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우 사무실에서 나온 홍주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음식을 즐기고 있는 동료들을 보게 되었다.잠깐 흠칫거리더니 자기 자리로 돌아와서 도착한 배달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이때 배달 음식을 먹고 있는 홍주영을 보고서 박민정은 이상하기만 했다.‘어찌 된 상황이지?’“혹시 호텔 측에서 깜빡하고 홍 비서님께 주문을 받지 않았나요?”그 말에 동료들이 서로 맞장구를 치면서 기다리다시피 비아냥거렸다.“그럴 리가요. 아무리 잘해준다고 한들 절대 민정 씨 마음 몰라줄 거예요.”“워낙 혼자에 익숙해진 사람이라 늘 저런 식이에요. 저렇게 해야만 대표님 눈에 들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굳이 홍 비서님 때문에 민정 씨 기분까지 망치지 말고요.”그 말을 듣고서 박민정은 더 이상 묻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점심을 먹었다.산모인 박민정을 위해서 야심 차게 준비한 점심을 말이야.박민정은 갈수록 홍주영에 대한 호기심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홍주영은 결코 다른 사람의 호의를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하물며 어제 디저트를 건네주었을 때도 고맙다고 인사까지 했었다.멀지 않은 곳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똑똑히 들은 홍주영이다.하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직접 주문한 배달 음식에만 집중했다.다만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이때 누군가가 홍주영 옆으로 다가왔다.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어보니 박민정이었다.홍주영은 곧바로 차갑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물었다.“무슨 일이시죠?”그러자 호텔에서 여부로 보내온 음식을 홍주영의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있는 박민정의 모습이 시야로 들어왔다.“배달 음식 자주 드시면 안 좋아요. 저 혼자서 먹기에는 좀 과분한 양이라 괜찮으시면 이거 드세요.”실은 속으로 거절을 당하게 될까 봐 살짝 걱정하면서 뱉은 말이기도 했다.하지만 호산 그룹의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는 점만으로 본다면 홍주영은 깊이 사귈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동서가 직접 받아온 계약서야. 어쩜 이틀도 채 되지 않아서 이런 사달이 나게 할 수 있어? 천인 그룹에서 계약을 강제로 해제하겠다고 하고 있잖아!”최현아가 말했다.박민정은 상대조차 하지 않고 서류에 적힌 내용을 샅샅이 훑어보기 시작했다‘뭐? 위약금을 3배나 낸다고? 계약 해제하려고?’“천 대표님께서 이런 밑지는 장사를 한다고요?”“그쪽에서 무슨 사정으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나도 몰라.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상황은 계약 해제라는 사실이야.”“어디 한 번 말해 봐. 재고 상품은 어떻게 할 거야? 유통 기한이 있는 식품들이야.”최현아가 지금 맡고 있는 일은 식품 판매이다.그리고 천인 그룹은 진주시 전체를 통틀어서 손꼽히는 구매상이다.천인 그룹에서 계약을 해제한다면 호산 그룹 재고 상품은 그대로 ‘쓰레기’가 될 때까지 두고만 볼 수 없게 된다.비록 계약 해제 금으로 회사에서 막대한 손실을 받지 않을 수 있지만 천인 그룹이라는 비즈니스 파트너를 잃게 된 셈이니 앞으로 손실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혹시 동서가 천수빈한테 뭐라고 한 거 아니야? 우리 회사 욕하기라도 했어?”최현아가 본격적으로 책문하기 시작했다.소리가 결코 작지 않아서 사무실에 있던 다른 직원들의 시선도 한 방에 끌어당겼다.막장 드라마나 다름없는 지금 이 상황이 지루한 직장 생활을 보내고 있던 직원에게는 단비 같은 존재였다.따지고 보면 최현아와 박민정은 친척 사이인데, 한 명은 대표 소리를 듣고 다른 한 명은 비서 소리를 듣고 있으니 궁금하기 그지없었다.박민정은 최현아의 말을 듣고서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최 대표님 말씀대로 제가 그런 소리를 했다고 하면 천 대표님께서 왜 계약서에 사인을 하셨겠습니까? 돈이 남아돌아서 계약 해제 금을 3배나 지급하면서까지 사인했다가 해제하려고 했겠습니까?”‘대체 어떻게 마케팅팀장이 된 거지?’최현아 같은 여자가 어떻게 한 팀을 이끌 수 있고 그 자리까지 올랐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말을 바로 직설적으로 내뱉는 사람이
