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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9화

슉!

어둠 속에서 검은 그림자가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 그림자는 한적한 외곽의 무인 별장 앞에서 멈춰 섰다.

붉게 타오르는 눈동자 속에 기묘한 광택이 번졌다. 지엔은 기절한 엘리사를 어깨에 메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문을 밀고 들어서자 지엔은 슬그머니 입꼬리를 올렸다.

“공주님, 이제 우리 둘만 남았으니 공주님의 유혹적인 피를 실컷 맛보도록 하지.”

지엔은 엘리사를 거실의 소파 위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엘리사 특유의 체질 때문에 그녀의 몸에서는 혈수사들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향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향기는 혈수사들에게는 마치 마약과도 같아, 결코 쉽게 뿌리칠 수 없는 강렬한 유혹이었다.

지엔의 두목은 엘리사에게 상처를 입히지 말라고 지시했을 뿐 아니라 엘리사의 피를 빨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는 지엔과 엘리사밖에 없었다.

지엔은 이 기회를 틈타 몰래 조금만 마신다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혈수사가 피를 빨 때는 상대방이 그다지 큰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다만 병원에서 주사를 맞는 정도로 이빨이 피부를 무는 순간만 조금 따끔할 뿐이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은은한 달빛이 엘리사의 몸 위로 쏟아져 내렸다.

달빛에 은빛 망토를 두른 듯한 엘리사의 모습은 책 속에서 튀어나온 공주처럼 아름다웠다.

지엔은 엘리사를 바라보며 억누를 수 없는 욕망에 휩싸여 굶주린 늑대처럼 엘리사에게 덮쳤다.

하지만 엘리사는 여전히 죽은 사람처럼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지엔은 그녀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었다.

지엔은 엘리사의 몸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엘리사의 피를 마시는 것만이 지엔의 목적이었다.

엘리사의 하얀 목덜미가 고스란히 드러나자 지엔은 입을 벌려 천천히 다가갔다.

쾅!

이 긴급한 순간, 누군가가 문을 발로 차며 열어젖혔다.

문이 부서지는 소리에 지엔은 깜짝 놀란 박쥐처럼 재빨리 엘리사에게서 떨어져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들이닥친 이를 쏘아보았다.

잘록한 허리에 풍만한 곡선을 자랑하고 은빛 물결 같은 머리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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