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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엔 못 놔줘의 모든 챕터: 챕터 921 - 챕터 930

1166 챕터

제921화

유명훈이 추경은을 위해 사실을 감추려 하자 유남준은 살짝 어이가 없었다. "제 아이입니다." 유명훈은 유남준을 향해 자신의 지팡이를 내던졌다. 그 지팡이는 아슬아슬하게 유남준을 빗나갔다. "이 순간까지도 계속 거짓말을 할 셈이냐? 응?" 유남준은 하는 수 없이 그날 발생했던 위급했던 상황과 박민정이 부득이하게 시간을 뒤로 미루었던 사실을 이실직고하였다. 유명훈은 듣고 난 뒤 어안이 벙벙해져 한동안 넋이 나갔다. "그러면 추경은이 했던 얘기가 다 거짓말이었다는 거냐?" "그럼요. 아무렴 제 자신의 자식인데 그 아이가 누구의 것인지 제가 모를 리가 있겠나요?" 유남준이 되물었다. 유명훈은 이제야 둥둥 떠있던 가슴이 가라앉는 듯하였다. "그러하였구나, 경은이 이 녀석이 잘 모르면서 나한테 헛소리를 하였구나." 유남준은 입을 함부로 놀린 사람이 바로 추경은일줄 예상했다. 그의 눈밑에서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 유명훈은 자신이 말실수를 했음을 인식하였다. 그는 인차 추경은의 실드를 쳐주었다. "남준아, 경은이도 네가 박민정한테 속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벌인 일들이야. 추 씨 가문 사람들이 항상 우리 유 씨 가문을 따랐으니 너도 경은이의 마음을 상하게 하진 말거라." 유남준이 아무런 내색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고 있어요." 유명훈이 추재훈의 목숨을 구해준 적이 있는데 추재훈은 그 은혜에 보답하려 유 씨 가문에 무슨 일이 생기든 항상 유 씨 가문의 편에 서서 그들을 지지해 왔다. 유남준이 유 씨 가문을 이끌기 시작했을 무렵에도 추재훈의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었다. 그는 은혜를 모르는 파렴치한 인간이 아니다. "할아버지, 그럼 이만 나가보아도 될까요?" "그래, 나가보거라. 오랜만에 한가족이 모였으니 친척형제들과 제대로 인사를 나누거라." 유명훈이 말하였다. 유남준은 방문을 나선 후 서다희의 안배하에 과거 친하게 지냈던 친신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다른 한편. 고영란은 일부 여성친척들한테 자신의 손자를 소개하고 있었는데 웃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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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2화

유지훈은 자기가 박윤우를 연못으로 빠뜨리려 할 때 자기도 덩달아 연못으로 같이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하였다. 그는 비록 수영을 배웠지만 이건 수영장이 아닌 연못이다. 게다가 박윤우가 유지훈의 옷을 꼭 잡은 채 놓지 않으니 뿌리칠 수조차 없었다. '제길!' 누군가 이쪽으로 헤엄쳐 오는 것이 보였다. 유지훈은 자신을 구하러 오는 건 줄 알았는데 자신이 아닌 박윤우를 건져 올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 박윤우는 구조당하는 순간에야 유지훈의 옷에서 손을 놓았다. 일분도 안되여 유남우는 성공적으로 박윤우를 연못에서 구해내였다. 다행히 박윤우는얼굴빛이 창백해졌을 뿐 연못물에 사레가 들리지 않았다. 유지훈도 곧 경호원들에게 구조당하였다. 사람들 틈에서 나온 박민정은 유남우가 박윤우를 구한 것을 보았다. 그녀는 황급히 달려와서 박윤우를 끌어안았다. "윤우야!" 기타 사람들은 급급히 구조전화를 걸었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던 연회는 두 아이의 모순으로 황급히 마무리되었다. 병원에서 의사가 두 아이의 상태를 검사하였다. 박민정은 유남준의 손을 꼭 잡았다. 유남준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다독였다. "걱정하지 마, 별일 없을 거야." 박윤우를 구하느라 온몸이 다 젖은 차림의 유남우가 그들과 멀지 않은 곳에 서있었다. 윤소현은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유남우 얼굴의 물기를 닦아주면서 그에게 말하였다. "남우 씨, 옷이 다 젖었어요. 우리 먼저 돌아가서 옷부터 갈아입어요." 유남우는 윤소현의 제안을 거절하였다. "난 괜찮아." 유남우의 시선은 이따금 박민정과 유남준의 꼭 잡고 있는 두 손으로 향했다. 윤소현도 이를 눈치채고 질투심이 차올랐지만 딱히 뭔가를 표현할 수도 없었다. 고영란이 다가왔다. "남우야, 이게 다 무슨 일이냐. 멀쩡하던 두 아이가 어쩌다가 물에 빠진 거냐? " 유남우가 고개를 저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소리를 들었을 땐 두 아이 모두 이미 연못에 빠져있었어요." 고영란은 유남우의 대답을 듣곤 더는 묻지 않고 이들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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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3화

