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Chapter 1061 - Chapter 1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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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1화

“얼씨구? 모자지간의 정이 너무 깊어 눈물이 날 것 같네.”이때, 밖에서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소리를 듣자마자 진서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용전!”조금 전까지 진서준의 관심은 온통 조희선에게 쏠려 있어서 밖에 누가 있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이제야 용전의 목소리를 들은 진서준은 용전이 이미 밖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진서준은 용전이 자기를 방금 알아챈 건지, 아니면 이미 정체를 알고 있었던 건지 헷갈렸다.용전은 방으로 들어와 조롱이 섞인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널 진서준이라고 불러야 하나, 아니면 김평안이라고 불러야 하나?”용전이 진서준의 또 다른 이름을 말하자 진서준의 마음은 깊은 절망으로 가라앉았다.오늘 다섯 장로가 떠난 게 아무리 생각해도 진서준에게 보여주기 위한 술책이었을 것 같았다.그 목적은 바로 진서준을 이 함정에 빠뜨리려는 것이었다.“신농곡 다섯 장로도 사실 안 떠난 거지? 오늘 장로들이 떠난 건 연기였어?”진서준은 심각한 표정으로 용전을 바라보며 물었다.신농곡의 다섯 장로가 아직 남아있다면 오늘은 정말 위태로운 상황이 될 수 있었다.“너 하나 때문에 연극을 한다고? 네가 그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용전은 가차 없이 진서준을 비웃었다.“우리 신농곡 다섯 장로는 진짜 볼일이 있어 나간 거야, 네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연극을 한 게 아니야. 너 같은 단역 배우 때문에 그분들이 연극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용전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신농곡의 다섯 장로는 그야말로 절정의 고수들이었다.그들 앞에서는 호국장군조차 고개를 숙이고 예를 갖춰야 할 정도였다.게다가 다섯 장로는 이런 일에 신경 쓸 만큼 한가하지도 않았고 다들 나름의 자부심이 있었다.그런 사람이 아니었기에 조희선이 스스로 덫에 걸려들었을 때 다섯 장로는 조희선을 이용해 진서준을 유인하려 하지 않았다.“서준아, 어서 도망쳐!”조희선은 곧장 진서준을 향해 외쳤다.“저 사람들은 나에게 감히 손대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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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2화

진서준은 속전속결로 용전을 쓰러뜨리고 조희선을 데리고 신농곡에서 탈출하기로 결심했다.“좋아, 나가서 한 판 붙자.”용전은 곧바로 몸을 돌려 작은 오두막을 나서더니 근처의 아무도 없는 수련 장소로 이동했다.“엄마, 여기서 절 기다려요. 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진서준은 조희선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용전의 뒤를 바짝 따랐다.밤이 되면 신농곡의 링에서 교전을 벌이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에 용전은 자기와 진서준의 싸움이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 거라 염려하지 않았다.평소 용전은 매우 거만하고 누구도 안중에 두지 않는 듯했지만 사실 그의 생각은 상당히 치밀했다.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면 용전은 신농곡의 대장로에게 제자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다.진서준과 용전은 링에 도착했고 두 사람은 서로를 신중하게 주시했다.용전이 먼저 천천히 입을 열었다.“진서준, 정말 고맙구나. 네가 아니었으면 이 모든 비밀을 알아내지 못했을 거야.”용전의 말을 들은 진서준은 잠시 멍해졌다.“내 정체를 조금 전 알게 되었단 말이야?”“그래!”