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엔 못 놔줘의 모든 챕터: 챕터 901 - 챕터 910

946 챕터

제901화

한 시간 뒤.칠흑 같은 어둠을 마주하고 있는 박민정과 추경은.그렇다, 두 사람은 한 명도 예외 없이 모두 납치당했다.누군가가 두 눈을 가리고 있던 안대를 풀어주고 나서야 박민정은 알게 되었다.두 사람은 지금 형편없이 낡은 공사장에 납치되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어느 한 기둥에 꽁꽁 묶여 있는 추경은은 겁에 잔뜩 질린 모습으로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새언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한 시간 전, 두 사람 앞에 차 한 대가 멈춰 섰었다.차에서 장정 몇 명이 우르르 내려더니 다짜고짜 두 사람을 강제로 차에 오르게끔 했다.추경은은 여태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채로 벌벌 떨며 언성을 높이고 있다.그런 그녀에게 박민정은 인상을 찌푸리며 나지막이 말했다.“입 다물어요!”어떻게 된 일인지 그 누가 봐도 한눈에 보이는 장면인데,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박민정은 또다시 본능적으로 상대가 윤소현의 말에 따라 움직인 정수미라고 생각이 들었다.그러나 곧 그 진실이 드러나라고 말았다.공사장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또각또각 안으로 들어왔다.여자의 정체를 확인하는 순간 박민정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이지원?”박민정을 향해 한걸음 씩 천천히 다가간 이지원은 허리를 서서히 숙이며 입을 열었다.“박민정, 어때? 이런 날이 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이지원의 말대로 박민정은 이러한 날이 오게 될 줄이라고 생각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하지만 대체 무슨 배짱으로 자기와 추경은을 납치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추경은이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지원 언니, 저예요! 저 추경은이라고요! 저 잊으신 거 아니죠?”이지원은 그제야 납치된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추경은?”잠시 생각하더니 이지원은 그제야 추경은이 좀 생각났다.“네, 전에 만난 적 있잖아요. 우리 유씨 가문에서 본 적 있어요.”추경은은 동아줄이라도 잡은 듯이 흥분하며 말했다.“추경은?”이지원은 천천히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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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2화

“아! 아파... 아파... 내 다리...”극심한 고통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추경은.이지원에게 아무리 간절하게 애원해 보아도 달라지는 것이 없자, 추경은은 박민정에게 시선을 돌리기 시작했다.“새언니, 신고라도 좀 해봐요... 어떻게든 저 좀 살려주세요.”이지원은 그제야 다리를 내리면서 고개를 돌려 박민정을 보게 되었다.“내가 하마터면 널 잊을 뻔했어.”세상 도움이 되지 않은 추경은을 한번 흘겨보고 난 뒤 박민정은 이지원에게 말했다.“난 지금까지 네가 나한테 했었던 그 말을 기억하고 있어.”“무슨 말인데?”이지원은 마냥 의혹이 들었다.“우리 사이에 유남준만 얽힌 게 아니었다면 그 어떠한 모순도 없을 거라는 그 말을.”“우리 꽤 친한 친구 사이었고 나중에는 유남준으로인해 라이벌 사이가 된 거야. 아니야?”박민정이 말했다.이지원은 자기가 했었던 그 말이 마침내 떠오르게 되었다.하지만 눈동자가 흔들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두 손을 꼭 움켜쥐었다.“그래! 너랑 나의 첫 시작은 좋았었어. 그 어떠한 원한도 없이 말이야.”“근데 너 때문에 내가 지금 이 지경이 된 거잖아. 평범하게 살지도 못하고 명예고 지위고 모두 바닥나 버리고 심지어 숨어서 지내고 있잖아!”“내가 지금 바라는 건 네가 죽는 것, 그거 하나뿐이야.”박민정은 시종일관 덤덤한 모습을 유지했다.가능한 한 시간을 끄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시급한 일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정민기 일행이 달려와서 자기를 구조할 때까지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만 했다.“나 때문에 그 지경이 된 거 확실해?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인지, 너한테는 문제가 없는 것인지 생각해 본 적이라도 있어?”박민정은 덤덤하게 되물었다.“내가 너한테 시켰어? 나 사칭하면서 인우 씨랑 어머님 살리라고 내가 시켰어? 임수호 꼬셔서 그 사람 집안 파탄 내라고 내가 시켰어? 기어이 다른 남자 빼앗아 와서 또다시 버리라고 내가 시켰어?”연달아 날아 오는 폭격 질문에 이지원은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단숨에 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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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3화

