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요, 저희 두목이 공주님을 만나서 잠시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군요.”브래드는 엘리사와 오래된 친구인 것처럼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난 볼 일이 많아 그럴 시간 없어요. 당신 두목이 날 보고 싶으면 직접 오라고 하세요.”가식적인 브래드의 태도에 엘리사는 한치의 여지도 없이 냉랭하게 대꾸했다.이 혈수사들이 무슨 속셈인지 엘리사는 이미 꿰뚫어 보고 있었다.용란에 있을 때, 혈수사들은 이미 엘리사의 아버지를 찾아와 용란 황실 호위대를 대한민국의 용멸 계획에 끌어들이려고 했으나, 엘리사의 아버지가 이를 거부했던 적이 있었다.그 이후로 이 혈수사들은 엘리사를 인질로 삼아 용란 국왕을 협박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미안하지만, 공주님에겐 지금 선택지가 없어요. 저와 함께 가셔야만 해요.”브래드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우리 공주님 말씀 못 들었어? 당장 꺼지지 않으면 널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야.”해리스는 겉으론 위협적인 모습으로 브래드에게 소리쳤다.지금 해리스가 할 수 있는 건 위협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만약 싸움이 진짜 벌어진다면 브래드는 어떻게든 해리스를 붙잡아 두고, 그 사이에 브래드의 동료가 엘리사를 납치하려 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엘리사가 납치당하면 용란 국왕은 결국 혈수사들에게 굴복하고 용란 황실 호위대도 용멸 계획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용란과 대한민국의 관계는 그다지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용란 국왕은 그의 친위대를 용멸 계획에 포함하고 싶지 않았다.만약 이 계획이 대한민국에 발각된다면 두 나라 사이에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었다.전면전으로 치닫는다면 다른 나라들은 분명히 강 건너 불구경할 것이고 용란을 도와줄 국가는 없을 것이다.브래드와 해리스가 대치하는 사이, 지엔은 이미 몰래 2층 창문 쪽으로 접근하고 있었다.브래드는 지엔이 준비를 마친 것을 확인하고 돌연 해리스에게 달려들었다.“잘 됐군.”해리스는 체내의 모든 힘을 주먹에 집중했다.해리스는 한 방에 브래드를 쓰러뜨리고 브래드의 목
브래드는 온몸을 감싸는 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을 느꼈다.그 쌀쌀한 기운의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린 브래드는 해리스가 빠른 걸음으로 자기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브래드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그는 해리스가 당연히 자기를 무시한 채 지엔을 쫓아갈 거라고 여겼다.“당장 아까 그 녀석에게 공주님을 무사히 돌려보내라고 전해. 그렇지 않으면 네 뼈를 하나하나씩 부러뜨려 줄 테니.”해리스는 한 손으로 브래드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그의 머리를 벽에 처박았다.브래드의 심장은 밀려오는 긴장감에 맹렬하게 뛰었고 가까스로 진정한 브래드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맘대로 날 고문해 봐. 내 목숨은 어차피 별 가치 없으니까.”브래드는 해리스가 엘리사에게 얼마나 충성스러운지 잘 알고 있었다.엘리사가 혈수사들의 손에 있는 한, 해리스는 절대 자기를 해치지 못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우리가 공주님을 죽일 수는 없겠지만 팔 하나나 다리 하나 정도는 어떻게든 부러뜨릴 수 있지.”“감히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해리스는 브래드의 복부에 주먹을 내리꽂았다.푸흡...순간, 브래드의 입에서 시뻘건 피가 솟구쳤다.혈수사의 피는 일반인보다 훨씬 더 강렬한 비린내가 나서 이내 거실 전체에 짙은 피비린내가 퍼졌다.“공주님이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다치면 우리 용란은 너희 혈수사들을 전부 쫓아낼 거야.”해리스는 분노에 차서 외쳤다.“그럼 용란은 모든 혈수사들의 적이 되겠네.”브래드는 피를 뱉어내며 해리스에게 비웃음을 날렸다.“내가 구라를 치는 것 같아? 진짜 한 번 우리 용란과 전면전을 벌여 볼래?”브래드의 오만한 태도에 해리스는 그의 목을 당장이라도 비틀고 싶었다.하지만 지금 그럴 수는 없었다. 오직 브래드만이 엘리사가 어디로 끌려갔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해리스는 굳은 표정으로 잠시 고민한 뒤, 결국 주먹을 한 번 더 휘둘러 브래드를 기절시켰다.그리고 그 길로 급히 별장을 나서 곧장 진서준이 머무는 별장으로 향했다.해리스는 깊게 숨을 들이쉬