용전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인피면구는 정말 대단하더라. 우리 장로들조차 속일 수 있을 줄은 몰랐어.”그날 오장로가 진서준의 가면을 알아차렸다면 오늘 밤의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터였다.이제 진서준은 완전히 안심할 수 있었다.용전만 처리할 수 있다면 엄마와 함께 신농산을 몰래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장로들은 속였지만 널 속이진 못했구나...”진서준은 차갑게 말했다.“네겐 아직 기회가 있어, 날 이기기만 하면 돼.”용전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근데 날 이긴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거야.”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용전의 모습이 사라졌다.용전의 속도는 번개와도 같아 짙은 밤의 어둠과 하나가 된 듯했다.그 모습에 강렬한 위기감이 진서준의 마음속에서 솟아올랐다.여러 차례 생사가 오간 경험이 진서준에게 눈앞의 용전은 문호동보다도 훨씬 강하다고 경고하고 있었다.하지만 진서준은 포기하지 않았다. 진서준은 반드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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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3화

용전이 지원을 부르자 진서준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정말 비겁하구나!”분노가 치밀어 오른 진서준이 욕설을 퍼부었다.싸움에서 밀리자 지원을 부르다니, 자칭 천재라는 용전이 그야말로 천재라는 타이틀에 먹칠하는 어이없는 행동이었다.하지만 용전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냉소하며 말했다.“그래, 내가 비겁하면 어쩔 건데? 날 죽이기라도 할 거야? 명심해, 체면 같은 건 아무 쓸모도 없어. 진짜 중요한 건 실력이야!”그 말을 끝으로 용전은 서둘러 뒤로 물러나 진서준과 더 이상 정면으로 맞붙지 않았다.곧 지원이 도착할 테니 용전은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진서준도 더 이상 용전을 쫓지 않고 몸을 돌려 작은 오두막으로 돌아갔다.“엄마, 우리 빨리 나가요!”진서준은 조희선의 손을 잡고 급히 바깥으로 나가려 했다.“서준아, 너 혼자 도망쳐. 엄마까지 데리고 가면 도망치기 힘들잖아.”조희선은 다급하게 진서준을 설득했다.결혼 전에 무도를 몇 년 배운 조희선이었지만 진서준과 진서라를 데리고 서울시로 온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수련한 적이 없었다.지금의 조희선은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 어지간한 성인이라면 누구나 이길 수 있는 수준이었다.진서준이 그런 조희선을 데리고 도망치는 건 무거운 짐을 지고 뛰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아니에요, 죽어도 절대 혼자 도망치지 않을 거예요!”진서준은 이를 악물고 조희선을 등에 업었다.신농곡에서 전투 중 크게 다쳐 죽을 수는 있어도 진서준은 어머니를 두고 혼자 도망칠 수는 없었다.진서준은 쌀쌀한 표정으로 자기를 겹겹이 둘러싼 신농곡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이들 대부분은 육급 대종사 경지에 있었고 그 중 몇몇은 칠급이었다.하지만 진서준의 눈빛에는 두려움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서준아...”진서준의 결의에 찬 눈빛을 바라보며 조희선의 마음은 복잡하고 심란했다.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조희선은 절대 진서준이 이렇게 험난한 길을 걷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조희선은 단지 진서준이 평범하게 살아가기를 원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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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4화

