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38화

작가: 무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1 19:00:00
진서준은 한 번도 직접적으로 조기강이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조기강이 검존이라는 봉호를 얻을 정도라면 그 실력은 분명히 대단한 수준일 것이다.

게다가 검도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편인 자기와 달리 조기강은 검술에 있어 확실히 뛰어났다.

사실 진서준이 가장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는 도술과 체수였다.

검을 쓰는 이유도 단지 사람을 처리하기에 편리하기 때문일 뿐이었다.

이번에 김평안이라는 가명을 쓰기로 한 만큼 진서준은 단지 검만 사용하고 도술이나 체수는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

“아니에요, 아저씨는 절대 그냥 시골 사람 정도가 아니에요. 제 추측이 맞다면 아저씨는 우리 삼촌보다 훨씬 강할 거예요.”

조민영은 사뭇 진지한 태도로 말했다.

“우리 삼촌은 단지 검의 통달 정도지만 아저씨는 이미 검세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잖아요.”

진서준은 뜻밖의 단어를 듣고 깜짝 놀랐다.

“민영 씨, 검세까지 알고 있는 거예요?”

조민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삼촌께서 저에게 말씀해 주신 적 있거든요. 검수는 검광, 검의, 검세, 검진 그리고 검도까지 총 여섯 가지 경지가 있다고요.”

일반적인 검수를 놓고 볼 때, 10년 넘게 수련해서 검광을 익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검의를 익히는 것은 단지 노력뿐 아니라 천부적인 재능도 요구된다.

대종사 경지에 이른 검수 중에서도 일부만이 기초적인 검의만 익혔을 뿐, 완벽한 검의를 익힌 자는 극히 드물었다.

조기강처럼 검의 통달의 경지에 이른 사람은 대한민국 무도계 전체를 통틀어도 겨우 열 명 남짓이었다.

게다가 검세를 터득한 이는 더더욱 드물어 용과 봉황처럼 희귀해서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정도였다.

검진과 검도는 더욱 전설적인 경지라 심지어 창욱 어르신조차도 그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예전에 창욱 어르신은 진서준에게 검도에 대한 타고난 재능이 있으니 피나는 노력만 퍼붓는다면 검도의 일부를 깨우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생각보다 민영 씨가 알고 있는 게 많네요.”

진서준이 미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039화

    신농산은 한없이 넓었고 관광 개발 정도는 5%도 채 되지 않았다.나머지 20만 제곱킬로미터는 전부 원시림이라 길이 없어서 일반인들은 탐험할 엄두도 못 냈다.진서준과 조민영은 이 무인 무리 뒤를 따라 신농산 깊숙이 들어갔다.가끔 호랑이의 울음소리와 늑대가 짖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고 보기 흔하지 않은 귀중한 약초도 발견할 수 있었다.약 두 시간 정도의 행진 끝에 두 사람은 탁 트인 넓은 평지에 도착했다.이 평지 앞에는 거의 10미터에 이르는 돌기둥 두 개가 우뚝 서 있었다.“여기가 목적지인 것 같아요.”진서준이 눈앞의 돌기둥을 보며 말했다.“끝내 도착했네요. 다리가 부러질 것 같아요.”조민영은 숨을 크게 내쉬며 큰 바위에 앉아 다리를 가볍게 두드렸다.제아무리 내공 무인이라고 해도 두 시간의 산길을 걷고 나면 몸이 힘들어지는 건 마찬가지였다.진서준은 사실 조민영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해 영기를 쓰고 싶었지만 자기 정체가 드러날 것 같아 참았다.진서준이 주변을 살펴보니 점점 더 짙어지는 영기를 느낄 수 있었다.‘신농산 안에도 영맥이 있구나. 여기 영맥은 운대산 영맥보다도 강력하네.’진서준은 속으로 운대산 영맥과 비교해 봤다.그 후, 거의 천 명에 이르는 무인들이 여기에서 신농 종문의 사람들을 기다리기 시작했다.하지만 해가 지고 하루가 다 지나가는데도 신농 사람들은 오지 않았다.“무슨 일이지? 온종일 기다렸는데도 신농 사람들은 왜 안 오는 거야?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조급해하지 마, 이제 막 저녁이 시작된 거잖아. 지난번 신농에 갔던 무인들한테 들었는데, 그 무인들은 거의 사흘이나 기다렸대.”“뭐라고? 사흘이나 기다렸다고? 신농 사람들은 정말 거만하기 짝이 없구나.”“그래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네 개 은세 종문 중 하나잖아. 심지어 국안부도 신농과 충돌하기 꺼린다는 소문도 있어.”대다수 무인은 마음속으로 불만이 넘쳐나긴 했지만 신농의 세력과 실력을 고려해 조용히 투덜대며 불만을 토로할 뿐이었다.“일단 식사부터 하죠.

