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진의 시선에 찍힌 진서준은 바람피우다 들킨 기분이 들어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왜 그래? 윤진아, 내 얼굴에 뭐 묻었어?”진서준은 최대한 자연스러운 말투로 물었다.“어제 우리 언니 네 방에 갔었어?”허윤진은 진서준에게 바짝 붙어 물었다. 두 사람 얼굴과 얼굴 사이의 거리가 20cm도 채 되지 않았다.진서준은 심지어 허윤진이 내뿜는 따뜻한 숨결마저 느낄 수 있었다.“당연히 안 왔어. 엄마가 여기 있잖아. 사연이 눈치 보여서 어떻게 오겠어...”진서준은 한 발짝 물러서며 허윤진과 거리를 두려 했다.하지만 허윤진은 물러서지 않고 진서준이 한발 물러서면 그녀는 한발 더 다가와 결국 진서준을 벽에 몰아넣었다.진서준의 대답을 들은 허윤진은 진서준의 얼굴에 남은 키스 자국을 핸드폰으로 비추며 따졌다.“그럼 이게 누구 키스 자국인지 설명해 줄래? 연아가 한 거라고는 하지 마. 걔는 립스틱을 아예 안 바르잖아.”허윤진의 날카로운 눈빛에 진서준은 속으로 벌벌 떨었다.이 애가 평소에는 어리버리해 보였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눈치가 빠른지 이해할 수 없었다.진서준은 허윤진의 질문에 말문이 턱 막혔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허사연과 다른 사람들이 아직 이가 나미의 존재를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만약 다른 여자들에게 진서준이 타고난 매혹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를 하인으로 삼았다는 걸 들킨다면 큰 소란이 일어날 게 뻔했다.“왜 말을 못 해? 변명거리가 생각 안 나? 어서 실토해, 그 요망한 옆집 공주가 키스 자국 주인이 맞지?”허윤진은 진서준의 옷깃을 잡아채고 또 따졌다.허윤진은 밤에 진서준에게 몰래 접근할 가능성이 가장 큰 여자는 이웃에 사는 엘리사일 거라고 추측했다.외국의 공주인 엘리사가 누구도 찾지 않고 유독 진서준을 찾는 것부터가 굉장히 수상했다.게다가 진서준 얼굴에 묻은 립스틱 색이 엘리사가 어제 바른 것과 비슷해서 허윤진은 진서준의 키스 자국이 엘리사가 남긴 것이라고 추측했다.진서준은 허윤진의 추측을 듣고 한순간 난감한 상황에
진서준은 이웃에서 일어난 소동에 관해 설명했다.굳이 이 문제를 허사연과 다른 여자들에게 숨길 필요가 없었다.바이올렛이 아직 살아있는 상황에서 진서준은 바이올렛이 허사연 일행에게 해를 끼칠까 봐 두렵기도 해서 미리 상황을 대충 설명해야 했다.“뭐라고?”허사연 일행은 생각지 못한 대답에 다들 깜짝 놀랐다.“엘리사는 용란 공주 아니에요? 해외의 혈수사가 왜 공주를 잡아가죠? 아참, 근데 혈수사는 대체 뭐예요?허사연은 연달아 질문을 쏟아냈다.진서준은 어리둥절해하는 여자들에게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그러니까 해외의 혈수사는 영화 속 흡혈귀 같은 존재라고 보면 돼?”허윤진이 혈수사를 비교적 실감 나게 비유했다.“거의 비슷하지만 혈수사는 낮에도 태양 아래서 살 수 있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혈수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인지는 진서준도 잘 알지 못했다.어제 혈수사 바이올렛과 한 번 싸워본 게 전부였다.이 사람들의 정체와 특징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알아봐야 했다.“그 공주는 구출됐어?”김연아가 결정적인 질문을 던졌다.용란의 공주가 대한민국에서 사고를 당하면 국제적인 문제가 생길 게 분명했다.“구출했어. 아침에 국안부에서 문자 왔는데 엘리사와 공주 경호원이 이미 경성에 돌아갔대.”아침에 이가 나미가 막 떠나고 진서준은 진서훈이 보낸 문자를 받았다.문자에는 엘리사가 안전하게 경성에 도착했으며 별다른 문제는 없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진서준은 오늘 류재훈의 일을 도와주고 그 후 경성에 갈 계획이었다.아침 식사를 마친 후 진서준이 외출한다고 하자 허윤진이 즉시 말했다.“나도 같이 갈게.”“난 중요한 일을 하러 가는 거야.”진서준은 허윤진을 데리고 가고 싶지 않았다. 이 애는 성가실 정도로 진서준을 너무 졸졸 따라다니기 때문이었다.“무슨 소리야? 나도 너랑 같이 가서 중요한 일 도와줄 수 있잖아.”허윤진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지만 여전히 귀여워 보였다.“진서준 씨, 그냥 윤진을 데리고 가세요.”허사
