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죽기 전엔 못 놔줘: Chapter 911 - Chapter 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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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1화

몸을 던지면서 자기를 구해줬던 유남준의 모습을 그리고 있던 박민정이다.그런 순간에 제법 유치하기 그지없는 질문을 던지는 유남준의 말에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심심해요?”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갑자기 핸드폰 벨 소리가 울리면서 두 사람의 달콤한 순간을 깨버렸다.“누구야?”유남준이 물었다.핸드폰을 꺼내 든 박민정은 발신자 번호를 확인하고서 이실직고했다.“지석이에요.”유남준은 질투심이 폭발한 사춘기 소년처럼 입을 삐죽거렸다.“스피커폰 눌러. 무슨 일로 전화했는지 나도 들어봐야겠어.”어제 그 상황에서 박민정이 내뱉은 모든 말과 행동이 연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나 죽이 척척 맞는 두 사람의 모습에 질투가 났었다.박민정은 어쩔 수 없이 스피커폰을 눌렀다.“지석아.”박민정이 그를 불렀다.“어제 민기한테 전화했었어. 어찌 된 상황인지 이미 다 알았고. 너 지금 괜찮아?”연지석이 물었다.“응, 괜찮아.”“그럼, 됐어. 근데 내가 어제 했었던 말은 아직도 유효야. 너만 원한다면 언제든지 너 데리러 갈 수 있어. 내 곁에 있으면 절대 다치는 일 없을 거야.”옆에서 듣고 있던 유남준은 어느새 얼굴이 어두워졌다.박민정이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유남준이 입을 열었다.“연지석 씨, 제 아내는 제가 알아서 잘 챙길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연지석은 자기와 박민정의 대화를 유남준이 듣고 있겠다고 생각지도 못했다.하지만 전혀 당황해하지 않고 바로 충고하기 시작했다.“유 대표님께서 민정이를 잘 지켜줄 수만 있다면 걱정할 일도 없을 겁니다.”“거듭 경고하는데, 우리 민정이 나한테는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사람입니다. 만약 잘 지켜줄 수 없으시다면 하루빨리 저한테 보내시기 바랍니다. 저는 유 대표님처럼 자기 여자도 아이도 다치게 두지 않거든요.”유남준은 손을 꼭 움켜쥐었다.그 어떠한 반박도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이때 박민정이 나서서 살벌한 분위기를 깨려고 했다.“지석아, 나 괜찮아. 다치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마. 시간 되면 너 보러 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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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2화

가만히 듣고 있던 유남우의 두 눈에 잠시 차가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대충 먹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저 다 먹었어요. 그만 출근하러 갈게요.”“오늘도 회사에 간다고?”고영란이 물었다.“네, 어차피 집에 있어봤자 도움도 안 되잖아요.”이윽고 유남우는 윤소현을 바라보면서 말했다.“집에서 어머니 파티 준비 잘 도와드려. 가능한 한 공적인 자리에 나타나지 말고.”얼마 전 온라인에서 박민정의 표절에 대해 모함 극을 벌인 일을 겨냥하면서 한 말이었다.“알았어요.”그 말에 숨겨진 뜻을 알아차린 윤소현은 순순히 입을 다물고 대답만 했다.하도 크게 번진 일이라 지금 감히 유남우에게 대꾸조차 할 수 없는 윤소현이다.집에서 나온 유남우는 핸드폰을 확인해 보았는데, 부재중 전화가 몇 통이나 있었다.권씨 가문 셋째 도련님 권진하로부터 걸려 온 전화였다.그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고 바로 연결되었다.수화기 너머 권진하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남우 도련님, 어떡하죠! 유남준 부하들이 우리 해신 형을 데리고 가버렸어요.”유남우는 그 소식을 듣고서도 전혀 놀랍지 않았다.“자업자득이야.”자기 형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유남우이다.