    최신 업데이트 : 2024-10-22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040화

    나무 위로 올라가는 사람도 있었고 사람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홀로 있는 사람도 있었으며 심지어 나무를 베어 임시 침대를 만든 사람도 있었다.황현호와 은범 역시 이 무인들 사이에 있었다.두 사람은 밀려오는 졸음을 참지 못해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고 언제든 잠이 들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다.“범... 범아, 우리 그냥 돌아가자. 신농 사람들이 코빼기도 내밀지 않잖아.”황현호는 두꺼운 외투를 몸에 꼭 붙이며 극심한 추위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이미 겨울을 지나 3월에 들어섰지만 북쪽 지역은 여전히 쌀쌀했다.특히 산속은 낮과 밤의 온도는 무려 10도 이상 차이가 났다.현재 신농산의 온도는 영하 10도 정도였다.아침에 은범이 외투를 입으라고 귀띔하지 않았더라면 황현호는 지금쯤 벌써 얼어 기절했을 것이다.“돌아간다고? 이 늦은 시간에 너 혼자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은범은 황현호를 냉랭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사람들과 같이 가지 않으면 너 혼자 돌아가다 길에서 얼어 죽을 수도 있어.”신농산은 굉장히 넓고 대부분이 원시림으로 되어 있어 길을 모르는 사람이 무작정 들어가면 금세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신농 사람들은 왜 아직도 안 나오는 거야? 우리를 여기서 얼어 죽게 하려는 거 아니야?”황현호는 거의 울먹이듯이 말하며 은범을 따라온 걸 죽도록 후회하고 있었다.그냥 명주로 돌아가 집안의 대종사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진서준에게 복수하면 이런 고생도 할 필요가 없었다.“그만 투덜대고 얼른 자자. 내일 아침이면 신농 사람들이 올 수도 있어.”은범은 황현호에 비해 꽤 차분한 편이었다.비록 그는 신농 제자 선발에 처음 참가했지만 신농의 선발 기준이 매우 까다롭다는 소문을 예전부터 쭉 들어왔다.은범은 이 정도의 작은 시련쯤은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밤이 지나고 해가 떠오르자 진서준은 조민영을 깨웠다.“어머. 벌써 아침이네요. 아저씨, 왜 밤중에 저를 안 깨우셨어요? 아저씨도 쉬셔야죠.”조민영은 진서준을

    최신 업데이트 : 2024-10-22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041화

    태양보다 더 눈부신 한 줄기 빛이 갑자기 돌기둥에서 뿜어져 나오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 빛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어서 즉시 고개를 돌렸다.진서준마저도 손으로 눈을 가려야만 할 정도였다.곧이어 둔탁한 소리가 귓가에 울리더니 그와 동시에 강렬한 빛이 점차 사라졌다.진서준을 포함한 사람들이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기세등등하던 유자성은 이미 온몸이 피투성이인 채로 반 미터 깊이의 큰 구덩이에 누워있었다.유씨 가문의 천재로 불리던 유자성의 비참한 모습에 모두 놀라서 어리둥절했다.사실 그는 스물여섯 살에 횡련 종사의 정점에 오를 정도로 무서운 실력을 갖춘 데다가 현장에 있던 사람 중 그를 때려눕힐 수 있는 사람은 10명도 넘지 않았다.고개를 돌린 찰나에 유자성을 처참하게 만든 것이 대체 누구의 소행인지 궁금하던 무렵, 갑자기 하늘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대단한 배짱이군! 감히 우리 신농의 물건을 함부로 건드리다니 살고 싶지 않은가 보네!”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사람들은 얼굴빛이 변한 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 멀리서 작고 검은 그림자가 천천히 땅으로 내려오고 있었다.점점 가까워지는 검은 그림자의 정체를 확인한 사람들은 전부 아연실색했다. 그것은 사람의 그림자였다.“어머나! 하늘에서 내려오는 걸 보면 신선이 아닐까요?”“신농산에 특유의 선법이 있다더니 정말인가 보네요!”“이 신농산에 무조건 가봐야겠어요!”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이내 신농에 대한 원한은 사라졌고 오히려 경배의 눈빛으로 신농산의 사자를 바라봤다.그도 그럴 것이, 선법을 배우는 것은 그들 모두의 목표였기 때문이었다.조민영은 입을 딱 벌린 다른 사람들과 달리 마치 신농사자가 어떻게 했는지 아는 것처럼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는 진서준을 바라보면서 말했다.“아저씨는 놀랍지 않나 봐요.”진서준은 곧장 싱긋 웃으며 말했다.“놀랄 게 뭐가 있죠? 조금 전, 사람들이 신농산에 특유의 선법이 있다고 했는데 하늘에서 내려오는 걸 보고 놀랄 필요가 있을까요?”조민영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최신 업데이트 : 2024-10-22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042화