병상 위.권해철은 온몸이 하얀 붕대로 감겨 있었고 얼굴만 드러나 있었다.반 달 전과 비교해 보니 권해철은 적어도 20년은 늙어 보였고 머리카락은 전부 하얗게 변했으며 주름투성이인 얼굴은 늙은 나무처럼 말라 있어 진서준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권해철은 진서준이 온 것을 보고 감정이 격해져서 입을 약간 벌리며 피로가 가득한 목소리로 겨우 말을 뱉어냈다.“진... 상경... 님...”권해철의 안타깝고 처참한 모습을 보자 진서준은 마음이 무거워졌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진서준은 즉시 앞으로 나아가 한 손으로 권해철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었다.시간이 흐를수록 진서준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권해철의 모든 뼈는 부러져 있었고 단전은 누군가의 손에 완전히 파괴되었다.그야말로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불행 중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였다.옆에 서 있던 허윤진도 권해철의 모습에 눈가가 붉어졌다.진서준이 예전에 혼자 강남에 갔을 때 권해철이 책임지고 허윤진 일행을 보호해 주었다.그래서 허윤진과 그 일행은 권해철과 나름대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그런데 그렇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권해철이 지금 심각하게 다친 걸 보니 허윤진은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었다.“누가 이랬어요?”진서준은 온몸에서 섬뜩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고 방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을 정도로 싸늘해졌다.류재훈은 이렇게 무시무시한 살기가 가득한 진서준을 난생처음 보는지라 겁에 질려 연신 마른침을 삼켰다.“진 상경, 우리 밖에서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그럽시다.”진서준은 권해철을 가볍게 두드리며 단호한 목소리로 약속했다.“제가 반드시 권 마스터님 복수를 할 겁니다. 권 마스터님을 다치게 한 그 사람은 온몸의 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겁니다. 권 마스터님 뼈는 제가 오래된 처방으로 이어줄 수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권해철의 뼈는 모두 부러졌지만 조희선이 예전에 부러진 것처럼 치료할 수 없을 정도로 철저히 부러진 것은 아니었다.진서준은 장청결의 오래된 처방을
하지만 지금 권해철은 그 가짜 각주의 상대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온몸의 뼈가 가짜의 손에 부러진 상태였다.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그 가짜 각주의 실력은 최소한 5급 대종사 수준이 틀림없었다.진서준은 상황을 전부 전해 듣고 망설임 없이 다시 병실로 돌아갔다.그 가짜 각주가 권해철에게 주소 하나를 말했을 게 분명했다.그리고 그 주소는 당연히 진서준이 가짜 각주를 찾을 수 있는 주소였다.진서준은 권해철이 당한 이 고통을 그 가짜 각주의 피로 톡톡히 갚아주겠다고 속으로 결심했다.“권 마스터님, 그 사람의 위치를 알려주세요. 제가 마스터님을 위해 복수해 드릴게요.”진서준의 눈빛은 그윽했고 목소리는 확고했다.하지만 권해철은 고개를 저으며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진... 상경님... 그 사람... 실력... 너무 강해서... 저는... 당신이 죽는 걸... 원치 않아요... 콜록콜록...”두 마디도 채 못 한 권해철은 격렬하게 기침하기 시작했다.진서준은 즉시 영기를 사용해 권해철의 내상을 완화했다.“권 마스터님, 설령 말씀하지 않으셔도 그 사람은 무조건 저를 찾아올 거예요. 다음에는 제 가족을 해칠지도 모릅니다.”진서준의 눈에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만약 그 사람이 또 찾아온다면 분명 진서준의 가족에게도 손을 댈 것이다.그런 최악의 상황이 오면 진서준은 아무리 땅을 치며 후회해도 소용없을 것이다.그래서 진서준은 지금 그 사람의 위치를 반드시 알아야 했다.그 사람한테 제대로 복수할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진짜 정체도 밝혀야 했다.권해철도 진서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고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 사람은... 진산에 있어요...”그렇게 가짜 각주의 위치를 알게 된 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세요, 권 마스터님. 지금 바로 사람을 보내서 오래된 처방에 필요한 약재를 찾게 할게요. 한 달 안에 반드시 권 마스터님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권해철은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진서
