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왜 이토록 통이 큰지 이해하게 되었다. 산 물건들은 모두 최고급으로 아주 비싼 것들이다. 박민정은 모두의 부러움을 속에서 겨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사무실 안은 여전히 웅성거렸다. 유남우도 돌아왔을 때 사무실 앞에 놓여 있는 밀크티와 디저트들을 보았다. 그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누가 놓고 간 거지?”홍주영이 대답했다 “방금 밖에서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큰 도련님이 보내신 것 같아요. 각 부서마다 다 있답니다.”유남우는 알게 모르게 표정이 변했다. “난 이런 거 좋아하지 않아, 네가 먹어.”홍주영은 그 말을 듣고는 답했다. “저도 있어요. 이걸 다 먹긴 힘들어요.”“그럼 다른 사람에게 주도록 해. 가지려는 사람이 없으면 쓰레기통에 버려.”유남우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홍주영은 그의 뜻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그녀는 디저트와 밀크티와 다 밖으로 가져가서는 청소부 아주머니에게 주었다.아주머니는 놀라며 말했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별말씀을요.”홍주영은 아주머니와 말을 나눌 때 분위기가 조금 부드러워졌다. 박민정이 화장실에 가는 길에 그 장면을 마침 보게 되었다. 홍주영은 매일 칙칙한 직업복을 입고 일도 매우 엄격하게 처리하여 다른 사람들은 그녀를 감정이 없는 일하는 기계로 생각했다. 모두가 그녀를 두려워하고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민정은 이 비서가 내면적으로는 좋은 사람일 것으로 느꼈다. 홍주영이 뒤돌아설 때 박민정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박민정이 오해할까 봐 설명했다. “사장님께서 단것을 드시지 못하셔서 저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라고 했어요. 제 건 이미 다 먹었어요. 잘 먹었습니다.”박민정은 급히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괜찮아요.”이 말을 한 후 그제야 화장실로 갔다. 박민정은 화장실 칸 안에서 연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바로 연결되었다. “민정아, 꽃 도착했어?”박민정이 묻기 전에 연지석이 먼저 물었다. “정말 네가 보낸 거야?”박민정은 조금 놀라며 말했다
오후 4시쯤, 하루 업무를 마친 박민정은 유남준에게 전화를 걸었다.같은 시각 유남준은 한창 회의 중이었다.아직 대중들에게 신분을 밝히고 싶지 않았던 유남준은 매번 회의를 온라인으로만 진행하고 있다.회의 중, 박민정에게만 설정된 벨 소리가 울리자, 그는 두말하지 않고 바로 회의를 중단했다.“무슨 일이야?”“언제 퇴근해요?”‘이미 퇴근했나?’그 말을 듣고서 유남준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지금.”박민정의 출퇴근을 직접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바가 있었으니 말이다.“그럴 필요 없어요. 남준 씨 어디에 있는지 위치만 보내주면 돼요. 내가 갈게요.”바로 오겠다는 말에 박민정은 서둘러 말했다.다소 의외라는 듯 유남준은 표정이 약간 달라졌지만 그래도 데리러 가겠다고 주장했다.“괜찮아. 이미 차에 탔고 가는 중이야.”“네? 벌써 퇴근했다고요?”박민정은 약간 풀이 죽은 듯한 모습을 드러냈다.‘서프라이즈해줄려고 일찍 퇴근했는데...’그렇다, 박민정은 오늘 일찍 퇴근해서 유남준이 데리러 오기 전에 먼저 찾아가려고 했었다.조금이나마 기분이 풀렸으면 하는 마음에 말이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유남준은 마냥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민정아, 근데 너 이미 퇴근하지 않았어?”“오늘 일부러 일찍 퇴근했단 말이에요. 남준 씨한테 먼저 찾아가려고 했었는데...”박민정의 대답을 듣고서 유남준은 자신이 너무 섣불리 말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럼, 남준 씨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게요.”“그래.”그렇게 두 사람의 통화가 종료되었다.전화를 끊자마자 유남준은 다시 온라인 회의 방으로 들어가서 마무리 멘트를 던졌다.“오늘 회의는 이쯤에서 마치겠습니다.”열띤 토론을 나누고 있던 고위직 직원들은 그 말에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얼굴 없는 대표님’께서 오늘따라 왜 저러실까?아직 마땅한 계획마저 내놓지 못했는데, 왜 갑자기 회의를 그만두시는 걸까?혹시 화가 나신 걸까? 지금껏 토론했다고 한들 결과 하나 없어서?온갖 생각이 동시에 떠오르면서