유지훈은 연회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는 소리에 살짝 겁이 났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아닌 척했다. "그래요." 박민정은 이어 말하였다. "만약 카메라에 윤우가 민 게 아니라 네가 윤우를 미는 모습이 찍혔다면 그땐 네가 사과해야겠지?" 유지훈은 그깟 사과 따위 하면 되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유남준은 이미 저택의 비서님께 이 일을 지시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이 전송되어 왔다. 박민정은 그 영상을 건네받은 뒤 모든 사람들 앞에서 재생하였다. 영상에서 유지훈이 박윤우를 밀어 연못에 빠트린 것을 볼 수 있었다. 유지훈이 연못에 빠진 건 박윤우가 빠질 때 그의 옷에서 손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젠 모든 사실이 밝혀졌다. 유지훈을 믿었던 유명훈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였다. "지훈아, 어떻게 거짓말을 할 수가 있느냐?" 처음은 그렇다 쳐도 두 번, 세 번 연이어 거짓말을 하였다. 유명훈은 저번 청명절에서도 유지훈이 박윤우를 고의로 밀려하다가 스스로 넘어진 일을 기억하고 있다. 유지훈은 나이가 어리다 보니 이런 상황에 놀라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고영란은 원래부터 유지훈을 탐탁지 않아 했다. 그런 와중 연이어 자신의 손주를 해하려 하는 유지훈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미간이 좁혀졌다. "어린 나이에 이토록 악독하다니. 너의 엄마아빠가 이리 가르쳐주던? 윤우가 백혈병이 있어 안 그래도 몸이 약한데 네가 걔를 연목에 빠뜨린 건 윤우의 명줄을 끊으려 한 거랑 같은 거야! " 고영란이 분에 겨워 말했다. 유지훈은 더 큰 소리로 울었다. "제가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 어르신들의 연이은 호통소리에 유지훈은 순식간에 겁에 질렸다. 솔직히 박민정도 의아했다. 이 아이는 왜서 이토록까지 지난 일에 한을 품다 못해 윤우의 목숨까지 해하려 드는지를 말이다. 유명훈은 이번엔 유지훈이 몇 방울의 눈물을 흘렸다 해서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다. "윤우한테 사과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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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4화