점심 식사 시간에 진서준은 진산에 가야 한다는 결정을 허사연과 일행에게 전했다.권해철이 누군가의 손에 온몸의 뼈가 부러졌다는 소식에 허사연과 김연아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어쩔 바를 몰랐다.하지만 두 사람은 권해철의 상처보다는 진서준의 안전이 더 걱정됐다.“이게 혹시 그 가짜가 일부러 만든 함정일 가능성은 없어요?”허사연이 우려가 가득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함정이라 해도 난 무조건 가야 해.”진서준은 지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이 가짜는 지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눈에 띄는 곳에 있는 진서준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자기가 주동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가짜의 다음 목표는 허사연 일행일 가능성이 높았다.진서준은 허사연이 두 번째 권해철이 되는 걸 절대 원하지 않았다.“서준아, 조심히 잘 다녀와.”조희선은 자기가 진서준의 결정을 부정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기에 진서준에게 안전을 잘 챙기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걱정 마세요, 엄마. 알아서 꼭 조심할게요.”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럼 언제 출발해?”허사연이 옆에서 물었다.“오늘 오후 고속열차를 타고 가면 자정쯤 진안시에 도착할 거야.”직행 비행기가 없어서 진서준은 부득불 고속열차를 타고 가야 했다.하지만 고속열차 속도도 그렇게 늦진 않아서 반나절이면 진안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진서준은 도착한 후 먼저 진안시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 날 진산에 가려고 계획했다.식사가 끝난 후, 허사연은 즉시 위층에 올라가 진서준의 옷을 챙겼다.진서준이 방에 돌아갔을 때, 허사연은 이미 이번 여행에 필요한 모든 물건을 작은 여행 가방에 담아 놓은 상태였다.“세탁할 속옷과 양말이 여기 들어 있어요. 아침 일찍 진산에 가니까 온도가 산 아래보다 유독 낮을 거예요. 두꺼운 옷도 챙겨놨으니까 꼭 알아서 챙겨입어요. 그리고 진안시에 도착하면 꼭 전화해서 안부 전해줘요, 알겠죠?”허사연이 돌아서서 진서준에게 하나하나 설명하며 부탁했다.허사연의 설명을 듣자 진서준은 대학에 입학하기 전날
진서준의 손이 아래쪽으로 뻗어가는 걸 느끼자 허사연은 허벅지를 급히 조였다.진서준은 잠시 멈칫하다가 어쩔 수 없이 손을 뺐다.“무슨 뜻인지 알겠어...”“근데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어요.”허사연은 말을 마치고 화끈하게 달아오른 얼굴이 거의 피가 나올 것처럼 빨개졌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고 눈이 번쩍 뜨였다....오후에 진서준을 배웅할 때 김연아와 허윤진 두 사람은 말없이 침묵만 지켰다.이틀도 안 되는 시간만 같이 보내고 또 헤어져야 하니까 이 상황이 참 어이없고 답답했다.“그렇게 우울한 얼굴 하지 마, 난 볼일 다 보고 즉시 경성에 갈 거야. 너희는 먼저 경성에 가서 서라를 만나. 나중에 우리 경성에서 다시 만나자.”진서준이 두 사람에게 웃으며 말했다.“응... 그럼 빨리 와야 해, 진안에 가서 바람피우면 절대 안 돼.”허윤진이 주먹을 쥐고 진서준을 위협했다.“바람피우기만 해 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지한 일을 해결하러 가는 거야. 내가 뭐 여자 찾으러 가는 줄 알아?”점심을 먹은 후, 허사연은 관계를 가지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진서준을 여러 번 배출하게 했다.고로 진서준은 이미 현자 타임에 접어들어 지금 이가 나미가 진서준 앞에 나타나도 고요한 호수처럼 잔잔한 마음을 유지할 자신이 있었다.“네가 볼일 본다고 해놓고 심심풀이로 여자 하나쯤 찾을지 누가 알겠어...”허윤진 눈을 부라리며 투덜댔다.진서준은 그 말에 헛기침하며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고속열차에 타자마자 진서준은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늦은 밤이 되어서야 고속열차는 진안시에 도착했다.진서준은 오기 전 이미 호텔을 예약해 두었고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허사연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했다.그런 다음 진서준은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 택시를 잡아 진산으로 출발했다.“이봐요 청년, 무슨 일을 하시는 거예요? 보통 사람이라면 다 출근하는 화요일에 이렇게 여행할 여유가 있다니 참 신기하네요.”택시 기사
