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 죽기 전엔 못 놔줘 / 챕터 951 - 챕터 960

죽기 전엔 못 놔줘의 모든 챕터: 챕터 951 - 챕터 960

1174 챕터

제951화

한수민을 본 순간 박민정은 얼이 빠져 한참 후에야 정신이 돌아왔다.“한 여사님, 누가 당신더러 여기에 오라 한 거죠?” 박민정의 소리에 고개를 들고 그녀를 바라보는 한수민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난...”그녀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추경은이 입을 열었다. “새언니, 아주머니는 새언니의 친엄마 아닌가요? 왜 최 여사님이라고 불러요? 너무 버릇없는 것 아닌가요?”추경은은 박민정과 한수민 사이에 불쾌한 일들이 있었음을 알고 고의로 물었다. 한수민은 그 말을 듣고는 이내 추경은한테 말했다. “그런 말 말아요. 쟤가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게 내버려두어요.”그녀는 애당초 박민정의 친엄마가 아니다. 박민정은 주먹을 다잡고 추경은의 말을 무시한 채 한수민 앞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 있거든 우리 나가서 말해요.” “그래.”한수민은 일어나서 박민정과 함께 밖으로 향했다. 추경은은 그 모습을 보고 그 둘의 뒤를 조용히 뒤따라갔다. 밖으로 나온 뒤 가로등의 어둑한 불빛 아래서 박민정이 차가운 어투로 물었다. “돈을 원해요? 아니면 다른 거?”지금 한수민의 친딸과 아들 심지어 남편마저 그녀를 외면하고 있으니 또 뭔 일을 꾸미려 온 것이 분명하였다. 한수민은 목구멍이 막혀오는 듯하였다. “돈 때문이 아니야. 그저 너와 너의 아이를 보러 온 것뿐이야.”이 말에 박민정은 헛웃음이 나왔다. “지금 또 감성팔이 하시려고요? 잊지 마세요. 우리 둘은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남이란 걸.”한수민은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 이미 다 늦었음을 알았다. 오늘 그녀는 두원별장의 부근에 왔다. 원래는 그저 멀리서 박민정의 모습 한번 보고 가려 했는데 마침 추경은과 마주쳤다. 추경은은 그녀를 방 안으로 끌어들였다. “나도 알아. 난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 진짜야, 진짜.”한수민은 중얼거렸다. “나 지금 갈게.”구부정한 허리와 함께 그녀는 터벅터벅 걸어 떠나갔다. 박민정은 왜소한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그녀가 아무런 목적이 없다는 것이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
더 보기

제952화

“남준아, 나 이제 확신할 수 있어. 그 유리 파편이 원인이야.” 김인우가 앉으면서 말했다. “이제 수술 시간을 정해야 하는데, 이 수술은 큰 위험이 생길 수도 있어.” 유남준이 듣고는 물었다. “어떤 위험?” “그 유리 파편의 위치가 좀 특수해. 주변에 많은 뇌신경이 있어서 수술이 잘못되면 지적 장애자가 될 수도 있어.” 김인우는 걱정 가득한 얼굴이었다.이것이 그가 유남준의 상처를 봉합하기 전에 이물질이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제거하지 못했던 이유다. 뇌 수술은 매우 조심스러워야 한다. 조금의 실수에도 환자가 평생 고통받을 수 있기 때문에. 유남준은 이 말을 듣고 오랫동안 침묵했다.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되지?” “50%도 안 돼.” 김인우는 한숨을 쉬었다. 김인우의 기술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그는 국내의 외과 의사들도 수술의 성공을 확신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유남준은 즉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지적 장애자는 간단히 말하면 바보이다. 지금은 보지 못하지만 자아의식이 있어서 돈을 벌고 박민정과 아이가 부족한 것 없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바보가 된다면 그 후의 상황은 상상하기조차 끔찍하다. “좀 더 생각해 볼게.” 유남준이 대답했다. “빨리 결정해야 해. 유리 파편이 머릿속에 남아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수술 성공 확률이 낮아져.” 김인우가 말을 덧붙였습니다. “알았어.” 유남준은 잠시 멈추고 다시 말했다. “이 일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응.” 김인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남준은 그제야 진료실에서 나왔다. 서다희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유남준이 나온 것을 보고는 그에게 길을 안내했다. “대표님, 상처는 이제 괜찮으신가요?” 유남준은 그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응, 완전히 다 나았어.” “다행입니다.” 서다희가 안도하며 말했다. “이제 회사로 돌아갈까요?” “응.” 병원을 나서면서 서다희는 유남준과 몇 마디를 나눴다. 유남준이 차에 타면서부터 회사에 도착하기까지
더 보기