박민정과 유남준도 박윤우를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갔다. 가는 길에 박윤우는 보기에 평범한 그 구슬을 손에 쥐었다. "아빠, 엄마, 이 구슬 진짜 그리 비싸? " 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래, 사리자는 무척 귀한 거야. 이후에 꼭 잘 간수해야 해." 게다가 유명훈도 득도한 승려가 원적 후의 사리자라 했으니 이걸 얻기가 어지간히 쉽지 않았을 거다. "알았어." 박윤우는 대답한 뒤 박민정에게 기대어 잠들었다. 박민정은 윤우를 꼭 껴안았다. 지금의 그녀는 윤우를 한순간도 자신의 시선밖에 내놓을 자신이 없다. 저택으로 돌아왔다. 박민정은 박윤우를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준 뒤에야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유남준은 먼저 샤워하고 침대에 누웠다. 밤에 그 둘은 함께 잠을 잤다. 박민정은 윤우가 사고를 당하는 악몽을 꾸고 놀라 잠에서 깨었다. "윤우야......" 깊게 잠들지 않았던 유남준은 그녀의 소리를 듣고 그녀를 안았다. "악몽 꿨어?" 박민정은 유남준의 포옹 속에서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 "네, 윤우가 또 사고당하는 꿈을 꿨어요." 유남준은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이며 말했다. "괜찮아, 꿈일 뿐이야." "네."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는 더는 잠에 들지 하였다. "근데 유지훈은 왜 윤우를 밀었을까요?" 그 영상을 보았을 당시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떻게 어린아이가 이리도 나쁜 짓을 할 수 있지?' "어린아이들은 보통 부모의 영향을 크게 받기 마련이야. 나의 아버지와 큰아버지 둘 사이의 관계가 좋지 않았어. 그래서인지 유성혁은 어릴 적부터 날 경쟁대상으로 여겨왔어." 유남준이 대답했다. 그러나 과거의 유남준에게 유성혁은 그의 상대가 될만한 자격조차 없었다. 유남준이 박민정에게 이런 얘길 꺼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비록 그녀가 유 씨 가문에 시집온 지 몇 년이나 지났지만 유남준의 큰아버지는 본 적이 별로 없었다. 듣기론 주로 해외의 사업을 경영해서 간혹 설 쇨 때에나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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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5화

그러나 박윤우를 건들지 못한다 하여 박민정도 건들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기고만장하여 말했다. "제 남편이 요즘 사업하느라 매일같이 해외출장 가지 뭐예요. 하도 바빠서 저랑 같이 연회에 참석도 못했네요." "제 남편도요. 매일 사업하랴, 고객 만나랴, 여기에 저랑 동반참석하지도 못했잖아요." "말도 말아요." 듣기엔 자신의 남편이 여기가 나쁘다 저기가 나쁘다 푸념 늘어놓는 것 같지만 실은 자기의 남편이 능력 있다 자랑하는 거다. 윤소현의 아부를 떠는 사람도 있었다. "제부매부들이 바빠봤자 둘째 오빠보다 바쁘겠나요? 지금 큰오빠가 손을 놓으니 호산그룹은 둘째 오빠가 다 관리하잖아요. 그런 와중에도 둘째 형님과 시간을 보내시려고 노력하잖아요." 윤소현은 득의양양해져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남우 씨가 저를 배려해서 산부인과 검사 같은 거 할 때마다 아무리 바빠도 시간 빼내여 절 동반해주려 하네요." 그들이 한마디 두 마디 서로 주고받을 때 박민정은 못 들은 척하였다. 박윤우도 그저 묵묵히 밥만 먹었다. 박윤우는 눈앞의 아줌마들이 고의로 엄마가 들어라고 하는 소리인 것을 알았다. 박민정의 반응이 너무도 미지근했던 건지 그들 무리 중 한 명이 직접 박민영한테 말을 걸었다. "그래도 큰 형님이 젤 좋으시겠어요. 지금 큰오빠가 눈이 안 보여서 일할 필요도 없으니 매일매일 형수님과 같이 시간 보낼 수 있잖아요." 박민정은 하던 동작을 멈추고 말했다. "그래, 우린 돈도 많고 일할 필요도 없으니 아주 즐거워." 이 말을 들은 몇몇이 순간 말문을 잃었다. 이때 식사를 끝마친 박윤우가 곤혹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저의 아빠가 직업이 없다고 누가 그랬어요? 아빠 회사 엄청 커요." 이 말을 들은 사촌언니동생들은 의아했다. "윤우야, 너의 아빠가 회사가 있다고? 어디 있는데? " 그들은 유민준 같이 눈조차 보이지 않는 사람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박윤우는 똘망똘망한 큰 눈동자로 그들을 지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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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6화