박민정의 말에 회의실은 순간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그 또한 찰나 바로 회의실이 떠나갈 정도로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IM 그룹? 또 IM 그룹에서 한 짓이란 말입니까? 한 번도 아니고 벌써 몇 번째입니까!”“돈밖에 없는 회사 아닙니까! 어쩜 이렇게 가는 곳마다 막고 있을 수 있습니까!”“IM 그룹이 진주시에 있는 한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습니다! 제가 보기엔 아마 해외 회사인 것 같습니다!”고위직 직원들은 잔뜩 화가 난 모습으로 한두 마디씩 주고받았다.지금 가장 당황스러운 사람은 최현아이다.다른 회사에서 가로채 갔으리라고 생각지도 못했었으니 말이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갑지 않아 하면서 박민정을 의심했다.“통화 내용만 들어봐도 둘이 엄청 친한 것 같은데 혹시 박 비서님이 IM 그룹 소개해 준 건 아니죠?”어떻게든 박민정에게 골탕을 먹이려고 애간장을 쓰고 있는 최현아이다.“최 대표님, 그 의문에 대해서는 앞서 답변드린 것 같은데요. 혹시 요즘 잠을 설치시나요? 기억력이 좋지 않으신 것 같아서 그래요.”“다시 한번 말씀드리는데 만약 제가 천 대표님께 IM 그룹을 소개해 드렸다면 그쪽에서 무슨 이유로 저희 회사와 계약서를 체결하겠어요. 아니에요?”“계약 체결하고 나서 알려준 거 아니에요?”최현아는 어떻게든 반박만 하려고 앞뒤도 가리지 않았다.막무가내로 나오고 있는 최현아를 상대로 박민정은 화를 내지도 않고 언성을 높이지도 않았다.“제가 그렇게 했다면 천 대표님께서 저를 미워하지 않겠어요? 저희 회사와 체결하게 하고서 IM 그룹과 다시 계약 관계를 맺게 한다고요? 그 엄청난 계약금까지 지급해 가면서요?”“하물며 그렇게 했다고 한들 저한테 이로운 건 뭐죠? 저 호산 그룹의 직원이기 전에 유씨 가문의 며느리입니다. IM 그룹 대표가 저였으면 뭐 이유가 될 수 있겠죠. 근데 그건 아니잖아요.”IM 그룹의 대표는 박민정이 아니지만 유남준이므로 전혀 상관이 없는 것도 아니다.다만 그 사실을 박민정 본인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조리 정연
IM 그룹이 진주시에 나타난 뒤로 거의 시장 전체를 독점하고 있다.IM 그룹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이 없어서 호산 그룹은 손해를 본다고 한들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 된 것이다.고위직 직원들은 하나같이 IM 그룹의 기세를 꺾을 생각만 하고 그 누구도 감히 IM 그룹의 고객을 빼앗아 올 생각은 하지 않았다.그러한 생각을 제기한 선두자가 바로 박민정이라고 할 수 있다.박민정의 말을 듣고서 유남우는 흐뭇하기만 했다.당하기만 하는 상황에 이미 질 린 대로 질린 상황이었고 먼저 나서서 싸울 때도 되긴 했다.입이 떡 벌어진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박민정은 계속 말했다.“그 어느 회사든 능력이 제한되어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는 바입니다. IM 그룹은 천인 그룹과 계약서를 체결함과 동시에 적지 않은 대가를 치렀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이 틈을 타서 IM 그룹의 고객을 빼앗아 오는 건 어떻겠습니까?”“그래도 되는 겁니까?”어느 한 고위직 직원이 의문을 드러냈다.호산 그룹의 오래된 직원 역시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그건 안 됩니다. 지금 우리 호산 그룹은 큰 도련님께서 책임졌을 때와 여러모로 다른 점이 많습니다. 별 탈 없이 회사를 계속 운영하려면 안정적으로 시장에 스며들고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다른 회사의 고객을 빼앗아 오는 건 너무 위험한 일입니다. IM 그룹에서 알고 난 뒤 보복이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럽니까?”“맞습니다. IM 그룹 배후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절대 호락호락한 사람은 아닐 겁니다. 만약 큰 도련님께서 시력이 회복되신다면 모를까... 큰 도련님이 나서게 되면 IM 그룹과 맞설 수도 있을 것입니다.”지금 이 사람들이 말하고 있는 ‘큰 도련님’은 바로 유남준이다.이러한 상황에서도 유남준에 대한 믿음이 이 정도로 클 줄이라고 박민정은 생각지 못했다.하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럴 만도 하다.호산 그룹이 유남준 손으로 넘어갔을 때 지금의 규모도 아니었고 매일 예상치 못하는 위기에
