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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2화

Author: 무가
“아빠, 엄마!”

조민영의 말투는 여전히 밝고 경쾌했고 진서준과 얘기할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친구들 앞이든 부모님 앞이든, 조민영은 항상 이렇게 천진난만했다.

“이 맹랑한 녀석,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바쁜가 본데, 오늘 밤 연회가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

조태희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조민영을 힐끔 쏘아보았다.

오늘 연회는 양씨 가문에서 주최한 행사인지라 동북을 휘어잡을 수 있는 조태희조차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

조씨 부부가 조민영을 데리고 연회에 입장하자마자 순식간에 조민영이 사라지니 적잖이 당황했던 것이다.

“아빠, 그냥 옛 친구를 만나서 그랬지 뭐예요. 설마 내가 사고라도 칠까 봐 그러세요?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란 걸 잘 아시잖아요?”

조민영은 혀를 살짝 내밀며 귀엽게 애교를 부렸다.

조태희는 시선을 딸에게 고정했지만 한편으로는 옆에 있는 진서준에게 슬쩍 눈길을 보내며 자세히 관찰했다.

보배 같은 딸이 남성 친구를 사귀는 일에 대해 조태희는 상당히 깐깐한 기준을 갖추고 있었다.

“저 친구는 누구냐?”

조태희는 진서준을 지그시 바라보며 물었고 그의 눈에는 엄격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

“내 친구예요. 내가 이전에 신농에 있을 때 아저씨가 날 많이 도와주셨어요.”

조민영이 황급히 대답했다.

“네 친구라고?”

조태희는 다시금 눈살을 찌푸리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랑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사람을 친구로 뒀어?”

진서준이 쓰고 있는 인피 면구 덕분에 그는 마흔이 넘은 중년처럼 보였고 나이로 따지면 확실히 조태희와 비슷한 연령대였다.

보통 여자라면 이렇게 나이 많은 아저씨를 친구로 두지 않는 게 정상이었다.

단, 그 아저씨의 돈을 보고 접근한 거라면 별개의 얘기였다.

하지만 조민영은 돈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었으니 조태희는 자기 딸이 이런 사람과 접점이 있다는 게 너무나 이상하게 느껴졌다.

“아빠, 아저씨는 진짜 내 친구라니까요. 이름은 김평안이에요.”

조민영은 아버지가 불쾌한 표정을 짓자 진서준에게 슬쩍 눈짓을 보냈다.

진서준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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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분이 아니었으면 제 딸은 지금쯤...”유기명은 두 사람에게 연신 감사의 뜻을 표했다.“유정은 제 동생입니다. 제 동생이 독충 때문에 위독하다고 하니 당연히 최선을 다해 치료해야죠.”진서준은 확고한 목소리로 말했다.“주 신의님, 날도 어두워졌는데 오늘은 우리 집에 머무세요. 내일은 제가 두 분을 위해 성대한 연회를 열겠습니다.”유기명은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고 주두준에게 권유했다.“좋아요, 그럼 나도 사양하지 않겠습니다.”주두준은 유기명의 호의를 받아들였다.비록 유정의 병은 주두준이 치료한 게 아니지만 그의 독충 덕분에 진서준이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오빠, 어떻게 여기 왔어요?”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유정은 진서준을 보고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내가 오늘 안 왔으면 널 다시 볼 수 없었을 거야.”진서준은 따뜻한 눈빛으로 유정을 보며 말했다.“너도 참 답답해, 독충 때문에 고통받는데 왜 더 빨리 내게 말하지 않았어?”“오빠에게 방해될까 봐 그랬어요...”유정은 진서준이 혹여 자기를 나무랄까 봐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네 목숨을 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없어.”진서준은 유정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넌 서라랑 똑같은 내 가족, 내 동생이야.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 반드시 가장 빠른 속도로 내게 연락해야 해, 알겠어?”진서준의 부드러운 말투와 걱정 어린 말에 감동을 받은 유정은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알겠어요, 오빠.”“좋아, 아직 몸이 좀 허약한 상태니까 일찍 쉬어.”“오빠, 내일 떠나지 않겠죠?”유정은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유정은 자기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진서준이 사라지는 게 두려웠다.왜냐하면 유정은 너무 오랫동안 진서준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당연하지, 너희 집에서 좀 더 있을 거야.”“그렇다면 다행이에요.”진서준이 웃으며 대답하자 유정은 그제야 시름 놓고 편안히 잠들 수 있었다.유정이 잠든 후에야 진서준은 자리를 떠났다.유기명과 유기태는 문 앞에서 진서준을 기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57화