제953화

박민정은 말을 마친 후 약간의 고민을 하며 말했다. “하지만 내가 보지 못한다면 아이들을 잘 돌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 말을 하면서 그녀는 유남준이 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가 갑자기 정서가 하락하였다고 생각하여 그녀는 이어서 말했다. “남준 씨와 나는 분명 다를 거예요. 남준 씨가 지금 보지는 못해도 많은 정상인보다 훨씬 뛰어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유남준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응, 계속 일하도록 해.” 그가 말했습니다. “그래요.” 박민정은 그가 헛된 걱정을 하지 않도록 말을 덧붙였다. “걱정 마요,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착하지.” 전화를 끊고 난 후에도 유남준은 여전히 휴대전화를 꽉 쥐고 있었다. 박민정이 장난스럽게 말한 ‘착하지’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다. ‘착하지?' 유남준은 마음속이 복잡했다. 다른 쪽에서는 박민정이 휴대전화를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유남준이 시각을 잃은 지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번처럼 유남준의 입으로부터 완곡한 말을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박민정은 오늘 일찍 퇴근하여 유남준을 만나러 가기로 결심했다. 그가 너무 걱정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가 볼 수 있든 아니든 자신과 두 아이는 그를 절대 멀리하지 않을 거다. 결정을 내린 후 박민정은 오늘의 임무를 신속하게 처리했다. 하지만 최현아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 회의를 진행할 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고위층에게 말했다. “어제의 계약은 박민정 비서의 공헌이 큽니다. 만약 그녀가 아니었다면 우리와 천인 그룹의 합작이 이토록 순조롭지 않았을 것입니다.” 모두가 감탄하는 시선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최현아가 말을 꺼냈다. “박민정 비서, 당신의 능력이 뛰어나서 그러는데, IM 그룹 본사를 한 번 방문해 줄 수 있을까요?” IM 그룹...이 몇 글자가 나오자, 모든 사람의 얼굴색이 어두워졌고 유남우의 눈 밑에도 어두운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한때 유엔 케이 그룹은 진주시에서 적수가 없었지만, IM
더 보기

제954화

최현아는 박민정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자신을 디스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무슨 뜻이죠? 내가 당신을 IM 그룹에 보내는 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나요? 난 당신 보고 상대 회사에 가서 두 회사 간의 협력 의향을 말하라는 거예요.”최현아는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언성을 높였다. 주변의 다른 고위층들은 그녀의 신경질적인 상태에 익숙해져 있어 아무도 대화에 끼어들지 않았다. 다만 속으로 신입 비서의 처지에 동정을 표했다. 이때 유남우가 입을 열었다. “최 대표, 박민정 씨는 제 개인 비서로 경쟁 회사와의 조정을 담당하지 않습니다. 인원이 필요하다면 홍보부나 영업부에서 찾아보세요. 그쪽이 더 적합할 겁니다.”회사의 사장이 말을 하자 최현아는 즉시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참고 또 참다 한마디 뱉었다. “방금 박민정 비서와 농담한 것뿐이에요.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아요. 그녀가 대표님의 비서라는 건 당연히 알고 있죠.”그러곤 박민정을 바라보며 웃었다. “비서에게 영업과 홍보 업무를 맡기는 것은 확실히 무리이긴 하죠.”그 뜻인즉슨 박민정이 영업부와 홍보부 직원에 비해 부족하다는 거다. 박민정은 신경 쓰지 않았다. 오늘은 일찍 퇴근해서 유남준을 만나러 가야 했기에 최현아한테 낭비할 시간 따윈 없었다. 회의는 이렇게 끝났다. 회의실을 나서면서 최현아는 박민정의 곁으로 다가가 목소리를 낮춰 말하였다. “남우 도련님이 도와준다고 해서 자기가 대단한 줄 아는 것 같은데. 알려줄게, 능력이 없으면 호산 그룹에서 오래 못 버텨.”말을 마친 후, 최현아는 박민정의 옆으로 빠르게 지나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박민정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어제 집에 돌아가서 생각해 본 결과 자신이 영원히 대표 비서로만 있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현아는 현재 영업부를 담당하는 부장 중 한 명으로서 그녀보다 직위와 권한이 높다는 것을 안다. 같은 유씨 가문의 며느리로서 자신이 최현아보다 못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무실로 돌아왔다
더 보기