“진 선생님, 공주님을 반드시 구해주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는 결과가 올 겁니다.”진서준은 그 말에 콧방귀를 끼며 물었다.“감당할 수 없는 결과라고? 그게 뭔데? 설마 우리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이라도 일어난다는 건가?”공주를 납치한 자가 누구인지는 진서준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하지만 진서준은 그자가 대한민국 사람은 아닐 것이라고 짐작했다.엘리사는 줄곧 용란에서 살아왔고 심지어 공개적으로 대중 앞에 나온 적도 없었다.엘리사의 정체를 아는 이는 분명 용란 본국 사람일 것이다.게다가 엘리사와 해리스가 몰래 금운에 왔으니 두 사람의 정체를 아는 자는 더더욱 적었을 터였다.해리스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맞습니다. 서양의 혈수사들이 공주님을 납치했습니다. 혈수사들이 공주님을 잡아간 이유는 바로 우리 국왕을 협박해 황실 친위대를 용멸 계획에 참여시키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귀국의 무인들이 이번 대한민국 무도계 공격에 용란의 공식 인력이 관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그때는 상황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진서준의 얼굴이 굳어졌다.이런 사실은 진서준도 금시초문이었다.만약 해리스의 말이 사실이라면 엘리사 공주를 구하는 건 필수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잠깐 기다려. 내가 전화를 좀 걸어 확인해 볼 테니.”진서준은 휴대폰을 꺼내 들어 진서훈에 전화를 걸었다.이런 고위급 기밀은 진서훈 같은 호국장군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전화가 몇 번 울리자 진서훈이 전화를 받으며 농담 섞인 목소리로 꾸짖었다.“이 녀석이 자기는 안 자고 왜 이 노인을 괴롭혀? 조금만 날 배려해 주면 안 되겠냐?”진서준은 헛기침하며 조심스럽게 말했다.“할아버지, 중요한 일이 있어서 여쭤보려고 전화했어요.”“그래, 말해봐.”“이번 용멸 계획에 용란의 황실 친위대가 참여하지 않은 게 맞나요?”진서훈은 그 말에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진서준이 이 질문을 한다는 건, 분명 용란 사람들과 접촉했음을 의미했다.게다가 이번에 당당히 대한민국에 들
슉!어둠 속에서 검은 그림자가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그 그림자는 한적한 외곽의 무인 별장 앞에서 멈춰 섰다.붉게 타오르는 눈동자 속에 기묘한 광택이 번졌다. 지엔은 기절한 엘리사를 어깨에 메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문을 밀고 들어서자 지엔은 슬그머니 입꼬리를 올렸다.“공주님, 이제 우리 둘만 남았으니 공주님의 유혹적인 피를 실컷 맛보도록 하지.”지엔은 엘리사를 거실의 소파 위에 조심스럽게 눕혔다.엘리사 특유의 체질 때문에 그녀의 몸에서는 혈수사들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향기가 뿜어져 나왔다.그 향기는 혈수사들에게는 마치 마약과도 같아, 결코 쉽게 뿌리칠 수 없는 강렬한 유혹이었다.지엔의 두목은 엘리사에게 상처를 입히지 말라고 지시했을 뿐 아니라 엘리사의 피를 빨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었다.하지만 지금 이곳에는 지엔과 엘리사밖에 없었다.지엔은 이 기회를 틈타 몰래 조금만 마신다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혈수사가 피를 빨 때는 상대방이 그다지 큰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다만 병원에서 주사를 맞는 정도로 이빨이 피부를 무는 순간만 조금 따끔할 뿐이다.창문을 통해 들어온 은은한 달빛이 엘리사의 몸 위로 쏟아져 내렸다.달빛에 은빛 망토를 두른 듯한 엘리사의 모습은 책 속에서 튀어나온 공주처럼 아름다웠다.지엔은 엘리사를 바라보며 억누를 수 없는 욕망에 휩싸여 굶주린 늑대처럼 엘리사에게 덮쳤다.하지만 엘리사는 여전히 죽은 사람처럼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지엔은 그녀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었다.지엔은 엘리사의 몸에는 관심이 없었다.그저 엘리사의 피를 마시는 것만이 지엔의 목적이었다.엘리사의 하얀 목덜미가 고스란히 드러나자 지엔은 입을 벌려 천천히 다가갔다.쾅!이 긴급한 순간, 누군가가 문을 발로 차며 열어젖혔다.문이 부서지는 소리에 지엔은 깜짝 놀란 박쥐처럼 재빨리 엘리사에게서 떨어져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들이닥친 이를 쏘아보았다.잘록한 허리에 풍만한 곡선을 자랑하고 은빛 물결 같은 머리카락
