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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1화

뒤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해리스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공주님이 이렇게 적극적인데 이 녀석이 감히 거절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이봐, 너 지금 내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거지? 한 번만 더 거절해 봐. 명령을 거역해서라도 널 죽여버리겠어!”

해리스가 분노에 차서 외쳤다.

엘리사도 사실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얼굴은 둘째 치고, 공주라는 신분만으로도 무수한 남자들이 앞다투어 데이트 신청을 하며 줄 서서 그녀와의 만남을 갈망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엘리사가 신분을 낮추어 이렇게 직접 찾아왔는데도 진서준은 거절에 거절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심기가 아무리 불편해도 엘리사는 황실 교육을 받고 자랐던 터라 그 불쾌함을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만해요, 해리스. 우리 용란과 대한민국은 문화가 달라도 너무 다르잖아요. 아무래도 우리가 조금 무례했던 것 같아요.”

엘리사는 해리스를 제지하고 다시 진서준에게 질문을 던졌다.

“실례지만, 이름이 뭐예요?”

엘리사가 진서준을 그윽하게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다.

그러자 진서준이 눈썹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설마 몰라서 묻는 건가요?”

이 두 사람이 자기 신분을 모른다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자기를 찾아온 이유가 정말 그냥 밥이나 먹자는 건지 진서준은 의혹이 들기 시작했다.

진서준은 요즘 누군가의 감시를 받아며 살아왔던지라 습관적으로 의심이 많아졌다.

“진짜 몰라서 묻는 거예요.”

엘리사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내 이름은... 김평안입니다.”

진서준이 서슴없이 가짜 이름으로 답했다.

진서준이 거짓말을 하는 걸 보고 엘리사는 진서준이 더 이상하게 느껴졌다.

“김! 평! 안!”

엘리사가 또박또박 진서준의 이름을 되뇌었고 예쁜 두 눈은 반달처럼 휘어졌다.

“안녕하세요, 저는 엘리사입니다.”

엘리사가 손을 내밀며 꽤 전통적인 인사법을 했다.

그런데 이 전통적인 인사법도 엘리사 공주가 하면 열에 아홉은 감격스러워 어쩔 바를 모를 것이었다.

진서준은 잠시 고민하다가 거절하기도 미안해서 손끝으로 가볍게 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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