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지는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이 도시에서 그녀를 좋다고 쫓아다니는 남자는 넘쳐났기에 임무 수행만 아니었다면 남자를 못 찾을 리가 없는 그녀가 마을버스까지 올라타서 남자에게 먼저 말을 거는 일은 없었을 것이었다.어젯밤, 경찰서에는 현지 갑부의 아들이 신농산에서 여행하다가 중년 남녀에 의해 납치되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갑부의 아들이 납치되었다는 것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 경찰들은 즉시 모든 인력을 동원해 조사를 진행했고 결국 이 버스에 범인이 타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안수지는 그 중년 남녀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버스에 파견된 것이었고 그들이 차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자연스럽게 돌아보면서 주시하기 위해 진서준에게 일부러 말을 걸었다.그러나 그녀는 상황이 자기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자, 토라진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흥!”그리고 곧장 다시 몸을 돌리더니 휴대전화를 꺼내 경찰서에 메시지를 보냈다.경찰서에 남아 있던 경찰들은 그녀에게서 온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곧장 고속도로 길목에 방어진을 치면서 군중을 대피시켰다!한편, 버스 안에서는 얼굴에 뾰루지가 잔뜩 난 청년이 결심한 듯 그녀를 향해 걸어오면서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예쁜 아가씨, 내가 생긴 것과 달리 돈은 엄청 많거든요!”안수지는 곧장 휴대전화를 호주머니에 넣으며 냉담한 표정으로 되물었다.“당신이 돈이 많은 게 나랑 무슨 상관이죠?”그 청년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더니 금시계를 뽐내려고 일부러 소매를 걷어 올렸다.“아니에요, 저는 그냥 당신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을 뿐이에요!”청년은 자연스럽게 안수지의 옆자리에 앉더니 거만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저는 여러 채의 집과 차, 억대의 자산까지 보유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아내만 부족하거든요.”요즘 대부분의 여자는 비교적 현실적이라 돈을 위해서라면 자기보다 열 살이나 그보다 더 많은 중년 남자를 만나기도 했다!그 청년은 얼굴에 뾰루지가 잔뜩 나서 외모는 별로였지만, 젊은 데다가 엄청난 자산까지 보유하고 있어서 물질녀한테는 비교적 인기가 많
안수지는 진서준이 계속 말이 없자, 마음속으로 그를 경멸하기 시작했다.‘남자도 아니야!’경찰서의 젊은 남자 경찰들은 그녀를 빼앗으려고 자기들끼리 머리가 깨질 정도로 다퉜지만, 진서준은 잘생긴 얼굴과 달리 맞서 싸울 용기조차 없는 것 같았다.얼마 후, 시끄러운 상황에 언짢았던 진서준은 짜증을 내면서 차갑게 한마디 했다.“닥쳐!”얼굴에 뾰루지투성인 청년은 어리둥절해하더니 대수롭지 않은 듯 미소를 지었다.“여태껏 아무 말도 안 해서 말 못 하는 바보인 줄 알았지. 그런데 나한테 무례하게 말해? 내가 전화 한 통만 치면 당신을 장릉 마을에서 못 나가게 할 수도 있어!”진서준은 천천히 눈을 뜨더니 새까만 눈동자로 청년을 차갑게 쳐다봤다.“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버스는 왜 타지?”사실 다른 승객들도 그 정도로 대단하다는 그가 왜 버스를 타는지 이해되지 않았다.청년은 얼굴이 붉어진 채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고함을 질렀다.“난 그냥 버스를 타는 게 좋을 뿐이야. 당신이 상관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리고 나한테 당장 사과하지 않으면 전화해서 죽여버릴 수도 있어.”조희선은 진서준이 화를 참지 못해 청년을 때리느라고 귀가 시간이 지체될까 봐 그를 잡아끌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서준아, 됐어. 조금만 참아...”두 사람은 청년이 두려워서 피한 건 아니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겁에 질린 것 같았다.조희선의 태도에 청년은 더욱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들었어? 당신 엄마가 참으라잖아! 역시 오래 살았다고 세상 물정을 잘 아네! 내가 화나면 팔 하나쯤은 쉽게 부러뜨릴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안수지는 이 정도의 모욕에도 참고 넘어가는 진서준을 보고 기개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곧이어 그 청년은 계속 안수지에게 말을 걸었지만, 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무시할 뿐이었다.얼마 후, 버스가 고속도로 길목에 도착했고 운전기사는 길목에 서 있는 많은 경찰들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때 한 경찰관이 차에 올라타면서 운전기사와 승