제955화

모두가 왜 이토록 통이 큰지 이해하게 되었다. 산 물건들은 모두 최고급으로 아주 비싼 것들이다. 박민정은 모두의 부러움을 속에서 겨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사무실 안은 여전히 웅성거렸다. 유남우도 돌아왔을 때 사무실 앞에 놓여 있는 밀크티와 디저트들을 보았다. 그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누가 놓고 간 거지?”홍주영이 대답했다 “방금 밖에서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큰 도련님이 보내신 것 같아요. 각 부서마다 다 있답니다.”유남우는 알게 모르게 표정이 변했다. “난 이런 거 좋아하지 않아, 네가 먹어.”홍주영은 그 말을 듣고는 답했다. “저도 있어요. 이걸 다 먹긴 힘들어요.”“그럼 다른 사람에게 주도록 해. 가지려는 사람이 없으면 쓰레기통에 버려.”유남우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홍주영은 그의 뜻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그녀는 디저트와 밀크티와 다 밖으로 가져가서는 청소부 아주머니에게 주었다.아주머니는 놀라며 말했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별말씀을요.”홍주영은 아주머니와 말을 나눌 때 분위기가 조금 부드러워졌다. 박민정이 화장실에 가는 길에 그 장면을 마침 보게 되었다. 홍주영은 매일 칙칙한 직업복을 입고 일도 매우 엄격하게 처리하여 다른 사람들은 그녀를 감정이 없는 일하는 기계로 생각했다. 모두가 그녀를 두려워하고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민정은 이 비서가 내면적으로는 좋은 사람일 것으로 느꼈다. 홍주영이 뒤돌아설 때 박민정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박민정이 오해할까 봐 설명했다. “사장님께서 단것을 드시지 못하셔서 저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라고 했어요. 제 건 이미 다 먹었어요. 잘 먹었습니다.”박민정은 급히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괜찮아요.”이 말을 한 후 그제야 화장실로 갔다. 박민정은 화장실 칸 안에서 연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바로 연결되었다. “민정아, 꽃 도착했어?”박민정이 묻기 전에 연지석이 먼저 물었다. “정말 네가 보낸 거야?”박민정은 조금 놀라며 말했다
더 보기

제956화

오후 4시쯤, 하루 업무를 마친 박민정은 유남준에게 전화를 걸었다.같은 시각 유남준은 한창 회의 중이었다.아직 대중들에게 신분을 밝히고 싶지 않았던 유남준은 매번 회의를 온라인으로만 진행하고 있다.회의 중, 박민정에게만 설정된 벨 소리가 울리자, 그는 두말하지 않고 바로 회의를 중단했다.“무슨 일이야?”“언제 퇴근해요?”‘이미 퇴근했나?’그 말을 듣고서 유남준은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지금.”박민정의 출퇴근을 직접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바가 있었으니 말이다.“그럴 필요 없어요. 남준 씨 어디에 있는지 위치만 보내주면 돼요. 내가 갈게요.”바로 오겠다는 말에 박민정은 서둘러 말했다.다소 의외라는 듯 유남준은 표정이 약간 달라졌지만 그래도 데리러 가겠다고 주장했다.“괜찮아. 이미 차에 탔고 가는 중이야.”“네? 벌써 퇴근했다고요?”박민정은 약간 풀이 죽은 듯한 모습을 드러냈다.‘서프라이즈해줄려고 일찍 퇴근했는데...’그렇다, 박민정은 오늘 일찍 퇴근해서 유남준이 데리러 오기 전에 먼저 찾아가려고 했었다.조금이나마 기분이 풀렸으면 하는 마음에 말이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유남준은 마냥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민정아, 근데 너 이미 퇴근하지 않았어?”“오늘 일부러 일찍 퇴근했단 말이에요. 남준 씨한테 먼저 찾아가려고 했었는데...”박민정의 대답을 듣고서 유남준은 자신이 너무 섣불리 말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럼, 남준 씨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게요.”“그래.”그렇게 두 사람의 통화가 종료되었다.전화를 끊자마자 유남준은 다시 온라인 회의 방으로 들어가서 마무리 멘트를 던졌다.“오늘 회의는 이쯤에서 마치겠습니다.”열띤 토론을 나누고 있던 고위직 직원들은 그 말에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얼굴 없는 대표님’께서 오늘따라 왜 저러실까?아직 마땅한 계획마저 내놓지 못했는데, 왜 갑자기 회의를 그만두시는 걸까?혹시 화가 나신 걸까? 지금껏 토론했다고 한들 결과 하나 없어서?온갖 생각이 동시에 떠오르면서
더 보기

