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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7화

황현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이번이 살면서 두 번째로 겪는 큰 굴욕이었다.

“범아, 우리 그냥 이렇게 가는 거야?”

황현호는 은범을 노려보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따졌다.

은범은 황현호를 무심하게 쳐다보며 냉랭하게 웃으며 되물었다.

“왜? 더 맞아야 속이 후련하겠어? 아니면 아예 못 나가길 원해? 널 때린 건 저 남자잖아. 화가 나면 저 남자한테 풀어야지 왜 나한테 소리 지르고 난리야?”

황현호는 은범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

화을 식이지 못해 씩씩대던 황현호는 이를 악물며 중얼댔다.

“난 저 남자가 날 죽일 거라고 믿지 않아. 이래 봬도 난 황경영의 아들이란 말이야!”

“여기선 네가 누구 아들이든 상관없어. 저 남자가 널 죽인다 해도 네 집안이 어쩌겠어?”

은범이 가소롭다는 듯 황현호를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 남자를 찾아 보복할 거야? 아니면 어쩔 거야? 설령 복수를 한다고 해도 무슨 의미가 있어? 넌 이미 죽었을 거잖아. 저런 사람하고 목숨을 맞바꾸는 게 너한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이 말에 황현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목숨을 맞바꾸는 짓은 생명이 별 가치 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지, 돈 많은 사람들은 자기 목숨을 끔찍하게 아끼는 법이다.

“네 말이 맞아. 저런 놈하고 목숨을 맞바꿀 필요는 없지.”

황현호는 이내 침착해졌고 바닥에 침을 뱉으며 말했다.

“제기랄, 이제 기회만 있으면 저 녀석 뼈를 전부 박살 내고 말겠어. 참, 저 녀석 이름이 뭔지도 모르잖아. 잠깐 기다려 봐.”

황현호는 말을 마치고 다시 호텔로 달려갔다.

진서준과 조민영은 그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영감, 네 이름 감히 밝힐 수 있어?”

황현호는 진서준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구경거리가 사라져 떠나려 하던 사람들도 그 소리에 다들 멈춰 섰다. 사람들은 황경영의 아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중년 남자가 누구인지 몹시 궁금했다.

“김평안.”

진서준이 조용히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호텔 전체에 들리기에 충분했다.

“김평안?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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