진서준은 천천히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용전은 진서준을 내려다보며 귀를 파다가 비웃듯 말했다.“야, 너 유언은 다 했냐? 아직 할 말 있으면 좀 더 시간을 줄게.”그때 신농곡의 다른 제자들이 물었다.“용전아, 저 녀석 누구야? 처음 보는 얼굴인데? 완전 낯설어.”“설마 우리 신농곡에 몰래 들어온 건 아니겠지?”“용전아, 이 녀석은 어떻게 만난 거야?”제자들의 질문에 용전이 차근차근 설명했다.“이 녀석은 김평안이라는 가명을 쓰고 이번 선발대에 끼어들었어. 며칠 전부터 저 녀석이 수상하더니 오늘 밤 몰래 따라가 보니까 여기까지 침입해 있더구나.”제자들의 목소리가 진서준과 조희선의 귀에 들려왔지만 두 사람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조희선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래, 근데 네가 그때 신나서 어쩔 바를 모르던 모습 보면서 엄마는 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느꼈어.”진서준은 조용히 되뇌었다.“그러다 제가 고등학교에 올라가고 대학에 진학한 후에야 엄마의 어려움을 알게 되었어요. 대학 때 알바해서 돈을 벌어 엄마의 부담을 줄여드리려고 했지만 결국 유지수에게 빠져버렸죠.”진서준은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전 어렵게 번 돈을 모두 유지수에게 썼고 정작 나를 낳아 힘들게 키운 엄마에게는 무심했어요. 그런데도 엄마는 한 번도 저를 탓하지 않았고 오히려 생활비를 덜어 절반이나 제게 줬어요. 저와 유지수가 굶지 않고 추운 겨울을 지내지 않게 하려고요.”진서준의 눈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그는 유지수를 미워하면서도 한심한 자기가 더 증오스러웠다.진서준은 어른이 되면 어머니의 짐을 덜어드릴 수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성인이 되고 보니 오히려 어머니의 짐이 더 무거워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졸업을 앞둔 해에 제가 예물로 줄 3000만 원을 내놓으라고 했을 때, 엄마가 한동안 멍하니 계셨던 게 기억나요. 엄마가 대답을 안 하시자 제가 화를 내며 다른 사람 엄마 같으면 망설임 없이 줬을 거라며 화냈죠. 그 말이 엄마의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했을지 생각도 못 했어요.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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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5화

“진서준, 네가 감히 우리를 없는 사람 취급해?”용전의 눈에는 분노가 서렸고 얼굴은 얼음처럼 차가웠다.그 자리에 있는 신농곡 제자들은 무려 스무 명에 가까웠다.다들 오급 대종사 이상의 실력을 갖춘 무인들이었다.이토록 강력한 무인들이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진서준이 엄마를 지켜드린다는 말을 내뱉다니, 이건 대놓고 무인들을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없었고 또한 신농곡에 대한 적나라한 도발이었다.“넌 기껏해야 육급 대종사 정도잖아.”용전은 진서준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을 이었다.“심지어 호국장군 정도 되는 사람들도 우리 신농곡에서는 이토록 오만하게 굴지 않아.”호국장군은 팔급 이상의 대종사인데 이런 대종사조차 신농곡에서 함부로 날뛸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육급 대종사인 진서준이 포위망을 뚫고 나간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저 녀석을 때려눕히자.”“나도 자러 가야 하니까, 그만 얘기하고 얼른 정리하자.”짜증 섞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더니, 다음 순간 신농곡 제자 세 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하지만 조희선은 달려드는 세 사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진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엄마는 널 믿어.”“눈 감고 푹 주무세요. 내일 아침이면 우리가 이곳을 떠나 밖에서 깨날 거예요.”진서준은 조희선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그러자 조희선은 서서히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그 모습을 본 진서준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떠올랐다.