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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8화

박민정을 보자마자 추경은이 가장 먼저 다가와서 물었다.

“새언니... 박 비서님, 계약서는 어떻게 됐어요?”

퇴근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직원이 남아 있었다.

박민정은 단번에 그 사람들의 속셈을 읽어냈다.

계약서 체결 상황이 아니라 호되게 당하고 올 자기의 몰골을 궁금해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박민정은 모두의 기대에 어긋난 말을 내뱉고 말았다.

“계약서 체결했습니다.”

단 한마디에 모두가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아 두 눈이 휘둥그레지기도 했다.

천인 그룹 천수빈 대표님의 사인을 받아온 박민정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일개 직원 따위와 얘기도 섞고 싶지 않아 하는 천수빈이라는 것을 호산 그룹 모든 직원이 알고 있다.

유남우와 천수빈이 만날 때마다 비서들은 마지못해 따라갔었고 갈 때마다 형언할 수없을 정도의 모욕을 당하고 했었다.

“말도 안 돼요.”

청아라고 하는 비서가 앞으로 다가가 박민정 손에 있는 계약서를 가져와서 확인했다.

계약서 위에는 천인 그룹의 인장이 찍혀 있었고 천수빈의 친필 사인도 있었다.

완벽한 계약서라는 말이다.

다른 직원들도 정신을 차리고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려고 왔다.

추경은은 더더욱 달갑지 않았다.

최현아의 말대로라면 천수빈은 성격이 괴벽하고 직원 따위와 말도 섞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박민정이 건넨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방향이 점점 흐려지자, 추경은은 또다시 다른 꿍꿍이를 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일일이 확인하고 난 뒤, 박민정은 계약서를 도로 거두었다.

“최 대표님은 퇴근하셨나요? 계약서 드려야 하는데 말이죠.”

그때 어느 한 비서가 대답했다.

“아직 회사에 계십니다.”

“알려줘서 고마워요.”

박민정은 계약서를 챙겨서 최현아의 사무실 방향을 묻고서 곧장 걸어갔다.

최현아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사무실에서 음악을 즐기고 있었다.

박민정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한바탕 깔아뭉갤 생각이었다.

흥얼거리면서 기다리고 있던 그때 노크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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