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의 모든 챕터: 챕터 1031 - 챕터 1040

1174 챕터

제1031화

얼마 지나지 않아 진서준이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민영 씨, 같이 먹죠.”진서준은 맛있는 고기 요리를 직접 조민영 앞에 밀어 놓았다.조민영은 푸짐해 보이는 고기 요리를 보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군침을 꿀꺽 삼켰다.며칠 동안 고기 구경도 하지 못했으니 먹고 싶은 굴뚝같았다.“아저씨, 그... 그럼 저도 사양하지 않을게요.”조민영은 젓가락을 들고 정신없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조민영이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며 진서준은 몇 년 전의 진서라를 떠올렸다.두 사람의 성격은 너무 닮아 있어서 똑같은 틀에서 찍어낸 것 같았다.하지만 진서라는 특별한 체질이 아니었고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다.조민영의 국수가 나왔을 때, 그녀는 이미 배가 불러 있었다.“아저씨, 저 배 터질 것 같네요. 아저씨가 아직 덜 배부르면 제 국수 더 드세요.”조민영은 별다른 생각 없이 국수를 선뜻 진서준 앞에 밀었다.“고마워요, 나도 마침 국수가 먹고 싶었거든요.”진서준도 사양하지 않고 두세 입 만에 국수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올라온 음식을 전부 해결하고는 진서준은 웨이터를 불러 계산했다.“민영 씨, 혹시 묵을 곳은 있어요?”조민영은 밥값도 계산할 수 없는 정도였으니 호텔에 묵을 돈도 있을 리 없었다.진서준이 이런 질문을 던진 건 조민영에게 방을 잡아주려는 의도였다.지금쯤 장릉 마을에는 사람이 엄청 많았고 어쩌면 사수들이 있을지도 몰랐다.만에 하나 사수가 조민영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조민영은 틀림없이 죽을 길밖에 없었다.“없어요...”조민영은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민영 씨가 이 아저씨를 믿는다면 아저씨랑 같이 가시죠. 아저씨가 방 하나 잡아줄게요.”진서준은 그 모습을 보자 미소 지으며 제안했다.“저 아저씨 믿어요.”조민영은 즉시 고개를 들며 신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이 소녀는 기쁨과 분노가 얼굴에 바로 드러나는 타입이라 자기 감정을 전혀 숨기지 못했다.“좋아요, 그럼 아저씨랑 같이 갑시다.”진서준은 조민영을 데리고 식당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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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2화

진서준은 조민영의 대담한 제안에 깜짝 놀랐다.조민영의 무구한 체질은 사람의 마음을 꿰뚫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항상 속지 않는 건 아니었다.진서준은 조민영이 이렇게 무조건 자기를 믿을 줄은 상상하지 못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당연히 알죠. 그래도 전 아저씨가 좋은 사람이란 걸 알기에 저한테 불순한 생각을 품지 않을 거라고 믿어요.”조민영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해명했다.그 말을 들은 진서준은 오히려 민망해졌다.“민영 씨에게 불순한 생각은 들지 않는 건 사실이지만 민영 씨가 이따가 잘 때 옷을 벗으면...”진서준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우려를 드러냈다.“괜찮아요, 옷은 벗지 않아도 돼요. 그냥 외투만 벗으면 되죠.”조민영은 달콤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조민영이 이렇게까지 말하자 진서준도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았다.게다가 밖에 누군가 조민영을 노리고 있으니 같은 방을 쓰면 조민영도 보호할 수 있어 그리 나쁜 일은 아닐 거로 생각했다.“아저씨, 저기... 미안하지만 일단 나가 있을래요? 아무래도 먼저 씻어야 할 것 같아서요. 몇 분 안 걸릴 거예요.”조민영의 눈빛에는 간절함이 가득했다.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였다.“그래요, 내가 밖에 있을 테니 나쁜 놈이 창문으로 들어오면 꼭 날 불러요.”“알았어요.”진서준은 방을 나와 조용히 밖에서 기다렸다.그런데 10분이 넘게 지났는데도 욕실에서는 여전히 샤워 소리가 들렸다.진서준은 상황이 이상하다는 걸 직감하고 재빨리 방 안으로 뛰어들었다.방안의 창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조민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상태였다.“제기랄!”진서준은 욕설을 내뱉고 창문으로 몸을 날렸다.창문 아래 바닥에 물 자국이 있었고 진서준은 그 자국을 따라 한참을 추적한 끝에 어느 산림에 도착했다.그리고 멀리서 희미하게 조민영의 구조 요청이 들려왔다.진서준은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 그 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진했다.그곳에 도착했을 때, 조민영은 목욕 수건을 걸친 채로 검은 양복을 입은 청년 어깨에 들려 있었다.그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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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3화

