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엔 못 놔줘의 모든 챕터: 챕터 701 - 챕터 710

950 챕터

제701화

“엄마, 또 바지에 오줌 눴어요?”싫어하는 모습을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낸 윤소현이다.수치스러움에 얼굴이 빨개진 한수민은 이불을 당기면 어떻게든 냄새를 가리려고 했다.그 모습에 윤소현은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이 지경까지 되었으면 이혼할 법도 한데, 대체 왜 하지 않으려고 그러는 거예요?”이제 곧 죽게 될 몸인데, 짐이 되지 말고 홀로 모든 걸 안고 떠나라는 소리였다.하지만 그렇게 직설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난처하기 그지없는 한수민이다.“생각해 볼게. 그만 가 봐.”“빨리 결정하는 게 좋을 거예요. 아니면 박민정이 모든 걸 빼앗아 갈지도 몰라요.”윤소현 역시 이곳에 더 이상 머물고 싶지 않아 윤석후를 데리고 떠났다.그들이 떠난 뒤 간병인이 바로 들어왔다.“사모님, 괜찮으세요? 선생님 불러드릴까요?”눈시울이 붉어진 한수민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시트 좀 갈아주세요.”외부인 앞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써 왔던 그녀이다.간병인은 먼저 한수민을 부축해 일어서고 시트를 갈려고 했는데, 오줌을 눈 그곳에서 피가 가득했다.그동안 많은 환자들을 간병해 왔지만, 그곳을 보는 순간 간병인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피... 피가 엄청 많아요...”한수민 역시 눈길을 돌렸는데, 눈동자가 크게 요동쳤다.“어서! 어서 의사 불러와요.”죽음이 두려운 한수민이다.의사와 간호사가 급히 달려왔고 그들은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간호사가 한수민에게 말했다.“환자분, 마음 편히 놓으세요. 말기에 이러한 상황이 일어나는 건 정상이거든요.”“제가 알아본 게 좀 있는데, 제가 곧 죽게 된다는 뜻이 아닌가요?”한수민이 간호사의 옷자락을 꽉 잡고 물었다.지금까지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하지 못한 그녀는 아직 이 세상을 좀 더 즐기고 싶었다.간호사와 의사는 한수민에게 도저히 잔인한 사실을 말해줄 수 없었고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하게 쉬고 있으라고만 했다.옆에서 모든 걸 지켜본 간병인은 동정 어린 눈빛으로 한수민을 바라보았다.“사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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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2화

일상복으로 갈아입고 나온 한수민은 차를 타고 병원 밖으로 빠져나왔다.하도 오랜만이라 격세감이 들 정도였다.“손님, 어디로 모실까요?”운전기사가 물었다.순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한수민은 어디로 향하면 좋을지 몰랐다.그렇게 한참이나 침묵하다가 박씨 가문 본가로 향하기로 했다.30분 뒤, 차는 박씨 가문 본가에 도착했다.법원 손을 거쳐 이미 다른 이의 집으로 넘어갔겠고 생각하고 본가에 변화가 많을 줄 알았다.하지만 차에서 내려 고개를 들어보니 본가는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집안이든 밖이든 깨끗하기 그지없었고 마당에는 벗꽃이 하늘거리고 있었다.도저히 믿어지지 않은 채로 한수민은 천천히 다가갔다.이지원이 본가를 산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 한수민이다.이지원을 본지 하도 오래되었기에 한수민은 이 집을 유남준이 1년 전에 사들인 것에 대해 모르고 있다.“어떻게 오신 거죠?”청소하던 아줌마가 한수민을 보고 나왔다.한수민은 멍하니 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이 집 원래 주인이에요.”“이 집 주인은 박씨 가문이 아닌가요?”아줌마는 다소 의아해하며 덧붙였다.“박민정 씨와 어떻게 되는 사이시죠?”유남준은 일찍이 명의를 박민정에게 넘겨주었는데, 이곳으로 들어오지 않고 청소 아줌마만 보내왔던 박민정이다.한수민은 아줌마의 입에서 다른 정보를 알아냈으나 대답하지 않고 계속 물었다.“그 뜻은 이 집주인이 박민정이란 말이에요?”“네, 저는 정해주신 시간대로 청소하러 오는 사람이고요.”거듭 확인해도 한수민은 믿어지지 않았다.‘박민정이 무슨 돈으로 본가를 사들인 거지?’그렇게 넋을 잃고 있을 때 아줌마가 또다시 물었다.“사모님 친척분 되시는 거예요? 들어가서 좀 기다리고 계실래요? 오늘 사모님 오실 거예요.”한수민은 거절하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인테리어도 작은 소품까지도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변한 게 있다면 거실에 흑백으로 된 박형식의 사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박형식은 사진을 보게 되는 순간 한수민은 눈동자가 흔들렸고 감정이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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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3화

