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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최강 이혼남의 모든 챕터: 챕터 321 - 챕터 330

1059 챕터

제321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에요. 문제 해결에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요.”조윤미가 논리 있게 따져 물었다.“말이 쉽지, 잘못을 인정하면 표절을 했다고 인정하는 거나 다름없잖아요. 그러면 입이 백 개라도 해명할 방법이 없을 텐데 그대로 백초당에게 당할 건가요, 부대표님? 백초당에서 강하게 나오니까 우리도 강하게 밀어붙여야죠. 우리가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게 해줘야죠. 아니면 백초당에서는 언젠간 또 우리를 물고 늘어질 거예요.”태로운이 비꼬며 말했다.“난 또, 무슨 좋은 방법이 있는 줄 알았죠. 결국 고집을 부려 끝까지 싸우려는 거잖아요. 백초당이 만만해 보여요? 판사님이 만만해 보여요? 끝까지 가면 좋을 것 하나 없어요. 오히려 혜리 그룹과 YH그룹의 평판을 떨어뜨릴 거라고요. YH그룹이야 작은 회사라 평판이 떨어져도 상관없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뻔뻔하지 않거든요.”분노가 끓어오른 조윤미는 태로운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누구를 뻔뻔스럽다고 욕하는 거예요? 선은 넘지 말죠?”두 사람 사이에 당장이라도 싸움이 일어날 것 같았다.이때 어두운 안색의 공혜리가 말했다.“저도 먼저 합의를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표절 사실을 인정하든 안 하든 백초당이 지금 유리한 상황에 처한 건 사실이에요. 우리는 상황을 뒤집을 기회가 없다고요. 그러면 왜 굳이 끝까지 밀어붙이려고 해요?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건 물론, 결과가 달라질 것 같나요? 결국 사과하고 배상금을 내야 해요. 그래서 더는 버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양희지는 시종일관 덤덤한 얼굴을 보였다. 그녀도 공혜리의 말에 동의했다.사실 그녀는 더는 석연고의 특허권에 희망을 품지 않았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양희지는 빤히 알고 있었다. 조제법을 역으로 분해해 알아냈으니 말이다. 다만 상대가 백초당인 게 달갑지 않았을 뿐이었다.양희지가 한숨을 쉬고는 마침 입장을 밝히려고 했는데 이때 회의실 문이 열렸다.문 앞에 선 염무현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표절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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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2화

“아니, 공 대표님, 지금 장난칠 분위기로 보입니까?”태로운은 당연히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어 다급하게 말했다.“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쉽게 번복할 수 있어요? 장난도 아니고...”공혜리가 진지한 얼굴로 또박또박 말했다.“여기까지 얘기하죠. 제가 방금 말한 대로 움직이세요.”태로운은 고집을 부리며 끝까지 따지려고 하자 기승호가 한발 앞서 그를 말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만 말하세요. 대표님 이러다가 정말 사람 자를지도 모릅니다. SJ그룹에서도 대표님이 사람 여럿 잘랐어요. 농담 아니에요. 부대표님은 물론이고 공 대표님의 심기를 계속 건드린다면 더 높은 직급에 계신 분들도 자를 수 있어요.”공혜리는 성격이 칼 같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사람은 허용할 수 없었다.양희지는 염무현이 괜한 일에 참견하는 것 같아 못마땅했다. 하지만 조윤미는 그런 염무현이 귀엽게만 느껴졌다. YH그룹의 편을 들어줬으니 말이다.양희지는 그녀와 달리 전혀 이에 고마워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곧바로 상황 파악을 하고는 생각을 정리했다.‘공혜리가 끝까지 싸우자고 주장했으니 이에 따른 여러 가지 손실은 당연히 혜리 그룹에서 책임져야 할 것이야.’양희지가 그 점을 빨리 깨달을 수 있었던 건 이유가 있었다.그녀는 염무현의 말 몇 마디로 태도가 완전히 뒤바뀐 공혜리 때문에 단단히 화가 났기 때문이다.양희지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도, 받아들이지도 못했다.“그럼 더 얘기할 것도 없네요. 재판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잘 생각해 보죠.”양희지가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미간을 구긴 채 말했다.“공 대표님,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재판에서 쓰일 자료도 준비해야죠.”“네, 조심히 가세요.”공혜리가 쿨하게 말했다.복도에서.양희지는 몇 걸음 빨리 가서 엘리베이터에 타려는 염무현을 쫓아갔다.“대표님, 같이 가요!”조윤미가 뒤에서 빠른 걸음을 걸으며 말했다.양희지가 한발 먼저 엘리베이터에 발을 내딛고는 고개를 돌린 후 말했다.“조 비서는 다른 것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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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3화

