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693화

Author: 윤지
유씨 가문에 도착한 후.

윤석후가 두 사람을 반겼다.

“음식은 이미 준비했어. 얼른 들어와서 밥 먹어.”

“아빠, 왜 갑자기 이러세요? 무슨 일 있으면 남우 씨에게 말하면 되죠.”

윤소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유남우가 자기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유남우도 말했다.

“아버님, 소현이에게서 들었어요. 절 찾으신다고요. 먼저 본론부터 말씀하시죠.”

“그럼... 식사하면서 얘기하자고.”

윤석후는 얼굴에 미소를 띠며 두 사람을 식탁으로 안내했다.

식탁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고서야 윤석후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공격당하고 있다는 상황을 천천히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모두 얘기하진 않았다.

유남우는 아직 자신의 사위가 되지 않았다. 만약 유남우가 윤씨 가문의 어려운 사정을 알게 되어 파혼하려 한다면 어쩐단 말인가?

“상황은 이렇다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문제지.”

윤석후는 유남우의 표정 변화를 주의 깊게 살폈다.

유남우는 조용히 듣더니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면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윤석후는 말문이 막혔다. 유남우가 자기에게 되물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사실 아무 대책이 없어 유남우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었다. 유남우가 자기 대신 IM 그룹을 혼내주길 바랐다.

“남우야, 혹시 나를 도와 내 프로젝트를 맡아주면 안 되겠나? 내가 자금이 충분해지면 다시 프로젝트를 되찾아가도록 하지. 절대로 손해 보게 하지 않겠네.”

윤석후는 말만 번지르르하게 잘했다.

하지만 유남우는 YN그룹의 상황을 조사했기에 잘 알고 있었다.

유남우는 여우처럼 교활한 그의 얼굴을 보고는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

“아버님, 이건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호산 그룹의 CEO이긴 하지만 그 정도로 큰 권력은 없어서요.”

“월요일에 임원 회의를 소집해 YN그룹 프로젝트 인수 여부를 논의해 보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윤석후는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

이건 명백한 거절이었다.

하지만 윤소현은 유남우가 정말 난감한 상황에 부닥쳐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694화

    윤소현이 한수민의 비상금을 가지게 된 이후로 그녀를 찾아가지 않았다. 심지어 전화도 걸지 않았다.한수민은 혼자 병원에서 지내며 딸을 몹시 그리워했다.“소현아, 보고 싶어. 언제 나 보러 올 거야?”“엄마, 죄송해요. 요즘 너무 바빠서요. 일이 끝나면 찾아뵐게요, 네?”윤소현이 대충 얼버무렸다.한수민의 눈빛은 한껏 어두워졌다.“알겠어. 근데 매일 무슨 일로...”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소현은 전화를 끊었다.한수민은 전화를 내려놓으며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오늘 한수민을 돌보는 간병인의 딸이 찾아와 간병인과 담소를 나눴다.“엄마, 나 이제 돈 벌기 시작했으니 이런 일은 그만두세요. 제가 돈을 넉넉히 드릴게요.”“괜찮아. 엄마 아직 젊으니까 조금이라도 일할 수 있어.”“엄마가 걱정돼서 그래요. 이 돈으로 맛있는 음식이나 많이 사 드세요. 돈 아까워하지 말고.”한수민은 다정한 모녀의 모습을 보더니 저도 모르게 박민정을 떠올렸다.6, 7년 전 박민정은 무릎을 꿇고 그녀 앞에서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엄마, 이제 우리 힘으로 살아가요. 제가 엄마를 모실게요.”한수민은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그녀는 베개를 집어 들어 문 쪽으로 던지며 소리쳤다.“나 돌보러 온 거야? 아니면 딸과 수다를 떨려고 왔어?”간병인이 그 말을 듣고는 바로 딸을 돌려보냈다.그리고 병실로 돌아와 문을 닫았다.한수민은 이미 간병인을 두 번 바꿨었다. 전에 있었던 두 명은 한수민의 성격 때문에 그만두었다.간병인은 바닥에 떨어진 베개를 주워 의자에 바로 놓았다. 그리고 전혀 화를 내지 않고 부드럽게 말했다.“의사 선생님께서 그러셨잖아요. 화를 낼수록 병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요.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저에게 말씀하시면 돼요.”그 말을 들은 한수민은 경멸이 깃든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난 돈도 있고, 권력도 있어. 그런데 마음에 걸릴 게 뭐가 있어? 웃기고 있네.”한수민은 강한 척했지만 간병인은 그게 연기라는 걸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695화

