난 영기를 느끼면서 혹시나 이 안에 있는 건 최고급 약초가 아닐지 의심이 들었다.“열어봐도 돼.”임훈은 나무 상자를 진서준에게 건넸다.그러자 진서준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상자를 열었다.순간, 상자 안에서 서늘한 영기가 뿜어져 나왔다.“이건 얼음 연꽃이네요!”상자 안에 있는 보석처럼 투명하고 연꽃과 많이 닮아 있는 약초를 보고 진서준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얼음 연꽃은 굉장히 귀한 약초로 성약당의 약초 후원에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진서라의 몸속에 깊숙이 침투된 독을 완전히 풀기 위해서는 얼음 연꽃 또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약초였다.진서준의 신나서 어쩔 바를 모르는 표정을 보자 임훈은 이 약초가 진서준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챘다.“이 얼음 연꽃은 어디서 구한 겁니까?”진서준은 놀란 얼굴로 물었다.“수십 년 전, 우리 집안 사람이 동북 지방을 여행하다가 장라산 아래에서 채취한 거야. 이후 계속 우리 임씨 가문의 약초밭에서 정성껏 키워왔지. 임씨 가문이 너희 가족에게 진 빚이 정말 많아. 이 얼음 연꽃은 그 빚에 대한 작은 보상이라고 생각하면 돼.”임훈은 미소를 지으며 자세히 설명했다.“그럼 감사히 받을게요.”진서준은 상자를 닫으며 임훈에게 덧붙여 설명했다.“이 얼음 연꽃은 서라 체내 독을 제거하는 데 필수적인 약재예요.”한마디 보탠 이유는 이 얼음 연꽃을 자기가 독차지하려는 게 아니라 진서라의 독을 풀기 위한 것이라는 걸 알리기 위해서였다.“난 그렇게 소심하지 않아. 네가 쓴다고 해도 뭐라 할 생각은 없었어.”임훈은 설명을 듣자 웃으며 말했다.사실 두 사람 사이에도 혈연관계가 있었다.그러니 진서준에게 얼음 연꽃 한 송이 주는 정도는 임훈에게 큰 부담이 아니었다.“참, 며칠 후에 양씨 가문의 양 노인 생신이 있는데, 참석할 생각인가?”임훈이 문득 뭔가 중요한 일을 떠올리며 물
“그렇긴 하네.”진서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서준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자, 이제 시간이 늦었으니, 얼른 쉬어.”“오빠도 너무 무리하지 말고 일찍 자.”밤이 되자 진서준은 진서훈이 전에 준 인피면구를 얼굴에 썼다.다음 날 아침, 진서라는 진서준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오랫동안 함께 지내온 사이가 아니었다면 눈앞의 이 중년 남자가 진서준이라는 걸 도저히 믿을 수 없을 것이다.“오빠, 그걸 왜 쓰고 있는 거야?”진서라는 진서준의 행동이 몹시 궁금했다.“난 지금 김평안이야. 네 오빠가 아니니까 내 정체를 들키면 안 돼.”진서준이 진서라에게 인피면구의 작용을 설명했다.“아, 알았어.”진서라는 진서준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어렴풋이 짐작했다.자기 신분을 이런 방식으로 숨겨서 정체가 드러나 주변에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의도인 것 같았다.“넌 차를 몰고 공항에 가서 엄마랑 사연 일행을 데려와. 난 여기서 기다릴게.”진서준이 진서라에게 심부름을 시켰다.가족과 만나고 나면 진서준은 요 며칠 동안 이곳에 머물지 않을 계획이었다.만약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 존재를 들키게 된다면 진서준의 진짜 정체가 드러날 위험이 있었다.지금 이 상황에서 진짜 정체가 드러나면 악의를 품은 사람들이 진서준을 찾아올 게 분명했다.수선 공법의 유혹은 너무나 강력해서 그걸 뿌리칠 사람은 많지 않았다.진서라가 조희선과 다른 사람들을 데려왔을 때는 이미 정오가 가까워진 때였다.“진서준, 왜 또 그 면구를 쓰고 있는 거야?”집에 들어서자마자 허윤진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조용히 해.”진서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허윤진을 쏘아봤다.“주변에 아무도 없잖아. 누가 듣겠어?”허윤진은 개의치 않고 당당하게 대답했다.다들 이곳에 처음 머물렀을 때는 주변에 몇 채의 빈집뿐이었다.하지만 이번에는 이미 누군가 이웃에 살고 있었고 허윤진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상태였다.허사연 일행이 별장 거실의 문을 닫기도 전에 밖에서 여자의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진서준? 안에
