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의 모든 챕터: 챕터 1091 - 챕터 1100

1174 챕터

제1091화

뒤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해리스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공주님이 이렇게 적극적인데 이 녀석이 감히 거절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이봐, 너 지금 내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거지? 한 번만 더 거절해 봐. 명령을 거역해서라도 널 죽여버리겠어!”해리스가 분노에 차서 외쳤다.엘리사도 사실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얼굴은 둘째 치고, 공주라는 신분만으로도 무수한 남자들이 앞다투어 데이트 신청을 하며 줄 서서 그녀와의 만남을 갈망했었다.그런데 지금은 엘리사가 신분을 낮추어 이렇게 직접 찾아왔는데도 진서준은 거절에 거절을 거듭하고 있다.하지만 심기가 아무리 불편해도 엘리사는 황실 교육을 받고 자랐던 터라 그 불쾌함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그만해요, 해리스. 우리 용란과 대한민국은 문화가 달라도 너무 다르잖아요. 아무래도 우리가 조금 무례했던 것 같아요.”엘리사는 해리스를 제지하고 다시 진서준에게 질문을 던졌다.“실례지만, 이름이 뭐예요?”엘리사가 진서준을 그윽하게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다.그러자 진서준이 눈썹을 찌푸리며 되물었다.“설마 몰라서 묻는 건가요?”이 두 사람이 자기 신분을 모른다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그렇다면 자기를 찾아온 이유가 정말 그냥 밥이나 먹자는 건지 진서준은 의혹이 들기 시작했다.진서준은 요즘 누군가의 감시를 받아며 살아왔던지라 습관적으로 의심이 많아졌다.“진짜 몰라서 묻는 거예요.”엘리사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내 이름은... 김평안입니다.”진서준이 서슴없이 가짜 이름으로 답했다.진서준이 거짓말을 하는 걸 보고 엘리사는 진서준이 더 이상하게 느껴졌다.“김! 평! 안!”엘리사가 또박또박 진서준의 이름을 되뇌었고 예쁜 두 눈은 반달처럼 휘어졌다.“안녕하세요, 저는 엘리사입니다.”엘리사가 손을 내밀며 꽤 전통적인 인사법을 했다.그런데 이 전통적인 인사법도 엘리사 공주가 하면 열에 아홉은 감격스러워 어쩔 바를 모를 것이었다.진서준은 잠시 고민하다가 거절하기도 미안해서 손끝으로 가볍게 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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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2화

진서준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해리스는 지금처럼 긴장하지 않았을 것이다.혈귀 백작 두 명이 따라온다 해도 자기 실력으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었다.하지만 이제 실력이 자기와 비슷한 진서준이라는 변수가 생겼다.만약 그 혈귀 백작 두 명이 쫓아오고 진서준이 틈타 엘리사 공주를 해치려고 한다면 자기 실력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내일 아침에 돌아갈 수는 있지만 오늘 밤의 방문은 더 이상 간섭하지 마시죠.”엘리사도 해리스의 단호한 태도를 보고 한발 물러섰다.원래는 강남에서 며칠 더 머무르며 천천히 구경하다가 무도 교류회가 시작될 때쯤에나 경성으로 돌아가려던 계획이었다.“알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반드시 공주님 옆을 지키겠습니다.”해리스가 단호하게 말했다.“그건 안 되죠. 해리스 씨는 분위기만 망칠 거예요. 게다가 진서준 씨는 나에게 아무런 악의도 없어요.”엘리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저 녀석이 악의가 없다는 걸 어떻게 아시죠?”해리스는 혀를 차며 물었다.“눈은 마음의 창이잖아죠. 진서준 씨가 날 볼 때 눈빛은 아주 맑았어요. 여기까지만 해두죠. 나도 더 이상 얘기하려니 피곤해요. 나 가볼게요.”엘리사는 곧바로 진서준을 따라 걸음을 재촉했다.엘리사가 혼자 따라오는 것을 본 진서준은 조금 놀랐다.“경호원은 안 데리고 오는 건가요?”“해리스 씨가 오면 분위기만 망칠 테니까요. 난 당신의 가족들이 해리스 씨 때문에 기분 좋은 하루를 망치길 원하지 않아요.”엘리사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진서준은 그 말에 가볍게 웃었다.“그럼 내가 엘리사 씨에게 무례하게 굴면 어쩌려고요? 당신은 외국의 공주잖아요. 내가 당신을 납치하면 앞으로 평생 먹고사는 걱정은 없겠네요.”물론 그럴 용기가 있느냐가 문제겠지만 돈을 손에 넣는다고 해도 미처 쓰지도 못하고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용란은 국제적으로 강대한 국가였고 군사력과 경제력이 막강한 나라였다.지구에서 살 마음이 없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감히 엘리사 공주를 납치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진서준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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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3화

