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준 일가족은 준비를 마치고 유씨 가문 본가로 향했다.오늘따라 유난히 떠들썩한 유씨 가문이다.부잣집은 늘 이처럼 인기가 없는 날이 없는 것 같다.아직 제대로 회복하지 않은 추경은마저 이곳으로 찾아와 유명훈과 함께 수다를 떨고 있었다.고영란과 윤소현은 손님을 맞이하느라 바빴다.정수미도 예외 없이 발걸음을 해주었고 그녀와 아는 사람들은 윤소현이 임신했다는 소리를 듣고서 하나같이 고영란에게 물었다.“사모님, 소현이 임신했다면서요? 남우랑은 언제쯤 식을 올리나요?”“그러게 말이에요. 날은 잡았어요?”“잡는 대로 저희한테도 좀 알려주세요. 미리 축하 선물이라도 준비하려고 그래요.”“...”유남우와 윤소현의 결혼에 대해서 사람들이 다그치자 고영란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유남우와 얘기를 해 본 적이 있지만, 그는 자기한테 다 생각이 있다면서 고영란에게 신경 쓰지 말라고 했었다.그 뒤로 고영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었다.“소현이랑 남우한테 달린 일이에요. 두 사람이 언제쯤 식을 올리고 싶으면 그때 올리면 돼요.”고영란이 대답했다.이윽고 사람들의 시선은 모조리 수줍어하는 윤소현에게 쏠렸다.윤소현 역시 숨김없이 말했다.“저희 웨딩드레스까지 맞췄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식을 올리게 될 거예요.”그 말을 듣고서 손님들은 일제히 축하의 뜻을 표했다.본가로 돌아온 유남우는 부하를 통해 윤소현이 내뱉은 말을 알게 되었다.유남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얼굴은 어느새 한껏 어두워졌다.결혼을 재촉하고 있는 뜻으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홍주영도 그 뜻을 알아차렸지만 유남우를 타일렀다.“여하튼 도련님 아이를 품고 있는 분이시잖아요. 일찍 결혼하면 아이한테도 좋을 거예요.”유남우는 그 말을 듣고서 홍주영을 바라보았으나 그 어떠한 부드러움도 없었다.“사적인 일에 신경 쓰지 마.”홍주영은 이러한 말투로 야단치는 유남우의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어 고개를 푹 숙인 채 감히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그러자 유남우는 엄숙한 모습을 거두고 부드러운
박윤우를 데리고 자리를 찾아 앉은 박민정, 유남준이 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작정이었다.그때 연령대가 비슷한 유씨 가문의 사촌 언니, 사촌 동생들과 함께 ‘불청객’인 윤소현이 찾아왔다.찾아온 것만으로 부족하여 윤소현은 일부러 박민정의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형님, 왜 윤우랑 같이 구석에 앉아 있는 거예요? 오시지 않은 줄 알고 한참 둘러봤잖아요.”윤소현이 먼저 말을 걸었다.다른 이들도 잇따라 옆자리에 앉았고 그 중 한 사람이 말을 이어갔다.“새언니, 이 꼬마가 남준 오빠 아들이에요? 엄청 귀엽게 생겼네요. 근데 제가 듣기로는 어딘가 많이 아프다면서요?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물어봐도 될까요?”일부러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있는 질문이 아닐 수가 없었다.박민정은 상대의 질문에 그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이때 또 다른 이가 덧붙였다.“저 외할아버지한테서 들은 적 있는 것 같아요. 백혈병 맞죠?”“네? 백혈병이라고요? 그거 불치병 아니에요?”또 다른 누군가가 계속 부채질을 했다.“백혈병... 그거 맞는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들은 바가 있거든요.”그들은 서로 말을 주고받으면서 일부러 박민정을 자극하고 있었다.박민정은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잡아당겼다.박민정을 자극하려고 온 이들이라면 치명적인 약점을 잘 공략한 셈이다.박윤우의 병은 그녀가 평생 안고 가야 하는 아픔이자 반박 조차할 수 없는 가장 큰 약점이다.결코 선한 의도를 품고 찾아온 이들이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린 박윤우가 박민정 대신 반격에 나섰다.“엄마, 혹시 여기 이 이모들 학교 다닌 적 없어?”박민정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면서 박윤우의 뜻을 알아차리고 연기에 들어갔다.“우리 윤우 왜 그렇게 묻는 거야? 여기 이 이모들 모두 뛰어난 우등생들이야. 그뿐만 아니라 유명한 대학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분들도 많으셔.”유씨 가문에서는 남녀를 막론하고 교육에 가장 큰 중점을 둔다.따라서 문맹이 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박윤우의 말을 듣고서 ‘이모’들은 피식