“정말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날 낳아준 것을 봐서라도 죽게 두지는 않을 거예요.”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박민정의 모습을 보고서 한수민은 비아냥거렸다.“유남준이 너한테 홀딱 빠져서 지금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는 거 같지? 천만에!”“내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아? 죽게 두지 않아? 네가 신경 쓸 바가 아니야! 우리 소현이가 얼마나 우수하고 대단한지 알아? 소현이가 있어서 내가 얼마나 잘살고 있는 지 알기나 해? 그냥 떠보면서 하는 소리였는데, 이렇게 네 본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거야? 개를 키워도 너보다 낫겠어...”욕설을 퍼붓고 있는 한수민이다.박민정은 더 이상 상대하지 않고 다시 집안으로 돌아와 박윤우와 함께 제사 준비를 했다.한참이나 욕설을 퍼부은 한수민은 아랫배가 또다시 아파 나기 시작했고 피까지 흘러나오고 있었다.청소 아줌마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괜찮으세요?”하지만 한수민은 이미 밀려온 통증에 말조차 할 수 없었다.아줌마는 황급히 박민정을 찾으러 갔고 바지까지 피에 흠뻑 젖었다는 말을 해주었다.채소를 다듬고 있던 박민정은 멈칫거렸으나 가지 않았다.“병원으로 바래다 드리라고 경비원한테 부탁해 주세요.”“네.”박윤우도 함께 채소를 다듬고 있었는데 고개를 들어 박민정을 바라보았다.“엄마, 외할머니 걱정되면 나가 봐.”박민정의 마음이 얼마나 약한지 잘 알고 있는 박윤이다.하지만 박민정은 고개를 저었다.어린아이한테 한수민과 자기 사이의 모순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몰라 간명하게 설명해 주었다.“윤우야,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서 키워주시면 어른이 되고 나서 부모님을 도로 돌봐줘야 한다는 말이 있단다.”“만약 내가 윤우를 낳기만 하고 키워주지 않았다면 윤우는 앞으로 엄마를 돌봐주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야.”박윤우는 알아듣기라도 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외할머니께서 엄마한테 모질게 했으면 우리 그냥 신경 쓰지 말자.”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박민정은 박윤우를 꼭 안아주었다.실은 전까지만 해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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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4화