    간병인이 빠르게 손을 뻗어 한수민을 붙잡아 준 덕분에 한수민은 바닥에 넘어지지 않았다.한수민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다시 자리에 앉고는 간병인을 향해 박민정을 가리키며 말했다.“봤지? 이게 내 딸이야. 배은망덕한 불효녀라고. 돈을 달라고 해서 안 주니까 강제 집행을 신청하겠다는 거야!”간병인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박민정을 바라봤다.나이 든 간병인은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했다.그녀의 눈에 박민정은 순하고 온화한 모습이라 불효녀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박민정은 변명하지 않고 단지 한마디만 남겼다.“돈이 없다고 하면 윤씨 가문에 가서 받을 거예요.”그녀는 한수민이 돈을 모두 윤씨 가문에 넘겼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었다.“어디 한 번 그렇게 해봐!”한수민은 분노에 차 있었다.지금의 한수민은 박민정의 눈에 그저 우스꽝스러운 광대에 불과했다.박민정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또 물었다.“윤소현은 어디 있어요? 당신의 착한 딸은 왜 한 번도 병문안 오지 않았나요?”한수민은 박민정의 말에 격분하여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집어 던졌다.박민정은 당연히 이대로 당하고만 있지 않을 거라 모두 날렵하게 피했다.“앞으로 매주 시간을 내서 여사님을 보러 올게요. 여사님이 그러셨잖아요,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요. 당신이 천천히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거예요.”박민정이 또박또박 말했다.그녀는 이 말을 한 이유가 있었다.오늘 아침 정민기가 박민정에게 한수민이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 정확히 한수민이 아버지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내기 어렵다고 했다.박민정이 병원을 떠난 후에도 한수민은 여전히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간병인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사모님에게 딸이 하나뿐이라고 들었는데요?”한수민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방금 그 애는 짐승만도 못한 존재야. 내 딸이 아니라고. 내 딸은 유명한 무용가 윤소현이야. 인터넷에 치면 바로 찾을 수 있는 유명한 인물이지.”“아, 그렇군요.”간병인은 마음속으로 의심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696화

    주차할 곳이 없어 최현아는 천천히 걸어왔는데, 아첨을 떨며 바로 다가오는 지원 엄마를 보고서 귀찮아했다.옆에서 눈치를 바로 차리 비서가 지원 엄마 앞을 막아섰는데, 최현아는 차가운 목소리로 비아냥거렸다.“제가 아무 하고나 친구 하는 줄 아십니까?”학부모 위원회 회장은 아니지만 최현아는 유씨 가문의 며느리가 될 사람이다.지원 엄마는 기껏해야 졸부의 아내로 명문에 속하지도 못한다.그전까지 지원 엄마와 얘기도 자주하고 소통도 즐겨한 것은 그 손을 빌려 박민정을 무너뜨리기 위함이었다.하지만 인제 이용할 가치가 없게 되었으니 자연스레 가식을 떨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지원 엄마는 바로 제 자리에 굳어버렸고 주위 사람들은 그녀를 동정하기는커녕 비웃기만 했다.지원 엄마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간 손연서가 입을 열었다.“앞으로의 대인관계에서 보다 좀 솔직하게 지냈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뺀질거리면 결국 모든 걸 잃게 된다는 것도 꼭 명심하고요.”하지만 지금 사회에서 권력이 크고 재력이 뛰어난 사람의 힘을 빌려 ‘승승장구’하고자 하는 마음은 드문 현상이 아니다.그렇다고 하여 마지노선은 지켜야 하면 이중 스파이 따위는 더더욱 하면 안 된다.손연서는 지원 엄마한테 ‘교훈’을 남기고서 박민정과 도한 엄마에게 말했다.“앞으로 가서 아이들 기다리죠.”“네.”세 사람은 그렇게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박민정이 도한 엄마에게 물었다.“도한 엄마, 집사람은 무슨 사업에 종사하고 있죠?”그 말을 듣고서 도한 엄마는 먼저 한숨부터 내쉬었다.“수산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간당간당해요. 우리 남편 다음 달에 파산 신청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도와줄지 말지 박민정이 고민하고 있을 때 손연서가 먼저 말했다.“도한 엄마, 저 믿으시면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우리 손씨 가문도 수산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저희 아빠가 아시는 분이 좀 많으세요.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만 하세요.”손연서는 누군가를 함부로 돕는 사람이 아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선뜻 나서는 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697화

    연신 뒤로 몇 걸음이나 물러서고 나서야 최현아는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는 남자를 보게 되었다.박민정의 어느 정인인 줄 알고 자기도 모르게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는데.“박민정, 그렇게 외로웠어? 유남준은 저 남자 알아?”그 말을 듣고서 정민기는 눈살을 찌푸렸다.“저는 민정 씨 보디가드입니다.”“보디가드? 설마.”최현아는 동네방네 괴롭힘만 당했던 박민정이 보디가드까지 구했다는 말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박민정이 앞으로 다가가 나지막이 말했는데, 설명은 아니라 ‘협박’이었다.“뺨 하나로 부족한가요?”최현아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모두가 보는 앞에서 풀이 잔뜩 죽은 채 뒤돌아서서 유지훈 앞으로 다가가 손잡고 자리를 떠났다.떠나기 전에 박민정을 아주 매섭게 째려보기까지 하면서.“도와줘서 고마워요 하지만 최현아 씨한테 완전히 미움 사게 된 것 같네요.”옆에 있던 손연서가 박민정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두려울 것 하나 없는 손연서이지만 그 말을 듣게 되는 순간 무너지는 그녀이다.제삼자의 아들을 키우면서 제삼자한테 괴롭힘까지 당한다는 것.“괜찮아요. 이러한 일이 없어도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아이러니하게도 착한 사람이 괴롭힘을 당하는 법이다.상대에게 시비를 걸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람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시비를 건다는 것을 박민정은 잘 알고 있다.자기도 모르게 박민정을 우러러보게 된 손연서는 속으로 다짐했다.꼭 그녀와 친구가 될 것이라고.얼마 지나지 않아 박예찬도 교실에서 달려 나왔다.박예찬 뒤에는 껌딱지 조동민도 함께 나왔다.아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조동민 엄마가 바로 다가갔다.“동민아.”“엄마.”조동민 엄마는 그의 손을 잡고서 박예찬과 함께 박민정에게로 걸어갔다.“박 회장님, 시간 괜찮으시면 우리 집으로 가시지 않을래요? 아이들은 아이대로 놀고 우리 어른들은 커피 마시면서 담소도 나누고요. 조하랑 씨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사람 엄청 좋다면서요.”친구 조하랑한테서 들은 바에 따르면 조동민 엄마는 조하랑에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698화

