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또다시 부하에게 그만하라고 손짓하고 있는 권해신이다.“인질로서 쓸모가 있는 여자야? 추씨 가문과 유씨 가문이 연락을 끊은 지도 오래되었잖아.”“아니! 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 정반대거든.”“유남준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촌 동생이 바로 추경은이야. 이따가 유남준이 와서 나를 살리려고 하지 않더라도 추경은은 살리려고 할 거야. 그러한 의미에서 큰 쓸모가 있는 여자라는 말이야.”박민정이 말했다.권해신은 유남준에게 이러한 정이 있고 아끼는 동생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윽고 부하에게 그만두라고 사인을 주었다.“눈이 멀면서 마음마저 멀었나 봐? 천하의 유남준이 여자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예전과 같았더라면 여자고 뭐고 아주 흘겨보지도 않았었는데.”유남준이 차에 올랐다는 메시지를 보고서 권해신은 자기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박민정 역시 그가 자기를 구하러 올 것으로 생각지 못한 모습이다.홀로 D국으로 갔을 때, 위험에서 벗어나자마자 박민정을 탓했던 유남준이기때문에 더더욱 놀라운 것이다.모두가 유남준이 오기를 기다렸고 추경은은 지금 그 구덩이 안에 외롭게 누워있다.오늘 박민정 따라서 산책을 나온 것에 대해 무척이나 후회하면서 말이다.만약 따라서 나오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일도 없었을 텐데 억울하기도 했다.“아파요.”그리고 박민정은 바로 옆에 있는 구덩이로 이미 던져졌다.“살고 싶으면 아파도 참아요.”추경은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실은 살리고 싶어서 나선 것이 아니라 한 명이라도 옆에 있으면 마음이 좀 놓일 것 같아 그러한 것이다.만약 추경은이 바로 자기 앞에서 생매장을 당하게 된다면 그 즉시 침착을 잃을 것만 같았다.지옥 같은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소리를 듣자마자 추경은의 두눈이 번적거렸다.바로 밖을 향해 내다보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남준 오빠, 남준 오빠 맞아요?”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권해신 부하들과 함께 유남준이 들어왔다.“둘째 도련님, 데리고 왔습니다.”권해신은 기고만장
권해신 부하들은 곧바로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흙은 어느새 구덩이 절반을 가득 채워져 갔다.흙투성이가 되어 버린 추경은은 살고 싶어서 애원했다.“남준 오빠, 나랑 새언니 좀 살려줘. 허리까지 묻혔단 말이야.”그와 반대로 박민정은 손으로 배를 꼭 감싸안기만 했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이치대로라면 권해신은 절대 유남준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다고 하여 자기와 추경은을 봐줄 리가 없음을 박민정은 잘 알고 있다.유남준에게 더욱더 과분한 일을, 존엄이 바닥나는 일을 시킬지도 모르고 말이다.“남준 오빠, 나는 그렇다 쳐도 되는데, 새언니 배 속에 있는 아이는 생각해야 할 거 아니야!”그 말을 듣게 되는 순간 박민정은 조금 전 그녀를 그냥 죽게끔 방치해 두지 않은 것이 한스러울 따름이었다.“경은 씨, 제발 입 좀 다물어요!”권씨 가문 둘째 도련님인 권해신이 얼마나 독하고 음험한 사람인지 잘 알고 있는 박민정은 천천히 배를 거두었다.권해신은 그제야 박민정의 배에 시선을 쏠리게 되었다.“쯧쯧쯧, 또 임신했어? 깜빡했지 뭐야.”“유 대표 사모님 어서 일으켜드려.”권해신 부하들은 바로 박민정에게 다가갔고 내내 덤덤했던 박민정은 마침내 당황하고 말았다.장정 몇 명이 강제로 일으키는 바람에 어찌할 사이도 없었다.유남준은 주먹을 꽉 움켜쥐고서 나지막이 소리 냈다.“그손놔!”손을 놓기는커녕 권해신은 다른 이들에게 비아냥거리면서 묻기까지 했다.“너희들 유 대표 사모님처럼 임신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아름다우신 여성을 본 적이 있어?”그들은 음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아니요.”“그럼, 오늘 아주 제대로 맛보게 해줄까?”순간 박민정은 머리가 윙윙거렸다.별의별 생각을 속으로 다 해보았으나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박민정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며 소리쳤다.“오지 마!”“그만해! 민정이한테 손대지 마! 무릎... 꿇을게.”그리 크지 않은 소리임에도 모든 이들의 시선이 쏠렸다.그 말을 듣게 되