박윤우의 설명을 듣고 난 뒤 고영란은 그대로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감히 자기 손자한테 단명할 놈이라고 저주까지 하면서 애를 놀렸으니 말이다.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찾아왔던 그들은 억울해도 변명할 길이 없어 참으로 답답했다.조금 전에 백혈병은 치료하기 힘들다고 말한 적은 있어도 단명할 놈이라고 말한 적은 전혀 없으니 말이다.하지만 명품 연기가 주특기인 박윤우는 고영란을 덥석 안으며 이번 장면을 하이라이트로 밀고 갔다.“할머니, 저 단명할 놈이에요? 할머니... 윤우 아직 죽고 싶지 않아요.”말하면서 박윤우는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내막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면 엄마인 박민정도 그 연기에 넘어갔을 것이다.그리고 박윤우가 은근히 똑똑한 구석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우리 강아지 울지 마. 절대 그런 일 없어. 할머니 곁에서 아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거야! 절대 그런 걱정하지 마!”고영란은 허리까지 숙여가면서 눈물을 닦아주었다.이윽고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면서 언성을 높였다.“누가 감히 내 귀한 손자한테 그런 몹쓸 말을 한 거야! 누구야!”윤소현은 지금 당장 어디로든 숨고 싶은 심정이다.고영란이 무서웠던 그들은 모두 우물쭈물했다.그때 누군가가 용기를 내면서 반박하기 시작했다.“외숙모, 저희 윤우한테 그런 말 한 적 없어요.”“그럼, 뭐라고 했는데?”고영란은 아랑곳하지 않고 언성을 높여가며 물었다.“그런 말을 꺼낸 적도 없는데, 어떻게 이 어린아이가 ‘단명할 놈’이라는 단어를 내뱉을 수 있는가 말이다!”“저희는 그냥 백혈병을 치료하기 어렵다고 말했을 뿐이에요.”또 다른 이가 나서서 나지막이 말했다.그 말을 듣고서 박민정도 마침내 입을 열었다.“그것만 말했어요? 치료하기 어렵다고만 말했냐고요!”그들은 분명히 치료할 수 없다고 말했었다.사실 치료할 수 있든 없든 친척으로서 아이랑 아이 엄마를 앞에 두고 그런 잔인한 말을 해서는 안 된다.박윤우는 더욱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할
유명훈이 추경은을 위해 사실을 감추려 하자 유남준은 살짝 어이가 없었다. "제 아이입니다." 유명훈은 유남준을 향해 자신의 지팡이를 내던졌다. 그 지팡이는 아슬아슬하게 유남준을 빗나갔다. "이 순간까지도 계속 거짓말을 할 셈이냐? 응?" 유남준은 하는 수 없이 그날 발생했던 위급했던 상황과 박민정이 부득이하게 시간을 뒤로 미루었던 사실을 이실직고하였다. 유명훈은 듣고 난 뒤 어안이 벙벙해져 한동안 넋이 나갔다. "그러면 추경은이 했던 얘기가 다 거짓말이었다는 거냐?" "그럼요. 아무렴 제 자신의 자식인데 그 아이가 누구의 것인지 제가 모를 리가 있겠나요?" 유남준이 되물었다. 유명훈은 이제야 둥둥 떠있던 가슴이 가라앉는 듯하였다. "그러하였구나, 경은이 이 녀석이 잘 모르면서 나한테 헛소리를 하였구나." 유남준은 입을 함부로 놀린 사람이 바로 추경은일줄 예상했다. 그의 눈밑에서 한기가 스쳐 지나갔다. 유명훈은 자신이 말실수를 했음을 인식하였다. 그는 인차 추경은의 실드를 쳐주었다. "남준아, 경은이도 네가 박민정한테 속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벌인 일들이야. 추 씨 가문 사람들이 항상 우리 유 씨 가문을 따랐으니 너도 경은이의 마음을 상하게 하진 말거라." 유남준이 아무런 내색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고 있어요." 유명훈이 추재훈의 목숨을 구해준 적이 있는데 추재훈은 그 은혜에 보답하려 유 씨 가문에 무슨 일이 생기든 항상 유 씨 가문의 편에 서서 그들을 지지해 왔다. 유남준이 유 씨 가문을 이끌기 시작했을 무렵에도 추재훈의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었다. 그는 은혜를 모르는 파렴치한 인간이 아니다. "할아버지, 그럼 이만 나가보아도 될까요?" "그래, 나가보거라. 오랜만에 한가족이 모였으니 친척형제들과 제대로 인사를 나누거라." 유명훈이 말하였다. 유남준은 방문을 나선 후 서다희의 안배하에 과거 친하게 지냈던 친신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다른 한편. 고영란은 일부 여성친척들한테 자신의 손자를 소개하고 있었는데 웃음이
