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엔 못 놔줘의 모든 챕터: 챕터 941 - 챕터 946

946 챕터

제941화

청아를 비롯한 여직원들은 소리에 따라 고개를 돌려 보았다.순간 비서와 함께 이곳에 나타난 최현아를 보게 되었다.최현아는 지금 두 눈에 불쾌함이 가득하다.청아도 여직원들도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사색이 되고 말았다.회사에서 아주 명성이 자자한 ‘악질’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말도 통하지 않고 몹시나 이기적이면서 눈에 뵈는 것이 없는 극혐 그 자체가 바로 최현아이다.현재 최현아의 비서는 남자이다.전까지만 해도 모두 여자 비서였는데, 갖은 꼬투리를 잡아서 일일이 쫓아내 버렸다.“최 대표님, 뭔가 오해하고 계시는 게 아닙니까? 저희는 대표님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논하고 있었습니다.”청아는 대표이사실의 비서로서 반응이 꽤 빨랐다.“유남준 대표님 아내분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대표이사실로 와서 비서로 일하고 있으니 참 여러모로 입에 올릴 만한 말들이 많아서 저희끼리 잠깐 수군거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오해하셨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청아 역시 고위직의 호불호에 대해서 미리 알아본 바가 있다.그렇지 않고서야 유남우의 비서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그 말인즉슨, 최현아가 박민정을 싫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말이다.실은 특별히 알아보지 않아도 추측만으로도 알 수 있다.다 같은 유씨 가문의 며느리이고 호산 그룹의 상속자로서 앞으로 분명히 경쟁하는 사이로 뒤틀어질 테니 말이다.최현아는 본래 수군거리고 있는 직원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고자 했었다.하지만 청아의 말을 듣고 난 뒤 화가 가뭇없이 사라져 버렸다.“우리 동서 귀가 좀 멀잖아. 비서로 일하는 것만으로도 힘들 텐데 앞으로 주의하도록 해.”“네.”청아를 비롯한 여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바로 대답했다.최현아는 그제야 만족하다는 듯이 비서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최현아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청아 일행은 크게 숨을 내쉴 수 있었다.그때 어느 한 여직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저 저승사자가 웬일이래요? 오늘 죽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순순히 넘어가네요?”“청아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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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2화

생각지도 못한 말에 추경은은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내가 언제 병가 달라고 했어? 내가 언제 출근하기 힘들다고 했어? 왜 저래!’“새언니, 그런 뜻이 아니에요. 저 출근할 수 있어요.”그 말을 듣고서 박민정은 고개를 들어 추경은과 눈을 마주쳤다.“경은 씨, 출근 시간만큼은 ‘새언니’가 아니라 ‘박 비서님’이라고 부르시죠. 공과 사는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어요?”“지금 경은 씨가 이 회사에서 하고 있는 일이 뭔지 알고 있죠? 제가 하고 있는 업무를 보조해 주고 제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거잖아요. 아닌가요? 따뜻한 물 한 잔도 제대로 가져오지 못하고 그마저 제대로 보조하지 못한다면 다른 중요한 업무를 제가 무슨 수로 맡기겠어요?”박민정은 이치를 따져가면서 아주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다.사무실에 있는 다른 비서들마저도 그 말을 듣고서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처음에는 박민정이 마냥 까탈스럽고 멀게 느껴졌지만, 인정미도 넘치는 것 같았다.추경은이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여론’ 방향이 달라지기 시작했다.추경은은 이내 달갑지 않아 하면서 말했다.“물 가져다드렸잖아요.”“제가 부탁한 건 따뜻한 물 한 잔이에요. 근데 경은 씨가 가지고 온 건 뭐죠?”박민정이 물었다.“조금만 식으면 따뜻한 물이 되잖아요. 물 많이 마셔도 몸에 좋지 않아요.”추경은은 아랑곳하지 않고 반박에 나섰다.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미 추경은의 말과 행동 그리고 눈빛에 화가 치밀어 올랐을 것이다.또 혹은 이미 해고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박민정은 덤덤한 모습으로 이곳에 있는 다른 비서들을 한 번 훑어보더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듯했다.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서 사무실을 이탈하기 시작했다.추경은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새언니,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잠깐 일이 있어서 좀 나갔다 오려고요.”박민정이 대답했다.“무슨 일인데요? 저도 같이 갈게요.”같이 가는 것이 아니라 감독하러 가는 속셈이었다.“대표님께 보고드릴 게 있어서 가는 건데, 그래도 같이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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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3화