그 장면을 목격한 박민정은 순간 숨이 턱 멈추는 것만 같았다.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당장이라도 눈물이 쏟아져 나올 정도였다.“남준 씨!”그와 반대로 유남준은 덤덤한 모습으로 눈살 하나 찌푸리지 않고 차분하게 박민정을 위안해 주었다.“나 괜찮아. 두려워하지 마.”빨갛게 물들어버린 그의 흰 셔츠를 보고서 박민정은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달려가고 싶었으나 누군가가 박민정을 확 잡아버렸다.하는 수 없이 큰 소리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남준 씨, 인제 그만 해요! 남준 씨가 나를 신경 쓰지도 않고 마음에 두고 있지도 않다는 거 잘 알고 있어요. 남준 씨가 신경 쓰고 있는 건 내가 아니라 내 배 속에 있는 아이잖아요. 근데 그거 알아요? 이 아이는 남준 씨 아이가 아니에요.”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모든 이들의 시선이 박민정에게 쏠렸고 놀라움을 고스란히 드러냈다.기절하기 일보 직전이었던 추경은은 그 말을 듣고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미친년! 감히 남준 오빠를 배신해?”그러자 박민정은 차갑게 웃으며 바로 윽박질렀다.“왜? 네 오빠는 날 배신해도 되고 난 배신하면 안 돼? 그건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니야? 유씨 가문에서 대체 날 어떻게 본 거야? 왜 나라고 저 인간 배신하면 안 되냐고!”“파렴치한 년!”추경은은 침까지 뱉으며 욕설을 퍼부었다.두 사람의 ‘대화’에 관심이 쏠린 권해신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쯧쯧쯧, 내가 오늘 막장 드라마까지 보게 되는구나.”“유남준, 너도 배신당한 거야? 하하.”유남준은 바보가 아니다.박윤우와 박예찬은 날짜가 맞지 않아 처음에 자기 아이가 맞는지 의심했었지만 지금 배 속에 있는 아이는 확신할 수 있었다.자기가 한 일인데 모를 리가 없다.지금 그러한 말을 하고 있는 박민정의 의도가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다.박민정은 지금 다른 이들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그러한 의도를 캐치하고 유남준은 비수를 확 멀리 던지고 나서 비틀거리면서 박민정에게 다가갔다.“박민정! 네가 어떻게 날 배신할 수 있어?”
그러한 의미에서 만약 박민정이 정말로 연지석의 여자라고 한다면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된다.게다가 권해신은 처음부터 박민정에게 나쁜 짓을 하려고 하지도 않았다.유남우 역시 박민정을 끔찍이 여기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권해신은 아직 유남우에게 미움을 하고 싶지 않았다.지금의 권씨 가문 실력으로는 유씨 가문의 상대가 될 수 없음을 자라 알고 있으니 말이다.“그 말에 신비성이 있는지 내가 무슨 수로 확인하지?”이윽고 권해신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연지석 아이를 품고 있는 거라면 적어도 연지석 번호는 알고 있지?”속으로 무척이나 당황한 박민정은 정민기가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당연하지.”박민정의 바람대로 정민기와 서다희는 사람들을 이끌고 이미 이곳으로 와 있었다.주위를 모두 포위하고서 만일을 위해 공사장 안의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내 핸드폰에 있어.”권해신은 부하를 바라보았고 눈치를 챈 부하는 바로 박민정의 핸드폰을 가지고 왔다.연락처를 좀 훑어보니 과연 연지석의 전화번호가 시야에 들어왔다.“내 앞에서 연지석한테 전화 걸어. 만약 날 속이는 거라면 그땐 네가 상상치도 못하는 일들이 펼쳐질 거야.”박민정에게 이렇게까지 요구하고 있는 이유는 단지 유남준이 조금이라도 더 난처해졌으면 하기 위함이다.유남준을 바로 죽이는 것보다 이처럼 조금씩 죽여나가는 것이 훨씬 짜릿하고 좋았다.드디어 풀려난 박민정은 권해신의 윽박으로 연지석에게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다.‘받지 마.’전화를 걸고서 박민정은 스피커를 눌렀다.주위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고 유남준은 박민정 쪽의 소리에 집중하며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계산하면서 위치를 알아내려고 했다.연결음이 계속 들려왔고 연지석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그렇게 박민정의 바람대로 전화가 끊기려고 할 때 연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민정아.”다정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에 권해신은 살짝 당황했다.얼굴에 보기 흉한 흉터가 있는 박민정이 무려 연씨 가문의 도련님을 알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지석아