지엔은 바이올렛을 바라보며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지엔의 눈에는 오직 공포만이 가득했고 감히 불만 하나 내비칠 수 없었다.자기와 바이올렛 사이의 실력 차이가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었다.“이번은 그냥 경고야. 다시 한번 이런 일이 있으면 네 목을 비틀어버릴 거야.”바이올렛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지엔은 그 말에 조금의 의심도 할 수 없었다.바이올렛은 절대 농담하지 않는 사람이란 걸 지엔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됐어, 넌 여기서 지키고 있어. 난 위층에서 잠깐 쉬다 오마.”바이올렛이 기지개를 켜자 그녀의 검은 가죽옷 아래로 감춰진 섹시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하지만 지엔은 감히 그 모습을 쳐다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바이올렛이 그의 눈알을 뽑아버릴까 봐 두렵기 때문이었다.지엔은 결코 호들갑을 떨며 과장되게 생각한 게 아니었다.과거, 조직에 갓 들어온 한 청년 혈수사가 바이올렛의 성격을 모르고 그녀를 꼬시려고 했다가 바이올렛의 매혹적인 미소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그 사건 이후, 바이올렛은 피에 물든 장미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바이올렛은 위층으로 올라간 뒤, 잠자리에 들지 않고 검은 가죽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갔다.잠시 후, 욕실에서는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왔다.욕조에 물이 가득 차자 바이올렛은 그 속으로 몸을 담갔다.투명했던 욕조의 물은 금세 피처럼 새빨갛게 물들었다.바이올렛은 눈을 살며시 감고 온몸의 모공을 열어 혈욕의 쾌감을 만끽했다.아래층에서 지엔은 엘리사에게 더는 감히 손을 뻗지 못하고 있었다.엘리사의 피가 아무리 달콤한 향기를 풍긴다고 해도 목숨과 맞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그 시각, 진서준은 엘리사의 머리카락 몇 가닥을 손에 쥐고 추적술을 사용해 이내 그녀의 위치를 알아냈다.“이 자식은 이미 필요 없어. 그냥 처리해.”진서준이 자리를 떠나기 전, 브래드를 가리키며 말했다.브래드는 그 말을 듣자 화들짝 놀라며 다급히 외쳤다.“날 죽이지 마. 공주의 위치를 아는 건 나뿐이야.”해리스도 우려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지엔은 이미 엘리사의 곁에 도착해 엘리사를 안고 도망칠 준비를 마쳤다.2층에 있던 바이올렛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문가에 서 있는 진서준을 바라봤다. 바이올렛의 눈동자에는 차가운 살기가 번뜩이고 있었다.바이올렛은 눈앞에 있는 이 대한민국 사람이 자기 실력과도 비슷할 정도로 만만치 않은 실력자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대한민국 무도 종사인가?”바이올렛은 천천히 입을 열어 유창한 대한민국어로 말하며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왔다.진서준은 말없이 엘리사와 지엔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엘리사에게 시선을 고정했다.엘리사가 다친 흔적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 진서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이때, 해리스도 다가와 이를 악물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너 계획이 있다면서?”조금 전까지만 해도 해리스는 진서준이 뭔가 치밀한 계획이라도 세운 줄 알았다.그런데 해리스가 물어볼 틈도 없이 진서준은 이미 문을 박차고 들어온 것이다.그와 동시에 해리스도 2층에서 내려오는 바이올렛의 모습을 발견했다.바이올렛의 우아한 실루엣을 본 순간, 해리스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차가운 숨을 삼켰다.“저... 저 여자가 왜 여기 있어?”진서준은 해리스의 두려움에 가득 찬 표정을 보자 몹시 궁금해졌다.“저 여자가 누구야?”“바이올렛... 당신들 대한민국 국안부에서 지의방 랭킹 26위로 지정한 혈수사입니다.”눈앞에 서 있는 이 성숙한 매력을 풍기는 여자가 지의방 랭킹 26위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진서준도 적잖이 놀랐다.바이올렛의 몸매와 외모만 봐서는 누구라도 그녀가 30대 초반의 매혹적인 여인으로 생각할 것이다.하지만 지금 해리스의 설명에 따르면 바이올렛은 지의방 랭킹 26위를 차지하고 있는 혈수사였다. 이는 바이올렛의 실제 나이와 외모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의미했다.“저 여자가 몇 살인데?”진서준은 호기심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지의방 랭킹 26위라면 그 실력은 대략 칠급 대종사에 해당할 것이고 대다수가 70살을 넘기지 않는 인물이다.진서준의