권해신은 박민정과 배 속의 아이를 살리고 싶으면 혼자 오라고 유남준에게 분명히 말했다.공갈장을 들여다보면서 서다희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간사할 뿐만 아니라 어리석기 그지없는 놈이네요! 대표님께서 앞이 보이시지도 않는데, 혼자서 오라는 게 말이나 돼요?”유남준은 두 손을 꼭 움켜쥔 채로 권해신의 또 다른 메시지를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권해신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는데, 역시나 ‘전용차’가 기다리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그뿐만 아니라 그 누구든 몰래 ‘전용차’를 따라와서는 안 된다고 미리 경고까지 했다.“아래까지 데려다줘.”덤덤한 얼굴로 유남준이 말했다.“대표님, 권해신 그자의 함정이 분명합니다. 만약 이대로 가시게 되면 절대 대표님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입니다.”“제가 몰래 사람들 데리고 사모님 찾아내겠습니다. 무사히 사모님을 모시고 오겠습니다.”겉으로는 차분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이미 애간장이 타들어 가고 있는 유남준이다.그렇다, 박민정은 그에게 있어서 가장 큰 약점이다.“민정이 목숨으로 감히 모함할 수 없어. 얼른 가자.”유남준이 어떠한 결정을 하게 되면 그 누구도 그 결정을 번복할 수 없다는 점을 서다희는 잘 알고 있다.따라서 하는 수 없이 유남준의 말대로 일단 데려다 줄 수밖에 없었다.유남준은 ‘전용차’에 오르기 전에 서다희에게 덤덤하게 부탁했다.“나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기게 된다면, 나 대신 우리 아이들 좀 챙겨줘.”서다희가 두 아이에게 잘 해주리라 믿으며 제법 진지하게 말했다.그와 반대로 유남준의 입에서 이러한 말을 처음 듣게 된 서다희는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대표님, 그런 말씀 마세요. 절대 그 어떠한 일도 없을 겁니다.”유남준은 마치 그의 위안 따위를 듣지 못한 것처럼 계속 다른 부탁을 이어갔다.“앞으로 회사도 네가 책임져. 우리 아이들은 그냥 성인이 될 때까지만 챙기면 돼. 앞으로 그들이 어떻게 살지, 어떠한 미래를 선택할지 그건 걔들 인생이야.”자기 아이들이 절대 자기한테 의지하면서 숨 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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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4화

“그래?”또다시 부하에게 그만하라고 손짓하고 있는 권해신이다.“인질로서 쓸모가 있는 여자야? 추씨 가문과 유씨 가문이 연락을 끊은 지도 오래되었잖아.”“아니!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정반대거든.”“유남준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촌 동생이 바로 추경은이야. 이따가 유남준이 와서 나를 살리려고 하지 않더라도 추경은은 살리려고 할 거야. 그러한 의미에서 큰 쓸모가 있는 여자라는 말이야.”박민정이 말했다.권해신은 유남준에게 이러한 정이 있고 아끼는 동생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윽고 부하에게 그만두라고 사인을 주었다.“눈이 멀면서 마음마저 멀었나 봐? 천하의 유남준이 여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예전과 같았더라면 여자고 뭐고 아주 흘겨보지도 않았었는데.”유남준이 차에 올랐다는 메시지를 보고서 권해신은 자기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박민정 역시 그가 자기를 구하러 올 것으로 생각지 못한 모습이다.홀로 D국으로 갔을 때, 위험에서 벗어나자마자 박민정을 탓했던 유남준이기때문에 더더욱 놀라운 것이다.모두가 유남준이 오기를 기다렸고 추경은은 지금 그 구덩이 안에 외롭게 누워있다.오늘 박민정 따라서 산책을 나온 것에 대해 무척이나 후회하면서 말이다.만약 따라서 나오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일도 없었을 텐데 억울하기도 했다.“아파요.”그리고 박민정은 바로 옆에 있는 구덩이로 이미 던져졌다.“살고 싶으면 아파도 참아요.”추경은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실은 살리고 싶어서 나선 것이 아니라 한 명이라도 옆에 있으면 마음이 좀 놓일 것 같아 그러한 것이다.만약 추경은이 바로 자기 앞에서 생매장을 당하게 된다면 그 즉시 침착을 잃을 것만 같았다.지옥 같은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소리를 듣자마자 추경은의 두눈이 번적거렸다.바로 밖을 향해 내다보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남준 오빠, 남준 오빠 맞아요?”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권해신 부하들과 함께 유남준이 들어왔다.“둘째 도련님, 데리고 왔습니다.”권해신은 기고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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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5화