여씨 집안은 자식이 셋이었다. 여지윤은 그중 둘째 집안의 장녀였다.그녀는 어려서부터 어른들을 따라 의약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열네 살에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대에 합격했고 스물두 살에 박사학위까지 받아 국내 최연소 의학박사가 되었다.여러 형제자매 중에 여지윤은 자타공인 최고 천재였지만 백초당에서의 지위는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둘째 집안의 존재감도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이 모든 건 단지 여지윤이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어난 일이었다.옛날 사람들은 여전히 꽉 막힌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여자는 결국 시집가야 하기 때문에 중요한 자리를 물려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의도가 불순한 사람이 틈을 타 기회를 노리면 가족 기업이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갈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지윤 언니, 태로운이라는 분이 찾으신다고 합니다. 큰댁에서 혜리 그룹에 심어둔 스파이라고 하는데 언니가 재판에서 이길 수 있도록 최신 상황을 보고하러 왔답니다.”비서처럼 보이는 여자가 말했다.여지윤은 생각하지도 않고 대답했다.“안 본다고 그래!”“어쩌면... 만나보는 게 좋을 수도 있잖아요.”비서가 한 번 더 권했는데도 여지윤은 흔들리지 않았다.“볼 것도 없어. 무조건 이기는 재판이니까 법원에서 보자고 해. 이렇게 자질구레하게 몰래 만날 필요 없잖아.”“하지만 이러면 큰댁에서 안 좋아하실 텐데요.”비서가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여지윤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그 사람들이 좋아하든 안 하든 나랑 무슨 상관인데? 그리고 이 사람을 만난다고 해서 큰댁에서 나에게 눈길 한 번 더 줄 줄 알아?”당연히 아니었다.큰댁에서 발 걸고넘어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게 생각해야 할 판인데 말이다.그동안 여지윤을 향한 온갖 화살과 비난은 모두 가족에게서 온 것이었다.다른 가족 기업에서는 불화가 있어도 겉으로는 화목한 척하는데 여씨 집안에서는 그것마저도 사치였다.큰댁과 셋째 댁 두 집에서는 둘째 댁에 남자아이가 없다는 명목으로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둘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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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태로운은 씩씩거리며 호텔을 나서고는 다시 자기 차에 올라탔다.그는 오늘 큰 위험을 감수하고 여기까지 찾아온 것이다.그리고 그는 여씨 집안의 큰댁을 대표해 찾아왔는데 여지윤이 그를 만나주지 않으니 멸시를 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태로운은 배신자라는 죄명을 덮어쓰면서까지 팀을 이끌고는 혜리 그룹에 스파이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 노력이 인정을 받지 못하니 당연히 불쾌할 수밖에 없었다.‘내가 이 짓을 한 것도 백초당을 위해서, 여씨 집안을 위해서인데 감히 이런 나에게 무례하게 굴어? 어쩐지 백초당에서 여지윤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더라! 예의나 인간관계에 대한 기본을 모르니 그러니까 집안에서 그렇게 밉보이지.’태로운은 모든 일이 성공적으로 끝난 후 일등 공신의 신분으로 큰댁에 찾아가 여지윤을 호되게 고발하리라 마음먹었다.사람을 개처럼 깔보았으니 고생도 좀 해봐야지....회사로 돌아온 양희지는 이 재판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다.무엇보다 해결하기 어려운 건 바로 석연고 조제법의 출처였다.복제품이라 원본 연구 자료를 증거를 제시할 수 없기 때문에 원고 측에서 이 일을 돌파구로 삼으면 양희지는 입이 백 개라도 해명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그리고 제삼자를 참고했으나 그 존재를 증명할 수 없으니 판사는 당연히 거짓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어쩔 수 없이 양희지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고진성에게 전화해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당연히 그의 도움을 얻을 수 있길 바랐다.“알겠습니다.”고진성은 그 한마디를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양희지는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쓴웃음을 지었다.고진성은 공직자로서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 그가 어떻게 일개 민간 회사를 위해 증언을 하겠는가?하지만 고진성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이유는 염무현의 지시를 못 받았기 때문이다.“무현 님... 지금 상황이 이런데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고진성은 전화로 상황을 설명하면 예의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또 설명이 제대로 안 될 것 같아 아예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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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5화

