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너무 쉽게 동의하면 우리를 만만하게 보고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질지도 몰라요.”조윤미의 우려도 나름대로 이해는 갔다.협력 관계에서 한쪽이 압도적으로 우세를 차지하면 상대적으로 약한 측은 동네북이 될 가능성이 컸고, 매사에 끌려다닐 게 뻔했다.“동의 안 하면 어떡할 건데?”양희지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중요한 시기에 접어든 만큼 무엇보다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해. 고작 이런 사소한 문제로 갈등이 생겨서 신제품 출시에 영향을 미치면 더 손해이지 않아? 이번에는 내가 개인적으로 공혜리의 체면을 살려준 셈 치고, 다음에 또 비슷한 일이 생기면 절대로 들어주지 않을 거야.”조윤미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네, 저희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좀 더 강인한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리버타운 아파트 입구.우예원과 같이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온 염무현은 대문 앞에 주차된 클리넌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옮겼다.차 문이 열리자 베이지색 트렌치코트에 하이힐을 신은 공혜리가 내렸고, 늘씬한 몸매가 더욱 부각되었다.제 자리에 우뚝 멈춰선 우예원의 얼굴에 위기감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여긴 왜 왔죠?”염무현이 물었다.공혜리는 차에서 예쁘게 포장된 선물 상자를 꺼내더니 환하게 웃었다.“무현 님이 캔버스로 된 가방에 침을 넣고 다니는 걸 몇 번 봤는데... 어제 쇼핑하면서 왠지 잘 어울릴 것 같은 가방을 찾아서 실례를 무릅쓰고 선물로 드리려고 찾아왔어요.”정성껏 포장한 선물 상자와 유난히 눈에 띄는 황금색 마크만 보더라도 결코 싼 물건이 아니라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명절도 아니고, 갑자기 웬 선물이죠?”염무현이 웃으며 물었다.공혜리의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더니 표정도 점점 어색하게 변했다.“선물도 명분이 있어야 하는 건가요? 전 단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혹시 제가 너무 뜬금없었나요? 아니면 마음에 안 드시나요?”지금의 그녀는 커리어 우먼으로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눈을 씻고도 찾아보기 힘들었고,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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