유남준이 바보가 되지 않은 이상 그 누구도 감히 쉽게 건드려서는 안 되는 인물이다.권진하 역시 지금 그때 권해신을 말리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남우 도련님, 우리 해신 형 좀 구해주시면 안 돼요? 큰형도 잃은 마당에 저 해신 형까지 잃을 수 없어요.”권진하는 집으로 돌아갈 용기가 없어서 지금까지 밖에서 숨어지내고 있다.차에 오른 유남우는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덤덤하고 차가운 눈빛을 유지했다.“나 그렇게 심심하지도 않고 착한 사람도 아니야.”“하물며 나랑 남준이 사이가 얼마나 어색한지 너도 잘 알잖아. 내가 나서서 말한다고 한들 달라지는 건 없어.”아주 완곡하게 거절하고 있는 셈이다.이러한 답이 돌아오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권진하이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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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3화

늘 했던 대로 처리하면 권해신을 이 세상에서 없애버리는 것이다.하지만 사실 그대로 말하면 박민정이 놀라게 될까 봐 거짓말을 했다.“다시는 진주시에 오지 말라고.”“그런 거였어요.”박민정은 그제야 알았다.이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경호원이 병실로 들어왔다.“대표님, 추경은 씨께서 대표님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유남준은 눈살을 찌푸렸다.추경은에 대해서 그 어떠한 좋은 감정도 없기 때문이다.하지만 대답을 하기도 전에 추경은이 비틀거리면서 다짜고짜 들어왔다.“남준 오빠, 남준 오빠, 괜찮아?”추경은은 병원으로 실려 오기 전에 유남준이 박민정을 구하기 위해 크게 다친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자기를 배신한 박민정을 대체 무슨 이유로 그렇게 보호하고 대신 칼을 막아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박민정한테 그렇게 매력이 있냐면서 말이다.경호원은 추경은을 가로막고서 더 이상 앞으로 다가가지 못하게 하였다.유남준의 사촌 동생이고 부상도 입은 상황이라 폭력적인 수단을 행사하기에 좀 불편했다.“비켜! 남준 오빠 만날 거야!”밖에서 추경은이 떠드는 소리를 듣고서 박민정은 귀가 아파 났다.“그냥 들여보내세요.”경호원은 그제야 추경은을 막아서지 않았다.추경은 역시 밖에서 박민정의 소리를 듣게 되었다.지팡이를 짚고서 비틀거리며 들어온 추경은은 박민정을 보자마자 큰소리로 책문했다.“박민정,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뻔뻔하게 죽치고 있는 거야?”박민정은 그녀가 했었던 음험한 일을 떠올리면서 일부러 염장을 질렀다.“왜 여기에 있으면 안 된다는 거야? 나랑 남준 씨는 법으로도 인정받은 부부사이야. 근데 아무런 관계도 없는 네가 왜 여기에 있는지 난 참 궁금하네.”박민정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유남준은 끼어들지 않고 두 눈을 감았다.“참 뻔뻔도 하지! 다른 사람 아이까지 품고 우리 남준 오빠랑 부부 사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거야? 세상에 그런 부부 사이도 있어?”말을 마치고 추경은은 곧바로 유남준에게 말했다.“남준 오빠, 얼른 이혼해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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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4화