제957화

‘꽃? 디저트?’유남준은 도통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내가 민정이한테 꽃이랑 디저트를 보냈었다고?’유남준에게 박민정의 참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추경은은 지금 이를 악물고 있다.여기저기 한눈을 팔고 다니는 여자는 유남준 곁에 있을 자격이 없다면서 말이다.“서 비서가 보낸 거야. 알고 싶으면 서 비서한테 물어봐.”이상하기는 했지만 유남준은 덤덤하게 대답했다.순간 추경은은 당황하기 그지없었다.당연히 의심부터 하면서 야단을 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박민정을 감싸면서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추경은은 화장실에서 연지석과 박민정의 통화 내용을 똑똑히 들었었다.연지석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는 것까지.“남준 오빠, 서 비서님이 보낸 거 맞아? 확실해?”자기 시나리오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자, 추경은은 달갑지 않아 했다.그 말에 유남준은 마침내 인내심을 잃고 말았다.“서 비서가 아니면 네가 보낸 거야?”또다시 생각지도 못한 반박에 추경은은 말 문이 턱 막히고 말았다.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박민정 역시 살짝 놀란 모습을 보였다.대놓고 자기를 도와주는 유남준의 말과 행동에 말이다.한바탕 신경전을 벌이고 난 뒤.지금 침실에는 유남준과 박민정 둘만 있다.“남준 씨, 그 꽃이랑 디저트 말이에요... 지석이가 보낸 거예요.”박민정이 먼저 자기한테 설명하기를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던 유남준이다.“오는 길에 나한테 준 그 케이크도 걔가 보낸 거야?”“아니에요! 그건 회사 근처에 있는 디저트가게에서 내가 직접 산 거예요.”이성 친구한테서 받은 물건으로 자기 남편에게 잘 보일 만큼 어리석은 박민정이 아니다.하물며 연지석과 유남준 사이에 보이지 않는 불꽃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박민정의 설명을 듣고 난 유남준은 그제야 기분이 좀 풀리는 듯했다.“근데 왜 너한테 꽃이랑 디저트를 보낸 거야?”“너무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아서... 이런 방식을 통해서라도 연락하고 싶었다고 해요.”박민정은 연지석이 해준 말을 그대로 유남준에게 알려주
더 보기

제958화

“오늘 박 비서님 덕분에 호강하게 생겼어요.”“5성급 호텔 쉐프가 해주는 음식은 또 처음이잖아요. 음식도 미리 고르게 해주시고우리 박 비서님 참 세심도 하셔.”“한두 푼이 아닐 것 같은데, 미안해서 어떡해요.”화장실에서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내내 박민정은 이와 같은 말만 들었다.어리둥절한 모습으로 ‘괜찮아요’라고 인사치레만 한 박민정이다.하지만 대답하면 할수록 속으로 의문이 부풀어갔다.‘내가? 밥을? 그것도 5성급 호텔 쉐프?’‘지석이가 보냈나?’의문을 가득 품은 채 박민정은 마침내 사무실로 돌아왔다.비서 사무실 전체 직원은 역시 활짝 웃는 모습으로 인사를 건넸다.“박 비서님, 고마워요.”추경은도 마지못한 채 괴상 야릇하게 덧붙였다.“새언니, 남준 오빠가 아주 통 크게 질렀네요. 회사 전체 직원들 배불리 먹을 수 있겠어요.”“무려 5성급 호텔 쉐프가 직접 해주는 음식이라니.”‘남준 씨?’‘회사 전체 직원?’‘지석이가 아니라 남준 씨가 보낸 거란 말이야?’비로소 의문이 풀린 박민정은 눈동자가 크게 일렁였다.다름이 아니라 호산 그룹 전체 직원이라고 하면 적어도 5천 명은 넘기 때문이다.“직원 복지 차원에서 박 비서님이 통 크게 쏘신 거 아니겠어요? 결국 따지고 보면 호산 그룹 사모님이 박 비서님이잖아요.”박민정 뒷담화를 했었던 청아 역시 아부를 뜨느라 정신이 없었다.“맞아요. 박 비서님 남편분이 호산 그룹 전 대표님이잖아요.”같은 비서라고 하더라도 박민정은 부잣집 며느리로 자신들과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인식한 직원들이다.하지만 박민정은 아직도 현재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얼렁뚱땅 대답만 하고 말았다.이윽고 자기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유남준에게 전화를 걸었다.“남준 씨, 어떻게 된 일이에요?”박민정이 물었다.실은 연지석이 박민정 회사 동료들까지 챙겨줬다는 말을 듣고서 유남준이 야심 차게 준비한 일이었다.연지석이 디저트를 보냈다면 자기는 5성급 호텔 쉐프장을 보낸다고.“별거 아니야. 그냥 회사 동
더 보기