엘리사는 공주라는 신분이 있지만, 그 또한 평범한 여성이었다.아까 진서준이 여러 번 핑계를 대며 엘리사의 방문을 거절했을 때, 엘리사의 마음속에는 자연스럽게 불만이 쌓였다.그래서 진서준의 친구가 이름을 잘못 부른 것을 빌미로 진서준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역시나 엘리사의 말을 들은 진서준의 얼굴에는 약간의 당혹스러움이 스쳤다.“그래요, 내 이름은 김평안이에요. 진서준은 어릴 때 불리던 별명이고요... 당신은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니까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이 어릴 적 별명을 짓는 전통을 모를 수 있죠.”하지만 진서준은 짧은 순간에 머리를 굴려 재빨리 변명했다.“그래요? 그런데 당신 성씨가 좀 특이한 것 같은데요.”엘리사는 눈을 가늘게 뜨고 진서준을 조용히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난 대한민국 문화에 대해 깊게 아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성씨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어요. 이 점은 우리 용란 국가와 비슷한 것 같네요.”엘리사의 쉬지 않고 들이대는 공격적인 태도에 허윤진이 재빨리 진서준을 변호했다.“당신이 뭔데 참견이죠? 이 사람이 진서준이든 김평안이든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에요?”“물론 상관있죠. 난 진서준 씨 친한 친구거든요.”엘리사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난 형부한테 외국인 친구가 있다는 거 처음 듣는데요?”허윤진은 그 말에 즉시 머리를 돌려 진서준을 쳐다보며 따졌다.허윤진은 절대로 낯선 외국 여자가 진서준을 넘보게 두지 않을 생각이었다.“이분은 옆집에 살아. 아까 그 중년 남자가 이분 경호원이야. 나도 이분을 방금 알게 됐어.”진서준은 옆집 별장을 가리키며 말했다.“무슨 일이야?”그때, 허사연과 다른 가족들도 별장에서 나왔고 마당에 서 있는 서양 여성을 보자 모두가 순간 멍해졌다.“이분들이 다 진서준 씨 가족인가요? 대한민국은 일부다처제가 금지된 걸로 알고 있는데요?”엘리사는 또다시 진서준을 난감한 처지에 놓일 질문을 던졌다.진서준의 얼굴은 순간 붉으락푸르락해졌다.‘이게 한 나라 공주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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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4화

“아까 그 여자는 용란의 공주야.”허윤진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그 여자가 공주라고요?”“아까 그 여자한테서 풍기는 분위기만 봐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고 느꼈어요.”허사연이 담담하게 말했다.“그 이국 공주가 왜 당신을 찾아왔죠?”김연아가 진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설마 그 여자와 하룻밤 보내놓고 책임지기 싫다고 하는 건 아니죠?”진서준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김연아 씨, 그런 농담은 하지 마세요. 오늘 오후에 처음 만난 사이예요.”김연아는 장난으로 한 말이었지만 진서준의 당황한 모습에 손으로 입을 가리며 키득키득 웃었다.허윤진은 진서준의 해명을 듣자 질투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처음 만났으면 어때요? 외국 여자들은 대개 자유분방하잖아요. 그 여자가 먼저 형부를 찾은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예요.”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찾아왔다면 분명 뭔가 목적이나 이유가 있을 것이다.하지만 진서준은 엘리사가 왜 자기를 찾아왔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엘리사라는 이름조차도 진짜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진서준이 가명을 사용할 수 있듯, 엘리사도 충분히 가명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었다.“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야. 하늘에 대고 맹세할 수 있어.”진서준은 오른손을 머리 위로 들며 말했다.“알았어요, 우린 농담한 거예요. 진서준 씨가 그 여자랑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거 다 알아요.”허사연이 진서준의 높게 쳐든 손을 잡아 내리며 웃었다.“하지만 공주를 진서준 씨 여자로 만든다면, 진서준 씨 실력을 인정할게요.”허사연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진서준은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이 이국 공주와 얽히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다들 얘기를 좀 더 나눈 후,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조희선이 여기서 지내고 있어 허사연은 진서준과 한 침대를 쓰는 게 부끄러웠다.조희선에게 자기 행동이 안 좋게 비쳐 자기에 대한 평가가 낙하산을 탈까 봐 신경이 쓰였다....밤은 쌀쌀했다.운대산 별장 밖, 어둠 속을 가로지르는 박쥐 같은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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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5화