“경은 씨.”절뚝절뚝 추경은을 쫓아온 윤소현.윤소현의 부름에 추경은은 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아보았다.“새언니, 무슨 일이라도 있어요?”유남우로 인해 추경은은 윤소현을 살짝 두려워하고 있다.“별거 아니고 그냥 얘기나 좀 하고 싶어서요. 잠깐 시간 돼요? 어디로 가는 길이었어요? 함께 해도 될까요?”윤소현의 말에 추경은은 거절하기에 뭐했다.두 사람은 그렇게 유명훈이 있는 쪽으로 나란히 향했다.이때 윤소현이 추경은에게 물었다.“형님 마음에 안 들죠?”마음에 찔린 추경은은 흠칫거리고 말았다.하지만 바로 정신을 차리면서 반박에 나섰다.“그럴 리가요.”박민정을 싫어한다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일 추경은도 아니고 말이다.“그래요? 난 또 경은 씨도 나랑 같은 마음인 줄 알았죠.”한숨까지 내쉬면서 윤소현이 말했다.“새언니도 민정 언니 싫어하는 거예요?”윤소현의 말을 듣고서 추경은은 바로 확인 사살에 들어갔다.윤소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진지한 모습으로 대답했다.“싫어할 뿐만 아니라 아주 눈엣가시 같은 존재죠. 겉과 속이 180도 다른 여자잖아요. 아주버님 여자로만 평생 살 여자로 보여요?”뼈가 있는 듯한 윤소현의 말에 추경은은 눈빛이 확 달라졌다.연예인 스캔들 기사를 보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말이다.“글쎄 형님이 우리 남우 씨까지 넘보고 있잖아요.”순간 추경은은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믿어지지 않는다는 얼굴로 마침내 가면을 벗어던지기까지 했다.“너무 뻔뻔한 거 아니에요? 남자가 그렇게도 고플까요? 양다리도 아니고 문어 다리라고 하다니...”“문어 다리라니 그게 무슨 뜻이죠?”윤소현은 의문이 들었다.같은 편이라고 생각하면서 추경은 역시 더 이상 숨기지 않았다.“새언니, 혹시 에리라고 알고 있어요?”‘에리?’잠시 곰곰이 생각하던 윤소현은 바로 에리가 누군지 떠올랐다.다름이 아니라 지난번 표절 논란으로 한동안 떠들썩했었을 때 에리가 박민정을 위해 나선 준 적이 있기 때문이다.“그 글로벌 가수 에리를 가리키는 거예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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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7화

유씨 가문의 어느 한 빌딩에서.유남준과 유남우 두 형제가 날카롭게 맞서고 있다.“권해신의 모든 행위에 대해 넌 이미 알고 있었지?”유남준이 물었다.여유로운 모습으로 난간에 기대고 있는 유남우, 그는 우중충한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대답했다.“이번 일은 끼어들지 않았어.”이러한 대답은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기도 하다.유남준은 자기 동생이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따뜻하고 상냥한 사람이 아님을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아직도 자기한테 칼을 겨누고 있는 유남우의 모든 행위가 믿어지지 않았다.“호산 그룹도 네 손에 넣었잖아. 근데 뭐가 아직도 불만이야?”‘그걸 말이라고 묻는 거야?’유남우는 웃으면서 대답했다.“따지고 보면 많은데, 그중에서 가장 불만인 건 네가 내 여자를 아내로 맞이했다는 거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랑 결혼까지 해놓고서도 나한테 전혀 미안해하지 않고 빚지지 않은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네가 재수 없고 역겨워!”그 말을 듣게 된 유남준은 더 이상 참지 않았다.유남우의 멱살을 한 방에 잡고서 힘을 가득 주었다.두 사람은 체형이, 어릴 적부터 몸이 허약하고 아팠던 유남우는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설령 눈이 먼 유남준이라고 하더라도.멀리서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던 홍주영은 그 광경을 보고서 바로 달려가려고 했다.그러나 그때 옆에 있던 서다희가 그녀를 말렸다.“홍 비서님, 우리가 가히 간섭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아요.”멱살을 단단히 잡힌 유남우는 서서히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하지만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은 채 오히려 밀어붙였다.“죽여! 어디 한 번 죽여봐! 근데 똑바로 기억해! 민정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야! 처음부터 끝까지 민정이가 사랑하는 사람은 나라고!”“만약 내가 죽게 되잖아? 그럼, 민정이는 널 평생 원수로 생각하면서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잘생긴 얼굴이 험상궂어 보일 정도로 일그러지는 순간이었다.유남준은 무거운 소리로 엄숙하게 말했다.“앞으로 이상한 놈들이랑 엮이지 마. 아니면 너까지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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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8화