사수 청년은 조기강을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자기에게 상처를 입힌 눈앞에 있는 이 중년 남자는 확실히 검존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이 남자는 나이가 45세 정도이고 사급 대종사 이상의 실력에 검을 사용하는 사람이었다.대한민국 전역을 둘러봐도 이 조건에 맞는 사람은 동북 조씨 가문의 조기강밖에 없었다.“난 조기강이 아니야. 내가 조기강이었다면 아까 그 한 방에 넌 이미 재가 되었을 거야. 네가 잡아간 그 여자가 누군지 알아? 그 여자는 조씨 가문 금지옥엽, 조기강의 조카딸이야.”진서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사수 청년은 그 말에 순간 멍해졌다. 자기가 납치한 여자가 이렇게 높은 신분을 가진 사람인 줄은 몰랐다.동북 조씨 가문은 동북에서 명망이 가장 높은 명문대가였다.얼마 전 봉호전에서 조기강이 검존의 칭호를 얻으면서 조씨 가문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이런 상황에서 조민영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조씨 가문은 분명 끝까지 진상을 파헤칠 것이다.그때가 되면 이 사수 청년은 죽음 외에는 다른 길이 없을 건 물론이고 심지어 청년이 속해 있는 조직과 관련자도 함께 몰락할 게 분명했다.사수 청년은 조민영을 보면서 아쉬운 눈빛이 가득했고 입을 쩝쩝 다셨다.청년이 조민영의 미모에 탐욕을 느낀 건 아니었다. 그보다는 조민영의 몸이 청년에게 너무나도 큰 유혹이었다.마치 마약 중독자가 마약을 갈망하듯 자기가 죽더라도 조민영의 몸을 한 번 즐기고 싶었다.“난 이 여자를 네게 넘길 수 없어. 이 여자는 내 거야.”청년은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었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불을 발견하고 달려드는 나방처럼 청년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들어섰다.조민영은 사수 청년의 무시무시한 모습에 겁에 질려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조민영은 눈앞의 이 사수 청년이 얼마나 음침하고 위험한 존재인지 똑똑히 느낄 수 있었다.“그럼 죽어.”말이 떨어지자마자 진서준은 자취를 감췄다.다음 순간, 사수 청년이 미처 반응도 하기 전에 황금빛 검광이 그의 오른팔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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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4화

