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그 누구도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기에 서로 피 터지게 싸우는 건 필연적이었다.용전은 진서준을 보고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다른 사람과 싸우는 게 싫다면 떠나도 좋아. 우리도 비겁한 쓰레기와 혈기가 없는 사람은 필요 없어.”진서준의 입에서 탈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용전은 즉시 무례한 태도를 보인 그를 죽일 생각이었다.용전은 사부님이 이 일을 아신다고 해도 자기를 탓하지 않을 거로 굳게 믿었다.신농은 문파 종주부터 장로 제자까지 세상에 지지 않을 법한 오만함을 가지고 있었기에 다른 사람들을 얕보는 경향이 있었다.그 순간, 다들 진서준을 쳐다보면서 비아냥거렸다.“당신 같은 멍청이는 꺼지는 게 좋아. 그렇지 않으면 목숨도 건지지 못할 거야.”“이 정도 배짱으로 감히 신농 제자 선발에 응모했다고? 정말 웃긴 녀석이네!”“이런 자리에 여동생까지 끌고 오다니, 이놈 좀 즐길 줄 아는데!”사람을 죽여본 적 없는 사람들도 신농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앞뒤를 가리지 않았다.조민영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진서준의 손을 꼭 잡으면서 말했다.“아저씨, 이 사람들 너무 무서워요. 우리 이만 가요...”그녀는 사실 신농에 합류해 더욱 강인해지고 싶었지만, 오만하기 그지없는 용전을 보니 제자를 가르친 사부의 인품이 얼마나 좋겠냐는 생각에 차라리 집에 돌아가서 넷째 삼촌을 따라 검술이 배우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그러나 진서준은 신농에 들어가서 부모님을 구출해야 했기에 확고한 태도로 말했다.“민영 씨는 가봐요, 난 안 갈 거예요.”조민영은 이를 갈며 말했다.“아저씨가 안 가면 나도 안 갈래요...”이때 두 사람의 대화를 들은 용전은 또다시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부터 신농 제자 선발을 시작하도록 하지!”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람들은 하나같이 동쪽으로 돌진했고 암기로 몰래 다른 무사들을 공격하는 이들도 있었다.퍽퍽퍽...음해가 계속되었고, 바닥에 누워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이 늘어만 갔다.이를 본 진서준의 안색이 매우
황현호는 멀지 않은 앞에 진서준이 있는 걸 발견하고는 즉시 목소리를 낮췄다.“어젯밤 김평안을 건드렸는데 설마 기회를 타서 우리를 죽이지는 않겠지?”은범이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답했다.“네가 건드린 거지, 난 안 건드렸어.”황현호는 곧장 눈이 휘둥그레져서 은범이를 노려봤다.“너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는 의형제를 맺은 사이잖아! 같은 날 태어난 걸 바라지 않아도 같이 죽기로 약속했으니까, 너도 날 두고 혼자 살아남을 생각하지 마!”그동안 함께 지내던 두 사람은 결국 어느 하루는 머리를 맞대면서 의형제를 맺기로 했다.그 이후로 은범이는 술에 취해 소란을 피웠을 뿐이라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황현호는 계속 그를 제일 좋은 형제로 생각했다.곧이어 은범이는 어린애처럼 의형제를 거론하는 황현호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화를 풀어주려고 애썼다.“나 농담한 거니까 화내지 마!”그러나 그는 마음속으로 황현호가 팔려 가도 다른 사람에게 돈을 쥐여줄 정도로 지능이 떨어진 재벌 2세일 뿐이라면서 무시했다.사실 은범이도 황현호와 마찬가지로 재벌 2세였지만, 그보다 조금 더 똑똑하고 상황 판단을 잘할 뿐이었다.두 사람이 한창 대화를 나누고 있을 무렵, 종사 경지의 무인이 두 사람의 앞을 막아섰다.그들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곧이어 황현호가 벌벌 떨면서 말을 건넸다.“당신... 왜 우리를 막아요? 우리는 종사도 아닌데...”그 종사는 자기의 앞에서 반격할 용기조차 없는 두 사람을 보고 담담하게 웃었다.“당신들이 종사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은범이도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그런데 왜 우리 앞을 막아서는 거죠?”“난 두 사람의 정체를 알고 있지. 갑부의 아들과 은씨 일가의 직계 혈통이잖아.”중년 종사가 두 사람의 정체를 아는 것이 대단한 것처럼 말했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매우 놀랄 일이 아니었다.사실 황현호는 텔레비전에 얼굴을 자주 드러냈기에 그를 아는 사람이 많았고, 은범이도 경성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인물이었다.곧이어
진서준의 앞을 가로막은 다섯 명을 쳐다보지도 않고 덤덤하게 한마디 했다.“꺼져!”그들은 당황한 나머지 멍해졌고 얼굴빛까지 어두워졌다.“뭐라고? 지금 우리한테 꺼지라고 한 거야? 정말 건방짐의 극치네!”“말로 끝내려고 했는데 너 스스로가 불행을 자초한 거야!”“저놈을 빨리 죽이고 이 여자는 우리가 데려가자!”그들의 말만 들으면 진서준은 마치 이미 저세상 사람인 것 같았다.진서준이 줄곧 자기의 실력을 보여준 적이 없었기에 그가 종사인지, 대종사인지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그들 또한 40대로 보이는 그의 외모에 종사일 거로 짐작하고는 다섯 명 중 세 명이 일품 대종사인 데다가 5대 1이니 어떻게든 질 리가 없다고 확신했다.진서준이 짜증 섞인 얼굴로 손바닥을 살짝 흔들자, 순식간에 천문검이 나타났고 그들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미친 듯이 기뻐하면서 말했다.