    본래는 흰색이었던 그 독충이 진서준의 영결에 맞고 난 후 눈에 띄게 빨갛게 변하기 시작했다.“응? 이게 뭐지?”난생처음 보는 장면에 주두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의아해했다.진서준은 별다른 설명 없이 빨갛게 변한 독충을 유정의 입에 넣어주었다.유기명이 불안한 마음으로 물었다.“진서준, 확실히 치료할 수 있겠어?”방금 주두준이 두 번이나 실패한 걸 직접 목격한 유기명은 더 이상 희망을 품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사실 진서준이 치료한다고 해도 유기명은 확신이 없었다.주두준은 독충술에 대해 오랫동안 깊은 연구를 해온 사람이었다.진서준은 의술에 능했지만 독충술은 또 다른 문제였다.본래 서로 다른 분야는 격차가 심했고 특히 이 두 분야는 하늘과 땅 사이의 차이가 나는 두 분야였다.“확신이 없으면 저도 치료에 나서지 않을 겁니다.”진서준은 평온한 말투로 담담하게 말했다.진서준은 가족의 목숨을 갖고 장난칠 사람이 아니었다.비록 의동생이긴 하지만 진서준은 이미 유정을 친동생처럼 여기고 있었다.“좋아, 그럼 부탁할게.”유기명은 이를 악물며 부탁했다.“은침을 주세요.”진서준이 갑자기 입을 열자 주두준은 본인의 은침을 진서준에게 건넸다.은침을 받은 진서준은 즉시 유정의 건리, 음교, 석문 세 곳에 정확하게 찔렀다.독충이 진서준이 원하는 자리에 도착했다고 추측한 진서준은 다시 영결을 그리기 시작했다.따뜻한 기운이 유정의 체내에서 흐르기 시작했다.3분이 채 지나지 않아 유정의 몸에서 차가운 기운이 눈에 띄게 빠져나갔다.조금 전까지 차갑기만 하던 유정의 몸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고 얼굴에 생기가 보이더니 호흡도 힘차졌다.주위 사람들의 경악이 가득한 시선 속에서 유정은 갑자기 눈을 떴다.“세상에... 이렇게 바로 깨어났다고?”다들 입을 떡 벌린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깜박였다.방금 신의 주두준이 유정을 살리기 위해 그렇게 애썼지만 결국은 해내지 못했다.하지만 지금 이 청년이 단지 침술을 이용해 그 어려운 일을 해낸 것이다.게다가 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56화