“나머지 네 명의 실력은 어때?”진서준이 청년을 바라보며 물었다.사수 청년이 숨김없이 대답했다.“모두 나보다 강해. 난 아는 게 이 정도야. 이제 날 죽여줘... 제발 부탁이야!”옆에 있던 조민영이 차마 더 이상 눈 뜨고 지켜볼 수 없었다.“아저씨, 저 사수를 편히 보내 드리죠.”진서준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진서준도 더 이상 조민영에게 지금보다 더욱 잔혹한 장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그러죠, 지금 끝낼게요.”검광이 번뜩이자 청년의 목에 눈에 띄는 혈흔이 생겼고 이내 그의 몸은 영혼이 이탈한 것처럼 가볍게 옆으로 쓰러졌다.사수를 처치한 후, 진서준은 곧바로 조민영의 손을 잡고 그녀의 몸을 영기로 살폈다.“다행이네요. 민영 씨 무구한 체질은 사수에게 침해당하지 않았어요.”진서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무구한 체질? 그게 뭐예요?”조민영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조민영뿐만 아니라 조씨 가문 사람들 모두 조민영이 무구한 체질이라는 사실을 몰랐다.사실 이 특별한 체질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건 오직 수선자들뿐이었다.그 사수 청년은 단지 조민영의 몸이 마치 마약처럼 그를 유혹한다고만 느꼈을 뿐이었다.“무구한 체질은 굉장히 특별한 체질이에요. 민영 씨가 다른 사람의 선악을 구별할 수 있는 것도 그 체질 때문이죠.”진서준이 체질에 대해 대략 설명했다.“아, 그랬던 거군요.”조민영은 확실하게 알아듣진 못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자, 나랑 함께 돌아가서 쉬죠.”진서준은 조민영을 데리고 숙소로 향했다.“아저씨, 잠깐만요!”그때, 조민영이 갑자기 외쳤다.“왜 그러죠?”진서준이 고개를 돌려 조민영을 봤다.조민영은 얼굴이 빨개진 채로 자기 몸에 두른 수건을 가리켰다.“저... 이대로 돌아갈 순 없잖아요...”조민영은 키가 작지만 몸매는 아주 늘씬했기에 얇은 수건 하나로는 그녀의 매혹적인 몸매를 가릴 수 없었다.진서준은 조금 전까지 신경 쓰지 않았고 그쪽으로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조민영이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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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5화

은범은 황현호가 이렇게 물러서려는 걸 용납할 수 없어 곧바로 황현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현호야, 내일 안 가면 이번 생에 다시는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없을 거야. 이건 나만 아는 건데, 몰래 알려줄게. 이번 신농산 제자 선발 기준이 예전보다 훨씬 쉬워졌대. 네가 잘 아는 신농산의 그 고수들과 겨룰 필요도 없어. 그냥 간단한 테스트 하나만 통과하면 돼. 너도 알다시피 대한민국에서 4대 은거 종문은 모든 무인이 꿈에도 바라는 장소잖아. 네가 신농에 들어가면 네 아버지도 널 정말 자랑스러워할 거야. 그리고 수련을 끝내고 나면 진서준을 죽이는 건 개미를 밟는 것만큼이나 쉬울 거라고.”은범의 말에 황현호는 다시 솔깃해졌다.황현호의 마음이 흔들리는 걸 보고 은범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계속 부추겼다.“현호야, 우리 집 어르신이 그러는데 신농 사람들은 전부 선법을 배운다고 하더라고. 생각해 봐, 네가 선인이 되면 앞으로 천년만년 살 수 있어. 그때가 되면 여자를 마음껏 즐기며 영원히 늙지 않는 세월을 보낼 수 있을 거야.”여자는 황현호에게 아주 큰 유혹이었다.황현호는 은범의 말을 듣자 점점 두 눈에 광채가 돌기 시작했다.“그럼... 그럼 나도 내일 너랑 같이 갈게.”황현호가 결국 동의하자 은범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떠올랐다.황현호의 실력으로는 신농산에 들어갈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은범이 이렇게 열심히 설득한 이유는 황현호가 테스트에서 죽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상황이 그렇게 흘러가면 설령 은범이 신농산에 들어가지 못하더라도 황현호의 죽음을 진서준에게 뒤집어씌울 수 있었다.진서준이 황경영의 외아들인 황현호를 죽인다면 황경영은 진서준에게 반드시 필사적으로 복수하려 들 것이다.그렇게 되면 은범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황씨 가문과 진서준 두 세력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 둘 다 망가지는 꼴만 지켜보면 되는 거였다.자기가 세운 계획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완벽해 은범은 밤새 잠도 안 올 정도로 신났다.“어? 저기 저렇게 예쁜 여자가 왜 있지?”황현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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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6화