해리스는 별장에 들어선 브래드를 보자마자 입고 있던 정장이 터질 정도로 온몸의 근육이 순식간에 팽팽하게 팽창되었다.해리스와 브래드는 오랜 앙숙이었다.용란에 있을 때부터 해리스는 브래드를 끈질기게 추적했었다.단순한 실력만 놓고 보면 브래드가 해리스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다만 브래드는 혈수사였기 때문에 그 속도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박쥐처럼 어마어마하게 빨랐다.특히 밤이 되면 브래드의 붉은 눈동자는 어떤 어둠에도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해리스는 항상 브래드를 놓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이번에 브래드가 직접 별장에 찾아왔다. 해리스가 굳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브래드의 목적이 뭔지 알 수 있었다.“브래드, 공주님을 깨우기 전에 여기서 썩 물러나는 게 좋을 거야.”해리스는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브래드를 노려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위협했다.“내가 여기 온 건 바로 그 공주님을 위해서야.”브래드는 탐욕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엘리사 공주의 피가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더 진미라는 소문이 있던데, 사실인지 궁금하네...”“네놈이 공주님에게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하면 네놈이 어디로 도망치든 세상 끝까지 쫓아가서 널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해리스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위협했지만 주동적으로 공격을 개시하지는 않았다.그 이유도 간단했다. 브래드 혼자서 온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혈수사도 함께 있다는 걸 해리스는 잘 알고 있었다.해리스가 먼저 선제공격을 개시하면 이 두 혈수사는 분명 호랑이를 산에서 유인하는 계략을 쓸 것이다.브래드는 해리스가 제자리에서 가만히 있는 것을 보고 비웃듯 미소 지었다.“해리스, 예전엔 나만 보면 죽일 듯이 쫓아오더니 오늘은 왜 거북이처럼 움츠리고 있는 거야? 네가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내가 마음껏 즐기도록 할까?”브래드는 해리스에게 공격하지 않고 대신 거실의 가구를 부수기 시작했다.쿵쾅, 쿵쾅!연이어 들려오는 소음은 심지어 잠을 자던 진서준까지 잠에서 깨게 했다.“저 여자가 이 밤중에 왜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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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6화

“맞아요, 저희 두목이 공주님을 만나서 잠시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군요.”브래드는 엘리사와 오래된 친구인 것처럼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난 볼 일이 많아 그럴 시간 없어요. 당신 두목이 날 보고 싶으면 직접 오라고 하세요.”가식적인 브래드의 태도에 엘리사는 한치의 여지도 없이 냉랭하게 대꾸했다.이 혈수사들이 무슨 속셈인지 엘리사는 이미 꿰뚫어 보고 있었다.용란에 있을 때, 혈수사들은 이미 엘리사의 아버지를 찾아와 용란 황실 호위대를 대한민국의 용멸 계획에 끌어들이려고 했으나, 엘리사의 아버지가 이를 거부했던 적이 있었다.그 이후로 이 혈수사들은 엘리사를 인질로 삼아 용란 국왕을 협박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미안하지만, 공주님에겐 지금 선택지가 없어요. 저와 함께 가셔야만 해요.”브래드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우리 공주님 말씀 못 들었어? 당장 꺼지지 않으면 널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해리스는 겉으론 위협적인 모습으로 브래드에게 소리쳤다.지금 해리스가 할 수 있는 건 위협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만약 싸움이 진짜 벌어진다면 브래드는 어떻게든 해리스를 붙잡아 두고, 그 사이에 브래드의 동료가 엘리사를 납치하려 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엘리사가 납치당하면 용란 국왕은 결국 혈수사들에게 굴복하고 용란 황실 호위대도 용멸 계획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용란과 대한민국의 관계는 그다지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용란 국왕은 그의 친위대를 용멸 계획에 포함하고 싶지 않았다.만약 이 계획이 대한민국에 발각된다면 두 나라 사이에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었다.전면전으로 치닫는다면 다른 나라들은 분명히 강 건너 불구경할 것이고 용란을 도와줄 국가는 없을 것이다.브래드와 해리스가 대치하는 사이, 지엔은 이미 몰래 2층 창문 쪽으로 접근하고 있었다.브래드는 지엔이 준비를 마친 것을 확인하고 돌연 해리스에게 달려들었다.“잘 됐군.”해리스는 체내의 모든 힘을 주먹에 집중했다.해리스는 한 방에 브래드를 쓰러뜨리고 브래드의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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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7화