마침 권진하의 행방에 대해 알리려고 했던 서다희였다.“지금 두원 별장 문 앞에 무릎 꿇고 있습니다.”“사모님을 납치한 일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면서 권해신 스스로 벌인 일이라고 용서해 달라고 했습니다. 대표님께서 이번 한 번만 봐주시면 앞으로 충성을 다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역시나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직감이 확신되는 순간이었다.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별다른 내용을 알아넬 수 없는 상황이다.“권해신은 나한테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것 같아. 너도 더 이상 묻지 않아도 돼.”“네, 알겠습니다.”유남준의 뜻을 바로 알아들은 서다희다.권해신을 더 이상 남길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권진하는 어떻게 할까요?”권씨 형제를 단번에 처리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하물며 권진하는 담도 적고 여자한테만 관심을 보이고 있는 약하디약한 사람이다.“일단 남겨둬.”“네.”...두원 별장.소파에서 쉬고 있던 박민정은 추경은한테서 듣게 되었다.권씨 가문 셋째 도련님인 권진하가 지금 문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고.추경은이 박민정에게 물었다.“이지원은 잡았어요?”이지원이 하이힐로 다친 다리를 무자비하게 찍었던 그 순간을 기억하고 있는 추경은이다.추경은의 질문에 박민정은 눈을 살짝 뜨고 대답했다.“잡히지 않았을걸요? 내가 경찰도 아닌데 어떻게 알겠어요.”진정성이라곤 일도 없는 박민정의 대답에 추경은은 순간 불쾌해졌다.“좀 분명하게 대답해 줬으면 좋겠네요.”추경은은 일부러 일을 크게 벌이려고 했다.“새언니랑 이지원, 서로 라이벌 사이 아니에요? 우리 납치당했을 때 그년이 얼마나 기고만장했는지 다 까먹은 거예요?”박민정은 추경은을 흘겨보면서 대답했다.“아니요. 기억하고 있어요.”“하지만 기억하고 있다고 한들 뭘 어떻게 하겠어요?”말 문이 턱 막힌 추경은은 바로 정신을 차리면서 밀어붙였다.“남준 오빠한테 본때를 보여주라고 해야죠!”박민정은 일부러 거절하는 척을 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우리를 헤치려고 했던 사람도 권씨 가문 형제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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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9화

