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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최강 이혼남의 모든 챕터: 챕터 301 - 챕터 310

1059 챕터

제301화

“또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니는 거야! 나처럼 대단한 사람이 어찌 이런 자식을 낳았지? 지금 당장 회사로 돌아오지 못해? 할 말 있어.”휴대폰 너머로 중년 남성의 우렁찬 호통 소리가 들려왔다.박동하는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아빠, 오늘 주말이에요.”“이제 우리도 도씨 가문이라는 큰 배에 탑승하고 금원 그룹과 협력관계를 맺는 중요한 순간에 접어들었는데 주말이 웬 말이냐? 그게 사업보다 더 중요해? 너 지금 나이가 몇인 줄 알아? 우선순위도 구분 못 하고 말이야! 주말 하루 안 쉰다고 죽는 건 아니잖아?”결국 박동하는 마지못해 대답했다.“알았어요. 금방 갈게요.”그리고 위층을 흘긋 바라보며 속으로 몰래 생각했다.‘염무현 두고 봐! 언젠간 널 완전히 짓밟아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할 테니까. 이번에는 운이 좋은 줄 알아. 하느님은 항상 네 편이라는 착각은 버리는 게 좋을 거야.’그가 떠나자마자 고서은이 임원들의 안내를 받아 부랴부랴 달려왔다.그동안 몸이 안 좋은 그녀는 남편인 진경태의 사업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나중에 완치되고 나서 허구한 날 집에만 있는 게 지루하기도 했고, 이러다 정말 사회 경력이 단절될까 봐 걱정했다. 때마침 아직 임신하기 전이라 진경태에게 일하고 싶다고 했다.애처가로 소문이 자자한 진경태는 통 크게 밀리언 쇼핑몰을 고서은의 명의로 바꾸어주었다.즉, 회장이자 총지배인 자리에 그녀를 앉혔다.오늘은 고서은이 출근한 지 3일째 되는 날이기에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정시에 출근했다.그러나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직원이 찾아와서 슈프림 블랙 카드를 소지한 염씨 성을 가진 고객이 한 브랜드 매장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했다.슈프림 블랙 카드? 염씨라니?이에 고서은은 속이 바질바질 타들어 갔다.염씨는 워낙 흔한 성이 아니라 그녀와 오빠를 살려준 생명의 은인 무현 님이 확실했다.‘이런!’고서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회의실을 박차고 나갔다.다른 사람도 이를 보자 급히 따라나섰다. 사실 진경태의 아내 분을 지켜주는 게 그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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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여점장은 어리둥절했다.사실 그녀는 연고지 덕분에 이곳에서 점장을 하게 되었다.그녀가 전근 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미 많은 사람의 비난을 받고 있었다.다들 능력이 부족하다는 둥, 성격과 인품이 문제 있다는 둥 하면서 매장을 운영하기에 부적합하다고 했다.결국에는 그녀의 불륜남이 나서서 모두의 주장을 묵살하고 상사 앞에서 자신만만하게 맹세하는 바람에 마침내 뜻을 이루게 된 것이다.그런데 지금 사고를 치다니!자신이 저지른 일 때문에 브랜드 자체가 퇴출당할 위기에 놓였다.이렇게 큰 실수를 저질렀으니 본인만 망하는 게 아니라 뒤를 봐주던 불륜남도 덩달아 큰코다칠 게 뻔했다.그녀의 머릿속에는 이미 자신을 손가락질하며 거친 욕설은 물론 심지어 주먹과 발길질마저 마다하지 않는 불륜남의 모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아마 맞아 죽어도 모르겠지?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 갔다. 무려 한 쇼핑몰의 오너라는 분이 왜 평범하기 그지없는 젊은이에게 이처럼 공손한 태도로 대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쿵! 덜컹!얼마 지나지 않아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자랑하던 매장이 산산조각이 나고 엉망진창이 되었다.고서은은 줄곧 전전긍긍하며 몰래 염무현의 표정 변화를 관찰했지만 아무것도 보아내지 못했다.