권해신 부하들은 곧바로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흙은 어느새 구덩이 절반을 가득 채워져 갔다.흙투성이가 되어 버린 추경은은 살고 싶어서 애원했다.“남준 오빠, 나랑 새언니 좀 살려줘. 허리까지 묻혔단 말이야.”그와 반대로 박민정은 손으로 배를 꼭 감싸안기만 했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이치대로라면 권해신은 절대 유남준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다고 하여 자기와 추경은을 봐줄 리가 없음을 박민정은 잘 알고 있다.유남준에게 더욱더 과분한 일을, 존엄이 바닥나는 일을 시킬지도 모르고 말이다.“남준 오빠, 나는 그렇다 쳐도 되는데, 새언니 배 속에 있는 아이는 생각해야 할 거 아니야!”그 말을 듣게 되는 순간 박민정은 조금 전 그녀를 그냥 죽게끔 방치해 두지 않은 것이 한스러울 따름이었다.“경은 씨, 제발 입 좀 다물어요!”권씨 가문 둘째 도련님인 권해신이 얼마나 독하고 음험한 사람인지 잘 알고 있는 박민정은 천천히 배를 거두었다.권해신은 그제야 박민정의 배에 시선을 쏠리게 되었다.“쯧쯧쯧, 또 임신했어? 깜빡했지 뭐야.”“유 대표 사모님 어서 일으켜드려.”권해신 부하들은 바로 박민정에게 다가갔고 내내 덤덤했던 박민정은 마침내 당황하고 말았다.장정 몇 명이 강제로 일으키는 바람에 어찌할 사이도 없었다.유남준은 주먹을 꽉 움켜쥐고서 나지막이 소리 냈다.“그손놔!”손을 놓기는커녕 권해신은 다른 이들에게 비아냥거리면서 묻기까지 했다.“너희들 유 대표 사모님처럼 임신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아름다우신 여성을 본 적이 있어?”그들은 음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아니요.”“그럼, 오늘 아주 제대로 맛보게 해줄까?”순간 박민정은 머리가 윙윙거렸다.별의별 생각을 속으로 다 해보았으나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박민정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며 소리쳤다.“오지 마!”“그만해! 민정이한테 손대지 마! 무릎... 꿇을게.”그리 크지 않은 소리임에도 모든 이들의 시선이 쏠렸다.그 말을 듣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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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6화

그 장면을 목격한 박민정은 순간 숨이 턱 멈추는 것만 같았다.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당장이라도 눈물이 쏟아져 나올 정도였다.“남준 씨!”그와 반대로 유남준은 덤덤한 모습으로 눈살 하나 찌푸리지 않고 차분하게 박민정을 위안해 주었다.“나 괜찮아. 두려워하지 마.”빨갛게 물들어버린 그의 흰 셔츠를 보고서 박민정은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달려가고 싶었으나 누군가가 박민정을 확 잡아버렸다.하는 수 없이 큰 소리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남준 씨, 인제 그만 해요! 남준 씨가 나를 신경 쓰지도 않고 마음에 두고 있지도 않다는 거 잘 알고 있어요. 남준 씨가 신경 쓰고 있는 건 내가 아니라 내 배 속에 있는 아이잖아요. 근데 그거 알아요? 이 아이는 남준 씨 아이가 아니에요.”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모든 이들의 시선이 박민정에게 쏠렸고 놀라움을 고스란히 드러냈다.기절하기 일보 직전이었던 추경은은 그 말을 듣고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미친년! 감히 남준 오빠를 배신해?”그러자 박민정은 차갑게 웃으며 바로 윽박질렀다.“왜? 네 오빠는 날 배신해도 되고 난 배신하면 안 돼? 그건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니야? 유씨 가문에서 대체 날 어떻게 본 거야? 왜 나라고 저 인간 배신하면 안 되냐고!”“파렴치한 년!”추경은은 침까지 뱉으며 욕설을 퍼부었다.두 사람의 ‘대화’에 관심이 쏠린 권해신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쯧쯧쯧, 내가 오늘 막장 드라마까지 보게 되는구나.”“유남준, 너도 배신당한 거야? 하하.”유남준은 바보가 아니다.박윤우와 박예찬은 날짜가 맞지 않아 처음에 자기 아이가 맞는지 의심했었지만 지금 배 속에 있는 아이는 확신할 수 있었다.자기가 한 일인데 모를 리가 없다.지금 그러한 말을 하고 있는 박민정의 의도가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다.박민정은 지금 다른 이들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그러한 의도를 캐치하고 유남준은 비수를 확 멀리 던지고 나서 비틀거리면서 박민정에게 다가갔다.“박민정! 네가 어떻게 날 배신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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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7화