“이놈한테 이렇게 좋은 검이 있을 줄은 몰랐네, 오늘 수확이 아주 크겠는걸!”“다른 보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이따가 죽인 후, 몸수색이나 확실히 해봐야겠네.”이때 진서준은 그들을 상대하다가 혹시라도 조민영을 다치게 할까 봐 걱정되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민영 씨, 물러나 있어 줘요.”사실 그가 전력을 다한다면 다섯 명쯤은 단숨에 죽일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2품 대종사인 김평안의 신분으로 그들을 단번에 죽인다면 다른 사람들의 집중 공격을 받을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었기에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게다가 4월에 해외 강자들이 연합해 대한민국 무도계를 포위할 거라는 걸 알아서 무인들을 죽이고 싶은 마음은 더욱 없었다.곧이어 조민영은 뒤로 물러나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저씨, 조심하세요...”진서준이 싸우려는 태세를 취하자, 흰 수염의 우두머리 종사가 냉소를 지었다.“자기 분수를 알아야지, 혼자서 우리 다섯 명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얌전히 죽음을 받아들이면 고통도 면할 수 있고 얼마나 좋아!”그러나 진서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정점의 경지에 오른 종사가 진서준의 검에 의해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하다니!남은 네 명의 종사는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도 잠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퍽퍽퍽...그들이 주먹으로 진서준의 몸 이곳저곳을 가격하자,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고 목이 촉촉해지더니 입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조민영은 그가 피를 토해내는 걸 보고 놀라움에 비명을 지르면서 달려갔다.“아저씨...”“다가오지 말아요, 난 괜찮아요!”진서준은 충격이 컸는지 10여 걸음 뒤로 물러나서야 몸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피까지 토했는데 어떻게 괜찮을 수가 있어요...”조민영이 애타는 목소리로 눈물까지 떨어뜨리자, 그들은 진서준을 보면서 냉소를 금치 못했다.“생각보다 맷집이 좋은데, 그래도 넌 우리의 손에 죽을 운명이야!”네 명의 종사는 자기 패거리를 죽인 진서준을 무슨 일이 있더라도 처단해야만 했다.그러나 진서준은 겁을 먹기는커녕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이 싸움에서 누가 살고 죽을지는 누구도 장담 못 해!”“죽음 앞에서도 이렇게 건방지다니, 빨리 때려죽이자!”곧이어 그들은 진서준에게 살길을 남겨주지 않고 한 방에 죽일 생각인지 아까보다 더욱 무서운 기세로 거침없이 달려들었다.진서준은 2품 종사의 힘으로 그들의 공격을 막아내기 어려웠기에 미간을 찌푸렸다.그러나 너무 힘을 주면 자기의 실력이 들통나서 용전의 관심을 끌 것이 분명했다.그는 원래 자기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신농에 입성해서 부모님의 갇혀있는 위치를 알아내고 기회를 찾아 그들을 구출하려고 했다.그런데 만약 신농사자의 주목을 받는다면 구출 작전이 훨씬 더 어려워질 건 불 보듯 뻔했다.순식간에 네 명의 종사와 진서준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졌고, 조민영은 결국 펑펑 울면서 진서준을 향해 거침없이 돌진했다.바로 그 순간 한 줄기의 무시무시한 검광이 나타나더니 그를 포위하던 종사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하기 시작했다.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네 명의 종사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그 검광이 마치 하늘을 부
사실 조민영이 외동딸이 아님에도 그녀의 부모님은 항상 애지중지하게 키웠고 그녀가 실종된 순간, 동북 전체를 뒤집을 판이었다.그녀는 부모님께 신농에 들어가겠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무조건 반대할 거라는 걸 너무나 잘 알았기에 몰래 집안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얼마 후, 조기강은 신농산 근처의 마을에서 조민영을 보았다는 제보를 듣고 한달음에 이곳으로 달려온 거였다.“네가 신농에 들어가겠다면 삼촌도 말릴 생각이 없어. 하지만 그곳에 일단 발을 들이면 나오기 힘들다는 걸 명심해!”조기강은 조민영을 탓하는 대신 진지하게 이치를 설명했다.“삼촌도 네가 강해지고 싶어 하는 마음을 이해해. 그렇지만 민영이도 부모님이 눈물에 젖어 사는 걸 원치 않잖아?”“삼촌이랑 이만 돌아가자, 내가 너한테 제일 좋은 사부를 찾아줄게!”조기강이 부모님까지 언급하자, 그녀의 고집스럽던 마음도 점차 누그러들었다.사실 그녀도 부모님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들의 체면을 세워 드리려고 신농에 입성할 생각이었다.조민영은 곧이어 진서준의 뒤에서 나와 조기강에게로 다가갔다.“삼촌, 내가 잘못했어요. 같이 돌아갈게요...”조기강은 그제야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데리고 갈 준비를 했다.“이제야 착하네...”이때 그녀는 서둘러 조기강의 옷깃을 잡아당기면서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넷째 삼촌, 아저씨를 신농에 입성하도록 도와주면 안 될까요? 이틀 내내 저를 돌봐줬단 말이에요!”조기강은 난처한 부탁에 눈살을 약간 찌푸렸다.“응? 신농은 자기의 능력으로 입성해야만 해. 삼촌이 도와줄 수가 없어...”그러자 조민영이 급히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아니, 올해는 규칙이 바뀌었어요. 삼촌이 아저씨를 신농의 대문 앞까지 호송해 주기만 하면 돼요!”이때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진서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민영 씨, 호의는 감사하지만 나 혼자서 갈 수 있으니까 귀찮게 할 필요 없어요.”그러자 조민영은 완고하게 고집을 부리면서 진서준의 옷깃을 잡았다.“안 돼요! 방금