    곧이어 다들 황급히 몸을 숙여 용전에게 절을 올렸다.“용전님을 만나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용전은 이들의 공손한 태도에 극도로 만족한 표정을 짓다가 두 사람이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이내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그 두 사람은 다름 아닌 진서준과 조민영이었다.진서준은 용전이 절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신농의 사람들이 자신의 아버지를 가둔 것도 모자라 어머니까지 신농산으로 끌고 갔기에, 진서준은 그들에게 처음부터 적개심을 품고 있었다.조민영도 용전이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에 절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용전의 차가운 시선에 놀라 진서준의 뒤에 숨으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아저씨, 저 사람의 눈빛이 너무 무서워요...”사람들은 용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서로 눈치를 보며 슬쩍 진서준을 살폈다.그제서야 진서준이 절을 올리지 않은 것을 알아챘고 그에게 큰 불행이 닥칠 거라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용전의 위엄을 도발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곧이어 진서준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혹시라도 자기한테 불똥이 튈까 봐 두려워 황급히 사방으로 흩어졌다.이때 용전이 진서준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이름이 뭐지?”진서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담담한 말투로 답했다.“김평안입니다.”뭇사람들은 머릿속에서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려고 했지만, 대한민국에서 처음 듣는 이름이 분명했다.용전은 이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면서 희롱하는 눈빛으로 말했다.“당신을 기억하지, 시험에 무사히 합격하길 바랄게.”“걱정하지 마십시오. 무조건 합격할 겁니다.”진서준의 담담한 말투 속에 내비친 자신감에 용전은 더욱 차가운 냉소를 지었다.진정한 괴롭힘의 시작은 이번 심사를 통과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신농에 갓 입문한 무인들은 처음 일 년 동안 수련하는 대신 성격을 단련하기 위해 장작을 패거나 물을 끓이는 등 막노동해야만 했다.그렇게 일 년이 지나면, 신농의 천교들이 이들과 대결을 펼치면서 목숨만 붙어 있을 정도까

    최신 업데이트 : 2024-10-22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043화

    결국 그 누구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기에 서로 피 터지게 싸우는 건 필연적이었다.용전은 진서준을 보고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다른 사람과 싸우는 게 싫다면 떠나도 좋아. 우리도 비겁한 쓰레기와 혈기가 없는 사람은 필요 없어.”진서준의 입에서 탈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용전은 즉시 무례한 태도를 보인 그를 죽일 생각이었다.용전은 사부님이 이 일을 아신다고 해도 자기를 탓하지 않을 거로 굳게 믿었다.신농은 문파 종주부터 장로 제자까지 세상에 지지 않을 법한 오만함을 가지고 있었기에 다른 사람들을 얕보는 경향이 있었다.그 순간, 다들 진서준을 쳐다보면서 비아냥거렸다.“당신 같은 멍청이는 꺼지는 게 좋아. 그렇지 않으면 목숨도 건지지 못할 거야.”“이 정도 배짱으로 감히 신농 제자 선발에 응모했다고? 정말 웃긴 녀석이네!”“이런 자리에 여동생까지 끌고 오다니, 이놈 좀 즐길 줄 아는데!”사람을 죽여본 적 없는 사람들도 신농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앞뒤를 가리지 않았다.조민영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진서준의 손을 꼭 잡으면서 말했다.“아저씨, 이 사람들 너무 무서워요. 우리 이만 가요...”그녀는 사실 신농에 합류해 더욱 강인해지고 싶었지만, 오만하기 그지없는 용전을 보니 제자를 가르친 사부의 인품이 얼마나 좋겠냐는 생각에 차라리 집에 돌아가서 넷째 삼촌을 따라 검술이 배우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그러나 진서준은 신농에 들어가서 부모님을 구출해야 했기에 확고한 태도로 말했다.“민영 씨는 가봐요, 난 안 갈 거예요.”조민영은 이를 갈며 말했다.“아저씨가 안 가면 나도 안 갈래요...”이때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용전은 또다시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부터 신농 제자 선발을 시작하도록 하지!”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람들은 하나같이 동쪽으로 돌진했고 암기로 몰래 다른 무사들을 공격하는 이들도 있었다.퍽퍽퍽...음해가 계속되었고, 바닥에 누워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이 늘어만 갔다.이를 본 진서준의 안색이 매우

    최신 업데이트 : 2024-10-23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044화

    황현호는 멀지 않은 앞에 진서준이 있는 걸 발견하고는 즉시 목소리를 낮췄다.“어젯밤 김평안을 건드렸는데 설마 기회를 타서 우리를 죽이지는 않겠지?”은범이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답했다.“네가 건드린 거지, 난 안 건드렸어.”황현호는 곧장 눈이 휘둥그레져서 은범이를 노려봤다.“너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는 의형제를 맺은 사이잖아! 같은 날 태어난 걸 바라지 않아도 같이 죽기로 약속했으니까, 너도 날 두고 혼자 살아남을 생각하지 마!”그동안 함께 지내던 두 사람은 결국 어느 하루는 머리를 맞대면서 의형제를 맺기로 했다.그 이후로 은범이는 술에 취해 소란을 피웠을 뿐이라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황현호는 계속 그를 제일 좋은 형제로 생각했다.곧이어 은범이는 어린애처럼 의형제를 거론하는 황현호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화를 풀어주려고 애썼다.“나 농담한 거니까 화내지 마!”그러나 그는 마음속으로 황현호가 팔려 가도 다른 사람에게 돈을 쥐여줄 정도로 지능이 떨어진 재벌 2세일 뿐이라면서 무시했다.사실 은범이도 황현호와 마찬가지로 재벌 2세였지만, 그보다 조금 더 똑똑하고 상황 판단을 잘할 뿐이었다.두 사람이 한창 대화를 나누고 있을 무렵, 종사 경지의 무인이 두 사람의 앞을 막아섰다.그들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곧이어 황현호가 벌벌 떨면서 말을 건넸다.“당신... 왜 우리를 막아요? 우리는 종사도 아닌데...”그 종사는 자기의 앞에서 반격할 용기조차 없는 두 사람을 보고 담담하게 웃었다.“당신들이 종사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은범이도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그런데 왜 우리 앞을 막아서는 거죠?”“난 두 사람의 정체를 알고 있지. 갑부의 아들과 은씨 일가의 직계 혈통이잖아.”중년 종사가 두 사람의 정체를 아는 것이 대단한 것처럼 말했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매우 놀랄 일이 아니었다.사실 황현호는 텔레비전에 얼굴을 자주 드러냈기에 그를 아는 사람이 많았고, 은범이도 경성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인물이었다.곧이어

