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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엔 못 놔줘의 모든 챕터: 챕터 691 - 챕터 700

1186 챕터

제691화

“누나, 돈 받았지? 어젯밤에 신청했으니까 지금쯤이면 입금됐을 거야.”박민호가 말했다.박민정은 계좌에 새로 들어온 돈을 보고 말했다.“응, 들어왔어.”“그럼 다행이네. 앞으로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난 누나의 친동생이잖아.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거 잊지 않았지?”박민호는 전과는 달리 성숙하고 진지하게 말했다.박민정은 그의 이러한 변화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박민호가 정말 변했을까? 철이 든 걸까?박민정은 그 누구보다도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녀와 박민호는 같은 부모를 둔 친남매였기에 박민호가 진심으로 변하고자 한다면 그녀는 그를 다시 받아들일 의향이 있었다.“그게 진심이었으면 좋겠네.”박민정이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당연히 이렇게 쉽게 박민호를 용서할 수 없었다. 박민호는 한때 돈 때문에 그녀를 나이 많은 남자에게 팔아넘기려 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박민정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훤칠한 키의 유남준이 걸어왔다. 그리고 그녀가 모르는 사이에 테이블 위에 디저트 몇 개를 놓았다.박민정이 정신을 차리고 유남준을 바라봤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자기가 좋아하는 디저트가 놓여 있다는 걸 발견했다.다만 그 가게는 매일 한정된 양만 만들었다. 예약도 받지 않아서 일찍 가서 줄을 서야 살 수 있었다.“남준 씨가 직접 산 거예요?”“당연히 부하를 시켰지.”유남준이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왜 혼자 가서 줄을 서? 사람 시켜 일찍 가서 줄을 서게 하면 쉽게 살 수 있는데 말이야.’박민정은 그 말을 듣더니 머리를 콩 때렸다.“임신하면 멍청해진다더니, 진짠가 보네.”유남준은 그녀의 말에서 박민정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다른 뜻을 읽었다.그는 박민정이 자신이 직접 사지 않았다고 서운해할까 봐 생각했다.사실 박민정은 그저 자신의 질문이 너무 바보 같다고 느껴졌을 뿐이다. 유남준은 돈이 많아 굳이 직접 줄 서서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괜히 물어본 것이다.유남준은 다음번에는 직접 사러 가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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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서다희는 30분도 지나지 않아 박민정이 오늘 유남우와 통화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유남준은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자신의 동생에게 완전히 실망했다. 한 번 또 한 번 자기와 박민정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하니 말이다.유남준은 윤씨 가문을 무너뜨린 후 더 이상 유남우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고 그가 더는 박민정을 찾지 못하게 제대로 벌을 주려고 했다.YN그룹은 새로 유입된 자금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여러 주주들이 주식을 매도했고 많은 임원들이 이직했다.YN그룹의 주가는 급락했으며 회사 직원들의 불안한 목소리도 점점 커졌다.“우리 회사 망하는 거 아니야? 며칠 전에 고 매니저님도 사무실 정리하고 나가는 거 봤어.”“그래. 우리 부장님도 사표 냈다니까. 우리한테 빨리 다른 직장 알아보라고 했어.”“어떻게 된 거지?”YN그룹 본사는 해외에 있었기 때문에 윤석후는 회사 내부에서 이미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을 전혀 몰랐다. 임원들의 연이은 이직 소식을 접하고 나서야 비로소 두려움에 휩싸였다.그는 단 한 번이라도 회사를 제대로 관리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회사에 문제가 발생하자 바로 자신의 딸인 윤소현에게 연락했다.“소현아, 얼른 남우 집으로 데려와. 저녁에 같이 식사 좀 하자. 아빠가 할 말이 있어.”윤소현은 임신 보약을 마시던 중 그 말을 듣고서는 의아해했다.“무슨 일 있어요?”“와보면 알게 될 거야.”윤석후는 사위인 유남우가 능력자인 걸 잘 알고 있었다. 아니면 그는 유남준의 손에서 유앤케이 그룹을 넘겨받지 못했을 것이다.“알겠어요.”윤소현은 전화를 끊은 후 그릇을 내려놓고는 거실로 향했다. 멀리서 유남우가 베란다 소파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이 보였다.유남우는 그녀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윤소현이 그에게 다가갔다.“남우 씨, 아빠가 저녁에 우리 집에 가서 식사 좀 하자고 하는데요. 할 말이 있으신가 봐요.”평소 자존심이 강한 윤소현도 유남우 앞에서는 순한 토끼처럼 행동했다.