병실 안에서.유남준은 박민정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아주 자연스럽게 그의 손 위에 자기 손을 올려놓고서 박민정이 물었다.“머리는 아프지 않아요?”“안 아파.”“근데 좀 안기고 싶어.”유남준의 말에 박민정은 바로 침대에 앉아서 그를 안아주었다.“상처에 닿기라도 한다면 바로 알려줘야 해요.”“알아. 나 그 정도로 바보 아니야.”입이 거의 찢어질 지경으로 웃고 있는 유남준이다.이처럼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게 참 오랜만인 것 같았다.두 사람은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대로 한참이나 안고 있었다.밖에서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할 만큼 서로의 온도만 느꼈다.“아빠는 왜 다 큰 성인인데도 엄마한테 안겨 있는 거예요?”앳된 목소리가 들려오자 박민정은 문 쪽으로 바라보았다.그때 정민기의 손을 잡고 온 박윤우가 시야로 들어왔다.“엄마, 아빠랑 같이 너무 한 거 아니야? 몰래 병원에서 이럴려고 나한테 학교 가라고 한 거야?”박민정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면서 유남준을 밀어냈다.“그...”갑자기 박윤우에게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몰라 박민정은 엄두 바를 몰랐다.하지만 박윤우는 이미 모든 걸 꿰뚫어 보았다는 눈빛으로 혀를 내두를 정도로 기막힌 말을 한다.“돌다리 밑에서 나 주워 온 것 맞지? 흑흑흑.”박민정은 바로 박윤우에게로 달려가 그를 안았다.“우리 윤우 엄마가 미안해. 돌다리 밑에서 주워 오다니 말도 안 돼. 윤우는 엄마 아빠 사랑으로 태어난 아이야.”갑자기 박민정을 빼앗겼다는 허전함에 유남준은 눈살을 찌푸렸다.‘한참 좋았는데... 분위기 다 깨졌어.’박민정의 말과 행동에 박윤우는 흡족했다.역시나 엄마 마음속에서 자기와 형이 일등이라면서.“엄마, 앞으로 윤우한테 거짓말하면 안 돼.”“알았어.”박민정은 바로 대답했다.박윤우는 그제야 더 이상 애교를 부리지 않고 유남준에게 다가갔다.“아빠, 좀 괜찮으세요?”“그래. 많이 좋아졌어.”유남준이 대답했다.“아빠, 제가 호호 불어드릴까요? 전에 칼에 베였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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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5화

알고 보니 메가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추경은의 말을 듣고 난 뒤 박민정이 말했다.“가서 남준 씨한테 직접 전해줘요.”말하지 못할 것도 없다면서 추경은은 당당한 걸음으로 병실에 들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안색이 한껏 어두워진 추경은이 걸어 나왔다.병실 안으로 돌아간 박민정은 무척이나 심심해 보이는 박윤우를 보게 되었다.“윤우야, 아빠 편하게 쉬시게끔 우리 그만 가자.”“좋아요.”유남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하고자 온 박윤이다.지금껏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지루함의 극치를 맛보았기에 차라리 집으로 가서 라이브를 보고 싶었다.두 사람이 집으로 간다는 소리를 듣고서 유남준이 말했다.“나도 같이 갈래.”상처는 이미 어느 정도 완전히 아물었고 격렬한 운동만 하지 않으면 별문제가 없다.“하지만 아직... 괜찮겠어요?”박민정이 걱정하며 물었다.“걱정하지 않아도 돼. 인우도 괜찮다고 이미 말했었어.”안심을 주고 나서 유남준은 또다시 덧붙였다.“일단 본가에 들릴 생각이야.”아직 유남우에게 볼 일이 있는 유남준이다.서다희의 조사에 따르면 유남우는 요즘 권해신과 아주 가까이하고 있다고 한다.이번 사건이 유남우과 관련되어 있는지 아닌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그뿐만 아니라 유씨 가문에서 파티를 주최할 때마다 많은 비즈니스 파트너들도 함께 하곤한다.유남준은 가능한 한 박민정과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재력을 구축해야 한다.“그럼, 같이 가요.”홀로 본가로 가겠다는 유남준이 걱정되어 박민정이 말했다.“싫으면 억지로 가지 않아도 돼.”유남준은 박민정이 유씨 가문 본가로 가기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하지만 박민정은 고개를 저었다.“예전에는 싫었는데 지금은 좋아요.”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예전에는 유남준의 안중에 박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본가로 들릴 때마다 돌아오는 건 유남준을 포함한 모든 이들의 차가운 시선이었으니 말이다.그러나 지금은 그와 정반대이다.두 사람의 달콤한 대화를 듣고서 박윤우 역시 입꼬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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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6화