‘꽃? 디저트?’유남준은 도통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내가 민정이한테 꽃이랑 디저트를 보냈었다고?’유남준에게 박민정의 참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추경은은 지금 이를 악물고 있다.여기저기 한눈을 팔고 다니는 여자는 유남준 곁에 있을 자격이 없다면서 말이다.“서 비서가 보낸 거야. 알고 싶으면 서 비서한테 물어봐.”이상하기는 했지만 유남준은 덤덤하게 대답했다.순간 추경은은 당황하기 그지없었다.당연히 의심부터 하면서 야단을 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박민정을 감싸면서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추경은은 화장실에서 연지석과 박민정의 통화 내용을 똑똑히 들었었다.연지석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는 것까지.“남준 오빠, 서 비서님이 보낸 거 맞아? 확실해?”자기 시나리오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자, 추경은은 달갑지 않아 했다.그 말에 유남준은 마침내 인내심을 잃고 말았다.“서 비서가 아니면 네가 보낸 거야?”또다시 생각지도 못한 반박에 추경은은 말 문이 턱 막히고 말았다.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박민정 역시 살짝 놀란 모습을 보였다.대놓고 자기를 도와주는 유남준의 말과 행동에 말이다.한바탕 신경전을 벌이고 난 뒤.지금 침실에는 유남준과 박민정 둘만 있다.“남준 씨, 그 꽃이랑 디저트 말이에요... 지석이가 보낸 거예요.”박민정이 먼저 자기한테 설명하기를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던 유남준이다.“오는 길에 나한테 준 그 케이크도 걔가 보낸 거야?”“아니에요! 그건 회사 근처에 있는 디저트가게에서 내가 직접 산 거예요.”이성 친구한테서 받은 물건으로 자기 남편에게 잘 보일 만큼 어리석은 박민정이 아니다.하물며 연지석과 유남준 사이에 보이지 않는 불꽃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박민정의 설명을 듣고 난 유남준은 그제야 기분이 좀 풀리는 듯했다.“근데 왜 너한테 꽃이랑 디저트를 보낸 거야?”“너무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아서... 이런 방식을 통해서라도 연락하고 싶었다고 해요.”박민정은 연지석이 해준 말을 그대로 유남준에게 알려주
“오늘 박 비서님 덕분에 호강하게 생겼어요.”“5성급 호텔 쉐프가 해주는 음식은 또 처음이잖아요. 음식도 미리 고르게 해주시고우리 박 비서님 참 세심도 하셔.”“한두 푼이 아닐 것 같은데, 미안해서 어떡해요.”화장실에서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내내 박민정은 이와 같은 말만 들었다.어리둥절한 모습으로 ‘괜찮아요’라고 인사치레만 한 박민정이다.하지만 대답하면 할수록 속으로 의문이 부풀어갔다.‘내가? 밥을? 그것도 5성급 호텔 쉐프?’‘지석이가 보냈나?’의문을 가득 품은 채 박민정은 마침내 사무실로 돌아왔다.비서 사무실 전체 직원은 역시 활짝 웃는 모습으로 인사를 건넸다.“박 비서님, 고마워요.”추경은도 마지못한 채 괴상 야릇하게 덧붙였다.“새언니, 남준 오빠가 아주 통 크게 질렀네요. 회사 전체 직원들 배불리 먹을 수 있겠어요.”“무려 5성급 호텔 쉐프가 직접 해주는 음식이라니.”‘남준 씨?’‘회사 전체 직원?’‘지석이가 아니라 남준 씨가 보낸 거란 말이야?’비로소 의문이 풀린 박민정은 눈동자가 크게 일렁였다.다름이 아니라 호산 그룹 전체 직원이라고 하면 적어도 5천 명은 넘기 때문이다.“직원 복지 차원에서 박 비서님이 통 크게 쏘신 거 아니겠어요? 결국 따지고 보면 호산 그룹 사모님이 박 비서님이잖아요.”박민정 뒷담화를 했었던 청아 역시 아부를 뜨느라 정신이 없었다.“맞아요. 박 비서님 남편분이 호산 그룹 전 대표님이잖아요.”같은 비서라고 하더라도 박민정은 부잣집 며느리로 자신들과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인식한 직원들이다.하지만 박민정은 아직도 현재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얼렁뚱땅 대답만 하고 말았다.이윽고 자기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유남준에게 전화를 걸었다.“남준 씨, 어떻게 된 일이에요?”박민정이 물었다.실은 연지석이 박민정 회사 동료들까지 챙겨줬다는 말을 듣고서 유남준이 야심 차게 준비한 일이었다.연지석이 디저트를 보냈다면 자기는 5성급 호텔 쉐프장을 보낸다고.“별거 아니야. 그냥 회사 동