두 사람만 있는 공간에서 박민정은 다소 압박감이 들었다.“유 대표님, 분부하실 일이라도 있으십니까?”‘남우 씨’가 아니라 ‘대표님’이라고 부르고 있는 박민정의 모습에 유남우는 감정이 복잡해졌다.“민정아, 너도 같은 생각이야? 내가 형보다 못한 거 같아?”순간 박민정은 그대로 굳어버렸다.그 질문에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지 몰라서 말이다.박민정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유남우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천천히 타일렀다.“회의실에서 어떤 분위기이었는지 봤을 거 아니야. 말하고 싶은 대로 편하게 해. 네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화내지 않을게. 그냥 오래된 친구 사이라고 생각하고 얘기했으면 좋겠어.”박민정은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이윽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천천히 운을 떼기 시작했다.“두 사람 모두 서로 잘난 점이 다른 것 같아요. 대표님 같은 경우는 성격이 워낙 부드럽잖아요. 하지만 그와 반대로 남준 씨는 성격이 불같아요. 그리고 대표님은 남에게 상처도 쉽게 주지 않고 위로도 잘 해주시는 분이지만 남준 씨는 아니에요.”“조금 전 회의실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저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대표님보다 남준 씨가 호산 그룹에 더 오래 있었고 남준 씨가 호산 그룹을 책임졌을 때 거의 밑바닥에서부터 책임진 거였잖아요. 회사 규모든 뭐든 거의 업계 가장 밑바닥에 있었다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의 호산 그룹과는 하늘과 땅 차이로 말이에요. 연세가 좀 드신 분들은 돈을 버는 데만 익숙해졌으니 당연히 모험하는 쪽으로 선택하지 않으시려고 할 거예요. 그래서 자신의 욕심을 숨기기 위해서 아마 남준 씨를 걸고넘어진 것 같아요.” 박민정은 객관적인 차원에서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하지만 유남우는 그 모든 말이 위로처럼 들렸다.“민정아, 너 혹시 기억나? 너 거짓말할 때면 항상 고개 푹 숙이고 나랑 눈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었어.”박민정은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고개를 들었다.“거짓말한 거 아니에요. 사실 그대로 말한 것뿐이에요.”유남준의 잘만 점에 대해서 말하
한창 출근할 시간에 박민정의 전화를 받게 된 유남우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IM 그룹은 왜 물어?”“다름이 아니라 요즘 많은 회사가 IM 그룹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잖아요. 그 배후에 있는 사장이 얼마나 음흉하고 악독한지 참...”‘음흉하고 악독해? 내가?’유남준은 박민정의 말과 뉘앙스가 마냥 웃기기만 했다.정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자기한테 음흉하고 악독하다고 평가하는 그 말이.경쟁으로 이기지 못하자 별의별 평가를 다 내세운다면서 속으로 혀를 차기도 했다.하지만 유남준은 계속 모르는 척 박민정의 말에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나도 몰라. 근데 우리 회사도 IM 그룹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어.”“네? 정말이에요?”처음에는 IM 그룹에 대해서 궁금하기만 했었는데, 유남준의 말을 듣고 난 뒤 IM 그룹이 싫어지기 시작했다.“응... 근데 호산 그룹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유남준이 물었다.“호산 그룹의 고객을 IM 그룹에서 빼앗아 갔어요.”박민정은 별다른 의심 없이 바로 있는 그대로 대답했다.그 고객이 바로 천인 그룹이라는 것을 유남준은 잘 알고 있다.“그래? 안 됐네. 남우는? 대책이라도 세워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 회사 쪽은 내가 이미 해결했거든.”“어떻게 해결한 거예요?”박민정은 단번에 구미가 당겼다.“알고 싶어?”“네, 알고 싶어요.”IM 그룹에 대해서 알고 난 뒤로 박민정은 작은 회사에서 도려 IM 그룹에 피해를 보게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다.“퇴근하고 와서 나한테 다시 한번 부탁해 봐. 그럼, 내가 아주 천천히 가르쳐줄게.”유남준은 잔뜩 내려앉은 목소리로 무척이나 간드러지게 말했다.순간 그 말 뒤에 숨겨 있는 뜻을 알아차린 박민정은 바로 거부해 버렸다.“됐어요. 남준 씨 아니어도 이미 대책 방안 생각해 냈거든요.”“그게 뭔데? 어떻게 해결할 셈이야?”유남준은 무척이나 궁금했다.자기 아내가 무슨 방법으로 자기에게 공격을 할지 말이다.“나중에요. 성공하고 나면 그때 다시 얘기해줄게요. 그럼, 먼저