그 말을 들은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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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유씨 가문에 도착한 후.윤석후가 두 사람을 반겼다.“음식은 이미 준비했어. 얼른 들어와서 밥 먹어.”“아빠, 왜 갑자기 이러세요? 무슨 일 있으면 남우 씨에게 말하면 되죠.”윤소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녀는 유남우가 자기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유남우도 말했다.“아버님, 소현이에게서 들었어요. 절 찾으신다고요. 먼저 본론부터 말씀하시죠.”“그럼... 식사하면서 얘기하자고.”윤석후는 얼굴에 미소를 띠며 두 사람을 식탁으로 안내했다.식탁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고서야 윤석후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공격당하고 있다는 상황을 천천히 털어놓았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모두 얘기하진 않았다.유남우는 아직 자신의 사위가 되지 않았다. 만약 유남우가 윤씨 가문의 어려운 사정을 알게 되어 파혼하려 한다면 어쩐단 말인가?“상황은 이렇다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문제지.”윤석후는 유남우의 표정 변화를 주의 깊게 살폈다.유남우는 조용히 듣더니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러면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윤석후는 말문이 막혔다. 유남우가 자기에게 되물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그는 사실 아무 대책이 없어 유남우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었다. 유남우가 자기 대신 IM 그룹을 혼내주길 바랐다.“남우야, 혹시 나를 도와 내 프로젝트를 맡아주면 안 되겠나? 내가 자금이 충분해지면 다시 프로젝트를 되찾아가도록 하지. 절대로 손해 보게 하지 않겠네.”윤석후는 말만 번지르르하게 잘했다.하지만 유남우는 YN그룹의 상황을 조사했기에 잘 알고 있었다.유남우는 여우처럼 교활한 그의 얼굴을 보고는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호산 그룹의 CEO이긴 하지만 그 정도로 큰 권력은 없어서요.”“월요일에 임원 회의를 소집해 YN그룹 프로젝트 인수 여부를 논의해 보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석후는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이건 명백한 거절이었다.하지만 윤소현은 유남우가 정말 난감한 상황에 부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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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윤소현이 한수민의 비상금을 가지게 된 이후로 그녀를 찾아가지 않았다. 심지어 전화도 걸지 않았다.한수민은 혼자 병원에서 지내며 딸을 몹시 그리워했다.“소현아, 보고 싶어. 언제 나 보러 올 거야?”“엄마, 죄송해요. 요즘 너무 바빠서요. 일이 끝나면 찾아뵐게요, 네?”윤소현이 대충 얼버무렸다.한수민의 눈빛은 한껏 어두워졌다.“알겠어. 근데 매일 무슨 일로...”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소현은 전화를 끊었다.한수민은 전화를 내려놓으며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오늘 한수민을 돌보는 간병인의 딸이 찾아와 간병인과 담소를 나눴다.“엄마, 나 이제 돈 벌기 시작했으니 이런 일은 그만두세요. 제가 돈을 넉넉히 드릴게요.”“괜찮아. 엄마 아직 젊으니까 조금이라도 일할 수 있어.”“엄마가 걱정돼서 그래요. 이 돈으로 맛있는 음식이나 많이 사 드세요. 돈 아까워하지 말고.”한수민은 다정한 모녀의 모습을 보더니 저도 모르게 박민정을 떠올렸다.6, 7년 전 박민정은 무릎을 꿇고 그녀 앞에서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엄마, 이제 우리 힘으로 살아가요. 제가 엄마를 모실게요.”한수민은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그녀는 베개를 집어 들어 문 쪽으로 던지며 소리쳤다.“나 돌보러 온 거야? 아니면 딸과 수다를 떨려고 왔어?”간병인이 그 말을 듣고는 바로 딸을 돌려보냈다.그리고 병실로 돌아와 문을 닫았다.한수민은 이미 간병인을 두 번 바꿨었다. 전에 있었던 두 명은 한수민의 성격 때문에 그만두었다.간병인은 바닥에 떨어진 베개를 주워 의자에 바로 놓았다. 그리고 전혀 화를 내지 않고 부드럽게 말했다.“의사 선생님께서 그러셨잖아요. 화를 낼수록 병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요.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저에게 말씀하시면 돼요.”그 말을 들은 한수민은 경멸이 깃든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난 돈도 있고, 권력도 있어. 그런데 마음에 걸릴 게 뭐가 있어? 웃기고 있네.”