    “유 가주님, 아까 말했듯이 가주님 따님은 이미 병이 몸에 너무 침투되어 회복 불가능합니다. 누구도 치료할 수 없을 겁니다.”주두준은 참지 못하고 냉랭하게 말했다.“주 신의님, 이분은 저희 대한민국에서 보기 드문 천재입니다. 이분 의술은 성약당 당주도 감히 초월하지 못한다고 할 정도입니다.”유기명은 서둘러 진서준을 소개했다.“아이고, 그러세요?”주두준은 유기명의 말이 우스웠다.“이 사람 의술이 정말 가주님 말처럼 뛰어나다고 해도 가주님 따님을 구할 수 없을 겁니다. 가주님 따님이 걸린 건 독충입니다. 평범한 침술로는 어림도 없죠. 내가 기른 팔곡 독충도 이미 체내에서 죽었습니다. 그만큼 가주님 따님 체내 얼음 독충이 강력하다는 증거입니다.”이 말은 절대 주두준이 과장한 게 아니었다.유정의 체내에 있는 얼음 독충은 그 위력이 대단했다.주두준이 10여 년을 기른 팔곡 독충은 본래 묘강 지역에서 기르는 독충을 상대하기 위해 키운 것이다.그런데 이제 그 팔곡 독충마저 죽어버렸는데 이렇게 젊은 청년이 과연 뭘 할 수 있단 말인가?진서준은 주두준의 말을 무시하고 유정의 맥을 자세히 짚기 시작했다.시간이 지날수록 진서준의 표정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진서준, 어때? 유정을 구할 방법이 있겠어?”유기명은 초조한 목소리로 물었다.“어르신, 혹시 다른 독충이 더 있나요?”진서준은 대답 대신 주두준을 쳐다보며 물었다.진서준의 의도를 알 수 없는 주두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뭘 하려고 그러는데?”“독충이 필요합니다.”진서준은 간결하고 강력하게 답했다.“하나 더 있긴 해. 근데 이 독충은 가주님 따님 얼음 독충에 대항할 수 없을 거야.”주두준은 솔직하게 말했다.“그냥 제게 주세요.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진서준의 말에 주두준은 상당해 불쾌했다.“이봐, 네가 내놓으라고 하면 내가 반드시 줘야 해? 난 이 독충을 몇 년 동안 온갖 정성을 들여 키운 거야. 근데 지금 네가 내놓으라고 하면 내가 시원하게 넘겨줄 것 같아?”독충을 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55화

    유정 체내의 독충이 묘주가 직접 기른 독충인지 아닌지 유기명이 알 리가 없었다.지금 유기명한테 중요한 건 딸을 과연 살릴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주 신의님, 지금 당장 제 딸을 구할 방법이 있습니까?”유기명이 가까스로 침착을 유지하며 물었다.“다시 시도해 보겠습니다.”주두준은 짧게 대답하며 은침을 들었다.그러고는 놀라운 속도로 유정의 족삼리, 용천, 명문 등 세 주요 혈 자리에 침을 놓았다.일련의 동작이 유려하게 이어져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역시 신의님은 남다르군요. 이런 침술은 제가 평생 배워도 못 따라가겠네요.”“주 신의님께서 나섰으니 유씨 가문 아가씨 병은 틀림없이 완치될 겁니다.”“맞습니다. 주 신의님도 못 치료한다면 세상에 치료할 사람이 없을 겁니다.”방 안의 의사들이 한결같이 주두준을 아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하지만 그들의 칭찬이 주두준은 그다지 기쁘게 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더 큰 부담을 안겨주었다.만약 이 여자를 살리지 못하면 주두준의 명성에 치명타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침 세 개가 들어가자 유정의 사지에서 실낱같은 냉기가 흘러나오는 것이 보였다.“마지막 침!”주두준은 은침을 들어 유정의 정수리에 찔렀다.그 순간, 유정의 입에서 대량의 냉기가 뿜어져 나왔고 그 냉기가 방을 가득 채우며 실내 온도를 급격히 떨어뜨렸다.“주 신의님? 이걸로 끝난 겁니까?”유기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유기명은 아까처럼 또다시 희망을 품다가 크게 실망하는 게 두려웠다.“내 독충이 나오는 걸 봐야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주두준은 이번에는 아까처럼 자신감 있게 대답하지 못했다.침술을 하는 동안 주두준은 자기 독충이 반응이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평소 같으면 독충이 반드시 반응을 보였을 텐데 이번에는 너무 조용했다.주두준의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주두준의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1분이 지나도 독충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그때, 상태가 조금 좋아졌던 유정이 갑자기 격렬하게 기침하기 시작했다.“주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54화

