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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3화

일개 비서 주제에 자기 이름을 부르니 추경은은 몹시나 불쾌했다.

오피스룩으로 단정하게 차려입은 홍주영은 오늘따라 유난히 엄숙해 보였다.

“그쪽 말고 추경은이라고 하는 사람 여기 또 있나요?”

추경은은 단번에 안색이 차가워지고 말았다.

마지못해 일어서서 홍주영 앞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무슨 일인데요?”

처음에는 홍주영에게 잘 보이려고 했으나 다른 직원과 달리 홍주영에게는 아부 따위가 먹히지 않았다.

따라서 추경은은 더 이상 홍주영에게 시간을 팔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 비서 부문의 행정 관리 작업을 추경은 씨께서 도맡아서 해야 할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대표이사실 모든 비서의 보조로 일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부디 팀 전체에 폐를 끼치지 말고 제때 임무를 완성했으면 하는 바입니다.”

홍주영은 추경은에게 당부를 하고서 기타 4명의 비서에게 말했다.

“앞으로 보조해 줄 사람이 필요하면 추경은 씨에게 맡기면 됩니다. 퀵을 부르고 퀵을 찾고 배달 음식을 찾는 것과 같은 사소한 일도 마음 편히 시키면 됩니다.”

그 말을 듣게 된 비서들은 하나같이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희한테도 보조가 있다는 거예요?”

지금 가장 당황한 사람은 추경은이다.

“그게 무슨 말씀이죠?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저는 새언니를 챙겨주려고 온 것이지 저 사람들을 챙겨주려고 온 것이 아니라고요!”

발끈하는 추경은의 말에 홍주영은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

“달마다 임금을 꼬박꼬박 받으시면 응당 회사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법입니다. 만약 받아들이기 힘드시다면 그만두셔도 좋습니다.”

추경은은 달갑지 않아 하면서 박민정 앞으로 걸어갔다.

“새언니, 뭐라고 좀 해 봐요.”

“저 사람들까지 제가 다 보조하면 새언니를 챙겨줄 수 없단 말이에요. 그럴 시간도 그럴 정력도 없다고요!”

그러자 박민정은 얼굴에 미소를 띠면서 대답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사지가 멀쩡한데 굳이 챙겨주지 않아도 돼요. 저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요.”

말 문이 턱 막힌 추경은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지금 이 상황을 만들어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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