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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6화

전화를 끊고 나서야 김인우는 해방되는 것만 같았다.

“어디로 갈 거예요?”

김인우가 조하랑에게 물었다.

조하랑은 움직이기 귀찮고 움직이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근처에 있는 백화점으로 가요. 밥도 먹을 수 있고 쉴 수도 있고 할아버님이 물어보시면 영화 본 거로 해도 되잖아요.”

조하랑이 대답했다.

김인우 역시 못마땅한 모습이지만 지금으로서는 가장 좋은 선택인 것 같기도 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마지못해 백화점으로 향했다.

휴일이라 백화점 안에는 인산인해가 따로 없었다.

조하랑은 몇 번이나 인파에 몰려 김인우의 품속으로 부딪히고 말았었다.

김인우는 하는 수 없이 손을 뻗어 조하랑을 보호하기 시작했다.

“뭐가 재밌다고 다들 여기로 몰리는지 모르겠네요.”

이대로 계속 걸어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 같아 조하랑은 주위를 스캔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멀지 않은 곳에 줄 서지도 않아도 되는 한식당을 보게 되었다.

“우리 저기로 가요.”

하도 급하게 걸은 바람에 앞에 사람이 있는 줄 모르고 하마터면 밀칠 뻔했다.

“좀 조심해서 걸으세요! 와이프 임신했다고요!”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하랑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천천히 고개를 들고 나서야 익숙한 그 얼굴이 보였다.

그렇다, 강연우였다.

강연우는 지금 배가 살짝 부른 고상한 여인을 부축하고 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임신까지 했다는 사실에 조하랑은 살짝 충격이었다.

이곳에서 조하랑을 마주치게 될 줄을 몰랐던 강연우 역시 순간 얼어붙었었다.

하지만 그 또한 잠시 바로 평정심을 되찾았다.

“너였구나. 어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니. 아직도 이렇게 덜렁거리고 말이야.”

조하랑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은 채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미안해.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옆에서 듣고 있던 김인우는 세상 무서운 줄 몰라 하던 조하랑이 강연우에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살짝 언짢았다.

단번에 조하랑을 품속으로 잡아당기면서 말했다.

“우리 하랑이도 임신했어요. 그쪽 아내만 산모인 게 아니라 우리 하랑이도 산모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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