버스에서 먼저 내렸던 승객들은 놀라움에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조희선도 신농곡 사람이 쫓아온 줄 알고 두려움에 얼굴이 창백해졌다.“서준아... 이게 무슨 일이야? 설마 우리를 찾아온 건 아니겠지?”진서준은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며 안심시켰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버스에 있는 사람은 우리를 찾으러 온 게 아니에요. 우리랑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진서준은 사실 버스에 올라탄 안수지가 먼저 말을 걸었을 때부터 그녀가 무슨 일로 왔는지 대충 짐작했다.버스 맨 뒷줄에 앉은 중년 남녀가 범죄자이고 경찰인 그녀가 그 두 사람을 주시하기 위해 버스에 탔다는 걸 말이다.단지 이 경찰관들은 아직 너무 어린 탓에 그 중년 남녀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를 뿐이었다!이때 진서준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한 중년 남자가 노인에게 공손한 태도로 먼저 말을 건넸다.“왕 어르신, 여기까지 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왕 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오만한 눈빛으로 답했다.“내가 있는 한, 저 두 사람은 도망칠 수 없어!”경찰 국장인 안민수는 이내 버스에 있는 안지수와 젊은 경찰관을 향해 소리쳤다.“두 사람 빨리 버스에서 내려와서 인사해요! 왕 어르신께서 오셨어요!”왕 어르신이 왔다는 말에 두 사람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버스에서 내려왔고 그들 쪽으로 걸어가면서 바닥에서 울부짖는 청년을 멀리 끌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곧이어 안민수는 경적을 크게 울리며 버스에 있는 중년 남녀를 향해 소리쳤다.“당신들은 이미 포위했으니 반항할 생각하지 말고 당장 내려서 자수하세요!”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자기들을 에워싼 경찰들을 보며 시큰둥한 미소를 지었다.사실 중년 남자는 총알이 스쳐도 다치지 않을 정도의 실력을 갖춘 무도 종사였다.“이런 쓰레기들을 데려오고 우리한테 항복하라는 건가?”안민수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다치고 싶지 않다면 순순히 죄를 인정하고 자백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현지 갑부의 아들을 구출하기 위해서는 범인에게 총을 쏘는 것이
이때 왕인혁이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안 국장, 그냥 발포해!”드디어 정신을 차린 안민수는 눈을 부릅뜨면서 소리쳤다.“모두 총알을 장전하고 저 여인을 향해 발포해!”남아있던 20여 명의 경찰관은 그의 지시에 따라 일제히 총알을 장전했다.종사가 아닌 중년 여인은 권총을 조금 무서워했다.그녀는 방심하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으로 손에 가늘고 날카로운 칼 하나를 들고 경찰들이 총알을 장전하는 사이에 돌격해서는 두 명의 목을 단칼에 베어버렸다.퍽퍽퍽...곧이어 총알이 소나기처럼 그녀를 향해 날아왔고, 중년 여인은 긴장한 몸으로 최대한 빠르게 1차 사살을 피했다!“저... 저 여자가 총알까지 피하다니!”안수지와 안민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어쩐지 믿는 구석이 있어 보이더라니, 총으로도 제압하지 못하면 정녕 이 싸움을 이어 나갈 수 있을까?’이때 왕인혁이 한마디 하면서 전쟁터 가운데로 걸어갔다.“내가 두 사람을 너무 얕잡아 봤어. 경찰들은 이만 물러가도록 하지.”안민수는 급히 소리쳤다.“모두 철수해!”그의 지시가 떨어지자, 나머지 경찰관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허둥지둥 뒤로 물러났다.왕인혁은 몸을 움직여 경찰들을 쫓아가려는 중년 여인의 앞을 가로막았다.바로 그때, 조금 전까지 가만히 있던 중년 남자가 도깨비처럼 빠른 걸음으로 왕인혁의 앞까지 돌진했다.“당신의 상대는 나야!”왕인혁의 눈에 놀라움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것도 잠시, 이내 기강을 모으더니 손을 들어 그 중년 남자를 가격했다.중년 남자도 물러서지 않고 손바닥으로 그의 공격을 막아냈다.쾅...두 사람의 어마어마한 기세가 허공에서 충돌하면서 굉음이 났고, 콘크리트 바닥의 균열이 깨지면서 거미줄처럼 갈라졌다.안수지는 그들의 싸움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말했다.“이... 이게 인간한테서 나오는 힘이라고요? 아버지, 왕 어르신은 대체 어떤 사람인가요?”안민수는 이내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이 세상에는 법으로 구속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어. 그들은 총알을 무서워하지
