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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엔 못 놔줘의 모든 챕터: 챕터 1161 - 챕터 1170

1174 챕터

제1161화

‘윤우 형?’순간 책임감이 온몸으로 가득 차오른 박윤우이다.박윤우는 동하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형인 박예찬의 말투를 흉내며 입을 열었다.“그래. 이제야 사나이답네! 사나이한테 그 정도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야.”동하를 돌보던 도우미는 그 말을 듣고서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박윤우에게 이런 귀여운 모습이 있을 줄 몰랐다면서 흐뭇한 미소가 새어 나왔다.‘오늘 윤우가 있어서 다행이네.’오전 내내 동하는 껌딱지처럼 박윤우의 뒤만 졸졸 따라다녔다.박윤우를 ‘보스’로 생각하면서 박윤우의 말이라면 그게 뭐든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한참 놀고 나서야 동하의 정체에 대해서 궁금해 지기 시작한 박윤우가 물었다.“동하야, 넌 유씨 가문이랑 어떻게 아는 사이야? 누구 친척이야?”동하는 잠시 생각하더니 굼뜨며 대답했다.“우리 외할머니 따라서 온 거야.”“네 외할머니는 누군데?”동하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입을 열었다.“다들 ‘정 대표님’이라고 부르던데.”‘정 대표님?’순간 윤소현의 엄마가 떠오른 박윤우이다.‘형을 납치했었던 그 여자 엄마?’전에 박예찬에게서 윤소현이 자기를 납치했었다는 말을 들은 바가 있었다.‘뭐야? 그럼, 내가 원수를 도운 셈이 된 거야?’‘원수의 외손자를 내가 구했다고?’박윤우는 지금 동하가 유지훈에게 맞든 말든 상관하지 말았어야 한다면서 내심 후회하고 있다.갑자기 말이 없어진 박윤우를 바라보면서 동하는 의문만 들었다.“왜 그래?”“아니야.”순간 전과 상반되는 쌀쌀한 모습을 보이면서 박윤우는 다시 덧붙였다.“그만 가 볼게. 시간도 많이 늦었고 너랑 이렇게 놀 시간도 없어.”이윽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박윤우는 떠났다.동하는 이상함을 감지하고 바로 일어서서 뒤따라 나섰다.“윤우 형, 우리 조금만 더 놀고 가자.”“아니면 내가 형네 집으로 갈게. 그러면 안 돼?”멋있고 의리도 있는 친구를 만나게 된 동하는 이대로 박윤우와 헤어지기 아쉬웠다.박윤우는 걸음을 멈추고서 차가운 목소리로 거절했다.“안 돼. 네 외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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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2화