이에 그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동안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면에서 남편과 오빠가 단연 1순위라고 여겼으나 눈앞의 무현 님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소꿉장난에 불과했다.미세한 표정을 통해 그의 속마음을 알아내는 건 하늘의 별 따기였다.두 손 두 발을 든 고서은은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무현 님과 벌어진 사이를 회복하여 오늘 일어난 일을 무사히 넘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무현 님, 아니면 제가 예원 씨를 데리고 쇼핑하는 건 어때요? 매장 위치도 익숙하고 여자의 취향도 잘 아는 지라 정확한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거예요.”고서은이 먼저 나서서 우예원의 팔짱을 끼더니 다정한 포즈로 염무현에게 제안했다.역시 초대 어둠의 세계에서 왕이라 불리는 자인 진경태의 아내이자 수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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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사람을 대하는 데 아직 서툰 우예원은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는지라 순간 얼굴이 빨개지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서은 언니야말로 미인이세요. 저는 비교 대상조차 안 되는걸요.”“예원 양은 아직 젊잖아.”고서은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꽃다운 나이에 외모도 얼마나 청순하고 예쁜지, 아주 부러워 죽겠다니까? 여자의 가장 큰 재산이 바로 젊음이야. 언니는 이미 나이가 들어서 파릇파릇한 젊은이는 따라가지도 못해.”우예원의 얼굴이 점점 달아올랐다.“너무 겸손하시네요. 미인은 세월도 비껴간다는데, 게다가 언니도 나이가 많지 않잖아요.”“예원 양은 어쩌면 말도 이렇게 예쁘게 하지? 아주 마음에 쏙 드네! 동생이랑 딱 어울리는 옷으로 골라줄 테니까 이따가 나만 믿어.”고서은이 동행한 이후로 매장 직원들은 유난히 친절하게 대했다.그녀의 조언에 따라 우예원은 마음에 드는 옷을 빠르게 골랐고,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대폭 축소했다.또한, 같이 다니는 내내 고서은은 두 사람의 관계를 염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워낙 눈치 빠른 탓에 우예원이 염무현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단번에 간파했고, 어렸을 때는 동경일지언정 성인이 된 지금은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 게 분명했다.‘혜리야, 너한테 아주 강력한 라이벌이 생겼는걸?’한편, 저 멀리 떨어진 고씨 저택.“에취!”베란다에서 책을 읽던 공혜리는 불길한 예감이라도 들었는지 대뜸 재채기했다.이내 백옥처럼 하얗고 가냘픈 손으로 코를 만지작거리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누가 내 나쁜 말이라도 하나?”이때, 공규석이 거실에서 걸어오더니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혜리야, 주말인데 어디 놀러 가지? 여자애가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어떡해?”노파심에 걱정하는 아버지의 어조에는 안쓰러움이 묻어 있었고, 염무현을 찾아가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밖에 놀 것도 없어요, 뭐.”공혜리가 고개도 들지 않고 말하자 공규석은 속이 바질바질 타들어 갔다. 어리석은 딸아이 같으니라고, 외모만 멀쩡하면 뭐 하나? 지능은 물론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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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월요일.SJ 그룹 로고가 새겨진 차량이 공항에서 일제히 떠나 혜리 그룹으로 향했다.가운데 있는 차량의 뒷좌석에 한 젊은 남자가 기고만장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30대 중반으로 보이는 그는 두 눈에 자신감이 흘러넘쳤고, 창밖에 시선을 돌리는 찰나 눈빛이 경멸이 가득했다.“부대표님, 승진 축하합니다.”