그러한 의미에서 만약 박민정이 정말로 연지석의 여자라고 한다면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된다.게다가 권해신은 처음부터 박민정에게 나쁜 짓을 하려고 하지도 않았다.유남우 역시 박민정을 끔찍이 여기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권해신은 아직 유남우에게 미움을 하고 싶지 않았다.지금의 권씨 가문 실력으로는 유씨 가문의 상대가 될 수 없음을 자라 알고 있으니 말이다.“그 말에 신비성이 있는지 내가 무슨 수로 확인하지?”이윽고 권해신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연지석 아이를 품고 있는 거라면 적어도 연지석 번호는 알고 있지?”속으로 무척이나 당황한 박민정은 정민기가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당연하지.”박민정의 바람대로 정민기와 서다희는 사람들을 이끌고 이미 이곳으로 와 있었다.주위를 모두 포위하고서 만일을 위해 공사장 안의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내 핸드폰에 있어.”권해신은 부하를 바라보았고 눈치를 챈 부하는 바로 박민정의 핸드폰을 가지고 왔다.연락처를 좀 훑어보니 과연 연지석의 전화번호가 시야에 들어왔다.“내 앞에서 연지석한테 전화 걸어. 만약 날 속이는 거라면 그땐 네가 상상치도 못하는 일들이 펼쳐질 거야.”박민정에게 이렇게까지 요구하고 있는 이유는 단지 유남준이 조금이라도 더 난처해졌으면 하기 위함이다.유남준을 바로 죽이는 것보다 이처럼 조금씩 죽여나가는 것이 훨씬 짜릿하고 좋았다.드디어 풀려난 박민정은 권해신의 윽박으로 연지석에게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다.‘받지 마.’전화를 걸고서 박민정은 스피커를 눌렀다.주위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고 유남준은 박민정 쪽의 소리에 집중하며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계산하면서 위치를 알아내려고 했다.연결음이 계속 들려왔고 연지석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그렇게 박민정의 바람대로 전화가 끊기려고 할 때 연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민정아.”다정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에 권해신은 살짝 당황했다.얼굴에 보기 흉한 흉터가 있는 박민정이 무려 연씨 가문의 도련님을 알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지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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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8화

공사장 밖에서 정민기는 이미 부하들과 함께 비밀리에 장애물을 처리해 버렸다.유남준과 박민정이 지금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정민기와 서다희는 서로 사인을 주고받고서 바로 안으로 달려들었다.하도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권해신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그의 부하 역시 어안이 벙벙해졌다.“둘째 도련님!”권해신은 그제야 알았다.지금껏 시간을 끌려고 모든 꼼수를 총동원했다는 사실을 말이다.하지만 서다희가 어떻게 위치를 알고 찾아왔는지 궁금하기도 했다.일이 이 지경으로 번진 마당에 권해신은 빠져나갈 구멍이 없음을 알고 유남준 일행의 목숨이라도 빼앗을 생각이었다.“저 두 여자랑 유남준만 죽이면 내가 10억을 주려고 한다.”“만약 죽이는 도중에 함께 죽게 된다면 그 몫은 그 사람 가족한테 줄 것이다.”10억?일반인이 평생을 소처럼 일한다고 하더라도 절대 만질 수 없는 금액이다.권해신 부하들은 두 눈을 이글거리면서 박민정을 향해 다가갔다.박민정은 바로 유남준의 손을 잡고서 소리쳤다.“얼른 가요.”칼날이 스쳐 지나가는 소리가 귓가에 퍼졌고 박민정은 으스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게다가 추경은의 소리까지 들려왔다.“남준 오빠, 나 좀 살려줘!”다리를 다친 추경은, 아이를 품은 박민정, 손을 다친 유남준...세 사람은 순순히 도망칠 수 없었다.권해신 부하가 휘두른 칼날이 박민정 코 앞으로 다가왔다.박민정은 본능적으로 배를 감싸며 아이부터 지켰다.이대로 죽게 되는 줄 알았으나 유남준이 또다시 앞을 가로막으면서 그녀를 살려주었다.다만 이번엔 피가 박민정의 두 눈을 물들여 버렸다.“남준 씨!”배가 아파지면서 숨쉬기조차 어려웠으나 박민정은 그부터 꼭 껴안았다.“남준 씨!”때마침 정민기가 조금 전 그 사람을 처리하고 다가왔다.불과 10분 만에 모든 적을 물리 세웠고 도망치려던 권해신까지 기절시켜 버렸다.박민정은 다른 이들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뼛속 깊이 파고드는 아픔을 참으면서 유남준을 꼭 껴안았다.어디가 다쳤는지 지금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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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9화

