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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1화

한수민을 본 순간 박민정은 얼이 빠져 한참 후에야 정신이 돌아왔다.

“한 여사님, 누가 당신더러 여기에 오라 한 거죠?”

박민정의 소리에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보는 한수민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난...”

그녀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추경은이 입을 열었다.

“새언니, 아주머니는 새언니의 친엄마 아닌가요? 왜 최 여사님이라고 불러요? 너무 버릇없는 것 아닌가요?”

추경은은 박민정과 한수민 사이에 불쾌한 일들이 있었음을 알고 고의로 물었다.

한수민은 그 말을 듣고는 이내 추경은한테 말했다.

“그런 말 말아요. 쟤가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게 내버려두어요.”

그녀는 애당초 박민정의 친엄마가 아니다.

박민정은 주먹을 다잡고 추경은의 말을 무시한 채 한수민 앞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 있거든 우리 나가서 말해요.”

“그래.”

한수민은 일어나서 박민정과 함께 밖으로 향했다. 추경은은 그 모습을 보고 그 둘의 뒤를 조용히 뒤따라갔다.

밖으로 나온 뒤 가로등의 어둑한 불빛 아래서 박민정이 차가운 어투로 물었다.

“돈을 원해요? 아니면 다른 거?”

지금 한수민의 친딸과 아들 심지어 남편마저 그녀를 외면하고 있으니 또 뭔 일을 꾸미려 온 것이 분명하였다.

한수민은 목구멍이 막혀오는 듯하였다.

“돈 때문이 아니야. 그저 너와 너의 아이를 보러 온 것뿐이야.”

이 말에 박민정은 헛웃음이 나왔다.

“지금 또 감성팔이 하시려고요? 잊지 마세요. 우리 둘은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남이란 걸.”

한수민은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 이미 다 늦었음을 알았다.

오늘 그녀는 두원별장의 부근에 왔다. 원래는 그저 멀리서 박민정의 모습 한번 보고 가려 했는데 마침 추경은과 마주쳤다.

추경은은 그녀를 방 안으로 끌어들였다.

“나도 알아. 난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 진짜야, 진짜.”

한수민은 중얼거렸다.

“나 지금 갈게.”

구부정한 허리와 함께 그녀는 터벅터벅 걸어 떠나갔다.

박민정은 왜소한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가 아무런 목적이 없다는 것이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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