“셋!”“둘!”은범이와 황현호는 식은땀을 흘렸고, 결국 황현호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그만해요! 줄게요! 주면 되잖아요!”이제 그들에게는 종사가 말을 번복하든 말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두 사람은 전 재산과 황현호의 손에 있던 7개의 다이아몬드 반지까지 넘겨줬다.은행 카드와 보석 뭉치를 손에 넣은 종사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난 내뱉은 말은 지키는 사람이야, 이제 가봐도 좋아!”황현호와 은범이는 마음이 달갑지 않았지만, 목숨을 건지려면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바로 그때,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갑자기 들렸다.“황현호, 너 때문에 우리 황씨 일가의 체면이 바닥을 쳤어!”황현호는 움찔하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누님...”그곳에는 황예은이 차가운 눈빛으로 황현호를 노려보고 있었다.“난 너 같은 쓸모없는 동생을 둔 적이 없으니까 누나라고 부르지 마!”평소 대범하고 방탕한 생활을 즐기던 황현호였지만, 황예은 앞에서는 감히 제멋대로 행동하지 못했다.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매번 황현호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그가 3일은 무서워서 집에 돌아가지 못할 정도로 잔인하게 때렸기 때문이었다.황예은은 곧이어 차가운 말투로 말을 이어 나갔다.“우리 황씨 일가가 언제 남한테 재물을 빼앗긴 적이 있어?”재물을 강탈한 중년 종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뒤돌아보다가 황예은의 뛰어난 외모와 기질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사실 그녀는 명주시에서 제일 가는 미인이었다!뛰어난 외모는 말할 것도 없고, 범상치 않은 기품으로 그녀를 본 남자마다 매료되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은범이도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면서 심지어 두 사람 아이의 이름까지 생각했다.얼마 후, 중년 종사가 정신을 차리고 황예은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이 바로 황씨 일가의 따님인가?”그러나 황예은은 그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뒤에 있던 두 명의 노인한테 명령했다.“죽여...”두 노인은 호흡이 가빠 보일 정도로 늙어서 실력이 어떨지 알 수 정확히 알 수 없
황현호는 은범이가 신농에 들어가 실력을 향상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기에 황예은이 죽청 어르신까지 모시고 온 기회를 잡아 의형제를 도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바보인 줄로만 알았던 황현호의 의리 있는 모습에 은범이는 오히려 살짝 당황했다.그러나 황예은은 황현호를 동생이라고 봐주는 법도 없고 마음에 안 들면 때리기까지 했기에 그의 체면을 무시하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했다.“네가 나한테 부탁할 자격이 없을 텐데.”그녀는 사실 아름다운 외모와 어린 나이임에도 진정한 대성종사의 위치까지 올라갔고 동갑내기 중에서 그녀의 적수는 존재하지 않았다.그래서 황현호가 맞을 때마다 갈비뼈 두 개가 부러지는 건 흔한 일이었다.그러나 그도 이번만큼은 마음을 굽힐 수 없는지 화를 냈다.“누님, 내가 원하는 건 단 하나예요! 만약 허락하지 않으면 오늘 여기서 죽어도 괜찮아요.”은범이는 잠시 눈동자를 굴리면서 분위기를 파악하더니 입을 열었다.“현호야, 나 때문에 누님과의 사이가 틀어지는 건 말이 안 돼. 나 혼자서도 괜찮으니까 빨리 가.”사실 요 며칠간의 만남을 통해 은범이는 황현호를 구슬리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그의 예상대로 황현호는 떠날 기미가 없이 더욱 고집을 부리면서 단호하게 말했다.“범아, 우리는 의형제야! 걱정하지 마, 내가 누님한테 맞아서 갈비뼈 열 개가 부러지고 한쪽 다리를 못 쓴다고 해도 오늘 널 반드시 신농 종문까지 데려다줄 거야!”은범이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척하며 황현호를 와락 껴안았다.“내 둘도 없는 형제여!”한편, 황예은은 은범이의 가증스러운 행동을 눈치챘지만, 폭로할 마음은 전혀 없었기에 결국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어떻게 하면 저놈을 신농까지 데려다줄 수 있는지 말해봐.”황현호는 곧장 기쁨에 젖어 용전이 방금 말했던 규칙을 그녀에게 빠짐없이 알려줬다.규칙을 들은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신농이 제자를 선발하는 일이니 자기가 비평을 늘어놔도 쓸모없다는 생각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자, 신농 문 앞까지 데려다줄게.”
