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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1화

공혜리가 웃으면서 말했다.“역시나 프로답게 많은 걸 고민한 흔적이 느껴지네요. 부대표님께서 말한 사항들은 저희도 똑같이 걱정했는지라 각종 특허를 이미 신청 중이에요. 제품이 출시하기 전에 승인받을 거예요.”태로운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다시 물었다.“특허는 혜리 그룹 소유인가요? 아니면 다른 협력사가 있나요?”그는 또 다른 프로페셔널한 질문을 던졌다.“협력사가 있어요. 특허는 상대방의 소유이고, 저희가 사용권을 확보하는 거죠. 즉, 쌍방이 공유한다고 보면 돼요.”공혜리가 대답했다.태로운은 여전히 눈살을 찌푸린 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그렇다면 조제법을 알아내서 저희가 보관하는 게 더 안전할 것 같은데...”“꼭 그럴 필요까지 있어요?”이번에는 공혜리도 얼굴을 찡그렸다.태로운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당연하죠.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잖아요. 만약 협력사에서 특허를 가지고 문제를 일으켜 우리의 목을 조르면 어떡하죠? 그리고 상대방이 특허를 담보로 대출받거나 사채를 쓸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해요. 모두 존재 가능한 리스크이지만 우리에겐 치명적이라 일단 일이 터지는 순간 결코 통제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를 거예요. 물론 비슷한 사례도 있었고, 한 기업을 골머리 앓게 하는 건 물론이고 나중에는 폭삭 망할지도 몰라요.”다른 사람들도 이에 동조하며 관련 사례를 일일이 언급했다.공혜리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양희지가 한때 납품 지연할 뻔한 적이 있지 않은가? 이는 사업을 하면서 절대로 금기시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무현 님만 아니었다면 그녀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줄 생각이 아예 없었다.태로운의 말을 듣고 보니 뭔가 조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윤정 씨, 지금 협력사한테 연락해서 우리가 조제법을 보관하겠다고 해. 만약 싫다고 하면 합작 방식을 변경하는 것도 고려하겠다고 전해.”공혜리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허윤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통화하러 밖으로 나갔다.잠시 후 다시 돌아온 그녀의 표정에서 협상 과정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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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2화

“하지만 너무 쉽게 동의하면 우리를 만만하게 보고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질지도 몰라요.”조윤미의 우려도 나름대로 이해는 갔다.협력 관계에서 한쪽이 압도적으로 우세를 차지하면 상대적으로 약한 측은 동네북이 될 가능성이 컸고, 매사에 끌려다닐 게 뻔했다.“동의 안 하면 어떡할 건데?”양희지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중요한 시기에 접어든 만큼 무엇보다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해. 고작 이런 사소한 문제로 갈등이 생겨서 신제품 출시에 영향을 미치면 더 손해이지 않아? 이번에는 내가 개인적으로 공혜리의 체면을 살려준 셈 치고, 다음에 또 비슷한 일이 생기면 절대로 들어주지 않을 거야.”조윤미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네, 저희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좀 더 강인한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리버타운 아파트 입구.우예원과 같이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온 염무현은 대문 앞에 주차된 클리넌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옮겼다.차 문이 열리자 베이지색 트렌치코트에 하이힐을 신은 공혜리가 내렸고, 늘씬한 몸매가 더욱 부각되었다.제 자리에 우뚝 멈춰선 우예원의 얼굴에 위기감이 언뜻 스쳐 지나갔다.“여긴 왜 왔죠?”염무현이 물었다.공혜리는 차에서 예쁘게 포장된 선물 상자를 꺼내더니 환하게 웃었다.“무현 님이 캔버스로 된 가방에 침을 넣고 다니는 걸 몇 번 봤는데... 어제 쇼핑하면서 왠지 잘 어울릴 것 같은 가방을 찾아서 실례를 무릅쓰고 선물로 드리려고 찾아왔어요.”정성껏 포장한 선물 상자와 유난히 눈에 띄는 황금색 마크만 보더라도 결코 싼 물건이 아니라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명절도 아니고, 갑자기 웬 선물이죠?”염무현이 웃으며 물었다.공혜리의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더니 표정도 점점 어색하게 변했다.“선물도 명분이 있어야 하는 건가요? 전 단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혹시 제가 너무 뜬금없었나요? 