한수민은 강한 척했지만 간병인은 그게 연기라는 걸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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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간병인이 빠르게 손을 뻗어 한수민을 붙잡아 준 덕분에 한수민은 바닥에 넘어지지 않았다.한수민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다시 자리에 앉고는 간병인을 향해 박민정을 가리키며 말했다.“봤지? 이게 내 딸이야. 배은망덕한 불효녀라고. 돈을 달라고 해서 안 주니까 강제 집행을 신청하겠다는 거야!”간병인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박민정을 바라봤다.나이 든 간병인은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했다.그녀의 눈에 박민정은 순하고 온화한 모습이라 불효녀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박민정은 변명하지 않고 단지 한마디만 남겼다.“돈이 없다고 하면 윤씨 가문에 가서 받을 거예요.”그녀는 한수민이 돈을 모두 윤씨 가문에 넘겼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었다.“어디 한 번 그렇게 해봐!”한수민은 분노에 차 있었다.지금의 한수민은 박민정의 눈에 그저 우스꽝스러운 광대에 불과했다.박민정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또 물었다.“윤소현은 어디 있어요? 당신의 착한 딸은 왜 한 번도 병문안 오지 않았나요?”한수민은 박민정의 말에 격분하여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집어 던졌다.박민정은 당연히 이대로 당하고만 있지 않을 거라 모두 날렵하게 피했다.“앞으로 매주 시간을 내서 여사님을 보러 올게요. 여사님이 그러셨잖아요,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요. 당신이 천천히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거예요.”박민정이 또박또박 말했다.그녀는 이 말을 한 이유가 있었다.오늘 아침 정민기가 박민정에게 한수민이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 정확히 한수민이 아버지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내기 어렵다고 했다.박민정이 병원을 떠난 후에도 한수민은 여전히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간병인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사모님에게 딸이 하나뿐이라고 들었는데요?”한수민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방금 그 애는 짐승만도 못한 존재야. 내 딸이 아니라고. 내 딸은 유명한 무용가 윤소현이야. 인터넷에 치면 바로 찾을 수 있는 유명한 인물이지.”“아, 그렇군요.”간병인은 마음속으로 의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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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주차할 곳이 없어 최현아는 천천히 걸어왔는데, 아첨을 떨며 바로 다가오는 지원 엄마를 보고서 귀찮아했다.옆에서 눈치를 바로 차리 비서가 지원 엄마 앞을 막아섰는데, 최현아는 차가운 목소리로 비아냥거렸다.“제가 아무 하고나 친구 하는 줄 아십니까?”학부모 위원회 회장은 아니지만 최현아는 유씨 가문의 며느리가 될 사람이다.지원 엄마는 기껏해야 졸부의 아내로 명문에 속하지도 못한다.그전까지 지원 엄마와 얘기도 자주하고 소통도 즐겨한 것은 그 손을 빌려 박민정을 무너뜨리기 위함이었다.하지만 인제 이용할 가치가 없게 되었으니 자연스레 가식을 떨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지원 엄마는 바로 제 자리에 굳어버렸고 주위 사람들은 그녀를 동정하기는커녕 비웃기만 했다.지원 엄마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간 손연서가 입을 열었다.“앞으로의 대인관계에서 보다 좀 솔직하게 지냈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뺀질거리면 결국 모든 걸 잃게 된다는 것도 꼭 명심하고요.”하지만 지금 사회에서 권력이 크고 재력이 뛰어난 사람의 힘을 빌려 ‘승승장구’하고자 하는 마음은 드문 현상이 아니다.그렇다고 하여 마지노선은 지켜야 하면 이중 스파이 따위는 더더욱 하면 안 된다.손연서는 지원 엄마한테 ‘교훈’을 남기고서 박민정과 도한 엄마에게 말했다.“앞으로 가서 아이들 기다리죠.”“네.”세 사람은 그렇게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박민정이 도한 엄마에게 물었다.“도한 엄마, 집사람은 무슨 사업에 종사하고 있죠?”그 말을 듣고서 도한 엄마는 먼저 한숨부터 내쉬었다.“수산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간당간당해요. 우리 남편 다음 달에 파산 신청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도와줄지 말지 박민정이 고민하고 있을 때 손연서가 먼저 말했다.“도한 엄마, 저 믿으시면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우리 손씨 가문도 수산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저희 아빠가 아시는 분이 좀 많으세요.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만 하세요.”