조수석에 있던 사람이 몸을 돌려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아첨하기 바빴다.“혜리 그룹의 영업팀을 손에 넣었을뿐더러 부대표 자리까지 꿰차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젊은 남자의 이름은 태로운이며, 예전에는 1등 뷰티 기업 백초당의 팀장으로 판매업의 귀재로 불렸다.게다가 그는 아주 드물게 응용화학과 출신이었다.또한, 박사 학위도 가졌는지라 전공과 영업 면에서 모두 특출난 재능을 지닌 인재에 속했다.차량 행렬을 이룬 사람들은 전부 그가 직접 키운 팀이며, 그동안 라이벌을 휩쓸어 업계 내에서 기적을 창조했다.공혜리는 태로운의 팀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후한 연봉과 조건을 제시했을뿐더러 부대표 직함까지 선뜻 내주면서 꽤 많은 투자를 했다.“그게 뭐 어때서?”태로운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더니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비서가 계속해서 알랑거렸다.“부대표님의 능력으로는 응당 누려야 할 권리이죠. 혜리 그룹이 업계 10위권 기업이라고는 하지만 서해시 같은 작은 도시가 어찌 대도시랑 비교가 되겠어요? 귀하신 몸으로 이렇게 누추한 곳까지 오셨는데 자비를 베푼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체면을 세워준 셈이니 그쪽에서 얼마나 좋아하겠어요?”태로운의 입꼬리가 점점 더 높이 올라갔다.“상대방이 성의를 보여준 건 사실이야. 물론 내가 이직하기로 마음먹은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해.”“그나저나 공 대표의 미모가 예술이던데 부대표님이랑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선남선녀의 만남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고 할 수 있죠.”비서의 얼굴에 곧바로 음흉한 미소가 떠올랐다.“부대표님, 혹시 이번에 일과 사랑을 모두 쟁취할 생각인가요?”“안 될 건 없지.”태로운이 비열하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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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거기, 그리고 당신!”태로운의 비서 기승호가 두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둘이 우선 전체 팀원의 커피부터 준비해. 다들 뭘 마실지 파악하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 실수는 금물이야. 이것 또한 업무의 일종이니까 앞으로 출근하자마자 팀원들에게 커피부터 대령해. 알겠지?”사람들은 비아냥거리는 눈빛으로 염무현과 우예원을 바라보았다.보통 사회 초년생을 대할 때 쓰는 방법이지만, 지금은 정작 본인들이 신입사원인데도 두 명의 고참 직원을 부려 먹고 있었다.목적은 명확했고, 바로 결코 쉬운 상대는 아니니 얌전히 기어라는 점을 확실하게 하기 위함일 뿐 다른 뜻은 없었다.물론 이건 애피타이저에 불과했고, 진정한 골탕 먹이기 작전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우예원은 무의식중에 일어서려고 했다. 어쨌거나 업계에서 명성을 떨친 팀으로서 아직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게다가 오늘 막 도착했으니 손님으로서 대접받는 건 당연하지 않겠는가?“예원아, 앉아 있어.”염무현은 남을 부려 먹는 인간을 제일 싫어했다.“커피 마시고 싶은 장본인이 직접 내려 먹어야지. 물론 대신 챙겨주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굳이 말릴 생각은 없거든? 그리고 당신이 태로운의 비서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인데 왜 우리한테 떠넘기지?”쾅!기승호가 테이블을 내리치며 두 눈을 부릅떴다.“감히 어디서 말대꾸야? 커피 내려달라고 한 것도 다 그쪽을 생각해서 그런 거야. 모두에게 잘 보일 기회를 주는 건데 내 호의를 발로 걷어차? 대체 뭐가 그리 잘났지? 오늘 우리 커피를 반드시 준비하도록 해. 만약 거절이라도 한다면 인사팀에 연락해 널 해고하라고 할 테니까! 고작 직원 주제에 널 가만히 놔둘 것 같아?”화가 잔뜩 난 기승호를 보자 우예원은 갑자기 얼어붙은 분위기에 서둘러 일어났다.“실장님, 우선 진정하세요. 제가 커피 내려드릴게요.”“안 돼!”