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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2화

가만히 듣고 있던 유남우의 두 눈에 잠시 차가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대충 먹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다 먹었어요. 그만 출근하러 갈게요.”

“오늘도 회사에 간다고?”

고영란이 물었다.

“네, 어차피 집에 있어봤자 도움도 안 되잖아요.”

이윽고 유남우는 윤소현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집에서 어머니 파티 준비 잘 도와드려. 가능한 한 공적인 자리에 나타나지 말고.”

얼마 전 온라인에서 박민정의 표절에 대해 모함 극을 벌인 일을 겨냥하면서 한 말이었다.

“알았어요.”

그 말에 숨겨진 뜻을 알아차린 윤소현은 순순히 입을 다물고 대답만 했다.

하도 크게 번진 일이라 지금 감히 유남우에게 대꾸조차 할 수 없는 윤소현이다.

집에서 나온 유남우는 핸드폰을 확인해 보았는데, 부재중 전화가 몇 통이나 있었다.

권씨 가문 셋째 도련님 권진하로부터 걸려 온 전화였다.

그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고 바로 연결되었다.

수화기 너머 권진하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우 도련님, 어떡하죠! 유남준 부하들이 우리 해신 형을 데리고 가버렸어요.”

유남우는 그 소식을 듣고서도 전혀 놀랍지 않았다.

“자업자득이야.”

자기 형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유남우이다.

유남준이 바보가 되지 않은 이상 그 누구도 감히 쉽게 건드려서는 안 되는 인물이다.

권진하 역시 지금 그때 권해신을 말리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

“남우 도련님, 우리 해신 형 좀 구해주시면 안 돼요? 큰형도 잃은 마당에 저 해신 형까지 잃을 수 없어요.”

권진하는 집으로 돌아갈 용기가 없어서 지금까지 밖에서 숨어지내고 있다.

차에 오른 유남우는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덤덤하고 차가운 눈빛을 유지했다.

“나 그렇게 심심하지도 않고 착한 사람도 아니야.”

“하물며 나랑 남준이 사이가 얼마나 어색한지 너도 잘 알잖아. 내가 나서서 말한다고 한들 달라지는 건 없어.”

아주 완곡하게 거절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답이 돌아오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권진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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