그런데 지금 누군가가 자기 앞에서 진서준을 모욕하자 조민영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황현호의 행동에 은범도 깜짝 놀랐다.이 시기에 많은 무인들이 장릉 마을에 몰려온 상황에서 은범과 황현호는 경호원조차 데려오지 않았다.두 사람의 실력으로는 장릉 마을에서 거의 최하위권에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주동적으로 낯선 사람을 건드리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죄송합니다, 두 분. 이 친구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서요.”지난번에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한 사건을 겪은 후로 은범은 인내심이 더욱 강해져서 이런 상황에서 잠시 고개를 숙이는 건 그리 큰 일이 아니었다.나중에 상황을 뒤집을 수만 있다면 그건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진서준은 살짝 의아한 표정으로 은범을 쳐다보았다.“범아, 난 정신 상태가 이상한 게 아니야. 정신 상태가 이상한 건 이 여자야. 스폰서를 찾을 거면 나 같은 사람을 찾아야지, 왜 굳이 거의 50살에 가까운 사람을 찾아? 미친 거 아니야?”황현호는 은범처럼 똑똑하지 않았다.그래서 은범이 계속 눈치를 주고 있었지만 황현호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은범은 속으로 황현호에게 쌍욕을 날리고 있었다.‘미련한 놈아, 네 집안 배경만 없었으면 벌써 딴 사람 칼을 맞고 뒈졌을 거야!’호텔에 있던 다른 손님들도 다들 멈춰 서서 이 장면을 흥미진진하게 구경했다.철썩!갑작스러운 귀싸대기 소리가 호텔 로비에 울려 퍼졌다.진서준이 무서운 기세로 황현호의 뺨에 귀싸대기를 한 대 때리자 황현호는 그대로 자리를 빙글빙글 돌다가 입에서 피를 내뿜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황현호의 눈앞이 어지럽게 빙빙 돌았다.“닥치지 못해? 또 함부로 지껄였다가는 영원히 그 입을 다물게 해줄 테니까.”진서준은 쌀쌀한 시선으로 황현호를 내려다보며 위협했다.지금의 진서준은 황현호를 죽일 각오도 있었다.지금 진서준의 신분은 김평안이었다.이 신분으로 황현호를 죽인다면 황씨 가문은 눈에 불을 켜고 김평안을 찾게 될 테니 걱정할 게 하나도 없었다.신농산에서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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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7화

황현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이번이 살면서 두 번째로 겪는 큰 굴욕이었다.“범아, 우리 그냥 이렇게 가는 거야?”황현호는 은범을 노려보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따졌다.은범은 황현호를 무심하게 쳐다보며 냉랭하게 웃으며 되물었다.“왜? 더 맞아야 속이 후련하겠어? 아니면 아예 못 나가길 원해? 널 때린 건 저 남자잖아. 화가 나면 저 남자한테 풀어야지 왜 나한테 소리 지르고 난리야?”황현호는 은범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화을 식이지 못해 씩씩대던 황현호는 이를 악물며 중얼댔다.“난 저 남자가 날 죽일 거라고 믿지 않아. 이래 봬도 난 황경영의 아들이란 말이야!”“여기선 네가 누구 아들이든 상관없어. 저 남자가 널 죽인다 해도 네 집안이 어쩌겠어?”은범이 가소롭다는 듯 황현호를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저 남자를 찾아 보복할 거야? 아니면 어쩔 거야? 설령 복수를 한다고 해도 무슨 의미가 있어? 넌 이미 죽었을 거잖아. 저런 사람하고 목숨을 맞바꾸는 게 너한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이 말에 황현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목숨을 맞바꾸는 짓은 생명이 별 가치 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지, 돈 많은 사람들은 자기 목숨을 끔찍하게 아끼는 법이다.“네 말이 맞아. 저런 놈하고 목숨을 맞바꿀 필요는 없지.”황현호는 이내 침착해졌고 바닥에 침을 뱉으며 말했다.“제기랄, 이제 기회만 있으면 저 녀석 뼈를 전부 박살 내고 말겠어. 참, 저 녀석 이름이 뭔지도 모르잖아. 잠깐 기다려 봐.”황현호는 말을 마치고 다시 호텔로 달려갔다.진서준과 조민영은 그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영감, 네 이름 감히 밝힐 수 있어?”황현호는 진서준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구경거리가 사라져 떠나려 하던 사람들도 그 소리에 다들 멈춰 섰다. 사람들은 황경영의 아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중년 남자가 누구인지 몹시 궁금했다.“김평안.”진서준이 조용히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호텔 전체에 들리기에 충분했다.“김평안?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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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8화