    최신 업데이트 : 2024-10-23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045화

    진서준의 앞을 가로막은 다섯 명을 쳐다보지도 않고 덤덤하게 한마디 했다.“꺼져!”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멍해졌고 얼굴빛까지 어두워졌다.“뭐라고? 지금 우리한테 꺼지라고 한 거야? 정말 건방짐의 극치네!”“말로 끝내려고 했는데 너 스스로가 불행을 자초한 거야!”“저놈을 빨리 죽이고 이 여자는 우리가 데려가자!”그들의 말만 들으면 진서준은 마치 이미 저세상 사람인 것 같았다.진서준이 줄곧 자기의 실력을 보여준 적이 없었기에 그가 종사인지, 대종사인지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그들 또한 40대로 보이는 그의 외모에 종사일 거로 짐작하고는 다섯 명 중 세 명이 일품 대종사인 데다가 5대 1이니 어떻게든 질 리가 없다고 확신했다.진서준이 짜증 섞인 얼굴로 손바닥을 살짝 흔들자, 순식간에 천문검이 나타났고 그들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미친 듯이 기뻐하면서 말했다.“이놈한테 이렇게 좋은 검이 있을 줄은 몰랐네, 오늘 수확이 아주 크겠는걸!”“다른 보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이따가 죽인 후, 몸수색이나 확실히 해봐야겠네.”이때 진서준은 그들을 상대하다가 혹시라도 조민영을 다치게 할까 봐 걱정되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민영 씨, 물러나 있어 줘요.”사실 그가 전력을 다한다면 다섯 명쯤은 단숨에 죽일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2품 대종사인 김평안의 신분으로 그들을 단번에 죽인다면 다른 사람들의 집중 공격을 받을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었기에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게다가 4월에 해외 강자들이 연합해 대한민국 무도계를 포위할 거라는 걸 알아서 무인들을 죽이고 싶은 마음은 더욱 없었다.곧이어 조민영은 뒤로 물러나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저씨, 조심하세요...”진서준이 싸우려는 태세를 취하자, 흰 수염의 우두머리 종사가 냉소를 지었다.“자기 분수를 알아야지, 혼자서 우리 다섯 명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얌전히 죽음을 받아들이면 고통도 면할 수 있고 얼마나 좋아!”그러나 진서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최신 업데이트 : 2024-10-23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046화

    정점의 경지에 오른 종사가 진서준의 검에 의해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하다니!남은 네 명의 종사는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도 잠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퍽퍽퍽...그들이 주먹으로 진서준의 몸 이곳저곳을 가격하자,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고 목이 촉촉해지더니 입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조민영은 그가 피를 토해내는 걸 보고 놀라움에 비명을 지르면서 달려갔다.“아저씨...”“다가오지 말아요, 난 괜찮아요!”진서준은 충격이 컸는지 10여 걸음 뒤로 물러나서야 몸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피까지 토했는데 어떻게 괜찮을 수가 있어요...”조민영이 애타는 목소리로 눈물까지 떨어뜨리자, 그들은 진서준을 보면서 냉소를 금치 못했다.“생각보다 맷집이 좋은데, 그래도 넌 우리의 손에 죽을 운명이야!”네 명의 종사는 자기 패거리를 죽인 진서준을 무슨 일이 있더라도 처단해야만 했다.그러나 진서준은 겁을 먹기는커녕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이 싸움에서 누가 살고 죽을지는 누구도 장담 못 해!”“죽음 앞에서도 이렇게 건방지다니, 빨리 때려죽이자!”곧이어 그들은 진서준에게 살길을 남겨주지 않고 한 방에 죽일 생각인지 아까보다 더욱 무서운 기세로 거침없이 달려들었다.진서준은 2품 종사의 힘으로 그들의 공격을 막아내기 어려웠기에 미간을 찌푸렸다.그러나 너무 힘을 주면 자기의 실력이 들통나서 용전의 관심을 끌 것이 분명했다.그는 원래 자기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신농에 입성해서 부모님의 갇혀있는 위치를 알아내고 기회를 찾아 그들을 구출하려고 했다.그런데 만약 신농사자의 주목을 받는다면 구출 작전이 훨씬 더 어려워질 건 불 보듯 뻔했다.순식간에 네 명의 종사와 진서준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졌고, 조민영은 결국 펑펑 울면서 진서준을 향해 거침없이 돌진했다.바로 그 순간 한 줄기의 무시무시한 검광이 나타나더니 그를 포위하던 종사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하기 시작했다.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네 명의 종사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그 검광이 마치 하늘을 부