안타깝게도 그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는 유남준이다.자기로 인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유남준을 바라보면서 박민정은 두 손을 더욱더 움켜쥐었다.피범벅인 박민정을 바라보면서 서다희 역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사모님, 어디 다치신 데는 없으세요? 선생님께 한번 봐 드리라고 할게요.”박민정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다친 데 없어요... 다친 사람은 남준 씨예요... 남준 씨만 다쳤어요.”서다희는 그제야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의사의 사투로 유남준은 마침내 지혈을 할 수 있었다.“병원으로 가셔서 봉합해야 합니다. 제가 살펴본 정황에 따르면 동맥까지 다치셨습니다. 지혈했다고 한들 얼마나 유지할 수 없을 겁니다.”의사의 말에 서다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유남준 오른쪽 머리에 긴 칼 상처가 있는데, 하마터면 얼굴까지 상처가 날뻔했다.조금 전에 조금이라도 더 신중하게 움직이지 못한 정민기와 자신이 한스러웠다.아니면 유남준에게 이러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말이다.하지만 그 어떠한 후회도 돌이킬 수 없는 게 이 세상의 법칙이다.드디어 병원에 도착했고 김인우가 직접 수술칼을 잡았다.함께 온 추경은은 다른 수술실로 옮겨져 갔다.복도에 멍하니 앉아 있는 박민정은 양손을 새빨갛게 물들어 버린 손을 바라보면서 파르르 떨었다.이때 정민기가 다가왔고 뭐라고 위로하면 좋을지 몰라 가만히 옆에 서 있기만 했다.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고 나서야 수술이 끝났다.집으로 돌아온 박윤우는 박민정과 유남준이 보이지 않자, 전화를 걸어왔다.아들의 목소리에 박민정은 겨우 버티면서 거짓말을 했다.유남준과 함께 볼 일이 있다면서 오늘은 집으로 들어갈 수 없을 것 같다면서 말이다.그렇게 박윤우에게 거짓말을 하고서 전화를 끊었다.마침내 유남준이 수술실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박민정은 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고 김인우가 마스크를 벗으면서 엄숙한 모습으로 다가왔다.“어떻게 됐어요?”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박민정이 물었다.“내일쯤이면 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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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0화

서서히 깨어난 유남준은 손가락을 움직였고 누군가가 자신의 손을 잡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그의 움직임에 박민정은 바로 눈을 떴다.“남준 씨, 깼어요?”박민정의 소리를 듣게 된 유남준은 그제야 그녀의 손을 꼭 움켜쥐었다.“응, 오래 잔 것 같아.”박민정은 그를 향해 몸을 돌리면서 확 끌어안았다.“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고요. 오래 잔 게 아니라 오랫동안 기절해 있었던 거예요.”동맥까지 다친 유남준은 아주 섬뜩할 정도로 많은 피를 흘렸었다.박민정에게 꼭 안겨버린 유남준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하지만 그 또한 잠시 바로 정신을 차리면서 손을 들어 박민정의 등을 토닥거려주었다.“괜찮아. 나 이렇게 멀쩡하잖아.”그러자 박민정은 그를 더욱더 꼭 껴안았다.얼굴 전체를 유남준의 가슴팍에 묻을 정도로 말이다.눈물은 어느새 유남준의 옷을 흠뻑 적시고 말았다.흐느끼는 박민정의 소리에 유남준은 가슴이 미어졌다.“울지마.”박민정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면서 대답했다.“안 울었어요.”“배고프지 않아요?”박민정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참, 이제 막 깨어났는데, 가서 인우 씨 불러와야겠어요. 지금 남준 씨 상황이 어떠한지 확인해야 할 것 아니에요.”유남준이 거절하기도 전에 박민정은 침대에서 빠르게 내려와 문 앞으로 가서 경호원에게 말했다.“김인우 선생님 좀 불러오세요.”김인우는 오늘도 병원에서 밤을 보냈다.유남준의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유남준이 깨어났다는 소리를 듣고서 그는 빠르게 달려갔다.그리고 검사하는 동안 박민정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밖에서 기다렸다.“다행히 지혈은 잘 됐어.”김인우가 말했다.유남준은 다소 의외라는 모습을 보였다.“네가 수술한 거야?”검사를 마치고서 김인우는 옆에 앉았다.“남준아, 내 의술에 전혀 믿음이 없는 눈치다? 나 엄청 중요한 사실도 발견했는데, 알고 싶지 않아?”“네가 앞이 보이지 않는 이유이자, 자주 기억을 잃는 이유일 수도 있어.”유남준은 순간 엄숙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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