“준휘 오빠, 정말 너무 고마워요.”양희지는 감동받았다.지난번에 그녀가 이렇게 감동받은 건 벌써 4년 전 일이었다.그때 염무현의 프러포즈로 그녀는 감격의 눈물까지 흘렸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그녀는 이미 과거를 깨끗하게 잊었다. 머릿속에는 온통 어떻게 해야 눈앞의 고비를 넘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또 이렇게 신세 지네요. 준휘 오빠, 혹시 백초당에서 아는 사람 있어요?”양희지의 물음에 김준휘가 바로 대답했다.“아는 사람 없어도 금방 친구를 만들 수 있어. 그게 뭐 대수라고. 백초당이라고 했지? 잘 기억했어. 우선 먼저 구체적인 상황을 얘기해 봐. 그래야 여씨 집안에서도 어떤 부류의 사람을 찾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결정할 수 있으니까.”‘여씨 집안’이라는 말에 양희지 마음속 희망의 불씨가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그녀는 재빨리 상황을 설명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김준휘의 미간은 점점 더 구겨졌다.특허를 표절하는 건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다.외국에서는 대기업조차 파산시킬 수 있는 엄중한 사항이었다.국내는 그렇게까지 심각하지는 않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사람들은 저작권에 대한 보호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그러니 상대가 확실한 증거를 입수했다면 대부분의 경우가 패소였다.게다가 백초당은 업계에서도 탑급 회사였다. 그들이 작정하고 고소를 진행했다는 건 양희지가 승소할 수 있는 가능성이 한 층 더 낮아진 것을 설명해 준다.그러니 사과하고 배상금을 무는 것 외에는 김준휘는 다른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준휘 오빠, 저는 도저히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요. 그러니 오빠만 믿겠어요.”양희지가 억울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저는 회사에 모든 심혈을 기울여 오늘날의 성과를 이룰 수 있었죠. 하지만 이 작은 일 하나 때문에 파산한다면 저 자신이 너무 비참해지지 않을까요?”난처해하던 김준휘는 끝내 그녀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알겠어. 나만 믿어 지금 바로 전화해서 사람 찾아볼게. 분명 중요한 순간에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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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6화

곧이어 재판이 열리는 날이 되었다.위풍당당한 법정 밖으로 차 두 대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공혜리가 먼저 차에서 내렸다.그녀는 몸매가 잘 드러나는 심플한 수트 차림이었다. 머리까지 높게 묶고 있어 세련되고 깔끔한 인상을 주었다.다음으로 차에서 내린 사람은 양희지였다. 롱 트렌치코트에 블랙 힐을 매치해 멋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두 사람은 짧게 눈을 맞춘 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호흡 척척 안으로 들어갔다.조윤미는 큰 사이즈의 서류 가방을 크로스로 메고 왔는데 그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다소 다운해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확실히 증거가 들어있는 건 아니었다.만약 가방 안에 증거가 들어있었다면 그 누구보다도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여줬을 텐데 말이다.법정 안, 원고 측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여지윤은 자리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강한 카리스마를 풍겼다. 심지어 그녀의 옆에 앉아있는 고급 변호사들마저도 그녀의 기에 눌린 듯했다.여지윤은 공혜리와 양희지를 발견했을 때 약간 멈칫했다. 두 사람에게서 자신의 젊은 시절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이번 재판은 쌍방을 적대 관계로 만들었지만 여지윤은 예사롭지 않은 두 후배를 먼저 찾아가 만나고 싶었다. 이러다가 서로 친해질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공혜리와 양희지도 여지윤을 주시했다. 그리고 한눈에 봐도 여지윤이 얼마나 강력한 라이벌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아무도 여지윤의 실제 나이를 몰랐다. 하지만 그녀가 겪어온 풍파는 공혜리와 양희지가 겪은 풍파를 합친 것보다 더 많았다.“아무래도 오늘 치열한 싸움이 펼쳐지겠는데요?”양희지가 감탄하면서 조윤미가 건네온 자료를 살피기 시작했다.공혜리가 심호흡을 하며 말했다.“그럼 한 번 제대로 싸워보죠!”양측의 전문 변호인단은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을 만들었다.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양희지는 김준휘에게 전화를 걸었다.“준휘 오빠, 곧 재판이 시작되는데 저를 도울 사람은 찾으셨나요?”전화기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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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7화