    최신 업데이트 : 2024-10-23

최신 챕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70화

    황예은이 옷을 다 갈아입자 서지은이 자리에서 일어나 진서준을 찾으러 갔다.“서준아, 예은 언니가 좀 화난 것 같으니까 이따가 해명할 때 되도록 조심해.”서지은이 걱정스럽게 당부했다.“알았어.”진서준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은 조심하라는 말을 다시 되새겼다.만약 상대가 너무 무례하게 굴면 진서준도 결코 양보하며 자세를 낮추지 않을 예정이었다.문제는 자기가 일부러 실수한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진서준은 황예은이 안에서 옷을 갈아입는 걸 번연히 알면서도 들어간 게 아니었다.게다가 진서준은 황예은 생명의 은인이기도 했다.“진서준 씨, 아까 지은한테서 들었는데, 진서준 씨가 저를 구했다고 하던데요.”황예은은 소파에 앉아 고개를 들어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그 눈빛과 태도는 마치 왕좌에 앉은 여왕처럼 고압적이었다.이는 오랫동안 높은 자리를 지키며 형성된 자연스러운 분위기였다.황경영이 대한민국을 떠나기 전에 이미 황예은은 회사 업무의 일부를 맡아 처리하고 있었다.회사의 지도자, 그것도 여성이 지도자가 되는 것은 쉽지 않았다.그러니 황예은의 성격도 강인하고 단호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 사람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었다.황예은이 이사장으로 올라간 후, 회사 내에서 황예은의 이름만 들어도 직원들이 벌벌 떨곤 했다.“맞아요. 제가 구했습니다.”진서준은 담담한 표정으로 황예은 맞은편에 앉았다.그런데 앉고 나서야 진서준은 후회했다.황예은이 입은 옷은 목선이 매우 낮았다.비록 황예은이 자세를 바르게 고치고 앉아 있었지만 풍만한 가슴이 살짝 드러나 있었고 그 모습이 진서준의 시야에 그대로 들어왔다.당혹한 모습을 감추려고 진서준은 뒤로 기대어 눈을 감았다.하지만 이 자세는 상대방에게 매우 무례하다는 인상을 주었다.황예은은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그녀와 대화할 때 이런 태도로 임하는 것은 큰 실례였다.진서준이 소파에 기대 누운 모습을 보자 황예은의 마음속에서 잠잠했던 분노가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진서준 씨는 다른 사람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69화

    별장에서 황예은은 이미 깨어난 상태였다.다만 지금 황예은의 몸에는 옷이 거의 없었다.정확히 말하면 상반신에는 레이스가 달린 검은 속옷 하나만 걸쳐져 있었다.이 속옷은 서지은이 가져온 속옷이었고 아직 한 번도 입지 않은 새것이었다.그리고 하반신에는 아까 진서준이 마사지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없었다.문 여는 소리가 들리자 두 여자는 동시에 문 쪽을 바라보았다.황예은은 문을 열고 들어온 낯선 남자를 보고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비록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는 않았지만 황예은의 차가운 눈빛만으로도 지금 심정을 충분히 드러내고 있었다.황예은은 자기 알몸을 보고 있는 이 남자를 죽여버리고 싶었다.하지만 황예은은 사실 이번이 진서준에게 두 번째로 알몸을 고스란히 드러낸 순간이란 걸 몰랐다.“서준아, 왜 노크하지 않고 그냥 들어왔어...”서지은이 어색한 표정으로 물었다.서지은은 진서준이 약왕 이용진과 저녁 식사를 오래 하고 밤늦게나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진서준이 너무 일찍 돌아온 것이다.“언제까지 더 볼 생각이야?”황예은이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진서준은 정신을 차리고 코를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돌린 뒤 말했다.“먼저 나가 있을게. 옷을 다 갈아입었으면 날 불러.”진서준이 나간 뒤, 황예은은 서지은을 바라보며 물었다.“저 사람 누구야?”“진서준이에요. 제 남자친구거든요.”서지은이 솔직하게 대답하며 한마디 보탰다.“예은 언니, 사실 언니 목숨도 진서준이 구한 거예요.”그 말을 듣자 황예은의 눈에서 뿜어나오던 냉기가 다소 누그러졌다.어쨌든 자기 목숨을 구해준 은인인데 너무 차가운 태도로 대할 수는 없었다.그러나 황예은은 문득 뭔가가 떠올랐다.“내 옷은 네가 벗긴 거야?”서지은은 그 말에 순간 멈칫했지만 이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서준이 언니를 치료할 때 상황이 너무 위급해서 먼저 언니를 여기 데려온 거예요. 나도 여기 들어와 치료 과정을 볼 때 서준이 언니를 추행하는 줄 알았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68화