    박민정은 예찬이를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웃음이 만발한 채로 김훈이 다가왔다.“우리 손자 왔어?”박예찬은 김훈 앞으로 쪼르르 달려갔다.“할아버지.”김훈은 옷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며 마치 보물을 바치는 듯했다.“할아버지가 심심할 때 만든 건데 어때?”“예뻐요. 하지만 이 부분에 디테일이 좀 부족한 것 같아요.”박예찬은 흠이 있는 곳을 가리키며 있는 그대로 짚어주었다.김훈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 예찬이가 지적해 준 부분에 신경 쓰면서 또 만들어볼게.”“먼저 들어가 있어. 엄마랑 얘기 좀 하고 들어갈게.”“네.”박예찬이 방에 들어간 뒤 박민정이 다가갔다.“할아버님.”예쁜 얼굴에 새로운 흉터가 또 생긴 것을 보고 김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잡았어?”박민정은 고개를 저었다.“해외로 도주한 거 같아요.”“감히 너랑 예찬이한테 그런 짓을 했는데, 해외든 어디든 내가 반드시 찾아내고 말 것이야.”빈말이 아니라 김훈은 이미 부하들에게 찾아보라고 지시를 내렸다.정수미와 관련되어 있음을 알고 정수미 곁에 있는 사람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고맙습니다.”“나한테 그럴 필요 없다. 예찬이가 내 증손자이면 넌 내 친손녀랑 다름이 없잖아. 그리고 나랑 네 할아버지 예전에 친한 친구였잖아.”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따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 거 아니에요?”“다름이 아니라 인우 대신 너한테 사과하려고 그래.”김훈은 김인우가 생명의 은인을 잘못 알고 박민정에게 시시콜콜 시비를 걸었던 걸 알고 있다.“그놈이 하도 어리석어서 누가 자기를 구해줬는지 기억도 못 해.”박민정은 침묵을 유지한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자기한테 상처를 줬던 사람을 그렇게 쉽게 용서하고 싶지 않았다.김훈 역시 난처해하는 그 모습을 눈치채고 덧붙였다.“민정아, 내가 윗사람이라고 이렇게 너한테 무조건 용서를 바라는 행동이 옳지 않다는 거 나도 알아. 인우를 용서해달라고 하는 뜻이 아니라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우리 집안을, 그리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699화

    그대로 굳어버린 박민정을 느끼지 못한 채 유남준은 몸을 한껏 더 숙여 입술에 뽀뽀했다.그 모습에 박윤우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뽀뽀만 하라고 했지 입술에 키스하라고 하지 않았는데!’“엄마.”박윤우의 부름에 박민정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유남준을 밀쳐냈다.“그만하고 밥 먹어요. 이러지 말고.”유남준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순간이었다.“그래.”그렇게 일가족이 단란하게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식사를 마치고 거실에서 조금 쉬고 나서 9시쯤 씻으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 박윤우가 박민정의 손을 잡고 운을 떼기 시작했다.“엄마, 오늘 아빠하고 나하고 같이 자자.”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이려고 할 때 유남준이 먼저 대답했다.“윤우야, 인제 세 살짜리 어린이도 아니고 혼자 자는 것에 익숙해져야 해.”박윤우는 그 대답에 그저 멍하기만 했다.‘왜 이러시는 거지? 아빠 도와주려고 이러고 있는 거잖아!’하지만 유남준은 박윤우의 마음을 몰라주었고 박윤우 역시 어떻게 사인을 보내면 좋을지 몰랐다.“알았어요.”자기 마음을 몰라주니 박윤우는 더 이상 도와주기가 귀찮아졌다.하지만 유남준은 그 마음을 몰라준 것이 아니라 박민정과 단둘이 누워있고 싶었던 것이었다.먼저 방으로 박윤우를 보내고 나서 유남준은 박민정의 뒤로 쪼르르 따라갔다.박민정은 그저 어리둥절하기만 했는데.“왜 이렇게 쫓아다녀요?”유남준은 나지막한 소리로 대답했다.“같이 자려고.”“안방으로 들어가서 자요. 저는 객실에서 자면 돼요.”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채로 박민정이 대답했다.임신한 몸이라 아무런 이유도 없이 유남준과 함께 눕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박민정이 거절할 것으로 생각지 못한 유남준은 두말하지 않고 앞으로 두어 걸음 다가가 그녀를 번쩍 들었다.“아니, 같이 잘 거야.”박민정이 반항을 하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안방으로 안고 갔다....고요한 밤.윤씨 가문 사람들은 아직 잠에 들지 못했다.법원에서 보내온 압수 집행서를 보면서 윤석후는 눈살을 찌푸렸다.“박민정은 대체 어디서 그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700화