    “모든 게 우연이야. 이번에 내가 임무를 수행하러 나갔을 때 마침 주 신의님께서 현지의 갑부 한 명을 치료하고 계셨어.”“그랬구나!”유기명은 기쁜 표정을 지으며 감탄했다.“주 신의님, 제 딸의 병은 신의님께 부탁드리겠습니다.”유기명은 주두준을 향해 한껏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지금 주두준은 유정을 살릴 유일한 희망이었다.유씨 가문의 가주로서 유기명은 당연히 주두준에게 최대한의 예의를 갖춰야 했다.주두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말했다.“걱정 마세요. 내가 있는 한, 따님은 반드시 무사할 겁니다.”그 말을 듣자 유기명은 드디어 한숨을 내쉬며 안도했다.주두준은 곧장 다가가 유정의 맥을 짚기 시작했다.유정의 손목을 만지자마자 주두준은 한 줄기 차가운 기운을 느꼈다.30초 정도 지난 후, 주두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결론을 내렸다.“얼음 독충이군요.”“얼음 독충이 무엇이죠?”유기명이 서둘러 물었다.“이건 묘족 독충의 일종입니다. 이 독충에 걸린 사람은 온몸이 얼음처럼 차가워지죠. 근데 얼음 독충은 일반적인 독충과는 좀 다릅니다. 그 독충을 바로 죽여버리면 독에 걸린 환자가 한기가 일어나면서 즉시 얼어 죽게 되죠. 근데 제때 처리하지 않으면 환자 체내의 혈맥과 경맥이 조금씩 얼어붙게 될 겁니다. 지금 따님의 몸은 이미 3분의 2가 얼어붙은 상태입니다. 그 한기가 심장까지 퍼지면 설령 신선이 내려온다 해도 살릴 수 없을 겁니다.”주두준은 자세하게 유정의 독에 관해 설명했다.설명을 다 들은 유기명은 이를 악물며 분노에 차 말했다.“저 끔찍한 놈들! 이렇게 악랄한 짓을 하다니!”“유기철 그 자식은 정말 인간 말종이구나.”유기태 역시 냉정한 표정에 분노의 눈빛을 보였다.“주 신의님, 제 딸을 구할 방법이 있습니까?”유기명은 초조한 말투로 결정적인 질문을 던졌다.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유정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다.“조금 까다롭기는 하지만 내게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닙니다. 곧 치료를 시작하겠습니다.”주두준은 담담하게 웃으며 자신감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53화

    금도, 유씨 가문 장원.병상에 누워 있는 유정의 얼굴은 종이처럼 창백했고 기운이 없어 보였다.기름이 다 떨어진 등불처럼 생명력이 다해가는 모습이었다.유기명은 며칠째 잠을 자지 못하고 계속해서 유정 곁을 지키고 있었다.“유 아저씨, 잠시라도 쉬세요. 제가 유정을 돌볼게요.”진서라는 안타까운 마음에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잠이 오질 않아.”유기명은 고개를 저으며 비통한 얼굴로 대답했다.딸이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데 아버지인 유기명이 잠이 올 리가 없었다.“아저씨께서 건강을 챙기셔야 해요. 유정도 아저씨가 이렇게 지친 걸 보면 마음 아플 거예요.”진서라가 계속 설득했다.“내 딸이 너무 불쌍해!”유기명은 눈가가 붉어지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20년 넘게 실종됐던 딸이 이제 유씨 가문으로 돌아온 지 1년도 안 됐는데 묘강의 독에 당했다.생각만 해도 유기명은 분노와 원망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유기명은 그때 마음을 약하게 먹고 셋째 동생의 목숨을 살려줬던 걸 천추의 한으로 여겼다.그 실수 때문에 호랑이를 산에 풀어놓은 격이 되어 결국 유정을 위험에 빠뜨렸던 것이다.“서라야, 네 오빠에게 연락해야 할 것 같아.”유기명이 말문을 열자 진서라는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전화해 봤는데 연결이 되지 않았어요.”진서라는 유씨 가문에 처음 왔을 때, 유정이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진서준에게 연락하려 했다.하지만 진서준이 위험한 임무를 수행 중이라는 걸 떠올리자 혹여나 방해가 될까 봐 연락을 포기한 것이다.그 뒤 유씨 가문은 성약당의 장로들을 초청했으나 장로들조차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심지어 성약당 당주까지도 두 손을 놓고 말았다.결국 유기명은 막다른 길에 몰려 진서준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하늘이 정말 내 딸을 버리려는 건가...”유기명은 손으로 눈가의 눈물을 훔쳤다.주변에 서 있던 흰 가운을 입은 의사들은 전부 고개를 숙이며 죄책감을 감추지 못했다.이들은 서남 각지에서 모인 유명한 의학 전문가였으나 그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52화