아니면 마음에 안 드시나요?”지금의 그녀는 커리어 우먼으로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눈을 씻고도 찾아보기 힘들었고,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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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어쨌거나 우예원은 혜리 그룹의 직원이지 않은가?대표로서 직원과 같은 자리에 앉아 식사하는 건 어색하기 마련이다.“그럼 어쩔 수 없네요. 나중에 시간 날 때 공 회장 한 번 모시고 차 한잔하시죠.”염무현이 웃으며 말했다.공혜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꼭이요.”이내 도망치듯 차에 올라탔고, 차마 우예원을 쳐다보지도 못했다.차가 출발하자 우예원이 재빨리 다가왔다.“대표님이 뭘 선물했는데? 꽤 비싸 보이네?”“가방이야. 사실 나한테 비싼 건 중요하지 않아. 쓸 수 있으면 되거든.”염무현이 무심하게 웃었다.현재 그의 신분과 지위에서 한마디만 하면 전 세계 명품 브랜드에서 앞다투어 매장 물건을 공짜로 보내줄 것이다.게다가 전부 가죽 장인이 한땀 한땀 만든 물건이기도 했다.우예원은 입을 삐죽였다. 사실 그녀도 염무현이 낡은 가방을 쓰는 게 눈에 거슬려서 새로 사서 주고 싶었다.어제 쇼핑할 때 일부러 남자 가방 코너를 훑어보기도 하지 않았는가?하지만 고서은이 같이 있는 탓에 티를 낼 수 없어서 나중에 시간 날 때 혼자 돌아보기로 했다.그런데 공혜리가 먼저 선수 칠 줄이야!우예원은 화가 살짝 났다.일찌감치 무현 오빠랑 화해했더라면 공혜리보다 먼저 선물할 기회가 있었을 텐데.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때는 이미 늦었다.“오빠, 대표님이랑 친해?”우예원이 묻자 염무혐이 어깨를 으쓱했다.“그럭저럭? 너도 만난 적이 있잖아. 사실 공 대표 아버지랑 좀 더 친하긴 하지만.”“그래?”우예원은 서운한 기색이 역력했다.공혜리가 선뜻 나서서 염무현의 편을 들어주던 모습만 떠올리면 알 수 없는 위기감에 잠식당할 듯싶었다.그나마 한집에 같이 사는 덕분에 더욱 유리한 조건에 처해서 천만다행이었다.저녁을 먹고 나서 염무현은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이내 낡은 가방을 꺼내 침 케이스와 은행카드를 새 가방에 넣었다.그는 공혜리의 안목에 혀를 내둘렀다.이 가방은 전혀 튀지 않으면서도 차분하고 절제된 멋이 있어 그의 이미지에 찰떡이었다.즉, 공혜리가 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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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쪽지에서 첫째 사모님은 백초당에 계신다고 했다.감옥에서 나오고 나서 염무현은 벌써 세 번째로 이 이름을 들어본다.첫 번째는 여정연이 가짜 인삼을 사면서 상기 당했을 때이고, 두 번째는 바로 오늘 공혜리가 백초당에서 태로운 팀을 스카우트해 왔다고 했다.보아하니 백초당이라는 곳이 꽤 유명한 듯싶었다....YH그룹 최첨단 연구실.무균 방호복 차림의 직원이 금고에서 조제법이 적힌 서류를 꺼내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소독 게이트를 지나 밖으로 나왔다.“작은 회장님, 이게 석연고의 조제법이에요. 한 번 확인해 보세요.”양희지는 무표정한 얼굴로 한 번 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조제법을 줄 수 있지만, 그래도 심기 불편한 티는 내야 하지 않겠는가?아니면 상대방이 만만하게 보고 나중에 점점 더 기고만장하여 꿍꿍이를 꾸미기 마련일 테니까.공혜리는 곧장 받아들이며 말했다.“괜찮아요, 전 양 대표님을 믿어요.”양희지는 속으로 정말 믿는다는 사람이 조제법을 내놓으라고 직접 찾아오기까지 하냐고 투덜거렸다.‘이제 와서 입에 발린 말로 아첨하면 고마워할 줄 알아?’“저희는 그럼 방해되지 않게 이만 가볼게요. 특허가 승인 나면 이른 시일 내로 알려주세요. 이에 상응한 신제품 출시 계획도 자세하게 짜야 하거든요.”공혜리가 말하자 양희지는 고개를 끄덕였다.“네.”태로운은 공혜리를 따라 연구실을 나섰고, 차에 타자마자 연신 감탄했다.“석연고 같은 대단한 제품을 고작 지방에 있는 작은 기업에서 개발해 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네요. 서해시에 숨은 강자들이 많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혜리 그룹처럼 막강한 대기업도 있고, 연구 개발에 특출난 중소기업도 있다니! 정말 다시 보게 되었어요.”공혜리도 석연고의 연구 데이터를 처음 봤을 때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양희지 회사의 실력만 놓고 보면 이런 최첨단 연구를 완성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었다.이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행운과 다름없었다.YH그룹뿐만 아니라 혜리 그룹에도 횡재였다.다만 YH그룹의 실력이 조금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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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5화