유지훈은 자기가 박윤우를 연못으로 빠뜨리려 할 때 자기도 덩달아 연못으로 같이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하였다. 그는 비록 수영을 배웠지만 이건 수영장이 아닌 연못이다. 게다가 박윤우가 유지훈의 옷을 꼭 잡은 채 놓지 않으니 뿌리칠 수조차 없었다. '제길!' 누군가 이쪽으로 헤엄쳐 오는 것이 보였다. 유지훈은 자신을 구하러 오는 건 줄 알았는데 자신이 아닌 박윤우를 건져 올릴 줄은 생각도 못했다. 박윤우는 구조당하는 순간에야 유지훈의 옷에서 손을 놓았다. 일분도 안되여 유남우는 성공적으로 박윤우를 연못에서 구해내였다. 다행히 박윤우는얼굴빛이 창백해졌을 뿐 연못물에 사레가 들리지 않았다. 유지훈도 곧 경호원들에게 구조당하였다. 사람들 틈에서 나온 박민정은 유남우가 박윤우를 구한 것을 보았다. 그녀는 황급히 달려와서 박윤우를 끌어안았다. "윤우야!" 기타 사람들은 급급히 구조전화를 걸었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던 연회는 두 아이의 모순으로 황급히 마무리되었다. 병원에서 의사가 두 아이의 상태를 검사하였다. 박민정은 유남준의 손을 꼭 잡았다. 유남준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다독였다. "걱정하지 마, 별일 없을 거야." 박윤우를 구하느라 온몸이 다 젖은 차림의 유남우가 그들과 멀지 않은 곳에 서있었다. 윤소현은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유남우 얼굴의 물기를 닦아주면서 그에게 말하였다. "남우 씨, 옷이 다 젖었어요. 우리 먼저 돌아가서 옷부터 갈아입어요." 유남우는 윤소현의 제안을 거절하였다. "난 괜찮아." 유남우의 시선은 이따금 박민정과 유남준의 꼭 잡고 있는 두 손으로 향했다. 윤소현도 이를 눈치채고 질투심이 차올랐지만 딱히 뭔가를 표현할 수도 없었다. 고영란이 다가왔다. "남우야, 이게 다 무슨 일이냐. 멀쩡하던 두 아이가 어쩌다가 물에 빠진 거냐? " 유남우가 고개를 저었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소리를 들었을 땐 두 아이 모두 이미 연못에 빠져있었어요." 고영란은 유남우의 대답을 듣곤 더는 묻지 않고 이들과 같이
유지훈은 연회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는 소리에 살짝 겁이 났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아닌 척했다. "그래요." 박민정은 이어 말하였다. "만약 카메라에 윤우가 민 게 아니라 네가 윤우를 미는 모습이 찍혔다면 그땐 네가 사과해야겠지?" 유지훈은 그깟 사과 따위 하면 되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유남준은 이미 저택의 비서님께 이 일을 지시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이 전송되어 왔다. 박민정은 그 영상을 건네받은 뒤 모든 사람들 앞에서 재생하였다. 영상에서 유지훈이 박윤우를 밀어 연못에 빠트린 것을 볼 수 있었다. 유지훈이 연못에 빠진 건 박윤우가 빠질 때 그의 옷에서 손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젠 모든 사실이 밝혀졌다. 유지훈을 믿었던 유명훈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였다. "지훈아, 어떻게 거짓말을 할 수가 있느냐?" 처음은 그렇다 쳐도 두 번, 세 번 연이어 거짓말을 하였다. 유명훈은 저번 청명절에서도 유지훈이 박윤우를 고의로 밀려하다가 스스로 넘어진 일을 기억하고 있다. 유지훈은 나이가 어리다 보니 이런 상황에 놀라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고영란은 원래부터 유지훈을 탐탁지 않아 했다. 그런 와중 연이어 자신의 손주를 해하려 하는 유지훈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미간이 좁혀졌다. "어린 나이에 이토록 악독하다니. 너의 엄마아빠가 이리 가르쳐주던? 윤우가 백혈병이 있어 안 그래도 몸이 약한데 네가 걔를 연목에 빠뜨린 건 윤우의 명줄을 끊으려 한 거랑 같은 거야! " 고영란이 분에 겨워 말했다. 유지훈은 더 큰 소리로 울었다. "제가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 어르신들의 연이은 호통소리에 유지훈은 순식간에 겁에 질렸다. 솔직히 박민정도 의아했다. 이 아이는 왜서 이토록까지 지난 일에 한을 품다 못해 윤우의 목숨까지 해하려 드는지를 말이다. 유명훈은 이번엔 유지훈이 몇 방울의 눈물을 흘렸다 해서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다. "윤우한테 사과하거라!"