    윤석후는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주식을 팔자마자 유남준이 뒤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그의 모든 주식을 사들인 것에 대해.그것도 모르고 윤석후는 이득을 봤다며 좋아했을 것이다.“계속 소송 진행하지 않으면 박민정한테 무조건 그 돈을 다 갚아야 한다는 거잖아요?”윤소현이 물었다.이때 윤석후의 두 눈에 차가운 빛이 번쩍였는데.“소현아, 박민정이 저렇게 강압적으로 나오는 건 내가 아직 네 엄마랑 부부 사이여서 그러는 거야. 만약 내가 이혼하면 이는 한수민 개인의 채무가 되는 거야.”그 말을 들은 윤소현은 반박하지 않았다.“내일 엄마 찾으러 가요.”한수민보다는 돈이 더 좋은 윤소현이다.다음날 이른 아침.한수민의 병실은 오랜만에 북적거렸다.윤석후와 윤소현이 찾아왔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자기를 보러 온 줄 알고 한수민은 윤석후를 일부러 상대조차 하지 않은 채 윤소현하고만 얘기를 주어 받았다.그동안 단 한 번도 보러 오지 않은 윤석후는 자기 입장을 잘 알고 있었기에 윤소현에게만 눈짓을 했다.윤소현 역시 이에 대해 눈치 차리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다.이윽고 윤소현은 박민정의 모든 행위에 대해 부채질하며 한수민에게 알려주었다.“미친 거 아니야? 정말로 돈을 요구했단 말이야?”모든 걸 듣고 난 한수민이 욕설을 퍼부었다.“엄마, 간병인한테 듣자 하니 박민정이 어제도 찾아왔다면서요. 무슨 일로 온 거죠?”“별거 아니고 그냥 돈 갚으라고 그 소리 하려고 온 거야.”한수민은 윤소현의 손을 잡고서 덧붙였다.“소현아, 네가 고생이 많다.”“앞으로 매주 찾아온다고 했었어 그 미친년이.”윤소현은 떠보며 물었는데.“엄마, 다른 방법은 없어요? 돈 갚지 않아도 되는 방법은 없나요?”잠시 침묵하더니 한수민은 말을 아끼며 고개를 저었다.그러자 윤소현은 더 이상 빙빙 돌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재산을 지킬 수 있는 방법, 저희한테 있긴 해요.”“그게 뭔데?”“아빠랑 이혼해 주세요.”순간 벼락에 맞은 것만 같은 한수민이었다.두 사람이 이렇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701화

    “엄마, 또 바지에 오줌 눴어요?”싫어하는 모습을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낸 윤소현이다.수치스러움에 얼굴이 빨개진 한수민은 이불을 당기면 어떻게든 냄새를 가리려고 했다.그 모습에 윤소현은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이 지경까지 되었으면 이혼할 법도 한데, 대체 왜 하지 않으려고 그러는 거예요?”이제 곧 죽게 될 몸인데, 짐이 되지 말고 홀로 모든 걸 안고 떠나라는 소리였다.하지만 그렇게 직설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난처하기 그지없는 한수민이다.“생각해 볼게. 그만 가 봐.”“빨리 결정하는 게 좋을 거예요. 아니면 박민정이 모든 걸 빼앗아 갈지도 몰라요.”윤소현 역시 이곳에 더 이상 머물고 싶지 않아 윤석후를 데리고 떠났다.그들이 떠난 뒤 간병인이 바로 들어왔다.“사모님, 괜찮으세요? 선생님 불러드릴까요?”눈시울이 붉어진 한수민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시트 좀 갈아주세요.”외부인 앞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써 왔던 그녀이다.간병인은 먼저 한수민을 부축해 일어서고 시트를 갈려고 했는데, 오줌을 눈 그곳에서 피가 가득했다.그동안 많은 환자들을 간병해 왔지만, 그곳을 보는 순간 간병인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피... 피가 엄청 많아요...”한수민 역시 눈길을 돌렸는데, 눈동자가 크게 요동쳤다.“어서! 어서 의사 불러와요.”죽음이 두려운 한수민이다.의사와 간호사가 급히 달려왔고 그들은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간호사가 한수민에게 말했다.“환자분, 마음 편히 놓으세요. 말기에 이러한 상황이 일어나는 건 정상이거든요.”“제가 알아본 게 좀 있는데, 제가 곧 죽게 된다는 뜻이 아닌가요?”한수민이 간호사의 옷자락을 꽉 잡고 물었다.지금까지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하지 못한 그녀는 아직 이 세상을 좀 더 즐기고 싶었다.간호사와 의사는 한수민에게 도저히 잔인한 사실을 말해줄 수 없었고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하게 쉬고 있으라고만 했다.옆에서 모든 걸 지켜본 간병인은 동정 어린 눈빛으로 한수민을 바라보았다.“사모님