제959화

“네? 거절하라고요?”사무실 직원들은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왜 거절해야 하는 거죠?”공짜로 고급스러운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자기 입으로 직접 거절하라고 하니 내심 언짢기도 했다.하지만 최현아 비서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수 없어서 완곡하게 에둘러 말했다.“저희 마케팅 5팀이 좀 바쁘잖아요. 다들 열심히 일하시면 앞으로 그 돈으로 얼마든지 마음껏 먹을 수 있을 거예요.”직원들은 그 말을 듣고서 마침내 풀이 죽고 말았다.마케팅 5팀은 담당자가 최현아로 바뀌고 난 뒤로 실적이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마땅히 줘야 할 인셉티브까지 주려고 하지 않았다.호산 그룹의 오래된 직원으로 일하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았더라면, 책임져야 할 식솔이 없었더라면 다들 그만두고 갔을 것이다.“지금 인셉티브로는 호텔 요리가 아니라 평범한 한식당으로 가서 밥 한 끼 먹기도 부담스러워요.”마음 편히 외식 한 번 하기 어려운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는 마케팅 5팀이다.비서 역시 같은 직원으로서 그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으나 최현아가 결정한 일이니 번복할 자격도 없었다.자기 속도 말이 아닌데 직원들의 푸념을 그대로 듣고 소화해야만 했다.한편 최현아는 자기 이미지와 신념이 점점 바닥을 치고 있는 줄도 모르고 마케팅 총담당자 자리에 오르려고 머리를 짜고 있다.지금은 단지 마케팅 5팀의 작은 담당자로 실적도 가장 낮은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하다.“이게 다 그 노인네 때문이야! 남우는 본사 대표 자리에 앉혀 놓고 우리 성혁을 지사로 보낸 바람에 내가 고작 이런 자리에 있는 거라고!”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최현아는 유난히 화가 났다.점심시간이 되고 다들 오전에 주문한 대로 음식을 받게 되었다.호산 그룹 근처에 있는 호텔 전체가 힘을 합쳐 5천 명의 점심을 준비한 것이었다.마케팅 5팀만 제외하고 다른 부서에서는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점심을 즐기게 되었다.그리고 최현아의 팀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마케팅 5팀 직원들은 배달 음식을 시켜서 먹을 수밖에 없었다.화가
더 보기

제960화

유남우 사무실에서 나온 홍주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음식을 즐기고 있는 동료들을 보게 되었다.잠깐 흠칫거리더니 자기 자리로 돌아와서 도착한 배달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이때 배달 음식을 먹고 있는 홍주영을 보고서 박민정은 이상하기만 했다.‘어찌 된 상황이지?’“혹시 호텔 측에서 깜빡하고 홍 비서님께 주문을 받지 않았나요?”그 말에 동료들이 서로 맞장구를 치면서 기다리다시피 비아냥거렸다.“그럴 리가요. 아무리 잘해준다고 한들 절대 민정 씨 마음 몰라줄 거예요.”“워낙 혼자에 익숙해진 사람이라 늘 저런 식이에요. 저렇게 해야만 대표님 눈에 들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굳이 홍 비서님 때문에 민정 씨 기분까지 망치지 말고요.”그 말을 듣고서 박민정은 더 이상 묻지 않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점심을 먹었다.산모인 박민정을 위해서 야심 차게 준비한 점심을 말이야.박민정은 갈수록 홍주영에 대한 호기심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홍주영은 결코 다른 사람의 호의를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하물며 어제 디저트를 건네주었을 때도 고맙다고 인사까지 했었다.멀지 않은 곳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똑똑히 들은 홍주영이다.하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직접 주문한 배달 음식에만 집중했다.다만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이때 누군가가 홍주영 옆으로 다가왔다.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어보니 박민정이었다.홍주영은 곧바로 차갑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물었다.“무슨 일이시죠?”그러자 호텔에서 여부로 보내온 음식을 홍주영의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있는 박민정의 모습이 시야로 들어왔다.“배달 음식 자주 드시면 안 좋아요. 저 혼자서 먹기에는 좀 과분한 양이라 괜찮으시면 이거 드세요.”실은 속으로 거절을 당하게 될까 봐 살짝 걱정하면서 뱉은 말이기도 했다.하지만 호산 그룹의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는 점만으로 본다면 홍주영은 깊이 사귈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더 보기
이전
1
...
9495969798
...
118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