    지금까지도 진서준은 박씨 가문의 의도가 오리무중이었다.하지만 박씨 가문의 일은 더 이상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지금 진서준의 우선순위는 약재를 구하고 모든 정력을 간첩을 잡는 데 쏟아부어야 했다.호텔을 떠난 진서준은 이용진의 차를 타고 이동했다.30여 분을 달린 끝에 진서준 일행은 마침내 이용진의 장원에 도착했다.이용진의 장원 면적은 서씨 가문 것만큼 크지 않았지만 화려함만큼은 서씨 가문을 능가할 기세였다.각종 명인의 고화와 진귀한 보물들이 온 사방에 진열되어 있었다.이 모든 보물은 하나하나가 최소 10억 이상의 진품이었고 적어도 진서준이 자세히 살펴본 결과 위조품은 하나도 없었다.이 보물들만 해도 자산 가치가 조 단위를 뛰어넘을 될 터였다.“용존님,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말만 하세요.”이용진이 호탕한 어조로 말했다.“난 이런 것들에는 관심 없습니다.”진서준은 담담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렇군요...”이용진은 약간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돈을 통해 진서준과의 관계를 더 가까이 만들고자 했던 이용진의 계획이 무산되는 순간이었다.진서준과 친분이 두터워지면 나중에 치료를 부탁하기도 훨씬 수월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진서준은 이용진의 속셈을 꿰뚫어 본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약왕님 체내 내상이 다 나으면 매주 두 번씩 무도를 연마하고 한 달에 다른 사람과 한 번 실력을 겨루는 수준으로 수련하면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약왕님 무도 실력도 늘어날 뿐 아니라 건강에도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겁니다.”“알겠습니다. 앞으로 꼭 용존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이용진은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수많은 별장을 지나 진서준은 이용진을 따라 규모가 어마어마한 냉장실로 들어갔다.냉장실 안에는 사람 키 절반 정도 되는 기둥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각 기둥 위에는 희귀한 약재들이 놓여 있었고 방탄유리로 보호되고 있었다.진서준이 자세히 둘러보니 여기에 진열된 약재는 성약당의 것만큼 많지는 않았지만 희귀성만큼은 성약당을 훨씬 뛰어넘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67화

    이 사람은 바로 어제 서울시에서 체포되었던 박운기였다.진서준 역시 이렇게 빨리 박운기를 다시 마주칠 줄은 몰랐다.“운기야, 저 사람 알아?”무리의 선두에 서 있던 중년 남자가 박운기를 힐끔 바라보며 물었다.“바로 저놈이 사람들을 이끌고 내 계획을 망쳤습니다.”박운기가 이를 갈며 말했다.만약 진서준이 방해하지 않았더라면 박운기의 계획은 이미 성공했을 것이다.그랬다면 박씨 가문으로 돌아갈 때는 차가운 시선 대신 온갖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을 터였다.이번에 서울시에서의 임무를 맡기 위해 박운기는 온갖 시련을 이겨내며 경쟁했다.모두가 보기에 이 임무는 그야말로 공을 세우기 위한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렇게 쉬운 임무를 박운기가 망쳐버렸다.망친 것도 모자라 박씨 가문은 관계를 동원해 박운기를 구출해야만 했다.공을 세워야 할 장사가 완전히 손해만 본 장사로 탈바꿈한 것이다.박씨 가문의 계획을 망친 장본인이 진서준이라는 사실을 알자 중년 남자는 진서준을 쓱 훑어보고는 냉랭하게 비웃었다.“전설 속의 용존님, 역시 이름값 제대로 하시는군요.”진서준은 그 남자를 힐끗 보고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로 걸어 들어갔다.진서준이 자기를 무시하자 중년 남자의 눈빛에 차가운 기운이 잠깐 스쳤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다.“약왕님은 언제부터 용존님과 친구가 되셨습니까?”중년 남자는 이용진을 발견하자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박재명, 분명히 말해두지. 용존님 일은 바로 내 일이야. 감히 용존님에게 시비를 걸려고 한다면 내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이용진이 싸늘하게 대응했다.박재명은 박씨 가문의 실질적인 권력자가 아니었다.그는 단지 박서명의 넷째 동생일 뿐이었다.그래서 이용진은 굳이 박재명을 깍듯하게 모시며 아부할 필요가 없었다.이용진의 말에 박재명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약왕님, 굳이 한 사람 때문에 우리 박씨 가문을 적으로 돌릴 필요가 있겠습니까?”이용진은 그 말에 코웃음을 쳤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66화

