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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6화

오후 4시쯤, 하루 업무를 마친 박민정은 유남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같은 시각 유남준은 한창 회의 중이었다.

아직 대중들에게 신분을 밝히고 싶지 않았던 유남준은 매번 회의를 온라인으로만 진행하고 있다.

회의 중, 박민정에게만 설정된 벨 소리가 울리자, 그는 두말하지 않고 바로 회의를 중단했다.

“무슨 일이야?”

“언제 퇴근해요?”

‘이미 퇴근했나?’

그 말을 듣고서 유남준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지금.”

박민정의 출퇴근을 직접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바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럴 필요 없어요. 남준 씨 어디에 있는지 위치만 보내주면 돼요. 내가 갈게요.”

바로 오겠다는 말에 박민정은 서둘러 말했다.

다소 의외라는 듯 유남준은 표정이 약간 달라졌지만 그래도 데리러 가겠다고 주장했다.

“괜찮아. 이미 차에 탔고 가는 중이야.”

“네? 벌써 퇴근했다고요?”

박민정은 약간 풀이 죽은 듯한 모습을 드러냈다.

‘서프라이즈해줄려고 일찍 퇴근했는데...’

그렇다, 박민정은 오늘 일찍 퇴근해서 유남준이 데리러 오기 전에 먼저 찾아가려고 했었다.

조금이나마 기분이 풀렸으면 하는 마음에 말이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유남준은 마냥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민정아, 근데 너 이미 퇴근하지 않았어?”

“오늘 일부러 일찍 퇴근했단 말이에요. 남준 씨한테 먼저 찾아가려고 했었는데...”

박민정의 대답을 듣고서 유남준은 자신이 너무 섣불리 말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남준 씨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래.”

그렇게 두 사람의 통화가 종료되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유남준은 다시 온라인 회의 방으로 들어가서 마무리 멘트를 던졌다.

“오늘 회의는 이쯤에서 마치겠습니다.”

열띤 토론을 나누고 있던 고위직 직원들은 그 말에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

‘얼굴 없는 대표님’께서 오늘따라 왜 저러실까?

아직 마땅한 계획마저 내놓지 못했는데, 왜 갑자기 회의를 그만두시는 걸까?

혹시 화가 나신 걸까? 지금껏 토론했다고 한들 결과 하나 없어서?

온갖 생각이 동시에 떠오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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