박윤우 이름 석 자를 듣게 되는 순간 정수미는 확신이 들었다.동하를 때린 사람이 바로 박윤우라는 것을.이윽고 정수미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고영란을 바라보면서 물었다.“사돈, 박윤우가 누구죠?”옆에 서 있던 함미현은 일찍이 윤소현에게서 박윤우에 대해서 들은 바가 있었다.“엄마, 박윤우는 박민정 씨 아들일 거예요.”‘박민정? 또 걔야?’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정수미는 씩씩거리면서 고영란에게 말했다.“손님 대접이 참으로 특이하네요! 사돈, 설명 좀 해주시죠!”고영란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슨 오해라도 있는 게 아닐까요?”박윤우는 워낙 몸이 좋지 않고 먼저 나서서 남을 때릴 아이도 아니니 말이다.“오해요? 우리 동하를 보고서도 오해라는 말이 나오세요? 우리 동하 얼굴 좀 보시고 말씀하시라고요!”차라리 자기가 맞았으면 하는 정수미는 동하를 바라보면서 가슴이 미어졌다.바로 비서에게 의사까지 불러오라고 했다.어른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동하는 그들이 오해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바로 설명하려고 했었다.그러나 바로 그때 정수미가 먼저 입을 열었다.“사돈, 박윤우 좀 데리고 나오시죠. 우리 동하한테 직접 사과하라고 하세요.”“사과하지 않으면 소현이랑 남우가 파혼하는 건 물론이고 앞으로 우리 두 가문은 원수 사이가 될 것입니다!”함미현과 동하가 정수미의 전부이니 눈에 뵈는 게 없었다.정수미는 유씨 가문 사람에게 미움을 사는 것 따위가 전혀 두렵지 않았다.갑작스러운 상황이 고영란은 안색이 어두워졌고 도우미에게 눈짓을 보냈다.“윤우 데리고 와. 민정이도 같이.”자기 손자가 절대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고영란이지만, 그래도 똑똑히 물어보고 싶었다.같은 시각, 박민정은 방에서 쉬고 있었고 박윤우는 바로 옆에서 장난감으로 놀고 있었다.급하게 달려온 도우미가 다급한 목소리로 박민정에게 말했다.“큰 사모님, 큰일 났습니다.”“정 대표님께서 윤우 도련님이 정 대표님 외손자인 동하 군을 때렸다면서 지금 언성을 높이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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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3화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윤소현을 바라보면서 동하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윤소현은 그 모습을 보고서 함미현에게 사인을 보냈다.함미현 역시 동하가 무엇인가 숨기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앞서 윤소현이 협박한 바가 있어서 일단은 윤소현의 뜻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동하야, 괜찮아. 솔직하게 말해도 돼.”“엄마도 있고 이모도 있고 외할머니도 지금 동하 곁에 있잖아.”“그 누구도 우리 동하 다치게 할 수 없단 말이야.”지금 가장 애가 타는 사람은 동하일 것이다.아직 어린아이라 동하는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몰라 발만 동동 굴리게 되었다.“엄마, 윤우 형은 나 때린 적 없어. 정말이야...”윤소현은 동하가 참 어리석다고 생각했다.절호의 기회 앞에서 박윤우의 편을 들면서 얘기하고 있으니 말이다.“엄마, 제가 보기엔 동하가 많이 놀란 것 같아요. 일단은 동하를 방으로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정수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러는 게 좋겠어.”“미현아, 동하 데리고 먼저 방으로 가.”함미현이 동하를 데리고 떠나려고 하자, 박민정이 두 사람 앞을 가로막았다.“일단은 어떻게 된 일인지 밝히는 게 좋지 않겠어요?”자기 아들이 억울하게 남에게 당하는 꼴을 절대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함미현은 그대로 제자리에 멈춰 섰고 박민정은 동하와 눈높이를 맞추고 나서 물었다.“동하야, 우리 윤우가 너 때린 거 아니라고 했었지? 그럼, 얼굴이랑 몸에 난 상처들은 누가 그런 거야?”유지훈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은 동하는 한참이나 머리를 긁적였다.“윤우 형은 아니에요. 저 때린 사람은 엄청 나쁜 아이였어요.”박민정이 부드러운 모습으로 묻자, 동하는 자기도 모르게 긴장을 풀고서 단숨에 말했다.화가 잔뜩 나 있던 정수미는 그 말을 듣고서 의문이 잔뜩 한 모습으로 물었다.“엄청 나쁜 아이? 그게 누군데?”바로 그때 박윤우가 입을 열었다.“유지훈이에요.”유지훈 이름 석 자에 윤소현은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박윤우의 말을 듣고 동하도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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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4화