Latest chapter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54화

    그리고 침대에 던져지고 나서야 박민정은 이게 무슨 뜻인지 깨닫고 재빨리 이불을 몸에 둘렀다.“오지 말아요!”그러나 유남준의 눈빛은 이미 초점을 잃은 채 그녀의 턱을 잡고 말했다.“민정아, 나도 남자야.”시간도 많이 흘렀고 같은 방을 쓰고 있지만 매일 그냥 잠만 자려고 하자니 그도 나름 괴로웠다.그리고 이 상태로 두 사람이 계속 지냈다가는 오히려 자신이 병들 것 같았다.박민정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밖으로 도망치려 했으나 유남준은 단번에 그녀의 팔을 잡아끌고 거칠게 입을 맞췄다.그녀는 순간 호흡이 가빠지고 또다시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하여 다 포기한 채 가만히 누워 온전히 그의 손길을 느끼고 있을 무렵 두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엄마.”박예찬과 박윤우가 학교에서 돌아왔는지 아래층에서 큰 소리로 박민정을 불렀다.유남준의 잘생긴 얼굴에 순식간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진서연이랑 설인아, 그리고 민수아까지 모두 집으로 돌려보내는 데 성공했으나 두 아이도 있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어버렸다.그들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지자 박민정은 있는 힘껏 유남준을 밀쳐냈다.하여 오늘에는 어쩔 수 없이 여기서 멈춰야 했다.박민정이 황급히 방에서 나오니 두 아이가 마침 문 앞에 서 있었다.“엄마, 자고 있었어? 왜 얼굴이 빨개?”박윤우의 물음에 그녀의 얼굴은 더욱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그게...”겨우 설명하려고 입을 떼려는데 유남준이 갑자기 방 안에서 나오더니 한껏 어두운 얼굴로 두 아이에게 물었다.“왜 벌써 왔어?”“추석이라 수업이 일찍 끝났어요.”박예찬은 뭔가 눈치챈 듯 무뚝뚝하게 답했다.그러나 박윤우는 여전히 천진난만하게 두 사람을 보고 물었다.“엄마, 저 쓰레기 아빠랑 같이 잔 거야?”“아니.”박민정은 단번에 그의 말을 부정했다.“그저 찾을 물건이 있어서.”“무슨 물건인데?”호기심이 많은 아이의 질문 공세에 박민정은 한참 동안 생각해 보다가 겨우 답했다.“책.”“무슨 책? 나도 같이 찾아볼게.”“아니야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53화

    박민호가 그녀의 창백해진 얼굴을 보더니 걱정스레 물었다.“누나, 괜찮아?”박민정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괜찮아.”“가자. 내가 병원에 데려다줄게.”박민호는 돈을 뜯어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해 그녀를 부축해 줬다.“그럴 필요 없어.”박민정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한수민의 묘를 몇 번 더 바라보다가 애써 어지러움을 참고 자리를 떴다.그러나 몇 걸음 가지도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이를 본 박민호는 재빨리 다가와 그녀를 부축했다.“누나!”그리고 단번에 들어 올리더니 빠르게 차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갔다.“빨리 병원에 가요.”그는 차에 올라타자마자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다시 깨어났을 때는 이미 한 시간이 지난 뒤였고 박민정은 여전히 머리가 어지러웠다.그리고 조각난 기억들이 어렴풋이 맞춰지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느낌은 그녀를 매우 괴롭게 만들었다.이때, 누군가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는데 박민정은 그제야 비로소 맨 앞에 서 있는 유남준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좀 어때? 괜찮아?”그는 다정하게 물었다.뒤따라온 사람은 박민호였는데 그도 다급히 물었다.“누나, 나 진짜 깜짝 놀랐어. 앞으로 어디 불편한 곳이 있으면 병원부터 가봐. 알겠지?”박민정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이제 괜찮아. 아마 저혈당 때문에 쓰러졌을 거야.”검사 결과에서도 별다른 증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유남준은 그래도 그녀가 걱정되었다.“앞으로 어디 갈 때는 꼭 사람 한 명이라도 데리고 가.”“그럴게요.”박민정은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박민호는 자기 누나를 걱정하는 유남준을 보고 살짝 안심했다.그러다가 문득 이제부터 유남준을 따라가기만 하면 먹고 사는 데는 문제가 없겠다고 생각했다.“배고파? 내가 밥 좀 가져다 달라고 할게.”“다 나은 것 같은데 우리 그냥 집에 가서 먹어요.”박민정은 병원에 있는 게 싫었다.유남준은 원래 안 된다고 말하려 했지만 박민정의 간곡한 부탁에 결국에는 집에 가기로 했고 박민호는 두 사람을 집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52화