“그건 프라이버시입니다.”피고 측 변호사가 바로 입장을 밝혔다.이때 판사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조제법의 출처 문제는 이 사건에 매우 중요하므로 피고 측에서 대답해 주십시오.”양희지는 어쩔 수 없이 솔직하게 대답했다.“수비대의 고진성 씨입니다.”공혜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렇게 스스로 연구 개발했다며 강조하더니 고진성 할아버지에게서 얻은 조제법이었어?”원고 측 변호사가 말했다.“제삼자의 출석을 요청합니다.”“허락합니다.”판사가 말했다.“제삼자의 존재가 있다는 가정하에 원본 샘플은 어디서 났습니까? 우리 측에서는 원본 샘플의 현장 검사도 요청합니다.”변호사의 매서운 공격이 연이어 두 번 펼쳐졌다.“네, 그러죠.”양희지가 조윤미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조윤미는 얼마 남지 않은 연고를 들고 마지못해 여지윤에게 넘겼다.여지윤이 연고를 잡고 뚜껑을 여는 순간, 평온했던 그녀의 얼굴빛이 확 변했다.경악, 놀라움 등 여러 가지 감정들이 그녀의 얼굴에 나타났다.그녀는 연고를 꼼꼼히 살펴보고는 조심스럽게 냄새까지 맡았다. 애써 진정하려고 했지만 놀란 감정은 그녀의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이 연고, 어디에서 났어요?”여지윤이 직접 물었다.그녀가 직접 피고 측에 질문을 던진 것은 처음이었지만 그녀의 말 속도는 평소보다 훨씬 빨랐다.양희지가 대답했다.“고진성 씨께서 선물로 주셨습니다. 어디서 났는지는... 고진성 씨 본인만 아시겠죠.”이때 공혜리가 물었다.“여지윤 씨, 혹시 이 연고는 백초당의 연고입니까?”여지윤은 미간을 구기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요.”“백초당의 힐링 크림에 비하면 어때요?”공혜리가 또 물었다.여지윤은 조금 부끄러운 듯했지만 그래도 솔직히 대답했다.“하늘과 땅 차이가 나듯이 힐링 크림은 이 연고 앞에서 아무것도 아닙니다.”자신이 개발한 제품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부정하는 것을 보니 여지윤은 정직한 사람임이 분명했다.곧이어 고진성이 도착했다.양희지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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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8화

“그... 그게 무슨 소리예요?”여지윤은 사회에 초입한 소녀처럼 부끄러워하더니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다.평생 결혼을 하지 않은 그녀가 사모님이라 불렸는데도 화를 내지 않은 걸 보면 그녀가 얼마나 교양 있는 여자인지 보아낼 수 있었다.“제 사부님은 옥의 신이십니다. 정말 모르십니까?”염무현이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여지윤의 두 손은 걷잡을 수 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는 빛이 반짝였다.그녀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애써 가라앉히며 물었다.“그 사람의 제자라는 걸 어떻게 증명해요?”염무현은 가방에서 준비한 금바늘 세트를 꺼내 양손으로 여지윤 앞에 가져다 놓았다.여지윤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바늘 주머니를 열더니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러고는 마치 극도로 소중한 보물을 다루듯이 손끝으로 바늘 주머니를 쓸어보았다.“사부님께서 쪽지를 남겨주셨어요. 직접 사모님의 이름이 쓰인 쪽지였는데 너무 급하게 오느라 깜빡 잊고 안 챙겨왔네요. 보시겠으면 제가 다시 가지러 가겠습니다.”염무현은 염라대왕으로서 당연히 이런 실수를 저질렀을 리가 없다. 그 쪽지는 사실 바로 그의 바지 주머니 안에 있었다.그가 여지윤에게 거짓말을 했던 건 사부님과 사모님의 관계를 잘 몰랐기 때문이다.‘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을 뿐, 사생활에는 터치를 안 하는 걸까? 아니면 사부님이 여색을 밝히는 사람이라 여러 여자들 사이를 누비면서 그녀들에게 모두 비밀로 한 것일까?만약 후자라면 쪽지 하나에 사부님의 모든 것이 들통날 것이다.비록 그가 염무현을 종종 속이곤 했지만 염무현은 원칙 있는 사람이었다. 스승님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행동은 결코 허용하지 않았다.“괜찮아요. 사슴 가죽 바늘 주머니가 있는 걸 보니 그 사람의 제자가 맞네요.”여지윤이 고개를 들더니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이 금바늘 세트는 몇 대째 이어져 온 당신 사부님의 보물이었어요. 제자의 의술이 사부를 뛰어넘을 때만이 그 금바늘의 주인이 될 수 있죠.”“그래요? 사부님이 저에게는 그런 말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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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9화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름다운 사모님을 놔두고 떠나다니, 드라마에서 나오는 나쁜 남자네.“그 사람, 불치병에 걸렸어.”여지윤이 설명했다.뭐라고?염무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옥의 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대단한 기술이 바로 의술이었다.염무현처럼 훌륭한 제자도 가르쳤는데 자신의 병을 치료할 수 없다니?여지윤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장난치는 거 아니야. 그 불치병은 젊은 시절부터 시작되었어. 시간이 지나면서 증세가 점점 더 심해졌지. 그 사람이 의술을 익히 알고 있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오래 살지도 못했을 거야.”“그렇군요. 그런데 사부님께서 잘도 숨기셨군요. 제가 오랫동안 옆에서 의술을 공부했는데도 전혀 알아채지 못했으니 말이에요.”염무현은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불치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옥의 신이 될 수 있었다니. 그는 실로 대단한 사람이었다.“그래, 고집이 너무 세서 문제지.”여지윤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을 이어갔다.“우리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아무도 없는 곳으로 숨은 게 아닐까? 그러면 딱 설명이 되었다.사부님은 귀찮아서 도망간 것이 아닌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었다.“마지막 순간에 무현 씨처럼 훌륭한 제자를 찾았으니 마음이 얼마나 뿌듯했겠어?”여지윤은 그처럼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마음이 씁쓸하기도 했다.물론 염무현에게 한 칭찬은 모두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었다.옥연고가 바로 그 증거였다.사실 힐링 크림의 주인은 여지윤이 아닌 옥의 신이었다. 그가 젊었을 때 만들어낸 옥연고는 효과가 별로여서 나중에는 헌신짝처럼 버려졌다.여지윤은 쓰레기를 정리하던 중 힐링 크림의 조제법을 발견했는데 조금의 개량을 거쳐 완제품을 만들었다.여지윤의 아버지는 이를 발견한 후 재빨리 딸의 이름으로 특허출원을 낸 것이다.힐링 크림은 리프팅 효과가 있다지만 여지윤의 요구에는 훨씬 못 미쳤다. 그래서 그녀는 힐링 크림을 단 한 번도 중요시하게 생각한 적 없었다.그래서인지 가족이 힐링 크림을 제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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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0화

