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64화

진서준은 천천히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용전은 진서준을 내려다보며 귀를 파다가 비웃듯 말했다.

“야, 너 유언은 다 했냐? 아직 할 말 있으면 좀 더 시간을 줄게.”

그때 신농곡의 다른 제자들이 물었다.

“용전아, 저 녀석 누구야? 처음 보는 얼굴인데? 완전 낯설어.”

“설마 우리 신농곡에 몰래 들어온 건 아니겠지?”

“용전아, 이 녀석은 어떻게 만난 거야?”

제자들의 질문에 용전이 차근차근 설명했다.

“이 녀석은 김평안이라는 가명을 쓰고 이번 선발대에 끼어들었어. 며칠 전부터 저 녀석이 수상하더니 오늘 밤 몰래 따라가 보니까 여기까지 침입해 있더구나.”

제자들의 목소리가 진서준과 조희선의 귀에 들려왔지만 두 사람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조희선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래, 근데 네가 그때 신나서 어쩔 바를 모르던 모습 보면서 엄마는 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느꼈어.”

진서준은 조용히 되뇌었다.

“그러다 제가 고등학교에 올라가고 대학에 진학한 후에야 엄마의 어려움을 알게 되었어요. 대학 때 알바해서 돈을 벌어 엄마의 부담을 줄여드리려고 했지만 결국 유지수에게 빠져버렸죠.”

진서준은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전 어렵게 번 돈을 모두 유지수에게 썼고 정작 나를 낳아 힘들게 키운 엄마에게는 무심했어요. 그런데도 엄마는 한 번도 저를 탓하지 않았고 오히려 생활비를 덜어 절반이나 제게 줬어요. 저와 유지수가 굶지 않고 추운 겨울을 지내지 않게 하려고요.”

진서준의 눈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

그는 유지수를 미워하면서도 한심한 자기가 더 증오스러웠다.

진서준은 어른이 되면 어머니의 짐을 덜어드릴 수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성인이 되고 보니 오히려 어머니의 짐이 더 무거워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

“졸업을 앞둔 해에 제가 예물로 줄 3000만 원을 내놓으라고 했을 때, 엄마가 한동안 멍하니 계셨던 게 기억나요. 엄마가 대답을 안 하시자 제가 화를 내며 다른 사람 엄마 같으면 망설임 없이 줬을 거라며 화냈죠. 그 말이 엄마의 마음을 얼마나 아프게 했을지 생각도 못 했어요. 당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