태로운은 이미 만반의 준비라도 마친 듯 말했다.“반대로 생각해 봐.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사람이 알고 보니 배신자라면 어떻게 할까?”“당연히 실망이 극에 달해서 가중 처벌하지 않겠어요?”기승호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말했다.태로운이 더욱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그 자식이 출퇴근을 안 해도 된다는 소리를 듣기 전까지만 해도 긴가민가했는데 지금은 성공률이 90% 이상이라고 확신하거든. 도둑의 신한테 연락해서 준비하라고 해.”기승호는 만면에 희색을 띠었다.“알았어요. 지금 연락할게요.”...“특허출원이 기각당해요? 왜죠?”혜리 그룹, 회의실.공혜리는 예쁜 눈썹을 한껏 찌푸렸다.“특허청에서 누군가 유사 특허를 가지고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는데 결과적으로 석연고의 배합 비율이 어떤 회사가 기존에 신청한 데이터와 흡사하다는 설명을 내놓았어요.”양희지의 표정이 착잡했다.“그래서 신청을 기각했죠.”“특허 신청이 문제없을 거로 장담했잖아요.”공혜리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그동안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인력과 물력을 쏟아부었는데... 신제품 출시가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에서 특허 때문에 발목이 잡힌다는 게 말이 돼요? 뭐라도 설명해보세요.”옆에 있던 태로운이 눈살을 찌푸린 채 물었다.“양 대표님, 어느 회사에서 유사 특허를 신청했대요?”“백초당이요.”양희지의 대답에 태로운이 눈을 부릅떴다.“그럴 리가? 제가 백초당에서 이직했는데 석연고와 비슷한 제품이 없다고 확신해요.”양희지가 쓴웃음을 지었다.“특허를 신청한 제품이 화장품이 아니라 의약품이에요. 당시 동종 업계에서만 비교 분석해서 유사 특허가 없을 것을 확인했는데 의약품에서 발목이 묶일 줄은 몰랐어요.”“무슨 약인데요?”태로운이 다시 묻자 양희지가 입을 열었다.“백초당의 힐링 크림이라고,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요.”“힐링 크림이 뭔데요?”공혜리가 물었다.이내 태로운이 쓴웃음을 지었다.“아는 사람만 아는 약이죠. 백초당에 그렇게 오래 다니면서 한 번도 실물을 본 적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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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공혜리와 양희지는 모두 미간을 구겼다.그들은 자신의 직원들이 절대 조제법을 훔쳤을 거라 믿지 않았다.“사실 범인이 누군지 알아내긴 쉬워요. 조제법을 가져온 지 며칠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계속 금고에 있었겠죠. 요 며칠 동안의 CCTV만 잘 확인하면 범인을 알아낼 수 있어요.”태로운이 말을 보탰다.일이 이렇게 된 이상 공혜리는 당연히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그 누구보다 범인을 알아내고 싶었으니까.“경비팀 통지해서 CCTV 잘 찾아보라고 해요.”공혜리가 명령을 내렸다.양희지도 휴대폰을 꺼내 자기 회사 직원들더러 CCTV를 확인하라고 했다.하지만 그녀는 너무 큰 기대는 품지 않았다.개발팀에 소속된 직원이라면 모두 조제법을 접할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단기간 내에 범인을 정확하게 알아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다만 양희지는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아니면 범인을 감싼다고 오해를 받아 갈등이 더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공혜리는 누군가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뭐라고요? 그게 사실이에요? 알겠어요, 경비팀 팀장보고 바로 올라오라고 하세요.”“벌써 알아낸 거예요?”태로운은 눈을 크게 뜨며 놀란 척했다.양희지도 믿을 수 없는 얼굴을 보였다.너무 빠른 거 아니야?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범인을 빨리 알아내는 것도 잘된 일인 듯싶었다.혜리 그룹 쪽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걸 증명하면 YH그룹은 더는 이 일에 책임질 필요 없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면 되니 말이다.곧이어 경비팀 팀장이 도착했고, 그는 큰 스크린에 CCTV 영상을 보여줬다.“공 대표님, 이거 보세요. 이건 사흘 전 CCTV 영상입니다.”“누군가가 몰래 금고 문을 열고 있습니다.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 사람이 바로 범인이란 건 확실합니다!”영상 속에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카메라가 여러 대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앞모습은 전혀 잡히지 않았다.그 사람이 문 앞에서 한참 동안 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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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7화