공사장 밖에서 정민기는 이미 부하들과 함께 비밀리에 장애물을 처리해 버렸다.유남준과 박민정이 지금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정민기와 서다희는 서로 사인을 주고받고서 바로 안으로 달려들었다.하도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권해신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그의 부하 역시 어안이 벙벙해졌다.“둘째 도련님!”권해신은 그제야 알았다.지금껏 시간을 끌려고 모든 꼼수를 총동원했다는 사실을 말이다.하지만 서다희가 어떻게 위치를 알고 찾아왔는지 궁금하기도 했다.일이 이 지경으로 번진 마당에 권해신은 빠져나갈 구멍이 없음을 알고 유남준 일행의 목숨이라도 빼앗을 생각이었다.“저 두 여자랑 유남준만 죽이면 내가 10억을 주려고 한다.”“만약 죽이는 도중에 함께 죽게 된다면 그 몫은 그 사람 가족한테 줄 것이다.”10억?일반인이 평생을 소처럼 일한다고 하더라도 절대 만질 수 없는 금액이다.권해신 부하들은 두 눈을 이글거리면서 박민정을 향해 다가갔다.박민정은 바로 유남준의 손을 잡고서 소리쳤다.“얼른 가요.”칼날이 스쳐 지나가는 소리가 귓가에 퍼졌고 박민정은 으스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게다가 추경은의 소리까지 들려왔다.“남준 오빠, 나 좀 살려줘!”다리를 다친 추경은, 아이를 품은 박민정, 손을 다친 유남준...세 사람은 순순히 도망칠 수 없었다.권해신 부하가 휘두른 칼날이 박민정 코 앞으로 다가왔다.박민정은 본능적으로 배를 감싸며 아이부터 지켰다.이대로 죽게 되는 줄 알았으나 유남준이 또다시 앞을 가로막으면서 그녀를 살려주었다.다만 이번엔 피가 박민정의 두 눈을 물들여 버렸다.“남준 씨!”배가 아파지면서 숨쉬기조차 어려웠으나 박민정은 그부터 꼭 껴안았다.“남준 씨!”때마침 정민기가 조금 전 그 사람을 처리하고 다가왔다.불과 10분 만에 모든 적을 물리 세웠고 도망치려던 권해신까지 기절시켜 버렸다.박민정은 다른 이들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뼛속 깊이 파고드는 아픔을 참으면서 유남준을 꼭 껴안았다.어디가 다쳤는지 지금 박
안타깝게도 그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는 유남준이다.자기로 인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유남준을 바라보면서 박민정은 두 손을 더욱더 움켜쥐었다.피범벅인 박민정을 바라보면서 서다희 역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사모님, 어디 다치신 데는 없으세요? 선생님께 한번 봐 드리라고 할게요.”박민정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다친 데 없어요... 다친 사람은 남준 씨예요... 남준 씨만 다쳤어요.”서다희는 그제야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의사의 사투로 유남준은 마침내 지혈을 할 수 있었다.“병원으로 가셔서 봉합해야 합니다. 제가 살펴본 정황에 따르면 동맥까지 다치셨습니다. 지혈했다고 한들 얼마나 유지할 수 없을 겁니다.”의사의 말에 서다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유남준 오른쪽 머리에 긴 칼 상처가 있는데, 하마터면 얼굴까지 상처가 날뻔했다.조금 전에 조금이라도 더 신중하게 움직이지 못한 정민기와 자신이 한스러웠다.아니면 유남준에게 이러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말이다.하지만 그 어떠한 후회도 돌이킬 수 없는 게 이 세상의 법칙이다.드디어 병원에 도착했고 김인우가 직접 수술칼을 잡았다.함께 온 추경은은 다른 수술실로 옮겨져 갔다.복도에 멍하니 앉아 있는 박민정은 양손을 새빨갛게 물들어 버린 손을 바라보면서 파르르 떨었다.이때 정민기가 다가왔고 뭐라고 위로하면 좋을지 몰라 가만히 옆에 서 있기만 했다.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고 나서야 수술이 끝났다.집으로 돌아온 박윤우는 박민정과 유남준이 보이지 않자, 전화를 걸어왔다.아들의 목소리에 박민정은 겨우 버티면서 거짓말을 했다.유남준과 함께 볼 일이 있다면서 오늘은 집으로 들어갈 수 없을 것 같다면서 말이다.그렇게 박윤우에게 거짓말을 하고서 전화를 끊었다.마침내 유남준이 수술실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박민정은 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고 김인우가 마스크를 벗으면서 엄숙한 모습으로 다가왔다.“어떻게 됐어요?”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박민정이 물었다.“내일쯤이면 깨어