박민정과 유남준도 박윤우를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갔다. 가는 길에 박윤우는 보기에 평범한 그 구슬을 손에 쥐었다. "아빠, 엄마, 이 구슬 진짜 그리 비싸? " 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래, 사리자는 무척 귀한 거야. 이후에 꼭 잘 간수해야 해." 게다가 유명훈도 득도한 승려가 원적 후의 사리자라 했으니 이걸 얻기가 어지간히 쉽지 않았을 거다. "알았어." 박윤우는 대답한 뒤 박민정에게 기대어 잠들었다. 박민정은 윤우를 꼭 껴안았다. 지금의 그녀는 윤우를 한순간도 자신의 시선밖에 내놓을 자신이 없다. 저택으로 돌아왔다. 박민정은 박윤우를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준 뒤에야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유남준은 먼저 샤워하고 침대에 누웠다. 밤에 그 둘은 함께 잠을 잤다. 박민정은 윤우가 사고를 당하는 악몽을 꾸고 놀라 잠에서 깨었다. "윤우야......" 깊게 잠들지 않았던 유남준은 그녀의 소리를 듣고 그녀를 안았다. "악몽 꿨어?" 박민정은 유남준의 포옹 속에서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 "네, 윤우가 또 사고당하는 꿈을 꿨어요." 유남준은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토닥이며 말했다. "괜찮아, 꿈일 뿐이야." "네."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녀는 더는 잠에 들지 하였다. "근데 유지훈은 왜 윤우를 밀었을까요?" 그 영상을 보았을 당시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떻게 어린아이가 이리도 나쁜 짓을 할 수 있지?' "어린아이들은 보통 부모의 영향을 크게 받기 마련이야. 나의 아버지와 큰아버지 둘 사이의 관계가 좋지 않았어. 그래서인지 유성혁은 어릴 적부터 날 경쟁대상으로 여겨왔어." 유남준이 대답했다. 그러나 과거의 유남준에게 유성혁은 그의 상대가 될만한 자격조차 없었다. 유남준이 박민정에게 이런 얘길 꺼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비록 그녀가 유 씨 가문에 시집온 지 몇 년이나 지났지만 유남준의 큰아버지는 본 적이 별로 없었다. 듣기론 주로 해외의 사업을 경영해서 간혹 설 쇨 때에나 집으로
그러나 박윤우를 건들지 못한다 하여 박민정도 건들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기고만장하여 말했다. "제 남편이 요즘 사업하느라 매일같이 해외출장 가지 뭐예요. 하도 바빠서 저랑 같이 연회에 참석도 못했네요." "제 남편도요. 매일 사업하랴, 고객 만나랴, 여기에 저랑 동반참석하지도 못했잖아요." "말도 말아요." 듣기엔 자신의 남편이 여기가 나쁘다 저기가 나쁘다 푸념 늘어놓는 것 같지만 실은 자기의 남편이 능력 있다 자랑하는 거다. 윤소현의 아부를 떠는 사람도 있었다. "제부매부들이 바빠봤자 둘째 오빠보다 바쁘겠나요? 지금 큰오빠가 손을 놓으니 호산그룹은 둘째 오빠가 다 관리하잖아요. 그런 와중에도 둘째 형님과 시간을 보내시려고 노력하잖아요." 윤소현은 득의양양해져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남우 씨가 저를 배려해서 산부인과 검사 같은 거 할 때마다 아무리 바빠도 시간 빼내여 절 동반해주려 하네요." 그들이 한마디 두 마디 서로 주고받을 때 박민정은 못 들은 척하였다. 박윤우도 그저 묵묵히 밥만 먹었다. 박윤우는 눈앞의 아줌마들이 고의로 엄마가 들어라고 하는 소리인 것을 알았다. 박민정의 반응이 너무도 미지근했던 건지 그들 무리 중 한 명이 직접 박민영한테 말을 걸었다. "그래도 큰 형님이 젤 좋으시겠어요. 지금 큰오빠가 눈이 안 보여서 일할 필요도 없으니 매일매일 형수님과 같이 시간 보낼 수 있잖아요." 박민정은 하던 동작을 멈추고 말했다. "그래, 우린 돈도 많고 일할 필요도 없으니 아주 즐거워." 이 말을 들은 몇몇이 순간 말문을 잃었다. 이때 식사를 끝마친 박윤우가 곤혹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저의 아빠가 직업이 없다고 누가 그랬어요? 아빠 회사 엄청 커요." 이 말을 들은 사촌언니동생들은 의아했다. "윤우야, 너의 아빠가 회사가 있다고? 어디 있는데? " 그들은 유민준 같이 눈조차 보이지 않는 사람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박윤우는 똘망똘망한 큰 눈동자로 그들을 지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