브래드는 온몸을 감싸는 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을 느꼈다.그 쌀쌀한 기운의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린 브래드는 해리스가 빠른 걸음으로 자기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브래드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그는 해리스가 당연히 자기를 무시한 채 지엔을 쫓아갈 거라고 여겼다.“당장 아까 그 녀석에게 공주님을 무사히 돌려보내라고 전해. 그렇지 않으면 네 뼈를 하나하나씩 부러뜨려 줄 테니.”해리스는 한 손으로 브래드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그의 머리를 벽에 처박았다.브래드의 심장은 밀려오는 긴장감에 맹렬하게 뛰었고 가까스로 진정한 브래드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맘대로 날 고문해 봐. 내 목숨은 어차피 별 가치 없으니까.”브래드는 해리스가 엘리사에게 얼마나 충성스러운지 잘 알고 있었다.엘리사가 혈수사들의 손에 있는 한, 해리스는 절대 자기를 해치지 못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우리가 공주님을 죽일 수는 없겠지만 팔 하나나 다리 하나 정도는 어떻게든 부러뜨릴 수 있지.”“감히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해리스는 브래드의 복부에 주먹을 내리꽂았다.푸흡...순간, 브래드의 입에서 시뻘건 피가 솟구쳤다.혈수사의 피는 일반인보다 훨씬 더 강렬한 비린내가 나서 이내 거실 전체에 짙은 피비린내가 퍼졌다.“공주님이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다치면 우리 용란은 너희 혈수사들을 전부 쫓아낼 거야.”해리스는 분노에 차서 외쳤다.“그럼 용란은 모든 혈수사들의 적이 되겠네.”브래드는 피를 뱉어내며 해리스에게 비웃음을 날렸다.“내가 구라를 치는 것 같아? 진짜 한 번 우리 용란과 전면전을 벌여 볼래?”브래드의 오만한 태도에 해리스는 그의 목을 당장이라도 비틀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그럴 수는 없었다. 오직 브래드만이 엘리사가 어디로 끌려갔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해리스는 굳은 표정으로 잠시 고민한 뒤, 결국 주먹을 한 번 더 휘둘러 브래드를 기절시켰다.그리고 그 길로 급히 별장을 나서 곧장 진서준이 머무는 별장으로 향했다.해리스는 깊게 숨을 들이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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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8화

“진 선생님, 공주님을 반드시 구해주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는 결과가 올 겁니다.”진서준은 그 말에 콧방귀를 끼며 물었다.“감당할 수 없는 결과라고? 그게 뭔데? 설마 우리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이라도 일어난다는 건가?”공주를 납치한 자가 누구인지는 진서준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하지만 진서준은 그자가 대한민국 사람은 아닐 것이라고 짐작했다.엘리사는 줄곧 용란에서 살아왔고 심지어 공개적으로 대중 앞에 나온 적도 없었다.엘리사의 정체를 아는 이는 분명 용란 본국 사람일 것이다.게다가 엘리사와 해리스가 몰래 금운에 왔으니 두 사람의 정체를 아는 자는 더더욱 적었을 터였다.해리스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맞습니다. 서양의 혈수사들이 공주님을 납치했습니다. 혈수사들이 공주님을 잡아간 이유는 바로 우리 국왕을 협박해 황실 친위대를 용멸 계획에 참여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귀국의 무인들이 이번 대한민국 무도계 공격에 용란의 공식 인력이 관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그때는 상황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진서준의 얼굴이 굳어졌다.이런 사실은 진서준도 금시초문이었다.만약 해리스의 말이 사실이라면 엘리사 공주를 구하는 건 필수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잠깐 기다려. 내가 전화를 좀 걸어 확인해 볼 테니.”진서준은 휴대폰을 꺼내 들어 진서훈에 전화를 걸었다.이런 고위급 기밀은 진서훈 같은 호국장군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전화가 몇 번 울리자 진서훈이 전화를 받으며 농담 섞인 목소리로 꾸짖었다.“이 녀석이 자기는 안 자고 왜 이 노인을 괴롭혀? 조금만 날 배려해 주면 안 되겠냐?”진서준은 헛기침하며 조심스럽게 말했다.“할아버지, 중요한 일이 있어서 여쭤보려고 전화했어요.”“그래, 말해봐.”“이번 용멸 계획에 용란의 황실 친위대가 참여하지 않은 게 맞나요?”진서훈은 그 말에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진서준이 이 질문을 한다는 건, 분명 용란 사람들과 접촉했음을 의미했다.게다가 이번에 당당히 대한민국에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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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9화