안수지는 진서준의 말에 잠시 어리둥절해하더니 곧이어 경멸의 시선을 보냈다.“당신이 왕 어르신을 구한다고요? 무슨 말도 안 되는 농담을 하는 거죠? 아까 차에서 모욕을 당해도 아무 말 하지 못하던 사람이 이제 와서 사람을 구하겠다고 나서는 게 말이 돼요? 너무 뻔뻔하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그녀는 하찮은 재벌 2세의 조롱에도 반박하지 못하던 그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악당을 구하러 나선다는 건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고 이내 냉소적인 표정을 지으면서 쳐다봤다.그러나 진서준은 담담한 태도로 반문했다.“하찮은 개미한테 분노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그들이 개미라는 건가요?”안수지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라와 헛웃음을 지으면서 말을 이어 나갔다.“그 사람이 개미라면 당신은 개미보다도 못한 존재예요! 그리고 왕 어르신은 당신의 도움 따위 필요 없어요. 그 두 바보는 어르신의 적수가 아니거든요.”“어르신이 누군지 알아요? 종사 급 무인이에요! 참, 당신 같은 사람은 종사가 뭔지도 모르죠.”안수진은 진서준을 향해 인정사정없이 비아냥거렸다.사실 그녀도 종사가 얼마나 대단한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총알을 막아낸다는 점만으로도 그녀의 마음속에서 엄청난 존재로 자리 잡았다.“공격을 세 번만 더 받으면 무조건 질 거예요.”안수지와 쓸데없는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던 진서준은 조용히 기다리기로 했다.곧이어 왕인혁의 양쪽 얼굴이 붉어졌고 중년 남자에게 대응하던 손도 희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그로써 그가 중년 남자의 적수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고 계속 싸움을 이어 나간다면 질 것이 불 보듯 뻔했다.왕인혁은 자기를 이렇게 만든 상대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생각에 노려봤다.“당신, 대체 누구죠?”그러자 그 중년 남자는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곧 죽을 네 체면을 봐서라도 내 이름은 알려줄게. 난 진윤호라고 해, 무도계 놈들은 날 식인호라고 부르지!”식인호라는 말에 왕인혁과 안민수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
진윤호는 이내 차가운 눈빛으로 왕인혁을 바라보면서 말했다.“국안부에 대해서 나도 잘 알지. 당신을 죽이면 국안부에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게 뻔해서 목숨만은 살려줄게.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살아서 나갈 생각하지 마!”왕인혁은 진윤호가 역시 듣던 대로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에 안색이 어두워졌고 곧장 안민수에게 소리쳤다.“내가 최대한 시간을 끌어볼 테니까 어서 여기를 벗어나!”안민수는 생각지도 못한 그의 반응에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물었다.“네? 어르신께서 저놈을 처리하지 못한다는 것입니까?”“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빨리 도망쳐!”진윤호가 자기를 죽이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왕인혁은 사람들이 도망칠 시간을 끌어주려고 무작정 진윤호를 향해 돌진했다.안수지도 왕인혁의 발언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왕 어르신의 실력으로 식인호를 이길 수 없다고?’그녀는 곧장 진서준을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은 어떻게 알았어요? 우연히 알아맞힌 거죠?”진서준은 안수지의 말을 무시하고 왕인혁을 향해 소리쳤다.“내가 해결할 테니까 물러나세요!”그러나 왕인혁은 전력을 다해 싸우느라 진서준의 말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이때 안민수가 이를 악물며 경찰관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다들 왕 어르신의 호의에 감사해하며 빨리 철수해!”곧이어 안수지도 진서준의 팔을 끌어당기며 다그쳤다.“못 들었어요? 빨리 당신 어머니를 모시고 여기를 떠나야 한다고요!”하지만 그녀가 온 힘을 다해 끌어당겨도, 그는 우뚝 솟은 산처럼 움직이지 않았다.퍽...그 순간, 둔탁한 소리와 함께 진윤호에게 공격을 당한 왕인혁이 10여 미터까지 날아가서는 바닥에 내동댕이쳐졌고 입에서 엄청난 양의 피를 뿜어냈다!안수진은 결국 진서준을 향해 크게 외쳤다.“빨리 가요!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요?”그러자 진윤호가 섬뜩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지금부터 그 누구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어! 어린 아가씨, 부드러운 피붓결이 엄청나게 맛있게 생겼네요.”안수지는 온몸의 솜털이 곤두선 것도 모자라, 몸
