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만 있는 공간에서 박민정은 다소 압박감이 들었다.“유 대표님, 분부하실 일이라도 있으십니까?”‘남우 씨’가 아니라 ‘대표님’이라고 부르고 있는 박민정의 모습에 유남우는 감정이 복잡해졌다.“민정아, 너도 같은 생각이야? 내가 형보다 못한 거 같아?”순간 박민정은 그대로 굳어버렸다.그 질문에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지 몰라서 말이다.박민정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유남우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천천히 타일렀다.“회의실에서 어떤 분위기이었는지 봤을 거 아니야. 말하고 싶은 대로 편하게 해. 네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화내지 않을게. 그냥 오래된 친구 사이라고 생각하고 얘기했으면 좋겠어.”박민정은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이윽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천천히 운을 떼기 시작했다.“두 사람 모두 서로 잘난 점이 다른 것 같아요. 대표님 같은 경우는 성격이 워낙 부드럽잖아요. 하지만 그와 반대로 남준 씨는 성격이 불같아요. 그리고 대표님은 남에게 상처도 쉽게 주지 않고 위로도 잘 해주시는 분이지만 남준 씨는 아니에요.”“조금 전 회의실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저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대표님보다 남준 씨가 호산 그룹에 더 오래 있었고 남준 씨가 호산 그룹을 책임졌을 때 거의 밑바닥에서부터 책임진 거였잖아요. 회사 규모든 뭐든 거의 업계 가장 밑바닥에 있었다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의 호산 그룹과는 하늘과 땅 차이로 말이에요. 연세가 좀 드신 분들은 돈을 버는 데만 익숙해졌으니 당연히 모험하는 쪽으로 선택하지 않으시려고 할 거예요. 그래서 자신의 욕심을 숨기기 위해서 아마 남준 씨를 걸고넘어진 것 같아요.” 박민정은 객관적인 차원에서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하지만 유남우는 그 모든 말이 위로처럼 들렸다.“민정아, 너 혹시 기억나? 너 거짓말할 때면 항상 고개 푹 숙이고 나랑 눈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었어.”박민정은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고개를 들었다.“거짓말한 거 아니에요. 사실 그대로 말한 것뿐이에요.”유남준의 잘만 점에 대해서 말하
한창 출근할 시간에 박민정의 전화를 받게 된 유남우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IM 그룹은 왜 물어?”“다름이 아니라 요즘 많은 회사가 IM 그룹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잖아요. 그 배후에 있는 사장이 얼마나 음흉하고 악독한지 참...”‘음흉하고 악독해? 내가?’유남준은 박민정의 말과 뉘앙스가 마냥 웃기기만 했다.정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자기한테 음흉하고 악독하다고 평가하는 그 말이.경쟁으로 이기지 못하자 별의별 평가를 다 내세운다면서 속으로 혀를 차기도 했다.하지만 유남준은 계속 모르는 척 박민정의 말에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나도 몰라. 근데 우리 회사도 IM 그룹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어.”“네? 정말이에요?”처음에는 IM 그룹에 대해서 궁금하기만 했었는데, 유남준의 말을 듣고 난 뒤 IM 그룹이 싫어지기 시작했다.“응... 근데 호산 그룹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유남준이 물었다.“호산 그룹의 고객을 IM 그룹에서 빼앗아 갔어요.”박민정은 별다른 의심 없이 바로 있는 그대로 대답했다.그 고객이 바로 천인 그룹이라는 것을 유남준은 잘 알고 있다.“그래? 안 됐네. 남우는? 대책이라도 세워야 하는 거 아니야? 우리 회사 쪽은 내가 이미 해결했거든.”“어떻게 해결한 거예요?”박민정은 단번에 구미가 당겼다.“알고 싶어?”“네, 알고 싶어요.”IM 그룹에 대해서 알고 난 뒤로 박민정은 작은 회사에서 도려 IM 그룹에 피해를 보게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다.“퇴근하고 와서 나한테 다시 한번 부탁해 봐. 그럼, 내가 아주 천천히 가르쳐줄게.”유남준은 잔뜩 내려앉은 목소리로 무척이나 간드러지게 말했다.순간 그 말 뒤에 숨겨 있는 뜻을 알아차린 박민정은 바로 거부해 버렸다.“됐어요. 남준 씨 아니어도 이미 대책 방안 생각해 냈거든요.”“그게 뭔데? 어떻게 해결할 셈이야?”유남준은 무척이나 궁금했다.자기 아내가 무슨 방법으로 자기에게 공격을 할지 말이다.“나중에요. 성공하고 나면 그때 다시 얘기해줄게요. 그럼, 먼저