“칠요보연.”“현염초.”“그리고 진원천정이 필요해.”여지윤이 약초의 이름을 하나씩 말할 때마다 염무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세 가지 약초는 모두 천재지보급이라 돈을 주고도 못 사는 경우가 대다수였다.백년 산삼은 드물긴 하지만 높은 가격만 지불한다면 충분히 구할 수 있었다.다른 곳에 가서 찾을 필요도 없었다. 특히 백초당 같은 스케일의 제약 회사 약재 창고에도 백년 산삼이 100개 이상이 보관되어 있을 텐데 말이다.일반인에게는 백년 산삼도 쉽게 구할 수 없는 대단한 약재이다. 하지만 진정한 천재지보에 비하면 겸상조차 할 수 없는 하찮은 존재였다.여지윤은 백초당의 후계자로서 당연히 약재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런 그녀조차 구하기 힘들어하는 약재이니 그 희소성은 말할 것도 없었다.사실 염라대왕이라 불리는 염무현도 이 약재들은 의학 서적에서나 보던 이름일 뿐이었다.아마 그의 사부인 옥의 신도 세 가지 약재의 실물을 본 적이 없을 것이다.꼭 필요한 약재가 부족하니 다른 수를 써봐도 소용이 없었다.여지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그 세 가지 약재를 구해보려고 했으나 매번 실패했다.여지윤의 기분이 가라앉은 걸 발견한 염무현은 웃으면서 말했다.“사모님, 걱정하지 마시고 모든 걸 저에게 맡기세요.”“방법이 있는 거야?”여지윤의 얼굴색이 조금 밝아졌다.염무현이 고개를 끄덕였다.“아마도요. 다만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아요.”“그거야 당연히 기다릴 수 있지. 그 사람의 병이 위독한 건 맞지만 죽을 문턱에 이른 건 아니라고.”여지윤은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의술을 익히 알고 있으니 그래도 스스로 병세를 조절할 수 있는 것 같더라고.”염무현은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구하기 어려운 약재들이었으나 찾을 수만 있다면 그는 반드시 손에 넣을 방법이 있었다.여지윤은 자신이 조금 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마음을 진정시킨 후 다시 염무현에게 물었다.“무현 씨는 오늘 여기에 왜 온 거야? 오늘 사건이랑 관련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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