황현호가 죽청 어르신을 향해 고개를 돌렸지만, 그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죽청 어르신은 황씨 일가를 모시면서 황현호와 갑부에게만 복종할 뿐이었고 황현호는 직속 주인이 아니었기에 명령할 권한이 전혀 없었다!죽청 어르신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황현호는 금세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다시 황예은에게 도움을 청했다.“누님, 어젯밤 제가 저놈한테 엄청난 수모를 당했다고요, 저를 좀 도와주세요!”황현호의 억울한 표정에 그녀는 못 이기는 척 차갑게 한마디 했다.“이번 한 번뿐이야.”“감사합니다, 누님! 감사합니다, 누님!”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황현호는 두 명의 죽청 어르신과 진서준의 패거리를 향해 다가갔고 거만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어제는 엄청나게 건방지지 않았습니까? 우리 가문을 공양하는 사람도 왔으니 또 한 번 미쳐 날뛰어 보시죠!”진서준은 이내 그의 뒤에 있는 두 대종사를 바라보며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두 사람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걸 한눈에 알아챘기 때문이었다!그들이 풍기는 냄새로 보아 적어도 6품 대종사의 경지에 올랐다는 걸 알 수 있었다!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조민영이 갑자기 진서준의 앞을 막아서더니 대뜸 화를 냈다.“어제는 분명히 당신이 먼저 우리를 건드렸잖아요! 아저씨는 당신을 봐줬다고요!”조기강도 곧장 그들 사이에 충돌이 있었음을 알아채고는 차갑게 물었다.“내 조카가 어제 일을 문제 삼지 않겠다는데 죽고 싶어서 환장했습니까?”황현호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더니 조기강을 자세히 관찰했고 조민영에게 대시하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었던지라 최대한 분수를 지키면서 예의 있게 말했다.“당신이 저놈의 삼촌입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민영 씨와는 아무런 충돌이 없었고 저놈한테 원한이 있을 뿐입니다!”그러자 조민영이 급히 말을 꺼냈다.“아저씨의 일이 바로 내 일이에요!”진서준은 조민영의 다정하고 의리 있는 모습에 감동했고 이내 냉담한 목소리로 황현호에게 말했다.“말로 할 때 당장 꺼져! 아니면 여기 남아보시던지
결연한 표정을 지은 조슬기를 본 장강훈은 순간 당황했다.“뭐든 다 협상할 수 있어. 제발 흥분하지 말자.”장강훈이 받은 임무는 조슬기를 데려가는 것이었고 그녀를 절대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만약 조슬기가 다친다면 그야말로 큰일 날 상황이었다.“다시 물을게, 내 조건 받아들일 거야, 말 거야?”조슬기가 단호하게 묻자 결국 선택지가 없었던 장강훈은 마지못해 동의했다.“좋아, 저 여자는 보내주겠어.”“안 돼요, 아가씨. 절대 저 녀석들과 함께 가면 안 돼요.”신수란은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만류했다.“란 언니, 걱정 마세요. 이 사람들은 절대 저를 함부로 다치진 않을 거예요. 언니는 먼저 몸부터 챙기세요.”조슬기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도대체 누가 자기를 잡으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상대가 이토록 신중히 행동하는 걸 보니 이 사람들이 자기를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건 확신했다.“조 아가씨, 시간이 얼마 없어. 서둘러 나가자.”장강훈이 손짓하며 재촉하자 조슬기는 말없이 단검을 쥐고 천천히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방 안에 있던 킬러들은 신수란을 힐끔힐끔 주시하고 있었다.하지만 조슬기가 문턱에 거의 다다른 순간, 장강훈이 갑자기 신속하게 움직였다.쨍그랑!단검이 바닥에 떨어지며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얼른 이 여자를 잡아!”장강훈이 명령하자마자 양쪽에 대기하던 킬러들이 조슬기를 단단히 제압했다.“왜 이렇게 비겁해? 약속을 지켜야지!”조슬기는 분노로 몸을 떨었다.“조 아가씨, 내가 아까 한 자기소개를 잊었나 보네?”장강훈은 가볍게 웃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여자는 생포해. 저 남자는 어디 보자, 그냥 죽여버려.”장강훈은 진서준을 제대로 보지도 않은 채 명령을 내렸다.“오빠, 미안해요. 우리 때문에 이런 일이...”조슬기는 눈물을 글썽이며 사과했다.“이봐, 당장 창문으로 뛰어내려. 내가 시간을 끌게.”신수란이 이를 악물며 지시했다.지금의 신수란이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시간을 끄는 일
