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한 의미에서 만약 박민정이 정말로 연지석의 여자라고 한다면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된다.게다가 권해신은 처음부터 박민정에게 나쁜 짓을 하려고 하지도 않았다.유남우 역시 박민정을 끔찍이 여기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권해신은 아직 유남우에게 미움을 하고 싶지 않았다.지금의 권씨 가문 실력으로는 유씨 가문의 상대가 될 수 없음을 자라 알고 있으니 말이다.“그 말에 신비성이 있는지 내가 무슨 수로 확인하지?”이윽고 권해신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연지석 아이를 품고 있는 거라면 적어도 연지석 번호는 알고 있지?”속으로 무척이나 당황한 박민정은 정민기가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당연하지.”박민정의 바람대로 정민기와 서다희는 사람들을 이끌고 이미 이곳으로 와 있었다.주위를 모두 포위하고서 만일을 위해 공사장 안의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내 핸드폰에 있어.”권해신은 부하를 바라보았고 눈치를 챈 부하는 바로 박민정의 핸드폰을 가지고 왔다.연락처를 좀 훑어보니 과연 연지석의 전화번호가 시야에 들어왔다.“내 앞에서 연지석한테 전화 걸어. 만약 날 속이는 거라면 그땐 네가 상상치도 못하는 일들이 펼쳐질 거야.”박민정에게 이렇게까지 요구하고 있는 이유는 단지 유남준이 조금이라도 더 난처해졌으면 하기 위함이다.유남준을 바로 죽이는 것보다 이처럼 조금씩 죽여나가는 것이 훨씬 짜릿하고 좋았다.드디어 풀려난 박민정은 권해신의 윽박으로 연지석에게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다.‘받지 마.’전화를 걸고서 박민정은 스피커를 눌렀다.주위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고 유남준은 박민정 쪽의 소리에 집중하며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계산하면서 위치를 알아내려고 했다.연결음이 계속 들려왔고 연지석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그렇게 박민정의 바람대로 전화가 끊기려고 할 때 연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민정아.”다정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에 권해신은 살짝 당황했다.얼굴에 보기 흉한 흉터가 있는 박민정이 무려 연씨 가문의 도련님을 알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지석아
공사장 밖에서 정민기는 이미 부하들과 함께 비밀리에 장애물을 처리해 버렸다.유남준과 박민정이 지금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정민기와 서다희는 서로 사인을 주고받고서 바로 안으로 달려들었다.하도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권해신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그의 부하 역시 어안이 벙벙해졌다.“둘째 도련님!”권해신은 그제야 알았다.지금껏 시간을 끌려고 모든 꼼수를 총동원했다는 사실을 말이다.하지만 서다희가 어떻게 위치를 알고 찾아왔는지 궁금하기도 했다.일이 이 지경으로 번진 마당에 권해신은 빠져나갈 구멍이 없음을 알고 유남준 일행의 목숨이라도 빼앗을 생각이었다.“저 두 여자랑 유남준만 죽이면 내가 10억을 주려고 한다.”“만약 죽이는 도중에 함께 죽게 된다면 그 몫은 그 사람 가족한테 줄 것이다.”10억?일반인이 평생을 소처럼 일한다고 하더라도 절대 만질 수 없는 금액이다.권해신 부하들은 두 눈을 이글거리면서 박민정을 향해 다가갔다.박민정은 바로 유남준의 손을 잡고서 소리쳤다.“얼른 가요.”칼날이 스쳐 지나가는 소리가 귓가에 퍼졌고 박민정은 으스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게다가 추경은의 소리까지 들려왔다.“남준 오빠, 나 좀 살려줘!”다리를 다친 추경은, 아이를 품은 박민정, 손을 다친 유남준...세 사람은 순순히 도망칠 수 없었다.권해신 부하가 휘두른 칼날이 박민정 코 앞으로 다가왔다.박민정은 본능적으로 배를 감싸며 아이부터 지켰다.이대로 죽게 되는 줄 알았으나 유남준이 또다시 앞을 가로막으면서 그녀를 살려주었다.다만 이번엔 피가 박민정의 두 눈을 물들여 버렸다.“남준 씨!”배가 아파지면서 숨쉬기조차 어려웠으나 박민정은 그부터 꼭 껴안았다.“남준 씨!”때마침 정민기가 조금 전 그 사람을 처리하고 다가왔다.불과 10분 만에 모든 적을 물리 세웠고 도망치려던 권해신까지 기절시켜 버렸다.박민정은 다른 이들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뼛속 깊이 파고드는 아픔을 참으면서 유남준을 꼭 껴안았다.어디가 다쳤는지 지금 박