슉!어둠 속에서 검은 그림자가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그 그림자는 한적한 외곽의 무인 별장 앞에서 멈춰 섰다.붉게 타오르는 눈동자 속에 기묘한 광택이 번졌다. 지엔은 기절한 엘리사를 어깨에 메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문을 밀고 들어서자 지엔은 슬그머니 입꼬리를 올렸다.“공주님, 이제 우리 둘만 남았으니 공주님의 유혹적인 피를 실컷 맛보도록 하지.”지엔은 엘리사를 거실의 소파 위에 조심스럽게 눕혔다.엘리사 특유의 체질 때문에 그녀의 몸에서는 혈수사들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향기가 뿜어져 나왔다.그 향기는 혈수사들에게는 마치 마약과도 같아, 결코 쉽게 뿌리칠 수 없는 강렬한 유혹이었다.지엔의 두목은 엘리사에게 상처를 입히지 말라고 지시했을 뿐 아니라 엘리사의 피를 빨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었다.하지만 지금 이곳에는 지엔과 엘리사밖에 없었다.지엔은 이 기회를 틈타 몰래 조금만 마신다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혈수사가 피를 빨 때는 상대방이 그다지 큰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다만 병원에서 주사를 맞는 정도로 이빨이 피부를 무는 순간만 조금 따끔할 뿐이다.창문을 통해 들어온 은은한 달빛이 엘리사의 몸 위로 쏟아져 내렸다.달빛에 은빛 망토를 두른 듯한 엘리사의 모습은 책 속에서 튀어나온 공주처럼 아름다웠다.지엔은 엘리사를 바라보며 억누를 수 없는 욕망에 휩싸여 굶주린 늑대처럼 엘리사에게 덮쳤다.하지만 엘리사는 여전히 죽은 사람처럼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지엔은 그녀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었다.지엔은 엘리사의 몸에는 관심이 없었다.그저 엘리사의 피를 마시는 것만이 지엔의 목적이었다.엘리사의 하얀 목덜미가 고스란히 드러나자 지엔은 입을 벌려 천천히 다가갔다.쾅!이 긴급한 순간, 누군가가 문을 발로 차며 열어젖혔다.문이 부서지는 소리에 지엔은 깜짝 놀란 박쥐처럼 재빨리 엘리사에게서 떨어져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들이닥친 이를 쏘아보았다.잘록한 허리에 풍만한 곡선을 자랑하고 은빛 물결 같은 머리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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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0화

지엔은 바이올렛을 바라보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지엔의 눈에는 오직 공포만이 가득했고 감히 불만 하나 내비칠 수 없었다.자기와 바이올렛 사이의 실력 차이가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었다.“이번은 그냥 경고야. 다시 한번 이런 일이 있으면 네 목을 비틀어버릴 거야.”바이올렛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지엔은 그 말에 조금의 의심도 할 수 없었다.바이올렛은 절대 농담하지 않는 사람이란 걸 지엔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됐어, 넌 여기서 지키고 있어. 난 위층에서 잠깐 쉬다 오마.”바이올렛이 기지개를 켜자 그녀의 검은 가죽옷 아래로 감춰진 섹시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하지만 지엔은 감히 그 모습을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바이올렛이 그의 눈알을 뽑아버릴까 봐 두렵기 때문이었다.지엔은 결코 호들갑을 떨며 과장되게 생각한 게 아니었다.과거, 조직에 갓 들어온 한 청년 혈수사가 바이올렛의 성격을 모르고 그녀를 꼬시려고 했다가 바이올렛의 매혹적인 미소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그 사건 이후, 바이올렛은 피에 물든 장미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바이올렛은 위층으로 올라간 뒤, 잠자리에 들지 않고 검은 가죽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갔다.잠시 후, 욕실에서는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욕조에 물이 가득 차자 바이올렛은 그 속으로 몸을 담갔다.투명했던 욕조의 물은 금세 피처럼 새빨갛게 물들었다.바이올렛은 눈을 살며시 감고 온몸의 모공을 열어 혈욕의 쾌감을 만끽했다.아래층에서 지엔은 엘리사에게 더는 감히 손을 뻗지 못하고 있었다.엘리사의 피가 아무리 달콤한 향기를 풍긴다고 해도 목숨과 맞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그 시각, 진서준은 엘리사의 머리카락 몇 가닥을 손에 쥐고 추적술을 사용해 이내 그녀의 위치를 알아냈다.“이 자식은 이미 필요 없어. 그냥 처리해.”진서준이 자리를 떠나기 전, 브래드를 가리키며 말했다.브래드는 그 말을 듣자 화들짝 놀라며 다급히 외쳤다.“날 죽이지 마. 공주의 위치를 아는 건 나뿐이야.”해리스도 우려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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