박밈정은 윤소현이 그런 말을 할 줄 몰랐다.한수민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고 했던 딸의 입에서 나온 소리다.병원 앞에 이른 한수민은 핸드폰을 들고서 윤소현에게 말했다.“이미 와 있어요.”그 말을 듣고서 윤소현은 더 이상 핑계를 찾지 않았다.“나도 갈게.”전화를 끊고 비서에게 차를 대기하라고 했다.병원 안에서.수술을 마친 한수민은 한참이나 기절해 있었다.힘겹게 눈을 뜬 한수민의 시야로 가장 먼저 들어온 이는 베란다에 서서 전화를 하고 있던 윤소현이었다.“소현아...”힘없는 한수민의 소리에 윤소현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다가갔다.“엄마, 깨어나셨네요.”한수민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가 병원으로 데리고 온 거야?”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고 윤소현은 거짓말을 했다.“네, 앞으로 혼자 병원 밖으로 나가지 마세요. 너무 위험하지 않아. 네?”병원으로 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박민정이 떠났다.“알았어. 우리 소현이 말 들어야지.”윤소현을 바라보고 있는 한수민은 눈빛은 그토록 자상할 수가 없었다.분위기를 보아 윤소현은 자리에 앉았다.“엄마, 전에 드렸던 그 제안에 대해서 생각 다 하셨어요? 이혼 냉각기라는 것도 있고 하니 얼른 결정 내리셔야 해요.”한수민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무슨 걱정이라도 있는 거예요? 개의치 않으셔도 괜찮아요. 어차피 한 달 동안 냉각기도 있잖아요.”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은 윤소현이다.“그래.”한수민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재산만 지킬 수 있다면 박민정에게 빼앗기지만 않는다면 이 정도 억울함은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그럼, 내일 아빠랑 엄마 구청으로 모시고 갈게요.”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 윤소현은 바로 태도를 바꾸며 한수민과 담소를 나눴다.윤소현이 떠나고 나서 옆에 있던 간병인은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사모님, 제가 보고만 있을 수 없어 그러는데요... 사모님 수술하시는 동안 밖에서 기다리고 계셨던 분은 저분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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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5화

박민정은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그제야 수신 버튼을 눌렀는데.“연지석?”하도 오랜만에 하는 전화라 박민정은 상대가 연지석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그래. 나야.”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내내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마침내 내려앉는 순간이었다.“괜찮아?”윗몸에 붕대를 감고 있는 연지석은 한참 침묵했다.“아니.”그러자 박민정은 다시 다급해 물었다.“어디 아파?”“여기저기 다 아파. 이제 겨우 정신 든 거야.”연지석은 살짝 억울해하며 덧붙였다.“보러 오지도 않고.”그 말에 박민정은 미안하기만 했다.“너 지금 어디에 있어? 오늘 밤 비행기로 보러 갈게.”“그래. 주소 보내줄 테니 이리 와.”연지석은 먼저 전화를 끊고서 주소를 보내주었다.주소를 받아 적고 난 뒤 박민정은 다시 전화를 걸어 몸 상황이 어떠한지 물었다.연지석은 너스레를 떨었는데.“염라 대왕님께 인사드리고 왔어. 근데 내가 아직 이루지 못한 소원이 있다고 아직 죽으면 안 된다고 빌고 빌어서 다시 날 보내준 거야.”박민정은 그 말에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장난으로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일단 짐부터 챙기고 내일 갈게.”연지석이 이제 막 고개를 끄덕이려고 할 때 친구 하민재가 손짓을 했다.“나 보러 와도 되는 거야? 유남준 씨 뭐라고 하지 않아?”유남준에 대해 언급하자 박민정은 죄책감이 더 깊어졌다.연지석이 그렇게 된 것에 유남준의 몫이 대단했기 때문이다.“그럴 리가. 하물며 내가 무슨 그 사람 부속품도 아니고 내가 내 발로 가겠다는 데 뭐라고 할 게 뭐가 있어.”“알았어.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그래.”연지석은 전화를 끊고서 고개를 돌려 하민재를 바라보았다.매혹적인 두 눈에 불쾌함을 띄고서 입을 열었다.“고요 속의 외침이라도 하자는 거야 뭐야? 왜 자꾸 손짓하고 난리야.”하민재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제대로 얘기하고 와야지. 아니면 어떻게 여기까지 널 보러 올 수 있겠어.”연지석은 대답하지 않았다.“유부녀야. 대체 언제까지 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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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6화