“너희 둘 다 도망갈 생각 말고 얌전하게 따라오기나 해!”말을 마친 남자가 얼굴을 가리지 않은 채 방으로 들어왔다.강한 기운을 뿜어내는 남자는 한눈에 봐도 보통 사람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신수란의 동공에서 지진이 일어났다.“장강훈!”최근 서남 지역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악당인 장강훈은 살인과 약탈은 물론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자였다.게다가 그 실력은 상당히 강력해서 범행은 그야말로 대담하기 그지없었다.국안부에서도 장강훈을 체포하려고 사람을 보냈지만 장강훈은 유령처럼 자취를 감췄고 한 달간 수색했음에도 잡히지 않았다.신수란은 설마 자신들을 습격한 자가 바로 악당 장강훈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국안부의 분석에 따르면 장강훈의 실력은 지의방에 오를 정도로 강력했다.“오호라? 너희 곤륜산 애송이들이 내 이름을 알고 있다니, 이거 참 영광스러운 일이군.”장강훈은 입꼬리를 올리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란 언니, 장강훈이 누구죠?”조슬기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묻자 신수란이 이를 갈며 대답했다.“사람을 죽이고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짐승 같은 놈이에요.”장강훈의 말을 듣자 진서준의 눈에도 흥미로운 기색이 스쳤다.이 두 여자가 곤륜 종문의 사람이란 건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곤륜은 대한민국 4대 최정상 은세 종문 하나인데 그 제자들은 대체로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다.이번에 내려온 건 아마 한 달 후에 있을 숭산 대회 때문일 것이다.“이봐, 아가씨. 말은 가려서 하는 게 좋을걸?”장강훈이 차갑게 경고했다.“우리가 잡으려는 건 이 여자야. 넌 그냥 덤으로 딸려 온 상품일 뿐이고. 내 심기를 건드리기라도 하면 너 따위는 내 노예로 삼아도 된다 이거야.”장강훈이 쌀쌀하게 비웃으며 말했다.최근에 장강훈은 살인과 약탈 중에 수많은 여자를 노예로 붙잡아 둔 상태였다.신수란처럼 보기 드문 미인은 장강훈이 탐나지 않을 수 없었다.“더 개소리를 지껄여봐. 내가 네 입을 찢어버릴 테니까.”신수란의 얼굴이 분노로 시퍼
“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머리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별말씀을요. 얼른 옷 입혀주세요. 깨어나면 괜히 또 뭐라고 할 테니까.”진서준은 창가로 걸어가 바깥을 내다보았다.그림자 몇 개가 하나둘 진서준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모텔로 들어섰다.“귀찮게 됐군.”진서준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겨우 잠깐 눈 붙였더니 이런 귀찮은 일이 들이닥칠 줄은 몰랐다.곧이어 조슬기는 신수란의 옷을 전부 갈아입혔다.“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괜찮으니까 얼른 떠나세요.”진서준은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이건 그냥 지나가던 인연일 뿐, 두 사람을 구해준 것만으로도 이미 할 만큼 했다는 생각이었다.진서준은 낯선 사람들 때문에 더 이상 골치 아픈 일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지금 짊어진 문제만으로도 진서준은 이미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벅찼다.“알겠어요.”조슬기도 쫓아오는 자들이 무서워 서둘러 신수란을 데리고 떠날 준비를 했다.바로 그때, 신수란이 눈을 떴다.“어라? 아가씨, 여기가 어디예요?”눈을 막 뜬 신수란은 아직 정신이 멍한 상태였기에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도 까맣게 잊었다.“란 언니, 깨어나셨군요. 몸 상태는 좀 어떠세요?”조슬기는 기뻐하며 급히 물었다.“전보다 훨씬 나아졌어요.”신수란은 자기 상처를 만지며 말했다.놀랍게도 상처에서 더는 피가 흐르지 않았다.이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떻게 처치해도 피가 멈추지 않았었다.“오빠, 그럼 저희는 이제 가볼게요.”조슬기가 진서준에게 작별 인사하자 그제야 신수란도 진서준에게 시선을 돌렸다.신수란은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이 떠오르자 표정이 살짝 변했다.“네가 날 구해준 거야?”“맞아.”진서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흥!”신수란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내 몸을 본 거, 네가 날 구해준 걸로 눈감아 줄게.”“란 언니,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되죠. 오빠가 아니었으면 언니는 아마 지금쯤 사경을 헤맸을 거예요.”조슬기는 불쾌하다