안타깝게도 그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는 유남준이다.자기로 인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유남준을 바라보면서 박민정은 두 손을 더욱더 움켜쥐었다.피범벅인 박민정을 바라보면서 서다희 역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사모님, 어디 다치신 데는 없으세요? 선생님께 한번 봐 드리라고 할게요.”박민정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다친 데 없어요... 다친 사람은 남준 씨예요... 남준 씨만 다쳤어요.”서다희는 그제야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의사의 사투로 유남준은 마침내 지혈을 할 수 있었다.“병원으로 가셔서 봉합해야 합니다. 제가 살펴본 정황에 따르면 동맥까지 다치셨습니다. 지혈했다고 한들 얼마나 유지할 수 없을 겁니다.”의사의 말에 서다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유남준 오른쪽 머리에 긴 칼 상처가 있는데, 하마터면 얼굴까지 상처가 날뻔했다.조금 전에 조금이라도 더 신중하게 움직이지 못한 정민기와 자신이 한스러웠다.아니면 유남준에게 이러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말이다.하지만 그 어떠한 후회도 돌이킬 수 없는 게 이 세상의 법칙이다.드디어 병원에 도착했고 김인우가 직접 수술칼을 잡았다.함께 온 추경은은 다른 수술실로 옮겨져 갔다.복도에 멍하니 앉아 있는 박민정은 양손을 새빨갛게 물들어 버린 손을 바라보면서 파르르 떨었다.이때 정민기가 다가왔고 뭐라고 위로하면 좋을지 몰라 가만히 옆에 서 있기만 했다.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고 나서야 수술이 끝났다.집으로 돌아온 박윤우는 박민정과 유남준이 보이지 않자, 전화를 걸어왔다.아들의 목소리에 박민정은 겨우 버티면서 거짓말을 했다.유남준과 함께 볼 일이 있다면서 오늘은 집으로 들어갈 수 없을 것 같다면서 말이다.그렇게 박윤우에게 거짓말을 하고서 전화를 끊었다.마침내 유남준이 수술실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박민정은 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고 김인우가 마스크를 벗으면서 엄숙한 모습으로 다가왔다.“어떻게 됐어요?”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박민정이 물었다.“내일쯤이면 깨어
서서히 깨어난 유남준은 손가락을 움직였고 누군가가 자신의 손을 잡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그의 움직임에 박민정은 바로 눈을 떴다.“남준 씨, 깼어요?”박민정의 소리를 듣게 된 유남준은 그제야 그녀의 손을 꼭 움켜쥐었다.“응, 오래 잔 것 같아.”박민정은 그를 향해 몸을 돌리면서 확 끌어안았다.“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고요. 오래 잔 게 아니라 오랫동안 기절해 있었던 거예요.”동맥까지 다친 유남준은 아주 섬뜩할 정도로 많은 피를 흘렸었다.박민정에게 꼭 안겨버린 유남준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하지만 그 또한 잠시 바로 정신을 차리면서 손을 들어 박민정의 등을 토닥거려주었다.“괜찮아. 나 이렇게 멀쩡하잖아.”그러자 박민정은 그를 더욱더 꼭 껴안았다.얼굴 전체를 유남준의 가슴팍에 묻을 정도로 말이다.눈물은 어느새 유남준의 옷을 흠뻑 적시고 말았다.흐느끼는 박민정의 소리에 유남준은 가슴이 미어졌다.“울지마.”박민정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면서 대답했다.“안 울었어요.”“배고프지 않아요?”박민정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참, 이제 막 깨어났는데, 가서 인우 씨 불러와야겠어요. 지금 남준 씨 상황이 어떠한지 확인해야 할 것 아니에요.”유남준이 거절하기도 전에 박민정은 침대에서 빠르게 내려와 문 앞으로 가서 경호원에게 말했다.“김인우 선생님 좀 불러오세요.”김인우는 오늘도 병원에서 밤을 보냈다.유남준의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유남준이 깨어났다는 소리를 듣고서 그는 빠르게 달려갔다.그리고 검사하는 동안 박민정을 비롯한 모든 이들이 밖에서 기다렸다.“다행히 지혈은 잘 됐어.”김인우가 말했다.유남준은 다소 의외라는 모습을 보였다.“네가 수술한 거야?”검사를 마치고서 김인우는 옆에 앉았다.“남준아, 내 의술에 전혀 믿음이 없는 눈치다? 나 엄청 중요한 사실도 발견했는데, 알고 싶지 않아?”“네가 앞이 보이지 않는 이유이자, 자주 기억을 잃는 이유일 수도 있어.”유남준은 순간 엄숙해지기