박민정 역시 이러한 결과를 얻게 될 줄은 몰랐다.에리와 조금 더 얘기하고 싶었으나 문 앞에 서 있는 최현아와 추경은을 보게 되었다.추경은은 최현아를 대신하여 열심히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박민정은 바로 전화를 끊고 일어나서 문 쪽으로 다가갔다.“새언니, 대낮에 사무실 문은 왜 잠그고 있는 거예요? 뭐 보면 안 될 일이라고 하고 있었던 거예요?”최현아를 등에 업고 있어서인지 추경은은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그게 아니라 지나가던 똥개라도 사무실에 들어올까 봐 잠가 놓은 거예요.”가만히 듣고만 있을 박민정이 아니었다.욕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은 없다.“새언니, 지금 나랑 올케언니 욕하고 있는 거예요?”추경은 역시 바로 반박했다.“그런 말 한 적 없고 함부로 덮어씌우지 마시죠. 어떻게 자신을 그렇게 폄하할 수 있죠?”박민정은 덤덤하게 대답했다.순간 화가 치밀어 오른 추경은은 뭐라고 더 하고 싶었지만 최현아가 그녀를 말렸다.“동서한테 볼 일이 있어서 온 거야.”“무슨 일인데요?”“동서가 회의에서 말했던 거 기억하고 있지? IM 그룹 프로젝트를 빼앗아 오겠다고 한 것 말이야. 나도 다른 고위직 직원들은 모두 반대하는 쪽이야. 하지만 대표님께서 이미 결정 내린 일이고 하니 누군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봐. 가만히 생각해 보았는데, 의견을 꺼낸 사람이 직접 가서 해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최현아가 말했다.그 많은 고위직 직원을 뒤로하고 작은 비서인 자기한테 이번 일을 맡기게 될 줄은 몰랐다.하지만 박민정은 바보가 아니다.“호산 그룹에서 제 신분은 비서입니다. 비서로서 어떻게 프로젝트를 빼앗아 올 수 있단 말입니까?”“대표님께 그럴만한 권리를 달라고 하면 되잖아.”최현아는 당연하다는 것처럼 말했다.박민정은 그 말을 듣고서 또다시 물었다.“제가 이번 일을 성황리에 끝마치면 제가 얻게 되는 건 뭐죠?”“얻게 되는 거?”최현아는 그러한 질문을 던지는 박민정이 마냥 우습기만 했다.“걱정하지 마. 일단 계약서만 체결하면 회사에서 인셉
최현아는 박민정에게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고 전혀 믿지 않는다.최현아의 말에 홍주영은 바로 멀지 않은 곳에서 구경하고 있던 비서에게 조금 전 사항을 계약서로 만들어내라고 했다.이윽고 계약서에 최현아와 박민정 모두 사인하게 하라고 했다.최현아는 사인을 하기 전에 불현듯 무엇인가 떠오른 듯했다.“근데 너무 불공평한 계약서인 것 같아요. 박 비서가 이기면 마케팅 5팀 책임자 자리에 앉게 되는데, 내가 이기면 어떻게 되는 거죠? 박 비서 쪽에서 치르는 대가가 아무것도 없잖아요.”“만약 제가 프로젝트를 빼앗아 오지 못한다면 어떤 대가를 치렀으면 합니까?”“퇴사요.”최현아는 호산 그룹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민정을 눈엣가시로 여긴 지 한참 되었다.그 말을 듣고서 박민정은 두말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그러죠.”계약서에 새로운 조건을 첨부하고 두 사람 모두 사인을 했다.유남우를 공증인으로 모시기도 했다.대표이사실 전체가 오늘 두 사람으로 인해 떠들썩하기 그지없었다.최현아 일행이 떠나고 난 뒤 박민정은 잠깐 쉬다가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어떻게 빼앗아 올지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IM 그룹은 지금 모든 회사의 프로젝트를 빼앗고 있어. 근데 정작 IM 그룹의 프로젝트를 빼앗고 있는 회사는 없어. 따라서 IM 그룹은 지금 무방비 상태일지도 몰라.’박민정은 IM 그룹에서 빼앗아 간 프로젝트를 모아서 일일이 연구하기 시작했다.어느 프로젝트를 도로 빼앗아 오면 쉬울지에 대해서 말이다.온갖 정신을 집중하다 보니 시간은 유난히 빨리 흘러갔다.모든 직원이 퇴근하고 난 뒤에도 박민정은 사무실에 앉아서 열심히 파고들고 있었다.핸드폰 벨 소리가 울리기 전까지.벨 소리에 정신을 차리게 된 박민정은 그제야 저녁 6시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왜 아직도 퇴근 안 해?”유남준의 소리가 들려왔다.“이제 곧 해요.”박민정은 대답을 마치고 난 뒤 서둘러 짐을 챙겨 가방을 들고 퇴근했다.회사 문 앞에는 한참 동안 박민정을 기다리고 있던 유남준이 있었다.박민