    깊은 밤, 어느 술집 룸.최현아는 주성민의 품에 안겨 자신의 서러움을 토로하다가 울음을 터뜨렸다.그러자 남자는 한껏 다정하게 그녀를 위했다.“조금만 참아. 유씨 가문의 재산만 손에 넣으면 우리도 이제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으니까.”“어디 그게 말처럼 쉬워? 남준 씨는 우리가 영원히 넘지 못하는 산처럼 버티고 있잖아. 지금 호산그룹도 손에 쥐고 있고 또 네 명의 아들까지 옆에 끼고 있으니 얼마나 득의양양해 있겠어.”최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우리 지훈이만 앞으로 힘들게 살아갈 것 같아.”순간 주성민의 눈빛이 살벌해지더니 그녀에게 물었다.“그 사람들을 한방에 제거할 방법이 없을까?”최현아는 그의 말에 깜짝 놀랐다.“무슨 소리야?”“현아야, 옛말에 모질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말이 있잖아. 네가 하기 힘들면 네 남편 시키면 되지.”주성민의 말에 최현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답했다.“예전에 남준 씨한테 한번 당한 뒤로는 겁을 먹고 찍소리도 못하는데 과연 할 수 있을까?”“네가 자극해야지.”남자는 낮은 소리로 최현아에게 방법을 알려줬다.최현아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한 마디 했다.“그 뜻은 성혁 씨랑 동서를...”“만약 유성혁이 박민정을 진짜로 건드리면 유남준의 성격에 무슨 짓을 못 할까?”남자의 말에 최현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맞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그렇게 되면 박민정 그 고약한 여자도 한 방에 처리되겠네!”“며칠 뒤면 추석이라 아마 다들 돌아올 거야.”“그러면 일단 그날로 정하자.”둘은 말을 마친 뒤 다시 꼭 끌어안았다....추석 당일.박민정은 미리 박형식과 은정숙에게 제사를 올렸다.또한 한수민의 묘에도 가보았는데 마침 박민호와 윤소현도 그 자리에 있었다.윤소현은 원래 오기 싫었지만 최근에 너무 안 좋은 일만 벌어지는 것 같아 액운이라도 떨쳐내려고 온 것이다.“네가 여기까지 제사 지내러 올 줄은 또 몰랐네.”박민호가 한껏 비아냥거리며 말하자 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51화

    이미 집 안까지 들어온 사람을 쫓아낼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박민정은 애써 웃으며 답했다.“앉으세요. 그런데 아침부터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셨어요?”최현아가 자리에 앉자 유지훈은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별건 아니고 우리 지훈이가 예찬이랑 윤우랑 놀고 싶다고 해서.”도우미는 빠르게 마실 차를 내왔다.유지훈은 집안을 둘러보다가 박예찬의 방에 들어와 같이 놀자고 했다.그러나 박윤우는 한껏 불편한 티를 내며 물었다.“유지훈, 우리 집엔 왜 왔어?” 유지훈도 사실 내키지 않았지만 최현아와 할아버지가 당부했던 일이 있기에 어쩔 수 없이 꾹 참고 그들에게 말했다.“윤우야, 예찬아, 우리 같이 놀자. 집에서 혼자 놀다가 너무 심심해서 왔어. 그리고 너희들은 지금 옛 저택에도 안 오잖아. 현진이랑 현우가 보고 싶지 않아?”유지훈의 입에 발린 말에 박윤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우리가 어디에 있든 네가 무슨 상관이야? 그냥 네 집으로 빨리 꺼져.”그의 말에도 유지훈은 애써 화를 참고 다시 박예찬에게 다가가 그에게 물었다.“예찬아, 너도 내가 꺼지길 바라는 건 아니지? 몰라, 난 그냥 여기서 놀 거야.”여태껏 안하무인, 기고만장이던 유지훈이 갑자기 이리도 얌전하고 모든 걸 참아내는 모습에도 박예찬은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그래. 그러면 여기서 우리랑 같이 놀자.”“좋아!”그러나 박윤우는 이 상황이 마음에 안 들어 박예찬에게 다가가 슬쩍 물었다.“형, 제 정신이야? 왜 갑자기 저 애랑 놀겠다는 거야?”그러자 박예찬이 은밀하게 눈빛을 보낸 뒤 다시 말했다.“윤우야, 지훈이는 우리 친척인데 서로 사이좋게 지내야지.”박윤우는 단번에 그의 생각을 알아채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알겠어. 유지훈, 그러면 여기서 얌전히 놀아. 일부러 사고 칠 생각하지 말고.”방안은 순식간에 화기애애해졌다.한편, 거실에서 최현아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박민정에게 물었다.“동서, 오늘 남준 씨는 집에 없어?”“네, 요즘 회사 일이 바쁜지 계속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50화