전화를 끊고 나서야 김인우는 해방되는 것만 같았다.“어디로 갈 거예요?”김인우가 조하랑에게 물었다.조하랑은 움직이기 귀찮고 움직이고 싶지도 않았다.“그냥 근처에 있는 백화점으로 가요. 밥도 먹을 수 있고 쉴 수도 있고 할아버님이 물어보시면 영화 본 거로 해도 되잖아요.”조하랑이 대답했다.김인우 역시 못마땅한 모습이지만 지금으로서는 가장 좋은 선택인 것 같기도 했다.두 사람은 그렇게 마지못해 백화점으로 향했다.휴일이라 백화점 안에는 인산인해가 따로 없었다.조하랑은 몇 번이나 인파에 몰려 김인우의 품속으로 부딪히고 말았었다.김인우는 하는 수 없이 손을 뻗어 조하랑을 보호하기 시작했다.“뭐가 재밌다고 다들 여기로 몰리는지 모르겠네요.”이대로 계속 걸어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 같아 조하랑은 주위를 스캔하기 시작했다.이윽고 멀지 않은 곳에 줄 서지도 않아도 되는 한식당을 보게 되었다.“우리 저기로 가요.”하도 급하게 걸은 바람에 앞에 사람이 있는 줄 모르고 하마터면 밀칠 뻔했다.“좀 조심해서 걸으세요! 와이프 임신했다고요!”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조하랑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천천히 고개를 들고 나서야 익숙한 그 얼굴이 보였다.그렇다, 강연우였다.강연우는 지금 배가 살짝 부른 고상한 여인을 부축하고 있다.결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임신까지 했다는 사실에 조하랑은 살짝 충격이었다.이곳에서 조하랑을 마주치게 될 줄을 몰랐던 강연우 역시 순간 얼어붙었었다.하지만 그 또한 잠시 바로 평정심을 되찾았다.“너였구나. 어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니. 아직도 이렇게 덜렁거리고 말이야.”조하랑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은 채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미안해.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옆에서 듣고 있던 김인우는 세상 무서운 줄 몰라 하던 조하랑이 강연우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살짝 언짢았다.단번에 조하랑을 품속으로 잡아당기면서 말했다.“우리 하랑이도 임신했어요. 그쪽 아내만 산모인 게 아니라 우리 하랑이도 산모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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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7화

“어디 가는 거예요?”김인우가 물었다.전화를 끊은 김인우를 보고서 조하랑이 되물었다.“경호원들이 손님들 모두 내보내고 있는 거 안 보여요?”그 말에 김인우는 어이가 없었다.“다른 손님들을 내보내고 있는 것이지 우리를 내보내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조하랑은 그 말의 뜻을 알아들을 수 없어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했다.“백화점 책임자한테 전화하고 오는 길이에요. 좀 편하게 다닐 수 있게 다들 내보내 달라고 했어요.”본래 사람이 많아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던 김인우였다.하지만 조금 전 강연우와 그의 아내를 만나고 난 뒤, 모든 이들을 내쫓아 내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이다.조하랑은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되었고 돈만 있으면 별의별 짓도 할 수 있다며 내심 혀를 내둘렀다.모든 손님을 내보냈다는 건 오늘 이곳의 모든 지출을 자기가 책임지겠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결코 적지 않은 지출일 것인데 말이다.“돈이 그렇게도 많아? 쓸 곳이 없으면 차라리 그 돈을 나한테 주지 그래.”조하랑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뭐라고 말했는지 제대로 듣지 못한 김인우는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예요?”조하랑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별거 아니에요. 