돌발 상황에 윤소현은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망설일 틈도 없이 바로 최현아에게 소식을 미리 알렸다.지금 윤소현과 최현아는 같은 배를 탄 사람이라, 서로 돕고 지내야 하는 상황이다.따라서 유지훈에게 본때를 보여주고자 떠난 정수미를 보고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하지만 정수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윤소현이다.끔찍이도 아끼는 동하가 유지훈에게 맞은 이상 정수미는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한편, 유지훈은 한창 점심을 먹고 있었다.배불리 먹고 난 뒤 유지훈은 도우미에게 이러저러한 일을 시키면서 왕 놀이를 했다.만약 할아버지께서 계시면 그런 유지훈을 혼내줄 수 있겠지만, 친구분을 만나시러 나간 바람에 왕 놀이가 성사된 것이었다.“여기 맞아요?”바로 그때 문밖에서 정수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영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어르신께서 가장 아끼시는 증손자예요. 지금까지 함께 생활할 정도로요.”‘어쩐지 버릇없다 했어! 감히 손님으로 온 우리 동하한테 손을 대다니!’‘내가 반드시 본때를 보여주고 말 거야!’“누구야?”이 시간에 집으로 올 사람이 없다면서 유지훈은 어리둥절했다.도우미는 고영란과 정수미가 왔다고 유지훈에게 아직 알리지도 못했는데, 두 사람은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섰다.들어서자마자 정수미는 건방진 모습으로 어느 한 도우미의 등 위에 타고 있는 유지훈을 보게 되었다.“자, 누가 왔는지 가보자! 앞으로 기어가 봐!”유지훈은 도우미를 말로 삼아 지시하고 있었다.고영란과 낯설기만 한 정수미를 보게 된 순간 유지훈은 다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할머니, 여긴 어쩐 일이세요? 증조할아버지 뵈러 오신 거예요?”고영란은 엄격한 모습으로 언성을 높였다.“유지훈, 당장 내려와!”“너한테 물어볼 게 있어서 여기 이 할머니랑 같이 온 거야.”유지훈은 마지못해 도우미의 등에서 내려왔다.“무슨 일인데요?”“너 오늘 무슨 나쁜 일 하지 않았어?”고영란이 물었다.누군가에게 손찌검한 것을 나쁜 일이라고 생각할 리가 없는 유지훈이다.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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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5화

지금껏 건방지게 자라온 유지훈은 어른에게 맞는 것이 처음이었다.“아, 감히 날 때려? 엄마! 이 할망구가 저 때렸어요!”정수미는 아랑곳하지 않고 연속 몇 번 더 때렸다.말리고 싶어도 그 틈을 주지 않은 정수미이다.물론 최현아는 말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과 같았어도 말릴 수가 없었다.자기가 나섬으로 하여 작은 일이 큰일로 변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정수미에게 맞은 유지훈은 대성통곡을 했고 그제야 이 세상 모든 건 자기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인생 진리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자기 부모님도 천하무적이 아니라 두려워하는 상대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정수미가 아주 호되게 유지훈을 혼냈다는 것을 박민정은 도우미를 통해 듣게 되었다.엉엉 울면서 동하에게 사과했다는 것까지 말이다.소식을 듣고 유명훈도 급히 돌아왔으나, 유지훈이 정씨 가문의 외손자를 때렸다는 것을 듣고 감히 토씨 하나도 뱉지 못했다.박민정은 속으로 비아냥거렸다.‘역시나 권력이 제일이구나...’만약 자기도 정수미처럼 대단하다면 감히 그 누구도 박윤우와 박예찬을 괴롭힐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집으로 돌아온 고영란은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내내 혀를 찼다.“정 대표 정말 보통 사람이 아니었어. 유지훈을 얼마나 세게 때렸는지 알아? 앞으로 우리 윤우랑 동하 사이에 절대 그 어떠한 모순도 없게 조심해야겠어.”고영란까지 그렇게 말하자, 박민정은 지금 이 자리까지 정수미가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 더욱더 궁금해졌다.“네, 그럴게요.”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의사가 와서 동하의 몸 상황을 살펴보았는데, 다행히도 외상 외에는 이상이 없었다.함미현과 정수미는 그제야 한시름을 놓게 되었다.“괜찮으면 됐어.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생기게 된다면 바로 외할머니한테 말해.”정수미의 말에 동하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동하는 주위를 살펴보더니 물었다.“윤우 형은요?”“돌아간 거 같은데, 왜 그래?”정수미는 세상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윤우 형이랑 놀고 싶은데...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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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6화