몸을 던지면서 자기를 구해줬던 유남준의 모습을 그리고 있던 박민정이다.그런 순간에 제법 유치하기 그지없는 질문을 던지는 유남준의 말에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심심해요?”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갑자기 핸드폰 벨 소리가 울리면서 두 사람의 달콤한 순간을 깨버렸다.“누구야?”유남준이 물었다.핸드폰을 꺼내 든 박민정은 발신자 번호를 확인하고서 이실직고했다.“지석이에요.”유남준은 질투심이 폭발한 사춘기 소년처럼 입을 삐죽거렸다.“스피커폰 눌러. 무슨 일로 전화했는지 나도 들어봐야겠어.”어제 그 상황에서 박민정이 내뱉은 모든 말과 행동이 연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나 죽이 척척 맞는 두 사람의 모습에 질투가 났었다.박민정은 어쩔 수 없이 스피커폰을 눌렀다.“지석아.”박민정이 그를 불렀다.“어제 민기한테 전화했었어. 어찌 된 상황인지 이미 다 알았고. 너 지금 괜찮아?”연지석이 물었다.“응, 괜찮아.”“그럼, 됐어. 근데 내가 어제 했었던 말은 아직도 유효야. 너만 원한다면 언제든지 너 데리러 갈 수 있어. 내 곁에 있으면 절대 다치는 일 없을 거야.”옆에서 듣고 있던 유남준은 어느새 얼굴이 어두워졌다.박민정이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유남준이 입을 열었다.“연지석 씨, 제 아내는 제가 알아서 잘 챙길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연지석은 자기와 박민정의 대화를 유남준이 듣고 있겠다고 생각지도 못했다.하지만 전혀 당황해하지 않고 바로 충고하기 시작했다.“유 대표님께서 민정이를 잘 지켜줄 수만 있다면 걱정할 일도 없을 겁니다.”“거듭 경고하는데, 우리 민정이 나한테는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사람입니다. 만약 잘 지켜줄 수 없으시다면 하루빨리 저한테 보내시기 바랍니다. 저는 유 대표님처럼 자기 여자도 아이도 다치게 두지 않거든요.”유남준은 손을 꼭 움켜쥐었다.그 어떠한 반박도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이때 박민정이 나서서 살벌한 분위기를 깨려고 했다.“지석아, 나 괜찮아. 다치지 않았으니 걱정하지 마. 시간 되면 너 보러 에스
가만히 듣고 있던 유남우의 두 눈에 잠시 차가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대충 먹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났다.“저 다 먹었어요. 그만 출근하러 갈게요.”“오늘도 회사에 간다고?”고영란이 물었다.“네, 어차피 집에 있어봤자 도움도 안 되잖아요.”이윽고 유남우는 윤소현을 바라보면서 말했다.“집에서 어머니 파티 준비 잘 도와드려. 가능한 한 공적인 자리에 나타나지 말고.”얼마 전 온라인에서 박민정의 표절에 대해 모함 극을 벌인 일을 겨냥하면서 한 말이었다.“알았어요.”그 말에 숨겨진 뜻을 알아차린 윤소현은 순순히 입을 다물고 대답만 했다.하도 크게 번진 일이라 지금 감히 유남우에게 대꾸조차 할 수 없는 윤소현이다.집에서 나온 유남우는 핸드폰을 확인해 보았는데, 부재중 전화가 몇 통이나 있었다.권씨 가문 셋째 도련님 권진하로부터 걸려 온 전화였다.그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고 바로 연결되었다.수화기 너머 권진하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남우 도련님, 어떡하죠! 유남준 부하들이 우리 해신 형을 데리고 가버렸어요.”유남우는 그 소식을 듣고서도 전혀 놀랍지 않았다.“자업자득이야.”자기 형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유남우이다.유남준이 바보가 되지 않은 이상 그 누구도 감히 쉽게 건드려서는 안 되는 인물이다.권진하 역시 지금 그때 권해신을 말리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남우 도련님, 우리 해신 형 좀 구해주시면 안 돼요? 큰형도 잃은 마당에 저 해신 형까지 잃을 수 없어요.”권진하는 집으로 돌아갈 용기가 없어서 지금까지 밖에서 숨어지내고 있다.차에 오른 유남우는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덤덤하고 차가운 눈빛을 유지했다.“나 그렇게 심심하지도 않고 착한 사람도 아니야.”“하물며 나랑 남준이 사이가 얼마나 어색한지 너도 잘 알잖아. 내가 나서서 말한다고 한들 달라지는 건 없어.”아주 완곡하게 거절하고 있는 셈이다.이러한 답이 돌아오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권진하이다.그