일개 비서 주제에 자기 이름을 부르니 추경은은 몹시나 불쾌했다.오피스룩으로 단정하게 차려입은 홍주영은 오늘따라 유난히 엄숙해 보였다.“그쪽 말고 추경은이라고 하는 사람 여기 또 있나요?”추경은은 단번에 안색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마지못해 일어서서 홍주영 앞으로 천천히 다가갔다.“무슨 일인데요?”처음에는 홍주영에게 잘 보이려고 했으나 다른 직원과 달리 홍주영에게는 아부 따위가 먹히지 않았다.따라서 추경은은 더 이상 홍주영에게 시간을 팔지 않기로 했다.“앞으로 비서 부문의 행정 관리 작업을 추경은 씨께서 도맡아서 해야 할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대표이사실 모든 비서의 보조로 일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부디 팀 전체에 폐를 끼치지 말고 제때 임무를 완성했으면 하는 바입니다.”홍주영은 추경은에게 당부를 하고서 기타 4명의 비서에게 말했다.“앞으로 보조해 줄 사람이 필요하면 추경은 씨에게 맡기면 됩니다. 퀵을 부르고 퀵을 찾고 배달 음식을 찾는 것과 같은 사소한 일도 마음 편히 시키면 됩니다.”그 말을 듣게 된 비서들은 하나같이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희한테도 보조가 있다는 거예요?”지금 가장 당황한 사람은 추경은이다.“그게 무슨 말씀이죠?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새언니를 챙겨주려고 온 것이지 저 사람들을 챙겨주려고 온 것이 아니라고요!”발끈하는 추경은의 말에 홍주영은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달마다 임금을 꼬박꼬박 받으시면 응당 회사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법입니다. 만약 받아들이기 힘드시다면 그만두셔도 좋습니다.”추경은은 달갑지 않아 하면서 박민정 앞으로 걸어갔다.“새언니, 뭐라고 좀 해 봐요.”“저 사람들까지 제가 다 보조하면 새언니를 챙겨줄 수 없단 말이에요. 그럴 시간도 그럴 정력도 없다고요!”그러자 박민정은 얼굴에 미소를 띠면서 대답했다.“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사지가 멀쩡한데 굳이 챙겨주지 않아도 돼요. 저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요.”말 문이 턱 막힌 추경은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지금 이 상황을 만들어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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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4화

따라서 추경은은 보다 더 바쁜 오후 근무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마침내 귀찮게 하는 사람이 없어지자, 박민정은 자기 업무에 정신을 몰두할 수 있었다.회사에서 직원들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이것저것 배우기 시작했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대표이사실에 오게 되었다.청아라고 하는 비서가 바로 일어서서 손님을 맞이했다.“최 대표님, 안녕하세요. 저희 대표님과 약속이 있으신가요?”꼬리를 흔들고 있는 청아를 최현아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오히려 주위를 훑어보면서 누군가를 찾고 있는 것 같았다.이윽고 최현아의 시선은 박민정의 사무실에 멈추게 되었고 바로 다가갔다.노크도 하지 않은 채 최현아는 바로 사무실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한창 업무에 집중하고 있던 박민정은 최현아가 오고 있는 줄도 몰랐었다.인기척이 나고 고개를 들어보니 최현아는 이미 코 앞까지 와 있었다.“숙모도 참 매정하시지... 어떻게 큰 며느리를 고작 비서 자리에 앉혀 놓을 수가 있어?”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듣고서도 박민정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형님, 무슨 일로 오신 거죠?”유치원 사건으로 박민정에 대한 증오가 한 층 더 깊어진 최현아이다.유치원 학부모 위원회 회장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체면을 목숨으로 생각하고 있는 최현아에게는 중요한 자리였다.유치원에서 아들의 지위도 연관되어 있으니 말이다.하지만 그 일 뒤로 유치원에서 유지훈과 함께 노는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었다.이러한 국면을 초래한 사람이 바로 박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최혀아이다.“별건 아니고 그냥 여기서 뭐 하나 보러 왔어.”최현아는 말하면서 양손으로 박민정의 사무실 책상을 짚고서 손이 가는 대로 서류 하나를 펼쳤다.얼마 보지도 않고 최현아는 바로 그 서류를 휴지통에 버렸다.“배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최현아는 개의치 않아 하면서 말했다.자기한테 시비를 걸려고 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박민정은 맞장구를 쳐주지 않고 덤덤하게 대처했다.“별일 없으시면 그만 일 보겠습니다.”하지만 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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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5화