진서준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 안수지와 다른 사람들은 생소하다고 생각할 뿐이었지만, 왕인혁은 온몸에 벼락을 맞은 것처럼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진서준이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자, 운전기사와 승객들은 총이 난무하는 틈을 타서 도망친 상태였고 그곳에는 총구멍이 가득 난 버스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그는 조희선의 곁으로 다가가면서 말했다.“해가 떨어지기 전에 집에 도착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네요. 엄마, 우리 중고차를 사러 가요. 운전해서 집에 가는 수밖에 없겠어요.”새 차를 사려면 번거로운 절차들 때문에 반나절이나 기다려야 했기에 그는 상대적으로 편리한 중고차를 구매하기로 마음먹었다.조희선은 자애로운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면서 말했다.“엄마는 네 의견에 무조건 찬성이야.”그녀는 진서준이 더 이상 예전의 철없던 아이가 아닌 대견한 어른이라고 생각했다.이때 안수지가 진서준의 앞을 가로막았다.“잠깐만요, 이대로 가면 안 되죠!”진서준은 얼굴을 찡그리며 언짢은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면서 물었다.“또 무슨 일이죠?”안수지는 곧장 엄숙한 태도로 답했다.“저희랑 같이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아야죠.”그녀는 왕인혁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갖춘 진서준이 버스를 탄 것은 분명히 꿍꿍이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가 범죄를 저질렀는지 아닌지를 밝혀내기로 결심했다.진서준은 경멸의 미소를 지으면서 되물었다.“내가 조사를 왜 받아야 하죠? 내가 무슨 죄를 지었죠? 당신의 작업에 넘어가지 않아서인가요, 아니면 당신을 보고도 못 본 체해서인가요?”그의 말에 다른 경찰관들은 수상한 눈초리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면서 나지막하게 수군댔다.“작업이라니요? 우리 안 경사가 먼저 저놈한테 대시했단 말이에요?”“이 세상 어느 남자가 안 경사의 대시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단 말입니까?”“관건은 식인호를 단번에 죽인 걸로 보면 저놈도 보통 사람은 아닌 게 확실해요.”안민수는 그들의 수군거림에 화가 났는지 대뜸 고함을 질렀다.“언제까지 여기서 떠들 생각
왕인혁은 숭배심으로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용존이 바로 진 상경의 타이틀이야!”안수지는 용존과 상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왕인혁의 표정에서 진서준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실력을 갖췄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게다가 여태껏 벌어진 모든 사실도 그의 실력을 증명하고 있었다.왕인혁은 진서준이 중고차를 사러 간다는 말이 떠올라 다급하게 제안했다.“용존님, 차가 필요하세요? 제가 전화해서 당장 가져다 달라고 하겠습니다!”“괜찮겠어요?”“괜찮습니다, 10분 안에 가져다 달라고 하겠습니다!”왕인혁이 휴대전화를 꺼내 가장 가까운 곳에 사는 부자에게 전화를 걸려는 순간, 안민수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공손하게 한마디 했다.“왕 어르신, 제가 수지한테 차로 용존님을 집까지 모시라고 하겠습니다!”진서준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손사래를 쳤다.“됐어요, 날 집이 아닌 경찰서에 데려갈지 누가 알아요.”안수지는 조금 전까지 지질한 사람이라고 조롱했던 진서준을 자기가 숭배하는 왕인혁이 극진히 모시는 이 상황이 민망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왕인혁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용존님, 그러면 제가 같이 집까지 모셔다드릴게요. 저의 자그마한 성의라고 생각해 주세요.”진서준은 이내 안수지를 한 번 바라보면서 물었다.“운전 실력이 어때요?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서울시에 도착할 수 있겠어요?”안수지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고 왕인혁에게 고마움의 눈빛을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문제없어요!”“그럼, 빨리 떠납시다!”진서준도 그와 어머니를 빨리 서울까지 데려다줄 수 있다면 어린 계집애와 이것저것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서울로 가는 차 안, 진서준이 먼저 왕인혁에게 말을 걸었다.“지난 보름 동안 대한민국 무도계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요?”왕인혁은 그의 과분한 총애와 우대에 기뻐하면서도 불안감이 엄습했다.“아직 큰 움직임은 없지만 국안부의 인원 이동이 좀 잦습니다. 중부의 호국사들이 모두 국경으로 이동했고 해외에 있던 사람들도