“그 여자는 나한테 맡겨. 넌 저놈을 쫓아.”진서준은 말이 끝나자마자 발걸음을 옮겨 바이올렛을 향해 걸어갔다.“부디 조심하세요...”해리스는 항상 진서준을 무시했지만 이 순간만큼은 진서준에 대한 진심 어린 존경심이 생겼다.“도망가려고? 나한테 물어봤어?”바이올렛은 가볍게 웃더니 이내 몸을 어둠 속으로 녹였다.순식간에 광풍이 칼날처럼 휘몰아치며 방 안의 가구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진서준은 발을 구르며 속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려 소리 없이 바이올렛 앞에 나타났다.“네 상대는 나야.”갑자기 나타난 진서준을 보자 바이올렛의 짙은 붉은색 눈동자가 갑자기 밝은 빛을 내뿜었다.“대한민국 무인이라... 오늘 밤 네게서 특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구나. 너무 빨리 지지 않길 바랄게. 그렇지 않으면 내가 실망할 테니까.”바이올렛의 목소리는 매우 매혹적이었다.“남자로서 당연히 너무 빨라선 안 되지... 천천히 즐기게 해줄게.”진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손바닥에 푸른 영기와 혈해의 힘을 불러냈다.하지만 이번에 불러낸 혈기는 예전처럼 거대하지 않았다.진서준의 몸에는 아직 숨겨진 내상이 남아 있어 오늘 밤 도대체 얼마 동안 버틸 수 있을지 진서준 자신도 정확히 알 수 없었다.하지만 두 나라 간의 전쟁을 막기 위해 진서준은 전력을 다할 생각이었다.20cm나 되는 긴 손톱을 가진 손이 유령처럼 진서준의 목을 향해 갑자기 다가왔다.손톱이 지나가는 자리에는 공기마저 완벽하게 압도되어 진공 상태가 되었다.진서준의 표정은 어떤 변화도 없었고 여유롭게 손을 들어 바이올렛의 손톱을 쳐냈다.끼익...손톱이 진서준의 손바닥과 부딪히며 강철 위를 긁는 칼 소리처럼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길고 가느다란 손톱 중 하나가 진서준의 손바닥에 있는 혈기의 힘을 뚫고 진서준의 손바닥을 찔렀다.붉은 피 한 줄기가 진서준의 손바닥에서 쏟아져 나왔고 그중 두 방울이 바이올렛의 붉은 입술에 떨어졌다.바이올렛은 그녀의 유연한 혀를 내밀어 입술 위의 피를 가볍게 핥고는 거의 병적인
지익...푸른 번개가 순식간에 바이올렛의 온몸을 덮쳤다.요란한 천둥소리가 끊임없이 울리더니 바이올렛의 검은 가죽옷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그러자 눈처럼 새하얀 바이올렛의 몸이 진서준의 눈앞에 그대로 드러났다.옥중의 티는 바이올렛의 하얀 몸에 몇 군데 까맣게 탄 자국이 생겼다는 것이었다.그건 다름 아닌 진서준의 푸른 번개를 맞고 생긴 상처였다.눈앞의 유혹적인 몸을 보면서도 진서준의 눈빛은 변함없었다.고수의 대결에서는 한 방에 누가 강한지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진서준은 자기가 바이올렛의 상대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진서준이 필요한 건 단지 바이올렛이 해리스를 뒤쫓는 걸 저지하는 것이었다.해리스가 엘리사를 구할 수 있다면 오늘 밤의 임무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이다.“젠장!”바이올렛은 몸에 새로 생긴 까맣게 탄 자국을 보며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애송이가 날 단단히 화나게 했구나. 오늘 밤 네 몸의 피를 모조리 빨아서 널 미라로 만들어 주지.”진서준은 그 말을 듣고 가볍게 웃어넘겼다.“이봐, 입은 비뚤어도 말은 제대로 해야지. 내가 막 오해하잖아? 넌 도대체 내 피를 빨아먹고 싶은 거야? 아니면 내 다른 것들을 빨아먹고 싶은 거야?”진서준의 도발에 바이올렛의 눈에 차가운 분노가 피어났다.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비상시기에도 이 남자가 성희롱이나 할 여유가 있다니, 정말 간탱이가 부어도 너무 부은 것 같았다.바이올렛은 목소리를 낮게 깔고 으르렁대며 진서준이 잡고 있는 손톱에 힘을 주어 빼는 대신 진서준의 팔을 향해 찔렀다.푸슉...다섯 손톱 중 가장 긴 손톱이 진서준의 손바닥을 그대로 꿰뚫어 버렸다.손이 찢어질 듯한 극심한 고통이 팔의 신경을 따라 진서준의 뇌로 전달되었다.그 강렬한 고통 앞에서도 진서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말 한마디에 이 정도로 화났어? 너 성격이 참 더럽네. 내 하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구나.”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검광 한 줄기가 측면에서 바이올렛을 향해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