기승호는 딱 잘라 거절하며 일부러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어찌 미인에게 이런 막일을 시키겠어? 행여나 뜨거운 물에 손이라도 데면 다들 걱정할 테니까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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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커피는 무슨! 커피가 그렇게 좋아? 안 마시면 일도 못 해? 평소에 야근 좀 했다고 버릇 든 거야?”비록 겉보기에 부하 직원을 혼내는 듯싶었지만 실상은 자기 사람이 곤경을 벗어나도록 챙겨주는 셈이었다.“지금 커피를 몇 잔 내려야 하는지 알아? 괜한 시간을 허비한다는 생각은 안 들어? 고작 커피 심부름이나 하라고 회사에서 돈을 주고 직원을 고용했을 것 같아? 앞으로 시켜 먹어, 계산은 내가 할 테니까.”다시 말해서 커피는 마시겠다는 뜻이고, 다만 방식이 바뀌었을 뿐이다.통상적으로 대표라면 그들이 입사 첫날이라는 점을 봐서라도 한 발자국 물러서기 마련이라 커피 머신을 치우는 건 말도 안 되었다.만약 진짜라면 태로운은 물론 영업팀의 망신이지 않은가?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생각이 똑같았다.하지만 다음 순간 다들 넋을 잃고 말았다.“멍하니 서서 뭐 하죠? 얼른 커피 머신 안 빼요?”공혜리는 인정사정 따위 없이 말했다.그리고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직원 두 명이 커피 머신을 들고 나갔다.이에 한 방 먹은 태로운은 두 눈에 분노가 이글이글 타올랐다. 하지만 화를 꾹꾹 눌러 담으며 속으로 여자랑 실랑이해봤자 뭐 하겠냐고 스스로 달래주었다.이게 바로 현실이다. 약자한테 강하기 마련이고, 강자를 만나면 물러설 수밖에 없다.연봉을 많이 주고 스카우트 해오면 어떠한가?돈을 달라는 대로 꼬박꼬박 챙겨주는데 굳이 비위까지 맞춰줄 필요가 있겠는가?그녀는 일할 직원이 필요한 거지, 권세만 믿고 남을 업신여기는 사람은 원치 않았다.“입사하자마자 기선 제압해서 주권을 선포하려고 급급한 것 같은데...”공혜리는 어두운 안색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다들 똑똑히 들었으면 좋겠어요. 이 회사의 대표는 저예요! 기선제압 하고 싶어도 제가 해야지, 일개 직원이 웬 말이죠? 매니저님의 능력은 믿어 의심치 않고 팀원들의 의견도 존중하지만 어디 까지나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운 법이죠. 이미 입사한 이상 회사 규정과 단체 생활에 복종할 각오는 해야죠. 아니면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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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알겠어?”태로운은 계속해서 비서한테 화풀이했다.기승호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빨리빨리 안 움직여? 너 때문에 다들 커피도 못 마시게 생겼잖아. 얼른 휴대폰 어플로 주문해.”태로운은 씩씩거리며 뒤돌아서 떠났다.기승호는 마치 억울한 며느리처럼 마지못해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태로운의 성격을 봐서는 오늘 커피값은 청구하기는커녕 자신이 내야 할 듯싶었다.이 많은 사람이 한 잔씩 시켜도 메뉴마저 다양한지라 몇십만 원은 쉽게 깨지지 않겠는가?애간장이 타들어 가는 기승호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휴대폰으로 주문했다.그리고 결제하기 직전 갑자기 잔머리가 발동해 일부러 하나를 빼고 다시 장바구니에 담았다.곧이어 배달 기사가 몇십 잔의 커피를 들고 헐레벌떡 도착했다.“여러분, 커피 마셔요. 여러 가지 메뉴가 있으니까 먹고 싶은 거로 골라요.”사람들도 사양하지 않고 하나둘씩 찾아가더니 금세 두 잔만 남았다.기승호는 남은 음료수 중에서 한 잔은 자기 자리에 놓았고, 나머지 한 잔을 들고 싱글벙글 웃으며 우예원을 향해 다가갔다.“예원 씨 맞지? 자네 이력서를 봤는데 말이야, 인턴에서 정직원이 된 케이스더라고. 애 많이 썼을 텐데, 열심히 노력하는 타입인 것 같군. 이거 마셔. 복숭아 티 크림 라떼야, 여자들의 입맛에 딱이라고 들었어. 한 입 맛 보면 온종일 기분이 좋을 거라 일할 때도 의욕이 넘칠 거야.”물론 그는 미인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더욱 음흉한 목적이 있었다.그건 바로 편을 나눠 염무현을 고립시키는 것이다.