그럼, 우리 오늘 여기서 다 공짜로 먹어도 되는 거예요?”“그럼요.”조하랑은 그 말을 듣자마자 무척이나 기뻐하며 모든 음식점의 간판 메뉴를 하나씩 대령하라고 했다.그 말에 김인우는 의혹이 들기만 했다.“다 먹을 수 있어요?”“그냥 종류별로 맛이나 좀 보려고요.”어차피 돈도 이미 냈고 가능한 한 손해를 줄여야 하니 말이다.김인우는 바로 조하랑의 말대로 지시를 내렸다.백화점에 있는 모든 음식점의 음식을 마음껏 먹어도 되고 마음에 드는 옷이라도 있으면 마음대로 사면 된다.김인우가 알아서 그 뒷정리를 해 줄 테니 말이다.조하랑은 어느 한 음식점에 앉아 박민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박윤우를 데리고 백화점으로 와서 공짜로 먹고 놀자면서 말이다.마침 집에 있던 박윤우와 박민정은 할 일이 없어 정민기에게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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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8화

유남준 일가족은 준비를 마치고 유씨 가문 본가로 향했다.오늘따라 유난히 떠들썩한 유씨 가문이다.부잣집은 늘 이처럼 인기가 없는 날이 없는 것 같다.아직 제대로 회복하지 않은 추경은마저 이곳으로 찾아와 유명훈과 함께 수다를 떨고 있었다.고영란과 윤소현은 손님을 맞이하느라 바빴다.정수미도 예외 없이 발걸음을 해주었고 그녀와 아는 사람들은 윤소현이 임신했다는 소리를 듣고서 하나같이 고영란에게 물었다.“사모님, 소현이 임신했다면서요? 남우랑은 언제쯤 식을 올리나요?”“그러게 말이에요. 날은 잡았어요?”“잡는 대로 저희한테도 좀 알려주세요. 미리 축하 선물이라도 준비하려고 그래요.”“...”유남우와 윤소현의 결혼에 대해서 사람들이 다그치자 고영란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유남우와 얘기를 해 본 적이 있지만, 그는 자기한테 다 생각이 있다면서 고영란에게 신경 쓰지 말라고 했었다.그 뒤로 고영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었다.“소현이랑 남우한테 달린 일이에요. 두 사람이 언제쯤 식을 올리고 싶으면 그때 올리면 돼요.”고영란이 대답했다.이윽고 사람들의 시선은 모조리 수줍어하는 윤소현에게 쏠렸다.윤소현 역시 숨김없이 말했다.“저희 웨딩드레스까지 맞췄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식을 올리게 될 거예요.”그 말을 듣고서 손님들은 일제히 축하의 뜻을 표했다.본가로 돌아온 유남우는 부하를 통해 윤소현이 내뱉은 말을 알게 되었다.유남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얼굴은 어느새 한껏 어두워졌다.결혼을 재촉하고 있는 뜻으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홍주영도 그 뜻을 알아차렸지만 유남우를 타일렀다.“여하튼 도련님 아이를 품고 있는 분이시잖아요. 일찍 결혼하면 아이한테도 좋을 거예요.”유남우는 그 말을 듣고서 홍주영을 바라보았으나 그 어떠한 부드러움도 없었다.“사적인 일에 신경 쓰지 마.”홍주영은 이러한 말투로 야단치는 유남우의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어 고개를 푹 숙인 채 감히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그러자 유남우는 엄숙한 모습을 거두고 부드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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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9화

박윤우를 데리고 자리를 찾아 앉은 박민정, 유남준이 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작정이었다.그때 연령대가 비슷한 유씨 가문의 사촌 언니, 사촌 동생들과 함께 ‘불청객’인 윤소현이 찾아왔다.찾아온 것만으로 부족하여 윤소현은 일부러 박민정의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형님, 왜 윤우랑 같이 구석에 앉아 있는 거예요? 오시지 않은 줄 알고 한참 둘러봤잖아요.”윤소현이 먼저 말을 걸었다.다른 이들도 잇따라 옆자리에 앉았고 그 중 한 사람이 말을 이어갔다.“새언니, 이 꼬마가 남준 오빠 아들이에요? 엄청 귀엽게 생겼네요. 근데 제가 듣기로는 어딘가 많이 아프다면서요?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물어봐도 될까요?”