    “제 의동생이 몹쓸 놈에게 중독되어 지금 당장 서남 지역으로 가서 독을 제거해야 합니다. 이제 제가 여유가 생기면 다시 여러분을 찾으러 오겠습니다.”진서준의 의동생이 중독되었다는 말을 듣자 병사들의 분노가 치솟았다.“어떤 미친놈이 진 교관님 의동생에게 독을 뿌린 겁니까? 우린 그놈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그 악당을 당장 처단해서 목숨으로 대가를 치르게 할 겁니다!”“진 교관님이 짐을 싸러 가야 하니 다들 길을 열어드려. 진 교관님이 지금 당장 떠나야 해.”고인권이 큰 소리로 외치자 병사들은 즉시 길을 내주었다.특전대 내 소란스러운 소리가 허윤진의 귀에 닿았다.진서준이 돌아온 걸 본 허윤진은 신난 표정으로 달려왔다.“진서준, 돌아왔어?”허윤진은 기쁨에 찬 얼굴로 맞이했지만 진서준은 그리 밝지 않은 표정으로 무겁게 말했다.“윤진아, 짐 챙겨. 오늘 밤 바로 떠날 거야.”“뭐? 왜?”허윤진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유정이 큰일을 당했어. 지금 바로 서남 지역으로 가야 해.”진서준이 진지한 말투로 소식을 전했다.“뭐라고? 유정이 사고를 당했다고? 왜 언니들이 전화 한 통 안 했던 거야?”허윤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투덜대자 진서준이 나름대로 추측했다.“내가 그 소식을 듣고 혼란스러워할까 봐 일부러 말하지 않은 것 같아.”“알겠어, 지금 바로 짐 챙길게.”두 사람은 각자 방으로 달려가 짐을 챙겼다.짐을 모두 챙기고 나서 진서준과 허윤진은 곧바로 공항으로 향했다.8대 특전대 병사 전원이 진서준을 배웅하기 위해 모였다.“진 교관님을 배웅합니다!”“진 교관님을 배웅합니다!”“진 교관님을 배웅합니다!”800여 명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기지에 울려 퍼졌다.이 강인하지만 귀여운 병사들을 바라보며 진서준은 헬기 문 앞에서 그들에게 거수경례했다.문이 닫히고 헬기는 천천히 상승해 서남쪽으로 향했다.“고인권, 우리도 진 교관님을 위해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8대 특전대의 사령관들이 한자리에 모이자 누군가가 제안했다.“독을 뿌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51화