“란 언니!”신수란이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조슬기는 깜짝 놀라 황급히 신수란을 침대에 눕혔다.하지만 그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 조슬기는 결국 간절한 눈빛으로 진서준에게 도움을 청했다.“오빠, 제발 우리 란 언니를 좀 도와주세요. 얼마를 드리든 상관없으니 제발 란 언니를 살려주세요.”눈물범벅이 된 조슬기의 얼굴은 누가 봐도 마음이 아려올 정도였다.진서준은 여자 눈물에 약했지만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하나만 묻죠, 왜 내 방에 온 거죠?”조슬기는 말문이 막혀 말을 더듬거리며 대답했다.“우리는 지금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어요. 아까 여기 들어올 때, 프런트에서 이 방이 비어 있는 것 같아서 잠시 숨어 있으려고 했어요.”진서준은 바닥의 핏자국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숨어 있으려면 최소한 자국은 남기지 말아야죠. 이렇게 허술하게 움직이면 쫓아오는 사람들에게 초대장이라도 준 격인데요?”조슬기가 뒤를 돌아보니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그녀는 금세 얼굴이 창백해지며 다급하게 외쳤다.“큰일이에요. 그럼 그 사람들이 곧 여길 찾아오겠네요.”어리바리한 조슬기의 모습을 보고 진서준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일단 이 사람부터 치료할게요. 상처가 낫는 대로 빨리 떠나세요.”“고마워요, 오빠.”조슬기는 감격에 겨워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진서준은 은침을 알코올로 소독한 후, 호주머니에서 작은 약병 하나를 꺼냈다.병 안에는 하얀 가루가 들어 있었다.“이 여자 옷 좀 벗겨주세요.”“아, 네.”조슬기는 진서준의 말을 따르며 재빠르게 신수란의 옷을 전부 벗겼다.단숨에 신수란의 옷을 전부 벗겨내자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가 다시금 드러났다.물론 비밀의 숲을 포함한 그 신비로운 부분까지도 고스란히 드러났다.진서준은 갑자기 밀려온 충격에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다.‘이 여자는 진짜 멍청한 걸까, 아니면 일부러 저러는 걸까? 상처는 복부에 있는데 왜 바지를 벗기는 거지?’“바지는 벗길 필요 없어요
“누가 이기고 질지는 아직 모르는 거잖습니까.”고인권이 끼어들었다.“맞아, 우리 8대 특전대도 호락호락한 부대가 아니야.”“전신전 놈들에게 우리 8대 특전대의 실력을 똑똑히 보여주자.”나머지 사령관들도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높였다.갑작스레 열정이 불타오르는 이들을 보며 상부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좋아, 한 달 후에 자세한 일정을 알려주마.”영상 통화가 끊기자 8대 특전대 사령관들은 즉시 각자의 기지로 돌아가 장병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소식을 들은 모든 장병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전신전을 반드시 이겨야 해. 절대 진 교관님을 실망하게 하지 말자.”모두가 열기를 띠며 훈련에 더욱 몰두하기 시작했다.한편,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서남 국경.진서준은 올기를 타고 국경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마을은 크지 않았고 진서준은 대충 모텔을 한 군데 찾아 방을 얻었다.방에 들어서자마자 진서준은 침대에 몸을 던지고 곯아떨어졌다.진서준은 너무 피곤했다.어젯밤의 전투로 지금의 진서준은 모든 힘을 소진한 상태였다.올기가 진서준을 등에 태우지 않았더라면 진서준은 아마 울창한 숲속 어딘가에서 쓰러졌을 것이다.진서준이 잠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이 느닷없이 열렸고 이어 아름다운 두 여자가 방으로 들어왔다.그중 청순한 외모의 여자는 나이가 스무 살 조금 넘어 보였다.다른 여자는 타이트한 검은색 옷차림에 글래머와 세련된 얼굴을 지닌 성숙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인이었다.하지만 지금 그 여자의 얼굴은 창백했고 배 부분에선 피가 잔뜩 흘러내리고 있었다.딱 봐도 심하게 다친 상태였다.“사람이 있네요.”두 여자가 곤히 자는 진서준을 보자 살짝 놀란 듯한 반응을 보였다.아래층 투숙 기록을 확인했을 땐 이 방에 투숙객이 없다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저 사람 자고 있으니 조용히 움직이죠. 깨우지만 않으면 될 거예요.”젊은 여자가 말했다.“근데 자칫 중간에 깨어나면 어쩌죠...”성숙한 여자는 이를 악물었다.“란 언니, 지금 그런 걸 신경 쓸 때