“네? 거절하라고요?”사무실 직원들은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왜 거절해야 하는 거죠?”공짜로 고급스러운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자기 입으로 직접 거절하라고 하니 내심 언짢기도 했다.하지만 최현아 비서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수 없어서 완곡하게 에둘러 말했다.“저희 마케팅 5팀이 좀 바쁘잖아요. 다들 열심히 일하시면 앞으로 그 돈으로 얼마든지 마음껏 먹을 수 있을 거예요.”직원들은 그 말을 듣고서 마침내 풀이 죽고 말았다.마케팅 5팀은 담당자가 최현아로 바뀌고 난 뒤로 실적이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마땅히 줘야 할 인셉티브까지 주려고 하지 않았다.호산 그룹의 오래된 직원으로 일하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았더라면, 책임져야 할 식솔이 없었더라면 다들 그만두고 갔을 것이다.“지금 인셉티브로는 호텔 요리가 아니라 평범한 한식당으로 가서 밥 한 끼 먹기도 부담스러워요.”마음 편히 외식 한 번 하기 어려운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는 마케팅 5팀이다.비서 역시 같은 직원으로서 그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으나 최현아가 결정한 일이니 번복할 자격도 없었다.자기 속도 말이 아닌데 직원들의 푸념을 그대로 듣고 소화해야만 했다.한편 최현아는 자기 이미지와 신념이 점점 바닥을 치고 있는 줄도 모르고 마케팅 총담당자 자리에 오르려고 머리를 짜고 있다.지금은 단지 마케팅 5팀의 작은 담당자로 실적도 가장 낮은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하다.“이게 다 그 노인네 때문이야! 남우는 본사 대표 자리에 앉혀 놓고 우리 성혁을 지사로 보낸 바람에 내가 고작 이런 자리에 있는 거라고!”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최현아는 유난히 화가 났다.점심시간이 되고 다들 오전에 주문한 대로 음식을 받게 되었다.호산 그룹 근처에 있는 호텔 전체가 힘을 합쳐 5천 명의 점심을 준비한 것이었다.마케팅 5팀만 제외하고 다른 부서에서는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점심을 즐기게 되었다.그리고 최현아의 팀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케팅 5팀 직원들은 배달 음식을 시켜서 먹을 수밖에 없었다.화가
유남우 사무실에서 나온 홍주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음식을 즐기고 있는 동료들을 보게 되었다.잠깐 흠칫거리더니 자기 자리로 돌아와서 도착한 배달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이때 배달 음식을 먹고 있는 홍주영을 보고서 박민정은 이상하기만 했다.‘어찌 된 상황이지?’“혹시 호텔 측에서 깜빡하고 홍 비서님께 주문을 받지 않았나요?”그 말에 동료들이 서로 맞장구를 치면서 기다리다시피 비아냥거렸다.“그럴 리가요. 아무리 잘해준다고 한들 절대 민정 씨 마음 몰라줄 거예요.”“워낙 혼자에 익숙해진 사람이라 늘 저런 식이에요. 저렇게 해야만 대표님 눈에 들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굳이 홍 비서님 때문에 민정 씨 기분까지 망치지 말고요.”그 말을 듣고서 박민정은 더 이상 묻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점심을 먹었다.산모인 박민정을 위해서 야심 차게 준비한 점심을 말이야.박민정은 갈수록 홍주영에 대한 호기심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홍주영은 결코 다른 사람의 호의를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하물며 어제 디저트를 건네주었을 때도 고맙다고 인사까지 했었다.멀지 않은 곳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똑똑히 들은 홍주영이다.하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직접 주문한 배달 음식에만 집중했다.다만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이때 누군가가 홍주영 옆으로 다가왔다.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어보니 박민정이었다.홍주영은 곧바로 차갑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물었다.“무슨 일이시죠?”그러자 호텔에서 여부로 보내온 음식을 홍주영의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있는 박민정의 모습이 시야로 들어왔다.“배달 음식 자주 드시면 안 좋아요. 저 혼자서 먹기에는 좀 과분한 양이라 괜찮으시면 이거 드세요.”