어른들은 박윤우의 말에 다소 난처한 모습을 드러냈다.어린아이가 어른답게 말하는 것을 보고 정수미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하지만 그런 아들의 모습에 이미 익숙하기 짝이 없는 박민정이다.박윤우는 어릴 적부터 드라마를 애청했으니 말이다.전에는 은정숙과 함께 지금은 민수아, 진서연과 함께.박윤우가 자기를 용서하려고 하지 않자, 동하는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함미현은 아들이 우는 것을 보게 되자, 마음이 아프기만 했다.“윤우야, 그만 좀 용서해 주면 안 돼? 동하도 처음부터 설명하고 싶었는데, 너무 어리고 철이 없어서 바로 설명할 수 없었던 것뿐이야.”정수미도 맞장구를 쳤다.“그래. 너만 우리 동하 용서해 준다면, 할머니가 윤우 소원 하나 들어줄게. 그게 뭐든 다 들어줄게.”순간, 박윤우는 두 눈이 번쩍 뜨였다.“정말이에요? 뭐든 다 들어줄 거예요?”어린아이의 소원은 장난감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심 확신하고 있던 정수미이다.“그럼, 뭐든 다 들어줄 테니, 말만 해.”“우리 엄마한테 너무 막 하시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제 소원은 할머니가 우리 엄마한테 사과하는 거예요.”박윤우는 똑 부러지게 말했다.아직 너무 어려서 엄마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하지만 이런 절호의 찬스가 주어졌으니 당연히 잘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었다.정수미는 박윤우의 소원이 박민정에게 사과하는 것일 줄은 전혀 예상 못 했다.박민정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어색함이 가득했다.두 딸이 박민정과 모순이 있는 건 사실이고 자기 역시 박민정을 싫어하고 있다.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다짜고짜 아무런 이유도 없이 박민정에게 사과하는 건 좀...박민정 역시 마찬가지로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대체 무슨 생각으로 박윤우가 이러한 소원을 제기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정수미가 입을 꾹 다물고 있자, 박윤우는 콧방귀를 뀌었다.“뭐든 다 들어주신다고 하더니... 됐어요! 거짓말쟁이셨네요!”“거짓말쟁이 손자랑은 절대 놀고 싶은 말 없으니 전 그만!”이윽고 박윤우는 바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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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7화

두 아이에게 과일을 주려고 챙겨온 박민정은 문 앞에 이르자마자 동하의 말을 듣게 되었다.그동안 함미현과 동하의 낯이 익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확히 어디서 봤는지 떠오르지 않았었다.그러나 동하의 말을 듣게 된 순간, 문뜩 염혜란을 구했을 때 들었던 말이 떠오르게 되었다.즉, 한수민 간병인의 딸과 사위에 관한 일이었다.‘저 아이는...’‘미현 씨가 아주머니 딸인가?’박민정은 방으로 들어서면 물었다.“동하야, 혹시 외할머니 성이 염 씨야?”동하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들 우리 외할머니를 염혜란이라고 부르시거든요.”그 말을 듣고서 박민정은 바로 방에서 나와 한수민 간병인의 자료를 다시 훑어보았다.과연 한수민 간병인의 이름은 염혜란이 맞았다.확신하고 난 뒤 박민정은 자기도 모르게 이마를 탁 치게 되었다.‘이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된 거야? 이런 바보...’단번에 함미현을 알아보지 못했던 자신이 마냥 어리석기만 했다.하지만 구조하던 그날, 날도 워낙 어둡고 함미현 일가족의 얼굴에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았었다.‘잠깐! 근데 미현 씨는 나를 알 거잖아? 분명히 날 알고 있을 건데, 왜 모른 척을 했지?’여하튼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기도 하고 염혜란한테서 박민정의 이름도 들었을 것인데 말이다.순간 박민정은 머릿속이 뒤죽박죽으로 되어 버렸다.도통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게다가 함미현 일가족을 구해낸 뒤로 염혜란과 연락이 뚝 끊겼다.박민정은 곧 염혜란이 마지막으로 왔었던 그 전화를 떠올렸다.‘살...’‘설마 살려달라고 그랬던 거야?’이윽고 박민정은 정민기에게 전화를 걸었다.“민기 씨, 염혜란 씨에 관해서 조사 좀 해주세요. 한수민 간병인 말이에요. 이번 달초 부터 조사하면 돼요.”그때 박민정은 염혜란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 갔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 더는 조사하지 않았었다.“알았어요.”정민기는 이유도 묻지 않은 채 지시를 받자마자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전화를 끊고 난 뒤, 박민정은 함미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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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8화