    아직 어린아이인데 일찍 철이 든 박예찬을 보고 박민정은 고마우면서도 괜스레 마음이 아팠다.“바보야. 넌 아직 어려서 엄마 아빠가 지켜주면 돼. 그러니까 이제부터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꼭 먼저 우리한테 말해줘야 해, 알겠지?”박예찬은 고개를 끄덕였다.“네.”박민정은 그에게 몇 가지 더 당부해 주고 나서야 자리를 뜰 수 있었다.이때, 박윤우가 방안에 들어오면서 박예찬에게 다가왔다.“형은 대체 어떻게 그 나쁜 놈을 잡은 거야?”박윤우가 궁금증을 못 참고 그에게 묻자 박예찬은 간단하게 설명해 줬다.“대박!”박윤우는 손뼉까지 치며 그를 칭찬하다가 다시 물었다.“그런데 엄마와 저 쓰레기 아빠는 이제 그 사람을 어떻게 처리할 거래?”“몰라. 그런데...”박예찬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내 생각에는 그 범인이 이제 나를 해칠 마음이 없는 것 같아.”오늘 다시 만난 정호철의 눈빛은 예전처럼 살기가 돋쳐있지 않았고 오히려 정수미가 자신을 바라보던 것처럼 따듯함이 느껴졌다.“만약 그 사람이 정수미, 그 늙은 여우 쪽의 사람이라면 아마 우리를 해치지 않을 거야. 그런데 만약 윤소현 쪽의 사람이라면 말이 달라지겠지.”박윤우가 세밀하게 분석했다.“네 말이 맞아. 그러니까 우리도 경계심을 높이고 조심해야 해.”“알겠어.”말하다가 박윤우는 문득 박예찬의 컴퓨터를 보며 물었다.“형, 지금 뭐 해?”박예찬은 그제야 막고 있던 손을 걷으며 말했다.“별거 아니야. 그저 지엔 그룹의 지도를 보고 있었어.”박윤우는 컴퓨터 화면에 빽빽이 들어차 있는 자료를 본 순간 머리가 아파졌다.“보고 있으니 벌써 눈이 침침하네. 난 그만 노래나 들으면서 그림이나 그려야겠다.”박윤우는 자신이 잘하는 것과 못 하는 게 뭔지 잘 알고 있다.박예찬도 별말 없이 계속 자기 일을 해 나가고 있는데 유지훈이 갑자기 그에게 영상통화를 보냈다.박예찬이 통화버튼을 누르자마자 화면에는 그의 작은 얼굴이 나타났다.“예찬아, 집에서 뭐 하고 있어?”“무슨 일이야?”박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49화

    박예찬은 최근에 계속 박씨 가문 옛 저택에서 지냈다.그는 경계심도 높고 눈치도 빨랐는데 요즘 따라 누군가가 계속 자신을 미행하는 것 같았지만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하여 이날 박예찬은 돌아오는 길에 정민기에게 메시지를 보낸 뒤 일부러 구석으로 들어갔다가 뒤따라오는 범인을 잡을 속셈이었다.박예찬은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뒤 어느 구석에 숨었다.이때, 그의 뒤를 따르던 정호철은 앞에 길도 없고 박예찬도 보이지 않자 마음이 조급해져서 이리저리 둘러보았다.“어디로 갔지?”이때 눈앞에 한 무리의 사람이 나타나더니 순식간에 그를 에워쌌다.박예찬도 쓰레기통 뒤에 숨었다가 그제야 그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당신이었군요.”그때 자신을 납치했던 사람이다.정호철은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걸 알아챘다.정민기는 재빨리 그를 제압했고 다시 박예찬에게 다가가 걱정스레 물었다.“예찬아, 괜찮아?”박예찬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괜찮아요. 아저씨, 감사합니다.”말을 마친 뒤 손가락으로 정호철을 가리켰다.“저 사람이 그때 저를 납치했던 범인이에요.”그의 말에 정민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그래. 알겠어. 바로 민정 씨랑 대표님한테 보고할게.”“네.”박예찬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정호철에게 다가가 물었다.“왜 저를 계속 미행했나요? 또 납치하려고요?”정호철은 자기 다리 길이보다도 작은 아이가 뿜어내는 카리스마에 그만 기가 눌려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아니. 난 그 일에 대해 사과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는 정수미의 건강 상태가 날로 악화하고 있고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아 그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동시에 박예찬이 다른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몰래 뒤에서 보호해 주고 있었다.그의 말에 박예찬이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사과요?”“그래.”정호철은 솔직하게 말했지만 박예찬은 쉽게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그렇게 정민기와 몇 명의 보디가드는 그를 차에 태우고 저택으로 향했다.박민정과 유남준은 집에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48화

    “전 괜찮아요.”“정말 다행이다.”정수미는 수화기에 대고 말하다가 문득 창문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도 큰 문제가 없대. 그저 저혈당으로 쓰러진 거래.”박민정은 이 말을 왜 지금 자신에게 하는지 몰랐지만 그래도 차분하게 답해줬다.“네, 그러면 다행이네요.”“내일부터 다시 내가 아침밥 가져다줄게.”“그럴 필요 없어요.”박민정은 단번에 거절했다.또다시 자신 때문에 정수미가 쓰러졌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고 괜히 윤소현의 오해를 불러일으켜서 뺨 맞는 일도 만들고 싶지 않았다.정수미는 그녀의 단호함에 가슴이 답답했지만 뭐라고 말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다른 일 없으면 이만 전화 끊을게요.”“잠깐만. 그러면 내가 언제든지 너 보러 가도 돼?”정수미가 다시 조심스레 물었다.“아니요.”박민정은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정수미는 한참이나 이미 끊긴 핸드폰을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나에 대해 생각이 달라질 줄 알았는데...”비서가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다가 오늘 윤소현이 박민정의 뺨을 때린 일을 그녀에게 말해줬다.“뭐?”정수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녀에게 되물었다.“그런데 왜 안 말렸어?”“말릴 새도 없이 큰 아가씨가 먼저 손을 댔습니다.”비서는 한껏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정수미는 이대로 병원에 누워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 재빨리 몸을 일으키고는 그대로 별장에 돌아갔다.윤소현은 한창 친구들을 불러 수다를 떨고 있었고 정수미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차가운 얼굴로 그녀만 밖으로 불러냈다.“엄마, 왜 벌써 퇴원하셨어요?”윤소현이 걱정하는 척 묻자 정수미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누가 너한테 민정이를 때려도 된다고 했어?”순간 윤소현은 심장이 바닥으로 내려앉는 것 같았는데 분명 박민정이 그새 고자질했다고 생각했다.“엄마, 저는 단지 엄마가 너무 걱정돼서 저도 모르게 손이 나간 거예요. 혹시 민정이가 말해줬어요? 엄마가 걱정되는 것보다 자기가 맞은 게 더 억울했나 보네요.”윤소현의 말에 정수미는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47화