박민정 역시 이러한 결과를 얻게 될 줄은 몰랐다.에리와 조금 더 얘기하고 싶었으나 문 앞에 서 있는 최현아와 추경은을 보게 되었다.추경은은 최현아를 대신하여 열심히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박민정은 바로 전화를 끊고 일어나서 문 쪽으로 다가갔다.“새언니, 대낮에 사무실 문은 왜 잠그고 있는 거예요? 뭐 보면 안 될 일이라고 하고 있었던 거예요?”최현아를 등에 업고 있어서인지 추경은은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그게 아니라 지나가던 똥개라도 사무실에 들어올까 봐 잠가 놓은 거예요.”가만히 듣고만 있을 박민정이 아니었다.욕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은 없다.“새언니, 지금 나랑 올케언니 욕하고 있는 거예요?”추경은 역시 바로 반박했다.“그런 말 한 적 없고 함부로 덮어씌우지 마시죠. 어떻게 자신을 그렇게 폄하할 수 있죠?”박민정은 덤덤하게 대답했다.순간 화가 치밀어 오른 추경은은 뭐라고 더 하고 싶었지만 최현아가 그녀를 말렸다.“동서한테 볼 일이 있어서 온 거야.”“무슨 일인데요?”“동서가 회의에서 말했던 거 기억하고 있지? IM 그룹 프로젝트를 빼앗아 오겠다고 한 것 말이야. 나도 다른 고위직 직원들은 모두 반대하는 쪽이야. 하지만 대표님께서 이미 결정 내린 일이고 하니 누군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봐. 가만히 생각해 보았는데, 의견을 꺼낸 사람이 직접 가서 해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최현아가 말했다.그 많은 고위직 직원을 뒤로하고 작은 비서인 자기한테 이번 일을 맡기게 될 줄은 몰랐다.하지만 박민정은 바보가 아니다.“호산 그룹에서 제 신분은 비서입니다. 비서로서 어떻게 프로젝트를 빼앗아 올 수 있단 말입니까?”“대표님께 그럴만한 권리를 달라고 하면 되잖아.”최현아는 당연하다는 것처럼 말했다.박민정은 그 말을 듣고서 또다시 물었다.“제가 이번 일을 성황리에 끝마치면 제가 얻게 되는 건 뭐죠?”“얻게 되는 거?”최현아는 그러한 질문을 던지는 박민정이 마냥 우습기만 했다.“걱정하지 마. 일단 계약서만 체결하면 회사에서 인셉
최현아는 박민정에게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고 전혀 믿지 않는다.최현아의 말에 홍주영은 바로 멀지 않은 곳에서 구경하고 있던 비서에게 조금 전 사항을 계약서로 만들어내라고 했다.이윽고 계약서에 최현아와 박민정 모두 사인하게 하라고 했다.최현아는 사인을 하기 전에 불현듯 무엇인가 떠오른 듯했다.“근데 너무 불공평한 계약서인 것 같아요. 박 비서가 이기면 마케팅 5팀 책임자 자리에 앉게 되는데, 내가 이기면 어떻게 되는 거죠? 박 비서 쪽에서 치르는 대가가 아무것도 없잖아요.”“만약 제가 프로젝트를 빼앗아 오지 못한다면 어떤 대가를 치렀으면 합니까?”“퇴사요.”최현아는 호산 그룹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민정을 눈엣가시로 여긴 지 한참 되었다.그 말을 듣고서 박민정은 두말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그러죠.”계약서에 새로운 조건을 첨부하고 두 사람 모두 사인을 했다.유남우를 공증인으로 모시기도 했다.대표이사실 전체가 오늘 두 사람으로 인해 떠들썩하기 그지없었다.최현아 일행이 떠나고 난 뒤 박민정은 잠깐 쉬다가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어떻게 빼앗아 올지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IM 그룹은 지금 모든 회사의 프로젝트를 빼앗고 있어. 근데 정작 IM 그룹의 프로젝트를 빼앗고 있는 회사는 없어. 따라서 IM 그룹은 지금 무방비 상태일지도 몰라.’박민정은 IM 그룹에서 빼앗아 간 프로젝트를 모아서 일일이 연구하기 시작했다.어느 프로젝트를 도로 빼앗아 오면 쉬울지에 대해서 말이다.온갖 정신을 집중하다 보니 시간은 유난히 빨리 흘러갔다.모든 직원이 퇴근하고 난 뒤에도 박민정은 사무실에 앉아서 열심히 파고들고 있었다.핸드폰 벨 소리가 울리기 전까지.벨 소리에 정신을 차리게 된 박민정은 그제야 저녁 6시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왜 아직도 퇴근 안 해?”유남준의 소리가 들려왔다.“이제 곧 해요.”박민정은 대답을 마치고 난 뒤 서둘러 짐을 챙겨 가방을 들고 퇴근했다.회사 문 앞에는 한참 동안 박민정을 기다리고 있던 유남준이 있었다.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