우예원이 커피를 받아들이는 순간 태로운 진영에 합류하는 것을 뜻하므로 염무현은 외톨이 신세가 될 게 뻔했다.다들 커피 한 잔씩 있는데 염무현만 없다니,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찌 모르겠는가?아까 괜히 말대꾸해서 상사에게 한 소리 듣고도 돈까지 날렸으니 본때를 보여주기로 마음먹었다.그는 우예원처럼 똑똑한 여자라면 올바른 선택을 하리라 굳게 믿었다.“미안한데 저 커피 안 마셔요.”우예원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딱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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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기승호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염무현과 우예원은 굳이 톤을 낮추지 않았기에 다른 사람도 똑똑히 들었다.이렇게 대놓고 무시하다니? 한판 뜨자는 건가? 정말 해도 해도 너무했다.우예원이 커피를 거절해서 체면이 구긴 건 사실이지만, 창피할 정도는 아니었다.여자인 점을 고려하여 친하지 않은 사람이 건네준 음료수를 사양하는 건 자신을 보호할 줄 아는 처신으로 간주하여 예의가 없기는커녕 오히려 칭찬받아 마땅했다.그러나 눈 깜짝할 사이에 커피를 좋아한다고 할 줄이야!심지어 같은 카페에 동일한 메뉴이지 않은가? 일부러 그를 골탕 먹이려고 작정한 듯싶었다.기승호는 자리로 돌아가 씩씩거리며 커피를 휴지통에 버리며 불쾌함을 내비치려고 일부러 큰 소리를 냈다.그러나 염무현과 우예원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본인이 화가 나면 났지, 그게 남이랑 무슨 상관이람?“젠장!”기승호는 도무지 분노를 가라앉힐 방법이 없어 곧장 태로운을 찾아가 고자질했다.“감히 꼼수를 부려? 하지만 우리 예상을 빗나가서 그렇지 뭐 그리 대수라고.”태로운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어차피 망신당한 사람은 본인이 아니라 당연히 마음에 담아두지도 않았다.무려 부대표라는 사람이 체통 없이 고작 일개 직원을 찾아가 귀찮게 굴겠냐는 말이다.체면이 깎이게 어찌 그런 짓을 하겠는가?“그러나 이대로 넘어가는 순간 우리가 만만하다고 생각할 텐데 나중에 점점 더 관리하기 힘들지도 몰라요.”기승호가 부루퉁한 얼굴로 반박하자 태로운이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었다.“영업팀에서는 우리가 왕이야. 고작 직원 두 명이 무슨 반란을 일으킨다고? 별 보잘것없는 사람을 혼내려다가 일을 키워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터지면 우리의 목적을 이루는 데 영향 줄 수도 있으니 득보다 실이 많지 않겠어? 만약 도무지 화가 안 풀린다면 일이나 왕창 몰아주고 소처럼 부려 먹어. 별것도 아닌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해?”기승호는 그제야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어요.”오후가 되자 업무 환경을 어느 정도 파악한 그는 금세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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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거절은 꿈도 꾸지 않은 게 좋아질 테니까.“날 이미 조사했으니 굳이 출퇴근 안 하고 아무 때나 자리를 비우거나 회사를 떠나도 된다는 건 알고 있겠지?”염무현은 기승호가 보복하려고 일부러 트집 잡는 의도를 단번에 눈치채고는 순순히 봐줄 생각이 없었다.“그러니까 미안한데 그쪽이 시킨 일은 못 해.”“무슨 헛소리야? 직원이 출퇴근 안 해도 된다는 소리는 태어나서 처음 들어. 거짓말도 그럴싸하게 해야지.”기승호는 화가 난 듯 두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지금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다고 무시하는 건가?그가 직장에서 온갖 고초를 겪을 때 대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학생 주제에!“서류 뭉치를 내려놓는 순간 난 바로 퇴근할 거야. 어디 사실인지 아닌지 직접 확인해 보던가.”염무현이 되받아치자 기승호는 분노가 끓어올랐다.“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여 봐! 무단결근으로 처리할 테니까. 