홍주영의 말에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네.”곧바로 유남우의 사무실을 향해 걸음을 재촉하면서 노크하고 들어갔다.인기척을 듣고서 유남우는 고개를 들어 박민정을 바라보았다.“형수 왔다 갔다면서? 너 괜찮아? 난처하게 하지 않았어?”사인을 받아오라는 최현아의 지시를 박민정은 그대로 유남우에게 알려주었다.‘내가 그럴 줄 알았어.’최현아가 좋은 일로 왔을 리가 없다면서 이미 알고 있었던 유남우이다.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계약서 여기 두고 가. 다른 사람한테 맡기면 돼.”박민정은 문뜩 오늘 자기를 바라보면서 한참이나 수군거렸던 동료들을 떠올리면서 이를 악물었다.만약 유남우의 말대로 이번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게 된다면 앞으로 직장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엔 힘들지도 모른다.“그럴 필요 없어요. 제가 꼭 사인받아 올 겁니다!”박민정에게 완성하기 힘든 임무를 맡긴 최현아의 본심을 그녀가 모를까 봐 유남우는 거듭 일깨워주었다.“천 대표 보통 사람 아니야. 사인은커녕 어쩜 도려 호되게 당하고 올지도 몰라.”“조금 전에 알아보기는 했는데,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천 대표님 사인 꼭 받아 오겠습니다.”기어이 직접 가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는 박민정을 바라보면서 유남우는 더 이상 말릴 수가 없었다.박민정이 가고 나서 유남우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홍주영에게 말했다.“주영아, 민정 뒤에 사람 좀 붙여. 절대 그 어떠한 사고가 나서도 안 돼.”“네.”홍주영은 바로 경호원 한 명을 박민정 뒤에 붙였다.준비를 마친 박민정은 회사에서 나왔고 그때 추경은이 그녀를 불러세웠다.“새... 박 비서님, 어디 가시는 거예요?”“일하러 가는 데 같이 갈래요?”박민정이 물었다.“아니요.”혼자서 여러 명의 수발을 들어야 하는 추경은은 이미 지친 대로 지쳤다.그뿐만 아니라 박민정에게 호되게 당하는 중이라 따라나섰다가 또다시 봉변을 당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박민정은 더 이상 추경은을 신경 쓰지 않고 회사 건물을 나서서 택시에 올랐다.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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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6화

프런트 직원을 통해 답장을 듣게 된 박민정은 서서히 조급해지기 시작했다.만약 천수빈과 만날 수만 있다면 반드시 계약서를 체결할 자신이 있으나 지금은 만나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다.‘이래서 날 보낸 거였어?’이때 프런트 직원이 다가와서 박민정을 타일렀다.“그만 돌아가세요. 우리 대표님께서 어느 한 회사의 일반 직원을 따로 만난 적이 없습니다. 호산 그룹에서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인데, 왜 그쪽을 보내신 거죠?”“예외가 있다고 근거 없이 보내신 게 아닌가 싶어요.”프런트 직원은 돈을 받고 입을 싹 닫을 수 없어서 박민정에게 새로운 정보를 알려 주었다“지난번에 호산 그룹의 최현아 대표님께서도 오신 적이 있어요. 그때도 우리 대표님 뵙지 못하시고 그냥 돌아가셨거든요.”“하지만 우리 대표님과 일단 만나게 되면 대표님께서 최현아 대표님을 아주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괴롭히고 그러셨어요. 보고 들은 제가 다 수치스러울 정도라니까요.”그 말을 듣고서 박민정은 자기도 모르게 웃고 싶었다.‘너도 이런 대우 당했었구나...’“알려줘서 고마워요.”“그냥 그쪽 꽤 좋은 사람 같아 보여서 알려주는 것뿐이에요. 그만하고 얼른 돌아가요.”“그럴 수 없어요. 계약서에 사인도 못 받고 이대로 돌아가면 저 무조건 해고될 거예요.”박민정은 무척이나 불쌍한 척을 했다.프런트 직원은 그런 박민정이 순간 안쓰러워서 함께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그럼, 어떡하죠? 고위직 중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어요? 좀 도와달라고 하면 되잖아요.”그 말에 박민정은 머리가 빠르게 굴러갔다.고맙다고 인사를 하고서 바로 천수빈의 인맥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눈에 익은 이름 석 자가 시야로 들어왔다.손연서.박예찬과 같은 유치원을 다녔던 성훈의 ‘큰엄마’가 바로 손연서이다.‘큰엄마’라고 하는 건 성훈은 손연서의 남편이 다른 여자랑 낳은 자식이기 때문이다.박민정은 그때 간접적으로 진주시에서 그 제삼자를 쫓아내 버렸었다.그 일로 박민정은 손연서와 친구가 되면서 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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