아침, 설표 특전대 기지.단잠에 빠져 있던 소정태와 고인권 등 사령관은 갑작스러운 군부의 전화 소리에 깨어났다.8대 특전대 사령관들은 즉시 회의실에 집합했다.“어젯밤, 묘강에서 폭동이 발생했어. 그러나 배논국 군부가 폭동을 단숨에 진압하며 묘강은 다시 배논국의 영토로 돌아갔어.”상부의 이 한마디에 현장에 있던 여덟 명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소정태 일행은 서남 국경에서 묘강의 사수들과 적지 않게 맞닥뜨린 경험이 있었다.다들 묘강의 사람들은 전부 목숨을 걸고 움직이는 미친놈일 뿐만 아니라 주술과 독충술까지 능숙히 다루는 존재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그들은 자기들만의 군대와 탱크와 같은 대형 무기를 갖추고 있었다.배논국 군부가 강제로 공격했다간 양측 모두 피바다가 될 게 뻔했다.그런데, 단 하룻밤 만에 묘강이 평정되다니 너무나 기묘한 일이었다.“혹시... 진 교관이 한 일이 아닐까?”고인권이 불쑥 입을 열었다.어제까지만 해도 여덟 사령관은 진서준이 묘강으로 갈 가능성을 두고 논쟁을 벌였었다.그런데 다음 날 아침, 이렇게 어마어마한 소식이 터진 것이다.“설, 설마 그랬겠어? 진 교관님이 아무리 강해도 혼자서 묘강 전황을 뒤집을 수는 없잖아?”누군가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맞아. 그건 너무 황당한 얘기야. 게다가 진 교관이 대체 어떻게 묘강에 갔단 말이야? 그곳은 철통같이 방어되어 있어서 전신전 병사들조차 함부로 발을 들이지 못하는 곳이야.”“난 오히려 가능성이 있다고 봐.”소정태가 갑자기 말했다.“너희들 기억하지? 예전에 너희가 설표 특전대가 최고 특전대로 올라설 거라는 내 말을 믿지 않았지? 근데 진 교관님 덕분에 우리는 그 어려운 걸 해냈어, 그것도 한 달도 안 걸려서 말이야. 지금도 난 똑같이 믿어. 진 교관님은 묘강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이야.”소정태는 진서준에 대해 백 퍼센트 신뢰하고 있었다.소정태는 그야말로 진서준의 열렬한 팬이었다.“그럼, 진 교관님께 전화라도 걸어볼까
레이더 화면에 수많은 적기가 포착됐고 곧이어 포탄이 몇 발 날아왔다.조종사들은 반응할 틈도 없이 폭격을 정면으로 맞았다.쾅!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칠흑 같은 밤하늘에 거대한 불꽃이 튕기며 대낮처럼 환해졌다.지상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봤다.오스프리 전투기 두 대는 완전히 파괴되어 잔해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유문기는 도망치는 걸 멈추지 않았다.유문기가 두려워하는 건 오스프리 전투기가 아니라 바로 그 괴물 같은 존재, 진서준이었다.묘왕은 자기 비장 카드인 오스프리 전투기가 파괴된 것을 보며 분노로 눈이 뒤집혔다.“누가 한 짓이야? 어떤 미친놈이 감히 내 전투기를 부쉈어?”그 순간, 배논국 군대 로고가 새겨진 전투기 수십 대가 시야에 들어왔다.이 광경에 묘왕은 땅을 치며 후회했다.‘아까 상황 좀 더 제대로 파악하고 행동할 걸...’전투기 편대가 먼저 도착하고 이어 대규모 부대가 들이닥쳤다.지도자를 잃은 묘강은 머리를 잃은 파리 떼처럼 혼란에 빠졌다.잠자코 상황을 지켜보던 진서준은 더 이상 이들과 놀아줄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진서준은 참선검을 손에 잡고 단 일격으로 묘왕의 허리를 두 동강 냈다.눈을 뜬 채 죽은 묘왕의 눈에는 끝없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억울한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게 분명했다.그러나 아무리 억울해도 묘왕에게 다시 시작할 기회는 있을 수 없었다.“날 죽여.”이때의 유기철은 오히려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그 모습은 마치 생사를 초월한 경지에 이른 것 같았지만 사실은 유기철이 본인이 아무리 애원해도 진서준이 살려주지 않을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넌 네 친조카까지 해쳤어. 널 만 번 죽여도 내 분노가 풀리지 않을 거야.”진서준의 얼굴은 여전히 냉랭했다.“난 널 죽이지 않겠어. 대신 널 평생 끝나지 않는 고통 속에 살게 해주지.”그 말과 함께 진서준은 손바닥으로 유기철의 가슴을 내리쳤다.유기철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유기철은 진서준이 자기를 죽이는 건 두렵지
유령처럼 갑자기 나타난 진서준을 보자 유문기 일행은 순간 얼어붙었다.유문기와 묘왕은 내부 싸움을 벌이고 있었지만 진서준은 그들의 공동의 적이었다.진서준이 살아있다면 그들 모두 죽을 운명이었다.유문기와 묘왕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조금 전, 묘왕과 유기철은 모든 걸 쏟아부었다.두 사람의 몸은 거의 한계에 다다랐고 더는 버틸 수 없을 정도였다.“너 폭탄에 맞아 죽은 줄 알았는데 왜 아직 살아 있는 거야?”유문기의 얼굴은 흉측하게 일그러졌다.방금 폭탄이 터진 후, 묘왕 혼자만 폭발의 중심에서 걸어 나오는 걸 본 유문기는 진서준이 틀림없이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현실은 유문기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유문기의 예측은 현실을 완전히 빗나갔다.“네 생각에 그 포탄 따위가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아?”