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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3화

유지훈은 연회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는 소리에 살짝 겁이 났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아닌 척했다.

"그래요."

박민정은 이어 말하였다.

"만약 카메라에 윤우가 민 게 아니라 네가 윤우를 미는 모습이 찍혔다면 그땐 네가 사과해야겠지?"

유지훈은 그깟 사과 따위 하면 되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유남준은 이미 저택의 비서님께 이 일을 지시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이 전송되어 왔다.

박민정은 그 영상을 건네받은 뒤 모든 사람들 앞에서 재생하였다.

영상에서 유지훈이 박윤우를 밀어 연못에 빠트린 것을 볼 수 있었다. 유지훈이 연못에 빠진 건 박윤우가 빠질 때 그의 옷에서 손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젠 모든 사실이 밝혀졌다.

유지훈을 믿었던 유명훈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였다.

"지훈아, 어떻게 거짓말을 할 수가 있느냐?"

처음은 그렇다 쳐도 두 번, 세 번 연이어 거짓말을 하였다.

유명훈은 저번 청명절에서도 유지훈이 박윤우를 고의로 밀려하다가 스스로 넘어진 일을 기억하고 있다.

유지훈은 나이가 어리다 보니 이런 상황에 놀라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고영란은 원래부터 유지훈을 탐탁지 않아 했다. 그런 와중 연이어 자신의 손주를 해하려 하는 유지훈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미간이 좁혀졌다.

"어린 나이에 이토록 악독하다니. 너의 엄마아빠가 이리 가르쳐주던? 윤우가 백혈병이 있어 안 그래도 몸이 약한데 네가 걔를 연목에 빠뜨린 건 윤우의 명줄을 끊으려 한 거랑 같은 거야! "

고영란이 분에 겨워 말했다.

유지훈은 더 큰 소리로 울었다.

"제가 잘못했어요. 다신 안 그럴게요."

어르신들의 연이은 호통소리에 유지훈은 순식간에 겁에 질렸다.

솔직히 박민정도 의아했다. 이 아이는 왜서 이토록까지 지난 일에 한을 품다 못해 윤우의 목숨까지 해하려 드는지를 말이다.

유명훈은 이번엔 유지훈이 몇 방울의 눈물을 흘렸다 해서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다.

"윤우한테 사과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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