침묵하고 있던 유남준은 박민정이 옆을 지나갈 때 팔을 덥석 잡았다.“같이 가.”아내 홀로 라이벌을 만나러 가게 가만히 둘 리가 없다.박민정은 의아하기만 했는데.“따라가서 뭐 하려고요?”“외국은 안전하지 않아. 너 지켜주려고 따라가려는 거야.”유남준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연지석이 있는 곳은 안전하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또다시 박민정을 데리고 숨어버리기라도 한다면 그때 후회해도 쓸모없을 것이다.그렇게 자기만을 사랑했던 박민정인데 갑자기 연지석과 함께 4, 5년 동안 사라졌으니 말이다.하물며 지금 두 사람 사이는 예전처럼 가까운 것도 아니라 그냥 보낼 수 없었다.혹시나 또 사라질 수도 있으니.“괜찮아요. 에스토니아에서 오랫동안 지내면서 아무런 문제도 없었어요. 그리고 지석이 만나러 가는데 같이 가는 것도 좀 그렇고요.”“뭐가 그렇다는 거야? 난 네 남편이야.”유남준은 소리를 한껏 내리깔았다.박민정은 그제야 그의 뜻을 알아들었다.자기 팔을 꼭 잡고 있던 유남준의 손을 뿌리치고 차가운 목소리로 되물었다.“걱정돼서 그러는 거죠? 내가.”유남준은 여전히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넌 걱정이 안 돼. 환경이 걱정된다는 거지.”“그럼, 혼자 갈래요.”박민정은 고집을 피웠고 더 이상 그의 대답을 듣지도 않은 채 방으로 들어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유남준도 따라서 들어왔는데, 분위기는 한껏 굳어졌다.모르는 이가 봐도 유남준이 박민정을 ‘믿지’않고 있는 것이다.이때 박윤우가 천천히 다가와 나지막이 말했다.“아빠, 엄마 걱정되시면 몰래 따라가도 되잖아요.”유남준 몸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는 한기가 대단했다.“그게 포인트가 아니야.”박민정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게 포인트지.박윤우는 손으로 턱을 짚고서 그럴듯하게 물었다.“그럼, 뭐가 문제죠? 엄마가 지석 삼촌 만나러 간다고 해서 질투 난 거예요?”“저라면 질투 날 것 같기도 해요. 지석 삼촌 키도 크고 잘생기고 게다가 엄마랑 죽마고우로 지내왔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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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7화

갑작스러운 상황에 호흡까지 가빠진 박민정은 그대로 깨어나고 말았다.하지만 눈꺼풀이 무거웠던 그녀는 손을 들어 유남준을 때리기만 했다.“뭐 하는 거예요?”잠결임에도 불구하고 맞은 곳은 아팠다.유남준은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언제 돌아올 거야?”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못한 박민정은 해롱해롱한 상태로 대답했다.“몰라요.”“얼마나 다쳤는지 아직 모르잖아요. 심하게 다쳤으면 좀 오래 있어야 할 것 같기도 하고요.”그 말에 유남준은 눈빛이 또다시 차가워졌다.“너한테 중요한 사람이야?”졸음이 밀려온 박민정은 그의 질문이 유치하기만 했다.“당연히 중요하죠. 어릴 적부터 같이 자랐고 6년 전에 지석이 아니었으면 전 이미 죽었어요.”“제 목숨도 아줌마 목숨도 모두 지석이가 지켜준 거예요.”“만약 지석이한테 문제라도 생긴다면, 그때 남준 씨...”남은 말들을 박민정은 계속하지 않았다.유남준은 심장이 바짝 조여들고 말았는데.“그때 뭐? 내 목숨이라도 빼앗아 가려고?”“사람을 죽였으면 목숨으로 갚아야 하는 게 법이잖아요.”박민정은 중얼거리며 말했다.그 말에 완전히 무너져 버린 유남준이다.“두 사람 동시에 다치면 넌 누굴 구할 거야?”연달아 날아오는 질문에 박민정은 완전히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보니 어느새 11시가 되었고 박민정은 어이가 없었다.“할 일이 그렇게도 없어요?”“대답해. 누굴 구할 건지.”박민정은 사업을 중심으로 살고 있는 유남준의 입에서 이렇게 이상한 질문이 나올 줄은 몰랐다.하지만 박민정은 그 어떠한 숨김도 없이 대답했다.“솔직하게 말할게요. 저 지석이 구할 거예요.”만약 예전에 이러한 질문을 받았더라면 박민정은 유남준을 선택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연지석, 은정숙, 조하랑 그리고 두 아이까지 그녀에게 있어서 유남준보다 훨씬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그 말에 타격을 받은 유남준은 한참이나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박민정은 다시 이불을 잘 덮고 안으로 몸을 옮겼다.“다르게 생각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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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8화