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네 눈엔 내가 저 늙은 영감탱이만도 못해 보이나?”영감탱이는 당연히 묘왕을 가리키는 말이었다.“진서준, 네가 묘왕을 죽여준다면 내가 묘강의 재산 절반을 네게 주마. 어때?”진서준과 맞설 수 없음을 깨달은 유문기는 새로운 방식을 선택했다.바로 진서준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속셈이었다.진서준을 자기편으로 영입하면 진서준이 자기를 건드릴 이유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묘강의 재산은 거의 배논국의 절반과 맞먹는 수준이었다.배논국은 작은 나라이긴 하지만 그래도 하나의 국가였기에 그 재산은 실로 천문학적인 숫자였다.하지만 진서준에게 이 돈은 전혀 필요 없었다.진서준이 이번에 온 이유는 단 두 개, 유문기를 죽이고 묘왕을 없애기 위해서였다.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 해도 진서준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더군다나 묘강의 돈은 대부분 불법적인 경로에서 온 더러운 돈이었다.그런 돈은 진서준이 원하지 않았다.유문기가 진서준을 설득하려는 걸 본 묘왕은 즉시 눈을 굴리며 외쳤다.“이봐 청년, 네가 저놈을 죽인다면 내가 묘왕의 자리를 네게 물려주겠어. 사실 너와 나 사이엔 그렇게 큰 원한도 없어. 유씨
묘왕의 온몸은 피로 물들어 있었고 옷은 다 찢어졌으며 고약한 타는 냄새가 났다.그 냄새는 묘왕의 옷 속에 숨어 있던 독충들이 조금 전의 고온에 의해 증발한 냄새였다.지금의 묘왕은 바람에 꺼져가는 촛불 같았고 누구든지 쉽게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않으려는 유문기는 유기철에게 소리쳤다.“아버지, 저놈을 죽여요! 저놈을 죽이면 우리는 묘강을 손에 넣을 수 있어요!”유기철은 그 말에 순간 멈칫했다.“내가 묘왕을 공격하라고?”유기철의 단전도 파괴되어 공격할 능력이 전혀 없었다.“제 단전도 저 진서준이란 자에게 쥐어박혀서 망가졌어요. 제가 공격할 수 있다면 왜 굳이 아버지를 시키겠어요?”유문기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유문기도 직접 전장에 나서서 묘왕을 죽이고 싶었다.그동안 유문기는 묘왕에게 개처럼 부려지며 살아왔다.때때로 독을 시험하는 일도 겪었는데 그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몇 년째 묘왕을 죽이고 싶었던 유문기는 드디어 적절한 기회를 잡았지만 아쉽게도 방금 진서준에게 단전이 파괴되어 완전히 폐인이 되어버렸다.“내 단전도 파괴된 거 잊었어?”유기철의 말에 유문기는 주머니에서 약을 꺼냈다.“이걸 드시면 일시적으로 예전의 힘을 조금 되찾을 수 있습니다.”유기철은 약을 받아 들고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이거 부작용 없겠지?”부작용이 없다면 유문기는 자기가 먼저 먹었을 것이다.“부작용 있습니다. 먹으면 온몸의 뼈가 부서지고 폐인이 됩니다.”유문기는 솔직하게 부작용을 실토했다.“아버지. 지금 이게 우리 유일한 기회예요. 저놈을 죽이고 제가 묘왕이 되면 뼈가 다 부서져도 제가 아버지를 먹여 살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둘 다 저놈 손에 죽을 겁니다.”유문기의 분석을 듣자 유미철은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묘왕의 손에 죽거나 이 기회에 한 번 싸워보고 나중에라도 누군가 그를 돌봐 줄 수 있는 것,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유기철은 더 이상 망설이
묘왕의 허락을 받은 후, 두 명의 오스프리 전투기 조종사는 망설이지 않고 진서준을 조준 후 즉시 발포 버튼을 눌렀다.요란한 소리와 함께 끔찍한 불빛 두 개가 오스프리 전투기의 하단에서 솟아올랐고 미사일은 직선으로 진서준을 향해 날아갔다.“정말 목숨을 버리겠다는 거야?”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묘왕을 쳐다보았다.“목숨을 버리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겠지!”묘왕은 지옥에서 기어 나온 악마처럼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두 사람은 모두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이 시점에서 물러나면 상대방이 이 기회를 틈타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그런 상황에 맞닥뜨리면 미사일에 맞아 죽지 않더라도 상대방의 주먹에 죽게 될 것이다.미사일이 당장 떨어져 폭발할 것 같은 시점에서도 두 사람은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스승님!”유문기는 당황한 표정으로 묘왕을 불렀다.“도망쳐! 멍하니 뭐 하고 있어?”유기철은 유문기를 끌고 급히 먼 곳으로 도망쳤다.쾅!미사일이 바닥에 떨어지자 그 무시무시한 힘이 주위 수백 미터를 순식간에 덮쳤다.유기철과 유문기는 이미 가장자리까지 도망갔음에도 불구하고 그 강력한 기폭에 휘말려 바닥에 사정없이 쓰러졌고 입과 코에서 피가 흐르며 처참한 모습을 보였다.유문기가 폭발 중심에서 연기가 자욱하게 퍼져 있는 걸 확인했다.유문기 부자가 가장자리에서 이렇게 심하게 다쳤으니 폭발 중심에 있던 진서준과 묘왕은 어땠을지 상상할 수 없었다.“저놈이 죽었어, 드디어 죽었어!”유문기는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유문기가 입에 담은 저놈은 묘왕을 가리키는 건지, 진서준을 가리키는 건지 유기철은 분간할 수 없었다.“문기야, 얼른 떠나자.”유기철은 정신을 차리고 유문기를 잡아끌며 떠나려고 했다.“안 돼요. 난 이날을 정말 오래 기다렸단 말이에요.”유문기는 아버지의 손을 뿌리치며 얼굴에 끔찍한 미소를 떠올렸다.“늙다리가 오늘에 와서야 끝내 죽었네! 내가 널 이렇게 오래 모신 이유가 바로 네가 죽는 오늘을 위해서였어!”유문기는 거리낌 없이 호탕하