유남준은 지금 바보 같은 박민정에게 말해주고 싶었다.자기가 바로 IM 그룹의 대표라고 말이다.하지만 IM 그룹은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고 그동안 원수도 많이 맺어 왔다.만약 이대로 세상에 알리게 된다면 IM 그룹의 배후에 자기가 있다고 한다면 박민정과 아이들도 타깃으로 삼을지도 모른다.“그렇게 생각하지 마. 난 오히려 IM 그룹의 대표가 훌륭한 것 같은데...”유남준은 억울한 나머지 자기를 위해 한마디 했다.그 말을 듣고서 박민정은 반박하지 않았다.“훌륭한 건 인정해요. 근데 인간 됨됨이가...”“그 사람 얘기 그만할래요. 좀만 눈 붙이고 있을게요. 피곤해요.”힘들만도 한 상황의 연속이었다.유남준은 바로 박민정을 품으로 끌어당기면서 자기한테 기대어서 자게 했다.그 덕분에 푹 잔 박민정은 두원 별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깨어났다.“도착한 거예요?”“좀 더 잘래? 그럼, 오늘 좀만 더 늦게 자도 되잖아.”유남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좀만 더 늦게 자?’야한 의미가 담겨 있는 그 말을 듣고서 박민정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그만 자고 싶어요. 얼른 들어가요. 윤우도 왔겠어요.”박민정은 허겁지겁한 모습으로 유남준의 품속에서 빠져나왔다.행여나 지금 이곳에서 그 야한 일은 하게 될까 봐 말이다.유남준은 다소 시무룩한 모습으로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집안은 오늘따라 유난히 떠뜰석했다.한창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던 박윤우는 집안 곳곳을 소개해 주고 있었다.실시간 댓글은 거의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우리 세찬이 도련님이었구나. 집이 아주 으리으리하네.][이제 아셨어요? 심씨 가문 출신인데 당연히 으리으리하죠.][진정한 부잣집 도련님!]박윤우는 지금 실시간 순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가 높다.하지만 번뇌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네티즌들이 박윤우를 박세찬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난 언제쯤 내 이름을 알릴 수 있을까?’고민하고 있던 그때 돌아온 박민정과 유남준을 보고서 바로 라이브를 종료했다
일단 저지르고 봐?추경은 역시 이미 생각하고 있었던 바이다.최현아의 말을 듣고서 추경은은 서둘러 유남준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박민정은 추경은이 이토록 대담한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일찍이 침대로 누운 박민정의 머릿속에는 온통 IM 그룹의 프로젝트를 어떻게 빼앗아 올까 하는 생각뿐이었다.유남준에게 좋은 방법이라도 있는지 물어보려고 했으나 그대로 자기한테 기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면서 말을 꺼내지 않았다.“왜 아직도 안 자?”유남준은 침실로 들어서는 순간 박민정이 핸드폰을 두드리고 있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졸리지 않아서 핸드폰 보고 있었어요.”유남준은 몸을 돌려 박민정의 핸드폰을 가져왔다.“그만 보고 얼른 자.”핸드폰을 빼앗긴 박민정은 순간 어이가 없었지만 어쩔 수 없이 눈을 감고 잘 수밖에 없었다.자기 전까지 박민정의 머릿속에는 온통 회사일 뿐이었다.이튿날 아침 박민정은 평소와 달리 좀 늦게 일어났다.늦잠을 잔 박민정을 깨우지도 않고 유남준은 집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평소대로 일어난 추경은은 9시가 되도록 일어나지 않은 박민정을 보고서 속으로 중얼거렸다.‘출근하지 않을 셈인가?’‘최현아랑 한 내기에서 지게 될까 봐?’다른 건 몰라도 생각 하나만큼은 깊이 하는 추경은이다.추경은은 미리 회사로 가서 박민정은 내기에서 지게 될까 봐 두려워서 오늘 회사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동료들에게 알려주었다.그 말을 듣고서 회사 직원들은 불가사의하기만 했다.“어제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더니 바로 숨은 거예요?”“내가 다 뻘쭘하네요.”“IM 그룹이 지금 한창 여러 회사의 타깃으로 되고 있어서 어쩜 그 내기에서 박 비서님이 이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그래요. 아무리 진다고 하더라도 정말로 회사에서 나가기나 하겠어요?”최현아 역시 그 소식을 듣고서 비아냥거렸다.“내가 너무 높이 평가했네. 딱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을.”한편.잠에서 깨어난 박민정은 시간을 확인해 보았는데, 벌써 오전 10시였다.
