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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0화

고집을 피우는 유남준의 모습에 박민정은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다.

“알았어요. 아침 먹고 올 테니 조금만 더 기다리고 있어요.”

“그래. 천천히 먹고 와.”

유남준은 계속 고개를 푹 숙인 채 업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의 곁으로 지나가던 박민정은 노트북 키보드에 빼곡하게 적힌 점자를 보고서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실명한 뒤로 유남준은 이어폰을 끼고 업무를 봐야만 했다.

모든 서류를 음성으로 듣고 처리해야 하니 일반인들보다 속도가 느린 편이었다.

박민정이 아침까지 먹고 난 뒤 유남준은 약속한 대로 회사까지 바래다주었다.

호산 그룹 꼭 대기층에 이르렀을 때 거의 모든 직원의 시선이 박민정을 향해 있었다.

순간 박민정은 자기 얼굴에 뭐라도 묻은 줄만 알았었다.

그때 누군가가 박민정에게 물었다.

“박 비서님, 혹시 퇴직 절차 밟으시려고 오신 거예요?”

말을 건 사람은 바로 비서 청아였다.

그 말에 박민정은 어이가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죠? 퇴직 절차라니 도통 무슨 뜻인지...”

청아 역시 당황하긴 매한가지였다.

이윽고 멀지 않은 곳에서 커피를 타고 있는 추경은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경은 씨가 그러던데요. 박 비서님 최 대표님과 한 내기에서 지게 될까 봐 회사에 오지 못하고 있다고.”

박민정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냥 늦잠 자서 좀 늦게 온 것뿐이에요.”

“네?”

청아는 박민정의 말을 듣고 나서야 오해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때 추경은이 다가와서 똑같이 물었다.

“새언니, 퇴직하려고 온 거예요?”

그런 추경은에게 박민정은 바로 따귀를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출근하러 온 거예요. 어머님께서 편한 대로 출근해도 된다고 한 거 잊었어요?”

말하면서 박민정은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이제 겨우 11시고 하루에 딱 서너 시간만 출근하면 되는데, 뭐가 잘못된 거죠?”

추경은은 할 말이 없었다.

단순히 늦잠을 자서 늦게 온 줄 모르고 추경은은 온통 박민정에게 골탕을 먹여 최현아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새언니, 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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