묘왕은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체내의 선천강기를 돌려 방어 태세를 취했다.동시에 묘왕은 자기 몸에 숨겨둔 독충들을 풀어 진서준의 얼굴로 날려 보냈다.이 독충들이 가진 독은 전부 강력한 부식성을 지니고 있어 육급 이하의 선천 대종사 강기조차 이 독충들의 독성을 막아낼 수 없었다.독충과 진서준 사이의 거리가 반 미터도 채 남지 않았을 때, 진서준의 눈에서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곧이어 그 불꽃이 하늘로 솟구치며 독충 무리를 덮쳤다.치지직...순간 고기를 구울 때 나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독충들은 진서준이 내보낸 영화에 의해 몰살당했다.순식간에 가루로 변한 독충들은 바닥에 닿기도 전에 빗물에 씻겨 사라졌다.이를 본 묘왕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그러나 묘왕은 지금 독충을 걱정할 여유조차 없었다.진서준의 양주먹이 이미 묘왕의 가슴팍을 향해 날아오고 있기 때문이었다.묘왕 역시 자기 양 주먹을 내밀어 진서준의 주먹을 정면으로 받아들였다.펑!두 사람의 주먹이 맞부딪히며 산이 무너지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발밑의 지면이 지진이라도 난 듯 사방으로 갈라져 퍼져 나갔다.무시무시한 충격파에 머리 위로 떨어지던 빗물조차 접근하지 못했다.이를 꽉 악물고 있는 묘왕의 얼굴이 철판처럼 굳어졌다.묘왕은 산을 뒤엎는 듯한 공포스러운 힘이 주먹에서 시작해 온몸으로 퍼지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게다가 묘왕의 주먹 끝 강기에는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반면, 진서준의 상태도 묘왕보다 크게 나아 보이지 않았다.백 년 가까이 살아온 묘왕의 내공과 실력은 역시나 무시무시한 수준이었다.우르릉!하늘에서 갑작스러운 천둥소리가 울렸다.번개의 섬광이 칠흑 같은 밤하늘을 찢어 잠깐의 백광을 드러냈다.곧이어 하늘에서 헬리콥터의 로터 소리가 들려왔다.묘왕과 정면으로 겨루고 있던 진서준이 고개를 들어 쳐다보자 헬리콥터 두 대가 빠르게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는 걸 발견했다.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묘왕과 속
비는 점점 거세졌고 멈출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빗물로 흠뻑 젖은 바닥에 쓰러진 유문기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단 한 방에 자기가 완전히 폐인이 되다니, 이 녀석의 실력이 대체 얼마나 강한 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진서준은 유문기를 멍청이를 보듯이 바라보며 말했다.“너 같은 비겁한 수작질이나 하는 녀석이 감히 나랑 정면으로 겨룬다고? 널 쉽게 죽이고 싶지 않아서 봐주는 거야. 그게 아니었으면 너도 방금 그 탱크처럼 새까만 시체로 변했을 거야.”탱크조차 진서준의 일격을 당해내지 못했는데 하물며 겨우 종사 경지에 불과한 유문기가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지금 진서준에게 유문기를 죽이는 건 손바닥 뒤집는 일과도 같았다.하지만 그냥 죽이는 건 유문기에게 너무 가벼운 벌을 내리는 것과 같았다.진서준은 유문기의 뼈를 하나하나 산산이 부수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사람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두고 왜 굳이 짐승이 되려고 해?”짐승이 되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다.“너... 너 대체 누구야?”유문기의 눈알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같은 20대 청년인데 왜 이 녀석의 실력은 자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에 있는 거지?“너희 집 큰 짐승이 안 알려줬어?”진서준이 유기철을 가리켰다.“누굴 짐승이라는 거야? 너야말로 짐승이야!”유기철은 얼굴이 시퍼렇게 질린 채 분노에 차 욕을 내뱉었다.“유기명 삼촌이 네 목숨을 살려줬을 때 고마워할 줄도 모르고 오히려 사람을 시켜 유정을 독살하려고 시도해? 네가 짐승이 아니면 뭔데? 짐승조차도 은혜를 알고 갚을 줄 알아. 넌 인간의 뇌를 가진 고등 동물인 주제에 자각도 없는 거야?”진서준은 유기철을 바라보며 섬뜩한 살기를 내뿜었다.“그건 그 여자가 죽어 마땅했기 때문이야!”유기철은 일말의 자책도 없이 계속 헛소리를 지껄였다.“다들 입 다물어!”묘왕이 분노의 외침을 터뜨리더니 곧이어 원한에 가득 찬 시선으로 진서준을 노려봤다.“이봐, 오늘 네가 무슨 이