늘 했던 대로 처리하면 권해신을 이 세상에서 없애버리는 것이다.하지만 사실 그대로 말하면 박민정이 놀라게 될까 봐 거짓말을 했다.“다시는 진주시에 오지 말라고.”“그런 거였어요.”박민정은 그제야 알았다.이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고 경호원이 병실로 들어왔다.“대표님, 추경은 씨께서 대표님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유남준은 눈살을 찌푸렸다.추경은에 대해서 그 어떠한 좋은 감정도 없기 때문이다.하지만 대답을 하기도 전에 추경은이 비틀거리면서 다짜고짜 들어왔다.“남준 오빠, 남준 오빠, 괜찮아?”추경은은 병원으로 실려 오기 전에 유남준이 박민정을 구하기 위해 크게 다친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자기를 배신한 박민정을 대체 무슨 이유로 그렇게 보호하고 대신 칼을 막아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박민정한테 그렇게 매력이 있냐면서 말이다.경호원은 추경은을 가로막고서 더 이상 앞으로 다가가지 못하게 하였다.유남준의 사촌 동생이고 부상도 입은 상황이라 폭력적인 수단을 행사하기에 좀 불편했다.“비켜! 남준 오빠 만날 거야!”밖에서 추경은이 떠드는 소리를 듣고서 박민정은 귀가 아파 났다.“그냥 들여보내세요.”경호원은 그제야 추경은을 막아서지 않았다.추경은 역시 밖에서 박민정의 소리를 듣게 되었다.지팡이를 짚고서 비틀거리며 들어온 추경은은 박민정을 보자마자 큰소리로 책문했다.“박민정,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뻔뻔하게 죽치고 있는 거야?”박민정은 그녀가 했었던 음험한 일을 떠올리면서 일부러 염장을 질렀다.“왜 여기에 있으면 안 된다는 거야? 나랑 남준 씨는 법으로도 인정받은 부부사이야. 근데 아무런 관계도 없는 네가 왜 여기에 있는지 난 참 궁금하네.”박민정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유남준은 끼어들지 않고 두 눈을 감았다.“참 뻔뻔도 하지! 다른 사람 아이까지 품고 우리 남준 오빠랑 부부 사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거야? 세상에 그런 부부 사이도 있어?”말을 마치고 추경은은 곧바로 유남준에게 말했다.“남준 오빠, 얼른 이혼해요!”대
병실 안에서.유남준은 박민정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아주 자연스럽게 그의 손 위에 자기 손을 올려놓고서 박민정이 물었다.“머리는 아프지 않아요?”“안 아파.”“근데 좀 안기고 싶어.”유남준의 말에 박민정은 바로 침대에 앉아서 그를 안아주었다.“상처에 닿기라도 한다면 바로 알려줘야 해요.”“알아. 나 그 정도로 바보 아니야.”입이 거의 찢어질 지경으로 웃고 있는 유남준이다.이처럼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게 참 오랜만인 것 같았다.두 사람은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대로 한참이나 안고 있었다.밖에서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할 만큼 서로의 온도만 느꼈다.“아빠는 왜 다 큰 성인인데도 엄마한테 안겨 있는 거예요?”앳된 목소리가 들려오자 박민정은 문 쪽으로 바라보았다.그때 정민기의 손을 잡고 온 박윤우가 시야로 들어왔다.“엄마, 아빠랑 같이 너무 한 거 아니야? 몰래 병원에서 이럴려고 나한테 학교 가라고 한 거야?”박민정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면서 유남준을 밀어냈다.“그...”갑자기 박윤우에게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몰라 박민정은 엄두 바를 몰랐다.하지만 박윤우는 이미 모든 걸 꿰뚫어 보았다는 눈빛으로 혀를 내두를 정도로 기막힌 말을 한다.“돌다리 밑에서 나 주워 온 것 맞지? 흑흑흑.”박민정은 바로 박윤우에게로 달려가 그를 안았다.“우리 윤우 엄마가 미안해. 돌다리 밑에서 주워 오다니 말도 안 돼. 윤우는 엄마 아빠 사랑으로 태어난 아이야.”갑자기 박민정을 빼앗겼다는 허전함에 유남준은 눈살을 찌푸렸다.‘한참 좋았는데... 분위기 다 깨졌어.’박민정의 말과 행동에 박윤우는 흡족했다.역시나 엄마 마음속에서 자기와 형이 일등이라면서.“엄마, 앞으로 윤우한테 거짓말하면 안 돼.”“알았어.”박민정은 바로 대답했다.박윤우는 그제야 더 이상 애교를 부리지 않고 유남준에게 다가갔다.“아빠, 좀 괜찮으세요?”“그래. 많이 좋아졌어.”유남준이 대답했다.“아빠, 제가 호호 불어드릴까요? 전에 칼에 베였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