“어릴 적에 천둥 치던 날, 저랑 서라가 얼마나 겁에 질렸든지 기억나세요? 엄마는 휴가를 내고 폭우를 뚫고 집으로 달려와 우리 둘의 등을 이렇게 토닥여주시면서 잠들게 해주셨죠. 그리고 우리가 잠들자마자 다시 빗속을 뚫고 출근하셨고요.”진서준이 한 발 앞으로 내디디자 그의 주변에는 푸른빛과 붉은빛이 섞인 기운이 서서히 피어올랐다.그 기운은 마치 방벽처럼 진서준과 조희선를 둘러싸고 있었고 아무리 강한 공격이라도 이 방벽을 뚫지 못할 것 같았다.신농곡의 세 제자가 온 힘을 다해 공격했지만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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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6화

진서준은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으며 다시 한 걸음 내디뎠다.진서준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고 입고 있던 옷도 서서히 찢어지기 시작했다.“이제 거의 한계에 다다른 것 같군.”모두가 진서준의 이상한 상태를 눈치챘지만 아무도 기뻐할 수 없었다.신농곡 직속 제자 7명이 신농곡 외부 제자 한 명을 둘러싸고 공격했다는 사실이 외부에 퍼지기라도 하면 나머지 세 종문 사람이 배꼽을 잡고 웃을 게 분명했다.“출소할 때쯤이 되어서야 엄마와 서라가 떠올랐어요. 엄마와 서라가 한 번도 교도소에 면회를 오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죠. 그때는 제가 엄마를 화나게 했기 때문에 오지 않는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엄마는 아무리 화가 나도 다음 날이면 화가 풀리시던 분이셨죠. 그래서 그때 전 나름대로 추측했어요. 엄마와 서라가 혹시 사고라도 당한 게 아닐까 하고. 엄마와 서라를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전 멘탈이 무너져 버렸어요. 그제야 엄마와 서라가 제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깨달았죠. 그래서 출소하자마자 바로 엄마를 보러 갔어요.”쿵!그 한 걸음은 묵직하고 강력해서 신농곡의 제자 7명을 단숨에 열 걸음 이상 밀어냈다.다들 얼굴엔 핏기가 없이 창백했고 진서준의 기운에 크게 다친 게 분명했다.하지만 아무도 진서준이 어떻게 공격했는지 알아챌 수 없었다.이 모습을 본 모든 사람이 숨을 깊게 들이쉬며 경악했다.“사람을 더 부를까?”“부르지 마. 이렇게 많은 사람이 저 청년 하나 못 막는다는 게 말이 돼?”실력이 가장 강한 중년 남자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다시 공격해.”이번에는 네 명의 육급 대종사들이 나섰다.하지만 그들 또한 앞서 나섰던 다섯 명과 마찬가지로 진서준 주변의 기운에 막혔다.한편, 진서준의 눈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진서준의 옷은 이미 갈기갈기 찢어졌고 바위처럼 단단하고 팽팽한 근육이 그대로 드러났다.진서준의 허리에 있는 ‘진’자가 새겨진 옥패가 진동하며 은은한 금빛을 내뿜고 있었다.“출소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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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7화

거의 백 명에 달하는 신농곡 제자들이 양쪽에 서서 한결같이 진서준을 주목하고 있었다.그중에는 육급, 칠급 대종사도 적지 않았고 심지어 팔급 대종사도 세 명 있었다. 이 제자들은 마치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산맥 같았다.진서준의 시선은 앞쪽에만 고정되어 있었고 양쪽에 선 제자들에게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진서준의 눈에는 돌아갈 길밖에 보이지 않는 듯했다.“저 자는 누구인가?”나이가 많아 보이는 팔급 대종사 한 명이 진서준을 바라보며 용전한테 물었다.팔급 대종사 앞에서는 용전도 거만할 수 없어 급히 설명했다.“저자는 진서준이라 합니다. 이전에는 인피면구를 쓰고 김평안이라는 가명으로 우리 신농곡에 잠입한 자입니다. 오늘 밤, 진서준은 신농곡 다섯 장로가 부재한 틈을 타 뒤쪽 오두막으로 몰래 들어갔습니다. 마침 제가 장로각을 순찰하다가 진서준을 발견하게 되었지요. 진서준이 업고 있는 여자는 그의 어머니인데 예전부터 쭉 오두막에 살고 있었던 사람입니다.”