“스승님, 지금 어떡해야 하죠?”유문기가 긴장한 기색으로 묻자 묘왕은 곧 평정심을 되찾으며 말했다.“당황하지 마. 우리에게는 아직 숨겨둔 비장의 카드가 있어. 오늘 저 녀석이 설령 지선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여기서 끝장날 거야. 게다가 방금 그 일격으로 꽤 체력을 소모했을 게 분명해. 오늘은 묘강의 모든 주민을 동원해서라도 저놈을 기어이 지치게 만들어야 해.”묘강에는 무려 3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있었고 그중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남자만 10만 명이 넘었다.이런 어마어마한 전투력을 상대하려면 지선도 버거울 게 뻔했다.죽이지는 못해도 적어도 지쳐서 움직일 수 없게 할 수는 있었다.이게 바로 묘왕이 태연하게 있을 수 있는 이유였다.그러나 진서준은 묘왕 일행에게 비장의 카드를 꺼낼 기회를 줄 생각이 없었다.방금 참선검을 휘두르며 진서준은 곁눈질로 유기철을 발견했다.진서준이 발끝에 힘을 주고 허공에 뛰어오르자 그의 모습이 귀신처럼 제자리에서 사라졌다.사람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진서준은 이미 묘왕 일행 앞에 나타나 있었다.“너였구나!”유기철은 진서준의 얼굴을 보자마자 표정이 확 변했다.“저 녀석을 알아?”묘왕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묘왕님, 이 사람이 제가 전에 말씀드렸던 진서준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녀석이 예전에 우리의 계획을 망쳤습니다.”유기철이 서둘러 진서준을 소개했다.눈앞의 청년이 진서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묘왕은 충격을 감출 수 없었다.“네놈이 내 오랜 계획을 그렇게 망쳐놓고 감히 혼자서 우리 묘강에 쳐들어와? 우리 묘강이 그렇게 만만한 줄 알아?”묘왕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진서준을 노려보며 버럭 화를 냈다.하지만 진서준은 묘왕의 말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대신 유기철을 차갑게 바라보며 은은한 살기를 드러냈다.유기철은 그 시선에 수만 마리 개미가 자기 몸을 기어다니는 듯한 소름 끼치는 느낌을 받았다.“유기철, 자기 친조카에게 독을 퍼뜨리는 네놈은 더 이상 사람이 아닌 짐승이야.”진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탱크는 현대 전쟁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존재 중 하나였고 말 그대로 전쟁 기계라 불릴 만했다.완전히 무장한 병사들이 대전차 무기가 없이 탱크를 마주하면 그건 곧 죽음을 의미한다.무도를 익힌 무인이라 해도 이런 존재 앞에서는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지금의 올기는 체내의 영기가 거의 소진된 상태였다.묘강에 들어왔을 때 탱크를 만났다면 한 번 싸워볼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모든 희망을 진서준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진서준은 아래를 쓱 훑어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이제 넌 그만 물러나.”“알겠습니다!”올기는 억지를 부리지 않고 곧바로 몸을 줄여 진서준의 어깨 위로 돌아왔다.진서준은 몸을 천천히 놀려 기러기처럼 부드럽게 지면에 내려왔다.지면에 있는 사람들이 진서준의 움직임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세상에, 저 용 머리 위에 사람이 서 있었어!”“어머나, 그럼 아까 그 괴수가 주인이 있었단 말이야? 그럼 그 주인은 얼마나 무시무시한 사람일까?”“아무리 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어쩌겠어? 우리에겐 탱크가 있잖아. 게다가 전투기들도 곧 도착할 거라고.”놀라 두려워하는 사람도, 오만하게 웃는 사람도 있었다.한편, 묘왕과 유문기 두 사람은 여전히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보아하니 저 녀석이 바로 그 짐승의 주인인가 보구나.”묘왕의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저놈을 당장 죽여! 묘강의 위엄을 제대로 보여줘!”진서준은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손바닥을 살짝 떨었다.그러자 참선검이 허공에 떠올라 진서준의 손으로 들어왔다.낯선 대한민국 청년을 보자 탱크 안에 있던 병사들은 할 말을 잃었다.그들을 전멸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자가 겨우 스무 살 남짓의 청년이라고?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노인이라면 차라리 납득이라도 했을 것이다.“포격! 포격해!”지휘관의 목소리가 작전 통신기를 통해 울려 퍼졌다.펑! 펑! 펑!포탄 세 발이 진서준이 서 있는 방향으로 동시에 발사되었다.포탄이 터지며 대지가 흔들리고 귀청이 찢어질 듯한 폭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