상사 말을 귓등으로 듣는 무례한 직원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로 잘리고 싶어?”“실장님한테 그럴 권리는 없을 텐데?”이때, 하지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오피스 룩 차림의 그녀는 글래머한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냈고,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어 프로패셔널한 느낌을 물씬 풍겼다.검은색 스타킹을 신은 늘씬한 두 다리, 그리고 아찔한 하이힐이 움직일 때마다 또각거리는 소리를 냈다.“당신은 또 누구지?”기승호가 두 눈을 부릅떴다.하지연이 자기소개했다.“인사팀 팀장 하지연, 하 팀장이라고 부르시면 돼요.”뭐?기승호의 화가 금세 누그러졌다.이렇게 젊고 예쁜 여자가 기껏해야 입사한 지 1~2년 정도 돼 보이는데 벌써 한 부서의 팀장 자리까지 꿰차다니?그는 제멋대로 하지연이 공 대표의 지인 혹은 절친 아니면 동창이라고 추측했다.어쨌거나 제일 친한 사이라서 인사팀이라는 중요한 부서를 맡겼을 테니까.“하 팀장님이요? 이런 실례를...”기승호는 황급히 미소를 쥐어 짜냈다.반면, 하지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출퇴근이 필요 없는 건 무현 씨의 특권이죠. 실장님뿐만 아니라 부대표님마저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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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공혜리는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그러나 태로운의 말이 사실이라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동안 공규석이 맹독에 중독되어 비상시기에 임명받아 SJ그룹을 인수 받는 바람에 정작 혜리 그룹은 크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또한, 영업팀은 도명철 같은 바람둥이의 관리하에 실적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나중에 팀 전체를 빼앗겼으니 판매 데이터가 끔찍한 건 필연적인 결과였다.전반적으로 볼 때 SJ그룹은 흑자인지라 그녀도 혜리 그룹의 위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사실 염무현만 아니었다면 회사에 나오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물론 이는 모두에게 비밀이며, 티를 내도 안 되었다. 아니면 직원들이 불안해할지도 모른다.“부대표님의 걱정도 이해는 갑니다. 제 개인적인 부주의로 인해 회사가 이 지경이 된 건 사실이죠. 여러분이 지켜보는 앞에서 깊이 뉘우치도록 할게요.”공혜리는 책임을 회피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본인이 저지른 일은 흔쾌히 인정하는 편이다.“하지만 다들 걱정하지 마세요. 회사에서 신제품 개발을 착수하고 있는데 이미 인체 실험 단계까지 진입한지라 출시할 날이 머지않았어요. 그때가 되면 없어서 못 살 테니까 판매 부진을 만회할 거예요.”공혜리는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비서한테 석연고 샘플을 몇 개 가져다 달라고 했다.“여러분, 이게 바로 샘플입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연고는 흉터 제거, 미백 그리고 피부 보습까지 3가지 효능을 가질뿐더러 여러 실험 수치도 표준치를 훨씬 능가하여 타 브랜드 제품은 비교조차 안 되죠. 즉, 회사의 미래와 전망은 아주 밝을 테니까 다들 안심하세요. 여러분들이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 향후의 발전에 대해 걱정이 될 수는 있지만, 대표라는 자리를 걸고 절대로 실망시켜 드리지 않으리라 약속할게요.”우예원이 석연고를 집어 들어 뚜껑을 여는 순간 상큼한 향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단번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냄새만 하더라도 화학성 향료와 비교할 바가 안 되었다.이때, 염무현이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이 냄새는 옥연고의 미완성 버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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