    거의 한 시간을 기다리자 멀리서 헬리콥터가 한 대 날아왔다.진서준과 고인권이 헬리콥터에 탑승하자 고인권은 즉시 조종사에게 서둘러 설표 특전대 기지로 향하라고 재촉했다.그 시각, 설표 특전대 내부에는 다른 7대 특전대 병사들이 모여 있었다.다들 진서준이 설표 특전대에 가르쳐준 열풍권을 열심히 배우고 있었다.게다가 다들 진서준이 작성한 체질을 강화하는 처방전을 사용한 물에 몸을 담가 새롭게 거듭난 듯했다.모든 병사의 실력은 천지가 뒤바뀐 듯한 거대한 변화를 겪었다.이제 설표 특전대와 다시 맞붙는다면 누가 이길지 정말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런 경쟁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현재 그들은 오직 강해지기를 바랄 뿐이며 전신전을 초월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었다.“이제야 너희 설표 특전대가 왜 진 교관님을 그토록 존경하는지 알 것 같아.”이상아는 병사들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이상아도 진서준이 준 약제를 사용했는데, 직접 써보고 나서야 진서준의 대단함을 깨달았다.작은 약제 하나로 모두의 실력을 완전히 바꿔 놓다니, 직접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그야말로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하지만 이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진 교관님은 우리 설표 특전대의 신이나 다름없어요. 그분이 없었으면 지금의 설표 특전대도 없었을 거예요.”여성 종사 고소연이 경외심이 가득한 얼굴로 자랑스럽게 말했다.“앞으로 우리도 설표 특전대에서 함께 지낼 거야. 훈련장 반만 나눠 주면 돼.” 이상아가 갑자기 말했다.“꿈도 꾸지 마세요.”박준명이 단칼에 거절했다.“이 훈련장은 우리가 훈련하기에도 부족할 지경인데 어떻게 그쪽에 줄 수 있겠어요?”“다 같은 식구잖아, 그렇게 박하게 굴지 마.”이상아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식구라도 안 됩니다. 우린 전신전 사람들을 따라잡겠다고 진 교관님께 약속드렸습니다.”박준명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전신전을 따라잡는 건 설표 특전대의 목표일 뿐만 아니라 다른 7대 특전대 전체의 목표이기도 했다.“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50화

    두 사람이 산 아래에 도착했을 때, 하늘은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다.고인권은 초조하게 왔다 갔다 하며 가끔 산 위를 쳐다보다가 마침내 두 사람의 모습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두 사람이 진서준과 전원경임을 확인한 후 고인권은 급히 다가갔다.“진 교관님, 전 도사님!”두 사람의 몸에 피가 묻지 않은 것을 보고 고인권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두 분 다 괜찮으세요?”고인권이 긴장한 기색으로 묻자 진서준이 차분하게 대답했다.“우린 괜찮아요.”고인권은 한마디 더 하려다가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몰라 멈칫했다.고인권은 두 사람이 천년홍련 때문에 싸운 건 아니냐고 직접 묻기도 난감했다.“고 사령관, 오늘은 용존님 덕분에 목숨을 건졌어. 용존님이 없었다면 난 살아서 고 사령관을 볼 수 없었을 거야.”전원경은 고인권이 난감해하는 걸 눈치채지 못하고 웃으며 말했다.“네? 그게 무슨 말이죠?”고인권은 전원경이 이상한 얘기를 하자 순간 멈칫했다.아까 오영수 일행에게서 들었는데 진서준과 전원경 사이가 그리 원만하지 않은 것 같았다.그런데 지금 전원경은 왜 진서준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는 걸까?“아까 산에서 악귀를 만났는데 나 혼자서는 싸울 수 없었어. 근데 용존님이 날 그 악귀의 손에서 구해주셨어.”전원경의 설명을 듣자 고인권은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더욱 놀랐다.전원경의 이 말에는 다른 뜻이 숨어 있었다.즉, 전원경의 실력이 진서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전원경은 90세를 넘은 노인이었지만 동시에 동북 지역 최고의 술법 마스터이기도 했다.이런 대단한 인물이 본인의 실력이 진서준보다 못하다고 인정하는 건, 사실 큰 용기와 기량이 필요했다.또한 전원경이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진서준의 실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걸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것이었다.그렇지 않으면 전원경이 굳이 이렇게 솔직해질 이유가 없었다.“진 교관님, 천년홍련을 찾았습니까?”고인권의 질문에 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운 좋게 찾았으니 이제 돌아가면 됩니다.”“알겠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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