일부러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있는 질문이 아닐 수가 없었다.박민정은 상대의 질문에 그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이때 또 다른 이가 덧붙였다.“저 외할아버지한테서 들은 적 있는 것 같아요. 백혈병 맞죠?”“네? 백혈병이라고요? 그거 불치병 아니에요?”또 다른 누군가가 계속 부채질을 했다.“백혈병... 그거 맞는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들은 바가 있거든요.”그들은 서로 말을 주고받으면서 일부러 박민정을 자극하고 있었다.박민정은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잡아당겼다.박민정을 자극하려고 온 이들이라면 치명적인 약점을 잘 공략한 셈이다.박윤우의 병은 그녀가 평생 안고 가야 하는 아픔이자 반박 조차할 수 없는 가장 큰 약점이다.결코 선한 의도를 품고 찾아온 이들이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린 박윤우가 박민정 대신 반격에 나섰다.“엄마, 혹시 여기 이 이모들 학교 다닌 적 없어?”박민정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면서 박윤우의 뜻을 알아차리고 연기에 들어갔다.“우리 윤우 왜 그렇게 묻는 거야? 여기 이 이모들 모두 뛰어난 우등생들이야. 그뿐만 아니라 유명한 대학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분들도 많으셔.”유씨 가문에서는 남녀를 막론하고 교육에 가장 큰 중점을 둔다.따라서 문맹이 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박윤우의 말을 듣고서 ‘이모’들은 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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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0화

박윤우의 설명을 듣고 난 뒤 고영란은 그대로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감히 자기 손자한테 단명할 놈이라고 저주까지 하면서 애를 놀렸으니 말이다.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찾아왔던 그들은 억울해도 변명할 길이 없어 참으로 답답했다.조금 전에 백혈병은 치료하기 힘들다고 말한 적은 있어도 단명할 놈이라고 말한 적은 전혀 없으니 말이다.하지만 명품 연기가 주특기인 박윤우는 고영란을 덥석 안으며 이번 장면을 하이라이트로 밀고 갔다.“할머니, 저 단명할 놈이에요? 할머니... 윤우 아직 죽고 싶지 않아요.”말하면서 박윤우는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내막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면 엄마인 박민정도 그 연기에 넘어갔을 것이다.그리고 박윤우가 은근히 똑똑한 구석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우리 강아지 울지 마. 절대 그런 일 없어. 할머니 곁에서 아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거야! 절대 그런 걱정하지 마!”고영란은 허리까지 숙여가면서 눈물을 닦아주었다.이윽고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면서 언성을 높였다.“누가 감히 내 귀한 손자한테 그런 몹쓸 말을 한 거야! 누구야!”윤소현은 지금 당장 어디로든 숨고 싶은 심정이다.고영란이 무서웠던 그들은 모두 우물쭈물했다.그때 누군가가 용기를 내면서 반박하기 시작했다.“외숙모, 저희 윤우한테 그런 말 한 적 없어요.”“그럼, 뭐라고 했는데?”고영란은 아랑곳하지 않고 언성을 높여가며 물었다.“그런 말을 꺼낸 적도 없는데, 어떻게 이 어린아이가 ‘단명할 놈’이라는 단어를 내뱉을 수 있는가 말이다!”“저희는 그냥 백혈병을 치료하기 어렵다고 말했을 뿐이에요.”또 다른 이가 나서서 나지막이 말했다.그 말을 듣고서 박민정도 마침내 입을 열었다.“그것만 말했어요? 치료하기 어렵다고만 말했냐고요!”그들은 분명히 치료할 수 없다고 말했었다.사실 치료할 수 있든 없든 친척으로서 아이랑 아이 엄마를 앞에 두고 그런 잔인한 말을 해서는 안 된다.박윤우는 더욱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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