진서준의 어머니가 작은 오두막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모두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다들 장로각 뒤편에 누군가 살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게 누구인지, 어떤 신분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진서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로군... 하지만 이 청년은 진씨 성을 가졌으니 진씨 가문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크겠지.”팔급 대종사는 담담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저 청년의 목숨을 해치지 마라.”방금 진서준에게 달려들었던 육급 대종사 중 한 명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준용 형님, 아까 저희 셋이 함께 덤볐는데도 저 녀석의 선천강기를 뚫지 못했습니다.”“뭐라고?”모두가 그 말에 깜짝 놀랐다.육급 대종사 세 명이 전력을 다했는데도 이 청년의 선천강기를 깨뜨리지 못했다니 놀라운 일이었다.혹시 이 녀석의 실력이 팔급을 초과하는 건가?이렇게 어린 나이에 팔급 대종사 경지에 이르렀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심지어 종주님도 60세에 들어서야 팔급 경지에 이르렀다.고준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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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8화

이 옥패는 폭원단처럼 짧은 시간 동안 자기 실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보물이었다.하지만 옥패 속의 힘은 최대 두 번만 사용할 수 있는 제한이 있었다.“내가 장담하건대 이 녀석은 절대 팔급 대종사의 실력이 아니야.이 녀석의 힘은 저 옥패에서 나오는 게 분명해. 우리는 그냥 시간을 끌기만 하면 돼. 이 녀석이 옥패에서 흡수한 힘이 사라지면 아무런 저항도 못 할 테니까.”용전은 시간을 끌기만 하면 진서준을 무조건 붙잡을 수 있다는 추측을 사람들에게 털어놨다.이 추측이 근거 없는 망상은 아니었다. 용전은 저 옥패 속의 힘을 무제한으로 쓸 수 있을 리 없다고 확신했다.고준용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그렇게 하자.”진서준도 용전과 제자들의 대화를 들었지만 얼굴에는 전혀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시간을 끌겠다는 건 어리석은 생각에 불과했다.오늘 진서준이 떠나겠다고 했으면 그 누구도 감히 진서준을 막을 수 없었다.“내가 너희들에게 꺼지라고 했는데, 귀가 먹었나?”진서준의 목소리는 나지막했지만 모든 이의 귀에 뚜렷하게 들려왔다.몇몇은 그 말에 분노가 치밀어 올라 얼굴이 일그러졌다.“저 녀석이 뭘 믿고 저렇게 건방지게 구는 거야? 옥패의 힘이 사라지면 네 꼴이 어떻게 될지 두고 보자.”“그깟 빌린 힘으로 뭘 잘났다고 떠들어? 그 외부의 힘이 없었다면 넌 벌써 산산조각 났을 거야.”“조심해, 저 녀석이 목숨을 걸고 덮쳐들 수도 있어.”누군가 슬그머니 경고했다.“꺼지지 않겠다면 여기서 끝장을 내주지.”목소리가 흘러나오자마자 진서준의 모습은 그 자리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사람들이 진서준의 그림자를 보기도 전에 처참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아악!”육급 대종사 한 명이 포탄처럼 멀리 날아가 수십 그루의 나무를 쓰러뜨리며 바닥에 무서운 기세로 떨어졌다. 그 충격으로 바닥에 1미터 넘는 깊이의 구덩이까지 생겼다.순식간에 육급 대종사를 제압하다니, 이 실력은 너무나도 무시무시했다.이건 모두의 대사형 고준용조차도 이뤄낼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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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9화