“사모님 택배 하나 있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경비원이 박민정에게 말했다.“네, 감사합니다.”‘뭘 보내신 거지?’택배가 도착했다는 말을 듣고서 방에서 박윤우가 뛰쳐나왔다.택배는 언제나 설레는 법, 두 사람은 함께 택배를 확인하기 시작했다.내용물을 확인하는 순간 두 사람은 동시에 얼어붙고 말았다.박스 안에는 여자아이의 장난감과 일상용품으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장난감과 일부 용품은 하도 낡아서 누렇게 변하기도 했다.내용물을 보자마자 박민정은 단번에 어릴 적 자기가 사용했던 물건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박민호와 한수민은 전에 박씨 가문 옛 저택을 법원에 공탁으로 넘겼었다.그 옛 저택을 이지원이 먼저 사들였고 나중에 유남준이 소유권을 차지하면서 박민정의 손으로 들어가게 되었었다.다시 박씨 가문 옛 저택으로 들어갔을 때 박민정은 어릴 적 자기가 사용했었던 물건을 단 하나도 보지 못했었다.“한수민이 이 모든 걸 챙기고 있었다는 말이야?”박민정은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한수민이 챙겼을 리가 없다면서.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박윤우는 내용물을 확인하자마자 두 눈에 호기심이 가득해졌다.“엄마, 여기 안에 있는 거 다 엄마 것이야? 엄마가 어릴 적에 썼었던 물건들이야?”단번에 확신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박민정의 일기장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일기장 위에는 ‘박민정’이라고 떡 하니 쓰여 있었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그래. 학교 다닐 때 썼던 물건들이야.”이윽고 박민정은 누렇게 바래버린 일기장을 한 페이지씩 넘기었다.첫 페이지에는 진주시 유씨 가문으로 처음 왔을 때의 심정이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8월22일, 날씨 맑음. 드디어 아빠와 엄마를 만나게 되었다. 나에게도 인제 아빠와 엄마가 있다. 너무 좋고 행복하다.][8월23일, 날씨 흐림. 엄마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 그 이유는 나에게 있는 것 같다. 나만 잘하면 아빠도 엄마도 나를 좋아할 것이라고 아줌마께서 말씀해 주셨다. 내가 아직 여러모로 부족하여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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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0화

‘쓰레기?’한수민의 말을 듣고서도 박민정은 예전처럼 슬프거나 화나지 않았다.“그럼, 감사히 잘 받을게요.”“한 여사님, 앞으로 부디 천국으로 가시길 바랄게요.”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이내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던 박민정이었다.하지만 갑자기 어린 시절을 다시 떠올리게 되면서 서서히 흔들리고 말았다.한수민에게 잘 보이려고 갖은 애를 썼었던 자신을 떠올리면서, 한수민을 친엄마로 생각하면서 살아왔던 자신을 떠올리면서, 매번 상처받고서도 괜찮은 척했었던 자신을 떠올리면서 조금씩 무너졌다.한편, 병원 안에서.끊긴 전화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한수민은 박민정이 마지막으로 했던 그 말을 끊임없이 되새겼다.“한 여사님, 앞으로 부디 천국으로 가시길 바랄게요.”‘천국?’‘지옥으로 떨어지게 될 건데... 천국은 무슨...’한숨을 내쉬면서 한수민은 앨범을 열어 보았다.그 안에는 어린 시절 박민정이 썼었던 그 일기들이 저장되어 있었다.실은 금고를 되찾고 그 안에 들어 있던 물건들을 한수민이 먼저 확인했었다.박민정의 일기장을 한번 또 한 번 자세히 들여다본 한수민이다.만약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살 수만 있다면 박민정을 끔찍이 여기면서 살 것이라고 후회를 금치 못했다.간병인 역시 진심으로 후회하고 한수민의 모습을 알게 되었다.하지만 후회한다고 한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사모님, 제가 로펌에 문의를 해보았는데, 그쪽에서 의뢰 사안을 접수할 수 있다고 했어요. 다만 지금 사모님께서 금전적으로 넉넉한 편이 아닌 점을 고려하여 벤처 소송을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어요. 패소하게 되면 변호사 수임료를 지급하지 않으셔도 되고 만약 승소하게 된다면 10%를 변호사 수임료로 지급해야 할 거예요.”거동이 불편한 한수민은 윤석후와의 이혼 소송 문의를 간병인에게 부탁했었다.만약 승소하게 된다면 한수민이 받게 될 모든 재산의 10%를 변호사 수임료로 반드시 지급해야 한다.그와 반대로 만약 패소하게 된다면 단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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