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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0화

박윤우의 설명을 듣고 난 뒤 고영란은 그대로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다.

감히 자기 손자한테 단명할 놈이라고 저주까지 하면서 애를 놀렸으니 말이다.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찾아왔던 그들은 억울해도 변명할 길이 없어 참으로 답답했다.

조금 전에 백혈병은 치료하기 힘들다고 말한 적은 있어도 단명할 놈이라고 말한 적은 전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명품 연기가 주특기인 박윤우는 고영란을 덥석 안으며 이번 장면을 하이라이트로 밀고 갔다.

“할머니, 저 단명할 놈이에요? 할머니... 윤우 아직 죽고 싶지 않아요.”

말하면서 박윤우는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내막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면 엄마인 박민정도 그 연기에 넘어갔을 것이다.

그리고 박윤우가 은근히 똑똑한 구석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우리 강아지 울지 마. 절대 그런 일 없어. 할머니 곁에서 아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거야! 절대 그런 걱정하지 마!”

고영란은 허리까지 숙여가면서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윽고 차갑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면서 언성을 높였다.

“누가 감히 내 귀한 손자한테 그런 몹쓸 말을 한 거야! 누구야!”

윤소현은 지금 당장 어디로든 숨고 싶은 심정이다.

고영란이 무서웠던 그들은 모두 우물쭈물했다.

그때 누군가가 용기를 내면서 반박하기 시작했다.

“외숙모, 저희 윤우한테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그럼, 뭐라고 했는데?”

고영란은 아랑곳하지 않고 언성을 높여가며 물었다.

“그런 말을 꺼낸 적도 없는데, 어떻게 이 어린아이가 ‘단명할 놈’이라는 단어를 내뱉을 수 있는가 말이다!”

“저희는 그냥 백혈병을 치료하기 어렵다고 말했을 뿐이에요.”

또 다른 이가 나서서 나지막이 말했다.

그 말을 듣고서 박민정도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것만 말했어요? 치료하기 어렵다고만 말했냐고요!”

그들은 분명히 치료할 수 없다고 말했었다.

사실 치료할 수 있든 없든 친척으로서 아이랑 아이 엄마를 앞에 두고 그런 잔인한 말을 해서는 안 된다.

박윤우는 더욱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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