손연서는 누군가를 함부로 돕는 사람이 아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선뜻 나서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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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연신 뒤로 몇 걸음이나 물러서고 나서야 최현아는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를 보게 되었다.박민정의 어느 정인인 줄 알고 자기도 모르게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는데.“박민정, 그렇게 외로웠어? 유남준은 저 남자 알아?”그 말을 듣고서 정민기는 눈살을 찌푸렸다.“저는 민정 씨 보디가드입니다.”“보디가드? 설마.”최현아는 동네방네 괴롭힘만 당했던 박민정이 보디가드까지 구했다는 말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박민정이 앞으로 다가가 나지막이 말했는데, 설명은 아니라 ‘협박’이었다.“뺨 하나로 부족한가요?”최현아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모두가 보는 앞에서 풀이 잔뜩 죽은 채 뒤돌아서서 유지훈 앞으로 다가가 손잡고 자리를 떠났다.떠나기 전에 박민정을 아주 매섭게 째려보기까지 하면서.“도와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최현아 씨한테 완전히 미움 사게 된 것 같네요.”옆에 있던 손연서가 박민정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두려울 것 하나 없는 손연서이지만 그 말을 듣게 되는 순간 무너지는 그녀이다.제삼자의 아들을 키우면서 제삼자한테 괴롭힘까지 당한다는 것.“괜찮아요. 이러한 일이 없어도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아이러니하게도 착한 사람이 괴롭힘을 당하는 법이다.상대에게 시비를 걸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람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시비를 건다는 것을 박민정은 잘 알고 있다.자기도 모르게 박민정을 우러러보게 된 손연서는 속으로 다짐했다.꼭 그녀와 친구가 될 것이라고.얼마 지나지 않아 박예찬도 교실에서 달려 나왔다.박예찬 뒤에는 껌딱지 조동민도 함께 나왔다.아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조동민 엄마가 바로 다가갔다.“동민아.”“엄마.”조동민 엄마는 그의 손을 잡고서 박예찬과 함께 박민정에게로 걸어갔다.“박 회장님, 시간 괜찮으시면 우리 집으로 가시지 않을래요? 아이들은 아이대로 놀고 우리 어른들은 커피 마시면서 담소도 나누고요. 조하랑 씨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사람 엄청 좋다면서요.”친구 조하랑한테서 들은 바에 따르면 조동민 엄마는 조하랑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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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8화

박민정은 예찬이를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웃음이 만발한 채로 김훈이 다가왔다.“우리 손자 왔어?”박예찬은 김훈 앞으로 쪼르르 달려갔다.“할아버지.”김훈은 옷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며 마치 보물을 바치는 듯했다.“할아버지가 심심할 때 만든 건데 어때?”“예뻐요. 하지만 이 부분에 디테일이 좀 부족한 것 같아요.”박예찬은 흠이 있는 곳을 가리키며 있는 그대로 짚어주었다.김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 예찬이가 지적해 준 부분에 신경 쓰면서 또 만들어볼게.”“먼저 들어가 있어. 엄마랑 얘기 좀 하고 들어갈게.”“네.”박예찬이 방에 들어간 뒤 박민정이 다가갔다.“할아버님.”예쁜 얼굴에 새로운 흉터가 또 생긴 것을 보고 김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잡았어?”박민정은 고개를 저었다.“해외로 도주한 거 같아요.”“감히 너랑 예찬이한테 그런 짓을 했는데, 해외든 어디든 내가 반드시 찾아내고 말 것이야.”빈말이 아니라 김훈은 이미 부하들에게 찾아보라고 지시를 내렸다.정수미와 관련되어 있음을 알고 정수미 곁에 있는 사람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고맙습니다.”“나한테 그럴 필요 없다. 예찬이가 내 증손자이면 넌 내 친손녀랑 다름이 없잖아. 그리고 나랑 네 할아버지 예전에 친한 친구였잖아.”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따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 거 아니에요?”“다름이 아니라 인우 대신 너한테 사과하려고 그래.”김훈은 김인우가 생명의 은인을 잘못 알고 박민정에게 시시콜콜 시비를 걸었던 걸 알고 있다.“그놈이 하도 어리석어서 누가 자기를 구해줬는지 기억도 못 해.”박민정은 침묵을 유지한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자기한테 상처를 줬던 사람을 그렇게 쉽게 용서하고 싶지 않았다.김훈 역시 난처해하는 그 모습을 눈치채고 덧붙였다.“민정아, 내가 윗사람이라고 이렇게 너한테 무조건 용서를 바라는 행동이 옳지 않다는 거 나도 알아. 