아침, 설표 특전대 기지.단잠에 빠져 있던 소정태와 고인권 등 사령관은 갑작스러운 군부의 전화 소리에 깨어났다.8대 특전대 사령관들은 즉시 회의실에 집합했다.“어젯밤, 묘강에서 폭동이 발생했어. 그러나 배논국 군부가 폭동을 단숨에 진압하며 묘강은 다시 배논국의 영토로 돌아갔어.”상부의 이 한마디에 현장에 있던 여덟 명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소정태 일행은 서남 국경에서 묘강의 사수들과 적지 않게 맞닥뜨린 경험이 있었다.다들 묘강의 사람들은 전부 목숨을 걸고 움직이는 미친놈일 뿐만 아니라 주술과 독충술까지 능숙히 다루는 존재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그들은 자기들만의 군대와 탱크와 같은 대형 무기를 갖추고 있었다.배논국 군부가 강제로 공격했다간 양측 모두 피바다가 될 게 뻔했다.그런데, 단 하룻밤 만에 묘강이 평정되다니 너무나 기묘한 일이었다.“혹시... 진 교관이 한 일이 아닐까?”고인권이 불쑥 입을 열었다.어제까지만 해도 여덟 사령관은 진서준이 묘강으로 갈 가능성을 두고 논쟁을 벌였었다.그런데 다음 날 아침, 이렇게 어마어마한 소식이 터진 것이다.“설, 설마 그랬겠어? 진 교관님이 아무리 강해도 혼자서 묘강 전황을 뒤집을 수는 없잖아?”누군가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맞아. 그건 너무 황당한 얘기야. 게다가 진 교관이 대체 어떻게 묘강에 갔단 말이야? 그곳은 철통같이 방어되어 있어서 전신전 병사들조차 함부로 발을 들이지 못하는 곳이야.”“난 오히려 가능성이 있다고 봐.”소정태가 갑자기 말했다.“너희들 기억하지? 예전에 너희가 설표 특전대가 최고 특전대로 올라설 거라는 내 말을 믿지 않았지? 근데 진 교관님 덕분에 우리는 그 어려운 걸 해냈어, 그것도 한 달도 안 걸려서 말이야. 지금도 난 똑같이 믿어. 진 교관님은 묘강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이야.”소정태는 진서준에 대해 백 퍼센트 신뢰하고 있었다.소정태는 그야말로 진서준의 열렬한 팬이었다.“그럼, 진 교관님께 전화라도 걸어볼까
레이더 화면에 수많은 적기가 포착됐고 곧이어 포탄이 몇 발 날아왔다.조종사들은 반응할 틈도 없이 폭격을 정면으로 맞았다.쾅!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칠흑 같은 밤하늘에 거대한 불꽃이 튕기며 대낮처럼 환해졌다.지상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봤다.오스프리 전투기 두 대는 완전히 파괴되어 잔해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유문기는 도망치는 걸 멈추지 않았다.유문기가 두려워하는 건 오스프리 전투기가 아니라 바로 그 괴물 같은 존재, 진서준이었다.묘왕은 자기 비장 카드인 오스프리 전투기가 파괴된 것을 보며 분노로 눈이 뒤집혔다.“누가 한 짓이야? 어떤 미친놈이 감히 내 전투기를 부쉈어?”그 순간, 배논국 군대 로고가 새겨진 전투기 수십 대가 시야에 들어왔다.이 광경에 묘왕은 땅을 치며 후회했다.‘아까 상황 좀 더 제대로 파악하고 행동할 걸...’전투기 편대가 먼저 도착하고 이어 대규모 부대가 들이닥쳤다.지도자를 잃은 묘강은 머리를 잃은 파리 떼처럼 혼란에 빠졌다.잠자코 상황을 지켜보던 진서준은 더 이상 이들과 놀아줄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진서준은 참선검을 손에 잡고 단 일격으로 묘왕의 허리를 두 동강 냈다.눈을 뜬 채 죽은 묘왕의 눈에는 끝없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억울한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게 분명했다.그러나 아무리 억울해도 묘왕에게 다시 시작할 기회는 있을 수 없었다.“날 죽여.”이때의 유기철은 오히려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그 모습은 마치 생사를 초월한 경지에 이른 것 같았지만 사실은 유기철이 본인이 아무리 애원해도 진서준이 살려주지 않을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넌 네 친조카까지 해쳤어. 널 만 번 죽여도 내 분노가 풀리지 않을 거야.”진서준의 얼굴은 여전히 냉랭했다.“난 널 죽이지 않겠어. 대신 널 평생 끝나지 않는 고통 속에 살게 해주지.”그 말과 함께 진서준은 손바닥으로 유기철의 가슴을 내리쳤다.유기철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유기철은 진서준이 자기를 죽이는 건 두렵지