공항 출구에서 승객들이 연이어 나오기 시작했다.연지석은 주저없이 차 문을 밀고 나갔다.잠시 망설이던 하민재도 문을 열고 그 뒤를 따라 나갔다.훤칠하고 잘생긴 두 남자가 억대나 되는 력셔리 차 옆에 서 있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쏠리게 되었다.연지석은 박민정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내렸어?]곧바로 박민정에게서 답장이 왔다.[내렸어. 이제 곧 나갈 거야.][알았어. 출구 쪽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연지석의 입꼬리는 자기도 모르게 올라가고 있었다.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박민정이 단번에 포착되었다.하얀색 원피스를 입은 박민정은 긴 머리카락까지 휘날리며 걸어 나왔다.백옥같은 피부까지 소유하고 있어 유난히 눈에 띄는 존재가 아닐 수가 없었다.몇 년전 모임에서 박민정을 한번 본 적이 있는 하민재 역시 단번에 그녀를 알아보았다.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였고 홀딱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할 정도가 맞았다.오늘 박민정은 일부러 머리를 풀어 헤치고 쿠션으로 오른쪽에 있는 흉터도 여러버이나 가렸다.누군가가 그 흉터를 보고서 놀랄까 봐.박민정이 두 사람을 향해 조금 더 다가가자, 연지석도 하민재도 그녀 얼굴에 있는 흉터를 보게 되었다.순간 연지석의 눈동자는 크게 흔들렸는데 바로 박민정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트렁크를 잡아 주었다.“얼굴 어떻게 된 거야?”화가 살짝 묻어 있는 목소리였다.살짝 떨어져 있는 동안 얼굴이 저 모양이 되었으니 화가 날 만도 했다.자기 곁에 있을 때는 머리카락 하나도 건드리지 못하게 보호를 잘했었는데 유남준 곁으로 돌아가자마자 얼굴을 망치게 되었으니.갑자기 두 손이 텅 빈 박민정은 고개를 들어 걱정스러운 연지석의 두 눈을 마주했다.“한 두마디로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야. 차에 타서 얘기하자.”“근데 너 괜찮아? 이렇게 마중 나와도 되는 거야?”오기 전에 연지석은 누군가가 마중나오러 온다고 했었지만 박민정은 그가 직접 나올 줄 몰랐다.“괜찮지는 않은데, 그 정도는 아니야. 네가 오는데 직접 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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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9화