공혜리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태로운의 말이 일리가 있었지만 범인은 영업팀에서 넘어왔으니 그는 여전히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만약 정말 영업팀 사람의 소행이라면 제가 모든 걸 책임지겠습니다. 모든 손해는 저 태로운 혼자 감당하겠습니다!”태로운이 다시 한번 굳게 맹세했다.하지만 너무 흥분했는지 얼굴이 시뻘게졌다.양희지가 제안했다.“사실 확인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죠. 그 시간대에 누가 자리에 없는지 알아보면 판단할 수 있잖아요.”“그래요, 빨리 우리 영업팀의 CCTV 화면을 보여줘요!”태로운은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양희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로 빈자리를 확인하고는 물었다.“여긴 누구 자리죠?”“아, 여긴 어떤 고참의 자리죠... 사실 고참이라고도 할 수 없어요, 다만 우리보다 먼저 입사했을 뿐이죠. 이 사람의 이름은 염무현이에요!”태로운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양희지가 바로 눈썹을 치켜들었다.“누구라고요?”그리고 그녀는 곧바로 시선을 공혜리에게 돌렸다.“염... 그분 여기에서 근무하고 있는 건 사실이에요.”공혜리는 마음이 착잡했다. 그리고 이 일이 염무현의 짓이라는 걸 절대 믿지 않았다. 그는 그런 짓을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염무현의 의술은 너무나도 뛰어나기 때문에 일개 화장품 조제법에 눈독을 들이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 한마디에 공혜리는 눈 한 번 깜빡하지 않고 혜리 그룹을 두 손으로 그에게 바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심지어 SJ그룹 전체를 염무현에게 넘겨줄 마음도 있었다.물론 그에는 조건이 따른다, 바로 염무현의 아내로 되는 것이다.염무현은 사람을 한 번 치료해 주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재산 절반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러니 보잘것없는 혜리 그룹은 그의 성에 차지도 않을 것인데 그런 그가 왜 화장품 조제법을 훔치겠는가?“정말 그 사람의 짓인가?”양희지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그녀가 알고 있는 염무현이라면 이런 일에 전혀 관심이 없을 것이다.하지만 사람은 변하는 법이다.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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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8화

“그럴 필요 없어요, 염무현 씨가 아닌 게 확실해요!”공혜리가 깔끔하게 거절했다. 그 누구에게도 염무현을 방해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녀는 절대로 사람들이 염무현을 찾아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 작은 일조차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무슨 염치로 염무현을 만나러 간단 말인가?“공 대표님, 왜 그렇게 염무현이 아니라고 단정짓는 겁니까? 4년 동안의 공백이 있는 놈이라 분명히 무슨 문제가 있을 겁니다.”태로운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이 일은 두 회사의 생사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중시해야 합니다. 자세히 보십시오, 이 사람의 키와 체형 모두 염무현과 비슷합니다. 걷는 자세도 비슷한 걸로 보아 염무현이 확실합니다!”태로운은 조제법 도난의 죄명을 기필코 염무현에게 덮어씌울 생각이었다. 그는 이미 생각을 굳혀 그 마음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더 말할 필요 없어요. 제가 아니라면 아닌 거예요!”공혜리가 단호하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양희지는 미간을 구겼다.“공 대표님, 무슨 근거로 단정짓는 겁니까? 설마 염무현 씨의 소행이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겁니까?”“맞아요! 확실한 증거를 내놓지 않는 이상 절대 그놈을 가만두면 안 됩니다!”태로운이 정색했다.공혜리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부자연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조제법이 도난당한 이 시간에 염무현 말고도 회사에 없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어요.”“그게 누군가요?”태로운이 물었다.“바로 저, 공혜리입니다.”태로운은 잠깐 벙찐 표정을 보이더니 곧바로 반박했다.“대표님이 회사에 안 계시는 건 흔한 일이잖아요. 그게 문제가 되나요? 염무현이 조제법을 훔친 일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거예요?”“그때 제가 염무현 씨와 함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절대 염무현 씨의 소행이 아니라는 겁니다.”공혜의 볼이 약간 빨개졌다.태로운은 당연히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이런 우연이 어디 있겠는가?혜리 그룹에 입사한 그날부터 태로운은 공혜리에게 여러 차례 거절당했었다. 그만큼 공혜리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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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9화