진서준은 한 번도 직접적으로 조기강이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조기강이 검존이라는 봉호를 얻을 정도라면 그 실력은 분명히 대단한 수준일 것이다.게다가 검도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편인 자기와 달리 조기강은 검술에 있어 확실히 뛰어났다.사실 진서준이 가장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는 도술과 체수였다.검을 쓰는 이유도 단지 사람을 처리하기에 편리하기 때문일 뿐이었다.이번에 김평안이라는 가명을 쓰기로 한 만큼 진서준은 단지 검만 사용하고 도술이나 체수는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아니에요, 아저씨는 절대 그냥 시골 사람 정도가 아니에요. 제 추측이 맞다면 아저씨는 우리 삼촌보다 훨씬 강할 거예요.”조민영은 사뭇 진지한 태도로 말했다.“우리 삼촌은 단지 검의 통달 정도지만 아저씨는 이미 검세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잖아요.”진서준은 뜻밖의 단어를 듣고 깜짝 놀랐다.“민영 씨, 검세까지 알고 있는 거예요?”조민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삼촌께서 저에게 말씀해 주신 적 있거든요. 검수는 검광, 검의, 검세, 검진 그리고 검도까지 총 여섯 가지 경지가 있다고요.”일반적인 검수를 놓고 볼 때, 10년 넘게 수련해서 검광을 익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하지만 검의를 익히는 것은 단지 노력뿐 아니라 천부적인 재능도 요구된다.대종사 경지에 이른 검수 중에서도 일부만이 기초적인 검의만 익혔을 뿐, 완벽한 검의를 익힌 자는 극히 드물었다.조기강처럼 검의 통달의 경지에 이른 사람은 대한민국 무도계 전체를 통틀어도 겨우 열 명 남짓이었다.게다가 검세를 터득한 이는 더더욱 드물어 용과 봉황처럼 희귀해서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정도였다.검진과 검도는 더욱 전설적인 경지라 심지어 창욱 어르신조차도 그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고 들었다.하지만 예전에 창욱 어르신은 진서준에게 검도에 대한 타고난 재능이 있으니 피나는 노력만 퍼붓는다면 검도의 일부를 깨우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생각보다 민영 씨가 알고 있는 게 많네요.”진서준이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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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9화