서서히 깨어난 유남준은 손가락을 움직였고 누군가가 자신의 손을 잡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그의 움직임에 박민정은 바로 눈을 떴다.“남준 씨, 깼어요?”박민정의 소리를 듣게 된 유남준은 그제야 그녀의 손을 꼭 움켜쥐었다.“응, 오래 잔 것 같아.”박민정은 그를 향해 몸을 돌리면서 확 끌어안았다.“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고요. 오래 잔 게 아니라 오랫동안 기절해 있었던 거예요.”동맥까지 다친 유남준은 아주 섬뜩할 정도로 많은 피를 흘렸었다.박민정에게 꼭 안겨버린 유남준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하지만 그 또한 잠시 바로 정신을 차리면서 손을 들어 박민정의 등을 토닥거려주었다.“괜찮아. 나 이렇게 멀쩡하잖아.”그러자 박민정은 그를 더욱더 꼭 껴안았다.얼굴 전체를 유남준의 가슴팍에 묻을 정도로 말이다.눈물은 어느새 유남준의 옷을 흠뻑 적시고 말았다.흐느끼는 박민정의 소리에 유남준은 가슴이 미어졌다.“울지마.”박민정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면서 대답했다.“안 울었어요.”“배고프지 않아요?”박민정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참, 이제 막 깨어났는데, 가서 인우 씨 불러와야겠어요. 지금 남준 씨 상황이 어떠한지 확인해야 할 것 아니에요.”유남준이 거절하기도 전에 박민정은 침대에서 빠르게 내려와 문 앞으로 가서 경호원에게 말했다.“김인우 선생님 좀 불러오세요.”김인우는 오늘도 병원에서 밤을 보냈다.유남준의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유남준이 깨어났다는 소리를 듣고서 그는 빠르게 달려갔다.그리고 검사하는 동안 박민정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밖에서 기다렸다.“다행히 지혈은 잘 됐어.”김인우가 말했다.유남준은 다소 의외라는 모습을 보였다.“네가 수술한 거야?”검사를 마치고서 김인우는 옆에 앉았다.“남준아, 내 의술에 전혀 믿음이 없는 눈치다? 나 엄청 중요한 사실도 발견했는데, 알고 싶지 않아?”“네가 앞이 보이지 않는 이유이자, 자주 기억을 잃는 이유일 수도 있어.”유남준은 순간 엄숙해지기
몸을 던지면서 자기를 구해줬던 유남준의 모습을 그리고 있던 박민정이다.그런 순간에 제법 유치하기 그지없는 질문을 던지는 유남준의 말에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심심해요?”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갑자기 핸드폰 벨 소리가 울리면서 두 사람의 달콤한 순간을 깨버렸다.“누구야?”유남준이 물었다.핸드폰을 꺼내 든 박민정은 발신자 번호를 확인하고서 이실직고했다.“지석이에요.”유남준은 질투심이 폭발한 사춘기 소년처럼 입을 삐죽거렸다.“스피커폰 눌러. 무슨 일로 전화했는지 나도 들어봐야겠어.”어제 그 상황에서 박민정이 내뱉은 모든 말과 행동이 연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나 죽이 척척 맞는 두 사람의 모습에 질투가 났었다.박민정은 어쩔 수 없이 스피커폰을 눌렀다.“지석아.”박민정이 그를 불렀다.“어제 민기한테 전화했었어. 어찌 된 상황인지 이미 다 알았고. 너 지금 괜찮아?”연지석이 물었다.“응, 괜찮아.”“그럼, 됐어. 근데 내가 어제 했었던 말은 아직도 유효야. 너만 원한다면 언제든지 너 데리러 갈 수 있어. 내 곁에 있으면 절대 다치는 일 없을 거야.”옆에서 듣고 있던 유남준은 어느새 얼굴이 어두워졌다.박민정이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유남준이 입을 열었다.“연지석 씨, 제 아내는 제가 알아서 잘 챙길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연지석은 자기와 박민정의 대화를 유남준이 듣고 있겠다고 생각지도 못했다.하지만 전혀 당황해하지 않고 바로 충고하기 시작했다.“유 대표님께서 민정이를 잘 지켜줄 수만 있다면 걱정할 일도 없을 겁니다.”“거듭 경고하는데, 우리 민정이 나한테는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사람입니다. 만약 잘 지켜줄 수 없으시다면 하루빨리 저한테 보내시기 바랍니다. 저는 유 대표님처럼 자기 여자도 아이도 다치게 두지 않거든요.”유남준은 손을 꼭 움켜쥐었다.그 어떠한 반박도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이때 박민정이 나서서 살벌한 분위기를 깨려고 했다.“지석아, 나 괜찮아. 다치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마. 시간 되면 너 보러 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