서다희는 약간 의아해했다.‘하민재와 친구였어? 어쩐지 연지석이 아직 살아있다 했어.’서씨 가문 역시 본지방에서 명성이 자자하지만 하도 겸손하게 움직이고 있어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았다.유남준이 연지석을 갖은 방법으로 밟았을 때 그는 계속 일어설 수 있었다.지금에 와서 보니 아마 하민재의 도움을 받고 일어선 게 아닌가 싶다.유남준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서다희가 운전기사에게 그들의 뒤를 밟으라고 하려고 할 때 유남준이 입을 열었다.“사람 보내고 우린 그만 쉬러 가자.”요즘 자꾸 머리가 아픈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네.”호텔에 도착하고 나서 유남준은 서다희의 안내로 일단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손을 들어 미간을 어루만졌다.“대표님, 괜찮으세요? 의사라도 부를까요?”“괜찮아. 제대로 자지 못해서 그런 거 같아.”유남준은 거절하고 서다희에게 그만 나가보라고 했다.핸드폰을 들어 박민정에게 전화하려고 했으나 끝끝내 발신 버튼을 누르지 못한 채 핸드폰을 한쪽으로 버렸다.어젯밤 제대로 자지 못한 것도 사실이었다.밤새 머릿속에 박민정이 했던 말이 맴돌았기 때문이다.유남준은 결국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고 말았다.두통이 점점 심해지고 있을 때, 핸드폰 벨 소리가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당연히 박민정이라고 생각하며 버린 핸드폰을 다시 주워 받았다.유남준의 목소리에는 불만이 조금 섞여 있었다.“인제야 전화하는 거야?”전화기 너머 고영란은 생뚱맞기만 했다.“뭐라는 거야? 두원 별장으로 윤우 보러 갔었는데 너랑 민정이 다 나갔다고 하던데 어디로 간 거야? 애만 혼자 놔두고.”고영란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순간 유남준은 자기도 모르게 실망했다.“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윤우 잘 봐달라고 부탁하고 온 거예요.”“넌 지금 어딘데?”고영란은 계속 물었다.두원 별장으로 이렇게 찾아온 이유도 단지 박윤우를 보기 위해서만이 아니다.유남준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함도 있다.눈이 멀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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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0화

박윤우는 본래 방으로 돌아가 라이브를 켜고 온라인에 있는 아저씨랑 이모들에게 애교를 부리려고 했었다.같이 자자고 하는 고영란의 말이 그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걸음까지 멈추고서 고개를 돌렸는데.“할머니 댁으로 돌아가셔서 쉬세요. 아빠 엄마 곧 오실 거예요.”“할머니 할 것도 없어. 피곤하지도 않고. 우리 강아지랑 놀아줄게.”고영란은 원래 본가에서 할 일도 별로 없다.이때 박윤우는 무엇인가 갑자기 떠오른 듯했다.“할머니, 혹시 인기 엄청 많지 않으세요?”고영란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10분 뒤, 예찬의 라이브 방송이 실시간 차트에 올랐다.다름이 아니라 고영란이 그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고영란은 무려 도성진 상업 분야의 여장부로 명성이 자자했었다.살짝 얼굴을 내비치는 것만으로도 일부 기업가들까지 라이브 방송을 보러 왔다.불과 30분 만에 라이브 방송 수입은 억대에 달하였다.박윤우는 자기 할머니가 이토록 대단한 인물인 줄은 몰랐다.웬만한 연예인들보다 ‘홍보’ 효과가 좋았으니 말이다.고영란은 라이브 방송 같은 것에 대해 잘 모른다.한참 지나고 나서야 모든 걸 알게 되었는데, 박윤우를 바라보는 고영란의 두 눈에는 안쓰러움이 가득했다.‘애들이 얼마나 가난하면 아이한테 이런 것까지 시키는 거야.’“우리 강아지 이런 건 왜 하는 거야? 돈이 필요해? 할머니가 줄게.”박윤우는 고영란이 자기를 오해한 것도 모르고 말했다.“할머니, 윤우 어릴 적부터 엄마가 그랬는데, 직접 번 돈이 아니면 절대 가지면 안 된다고 그랬어요. 자기 두 손으로 벌어야 마음 편히 쓸 수 있다고요.”그 말에 고영란은 박민정을 달리 보게 되었고 억지로 박윤우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하지만 속으로 유남준과 박민정이 돌아오면 꼭 호산으로 보내 일하게끔 하겠다고 다짐했다.고영란이 모르고 있는 바가 있는데, 유남준도 박민정도 일할 필요가 없다....에스토니아 레스토랑 안에서.박민정은 연지석 그리고 하민재와 함께 식사 자리를 가졌다.연지석이 화장실에 간 틈을 타서 하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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