신농곡을 나선 진서준은 즉시 발걸음을 재촉하며 달빛을 따라 세 시간을 걸어 끝내 깊은 산에서 벗어났다.장릉 마을에 도착했을 때, 하늘은 점점 밝아오고 있었다.진서준과 조민영이 이전에 묵었던 호텔 방은 진서준이 떠날 때 체크아웃하지 않았고 대신 한 달을 예약해 두었다.그 목적은 어머니를 구한 후에 잠시 머물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진서준은 창문을 통해 자기가 묵었던 방으로 훌쩍 뛰어올랐다.어머니를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히고 진서준은 즉시 화장실로 가서 샤워했다.등을 제외하고 진서준의 온몸에 피가 묻어 있었다.이 피는 전부 진서준의 근육 사이에서 흘러나온 것이었다.진서준이 예전에 운대산에서 피나는 수련을 하지 않았다면 오늘 이렇게 무사하게 신농곡을 벗어나기 힘들었을 것이다.온몸의 피를 깨끗이 씻어낸 후, 극도로 피곤한 진서준은 침대에 누워 바로 잠이 들었다.옥패는 진서준에게 강력한 힘을 선사했지만 동시에 몸에 대한 어마어마한 부담도 선사했다.이런 막중한 부담이 바로 진서준이 끊임없이 피를 흘리는 이유이기도 했다....진서준이 조희선을 데리고 신농곡을 떠난 후, 고준용은 즉시 신농곡의 대장로에게 그날 밤 상황을 알렸다.신농곡의 다섯 장로는 그때 이미 경성에 있었다.조희선이 구출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뜻밖에도 다섯 장로는 경악할 정도로 놀라지 않았다.다섯 장로는 사실 진서준이 사람을 구하러 갈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정확하게 언제 구하러 갈지는 몰랐다.게다가 다섯 장로는 조희선으로 진서준을 협박할 필요도 없었다. 사실 조희선은 장로들에게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조희선을 신농산으로 데려간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진요한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였다.다섯 장로의 목표는 단지 진요한과 그의 아들이었다.“이 사건에 진씨 가문이 관여했을 것 같나요?”대장로가 나머지 장로들에게 질문을 던졌다.“분명히 관여했을 겁니다. 그렇지 않다면 진서준이 자기 아버지가 신농산에 있다는 걸 알 리가 없죠.”“관여했다고 해도 어쩌겠어요? 우리 실력으로는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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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0화

“제 실력이 지금보다 더 강력해지면 아버지도 구출해서 우리 셋이 다시 함께할 거예요.”조희선은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서준아, 엄마는 널 믿어. 자, 밥 식기 전에 얼른 먹자.”식사를 마친 후, 진서준은 조희선을 데리고 마을의 버스터미널로 갔다.조희선은 신분증이 없어서 고속철도나 기차를 탈 수 없었고 장거리 버스를 타야만 했다.진서준은 서울시로 가는 버스가 오후에 한 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어머니와 함께 그 버스를 기다렸다.두 사람은 약 30분 정도 기다린 끝에 마침내 버스에 올라탈 수 있게 되었다.버스 내부는 절반 이상 자리가 비어 있었고 진서준과 조희선은 중간쯤 자리 잡고 앉았다.하지만 버스 맨 뒤에 앉아 있는 한 중년 커플이 진서준의 시선을 끌었다.그 커플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무인이었다.남자는 종사 경지의 실력이었고 여자는 조금 약한 내공 경지의 무인이었다.신농곡의 입문 기간은 이미 끝난 상태였고 장릉 마을은 번화한 편이지만 결국 작은 마을에 불과했다.보통 이런 지역에서는 무인을 보기 어려운 법이다.무인이 있다고 해도 종사급 강자를 만나는 건 더욱 드문 일인데 지금 버스 안에 공교롭게도 종사급 강자가 버젓이 있었다.하지만 진서준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진서준의 목표는 단지 어머니를 무사히 집까지 데려가는 것뿐이었다.버스가 출발한 후, 진서준과 조희선은 둘 다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버스가 마을을 막 벗어나려 할 때, 새로운 승객이 한 명 탑승했다.이 승객이 버스에 오르자마자 은은한 향수 냄새가 버스 안을 채우며 온갖 잡내들을 깔끔하게 덮어버렸다.진서준은 새로 탑승한 여자를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여자는 보온성 좋은 캐주얼 복장을 하고 있었고 백설처럼 하얗고 매끈한 피부, 복숭아처럼 화사한 얼굴에 검은 생머리가 폭포수처럼 흐르고 있었다.진서준이 놀란 이유는 여자의 화려한 외모 때문이 아니라 이 여성 또한 무인과 가까운 실력을 갖춘 사람이기 때문이었다.비록 무인은 아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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