그 말을 듣고서 함미현은 더욱 초조해졌다.“너 계속 고집 피울 거야? 엄마가 가자고 하면 바로 따라서 가는 거야!”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해진 함미현은 당장이라도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일초라도 더 있으면 박민정이 모든 사실을 알 것만 같아서 말이다.결국 동하는 눈물범벅이가 된 채로 함미현에게 안겨서 갔다.박민정은 문 앞에서 서서 점점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착잡하기만 했다.“엄마, 왜 그래?”멍하니 서 있는 박민정을 보고서 박윤우는 박민정이 함미현 모자를 싫어하는 줄 알고 먼저 말했다.“엄마, 저 사람들 싫으면 나 앞으로 동하랑 같이 놀지 않을게.”“아니, 윤우야, 내일 동하 집으로 불러. 우리 집에서 동하랑 놀아.”박민정의 말에 박윤우는 그 영문을 알 수 없었다.“왜 그래야 하는데?”“엄마 도와준다고 생각하면 안 될까?”박민정은 박윤우와 눈높이를 맞추면서 말했다.박민정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말에 박윤우는 두말 할 것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엄마한테 도움만 된다면, 나 누구랑도 놀 수 있어.”그 말에 박민정은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고마워. 근데 놀고 싶은지 아닌지 선택권은 너한테 달렸고 무리하지 않아 돼.”이러한 상황에서도 박민정은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면서 가장 첫 순위에 놓았다.하지만 박윤우는 고개를 저었다.“실은 동하랑 노는 거 재미있어. 나한테 형이라고 한 사람도 동하도 처음이야.”줄곧 동생으로 살아온 박윤우인지라 형 소리를 듣는 것이 무척이나 좋고 흥분되었다.“그래? 그럼, 계속 동하랑 놀도록 해.”“그렇게 할게.”박윤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저녁.밥을 먹고 난 뒤, 박민정은 유남준을 찾아가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을 얘기해 주었다.“정 대표님 실력이 그정도 일 줄은 몰랐어요. 듣기로는 어르신도 뭐라고 하시지 못했데요.”박민정 역시 도우미에게서 들은 내용이다.정수미가 유지훈을 혼내고 있을 때, 유명훈은 말리기는 커녕 함께 유지훈을 혼냈다고 한다.“서울에서 정씨 가문의 실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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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9화