    박민정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떴다.정수미는 윤소현더러 그녀를 잡으라고 했지만 윤소현은 그러기 싫었다.“엄마, 너무 편애가 심한 거 아니에요? 그리고 몸도 안 좋은 사람이 매일 일찍 일어나 민정이네 회사 사람한테도 아침밥 해서 가져다주니까 쓰러지죠. 전 싫어요.”“소현아, 넌 모르겠지만 방금 민정이가 아니었으면 난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부딪혔을 꺼야.”정수미는 정신을 잃기 전까지 자기 몸 아래에 박민정이 깔려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또한 그녀가 기꺼이 몸을 던져 자신을 구해줬다는 것도 알고 있다.하여 이 일을 윤소현에게 말해줬지만 그녀는 이 말이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친딸인데 당연히 그랬어야죠. 만약 똑같은 상황이었으면 저도 엄마한테 달려갔을 거예요.”정수미는 윤소현의 단호한 말에도 이상하게 믿고 싶지 않았다.“너도 그만 가봐. 혼자 좀 쉬어야겠다.”윤소현도 마침 병원에 있기 싫었던 참에 그녀는 냉큼 답했다.“네, 그럼 이만 가볼게요.”비서는 윤소현이 나가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정수미는 그녀가 들어오자마자 신신당부했다.“사람 보내서 민정이는 괜찮은지 알아봐. 몸도 성치 않은데 괜히 나 때문에 더 나빠지면 안 되니까.”“네.”비서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참아왔던 말을 토해냈다.“정 대표님, 전 그래도 둘째 아가씨가 좋아요. 큰 아가씨는 그저 빈말만 하시는 것 같거든요.”박민정은 위험을 무릅쓰고 몸을 던져 정수미를 구해줬지만 윤소현은 그저 말만 하다가 서둘러 병원을 빠져나갔다.정수미도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에 그녀는 한껏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나도 알아. 민정이는 모든 면에서 소현이보다 뛰어나지만 소현이는 어렸을 때부터 내 손에서 자랐잖아. 그 애가 지금 이렇게 변한 건 내 책임도 커.”...박민정은 병실에서 나온 뒤 의사를 찾아가 간단하게 상처를 치료하고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진서연은 그녀를 보자 마자 냉큼 달려와 물었다.“보스, 괜찮아요?”그녀는 박민정의 몸을 이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646화

    그러자 비서가 달려와 그녀를 말렸다.“큰 아가씨, 정 대표님께서 먼저 둘째 아가씨한테 직접 요리해 주고 싶다고 했어요. 둘째 아가씨만 탓할 게 아닌 것 같습니다.”“그럼 누구를 탓해야 하는데? 거절할 줄도 몰라? 엄마는 원래부터 몸 상태가 안 좋았잖아!”윤소현은 일부러 더 크게 화를 냈다.“난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우리 엄마한테 저런 일을 시켜본 적이 없어.”비서도 그녀가 정수미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해 더는 말릴 수 없었다.박민정은 그제야 자신이 맞은 이유를 알고 윤소현의 손을 놨다.“저도 말렸는데 정 대표님께서 계속 오셨어요. 그리고 방금 제가 맞은 건 그냥 넘어가겠지만 다음번에는 참지 않을 겁니다.”윤소현은 날카로운 그녀의 눈빛에 살짝 겁을 먹었다.하여 더 때리는 건 무리인 것 같아 수술실 문을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엄마, 제발 일어나요. 이대로 가면 저는 어떡해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누구보다도 정수미가 빨리 죽기를 바라고 있다.그리고 며칠 전에 윤소현은 이미 유언장에도 손을 댔기에 정수미가 죽고 장 변호사까지 처리하기만 하면 장씨 가문의 모든 재산은 다 그녀의 것으로 된다.그러나 일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았다.한 시간 뒤, 수술실의 문이 열리면서 의사가 걸어 나오자 윤소현이 빠르게 달려가 물었다.“의사 선생님, 저희 엄마는 괜찮나요?”의사가 대답 대신 깊은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고 윤소현은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간신히 참았다.그러다가 의사가 겨우 입을 뗐다.“지금은 맥박이 돌아왔지만 환자분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혹시 예전에 큰 병을 앓았었나요?”의사의 말에 윤소현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다행히 모두가 지금 정수미한테에 집중되어 있어 그녀의 표정 변화는 보지 못했다.박민정은 정수미가 살았다는 소식에 그제야 마음이 살짝 놓이는 것 같았다.비서는 의사에게 정수미가 지금까지 앓던 병을 모두 알려줬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수미는 수술실에서 밀려 나왔는데 문 어구에서 두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