염무현이 이렇게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으면 태로운은 다른 사람에게 누명을 씌웠을 것이다.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니 무슨 말을 해도 이미 늦었다.공혜리는 침착한 척했지만 사실 심장이 벌렁벌렁 뛰고 있었다.어려서부터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은 그녀는 거짓말을 하는 것에 익숙하지도 않았고 싫어했다. 특히 이런 남녀 사이의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그랬다.젊은 여자가 이런 말을 내뱉는 건 사실상 쉽지 않았다.하지만 공혜리는 후회하지 않았다.똑같은 상황이 다시 주어진다고 해도 그녀는 염무현을 위해 똑같은 변명을 했을 것이다.태로운은 마음이 착잡했다. 모든 준비를 완벽히 마쳤는데 갑자기 공혜리가 그의 앞길을 막을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공혜리가 직접 염무현을 위해 증언을 했으니 그는 가슴이 답답했다.빈틈없는 계획에 이런 작은 실수로 인해 지금 공든 탑이 무너지려고 한다.다행히 이 계획이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니다.조제법이 도난당한 건 확고부동한 사실이다. 다만 염무현 이 녀석은 운 좋게 도망갔을 뿐이다.공혜리와 양희지는 눈앞에 서 있는 이 업계 엘리트가 사실은 백초당에서 보낸 스파이라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태로운의 맨 처음 계획이 바로 석연고를 훔치는 거였다.조제법을 입수한 후, 백초당에서는 즉시 동일한 연구 보고서를 위조하여 특허청에 특허출원을 내려고 했다. 그래야 혜리 그룹에서는 더는 특허권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니 말이다.그리고 혜리 그룹에서 백초당의 연구 성과를 훔쳤다며 여론을 조작하여 특허를 뺏어올 생각이었다.설사 마지막에 특허를 뺏어오지 못한다고 해도 백초당과 혜지 그룹의 분쟁은 계속되어 특허권은 미해결 상태이기 때문에 두 회사에서는 모두 석연고를 생산하여 출시할 수 있다. 그다음으로 누가 제품을 잘 파는지는 각자 능력에 달렸다.하지만 일이 어떻게 되든 이득을 보는 쪽은 백초당이고 손해를 보는 건 혜리 그룹과 양희지일 것이다.초기에 태로운의 운영으로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다만 두 가지 점이 그의 예상을 벗어났다.첫째, 석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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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석연고에 문제가 생겼어요. 마침 백초당의 특허와 관련이 있대요.”“네? 정말이에요? 부대표님 팀 전체가 스카우트 당해 백초당은 이미 혜리 그룹에 불만이 많았잖아요. 이제 약점 잡혔으니 큰일이 나겠네요.”“부대표님이 처음부터 특허에 대한 걱정을 얘기했었는데, 역시 베테랑답네요.”“하지만 아쉽게도 공 대표님이 너무 자신만만했죠. 대수롭지 않게 여기니까 지금과 같은 위기가 찾아온 거 아니겠어요.”“이제 무슨 얘기를 해도 다 늦었죠. 백초당에서 집안 아가씨인 여지윤이 이 일을 직접 맡았다고 해요. 그분이 엄청 칼같고 무자비하기로 유명하잖아요. 그분이 경쟁자로 보는 사람은 모두 비참한 결과를 맞이했던 것 같아요.”회사 안에서 사람들이 저마다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염무현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옆에 있던 정장 차림의 우예원에게 물었다.“예원아, 무슨 일이야?”“오빠, 아직도 몰라?”우예원이 다가와서 눈을 크게 뜬 채 말을 이어갔다.“석연고의 특허출원이 거절되었어. 백초당의 특허를 표절했다는 이유로. 그래서 백초당에서 그 책임을 따져 묻겠다고 난리야.”“다 망했어. 석연고가 출시도 안 되고 회사 평판도 떨어졌으니 어떡하면 좋아?”염무현이 다시 한번 눈살을 찌푸렸다.“표절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잖아.”석연고는 백초당과 전혀 상관이 없다는 걸 그는 확신했다.석연고가 옥연고의 조제법을 표절했다면 염무현은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번 회의에서 이미 알아차렸는데 사실 석연고는 옥연고의 간이 버전이었다.하지만 혜리 그룹의 제품이기 때문에 공혜리의 체면을 봐서라도 염무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리고 백초당의 제품을 표절했다니, 그건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어휴, 이미 기정사실이래. 오빠도 석연고를 개발한 업체가 어딘지 알고 있겠지?”우예원은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그러곤 미묘한 표정을 보이더니 갑자기 흥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YH그룹! 오빠의 전처, 내 전 형수인 양희지의 회사란 말이야! 이번에 운수 안 좋은 건 우리뿐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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