“얼른 내려줘요.”근육으로 다져진 유남준의 튼실한 어깨를 때리면서 박민정은 계속 발버둥을 쳤다.물론 유남준에게는 아무런 통증도 느껴지지 않는 ‘주먹질’이었다.별로 반응이 없자, 박민정은 어이가 없어서 꼬집기 시작했다.유남준은 그제야 약간 아파하면서 박민정을 침대 위로 살포시 내려놓았다.“좀만 더 같이 있어 주면 안 돼?”이윽고 유남준도 침대 위로 올라와 박민정을 품속으로 끌어안았다.“실명한 뒤로 어두운 게 딱 질색이란 말이야. 나도 어두운 거 무서워.”무서울 게 하나 없어 보이는 남자가 어둠이 무섭다고 하고 있다.박민정은 약간 믿어지지 않았다.‘말도 안 돼...’물론 이 또한 박민정을 자기 곁에 남겨두려고 유남준이 짓어낸 거짓말일 뿐이다.마음이 약해진 박민정이 서둘러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역시나 그 확신은 한 치의 오차도 벗어나지 않았다.박민정은 더 이상 급히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아무리 강한 남자에게도 약한 모습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남기로 했다.“그럼, 남준 씨 잘 때까지 여기 있을게요. 남준 씨 잠에 들고 나면 그때 갈게요.”유남준의 뜻대로 흘러가기 시작했다.30분 뒤, 유남준은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었다.한 시간 뒤, 유남준은 여전히 두 눈에 잠이 하나도 없었다.오히려 유남준의 품에 기대어 있던 박민정이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잠에 들게 되었다.바로 그때 박민정의 핸드폰 벨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유남준은 곤히 잠든 박민정을 깨우지 않으려고 밖으로 나갔다.“엄마, 왜 아직도 안 와?”아들 박윤우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 들려왔다.유남준은 그 소리를 듣고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민정이 오늘 여기서 잘 거야. 집에 안 간다는 소리야.”익숙하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박윤우는 순간 멍해지고 말았다.이윽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 채 물었다.“아빠?”“그래. 나야.”“바보 된 거 아니었어요?”박윤우는 이 상황이 매우 반가웠다.그 질문에 유남준은 정면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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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0화

“앞으로 그렇게 하지 마요.”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박민정은 유남준을 등지고 재빠르게 침대에서 일어나 옷방으로 달려갔다.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확인해 보니 목에 키스 마크도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순간 심장이 미친 듯이 뛰면서 머릿속에는 온통 꿈속의 장면들뿐이었다.유남준은 밖에 가만히 앉아 있었고 조금 전 꽤 화난 듯한 박민정의 모습을 생각하고 있었다.그윽한 눈빛으로 옷방만 바라보고 있던 그때 박민정이 걸어 나왔다.박민정은 머리카락을 풀어 헤친 채 키스 마크를 가리고 있었다.워낙 더운 계절이라 목폴라를 입을 수도 목수건을 두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그뿐만 아니라 임신한 몸으로 많이 입을수록 답답하기도 하다.“그만 갈게요. 우리 윤우 지금 잔뜩 뿔났을 거예요.”박민정은 다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모습을 보고서 유남준은 덥석 박민정의 손을 잡았다.“화났어?”박민정의 마음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유남준이다.왜 화가 났는지, 지금 박민정의 마음속에서 자기와 유남우 사이에 누가 더 중요한지 알 수 없었다.박민정은 화난 척을 하면서 대답했다.“화 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에요? 새벽에 간다고 미리 약속까지 했는데... 앞으로 이러지 말아요.”이윽고 유남준의 손을 뿌리치고 서둘러 ‘탈출’했다.왠지 모르게 유남준과 함께 있으면 있을수록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이런 모습이 수줍음의 표현이라는 것을 모르고 유남준은 박민정이 자기를 싫어한다고 착각하게 되었다.박민정이 가고 나서 도우미는 홀로 멍하니 창가에 앉아 있는 유남준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큰 도련님 또 베란다에 앉아계셔. 맨날 저러시는데 어떡하지?”유남준에게 아침상을 가져다줘도 유남준은 먹지 않았다.“아침도 안 드시고 혹시 화나신 거 아니야?”그 누구도 도우미들 사이의 의문을 풀어줄 수 없었다.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온 박민정은 아침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고 웃음이 얼굴이 걸려 있는 박윤우를 보게 되었다.“엄마, 왔어?”외박한 자기한테 박윤우가 당연히 화를 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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