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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2화

생각지도 못한 말에 추경은은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

‘내가 언제 병가 달라고 했어? 내가 언제 출근하기 힘들다고 했어? 왜 저래!’

“새언니, 그런 뜻이 아니에요. 저 출근할 수 있어요.”

그 말을 듣고서 박민정은 고개를 들어 추경은과 눈을 마주쳤다.

“경은 씨, 출근 시간만큼은 ‘새언니’가 아니라 ‘박 비서님’이라고 부르시죠. 공과 사는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어요?”

“지금 경은 씨가 이 회사에서 하고 있는 일이 뭔지 알고 있죠? 제가 하고 있는 업무를 보조해 주고 제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거잖아요. 아닌가요? 따뜻한 물 한 잔도 제대로 가져오지 못하고 그마저 제대로 보조하지 못한다면 다른 중요한 업무를 제가 무슨 수로 맡기겠어요?”

박민정은 이치를 따져가면서 아주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다.

사무실에 있는 다른 비서들마저도 그 말을 듣고서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박민정이 마냥 까탈스럽고 멀게 느껴졌지만, 인정미도 넘치는 것 같았다.

추경은이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여론’ 방향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추경은은 이내 달갑지 않아 하면서 말했다.

“물 가져다드렸잖아요.”

“제가 부탁한 건 따뜻한 물 한 잔이에요. 근데 경은 씨가 가지고 온 건 뭐죠?”

박민정이 물었다.

“조금만 식으면 따뜻한 물이 되잖아요. 물 많이 마셔도 몸에 좋지 않아요.”

추경은은 아랑곳하지 않고 반박에 나섰다.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미 추경은의 말과 행동 그리고 눈빛에 화가 치밀어 올랐을 것이다.

또 혹은 이미 해고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민정은 덤덤한 모습으로 이곳에 있는 다른 비서들을 한 번 훑어보더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 듯했다.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서 사무실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추경은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새언니,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잠깐 일이 있어서 좀 나갔다 오려고요.”

박민정이 대답했다.

“무슨 일인데요? 저도 같이 갈게요.”

같이 가는 것이 아니라 감독하러 가는 속셈이었다.

“대표님께 보고드릴 게 있어서 가는 건데, 그래도 같이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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