진산은 대한민국 오악 중에서도 으뜸인 천하제일 산으로 불렸다!총면적이 20,000헥타르에 달할 정도로 매우 크며 주봉인 옥황정은 해발이 1,500미터가 되었기에 다 둘러보려면 적어도 이틀은 걸렸다.그러나 진서준에게는 편하게 둘러볼 시간이 없었다.그는 도착하자마자 가짜 각주가 옥황정에 머물러 있다고 확신하고는 얼른 출발 준비를 했다.진서준이 일찍 온 덕에 관광지에는 사람이 없었고 정상까지 최대한 빠른 속도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평온한 눈빛으로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은 옥황정을 바라보던 진서준은 문득 가짜 각주로부터 유용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곧이어 그는 등산을 시작했고, 한걸음에 5미터씩 앞으로 나간 덕에 얼마 지나지 않아 산 중턱에 도착할 수 있었다.그러나 정상까지 300미터도 남지 않았을 무렵, 그림자 하나가 그의 앞을 가로막더니 관헌 제복을 입은 한 중년 남자가 위풍당당하게 말했다.“거기 멈춰! 옥황정은 현재 관광 금지니까 다시 돌아가!”사실 며칠 동안 옥황정을 등반하려던 관광객들은 그에게 저지당해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고 관광지 측에 아무리 민원을 제기해도 당분간 관광 금지라서 협조해달라는 답변만 했다.강압적으로 올라가려던 사람들은 그 중년 남자한테 한바탕 두들겨 맞기도 했다.진서준은 그 중년 남자의 몸속에 진기가 출렁인다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술법 영선이 문 앞을 지킨다고? 꽤 능력이 있는 놈인가 보네!’진서준이 무심하게 허리에 차고 있던 천기각 옥패를 꺼내서 보여주자, 그 중년 남자는 순식간에 눈살을 찌푸리면서 호통을 쳤다.“각주님의 옥패를 왜 네가 가지고 있어? 너 누구야?”그러나 진서준은 상대방의 반응에 가짜 각주가 옥황정에 있다는 것을 더욱 확신하면서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천기각의 주인이거든.”중년 남자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더니 곧이어 실소를 터뜨렸다.“젊은이, 농담이 너무 지나치네! 천기각이 뭔지 알기는 해?”사실 진서준은 창욱 어르신한테서 천기각
매의 발톱 같은 중년 남자의 손이 진서준의 어깨를 향해 다가왔다.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바위를 부술 정도의 엄청난 힘을 소유한 그의 손아귀에 어깨가 부서졌겠지만, 진서준은 그의 공격을 무시하고 정상을 향해 앞으로 나아갔다.중년 남자는 곧장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곧이어 진서준의 앞을 가로막고 어깨를 움켜쥐려고 순간, 눈앞에는 잔영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중년 남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뒤돌아보니 진서준은 어느새 10여 미터 앞에 있었다.“거기 서!”남자는 곧장 진서준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고는 체내의 진기를 모으면서 쏜살같이 진서준을 향해 다가갔다.진서준도 질세라 중년 남자를 힐끗 쳐다보고는 손바닥으로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평범하기 그지없는 손바닥이었지만, 중년 남자는 마치 진산이 짓누르는 것 같아 모골이 송연해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중년 남자의 몸에 있던 진기가 유리처럼 와장창 깨져버리더니 공중을 거꾸로 날아 둔탁한 소리와 함께 돌벽에 심하게 부딪히면서 먼지를 일으켰다.한편, 진서준은 아무 일 없었던 듯 뒷짐을 지고 태연하게 산 정상을 향해 걸어갔다!중년 남자는 입가에 피가 흐르는 것을 제외하고는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놀란 눈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태성민, 4급 영선경 절정.지의방 제73위 고수!이 정도의 실력이면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태성민은 다른 가문의 사람들에게도 극진한 대접을 받던 자기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에게 패배당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말도 안 돼!’태성민은 문득 중부 남주성의 용존이 나타났다는 무도계의 소문이 떠올랐다.작년 연말 봉호전에서 6연승을 거두며 당당히 용존의 칭호를 얻은 사람의 나이도 20대 초반이었다!그는 곧장 눈살을 약간 찌푸리더니 놀라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설마 당신이 정안부의 그 용존이란 말인가?”진서준은 산 정상을 향해 계속 나아가면서 간단하게 답했다.“그래.”태성민은 진서준이 인정하자, 쓴웃음을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