방에 돌아가려던 진서준의 걸음이 멈췄다. 진서준은 차라리 엘리사의 질문에 대답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괜히 이 여자가 자기를 계속 물고 늘어지기라도 하면 귀찮아질 게 뻔했다.“제 이름은 김평안입니다.”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뭐라고요? 당신도 이름이 김평안이에요? 전에 진서준도 자기 이름이 김평안이라고 했거든요...”엘리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진서준은 엘리사의 말을 듣고 평온하게 설명했다.“저와 진서준은 나이 차이가 크게 나긴 하지만 굉장히 가까운 사이예요. 진서준은 적으로 돌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가끔 제 이름을 쓸 때가 있죠.”엘리사는 그 말을 듣고 반신반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문 좀 열어줄래요? 안에 들어가서 진서준을 기다리고 싶어요.”엘리사는 진서준을 바라보며 간절히 부탁하는 말투로 말했다.용란 사람들이 자국의 공주가 이런 애원 섞인 말투로 대한민국 사람에게 말하는 걸 들었다면 아마도 충격이 너무 커서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진서준은 당분간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방금 강남으로 갔거든요.”“그래요? 그럼 진서준 씨 전화번호라도 줄 수 있나요?”“미안하지만 그건 안 됩니다. 진서준 본인의 허락 없이는 절대 줄 수 없으니까요.”진서준은 단호하게 거절했다.‘도대체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꼴을 봐야 하지?’용란 공주가 왜 자꾸 자기를 찾는지 진서준은 이해할 수 없었다.설마 자기가 엘리사를 구해준 적이 있기 때문인가?사실 진서준은 처음에 엘리사를 구할 생각이 없었다.하지만 엘리사의 특수한 신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구해줘야 했던 것이다.그때 엘리사를 구하기 위해 진서준은 목숨을 잃을 뻔했다.진서준의 태도가 너무 단호하자 엘리사는 아쉬운 표정으로 한숨을 쉬고는 별장을 떠났다.엘리사가 떠나자 진서준은 그제야 거실로 돌아왔다.“또 그 용란 공주야? 왜 그 공주는 우리가 어디를 가도 따라다니지?”허윤진과 다른 여성들은 창문을 통해 엘리사를 목격했다.그리고 진서준과 엘리사 사이의 대화도 처음부터 마지
진서준은 그곳에서 이틀간 머물렀다.둘째 날 오후, 진서준은 진혁의 전화를 받았다.“할아버지, 무슨 일이에요?”“오늘 밤 양씨 가문 노인의 생신 연회가 열릴 예정이야. 너도 참석할래?”진혁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지금 저는 인피면구를 쓰고 있어 별로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요.”진서준이 진혁의 부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진혁은 잠시 침묵하더니 천천히 말했다.“그래도 가보는 게 좋을 거야. 오늘 밤엔 거물급 인사들이 많이 올 거야. 너도 그 자리에 가서 그 사람들의 정체를 알아두는 게 좋을 거야.”양씨 가문 가주의 생신 연회는 전국의 여러 가문이 앞다투어 참석하려고 경쟁하는 핫한 모임이었다.사대 가문 중 하나인 양씨 가문과 이런 방식으로 연결될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의 지위는 급상승할 것이 분명했다.지방 가문들뿐만 아니라 강남의 서씨 가문, 서남의 유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참석할 예정이었다.“알겠습니다. 그럼 오늘 밤에 가볼게요.”“초대장은 이미 네가 머무는 곳 앞에 두도록 했어.”“네? 누가 다녀갔나요?”진서준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이틀 동안 진서준은 계속 이 다락방 안에서 수련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진서준의 현재 지각으로는 누군가가 문 앞에 다가오면 당연히 느껴야 했는데 누군가가 아무 소리도 없이 이 다락방에 다녀갔다는 사실이 진서준을 깜짝 놀라게 했다.전화를 끊은 후, 진서준은 곧바로 문 앞에 나가 보았다.문 앞 바닥에는 금박이 새겨진 초대장이 놓여 있었다.초대장만 봐도 엄청난 가격으로 만들어진 느낌이 물씬 풍겼다.역시 대한민국에서 서열 1위에 놓인 최고 가문다운 스케일이었다.진서준은 초대장을 가슴에 넣고 차고로 향했고 이내 아우디 차 한 대를 선택해 양씨 가문 장원으로 향했다....월용정.양씨 가문 장원이 자리 잡은 곳이었다.산과 물이 어우러진 풍경은 옛날 사람의 시와 그림에서 본 듯한 아름다움을 자아냈다.진서준이 차를 몰고 도착했을 때, 이미 주변에는 고급 차들이 즐비했다.눈에 들어오는 차들