    “당연히 가능하죠.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애초에 병이 있다고 말하지도 않았겠죠.”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정말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용존님.”그러자 진서준이 손을 내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아직은 섣불리 고마워하지 마세요. 제가 치료하는 데에는 조건이 있습니다.”“무엇이든 말씀만 하십시오. 저 이용진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기꺼이 돕겠습니다!”이용진이 자신 있게 가슴을 치며 말했다.“제가 약왕인 당신에게 부탁이 있다면 당연히 약재 때문이죠.”진서준은 차분하게 진서라의 체내 독소를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네 가지 약재를 설명했다.이용진은 그 얘기를 들은 뒤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용존님, 솔직하게 말할게요. 용존님이 언급하신 약재 중 혈령지는 제 약재 창고에 하나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세 가지 약재는 아쉽게도 제 창고에 없습니다.”“그것 하나만 있어도 충분합니다.”진서준은 크게 실망하진 않았다. 적어도 하나는 확보했으니 오늘 헛걸음을 한 게 아니었다.“얼마면 되겠습니까? 시세대로 구매하겠습니다.”이용진은 그 말을 듣고 자기 얼굴을 가볍게 툭툭 쳤다.“용존님, 가격을 말하는 건 제게 따귀를 날리는 겁니다. 용존님이 제 목숨을 구해주셨는데 제가 어떻게 돈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제 약재 창고에 나머지 세 가지 약재가 있었다면 전부 무료로 드렸을 겁니다.”이용진이 이렇게 호탕하게 나오자 진서준도 더는 사양하지 않았다.생명을 구해준 대가로 혈령지 하나를 받는 건 결코 과한 요구가 아니었다.“용존님, 급하지 않으시다면 식사를 마친 후 제가 약재 창고로 가서 혈령지를 가져오겠습니다.”이용진의 제안에 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하죠.”“오늘 식사는 제가 모시겠습니다. 곽 선생님, 어서 앉으시죠.”이용진은 웨이터를 불러 이곳의 대표 요리를 전부 주문했다.이 대표 요리들만 해도 가격이 2억을 넘겼다.일반인 한평생 월급을 한 끼 식사로 소비하는, 그야말로 호화로운 만찬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차려졌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65화

    이용진은 평생 실력이 이 정도로 무시무시한 청년을 본 적이 없었다.자기를 지키는 두 호위가 반응할 틈조차 없이, 아니, 심지어 방어할 기회도 없이 한순간에 당하다니, 너무나 놀라운 일이었다.곽윤상 역시 진서준이 갑자기 공격을 시도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해명할 기회가 생겼다.“약왕님, 이분은 바로 국안부 용존님이십니다.”곽윤상이 재빨리 이 틈을 이용해 설명했다.“뭐라고? 네가 바로 그 용존이라고?”이용진은 입을 떡 벌린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용존이라는 이름은 이미 명주시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대다수 명주시 명문대가는 이 절세 천재를 돈으로라도 끌어들이고 싶어 했다.진서준을 끌어들이려는 이유는 단순했다. 진서준이 아직은 새파랗게 젊은 청년이었기 때문이다.스무 살 남짓한 나이에 용존이라는 봉호를 받은 인물이니 앞으로 거의 30년이 지나면 대한민국 전역에서 진서준과 겨뤄볼 만한 상대가 있을 리 없었다.심지어 4대 은거 문파조차도 진서준에게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보시다시피 용존이 틀림없습니다.”진서준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진서준이 처음부터 용존이라는 신분을 밝혔다면 이용진은 아마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대한민국 전역에서 이 나이에 육급 절정의 대종사를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은 진서준 외에는 없었기 때문이다.이용진은 이제야 이 청년이 이렇게 자신만만하고 여유로운 태도로 대화할 수 있었던 이유를 깨달았다.“용존님, 방금 제가 무례했던 점은 널리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약왕 이용진은 몸을 약간 숙이며 진서준에게 진심으로 사과했고 조금 전의 거만했던 태도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용진은 곽윤상이 명주시의 얼굴에 먹칠을 한다고 질책했었다.그런데 3분도 안 돼 본인이 직접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고 있었다.이용진은 지금 누군가가 그에게 귀싸대기라도 날린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약왕님, 앉으세요.”진서준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64화

    이용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놀라운 기색이 담긴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진서준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평온하게 입을 열었다.“방금 당신이 한 얘기는 전부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 체내에 숨은 질병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비 오는 날씨에 수련을 하다 보면 체내 강기를 돌릴 때 복부 아래쪽에 약간의 통증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그 통증은 심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겠지요. 설령 신경이 쓰여 의사를 보인다고 해도 보통 의사라면 문제를 발견하지 못할 겁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정밀한 장비로도 알아내기 어렵겠죠.”진서준의 이 말에 이용진의 표정이 한순간 어두워졌다.진서준은 정확히 이용진의 몸 상태를 파악하고 있었다.지난 2년 동안, 비만 오면 이용진은 온몸이 불편해졌다.특히 강기를 돌릴 때면 복부 아래쪽에서 은은하게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처음에는 이용진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그러나 점점 이상하다고 느껴져 성약당의 장로까지 불러 진찰을 받았지만 아무런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그런데 진서준이 오늘 초면에 단번에 이 문제를 짚어내자 이용진은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그걸 어떻게 알았어?”이용진이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이며 묻자 진서준은 태연히 대답했다.“당연히 당신 얼굴을 보고 알았죠.”“얼굴을 본다고 어떻게 알 수 있어?”이용진의 표정이 밝아졌다가 어두워졌고 눈에서 분노의 불길이 일기 시작했다.“터무니없군. 성약당의 장로조차 알아내지 못한 문제를 네가 단번에 알아냈다고?”이용진은 탁자를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가락으로 진서준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이봐 청년, 솔직하게 말해. 내 곁에 내통자를 심어 놓은 게 아니야?”명주시에서 이용진 같은 높은 지위에 있는 인물은 항상 최악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계해야 했다.다시 말해 억울한 사람 천 명을 죽이더라도 내통자 한 명도 놓치지 않는 태도가 생존의 비결이었다.그렇지 않으면 명주시 같은 복잡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어려웠다.이용진 곁의 두 대종사도 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63화