인우를 용서해달라고 하는 뜻이 아니라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우리 집안을,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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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그대로 굳어버린 박민정을 느끼지 못한 채 유남준은 몸을 한껏 더 숙여 입술에 뽀뽀했다.그 모습에 박윤우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뽀뽀만 하라고 했지 입술에 키스하라고 하지 않았는데!’“엄마.”박윤우의 부름에 박민정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유남준을 밀쳐냈다.“그만하고 밥 먹어요. 이러지 말고.”유남준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순간이었다.“그래.”그렇게 일가족이 단란하게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식사를 마치고 거실에서 조금 쉬고 나서 9시쯤 씻으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 박윤우가 박민정의 손을 잡고 운을 떼기 시작했다.“엄마, 오늘 아빠하고 나하고 같이 자자.”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이려고 할 때 유남준이 먼저 대답했다.“윤우야, 인제 세 살짜리 어린이도 아니고 혼자 자는 것에 익숙해져야 해.”박윤우는 그 대답에 그저 멍하기만 했다.‘왜 이러시는 거지? 아빠 도와주려고 이러고 있는 거잖아!’하지만 유남준은 박윤우의 마음을 몰라주었고 박윤우 역시 어떻게 사인을 보내면 좋을지 몰랐다.“알았어요.”자기 마음을 몰라주니 박윤우는 더 이상 도와주기가 귀찮아졌다.하지만 유남준은 그 마음을 몰라준 것이 아니라 박민정과 단둘이 누워있고 싶었던 것이었다.먼저 방으로 박윤우를 보내고 나서 유남준은 박민정의 뒤로 쪼르르 따라갔다.박민정은 그저 어리둥절하기만 했는데.“왜 이렇게 쫓아다녀요?”유남준은 나지막한 소리로 대답했다.“같이 자려고.”“안방으로 들어가서 자요. 저는 객실에서 자면 돼요.”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채로 박민정이 대답했다.임신한 몸이라 아무런 이유도 없이 유남준과 함께 눕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박민정이 거절할 것으로 생각지 못한 유남준은 두말하지 않고 앞으로 두어 걸음 다가가 그녀를 번쩍 들었다.“아니, 같이 잘 거야.”박민정이 반항을 하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안방으로 안고 갔다....고요한 밤.윤씨 가문 사람들은 아직 잠에 들지 못했다.법원에서 보내온 압수 집행서를 보면서 윤석후는 눈살을 찌푸렸다.“박민정은 대체 어디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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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0화

윤석후는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주식을 팔자마자 유남준이 뒤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그의 모든 주식을 사들인 것에 대해.그것도 모르고 윤석후는 이득을 봤다며 좋아했을 것이다.“계속 소송 진행하지 않으면 박민정한테 무조건 그 돈을 다 갚아야 한다는 거잖아요?”윤소현이 물었다.이때 윤석후의 두 눈에 차가운 빛이 번쩍였는데.“소현아, 박민정이 저렇게 강압적으로 나오는 건 내가 아직 네 엄마랑 부부 사이여서 그러는 거야. 만약 내가 이혼하면 이는 한수민 개인의 채무가 되는 거야.”그 말을 들은 윤소현은 반박하지 않았다.“내일 엄마 찾으러 가요.”한수민보다는 돈이 더 좋은 윤소현이다.다음날 이른 아침.한수민의 병실은 오랜만에 북적거렸다.윤석후와 윤소현이 찾아왔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자기를 보러 온 줄 알고 한수민은 윤석후를 일부러 상대조차 하지 않은 채 윤소현하고만 얘기를 주어 받았다.그동안 단 한 번도 보러 오지 않은 윤석후는 자기 입장을 잘 알고 있었기에 윤소현에게만 눈짓을 했다.윤소현 역시 이에 대해 눈치 차리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이윽고 윤소현은 박민정의 모든 행위에 대해 부채질하며 한수민에게 알려주었다.“미친 거 아니야? 정말로 돈을 요구했단 말이야?”모든 걸 듣고 난 한수민이 욕설을 퍼부었다.“엄마, 간병인한테 듣자 하니 박민정이 어제도 찾아왔다면서요. 무슨 일로 온 거죠?”“별거 아니고 그냥 돈 갚으라고 그 소리 하려고 온 거야.”한수민은 윤소현의 손을 잡고서 덧붙였다.“소현아, 네가 고생이 많다.”“앞으로 매주 찾아온다고 했었어 그 미친년이.”윤소현은 떠보며 물었는데.“엄마, 다른 방법은 없어요? 돈 갚지 않아도 되는 방법은 없나요?”잠시 침묵하더니 한수민은 말을 아끼며 고개를 저었다.그러자 윤소현은 더 이상 빙빙 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재산을 지킬 수 있는 방법, 저희한테 있긴 해요.”“그게 뭔데?”“아빠랑 이혼해 주세요.”순간 벼락에 맞은 것만 같은 한수민이었다.두 사람이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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