실은 속으로 거절을 당하게 될까 봐 살짝 걱정하면서 뱉은 말이기도 했다.하지만 호산 그룹의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는 점만으로 본다면 홍주영은 깊이 사귈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동서가 직접 받아온 계약서야. 어쩜 이틀도 채 되지 않아서 이런 사달이 나게 할 수 있어? 천인 그룹에서 계약을 강제로 해제하겠다고 하고 있잖아!”최현아가 말했다.박민정은 상대조차 하지 않고 서류에 적힌 내용을 샅샅이 훑어보기 시작했다‘뭐? 위약금을 3배나 낸다고? 계약 해제하려고?’“천 대표님께서 이런 밑지는 장사를 한다고요?”“그쪽에서 무슨 사정으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나도 몰라.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상황은 계약 해제라는 사실이야.”“어디 한 번 말해 봐. 재고 상품은 어떻게 할 거야? 유통 기한이 있는 식품들이야.”최현아가 지금 맡고 있는 일은 식품 판매이다.그리고 천인 그룹은 진주시 전체를 통틀어서 손꼽히는 구매상이다.천인 그룹에서 계약을 해제한다면 호산 그룹 재고 상품은 그대로 ‘쓰레기’가 될 때까지 두고만 볼 수 없게 된다.비록 계약 해제 금으로 회사에서 막대한 손실을 받지 않을 수 있지만 천인 그룹이라는 비즈니스 파트너를 잃게 된 셈이니 앞으로 손실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혹시 동서가 천수빈한테 뭐라고 한 거 아니야? 우리 회사 욕하기라도 했어?”최현아가 본격적으로 책문하기 시작했다.소리가 결코 작지 않아서 사무실에 있던 다른 직원들의 시선도 한 방에 끌어당겼다.막장 드라마나 다름없는 지금 이 상황이 지루한 직장 생활을 보내고 있던 직원에게는 단비 같은 존재였다.따지고 보면 최현아와 박민정은 친척 사이인데, 한 명은 대표 소리를 듣고 다른 한 명은 비서 소리를 듣고 있으니 궁금하기 그지없었다.박민정은 최현아의 말을 듣고서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최 대표님 말씀대로 제가 그런 소리를 했다고 하면 천 대표님께서 왜 계약서에 사인을 하셨겠습니까? 돈이 남아돌아서 계약 해제 금을 3배나 지급하면서까지 사인했다가 해제하려고 했겠습니까?”‘대체 어떻게 마케팅팀장이 된 거지?’최현아 같은 여자가 어떻게 한 팀을 이끌 수 있고 그 자리까지 올랐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말을 바로 직설적으로 내뱉는 사람이
박민정의 말에 회의실은 순간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그 또한 찰나 바로 회의실이 떠나갈 정도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IM 그룹? 또 IM 그룹에서 한 짓이란 말입니까? 한 번도 아니고 벌써 몇 번째입니까!”“돈밖에 없는 회사 아닙니까! 어쩜 이렇게 가는 곳마다 막고 있을 수 있습니까!”“IM 그룹이 진주시에 있는 한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습니다! 제가 보기엔 아마 해외 회사인 것 같습니다!”고위직 직원들은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한두 마디씩 주고받았다.지금 가장 당황스러운 사람은 최현아이다.다른 회사에서 가로채 갔으리라고 생각지도 못했었으니 말이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갑지 않아 하면서 박민정을 의심했다.“통화 내용만 들어봐도 둘이 엄청 친한 것 같은데 혹시 박 비서님이 IM 그룹 소개해 준 건 아니죠?”어떻게든 박민정에게 골탕을 먹이려고 애간장을 쓰고 있는 최현아이다.“최 대표님, 그 의문에 대해서는 앞서 답변드린 것 같은데요. 혹시 요즘 잠을 설치시나요? 기억력이 좋지 않으신 것 같아서 그래요.”“다시 한번 말씀드리는데 만약 제가 천 대표님께 IM 그룹을 소개해 드렸다면 그쪽에서 무슨 이유로 저희 회사와 계약서를 체결하겠어요. 아니에요?”“계약 체결하고 나서 알려준 거 아니에요?”최현아는 어떻게든 반박만 하려고 앞뒤도 가리지 않았다.막무가내로 나오고 있는 최현아를 상대로 박민정은 화를 내지도 않고 언성을 높이지도 않았다.“제가 그렇게 했다면 천 대표님께서 저를 미워하지 않겠어요? 저희 회사와 체결하게 하고서 IM 그룹과 다시 계약 관계를 맺게 한다고요? 그 엄청난 계약금까지 지급해 가면서요?”“하물며 그렇게 했다고 한들 저한테 이로운 건 뭐죠? 저 호산 그룹의 직원이기 전에 유씨 가문의 며느리입니다. IM 그룹 대표가 저였으면 뭐 이유가 될 수 있겠죠. 근데 그건 아니잖아요.”IM 그룹의 대표는 박민정이 아니지만 유남준이므로 전혀 상관이 없는 것도 아니다.다만 그 사실을 박민정 본인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조리 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