신농산은 한없이 넓었고 관광 개발 정도는 5%도 채 되지 않았다.나머지 20만 제곱킬로미터는 전부 원시림이라 길이 없어서 일반인들은 탐험할 엄두도 못 냈다.진서준과 조민영은 이 무인 무리 뒤를 따라 신농산 깊숙이 들어갔다.가끔 호랑이의 울음소리와 늑대가 짖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고 보기 흔하지 않은 귀중한 약초도 발견할 수 있었다.약 두 시간 정도의 행진 끝에 두 사람은 탁 트인 넓은 평지에 도착했다.이 평지 앞에는 거의 10미터에 이르는 돌기둥 두 개가 우뚝 서 있었다.“여기가 목적지인 것 같아요.”진서준이 눈앞의 돌기둥을 보며 말했다.“끝내 도착했네요. 다리가 부러질 것 같아요.”조민영은 숨을 크게 내쉬며 큰 바위에 앉아 다리를 가볍게 두드렸다.제아무리 내공 무인이라고 해도 두 시간의 산길을 걷고 나면 몸이 힘들어지는 건 마찬가지였다.진서준은 사실 조민영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해 영기를 쓰고 싶었지만 자기 정체가 드러날 것 같아 참았다.진서준이 주변을 살펴보니 점점 더 짙어지는 영기를 느낄 수 있었다.‘신농산 안에도 영맥이 있구나. 여기 영맥은 운대산 영맥보다도 강력하네.’진서준은 속으로 운대산 영맥과 비교해 봤다.그 후, 거의 천 명에 이르는 무인들이 여기에서 신농 종문의 사람들을 기다리기 시작했다.하지만 해가 지고 하루가 다 지나가는데도 신농 사람들은 오지 않았다.“무슨 일이지? 온종일 기다렸는데도 신농 사람들은 왜 안 오는 거야?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조급해하지 마, 이제 막 저녁이 시작된 거잖아. 지난번 신농에 갔던 무인들한테 들었는데, 그 무인들은 거의 사흘이나 기다렸대.”“뭐라고? 사흘이나 기다렸다고? 신농 사람들은 정말 거만하기 짝이 없구나.”“그래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네 개 은세 종문 중 하나잖아. 심지어 국안부도 신농과 충돌하기 꺼린다는 소문도 있어.”대다수 무인은 마음속으로 불만이 넘쳐나긴 했지만 신농의 세력과 실력을 고려해 조용히 투덜대며 불만을 토로할 뿐이었다.“일단 식사부터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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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0화

나무 위로 올라가는 사람도 있었고 사람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홀로 있는 사람도 있었으며 심지어 나무를 베어 임시 침대를 만든 사람도 있었다.황현호와 은범 역시 이 무인들 사이에 있었다.두 사람은 밀려오는 졸음을 참지 못해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고 언제든 잠이 들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다.“범... 범아, 우리 그냥 돌아가자. 신농 사람들이 코빼기도 내밀지 않잖아.”황현호는 두꺼운 외투를 몸에 꼭 붙이며 극심한 추위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이미 겨울을 지나 3월에 들어섰지만 북쪽 지역은 여전히 쌀쌀했다.특히 산속은 낮과 밤의 온도는 무려 10도 이상 차이가 났다.현재 신농산의 온도는 영하 10도 정도였다.아침에 은범이 외투를 입으라고 귀띔하지 않았더라면 황현호는 지금쯤 벌써 얼어 기절했을 것이다.“돌아간다고? 이 늦은 시간에 너 혼자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은범은 황현호를 냉랭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사람들과 같이 가지 않으면 너 혼자 돌아가다 길에서 얼어 죽을 수도 있어.”신농산은 굉장히 넓고 대부분이 원시림으로 되어 있어 길을 모르는 사람이 무작정 들어가면 금세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신농 사람들은 왜 아직도 안 나오는 거야? 우리를 여기서 얼어 죽게 하려는 거 아니야?”황현호는 거의 울먹이듯이 말하며 은범을 따라온 걸 죽도록 후회하고 있었다.그냥 명주로 돌아가 집안의 대종사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진서준에게 복수하면 이런 고생도 할 필요가 없었다.“그만 투덜대고 얼른 자자. 내일 아침이면 신농 사람들이 올 수도 있어.”은범은 황현호에 비해 꽤 차분한 편이었다.비록 그는 신농 제자 선발에 처음 참가했지만 신농의 선발 기준이 매우 까다롭다는 소문을 예전부터 쭉 들어왔다.은범은 이 정도의 작은 시련쯤은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밤이 지나고 해가 떠오르자 진서준은 조민영을 깨웠다.“어머. 벌써 아침이네요. 아저씨, 왜 밤중에 저를 안 깨우셨어요? 아저씨도 쉬셔야죠.”조민영은 진서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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