    ‘이 녀석 미쳤나?’방 안의 모든 사람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이용진이 누구인가? 바로 명주시에서 누구나 다 아는 약왕이었다.전국을 논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절반 이상의 귀한 약재는 약왕의 손을 거친다.이런 사람이 어떻게 병에 걸릴 수 있을까?더군다나 매일 약재를 다루는 약왕에게 병이 있다면 명의들이 못 알아챘을 리가 없었다.그러니 진서준이 이용진에게 병에 걸렸다고 말한 건 미친 소리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소리였다.“이봐, 넌 지금 무슨 헛소릴 지껄이는지 알고는 있나?”이용진의 얼굴은 어둠 그 자체였다.그는 이곳에서 꼬박 30분 넘게 기다렸다.그런데 자기를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한 장본인이 고작 이런 애송이였고 오자마자 병이 있다며 모욕까지 했다.평소 인내심이 깊고 신사적이던 이용진도 이 순간만큼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용진의 분노를 눈치채자 곽윤상은 얼굴이 창백해졌고 겁에 질려 진서준의 옷자락을 살짝 당겼다.하지만 진서준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듯, 태연히 이용진 맞은편에 앉아 스스로 차를 따라 마셨다.진서준의 이 태연한 모습에 이용진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아무래도 이 청년은 약왕인 이용진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듯했다.“난 똑같은 말을 두 번 하지 않아요.”진서준은 차 한 모금을 마신 뒤,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진서준의 말에 이용진 오른쪽에 앉아 있던 대종사가 비웃으며 말했다.“약왕님은 무공을 수십 년간 연마하셨고 이미 종사 경지에 도달한 무인이야. 병에 걸렸다면 네가 말하지 않아도 진작 발견되었을 거야. 허튼소리도 정도껏 해야지.”보통 종사 경지에 오른 무인은 병에 걸리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무인의 근육, 뼈, 혈액은 이미 평범한 인간을 초월했기에 체내 바이러스조차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종사 무인이 병에 걸릴 경우라면 대개 다음 세 가지 이유 중 하나였다.난치병이거나 중독이거나 아니면 심각한 내상이 있을 경우였다.하지만 이용진은 이 세 가지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았다.난치병은커녕, 누군가의 독에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362화

    “여기는 국제적인 대도시잖아요.”곽윤상도 감탄했다.호텔 입구에 도착하자 교내 미인 대회에 나가도 손색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성 안내원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손님, 저희 호텔은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식사나 숙박을 원하시면 회원 자격이 필요합니다.”곽윤상은 군말 없이 금박으로 장식된 카드를 꺼냈다.여성 안내원은 카드를 꼼꼼히 확인한 뒤,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곽 선생님, 안으로 모시겠습니다.”“이미 예약을 해두었습니다. 꼭대기 층의 5번 방입니다.”곽윤상의 말에 여성 안내원이 대답했다.“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확인해 보겠습니다.”여성 안내원은 프런트로 가서 예약 사항을 확인한 뒤, 두 사람을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꼭대기 층으로 가는 직행 엘리베이터는 총 네 대였고 속도는 어마어마했다.무려 300미터의 높이를 단 20초도 되지 않아 올라갔다.꼭대기 층에 도착하자 진서준은 눈앞의 광경에 말문이 막혔다.사방이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어 멀리 보이는 구름층과 자기와 나란히 있는 듯한 달빛이 시야에 들어와 하늘 속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진 마스터님, 여긴 어떠십니까?”곽윤상의 질문에 진서준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내가 가본 레스토랑 중 가장 호화로운 곳 중 하나로군요.”“그렇긴 하죠. 이 호텔은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곳입니다.”곽윤상은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였다.“이 호텔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회원이어야 하는데 꼭대기 층에 오고 싶다면 일반 회원으로는 부족하고 최소한 골드 회원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골드 회원권을 발급받는 데만 200억이 필요합니다.”골드 회원권이 200억이나 한다는 말에 진서준이 다른 질문을 던졌다.“그럼 일반 회원은 얼마인가?”“10 억입니다.”곽윤상이 손가락으로 숫자를 표시하며 말했다.“그리고 이 돈은 카드에 적립되는 게 아니라 그냥 회원권 발급 비용일 뿐입니다.”그 말을 듣고 진서준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전국을 통틀어도 이런 가격을 자신 있게 책정하는 곳은 명주시의 호텔들뿐일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