“진서준 씨, 모범수로 조기 석방되었습니다.”높은 담장 밖엔 잡초가 무성하고 쓸쓸한 바람이 불었다.진서준은 오랜만에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먼 곳을 바라봤다. 두 눈엔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감옥에 있는 3년 동안 엄마랑 서라는 잘 있나 모르겠네.”감옥에 갇힌 3년 동안 엄마와 여동생은 단 한 번도 그를 면회하러 오지 않았다. 이에 진서준은 걱정이 스치기 마련이다.집으로 돌아가는 길, 진서준은 헝겊을 가득 꿰맨 가방에서 편지 한 통 꺼냈다.편지봉투를 열자 안에는 쪽지와 ‘천기각’이라고 새겨진 옥패 한 개가 들어 있었다.수정처럼 맑고 투명한 옥패는 유난히 아름다웠다. 아마 가장 좋은 화씨 옥으로 조각한 듯싶다.진서준은 옥패를 허리춤에 차고 쪽지를 펼쳐보았는데 단 두 문장만 적혀 있었다.「서준아, 넌 앞으로 천기각의 주인이고 이 옥패가 바로 그 증표야.」「내년 3월 꽃 필 무렵에 옥패를 가지고 신농산에 가면 모든 걸 알게 될 거다.」이건 진서준이 출소 전에 감방 동기 구창욱 어르신께 받은 편지이다.구창욱 어르신은 종일 신경질적이어서 감방에 아무도 그와 얘기 나누려는 자가 없다. 오직 진서준만 별일 없을 때 어르신을 찾아와 얘기를 나눈다.어르신은 매일 자신이 천기각 주인이라고 허풍을 치셨다. 천문학과 지리학을 꿰뚫고 의술도 뛰어나다고 하셨다.진서준은 애초에 어르신이 자신을 속이는 줄로만 알았는데 나중에 어르신을 따라 무술을 연마하고 온갖 기이한 것들을 배우면서 조금씩 어르신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3년 동안 진서준은 많은 재능을 습득했다.이젠 그의 두 손으로 사람을 구할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다!감옥에 들어온 이유는 바야흐로 3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3년 전 진서준은 여자 친구 유지수와 함께 갓 졸업하고 같은 회사에 들어갔다.어느 한 비즈니스 미팅에서 이지성이라는 바이어가 유지수를 탐내면서 그녀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자고 제안했다.진서준은 한창 젊고 패기가 넘쳐 술병을 번쩍 들더니 이지성의 얼굴에 가차 없이 내리쳤다.결국...
유지수가 이지성에게 시집갔다고?본인은 그녈 위해 감방에서 그 고생을 했는데 정작 유지수는 원수 놈에게 시집갔단 말인가?진서준의 두 손에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났고 눈가에 살의가 굳었다.조희선은 손으로 가볍게 얼굴의 흉터를 어루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돈을 모으기 위해 그녀는 유지수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지만 그녀는 집에 돈이 없다는 핑계로 일전 한 푼 내놓지 않았고 심지어 조희선에게 고액 연봉의 일을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그 당시 조희선은 그녀에게 엄청 고마워하기까지 했다!하지만 정작 유지수가 소개한 직장에 와 보니 그녀를 기다리는 건 배불뚝이가 된 몇몇 중년 남성들이었다.조희선은 일이 점점 더 이상하게 흘러가는 걸 눈치채고 재빨리 도망치려 했지만 상대가 그녀를 끝까지 놓아주지 않았다.절망의 끝자락에 다다른 조희선은 깨진 유리 조각으로 제 얼굴을 그었다.그녀의 얼굴에 난 험상궂은 긴 흉터에 놈들은 분노가 차올라 그녀의 양쪽 다리를 부러뜨리고 길바닥에 내던졌다.진서라가 퇴근하고 마침 그 길을 지나며 발견했으니 망정이지 조희선은 일찌감치 죽었을 것이다!“이런 짐승만도 못한 것들. 내가 조만간 아작을 내고 말겠어. 죽지 못해 사는 고통이 뭔지 보여줄게!”진서준은 이마에 핏줄이 튀어 오르고 주먹으로 양철 벽에 구멍을 냈다.조희선은 연신 머리를 내저으며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서준아, 이제 막 나왔는데 또 싸워서 들어가면 어떡해! 일자리 구해서 열심히 일해. 더는 사고 치지 말고.”진서준은 손등에 핏줄이 튀어 오르고 온몸의 뼈마디가 으스러질 것처럼 울화가 치밀었다.“그래도 이건 도저히 못 참겠어요!”이때 거친 목소리가 집 밖에서 들려왔다.“할망구, 돈 갚아야지!”순간 조희선의 수척해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극도로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진서준이 미간을 구기고 나가려 하자 조희선이 재빨리 그를 잡아당겼다.“서준아, 너 여기서 꼼짝 마. 엄마가 알아서 할게.”조희선의 애원하는 눈빛에 진서준은 걸음을 멈췄다.그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