유령처럼 갑자기 나타난 진서준을 보자 유문기 일행은 순간 얼어붙었다.유문기와 묘왕은 내부 싸움을 벌이고 있었지만 진서준은 그들의 공동의 적이었다.진서준이 살아있다면 그들 모두 죽을 운명이었다.유문기와 묘왕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조금 전, 묘왕과 유기철은 모든 걸 쏟아부었다.두 사람의 몸은 거의 한계에 다다랐고 더는 버틸 수 없을 정도였다.“너 폭탄에 맞아 죽은 줄 알았는데 왜 아직 살아 있는 거야?”유문기의 얼굴은 흉측하게 일그러졌다.방금 폭탄이 터진 후, 묘왕 혼자만 폭발의 중심에서 걸어 나오는 걸 본 유문기는 진서준이 틀림없이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현실은 유문기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유문기의 예측은 현실을 완전히 빗나갔다.“네 생각에 그 포탄 따위가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아?”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네 눈엔 내가 저 늙은 영감탱이만도 못해 보이나?”영감탱이는 당연히 묘왕을 가리키는 말이었다.“진서준, 네가 묘왕을 죽여준다면 내가 묘강의 재산 절반을 네게 주마. 어때?”진서준과 맞설 수 없음을 깨달은 유문기는 새로운 방식을 선택했다.바로 진서준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속셈이었다.진서준을 자기편으로 영입하면 진서준이 자기를 건드릴 이유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묘강의 재산은 거의 배논국의 절반과 맞먹는 수준이었다.배논국은 작은 나라이긴 하지만 그래도 하나의 국가였기에 그 재산은 실로 천문학적인 숫자였다.하지만 진서준에게 이 돈은 전혀 필요 없었다.진서준이 이번에 온 이유는 단 두 개, 유문기를 죽이고 묘왕을 없애기 위해서였다.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 해도 진서준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더군다나 묘강의 돈은 대부분 불법적인 경로에서 온 더러운 돈이었다.그런 돈은 진서준이 원하지 않았다.유문기가 진서준을 설득하려는 걸 본 묘왕은 즉시 눈을 굴리며 외쳤다.“이봐 청년, 네가 저놈을 죽인다면 내가 묘왕의 자리를 네게 물려주겠어. 사실 너와 나 사이엔 그렇게 큰 원한도 없어. 유씨
묘왕의 온몸은 피로 물들어 있었고 옷은 다 찢어졌으며 고약한 타는 냄새가 났다.그 냄새는 묘왕의 옷 속에 숨어 있던 독충들이 조금 전의 고온에 의해 증발한 냄새였다.지금의 묘왕은 바람에 꺼져가는 촛불 같았고 누구든지 쉽게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절호의 찬스를 놓치지 않으려는 유문기는 유기철에게 소리쳤다.“아버지, 저놈을 죽여요! 저놈을 죽이면 우리는 묘강을 손에 넣을 수 있어요!”유기철은 그 말에 순간 멈칫했다.“내가 묘왕을 공격하라고?”유기철의 단전도 파괴되어 공격할 능력이 전혀 없었다.“제 단전도 저 진서준이란 자에게 쥐어박혀서 망가졌어요. 제가 공격할 수 있다면 왜 굳이 아버지를 시키겠어요?”유문기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유문기도 직접 전장에 나서서 묘왕을 죽이고 싶었다.그동안 유문기는 묘왕에게 개처럼 부려지며 살아왔다.때때로 독을 시험하는 일도 겪었는데 그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몇 년째 묘왕을 죽이고 싶었던 유문기는 드디어 적절한 기회를 잡았지만 아쉽게도 방금 진서준에게 단전이 파괴되어 완전히 폐인이 되어버렸다.“내 단전도 파괴된 거 잊었어?”유기철의 말에 유문기는 주머니에서 약을 꺼냈다.“이걸 드시면 일시적으로 예전의 힘을 조금 되찾을 수 있습니다.”유기철은 약을 받아 들고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이거 부작용 없겠지?”부작용이 없다면 유문기는 자기가 먼저 먹었을 것이다.“부작용 있습니다. 먹으면 온몸의 뼈가 부서지고 폐인이 됩니다.”유문기는 솔직하게 부작용을 실토했다.“아버지. 지금 이게 우리 유일한 기회예요. 저놈을 죽이고 제가 묘왕이 되면 뼈가 다 부서져도 제가 아버지를 먹여 살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둘 다 저놈 손에 죽을 겁니다.”유문기의 분석을 듣자 유미철은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묘왕의 손에 죽거나 이 기회에 한 번 싸워보고 나중에라도 누군가 그를 돌봐 줄 수 있는 것,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유기철은 더 이상 망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