고집을 피우는 유남준의 모습에 박민정은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다.“알았어요. 아침 먹고 올 테니 조금만 더 기다리고 있어요.”“그래. 천천히 먹고 와.”유남준은 계속 고개를 푹 숙인 채 업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그의 곁으로 지나가던 박민정은 노트북 키보드에 빼곡하게 적힌 점자를 보고서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실명한 뒤로 유남준은 이어폰을 끼고 업무를 봐야만 했다.모든 서류를 음성으로 듣고 처리해야 하니 일반인들보다 속도가 느린 편이었다.박민정이 아침까지 먹고 난 뒤 유남준은 약속한 대로 회사까지 바래다주었다.호산 그룹 꼭 대기층에 이르렀을 때 거의 모든 직원의 시선이 박민정을 향해 있었다.순간 박민정은 자기 얼굴에 뭐라도 묻은 줄만 알았었다.그때 누군가가 박민정에게 물었다.“박 비서님, 혹시 퇴직 절차 밟으시려고 오신 거예요?”말을 건 사람은 바로 비서 청아였다.그 말에 박민정은 어이가 없었다.“그게 무슨 말이죠? 퇴직 절차라니 도통 무슨 뜻인지...”청아 역시 당황하긴 매한가지였다.이윽고 멀지 않은 곳에서 커피를 타고 있는 추경은을 가리키면서 말했다.“경은 씨가 그러던데요. 박 비서님 최 대표님과 한 내기에서 지게 될까 봐 회사에 오지 못하고 있다고.”박민정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그냥 늦잠 자서 좀 늦게 온 것뿐이에요.”“네?”청아는 박민정의 말을 듣고 나서야 오해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이때 추경은이 다가와서 똑같이 물었다.“새언니, 퇴직하려고 온 거예요?”그런 추경은에게 박민정은 바로 따귀를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출근하러 온 거예요. 어머님께서 편한 대로 출근해도 된다고 한 거 잊었어요?”말하면서 박민정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이제 겨우 11시고 하루에 딱 서너 시간만 출근하면 되는데, 뭐가 잘못된 거죠?”추경은은 할 말이 없었다.단순히 늦잠을 자서 늦게 온 줄 모르고 추경은은 온통 박민정에게 골탕을 먹여 최현아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새언니, 실은
호산 그룹 마케팅 5팀의 팀원들은 당분간 모두 박민정을 도와주게 되었다.박민정 밑으로 들어가기 전에 최현아는 마케팅 5팀의 책임자로서 회의도 열었었다.“당분간 같이 일하는 것뿐이니 너무 밭들이지 않아도 돼. 그리고 어디까지나 비서밖에 되지 않으니 너무 기어들어 가지도 마. 알았어?”팀원들은 당연히 최현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분부하신 대로 하겠습니다.”“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하지는 말고.”최현아는 웃으면서 말했다.‘어디 감히 내 자리를 넘봐! 자기 주제도 모르고!’“네, 알겠습니다.”팀원들은 당분간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생각에 좋기는 했지만 걱정도 들었다.“근데 언제까지 놀아줘야 하는 겁니까? 책임져야 할 식솔이 한둘이가 아니라 인셉티브가 필요해서 그럽니다. 한 달 임금으로는 턱 없이 부족한 세상이잖아요.”최현아는 그제야 생각이 난 듯했다.박민정과 체결한 계약서에 계약 기간이 빠졌다는 것을 말이다.이윽고 최현아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어 박민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박 비서님, 우리 팀 팀원들이 묻고 있어서 그래요. 얼마나 걸릴 것 같아요? 팀원들이 허구한 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따라다닐 수 없다고 하네요. 다들 마케팅으로 먹고 사는데 실적이 있어야 받는 돈도 많아지는 거잖아요.”팀원들 앞이라 최현아는 팀장다운 모습으로 존댓말까지 써가면서 물었다.박민정은 한창 땅의 주인과 주위의 각종 시설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었다.어느 정도 계획이 생긴 박민정은 바로 ‘계약 기간’을 정해주었다.“보름이요.”‘보름? 겨우 보름?’‘설마 IM 그룹 공급업체랑 아는 사이인가?’“안 됩니다. 보름은 너무 길고 딱 10일만 드립니다.”“10일이요?”‘그건 좀 너무 급한데...’“우리 팀에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데... 그 모든 팀원이 모여서 공급업체 하나 빼앗는데 정신을 몰두해야겠어요? 10일이면 충분하지 않아요?”박민정은 잠시 생각하다가 그러기로 했다.“그래요.”속도만 좀 높이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최현아는 그제야 전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